백일봉에서의 일전 결과는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졌다. 한지훈이 손을 드는 사이에 5성 용급 천왕계 강자인 동방 오우가 살해당했다는 소식 또한, 곧 강중에 전해졌다. 그동안 우연 그룹에 복종했던 많은 세가들은 그 소식을 접하고는 다행이라 생각했다. 복종하지 않았다가는, 일단 한지훈이 돌아오게 되면 그들은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될 테니까. 한편 한 씨 집안 별장에서는 한 젊은 여자가 강우연의 침대 옆에 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담효령, 강우연의 몇 안 되는 절친 중 한 명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담효령은 바로 유학을 떠났다. 그러다가 불과 1년 전 고향인 강릉으로 돌아왔고, 여태 집안 살림을 도우러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담효령은 자신의 빛나는 미모로 인해 골치 아파하고 있었다. 강릉에 돌아온 지 한 달도 안 되어, 강릉의 두 도련님이 하나같이 그녀에게 반한 것이다. 이 두 명의 도련님 중 한 명은 강릉의 태자라고 불리는 이설비이고, 다른 한 명은 강릉 갑부의 아들인 낙소종이었다. 두 사람은 진저리 날 정도로 담효령에게 끝없는 애정 표현을 하였지만, 결국 모두 무자비하게 거절당했다. 그 후 두 사람은 처음에는 별다른 태도를 보이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사랑은 원한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그들은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담씨 집안의 사업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도 안 되어 담효령이 관리하고 있던 지사는 더 이상 수입이 진행되지 않았다. 물론 담씨 집안도 이 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후 몇 번이나 담효령에게 마음을 좀 열어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이 씨 집안이든 낙 씨 집안이든, 시집가면 전혀 손해를 볼 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줄곧 눈이 높았던 담효령은 게으르기만 한 이 두 남자에게 시집가고픈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렇게 결국 홧김에 강중으로 달려온 것이다. 그러나 강중에 도착했을 때, 임신한 강우연이 이미 집에서 휴식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바로 한 씨 집안을 찾아왔다. 담효
“그래요! 저 대신 말 좀 전해주세요. 저도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움직이고 싶지만, 전혀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을!”강우연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네!”도청 전인은 짧은 대답과 함께 몸을 돌려 문 밖으로 걸어갔다. 그 무렵, 강중 상업계의 거물들 역시 분분히 공항으로 달려가고 있었고, 적지 않은 무종 사람들까지도 공항으로 달려가 맞이할 준비를 했다. 한편 그 시각 강릉 공항에서는, 강릉 여시수는 고위 간부와 수백 명의 사업가들을 데리고는, 공손하게 서 있었다. 그 옆 몇 개의 활주로에서는 모두 한지훈을 기다리는 여성들이 가득 서있었는데 다들 하나같이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심지어 웬만한 톱스타를 맞이하는 것보다 훨씬 성대했다. 필경 현재 한지훈의 명성은 정말 어마어마했고, 게다가 그 명성은 이미 4대 가문을 훨씬 능가하고 있었다. 한 사람의 힘으로 4대 가문을 무너뜨린 건, 용국의 지난 100년 역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수천 명의 군경들 또한 공항 부근을 물샐틈없이 에워싸고 있었다. 강릉의 몇 개 주요 고속도로들도 모두 봉쇄 계엄이 실시되었다. 곧이어 보잉 여객기 한 대가 활주로에 천천히 착륙했고, 선실 문이 열리면서 훤칠하고 젊은 남자 한 명이 천천히 기내를 나섰다. 여시수는 즉시 뒤에 있는 몇 명의 사무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이내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들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레드카펫을 깔았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젊은 남자는 당찬 걸음으로 에스컬레이터를 내려섰다. 공항 주변에서 열렬히 자신을 환영하는 사람들을 발견한 젊은 남자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오만한 눈빛으로 여시수를 보며 웃었다. “무려 여시수가 맞이해주고 있네!”이 젊은 남자는 얼핏 보면 한지훈과 매우 비슷하게 생겼다. 그러나 한지훈의 얼굴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한눈에 봐도 이 사람이 한지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 이유는, 한지훈은 누구를 대하든 겸손하고 예의 바르며 오기가 전혀 없기 때문이
