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전인은 한 손에는 검을 들고 다른 한 손은 뒷짐을 진 채 희미한 시선으로 원성천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원성천의 살인적인 기운은 마치 지옥에서 온 수라처럼 방출되었다!도청전인이 미처 움직이기도 전에, 그는 강력한 위압감이 자신의 몸을 단단히 감싸는 것을 느꼈으며 어느새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배어 있었다. "도청전인, 우리 원씨 가문과 당신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단 말인가? 어째서 내 다섯째 동생을 죽인 것이지!"원성천은 말을 하며 손바닥을 들고 도청전인의 가슴을 향해 돌진했고, 도청전인도 자신의 장검을 치켜들며 맞섰다. "쾅!"검과 손바닥이 부딪히는 동시에, 비무장 위에서 우레와 같은 굉음이 터져 나왔다! 무수한 검영이 한곳에 모였지만, 원성천의 기운은 전혀 꿰뚫을 수 없었다! "죽어라!"원성천은 한 손으로 힘을 모아 앞으로 밀고 나갔다! 비할 데 없는 기의 파동이 순식간에 도청전인 앞의 기세를 박살 내 버렸다! "퍽!"도청전인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이미 원성천의 기세가 폭발하여 그의 가슴을 강타했다! 도청전인의 몸은 마치 실이 끊어진 연처럼 쏜살같이 뒤로 날아가 버렸고, 그의 몸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피가 뿜어져 나왔다! "어딜 가는 거지! 목숨은 내놓고 가라!"원성천은 재빨리 다시 도청전인 앞으로 나아갔다. 관중석에 앉아 있던 한지훈은 눈을 살짝 가늘게 떴다.원성천은 확실히 원효천보다 훨씬 더 강력한 상대였고, 원효천과 비교했을 때 원효천이 방금 보여준 위세는 그야말로 천신이 세상에 내려온 것과 같았다! 역시 천신의 경지에서 단 한 걸음밖에 떨어지지 않은 고수다운 면모였다! 원성천의 모습이 도청전인을 따라잡으려는 찰나, 한 그림자가 갑자기 원성천 앞에 멈춰 서서 그를 몇 걸음 뒤로 물러나게 했다."한지훈!!"원성천을 막은 사람은, 다름 아닌 한지훈이었다!만약 더 이상 나서지 않는다면, 도청전인은 원성천의 손에 비참하게 죽게 될 것이다! "주상! 이자의 실력은 매우 강합니다, 부디… 부디 조심하십시오!"도청
"내 목숨을 앗아가겠다고? 이런 말을 한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 아니지만, 전에 이 말을 했던 사람들은 모두 살아남지 못했지!"한지훈은 천천히 오릉군 가시를 내밀었고, 비록 슬로우 모션을 튼 듯 속도는 매우 느려 보였지만 주변 공기에는 파문이 일렁이고 있었다. 원성천은 이 광경을 보자 속으로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사용했지만 역시 검경을 이미 깨달았다! 그리고 그는 절대 도청전인의 실력 아래에 있지 않았다. 도청전인과 비슷한 나이의 사람이 검경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천에 하나일 정도로 드물었지만, 한지훈은 겨우 스무 살 초반에 이미 검경을 깨달았으니 그야말로 괴물 같은 실력이었다! "흥! 검경?"원성천이 냉소를 하더니 곧 장검을 들어 한지훈에게 달려들었다! 현장과 TV로 이 결투를 지켜보던 관객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두 줄기 은백색의 빛이 순식간에 한곳에 충돌했고, 그때 모든 사람들의 심장이 목구멍까지 솟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쾅!!"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소리가 비무장 중앙에서 갑자기 터져 나왔다!그 직후, 비무장 아래의 대리석 바닥에서 수 미터에 달하는 깊은 균열이 생기며 진동했다! 더없이 강력한 기세가 광장 전체를 휩쓸었고, 많은 구경꾼들이 강한 바람에 비틀거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맑았던 하늘이 순식간에 먹구름으로 변하며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려댔다! "퍽!"두 기세가 서로 다시 충돌했고, 한지훈은 자신의 몸속의 기혈이 솟구치는 것을 느끼며 저도 모르게 뒤로 십여 걸음이나 물러섰다. 원성천도 거센 기류에 밀려 몇 발짝 뒤로 물러났고, 관객석에 있던 도청전인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원성천의 방금 전 그 일격이 한지훈의 검경을 부숴 버린 것이다!! 분명 한지훈은 부상을 입었지만, 원성천의 몸에는 상처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주상, 조심하십시오!"도청전인도 이미 부상을 많이 입었기에, 한지훈을 도와줄 수 없었다.
