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너무 무서워. 나 이대로 죽는 거 아니지? 아빠... 아빠 보고 싶어. 나 진짜 아빠 있는 거 맞지? 나 이렇게 아프면... 아빠가 나 보러 와줄 거지? 흑흑...”눈물범벅인 얼굴의 강우연이 온통 피로 물든 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을 꼭 부여잡았다.“그럼. 아빠 분명 오실 거야. 그러니까 우리 고운이 조금만 더 힘내자, 응?”아이를 겨우 달랜 강우연이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5년 동안 단 한 번도 걸지 않았던 그 번호를 눌렀다.“한지훈, 나... 강우연이야. 고운이가... 고운이가... 우리 딸이... 교통사고를 당했어. 우리 고운이... 정말 잘못 되면 어떡하지? 지훈아, 제발... 제발 우리 고운이 보러 와주면 안 돼? 네가 너무 보고 싶대. 내가 이렇게 빌 테니까 제발 돌아와줘. 너 지금 도대체 어디 있는 건데.... 흑흑흑...”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털썩 주저앉은 강우연의 가냘픈 등이 슬픔으로 파르르 떨렸다.한편, 수화기 저편. 봉장대(封將台) 위에 서 있던 한지훈의 손이 살짝 떨렸다.눈앞에 모인 십만 병사들의 얼굴이 순간 흐릿해졌다.오늘은 10년에 한 번씩 거행되는 용국(龍國)의 봉장대전, 단 30만 명의 파용군을 이끌고 8국 연합 100만 대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한지훈을 5대 구역 중 하나인 북양구 장군으로 봉하는 자리이기도 했다.그 어느 때보다도 기뻐야 할 순간이지만 5년 만에 걸려온 전화를 듣는 순간, 한지훈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왔다.다급하게 다시 전화를 걸어왔지만 들리는 건 차가운 연결음뿐...‘안 돼...’그리고 영광스러운 순간을 바로 앞둔 그 시각, 한지훈은 수많은 대신들과 장군들이 지켜보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태산을 달리고 또 달렸다.그 모습에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봉장대전, 가문의 명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광스럽고 빛나는 자리, 그 자리를 제쳐두고 어딜 가는 걸까? 그것도 저렇게 굳은 표정으로...쿠궁!가파른 산길을 빠르게 내달린 한지훈이 산발치에 세워둔
한편, K대 대학병원.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갑자기 병실에 들이닥치더니 한고운에게 응급처치를 취하고 있는 의료진들을 전부 내쫓아버렸다.다급한 마음에 강우연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당신들 뭐야! 저 사람들을 왜 내쫓아! 이러다 내 딸 진짜 죽는다고!”또각또각.저승사자의 목소리 같은 남자의 구두굽 소리가 찰나의 정적을 꿰뚫었다.곧이어 보디가드들이 홍해 갈라지 듯 양쪽으로 갈라지고 그 사이로 흰 정장을 입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분명 잘생긴 얼굴이었지만 입가에 걸린 서늘한 미소가 수상한 남자였다.“강우연, 어떻게? 내가 말한 조건은 좀 생각해 봤어? 이번 사고는 그냥 경고일 뿐이야. 내 말대로 그냥 나랑 몇 번만 만나. 네 딸 지금 바로 구해 줄 거니까.”남자의 말을 듣던 강우연이 고개를 홱 돌렸다.혐오와 증오가 가득한 눈으로 남자를 노려보던 강우연이 남자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부여잡았다.“김태우! 우리 고운이 사고, 네가 낸 거야? 왜! 왜 그랬어 왜! 차라리 나한테 그러지. 왜 애꿎은 애한테 그러냐고! 우리 고운이 이제 겨우 네 살이란 말이야...”가슴 터져라 소리치던 강우연이 결국 오열하며 작은 주먹으로 남자의 가슴을 내리쳤다.“이게 어디에 손을 대!”짝!거침없이 강우연의 뺨을 날린 김태우가 그녀의 가는 팔목을 꽉 부여잡았다.“강우연, 왜 이래? 이게 다 네가 자초한 일이잖아. 내가 그 동안 들인 돈이 얼만데. 튕기는 것도 정도껏이어야지. 딸이 있어서 나한테 관심을 안 주는 건가 싶어서 말이야. 그래서 내가 사고 냈어. 커다란 트럭이 저 조그만 애랑 부딪히는데... 어우, 내가 시킨 거지만 좀 잔인하긴 하더라.”“으아아악! 김태우, 이 악마만도 못한 자식! 이 사이코패스, 변태 자식아! 내가 너 경찰에 신고할 거야!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강우연은 있는 힘을 다해 악을 쓰며 김태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돌아오는 건 그의 거센 따귀뿐이었다.그리고 강우연의 머리채를 꽉 부여잡은 김태우가 눈물로 범벅진 얼굴을 흥미롭다는