바로 여시수 뒤에 서있었던 담창운은, 그들의 얘기를 들은 후 가슴이 저절로 가라앉았다. 자신의 두 손녀는 그 누구 하나 고집이 세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만약 담효운이 고집부리고 죽을지 언정 따라가지 않으려 한다면 담씨 집안에도 큰 화를 초래할게 뻔했다. 게다가 지금 이 상황은, 전에 이 씨 집안이나 낙씨 집안을 마주할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지금 한지훈이 용국에서의 지위가 하늘을 찌를 듯하니까. 이내 여시수가 허리 굽히고 한지훈을 차에 태우는 것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담창운은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아냈다. 다만 애석하게도 그가 지금까지도 모르고 있는 사실은, 눈앞의 한지훈은 가짜 인물이라는 것이다. “효운아, 방금 한 선생의 말도 들었다시피 네가...”담효운은 이빨을 악 문채, 울먹이긴 하지만 단호한 눈빛으로 담창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심상치 않은 표정에 담창운은 불길한 마음이 들어, 급히 담효운을 끌고 차에 올라탔다. 만약 담효운의 언짢은 표정을 한지훈이 보기라도 한다면, 담씨 집안은 필연적으로 큰 재난이 닥치게 될 거라 믿었다. 현재 한지훈의 명망으로는 얼마든지 담씨 집안을 쉽게 멸망시킬 수 있긴 하다. “효운아, 사실 할아버지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 선생은 우리 담씨 집안이 절대 미움을 사면 안 되는 거물이야! 그의 한마디로 우리 담씨 집안 수십 명의 식구들 목숨이 좌지우지될 수 있어!”담창운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담효운은 억울함을 토로하며 말했다. “할아버지! 다들 한지훈이 대영웅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아내한테도 잘해주는 사람이라면서요? 설마 그 모든 소문들이 거짓말이라는 거예요!”사실 담효운의 마음속에는 줄곧 짝사랑하고 있는 대상이 있었다. 두 사람의 감정은 줄곧 아주 안정적이었다. 다만 지금까지도 그 창호지를 뚫지는 못했다. 그 어떤 여자라도 자신의 가장 귀한 첫 경험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에게 남기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이니까. 설령 상대의 지위가 아
강우연은 한껏 어두워진 담효령의 표정에 답답한 듯 물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담효령은 겨우 침을 삼키고 작은 손을 벌벌 떨며 전화를 받았지만, 당황스러운 표정은 감출 수가 없었다. “효령아,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데 그래? 너 나 못 믿어?”평소와는 다른 담효령의 이상한 모습을, 강우연이 전혀 못 알아챌 리는 없었다. 이내 담효령은 고개를 돌려 강우연과 한지훈을 흘깃 보고는 난색을 표하였다. “이... 이번 사건은 한 씨 집안이랑 연관되는 일이야. 하도 무서운 일이라 난 굳이 너를 이번에 연루시키고 싶지는 않아!”뭐라고? 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한지훈은 처음에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지만, 한 씨 집안사람과 연관된 일이라는 말을 듣고는 순간 눈이 번쩍였다. “한 씨 집안사람이라고? 효령아, 나한테 자초지종을 얘기해주지 않을래?”담효령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여동생이 보낸 작별 문자를 한지훈에게 건네주었다. 메시지를 확인한 한지훈의 눈에는 순간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 “도청!”자신을 부르는 한지훈의 목소리에 도청 전인은 급히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주상!”“이것 봐봐!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한지훈은 그 문자를 도청 전인 앞에 내밀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헉!”도청 전인 또한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메시지 속에서 가리키는 한 선생은, 바로 한지훈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문제는 여태 강중에 이런 소문이 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지훈은 줄곧 해외에 지내다가는, 돌아오자마자 동방 오우와 백일봉에서 약전을 펼쳤었다. 그런데 대체 강릉에 갈 시간이 어디 있단 말인가? 강릉에서 떠돌아다니는 이 한지훈은 필연적으로 짝퉁이었다. “저... 저는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 제가 바로 사람을 보내 조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도청 전인은 두 손으로 다시 휴대폰을 건네며 말했다. 조사? 한지훈은 눈을 가늘게 뜬 채 말했다. “필요 없어. 시