기운과 자연의 힘에 대한 숙달력만 놓고 보면 한지훈과 원성천은 전혀 같은 수준에 있지 않았다. 그가 원성천의 손에 들린 장검을 억지로 막아낼 때마다 한지훈은 마치 그의 오릉군 가시가 작은 산 위에 박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강력한 힘에 한지훈의 팔이 세게 저려왔다."한지훈, 감히 우리 원씨 가문과 경쟁하다니, 넌 아직 너무 어리다. 만약 한용이 아직 살아 있었다면 나와 싸울 자격이 있었겠지!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너희 한씨 가문은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거다!"원성천은 오릉군 가시를 잡고 있는 한지훈의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을 보고 승리의 확신을 더욱 가질 수 있었고, 저도 모르게 득의만면한 미소를 지었다. 당시 한씨 가문을 교살한 주모자 중, 원씨 가문도 속해 있었다! 더욱이 무적천을 제외하고는 원씨 가문이 거의 모든 행동에 가담했기에, 이 원한은 원씨 가문 사람들이 줄곧 불안해하는 근원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한지훈조차도 자신의 손에서 죽을 테니 원성천은 큰 짐을 덜어낸 듯 진심을 다해 미소를 지었다! "뭐라고? 당신이 우리 할아버지와 싸울 자격이 있다니? 만약 당신들이 그때 비열한 수단을 쓰지 않았다면 당신들은 우리 할아버지를 다치게 할 수도 없었을 거다!"한씨 가문의 피맺힌 원한을 언급하며, 한지훈은 이를 악물고 오릉군 가시를 손에 꽉 쥐었다! "흥, 그렇게 말해도 소용없다! 만약 한용이 아직 살아 있다면, 내가 어떻게 그 손자를 죽이는지 직접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정말 아쉽군! 하하하…"원성천은 활짝 웃으며 손에 든 장검을 휘둘렀고, 몇 개의 은빛이 쏟아지며 한지훈의 몸을 향했다! 한지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기운을 느꼈고, 그 기운에 의해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게다가 그의 손에 들린 오릉군 가시의 무게가 천근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몇 줄기 은빛 광선이 한지훈 앞에 쏟아지는 것을 본 강우연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입을 가린 채 소리쳤다. "여보, 조심해요!""주상! 피하십시오!"도청전인도 다급하게 자리
원성천의 검이 한지훈의 어깨를 베려는 순간, 한지훈의 몸은 순간 이동하듯 몇 미터 뒤로 물러났다.휙!검의 기운이 휩쓸고 지나갔고, 관객의 감탄사가 터져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잘했군!"TV 앞에서 생방송을 지켜보던 국왕도 환호를 금치 못했다.원성천은 한지훈이 자신의 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잠시 어리둥절하더니, 이내 다시 오만한 표정을 되찾고는 사납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네놈이 절학을 발휘할 줄은 몰랐군!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제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그 말과 동시에, 원성천의 발끝이 땅에 닿자 번개처럼 한지훈이 있는 쪽으로 뻗어 나갔다! 동시에 그의 손에 들린 장검은 마치 뚫을 수 없는 촘촘한 그물처럼 한지훈을 덮었다!사실 방금 전 그 검을 피했을 때 강력한 검기에 의해 이미 한지훈의 옷에는 구멍이 뚫리며 그의 살을 찔렀다! 만약 자신이 궁지에서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면, 이미 원성천의 검에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한지훈조차도 어떻게 방금 전 검을 피할 수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는 생각에 잠시 잠기더니 몸이 저절로 수 미터 떨어진 곳으로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했고, 어쩌면 이것이 진정한 천왕의 힘일지도 모른다! 