같은 시각, S시 공항은 완벽하게 봉쇄된 상태, 세계를 놀라게 만든 3대 신의가 동시에 도착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이에 S시 시장 소지성과 재계 1위 이안그룹 대표 이한승을 비롯한 각계 유명 인사들이 공항 VIP 휴게실에 모였다.못 고치는 병이 없다고 하여 신의 손, 화타의 환생이라고도 불리는 3대 신의를 만나고 싶어 하는 정치인들, 재벌그룹 회장들은 줄을 섰지만 천문학적인 금액의 진료비용에 몇 년 뒤로 밀려있는 웨이팅 때문에 얼굴 한번 보기가 힘든 인물!그런 그들이 S시를 방문했다니 어떻게든 연이 닿지 않을까 싶어 모인 이들이 대부분이었다.가장 앞에 선 소지성과 이한승이 감격에 찬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손강수 신의님, 하시윤 신의님, 이나희 신의님. 저희 S시를 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하지만 소지성의 인사 따위 귀에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세 사람은 초조한 얼굴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우우웅!그리고 그 순간, 군용 지프차 세 대가 총알처럼 달려오더니 군복 차림의 용육, 용칠, 용팔이 각기 차에서 내렸다.시장이니 재계 1위 그룹 회장이니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모습에 덩그러니 남겨진 사람들은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시장님,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입니까? 신의님들이 이렇게 떠나시다뇨. 방금 전 그 군인들은 뭡니까?”시의원 송호문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 소지성 시장 역시 잔뜩 굳은 표정이다.군 장교 출신인 그는 방금 전 세 군인의 차림새를 다시 되새겨 보았다.‘북양구 파용군 소속이 왜 여기에.’“어서 사람들을 보내 저들의 움직임을 주시하세요. 단, 저들이 하는 짓을 막아선 안 됩니다. 그저 상황 보고만 하시면 되는 거예요.”소지성이 송호문에게 말했다.고개를 끄덕인 송호문이 부랴부랴 자리를 뜨려는 소지성에게 물었다.“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어딜 이렇게 급하게 가시는 거예요?”“장군님한테 가봐야겠습니다. 뭔가 큰일이 날 것 같아요.”이 말을 마지막으로 소지성은 빠르게 차에 올라탔다.한편, 파용군 비밀 임무 수행
“사령관님, 이제 저흰 어떡하죠? 파용군이 S시에 나타나면 상황이 복잡해질지도 모릅니다. 기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고요.”홍진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한편, 무슨 생각을 하는지 미간을 찌푸린 채 한참을 침묵하던 서효양이 말했다.“어서 원로님들에게 이 사실을 아려. 그리고 참모장 자네는 직접 S시로 가봐. 최대한 빨리!”스크린을 통해 파용군의 위치를 다시 확인한 서효양이 또다시 명령을 내렸다.“S시 시장 연결해. 앞으로 30분마다 S시의 상황을 보고한다. 한민학 군단장더러 직접 움직이라고 해. 이번 일 제대로 못해내면 다들 옷 벗을 각오해야 할 거야!”퍽!분노에 찬 서효양의 펀치와 함께 의자가 산산조각 났다.한편,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는 S시는 거센 폭풍을 앞둔 바다처럼 기이한 고요함을 풍기고 있다.S시 교외의 한 별장.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기댄 한지훈의 얼굴이 보인다.극도의 흥분과 분노로 인해 과거 전투에서 입은 내상이 다시 도져 피까지 토하며 쓰러진 한지훈이었지만 3대 신의인 손강수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사령관님, 더 이렇게 흥분하시면 정말 곤란합니다. 다음에 또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제가 아니라 정말 화타님께서 환생하신다 해도 사령관님을 구할 수 없을 겁니다.”이미 환갑을 넘긴 손강수가 금색 침을 집어넣으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고맙습니다.”아직 무리를 하면 안 된다는 손강수의 말에도 한지훈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제 딸... 우리 고운이는 어떻습니까?”“걱정하지 마십시오. 다른 두 분께서 치료를 하고 계시니 아가씨께서도 무사히 깨어나실 겁니다.”손강수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그의 말에도 안심이 되지 않는 듯 한지훈은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일어섰다.터벅터벅.한고운이 누워있는 방 앞에 도착한 한지훈은 혹시나 아이가 깨어날까 훨씬 더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아무 일도 없다는 듯 곱게 잠든 한고운을 보니 마음이 놓이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 물었다.“우리 고운이 괜찮은 거
송호문의 분노에 조명한은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병원에서 신고를 받고 밤새 CCTV까지 뒤져가며 용의자들 위치를 파악했다.사망자가 워낙 많은 큰 사건이다 보니 이번 일만 깔끔하게 해결하면 특진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그런데... 칭찬은커녕 불호령이라니.‘게다가 왜... 오히려 저 남자를 두려워하는 것 같은 눈치지?’“청장님, 저희 용의자 체포하러 온 겁니다. 전체 철수라뇨. 그게 지금 말이됩니까? 저 자식들 7명이나 죽인 흉악범들입니다!”송호문의 말에 반박하며 조명한은 한지훈 일행을 힐끗 바라보았다.‘방금 전, 내가 느꼈던 건 분명히 살기였어. 청장님이 중간에 끼어들지 않으셨다면 정말 총격전이 벌어졌을지도 몰라!’“조명한, 너 미쳤어? 네가 뭔데 나대! 너만 경찰이야? 너만 경찰이냐고! 좋게 말할 때 당장 철수해, 알겠어?”송호문은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시장님 특별 지시란 말이다, 이 자식아! 