“허허, 아가씨,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나의 감시 하에 있어. 당신이 언제 강중에 갔는지 언제 강중을 떠났는지 등등... 난 전부 상세한 보고를 받고 있다고!”이내 낙소종은 휴대폰을 꺼내, 문자 메시지를 클릭하고는 담효령의 앞에서 건들거렸다. “당장 차 치워. 우리 지금 바쁘거든!”한지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뭐라고?”낙소종은 그런 한지훈을 힐끗 훑어보고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네 까짓게 뭔데? 난 한 선생을 대신해서 여기서 저 여자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한 선생을 불쾌하게 만들면, 그 후과를 네가 감당할 수 있기나 해!”역시나 담효령이 예상한 바와 같이, 그는 자기가 담효령을 얻을 수 없는 이상 그 누구도 얻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낙소종은 장월동과 함께 식사를 할 당시, 이미 담효령을 깨끗하게 팔아넘긴 상황이었다. 담씨 집안 자매들은 하나하나 모두 아릿 다운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담효령이 가장 예뻤다. 다만 얼마 전 그녀는 강중으로 돌아간 후 줄곧 소식이 없었다. 그리하여 장월동이 직접 사람을 파견하여 그녀를 강제로 강릉으로 데려오려고 계획할 무렵, 낙소종은 부하들로부터 담효령이 강중으로 달려오고 있다는 보고를 받게 된 것이다. 그렇게 낙소종은 일단 급히 장월동에게 보고를 올리고는, 담효령이 향하는 길로 직접 달려와 그녀를 막은 것이다. 가짜 한지훈이 든든한 빽으로 있는 이상, 낙소종은 차에 탄 눈앞의 진짜 한지훈은 안중에 두지도 않았고, 더욱이는 담씨 집안을 더욱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했다. 지금으로서 그가 해야 할 일은 바로 담효령을 강제로 호텔로 데려가 자칭 “한 선생”의 쾌락을 만족시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할게. 차 치워, 지금 이럴 시간 없다고!”눈빛에 이미 살기가 배어 있었던 한지훈은 차갑게 말했다. “그렇게 바빠? 죽고 싶어 환장했나!”낙소종이 차문을 열려는 순간, 한지훈이 그의 뺨을 후려쳤고 쾅하는 소리와 함께 낙소종의 몸은 끊어진 연처럼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이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이어 입구에 서있던 하인을 밀치고는 담효령을 데리고 별장으로 직접 들어섰다. 그들은 문에 들어서자마자, 담창운이 2층 방향을 가리키며 소리 지르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무리 혈육의 정을 생각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정말 너 때문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는 꼴을 보고 싶은 거야?”그의 곁에 서있는 십여 명의 하인들은 모두 입을 다문 채 고개를 숙이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두 중년 남자는 잘못을 저지른 두 초등학생처럼 담창운 앞에 풀이 죽은 채 서서,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발자국 소리를 듣게 된 담창운은 입구에 선 담효령을 발견하였고 그녀와 함께 온 한지훈은 아예 외면했다. 그의 시선 속 한지훈은 정말 너무나도 평범해서 굳이 여겨 볼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다. “효령이야?”담창운은 눈살을 찌푸린 채 담효령을 바라보았다. “너 마침 잘 돌아왔어. 얼른 가서 네 여동생 좀 설득해 봐. 오늘 저녁 한 선생과 잠자리를 가지지 않으면 우리 담씨 집안에 큰 화가 닥치게 될 거야!” “우리가 20여 년동안 깨 키워준 은혜를 봐서라도, 이번만큼은 우리를 위해 나서줘야 되지 않겠어!”그러나 담효령이 입을 열기도 전에 한지훈이 먼저 앞으로 나아갔다. “어르신, 안심하세요. 손녀 분을 그곳에 보낼 필요가 없습니다. 저랑 효령이가 이곳까지 찾아온 건 바로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그 말을 들은 담창운은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흘깃 보고는 더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 “흥, 말 참 쉽게 하네. 어떻게 이걸 해결할 건데? 뭔 자신감으로 그렇게 장담을 하는 거야? 너 그 사람이 누군지 알기나 해?”“한지훈이죠!”한지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상대가 한 선생이란 걸 잘 알면서도 네가 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설마 고작 네 혀로?”담창운은 화가 난 나머지 웃음을 터뜨렸다. 어린놈이 이렇게나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줄은 몰랐다. 감히 넘볼 수도 없는 일에