원성천이 다시 검을 들어 그에게 달려들자,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들고 오릉군 가시를 손에 쥔 채 소리쳤다. "죽어라!"그러자, 오릉군 가시가 그의 손에서 날아가 원성천의 미간으로 향했다. "탕, 탕!"원성천의 장검에 연거푸 막혔지만, 오릉군 가시는 여전히 미세한 조절로 원성천의 미간으로 날아갔다. 천왕의 힘에 대한 한지훈의 이해가 진행됨에 따라 그의 통제 능력도 질적으로 도약한 것이다! 오릉군 가시는 마치 눈이라도 달린 듯 원성천의 공격을 계속해서 방해했다. 한지훈이 가까이 있다는 건 분명했지만, 원성천은 전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고 아무리 기를 써도 헛발질만 할 뿐이었다."한지훈! 네놈이 감히 내 앞에서 이런 잔재주를 부리다니!"원성천은 장검을 휘두르며 어디선가 날아
"한지훈, 죽어라!"원성천의 이 일격은 바람 소리와 함께 방금 전 그 광풍과 맞닿았다! 한지훈은 후퇴하며, 먼저 오는 광풍을 피한 뒤 몸을 돌려 원성천의 일격을 다시 피해냈고, 다리를 들어 원성천의 가슴을 향했다! "퍽!"한지훈의 무릎이 원성천의 가슴에 부딪히려는 순간, 원성천은 손을 들어 한지훈의 무릎을 막아냈다.순식간에 공중에서 한 줄기 파장이 일었고, 두 사람은 튕겨져 나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원성천의 손바닥은 번개처럼 빨랐고, 한지훈의 급소를 향해 다가오자 한지훈도 반격하며 짧은 순간에 천 번의 공격을 주고받았다! 원성천은 어쨌든 한지훈보다 더 높은 경지에 있는 강자였고, 이에 비해 한지훈은 체력적으로나 힘으로나 원성천과 같은 선에 있지 않았다. 그들이 싸운 지 10분도 되지 않아, 이미 한지훈의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맺혔다. 그러나 원성천은 조금도 지친 기색이 없었고, 이대로 계속 싸운다면 한지훈이 반드시 패배하게 될 것이다! 원성천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더니, 섬뜩한 미소가 드러났다! 그러나 이때, 원성천의 오른 손바닥이 한지훈의 가슴을 치려 하자 한지훈의 가슴에서 차가운 빛이 번쩍이더니, 한 줄기 황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원성천은 찰나의 순간에 위험을 감지하더니, 황급히 손을 다시 회수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몸이 이미 통제 불능 상태가 되었다는 걸 느꼈다! 이럴 수가! 설마… 설마 저건…진법?! 원성천은 이 생각을 하자 식은땀을 흘렸다. 설마 한지훈은 무술뿐만 아니라 진법에도 정통한 것인가?! 제기랄! 원성천은 속으로 욕을 퍼부었고, 자신의 모든 힘을 끌어모아 분출해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거대한 기벽이 원성천 앞을 가로막았고, 적색 장총이 한지훈의 손바닥에 들리며 칼끝이 원성천을 향하고 있었다! "쨍!"날카로운 금속성 소리와 함께 원성천은 식은땀을 흘리며 겁을 먹었고,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한지훈이 어떻게 그를 도망가게 놔둘 수 있단 말인가?! "거기 서라!"한지훈의 말과
한지훈은 원성천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검을 휘두르는 것이 보였지만, 한지훈은 파경 직전의 솟구치는 혀릭로 인해 힘을 쓸 수 없었다! "아악!"한지훈은 포효하며 총을 들어 원성천을 찔렀다! "푹!"한지훈이 적색 장총을 휘두름과 동시에, 그의 체내에서 갑자기 한 줄기 기운이 솟아올랐고, 동시에 그의 기세가 다시 상승하며 사성 천급 천왕계의 경지로 들어섰다!! "응?!"허공을 가르는 심상치 않은 소리를 들은 원성천은 주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눈앞에서 붉은빛이 번쩍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장총이 나타났다! 원성천이 다시 그의 기세로 저항하려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퍽!"창 전체가 원성천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고, 한지훈의 모습은 원성천의 등 뒤에 나타났다."쿠…쿨럭…"원성천은 기침을 하더니, 피를 한 모금 내뱉고 천천히 고개를 숙여 자신의 가슴에 뚫린 구멍을 보았다. 