너나, 나나 자리 보전하고 싶으면 제발 내가 시키는대로 하라고!’비록 송호문 본인도 한지훈의 진짜 정체는 물론, S시까지 온 이유를 알지 못했으나 소지성 시장을 그렇게까지 벌벌 떨게 만들 사람이라면 결코 그가 상대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죄송합니다. 명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나 보군요. 정의감에 심취한 경찰이 일으킨 해프닝 정도로 생각해 주십시오.”송호문은 최대한 친절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려 애를 썼지만 한지훈의 차가운 얼굴에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다리마저 후들후들 떨려오기 시작했다.정말 강제 진압이 진행되기 전에 달려왔으니 망정이지 단 몇 초라도 늦었더라면 조명한을 비롯한 경찰특공대 팀 전체가 전멸했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며 두려움은 점점 더 몸집을 키워나갔다.이때 한지훈 대신 용일이 앞으로 한발 나서며 비아냥거렸다.“하, 일개 경찰특공대가 이런 짓을 벌여요? 정말 미치신 겁니까?”분명 존댓말이지만 단어 하나하나 사이에 박혀있는
바로 전화를 끊은 한지훈의 주위에 살기가 피어올랐다. 긴 다리를 번쩍 들어 지프차에 탄 한지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늘부터 난 북양 총사령관 자리를 포기한다. 앞으로 난 군과 그 어떤 관련도 없는 민간인이야. 그리고 신룡전 애들한테 전해. 최대한 빨리 S시로 이동한다. 그리고 용오, 용육, 용칠, 용팔. 너희들은 산장에 남는다.”“사령관님, 정말 전역하실 겁니까?”용일이 다급하게 물었다. 북양왕, 현 시대의 가장 뛰어난 명장, 용국의 상징이자 8대 용장의 우상과도 같은 존재, 이대로 모든 걸 버린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앞섰다.“그래. 이미 결정한 일이니 더 이상 토달지 마. 타워 팰리스로 출발한다.”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한 한지훈이 거세게 엑셀을 밟았다.‘우연아, 조금만 참아. 내가 곧 갈게. 이제부터 넌 내가 지킬 거야.’이에 용일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이 용일, 죽을 때까지 사령관님을 따르기로 맹세한 몸, 저도 파용군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신룡전 소속으로서 사령관님을 모시겠습니다!”“용이 역시 죽을 때까지 사령관님을 따르기로 맹세한 몸, 저도 파용군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신룡전 소속으로서 사령관님을 모시겠습니다!”뒤이어 용일부터 용팔까지 모든 8대 용장이 파용군의 직책을 내려놓고 오로지 신룡전의 8대 용장으로서 한지훈을 보좌하기로 선포한다.신룡전, 비록 파용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민간 비밀 조직일 뿐, 공식적으로 군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곳, 국가가 아닌 오직 한지훈을 위해 싸우는 이들이 모인 곳이기도 했다.힘들 결정일 텐데 기꺼이 그의 뜻에 따라준 8대 용장을 바라보던 한지훈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용국의 가장 신비로운 곳, 용각.경계가 삼엄한 내각 대청의 원탁에 네 명의 중년 남자가 앉아있다.전화기를 내려놓은 신한국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휴, 어쩜 나이를 먹어도 변하는 게 없니. 여전히 고집불통이군.”“왜요. 저쪽에서 먼저 끊은 겁니까?”작은 키에 통통한 몸매, 금테
눈물 범벅이던 강우연의 입술이 파르르 떨려왔다.지금 그녀의 눈에 보이는 저 강인한 인상의 남자가... 정말 환각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 맞는 건지 의심스럽기마저 했다.가장 절망스러운 순간, 5년 동안 수없이 그리워했던 그가 드디어 나타났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이 사실을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마음과 달리 몸은 이미 이 상황을 인지한 듯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드디어... 드디어 왔네요. 드디어...”한지훈은 품에 안긴 가냘픈 그녀의 등을 내려다 보았다.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확연히 마른 몸이 그 동안의 고생을 말해 주는 듯했다.강우연의 눈물과 핏방울을 닦아주던 한지훈의 눈동자는 그녀의 총상을 발견하고 다시 차갑게 식어버렸다.심장과 단 몇 센치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 정말 하마터면 죽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살의가 치솟았다.“으악, 으흑흑...”한편, 김태우는 온몸이 피투성이인 양예나의 등을 다시 꾹 밟았다.비록 등은 찢어질 듯 아팠지만 양예나는 감동의 미소와 함께 한지훈과 강우연을 바라보았다.방금 전 몇 미터나 되는 곳에서 훌쩍 뛰어내려 강우연을 구하던 그 모습, 마치 영화속 멋진 남자주인공, 동화속 왕자님처럼 비현실적이었다.그와 동시에 양예나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설마... 저 남자가 고운이 아빠?’“우연아, 드디어... 드디어 만났구나. 축하해. 이제 저 사람이랑 행복하게 살아. 다시는 이런 데 오지 말고... 영원히 행복하게...”속삭이듯 이 말을 내뱉은 양예나는 이미 죽음을 각오한 듯 스르륵 눈을 감았다.“탕!”김태우의 총구에서 발사된 총알이 양예나의 두 다리를 관통했다.“꺄아악!”양예나의 비참한 비명소리가 건물을 가득 채웠다.하지만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 김태우는 저 멀리 서로를 안고 있는 한지훈과 강우연을 바라보며 악을 썼다.“당장 잡아! 저 자식들 당장 내 앞으로 끌고 오라고!”저벅저벅.발걸음 소리가 건물을 가득 채우고 김