그 말을 들은 집사는 급히 몇 사람을 데리고 빠른 걸음으로 2층으로 뛰어올랐다. “둘째 아가씨! 아가씨 얼른 문 열어요!” 곧이어 위층에서는 다급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주인님, 둘째 아가씨 방문이 열리지 않는데요!”집사는 이마에 식은땀까지 흘리며 뛰어 내려와 초조하게 말했다. “그럼 뭘 기다려, 얼른 문을 부수고 열어야지!”담창운은 급해난 나머지 눈시울까지 붉어졌다. 지금 이 순간, 그는 비할 데 없이 후회하며 가슴을 치게 됐다. 사실 담효령이든 담효운이든 그에게 있어 매우 소중한 손녀들이었다. 다만 애정 표현에 서툴렀던 그였기에 그동안 항상 투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손녀가 정말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담창운은 크게 후회됐다. 한지훈은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2층으로 올라가, 담씨 집안 하인 몇 명을 한꺼번에 밀치고는 방문을 걷어찼다. 방안은 칠흑같이 어두운 가운데, 담효운의 목에는 천이 묶인 채 몸은 공중에 높이 걸려있었다. “어? 둘째 아가씨...”집사가 막 나서려 하자, 한지훈이 먼저 방으로 뛰여 들어 손을 들어 담효운을 풀어주었다. 어느새 담효운의 몸은 좀 차가워졌다. 한지훈은 급히 손을 뻗어 담효운의 맥박을 살폈다. 담효운의 맥상은 이미 매우 미약하게 뛰고 있어 10분만 늦었더라도 저승길을 갈 뻔했다. “아가씨! 둘째 아가씨!”이내 하녀 몇 명이 급히 달려와 담효운을 침대에 눕혔지만, 그들이 어떻게 불러도 담효운은 여전히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곧이어 담창운과 두 중년 남자도 방문에 다가섰다. 그중 한 중년 남자는 쏜살같이 담효운의 침대 앞에 달려들어 초조하게 소리쳤다. “효운아! 담효운! 너 이렇게 죽으면 안 돼! 나한테 딸은 너 한 명뿐인데!”“효운아!”담창운은 눈물을 훔치며 천천히 침대 앞으로 다가와, 침대에 누워 겨우 숨을 쉬고 있는 담효운을 보면서 통곡하고 말았다. “만약 이대로 정말 죽게 된다면, 당신들 모두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한지훈은
“엄마, 나 너무 무서워. 나 이대로 죽는 거 아니지? 아빠... 아빠 보고 싶어. 나 진짜 아빠 있는 거 맞지? 나 이렇게 아프면... 아빠가 나 보러 와줄 거지? 흑흑...”눈물범벅인 얼굴의 강우연이 온통 피로 물든 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을 꼭 부여잡았다.“그럼. 아빠 분명 오실 거야. 그러니까 우리 고운이 조금만 더 힘내자, 응?”아이를 겨우 달랜 강우연이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5년 동안 단 한 번도 걸지 않았던 그 번호를 눌렀다.“한지훈, 나... 강우연이야. 고운이가... 고운이가... 우리 딸이... 교통사고를 당했어. 우리 고운이... 정말 잘못 되면 어떡하지? 지훈아, 제발... 제발 우리 고운이 보러 와주면 안 돼? 네가 너무 보고 싶대. 내가 이렇게 빌 테니까 제발 돌아와줘. 너 지금 도대체 어디 있는 건데.... 흑흑흑...”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털썩 주저앉은 강우연의 가냘픈 등이 슬픔으로 파르르 떨렸다.한편, 수화기 저편. 봉장대(封將台) 위에 서 있던 한지훈의 손이 살짝 떨렸다.눈앞에 모인 십만 병사들의 얼굴이 순간 흐릿해졌다.오늘은 10년에 한 번씩 거행되는 용국(龍國)의 봉장대전, 단 30만 명의 파용군을 이끌고 8국 연합 100만 대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한지훈을 5대 구역 중 하나인 북양구 장군으로 봉하는 자리이기도 했다.그 어느 때보다도 기뻐야 할 순간이지만 5년 만에 걸려온 전화를 듣는 순간, 한지훈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왔다.다급하게 다시 전화를 걸어왔지만 들리는 건 차가운 연결음뿐...‘안 돼...’그리고 영광스러운 순간을 바로 앞둔 그 시각, 한지훈은 수많은 대신들과 장군들이 지켜보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태산을 달리고 또 달렸다.그 모습에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봉장대전, 가문의 명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광스럽고 빛나는 자리, 그 자리를 제쳐두고 어딜 가는 걸까? 그것도 저렇게 굳은 표정으로...쿠궁!가파른 산길을 빠르게 내달린 한지훈이 산발치에 세워둔
그 말을 들은 집사는 급히 몇 사람을 데리고 빠른 걸음으로 2층으로 뛰어올랐다. “둘째 아가씨! 아가씨 얼른 문 열어요!” 곧이어 위층에서는 다급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주인님, 둘째 아가씨 방문이 열리지 않는데요!”집사는 이마에 식은땀까지 흘리며 뛰어 내려와 초조하게 말했다. “그럼 뭘 기다려, 얼른 문을 부수고 열어야지!”담창운은 급해난 나머지 눈시울까지 붉어졌다. 지금 이 순간, 그는 비할 데 없이 후회하며 가슴을 치게 됐다. 사실 담효령이든 담효운이든 그에게 있어 매우 소중한 손녀들이었다. 다만 애정 표현에 서툴렀던 그였기에 그동안 항상 투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손녀가 정말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담창운은 크게 후회됐다. 한지훈은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2층으로 올라가, 담씨 집안 하인 몇 명을 한꺼번에 밀치고는 방문을 걷어찼다. 방안은 칠흑같이 어두운 가운데, 담효운의 목에는 천이 묶인 채 몸은 공중에 높이 걸려있었다. “어? 둘째 아가씨...”집사가 막 나서려 하자, 한지훈이 먼저 방으로 뛰여 들어 손을 들어 담효운을 풀어주었다. 어느새 담효운의 몸은 좀 차가워졌다. 한지훈은 급히 손을 뻗어 담효운의 맥박을 살폈다. 