그는 몸을 가늘게 떨며 믿을 수 없다는 듯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네… 네가…"털썩! 다음 순간, 원성천의 손에 들린 장검이 땅에 떨어졌고 그의 몸은 비무장 위에 쓰러졌다! "가주님!"관중석에서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의기양양했던 원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넋을 잃고 말았다. 원상용은 곧장 비무장으로 달려가 손을 뻗어 원성천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가주님! 괘… 괜찮으십니까?""푸욱!"원성천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한입 가득 피를 뱉어냈다.그는 원상용을 멍하니 바라보더니 고개를 살짝 저었다.그러나 원상용은 원성천의 의도가 무엇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원씨 가문의 두 가주가 강중에서 죽임을 당하다니?!"생방송을 보고 있던 동방 가문 사람들이 충격을 받으며 차가운 숨을 들이켰다. 한지훈이 어찌 이토록 난동을 부린다는 말이냐!!하지만…원씨 가문의 두 가주의 죽음은 그들에게 깨우침을 주기도 했다. 한지훈이라는 자를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빨리… 빨리 가거라!"원성천은 마지막 유언을
“푸!”한지훈은 순간 피를 뿜어내면서 완전히 의식을 잃게 되었다. 사실 방금 한지훈은 남은 마지막 한 가닥의 힘으로 겨우 링에서 걸어 내려왔다. 그는 절대 쓰러지고 싶지도, 피를 토하고 싶지도 않았다. 약한 모습을 보였다가는 4대 가문이 순식간에 달려들어 자신을 덮칠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되면 한지훈뿐만 아니라 우연 그룹까지 모두 강중에서 제거될 위기에 처하게 되니까. 중상을 입고 실신한 한지훈의 모습에 놀란 나계홍은 얼굴마저 창백해진 채 어쩔 바를 몰라했다. “한 선생님... 정신 차리세요, 한 선생님!”나계홍은 필사적으로 한지훈을 흔들었지만, 한지훈은 더 이상 대답할 힘도 없었다. “주상...”도청 전인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옆에 있던 강우연이 먼저 손을 뻗어 그를 가로막았다. “다들 당황하지 말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차에 타요! 얼른 갑시다!”마찬가지로 크게 놀란 강우연도 얼굴이 창백해졌지만, 지금 이 순간 수많은 사람들이 한지훈의 일행을 주시하고 있었기에 조금만 방심했다가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었다. 강우연은 그제야 방금 한지훈이 왜 부상의 고통까지 억지로 참아가며 침착한 척했는지 알게 되었다. “네!”도청 전인은 재빨리 대답해하고는 움직였다. 뒤이어 강우연 역시 차에 올라타고는 급히 명령했다. “출발해, 빨리! 당장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내 남편의 모습을 아무도 못 보게 해!”“알겠습니다!”이내 나계홍은 잠시 멈칫하더니 바로 조수석에 있는 나한비에게 말했다. “당장 내려가서 저 사람들을 쫓아내!” 이때 한 무리의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는 나계홍의 차를 향해 달려들었다. 나한비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당장 멈춰! 다들 죽고 싶어? 감히 한 선생님의 길을 막다니... 너희들도 저 링 위에 쓰어진 그 두 영감들처럼 영원히 여기에 묻히고 싶어?”이내 나한비가 살기 어린 눈빛으로 손을 흔들자, 경호원 30~40명이 순식간에 나타나 달려들었다. 그러자 차 앞을 막고 있던 모든