도검과 곤봉을 든 수백 명의 장정들이 그들을 향해 뛰어왔다. 그들의 기세에 강우연은 그 자리에서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런데도 강우연은 어깨가 찢어지는 고통을 견뎌내며 연약한 몸으로 한지훈의 앞을 막아서 그를 보호하려 했다. 그녀는 손에 중절모를 들고 파이프를 피는 중년 남자에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제 잘못이에요. 이 사람은 풀어주세요! 제가 다 책임질게요... 제발요..."다리 힘이 풀려 스르륵 쓰러지는 그녀의 어깨를 따뜻한 손이 감싸주었다. 그녀는 그렁그렁한 눈으로 화가 난 얼굴을 한 한지훈을 보면서 말했다."뭐 하는 짓이에요! 김씨 가문의 김정학 어르신이에요. 어르신의 수하만 몇천 명이에요, s 시의 탑4 재력가중의 한 명이세요. 당신이 상대할 사람은 아니니 먼저 고은이를 데리고 이 자리를 떠나요. 내가 알아서 할게요."한지훈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다정한 눈빛으로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정리해 주면서 말했다. "자기는 내 사람이야, 내 여자가 누구 앞에 무릎 꿇고 비는 걸 볼 수 없어.""아! 삼촌... 삼촌... 살려줘요! 제발요..."피투성이가 된 김태우가 김정학을 향해 울부짖었다. 김정학은 그런 김태우를 쓸쓸한 눈빛으로 보았다. 너무나 비참한 모습을 한 조카를 보고 있자니 분노가 몸에 치솟았다."감히! 내 조카를 건드려? 죽는 게 두렵지 않나 보군?"한지훈이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그는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는 강우연을 자기 쪽으로 끌어안으면서 말했다."당신이 날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이놈!"김정학의 분노한 소리에 뒤에 있던 수백 명의 수하들이 도검과 곤봉을 꽉 쥐어 올렸다. 김정학의 한마디면 한지훈과 강우연을 흔적도 없이 썰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내 앞에서 두 눈 똑바로 이런 말을 하는 녀석은 처음이군. 너에게 두가지 선택지를 주겠다. 하나는 무릎 꿇고 빌게 된다면 사지를 못 쓰게 만드는 거로 끝내겠어. 다른 하나는 너와 이 여자 둘 다 죽는 거야."김정학의 말을 들은
그 후, 한지훈의 응전과 동시에 그에게 관을 준비하라는 말은 원효천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쾅!"거의 순식간에 원효천의 몸에서 섬뜩한 기운이 분출되며 호텔 전체를 가득 채웠다! 원상용 등 원씨 가문 사람들은 원효천의 곁에 서서 모두 살을 에는 듯한 한기를 느꼈다. 원효천의 안색은 몹시 어두웠고, 그의 눈에는 살기가 뿜어져 나오며 TV 화면에 나오는 한지훈을 주시했다. "건방진 자식! 네놈이 죽음을 자초하는구나!!"원효천은 화가 나서 포효했고, 그의 기세에 화면에 금이 가며 산산조각 났다! 이 광경을 본 원씨 가문 사람들도 몇 번 숨을 헐떡이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며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가주님, 실력이 한 단계 더 성장하셨군요!""가주님, 화내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한지훈 그 건방진 놈은 죽이면 그만입니다!"원상용이 다급하게 말했다."흥!"원효천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더니 창가로 걸어가 강중 전체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난 단 한 번도 한지훈을 안중에 둔 적이 없다! 내가 신경 쓰는 것은 강중 전체이지! 북양왕 따위는 한 손으로도 잡아 죽일 수 있다고!""예, 예, 가주님의 말씀이 맞습니다!"원상용이 얼른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그런데 가주님, 저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번에는 이미 실패를 했습니다…"그러자 원효천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 되물었다. "한씨 가문은 어떻게 되었지?""예, 스파이에 따르면 한씨 가문 가주인 한진욱이 이미 성검종의 수좌인 장위성과 연락을 하였다고 합니다! 만약 제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장위성은 오늘 강중에 도착해 m의 애제자인 곽연의 복수를 할 것입니다!"이 말을 들은 원효천은 돌아서서 말했다."응? 성검종의 수좌인 장위성이 직접 움직이다니, 이건 내 예상 밖이군.""장위성은 이미 수년 전에 이성 현급 천왕의 경지에 도달했지! 그가 직접 나선다면 한지훈 그 자식은 죽음을 면치 못할 거다!"이 말을 한 원효천의 얼굴에는 흉악한 냉소가 가득했다. "맞습니다!