담효운의 맥상은 이미 매우 미약하게 뛰고 있어 10분만 늦었더라도 저승길을 갈 뻔했다. “아가씨! 둘째 아가씨!”이내 하녀 몇 명이 급히 달려와 담효운을 침대에 눕혔지만, 그들이 어떻게 불러도 담효운은 여전히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곧이어 담창운과 두 중년 남자도 방문에 다가섰다. 그중 한 중년 남자는 쏜살같이 담효운의 침대 앞에 달려들어 초조하게 소리쳤다. “효운아! 담효운! 너 이렇게 죽으면 안 돼! 나한테 딸은 너 한 명뿐인데!”“효운아!”담창운은 눈물을 훔치며 천천히 침대 앞으로 다가와, 침대에 누워 겨우 숨을 쉬고 있는 담효운을 보면서 통곡하고 말았다. “만약 이대로 정말 죽게 된다면, 당신들 모두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한지훈은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이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이어 입구에 서있던 하인을 밀치고는 담효령을 데리고 별장으로 직접 들어섰다. 그들은 문에 들어서자마자, 담창운이 2층 방향을 가리키며 소리 지르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무리 혈육의 정을 생각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정말 너 때문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는 꼴을 보고 싶은 거야?”그의 곁에 서있는 십여 명의 하인들은 모두 입을 다문 채 고개를 숙이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두 중년 남자는 잘못을 저지른 두 초등학생처럼 담창운 앞에 풀이 죽은 채 서서,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발자국 소리를 듣게 된 담창운은 입구에 선 담효령을 발견하였고 그녀와 함께 온 한지훈은 아예 외면했다. 그의 시선 속 한지훈은 정말 너무나도 평범해서 굳이 여겨 볼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다. “효령이야?”담창운은 눈살을 찌푸린 채 담효령을 바라보았다. “너 마침 잘 돌아왔어. 얼른 가서 네 여동생 좀 설득해 봐. 오늘 저녁 한 선생과 잠자리를 가지지 않으면 우리 담씨 집안에 큰 화가 닥치게 될 거야!” “우리가 20여 년동안 깨 키워준 은혜를 봐서라도, 이번만큼은 우리를 위해 나서줘야 되지 않겠어!”그러나 담효령이 입을 열기도 전에 한지훈이 먼저 앞으로 나아갔다. “어르신, 안심하세요. 손녀 분을 그곳에 보낼 필요가 없습니다. 저랑 효령이가 이곳까지 찾아온 건 바로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그 말을 들은 담창운은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흘깃 보고는 더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 “흥, 말 참 쉽게 하네. 어떻게 이걸 해결할 건데? 뭔 자신감으로 그렇게 장담을 하는 거야? 너 그 사람이 누군지 알기나 해?”“한지훈이죠!”한지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상대가 한 선생이란 걸 잘 알면서도 네가 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설마 고작 네 혀로?”담창운은 화가 난 나머지 웃음을 터뜨렸다. 어린놈이 이렇게나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줄은 몰랐다. 감히 넘볼 수도 없는 일에
“허허, 아가씨,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나의 감시 하에 있어. 당신이 언제 강중에 갔는지 언제 강중을 떠났는지 등등... 난 전부 상세한 보고를 받고 있다고!”이내 낙소종은 휴대폰을 꺼내, 문자 메시지를 클릭하고는 담효령의 앞에서 건들거렸다. “당장 차 치워. 우리 지금 바쁘거든!”한지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뭐라고?”낙소종은 그런 한지훈을 힐끗 훑어보고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네 까짓게 뭔데? 난 한 선생을 대신해서 여기서 저 여자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한 선생을 불쾌하게 만들면, 그 후과를 네가 감당할 수 있기나 해!”역시나 담효령이 예상한 바와 같이, 그는 자기가 담효령을 얻을 수 없는 이상 그 누구도 얻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낙소종은 장월동과 함께 식사를 할 당시, 이미 담효령을 깨끗하게 팔아넘긴 상황이었다. 담씨 집안 자매들은 하나하나 모두 아릿 다운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담효령이 가장 예뻤다. 다만 얼마 전 그녀는 강중으로 돌아간 후 줄곧 소식이 없었다. 그리하여 장월동이 직접 사람을 파견하여 그녀를 강제로 강릉으로 데려오려고 계획할 무렵, 낙소종은 부하들로부터 담효령이 강중으로 달려오고 있다는 보고를 받게 된 것이다. 그렇게 낙소종은 일단 급히 장월동에게 보고를 올리고는, 담효령이 향하는 길로 직접 달려와 그녀를 막은 것이다. 가짜 한지훈이 든든한 빽으로 있는 이상, 낙소종은 차에 탄 눈앞의 진짜 한지훈은 안중에 두지도 않았고, 더욱이는 담씨 집안을 더욱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했다. 지금으로서 그가 해야 할 일은 바로 담효령을 강제로 호텔로 데려가 자칭 “한 선생”의 쾌락을 만족시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할게. 차 치워, 지금 이럴 시간 없다고!”눈빛에 이미 살기가 배어 있었던 한지훈은 차갑게 말했다. “그렇게 바빠? 죽고 싶어 환장했나!”낙소종이 차문을 열려는 순간, 한지훈이 그의 뺨을 후려쳤고 쾅하는 소리와 함께 낙소종의 몸은 끊어진 연처럼