지금 그들에게 있어 가장 비참하게 느껴진 것은 바로 자신들의 운명이었다. 오늘 원 씨 집안이 허무하게 패배하게 된 이상, 그들은 자신들의 앞날이 대충 짐작이 갔다. 그 와중에도 매우 분통한 것은, 원효천 이 늙은 영감이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한 수도 이겨내지 못하고 한지훈의 졸개 손에 죽게 되다니. 줄곧 원 씨 집안을 믿고 자신들의 모든 가산과 목숨마저 걸었던 그들은 이제 막막했다. 하지만 그들은 곧 패가망신하게 되더라도 어떻게든 원 씨 집안까지 끌어들여 함께 죽을 작정이었다. “우린... 일단 용경으로 돌아간다!”원상용은 겨우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이내 그는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는 강중의 세력들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저희 원 씨 집안, 어찌 한지훈 어린놈한테 휘둘릴 수가 있겠습니까? 여러분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용경으로 돌아간 후, 바로 남은 세 명의 노조한테 도움을 청할 겁니다. 반드시 한지훈을 죽일 수 있게!”말을 마치자마자 원상용은 성큼성큼 링 아래로 내려갔다. 이 말을 들은 많은 사람들은 비할 데 없는 후회감이 들었다. 애초에 원 씨 집안을 굳게 믿은 자신이 멍청하게 느껴졌다. 이 상황에서도 원 씨 집안이 자신들을 위협하려 할 줄은 몰랐다. 사실 원상용이 방금 한 말은, 그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일종의 경고를 하는 것이었다. 원 씨 집안에는 아직 세 명의 노조가 있으니, 그들은 어떻게든 마음만 먹으면 복수를 할 수가 있다고 말이다. 그야말로 노골적인 위협이었다. 뒤이어 원 씨 집안사람들은 원상용을 따라 빠른 걸음으로 링에서 내려왔다. 한편 그 시각, 멀리 용경에 있는 국왕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한지훈이 멋지게 전투를 치를 거라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원 씨 집안에서 두 노조가 돌아가시게 된 것도, 이는 다른 가문에게도 큰 영향을 끼칠게 뻔했다. “폐하, 낙 선생께서 찾아오셨습니다!”바로 그때 한 궁인이 빠른 걸음으로 들어와
젊은 남자는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소리를 무시하고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뒷짐을 진 채 무리 속으로 들어갔다. “아이고, 승 사제가 여긴 어쩐 일인가?” 초천서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인사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주위 사람들은 승소천에게 다시 한번 경외의 눈길을 보냈다. 초천서마저도 이렇게나 존중의 뜻을 보이는 사람이란 건, 훗날 반드시 약종의 미래가 될 거라 확신했다. 비록 승소천의 실력은 단지 일성 사령관뿐이긴 하지만, 약종 사람들은 전력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단방 그리고 얼마나 많은 처방을 숙달할 수 있는지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약종이 무종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약종의 환산 고단 덕에 무종의 문인 제자들이 초기 단계인 1~2년 내에 경지를 빠르게 향상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약 영역에서 능력이 출중한 약종 문인일수록, 무종의 추앙을 더욱 많이 받게 되자 무종에서의 영향력도 더욱 커지게 된다. 설령 그들이 전신계, 심지어 군왕계에 머물러 있다 하더라도 감히 건드릴 사람이 없게 된다. 만약 약종의 우두 머리한테 미움을 사게 되면, 그건 곧 수많은 종문의 미움을 사는 것과 같게 된다. “초 선배님, 약 10년 동안 만나 뵙지 못했는데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승소천은 초천서과 악수를 나누며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 그 말은 즉, 초천서 역시 이전에 항산 약종의 제자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승소천과는 일통상맥하는 형제 사이라니? 뜻밖의 상황에 유준혁의 마음은 조급해났다. 그는 본래 약종 사람이기에, 초천서와 승소천 같은 사람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었다. 초천서 한 사람만으로도 약왕파를 얼마든지 깔아뭉갤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승소천마저 등장하게 됐으니, 그 결과는 감히 가늠하기 어려웠다. “여러분, 전 천부성에서 시독이 나타났다는 말을 듣자마자 가장 먼저 달려왔습니다. 그러다가 방금 복도에서 강 대표의 손에 해독제인 단방이 있다는 것을 듣게 됐습니다!”“사실인가요?”승소