한지훈은 눈썹을 치켜뜬 채, 사방에서 자신을 노리는 카메라 렌즈를 훑어보았다. 이내 그는 가소롭다는 듯이 차갑게 웃으며 다시 이 회장을 쳐다보았다. "내가 고작 이런 것들을 무서워할 것 같아?" 그의 단 한마디로 이 회장은 순간 죽음의 위협을 느끼게 됐다. "너... 너 대체 뭐 하려는 거야? 한지훈, 너 명심해! 넌 더 이상 이전의 북양 왕이 아니야. 지금의 넌 그저 평범한 서민일 뿐이야. 만약 네가 감히 나를 건드리려 한다면, 원 씨 가주님께서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이 회장은 비명을 지르며 소리쳤다. "아? 그 말은 즉 네 뒤에 있는 배후가 바로 원 씨 집안이라는 거네?" 한지훈은 눈빛에서 한기를 뿜어내며 차갑게 웃었다. 얼떨결에 말실수로 실언을 해버린 이 회장은 그제야 말을 버벅거렸다. "원 씨 집안은 무슨..." "이 회장, 전부터 네가 거듭하여 우리한테 귀찮게 굴 때 나는 한 번도 너를 어쩌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어. 널 어떻게든 봐주려고 노력했지. 그러나 오늘, 네가 나한테 한 짓은 정말 참을 수가 없네!" "그래서 말이야. 미안하지만 난 더 이상 널 이 세상에 남기고 싶지가 않아!" 말을 마치자마자 한지훈은 발을 들어 이 회장을 밟아버렸다. 잔뜩 겁에 질린 이 회장은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아, 하지 마... 내가 잘못했어. 사실대로 얘기할게. 모두 원 씨 집안이 시킨 일이야... 모든 게 원 씨 집안이 계획한 대로 흘러간 거야... 그러니까 제발 날 죽이지는 말아 줘. 나 좀 살려줘..." 동시에 코를 찌르는 오줌 냄새가 사방을 가득 채웠다. 주위에서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지린내에 모두 눈살을 찌푸리고는 코를 막고 바닥에 쓰러진 이 회장을 쳐다보았다. 바로 이 회장이 크게 놀란 나머지 바지에 오줌을 싼 것이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여전히 뒷짐을 진 채 발을 힘껏 밟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 이 회장을 싸늘하게 쳐다볼 뿐이었다. "그래. 이 회장, 운이 좋은 줄 알아. 목숨 하나만은 건
뿐만 아니라 주위에서 구경하고 있던 군중들도 격렬한 비난을 이어갔다. 한편 강우연은 한지훈의 이런 행동에 다소 놀랐다. 만약 정말 이 과정에 누군가가 또 목숨을 잃게 된다면 우연 그룹은 더 이상 가짜 약품을 제조했다는 누명을 벗을 수 없게 될 테니까. 한지훈은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눈앞의 중년 남자를 죽어라 노려보면서 손가락에 더욱 힘을 주었다. “말할래, 말래?”시간이 흐를수록 중년 남자는 점점 죽음의 위협을 느끼게 되었다. 결국 그는 눈을 뒤집고 입에 거품을 뱉으며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 “내... 내가 말할게. 사... 사실 이 회장이 배후에 있어... 이 모든 것이 이 회장이 계획한 거야. 일이 제대로 성사되면 2천만 원을 준다고 했어... 제발 살려줘...”그가 드디어 입을 열자, 만장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마침 기자들이 생방송을 하고 있었던 상황에, 중년 남자의 자백 또한 생방송으로 송출되었다. 그 순간, 인터넷 서버는 폭발해 버렸다. 이 회장은 깜짝 놀라 안색이 어두워졌다. “헛소리하지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난 엄연히 강중 의료 협회 회장인데 내가 어떻게 그런 짓을 벌일 수가 있어?!”“한지훈! 틀림없이 네가 저 놈을 협박하여 이렇게 나를 모함한 거야!”그러자 한지훈은 콧방귀를 뀌더니 이내 손을 뿌리치고는 중년 남자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리고는 뒷짐을 진 채 차가운 눈빛으로 이 회장을 쳐다보며 물었다. “이 회장, 당신한테도 다시 한번 얘기할게! 마지막 기회를 줄 테니까 사실대로 얘기해. 대체 누가 시킨 거야?”멍하니 있던 이 회장은 사신과도 같은 한지훈의 눈빛에 간담이 서늘해 났다. 이내 그는 다급하게 반박했다. “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아직도 내 말 못 알아듣겠어? 그럼 어쩔 수 없이 우리 이 회장 기억 떠올릴 수 있게 도와줘야겠다.”곧바로 한지훈은 차갑게 시선을 돌리고는, 손을 들어 큰 기세를 뿜어내며 이 회장의 뺨을 팍 때렸다. 그 충격을 이겨내지 못한 이 회장은 결국