강우연은 한껏 어두워진 담효령의 표정에 답답한 듯 물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담효령은 겨우 침을 삼키고 작은 손을 벌벌 떨며 전화를 받았지만, 당황스러운 표정은 감출 수가 없었다. “효령아,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데 그래? 너 나 못 믿어?”평소와는 다른 담효령의 이상한 모습을, 강우연이 전혀 못 알아챌 리는 없었다. 이내 담효령은 고개를 돌려 강우연과 한지훈을 흘깃 보고는 난색을 표하였다. “이... 이번 사건은 한 씨 집안이랑 연관되는 일이야. 하도 무서운 일이라 난 굳이 너를 이번에 연루시키고 싶지는 않아!”뭐라고? 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한지훈은 처음에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지만, 한 씨 집안사람과 연관된 일이라는 말을 듣고는 순간 눈이 번쩍였다. “한 씨 집안사람이라고? 효령아, 나한테 자초지종을 얘기해주지 않을래?”담효령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여동생이 보낸 작별 문자를 한지훈에게 건네주었다. 메시지를 확인한 한지훈의 눈에는 순간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 “도청!”자신을 부르는 한지훈의 목소리에 도청 전인은 급히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주상!”“이것 봐봐!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한지훈은 그 문자를 도청 전인 앞에 내밀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헉!”도청 전인 또한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메시지 속에서 가리키는 한 선생은, 바로 한지훈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문제는 여태 강중에 이런 소문이 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지훈은 줄곧 해외에 지내다가는, 돌아오자마자 동방 오우와 백일봉에서 약전을 펼쳤었다. 그런데 대체 강릉에 갈 시간이 어디 있단 말인가? 강릉에서 떠돌아다니는 이 한지훈은 필연적으로 짝퉁이었다. “저... 저는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 제가 바로 사람을 보내 조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도청 전인은 두 손으로 다시 휴대폰을 건네며 말했다. 조사? 한지훈은 눈을 가늘게 뜬 채 말했다. “필요 없어. 시
바로 여시수 뒤에 서있었던 담창운은, 그들의 얘기를 들은 후 가슴이 저절로 가라앉았다. 자신의 두 손녀는 그 누구 하나 고집이 세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만약 담효운이 고집부리고 죽을지 언정 따라가지 않으려 한다면 담씨 집안에도 큰 화를 초래할게 뻔했다. 게다가 지금 이 상황은, 전에 이 씨 집안이나 낙씨 집안을 마주할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지금 한지훈이 용국에서의 지위가 하늘을 찌를 듯하니까. 이내 여시수가 허리 굽히고 한지훈을 차에 태우는 것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담창운은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아냈다. 다만 애석하게도 그가 지금까지도 모르고 있는 사실은, 눈앞의 한지훈은 가짜 인물이라는 것이다. “효운아, 방금 한 선생의 말도 들었다시피 네가...”담효운은 이빨을 악 문채, 울먹이긴 하지만 단호한 눈빛으로 담창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심상치 않은 표정에 담창운은 불길한 마음이 들어, 급히 담효운을 끌고 차에 올라탔다. 만약 담효운의 언짢은 표정을 한지훈이 보기라도 한다면, 담씨 집안은 필연적으로 큰 재난이 닥치게 될 거라 믿었다. 현재 한지훈의 명망으로는 얼마든지 담씨 집안을 쉽게 멸망시킬 수 있긴 하다. “효운아, 사실 할아버지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 선생은 우리 담씨 집안이 절대 미움을 사면 안 되는 거물이야! 그의 한마디로 우리 담씨 집안 수십 명의 식구들 목숨이 좌지우지될 수 있어!”담창운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담효운은 억울함을 토로하며 말했다. “할아버지! 다들 한지훈이 대영웅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아내한테도 잘해주는 사람이라면서요? 설마 그 모든 소문들이 거짓말이라는 거예요!”사실 담효운의 마음속에는 줄곧 짝사랑하고 있는 대상이 있었다. 두 사람의 감정은 줄곧 아주 안정적이었다. 다만 지금까지도 그 창호지를 뚫지는 못했다. 그 어떤 여자라도 자신의 가장 귀한 첫 경험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에게 남기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이니까. 설령 상대의 지위가 아