뜻밖의 상황에, 웅성웅성 구경하던 군중들과 기자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면 눈치를 볼 뿐이었다. 그들은 이런 상황이 펼쳐질 줄은 몰랐다. 사전에 미리 돈을 받고 일을 처리하려 했던 그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막막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난감했던 사람은 바로 그 중년 남자였다. 그는 한지훈의 손에 들린 어두운 은침을 보고는 눈알만 이리저리 굴리며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몰랐다. 옆에 있던 이 회장조차도 말문이 막혔다. 이내 한지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중년 남자를 노려보며 물었다. “이젠 말해! 대체 누가 너희들을 이곳까지 보낸 거야? 너희들한테 마지막 기회를 줄게!”한지훈은 음산한 기운을 뿜어내며 중년 남자를 죽어라 노려보았다. 그 눈빛에 놀란 중년 남자는 저도 모르게 몇 걸음 뒤로 물러서게 됐다. 공포스러운 한지훈의 기운에, 우연 그룹 밖을 에워싸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은 모두 움찔했다. “당신, 당신 대체 뭐 하려는 거야?”등골이 서늘해진 중년 남자는 이마를 따라 식은땀을 흘리며 겨우 입을 열었다. “내가 분명히 말했잖아! 우리 아버지는 너희들이 만든 혈압약을 먹고 갑자기 돌아가신 거라고! 이 상황에 뭔 은침을 가지고 검증한다는 거야? 헛 수작 부리지 마! 다른 건 모르겠지만 하나 확실한 건 바로 우연 그룹에서 개발한 약이 우리 아버지를 죽게 만든 거야!”그러자 순식간에 주변 사람들도 덩달아 다시 소란을 피웠다. “우연 그룹, 이렇게나 막무가내일 줄은 몰랐네!”“어떻게 대기업에 이렇게나 큰 흑막이 있을 수가 있어? 감히 가짜 약품을 만들어 사람들을 해치려 하다니! 크게 벌 받아야 돼!”“당장 문 닫고 파산이나 신청해! 강중에 계속하여 이런 기업이 남아있는 이상,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하여 이들의 시험품이 될 거잖아!”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는 갈수록 시끄럽게 울렸다. 뒤따라 기자들도 편파 보도를 하기 시작했다. 한편 한쪽에 서있던 이 회장은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우연 그룹을 향해 큰 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보며 끊임없이 고
이내 큰 함성과 함께, 이 회장은 백의를 걸친 연구 요원 4~5명을 데리고는 인파를 비집으며 들어섰다. 그 모습을 본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이렇게나 일이 공교롭게 벌어질 줄은 몰랐다. 기자들이 몰려든 지 고작 10분도 지나지 않아 의약 협회에서 직접 찾아올 줄이야. 그야말로 서로 사전에 약속이나 한 듯 거의 동시에 한곳에 모여들게 된 것이다. 한지훈은 내심 이 모든 상황을 꾸민 배후가 너무 멍청하게 느껴졌다. “한지훈! 너희가 만든 약을 먹은 사람이 죽게 됐으니, 어쨌든 해명은 해야겠지? 그리고, 오늘부로 그 어떤 혈압약이든지 즉시 생산을 중단하고 당장 우리 의약 협회의 조사에 응해!”이 회장은 두말없이 중재 결과를 내놓았다. 한지훈은 그런 이 회장을 힐끗 훑어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회장, 방금 한 말에 대해 확실한 근거라도 있긴 해? 첫째, 경찰 조사도 하지 않았고 둘째, 아직 부검도 안 했는데 대체 뭔 근거로 노인이 약을 먹고 죽었다고 확신하는 거지?”“그...”이 회장은 한참을 머뭇하더니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 사실 내가 오기 전에 이미 다 들었어. 너희들이 만든 혈압약에는 금지된 성분이 있다고. 사람들이 먹어서는 안 되는 그런 성분!”그러자 강우연은 바로 앞으로 나아가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 “헛소리하지 마! 우리가 만든 혈압약은 제대로 된 임상 실험을 거쳐서 개발된 것으로 인체에 무해한 건 확실해! 절대 사람이 죽을 일은 없다고!”“죽을 일이 없다면서, 그럼 이번 일은 어떻게 해명할 건데?”이 회장은 여전히 뻔뻔한 태도로 죽은 노인을 손으로 가리키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이렇게나 많은 연구원을 데리고 온 참에, 차라리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제대로 한번 검사해 보자고!”한지훈은 팔짱을 낀 채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한지훈, 끝까지 네 잘못을 인정 안 하겠다는 거지? 여봐라, 당장 현장에서 검사 진행해!”이 회장은 자신의 뒤를 지키던 몇 명의 연구원을 향해 손을
이튿날 아침, 회사 입구에 도착한 강우연과 한지훈은 문어귀에 수많은 사람들이 에워싸여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게다가 그 속에서는 처참한 울부짖음 소리도 들렸다. “정말 양심 없는 사람들이네! 이 회사의 약을 먹고 목숨까지 잃은 사람이 있어 내가 직접 들어가서 따지겠다는데, 왜 이 놈의 경비원들은 우리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거야? 세상이 어떻게 이렇게 돌아갈 수가 있어?”목놓아 통곡하는 소리가 수없이도 울렸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는 얼굴이 창백한 한 노인이 누워 있었다. 얼핏 봐도 노인은 이미 숨이 멎은 듯했다. 어느새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우연 그룹을 손가락질하고 있었다. “젠장, 약 장사꾼이라는 사람들이 환자 목숨은 아예 무시하네!”“그러니까 말이야. 노인네가 틀림없이 저놈들이 생산한 어떤 혈압약을 먹고 죽게 됐을 거야!”사람들은 분분히 의논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 몇 대의 기자 차량들이 갑자기 도로 맞은편에 멈춰 서더니 이내 10여 명의 기자들이 사진작가들까지 동원하여 재빨리 현장으로 달려갔다. 모든 상황이 딱 맞아떨어지는 이 장면을 본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기자들이 속보를 받고 설사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려온다 하더라도 최소 반시간 이상은 걸리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시위단이 노인의 시체를 들고 우연 그룹 입구에서 울부짖은 지 20분도 안되어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들게 됐다. “무슨 일이야?”결국 참다못해 한지훈은 당직을 서고 있는 한 경비원을 불러 물었다. 곧이어 경비원은 한지훈과 강우연에게로 급히 달려와 작은 소리로 말했다. “한 선생님, 바로 방금 약 10분 전에 이 사람들이 단대를 들고 저희 회사로 들어와서 시위를 하겠다고 한 겁니다.” “그들은 죽은 영감이 저희 회사에서 생산한 혈압약을 먹고 죽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역시 예상처럼 흘러가는 전개에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저기, 선생님. 어르신은 어쩌다가 돌아가시게 된 겁니까?”이내 한지훈은 무리 속을 비집고 들어가 노인의 시
그렇게 성검종 수좌와 장교는 점점 한진욱을 외부인으로 생각하지도 않았고, 서로 간에는 자주 연락도 오고 가게 됐다. 곧이어 한진욱의 전화를 받게 된 수좌 장위성은 냅다 큰 소리로 외쳤다. “한 선생, 평소에는 정말 바빠서 얼굴 한번 보기 어려운 사람인데 어쩌다가 갑자기 나한테 전화를 한 거지?”이전의 한진욱은 보통 명절이나 공휴일이 아니면 딱히 장위성에서 먼저 전화를 거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공휴일도 아닌 오늘 갑자기 연락을 받게 되자 장위성은 꽤나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장 수좌, 곽 선생이... 뜻밖의 사고를 당하게 됐어!”한진욱은 최근 발생한 모든 일을 장위성에게 얘기해 주었다. 곽연의 죽음에 대해서는 그 또한 단지 들은 이야기뿐이었기에 자세히 말하지는 않았다. “뭐라고?”자조치종을 들은 장위성은 벌컥 화를 냈다. 곽연은 바로 그의 수제자이자 유일한 제자였다. 한평생 훌륭한 제자 한 명을 가르쳐낸 그는 원래 제자에게 자신의 자리를 물려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3개월 전의 만남이 마지막 인사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장 수좌, 이... 이번 일은 절대 나를 탓하지 마. 모두 한지훈 그 녀석이 미쳐 날뛰면서 저지른 일이야. 결국 곽 선생이 화를 참지 못하고 혼자서 한지훈을 찾아갔다가 당하게 된 일이고...”한진욱은 황급히 자신의 결백을 밝혔다. 이 말을 들은 장위성은 약 5분간 침묵하고 난 후에야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상대가 누구든, 감히 내 제자의 목숨을 앗아간 놈이라면 우리 성검종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말이 끝나자마자 장위성이 먼저 전화를 끊었다. 한진욱은 전화를 내려놓은 후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장위성의 마지막 말투에서, 곽연의 죽음으로 인해 성검종이 단단히 화가 났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한 대표님, 곽 선생의 시신은 어떻게 안치할까요?”이때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 한 명이 다가와 작은 소리로 물었다. “지금 당장 어떻게 안치해? 일단 성검종으로 돌려보내!”한진욱은 짜증