“그래요! 저 대신 말 좀 전해주세요. 저도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움직이고 싶지만, 전혀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을!”강우연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네!”도청 전인은 짧은 대답과 함께 몸을 돌려 문 밖으로 걸어갔다. 그 무렵, 강중 상업계의 거물들 역시 분분히 공항으로 달려가고 있었고, 적지 않은 무종 사람들까지도 공항으로 달려가 맞이할 준비를 했다. 한편 그 시각 강릉 공항에서는, 강릉 여시수는 고위 간부와 수백 명의 사업가들을 데리고는, 공손하게 서 있었다. 그 옆 몇 개의 활주로에서는 모두 한지훈을 기다리는 여성들이 가득 서있었는데 다들 하나같이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심지어 웬만한 톱스타를 맞이하는 것보다 훨씬 성대했다. 필경 현재 한지훈의 명성은 정말 어마어마했고, 게다가 그 명성은 이미 4대 가문을 훨씬 능가하고 있었다. 한 사람의 힘으로 4대 가문을 무너뜨린 건, 용국의 지난 100년 역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수천 명의 군경들 또한 공항 부근을 물샐틈없이 에워싸고 있었다. 강릉의 몇 개 주요 고속도로들도 모두 봉쇄 계엄이 실시되었다. 곧이어 보잉 여객기 한 대가 활주로에 천천히 착륙했고, 선실 문이 열리면서 훤칠하고 젊은 남자 한 명이 천천히 기내를 나섰다. 여시수는 즉시 뒤에 있는 몇 명의 사무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이내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들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레드카펫을 깔았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젊은 남자는 당찬 걸음으로 에스컬레이터를 내려섰다. 공항 주변에서 열렬히 자신을 환영하는 사람들을 발견한 젊은 남자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오만한 눈빛으로 여시수를 보며 웃었다. “무려 여시수가 맞이해주고 있네!”이 젊은 남자는 얼핏 보면 한지훈과 매우 비슷하게 생겼다. 그러나 한지훈의 얼굴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한눈에 봐도 이 사람이 한지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 이유는, 한지훈은 누구를 대하든 겸손하고 예의 바르며 오기가 전혀 없기 때문이
백일봉에서의 일전 결과는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졌다. 한지훈이 손을 드는 사이에 5성 용급 천왕계 강자인 동방 오우가 살해당했다는 소식 또한, 곧 강중에 전해졌다. 그동안 우연 그룹에 복종했던 많은 세가들은 그 소식을 접하고는 다행이라 생각했다. 복종하지 않았다가는, 일단 한지훈이 돌아오게 되면 그들은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될 테니까. 한편 한 씨 집안 별장에서는 한 젊은 여자가 강우연의 침대 옆에 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담효령, 강우연의 몇 안 되는 절친 중 한 명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담효령은 바로 유학을 떠났다. 그러다가 불과 1년 전 고향인 강릉으로 돌아왔고, 여태 집안 살림을 도우러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담효령은 자신의 빛나는 미모로 인해 골치 아파하고 있었다. 강릉에 돌아온 지 한 달도 안 되어, 강릉의 두 도련님이 하나같이 그녀에게 반한 것이다. 이 두 명의 도련님 중 한 명은 강릉의 태자라고 불리는 이설비이고, 다른 한 명은 강릉 갑부의 아들인 낙소종이었다. 두 사람은 진저리 날 정도로 담효령에게 끝없는 애정 표현을 하였지만, 결국 모두 무자비하게 거절당했다. 그 후 두 사람은 처음에는 별다른 태도를 보이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사랑은 원한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그들은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담씨 집안의 사업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도 안 되어 담효령이 관리하고 있던 지사는 더 이상 수입이 진행되지 않았다. 물론 담씨 집안도 이 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후 몇 번이나 담효령에게 마음을 좀 열어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이 씨 집안이든 낙 씨 집안이든, 시집가면 전혀 손해를 볼 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줄곧 눈이 높았던 담효령은 게으르기만 한 이 두 남자에게 시집가고픈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렇게 결국 홧김에 강중으로 달려온 것이다. 그러나 강중에 도착했을 때, 임신한 강우연이 이미 집에서 휴식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바로 한 씨 집안을 찾아왔다. 담효