경호원의 목소리는 딱히 크지는 않았지만, 순간 홀 전체는 조용해졌다. 소식을 접한 원효천은 얼굴이 갑자기 붉어지기 시작하더니 눈에서는 정광이 뿜어져 나왔다. 30분 전까지만 해도, 그는 한진욱에게 경호원이 무사할 거라고 장담까지 했었다. 그런데 결국 한 시간도 안 되어 참담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무슨 일이야?”원효천은 한진욱이 입을 열기도 전에 먼저 술잔을 탁자 위에 내던지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한 시간쯤 전에 곽 선생께서 한지훈을 찾아갔는데, 결국 살해되었다고 합니다!”경호원은 용기를 내어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한지훈 이 미친놈. 원 가주님이 이렇게 계신데 감히 살인을 저질러?”“이번에야말로 어떻게든 한지훈 이 녀석한테 평생 잊을 수 없는 교훈을 줘야겠어!”“맞아요! 지난번에도 바로 이 녀석이 저희 모두를 우연 그룹 앞에서 오전 내내 무릎을 꿇게 만들었어요! 이 원수, 어떻게든 갚아주고 싶어요!”모두들 한 마디씩 얹고는 하나같이 이를 갈며 노기를 드러냈다. “흥!”마찬가지로 언짢은 기분이 든 원효천은 화가 난 나머지 한 손으로 책상을 두드리자 그 원탁은 단번에 산산조각 났다. 탁자 위의 유리컵들은 이내 쨍그랑하는 소리를 내며 모두 바닥에 쏟아졌고, 물은 사방으로 튀어버렸다. “가주님, 화 푸세요! 한지훈 그놈, 감히 가주님과 겨룰 용기가 나지 않아 이렇게 괜한 사람만 건들면서 심통을 부리는 겁니다!”원상용은 급히 원효천의 달래주기 시작했다. “맞아요. 방금 문어귀에서 가주님을 마주하고도 겁먹고는 감히 달려들지 못해 한지훈 그놈이 마음속으로 화를 쌓아둔 거예요.”“한지훈은 고작 곽 선생을 괴롭히는 거로 자신의 체면을 되찾으려 했을 뿐이에요. 이건 마치 세 살짜리 아이나 하는 바보짓 같잖아요.”“제가 보기에는 한지훈은 틀림없이 원 가주님의 계획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살인은커녕 곽 선생의 솜털 하나도 건드리지 못할 텐데요!”상업계 거물들은 잇달아 나서며 아부를 하였다. 그제야 원효천의 표정이
은행의 지원이 없으면 우연 그룹은 더 이상 자금을 마련할 길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화물 운송 회사와도 더 이상 협력을 하지 않으면 우연 그룹의 사업은 결국 강중에만 국한되는 게 뻔했다. “말도 안 돼!”강우연은 곧바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무슨 일인데 그래?”한지훈은 하얗게 질린 강우연의 얼굴을 보고는 급히 고개를 돌려 물었다. “큰 일 났어요. 각 은행과 화물 운송 회사들이 모두 저희와의 협력을 종료했어요!”강우연이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그러자 한지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면서 내심 이 모든 일의 배후가 떠올랐다. 바로 원 씨 집안이 뒤에서 모든 걸 꾸민 거라 거의 확신했다. “걱정하지 마. 돈과 화물 운송에 관한 모든 건 내가 다 해결해 줄게!”한지훈은 비록 더 이상 북양 왕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강중의 주둔군을 움직일 수는 있었다. 군의 수송 트럭은 얼마든지 우연 그룹의 운송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었다. 게다가 돈에 대해서는 한지훈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즉시 많은 국제적 대재단을 동원하여 우연 그룹에 자금을 투입하게끔 할 수 있었다. “아니에요. 저 혼자 할 수 있어요!”강우연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심상치 않은 상황에 나계홍은 눈치를 보고 급히 일어섰다. “강 회장님, 저희 나 씨 그룹에도 30대의 운수 트럭 차량이 있습니다. 비록 차가 좀 적긴 하지만 얼마든지 물자를 운반할 수 있습니다.”“매일같이 쉬지 않고 달리면 30대의 차로도 얼마든지 발등의 불을 끌 수 있을 것입니다!”나한비도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입을 열었다. “저희 나 씨 집안은 강중 부근에 일부 약재 산지를 소유하고 있는데 그곳에도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큰 트럭들이 있습니다. 만약 모두 동원한다면 최대 50대까지 모을 수 있을 것입니다!”“아니... 그럼 나 씨 그룹한테 너무 신세를 지는...”강우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계홍이 말을 이어갔다. “강 회장님, 사실 이젠 저희 나 씨 그룹과 우연 그룹은 한 배에 탄 운명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