여태 천신계 강자들은 줄곧 강제적인 요구를 받아오며, 세속의 일에 참여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만약 이 규정이 일단 뚫리게 된다면, 용국에는 지금으로선 바로 천신계로 돌파할 수 있는 사람이 정말 많지는 않을 것이다. “흥! 설령 천신계를 돌파한다 하더라도 북양 왕은 동방 가문 제자들보다는 나을 겁니다!”진우는 차갑게 대답했다. 동방 소의 말대로 설령 한지훈을 말린다 하더라도, 문제는 그를 말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지훈은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심지어 국왕조차도 일부러 눈을 감아주고 있는 상황에, 진우는 굳이 나서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전혀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다. “맞습니다. 진 사령관께서도 더 이상 저희 용국의 미래 천신 강자만을 위하여 현재의 손실을 지켜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뒤따라 원상용도 사정하기 시작했다. “흥! 여러분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4대 가문이든 동방 가문이든 누구든지 막론하고, 오늘 이번 일은 제가 절대로 나서지 않을 겁니다!”진우는 여전히 단호하게 거절했다. 바로 그때, 찬란하게 빛나는 별빛이 갑자기 떨어져 사람들은 그 눈부심에 저절로 눈을 감게 되었다. 그 별빛은 갑자기 백일봉 전체를 온통 덮어버렸다. “쾅!”이내 하늘과 땅을 뒤흔드는 기운이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눈부신 별빛은 흩어져 버렸고, 큰 구덩이 속을 들여다보니 동방 오우는 이미 가루가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게다가 은은하게 바람까지 불어 유골마저 허공으로 날려가게 됐다. 우천존이 마침 그 끔찍한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난번에는 단지 놀라울 정도였다면, 한지훈은 이번에 확실히 그에게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그는 진법을 통과하여 성신의 힘을 끌어들여 순식간에 동방 오우를 소멸시켰다. 그 장면에, 동방 가문 사람들은 입을 크게 벌린 채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원상용은 더욱 비할 데 없이 내심 후회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하던 동방 오우가 순식간에 공기 중에 흩날리는 유골이 되었다니. 다른 두 가문의 사람들도 모두 벌벌 떨고 있
“쾅!”큰 소리와 함께 동방 오우는 다시 엄청난 피를 뿜어내기 시작했고, 그 속에는 적지 않은 내장 조각들마저 끼여있었다. “화산에 이렇게나 좋은 진법이 있는데 아쉽게 됐네. 안타깝지만 진종의 또 다른 후계자를 한 명 더 배양해야겠어!”한지훈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탄식했다. 동방 오우는 더 이상 언급할 가치가 없긴 하지만, 방금 그가 보여준 진법은 한지훈이 보기에도 매우 강력했다. 지금까지도 한지훈은 그 광막이 대체 어떻게 펼쳐진 건지 깨닫지 못했다. 한지훈은 만약 자신이 그 광막의 진법을 장악할 수만 있다면, 반드시 더욱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는 화산의 제자가 아니었기에 이러한 신기한 진법의 비법을 얻을 수는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설마 내가 보잘것없다고 조롱이라도 하는 거야?”이내 동방 오우가 노호하며 말했다. “난 수만 명의 화산 제자 중에서 유일하게 진종 제자로 뽑히게 됐어. 그런데 네가 뭔데 나더러 보잘것없데!”동방 오우는 눈을 휘둥그레 뜬 채 교만한 모습을 보였다. “난 네가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엄청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곧이어 한지훈이 다시 손바닥을 내리치자 큰 굉음과 함께 한바탕 기랑이 자욱해졌다. 그 기운에 백일봉마저 진동하기 시작하며 당장이라도 무너질 기세였다. 아래에 있던 구경꾼들은 뒤흔들리는 백일봉의 모습에 괜히 자신들이 다치기라도 할까 봐 일제히 멀리 도망쳤다. “쾅!”바로 그때, 한지훈이 또 한 방 날렸다. 그렇게 온 하늘은 한바탕 연기와 먼지가 흩날렸고, 동방 오우는 큰 구덩이 속으로 말려들 가게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방 오우가 다시 일어나려 하자, 한지훈이 그의 아랫배를 밟았다. “네가 화산의 제자면 뭐 어떤데? 진종의 후계자면 또 어떤데?”한지훈은 다시금 진법을 발동했다. 이때 하늘에는 별똥별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 별빛은 눈에 띄는 속도로 동방 오우에게로 향했다. 화살처럼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는 별빛에, 동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