그는 국가가 필요로 한다는 한마디 말로, 일을 크게 과장시켰다. 이 상황에 만약 강우연이 단방을 내놓지 않는다면 국면을 돌보지 않는 사람으로 취급받게 된다. 만약 그녀가 단지 평범한 여자였다면 별 문제는 없었겠지만, 그러나 그녀는 엄연히 북양 왕 한지훈의 아내이다. 그렇게 단 한마디로, 강우연은 궁지로 몰리게 됐다. “그래, 낙천우의 말이 맞아. 이건 우리가 너희들더러 단방을 내놓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단지 많은 사람들을 구해내기 위해서야! 북양 왕은 줄곧 백성들을 지키느라 애를 썼는데, 설마 강 대표는 이 백성들이 비참하게 죽는걸 빤히 보고만 있을 거라는 거야?”이때 나장명과 낙천우의 뒤에 서있던 한 노인이, 수염을 매만지며 흉악한 눈빛으로 강우연을 주시하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강 대표, 고작 처방전 하나뿐으로도 백성들을 구해낼 수 있다잖아. 만약 나였다면 진작에 목숨까지 바쳤을 거야?” 또 다른 한 노인이 무리를 비집고는 앞으로 나와 늠름한 척하며 말했다. “고작 처방전 하나요?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네요. 이 팔극연명단방, 실제로 사람의 피가 들어있긴 합니다. 방금 말씀하신 어르신, 그럼 차라리 흔쾌히 피를 내주시죠!”“본인이 스스로 뱉은 말이니, 백성들의 생명을 구해내고 싶다면 어디 한번 목숨 바쳐 봐!”유준혁은 이를 갈며 강우연의 몸 앞을 막고는, 눈앞의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너!”방금 그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냅다 말을 내뱉은 노인은, 사실 목숨을 바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피 한 방울 바치는 것도 매우 꺼려하는 사람이었다. “당신들 대체 뭔데? 날 만만하게 보지 마. 설령 내가 여기서 죽는다 하더라도 너희들 단방 얻을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마! 게다가 강 대표는 엄연히 북양 왕 한지훈의 와이프인데, 너희들이 이렇게까지 핍박하는 건 더 이상 북양 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거야?”유준혁은 이 틈을 타, 강우연의 정체를 들먹이며 그녀의 배후에 북양 왕 한지훈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유 문주, 이번에 얼마나
황약사는 그저 차갑게 웃었다. “문주 님, 하지만... 만약 저희 약왕파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저희의 명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겁니다!”이내 대장로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게 아니라, 적당한 시기를 찾아 모습을 드러내려는 거야. 그냥 내가 말한 대로 해!”황약사는 대장로를 향해 손짓을 하였다. “네!”황약사의 단호한 태도한 태도에 대장로는 황급히 물러났다. 한편 그 시각, 강우연과 유준혁은 이미 천부성에 도착하였고 제1병원으로 향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병실에는 이미 시독에 중독된 환자들이 가득 누워 있었다. “아이고...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차라리 통쾌하게 죽여줘. 나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정말 너무 괴롭다고!” 병상에 누운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에 강우연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신문에서 봤던 기사 내용 그대로, 환자들은 온몸에 검은 고름이 흐르고 피부와 근육까지 짓무르고 있었다. 너무 참담한 나머지 한 번 보고 나서는 다시는 차마 직시할 수가 없었다. “사모님, 이 사람들 너무 안타까워요. 아니면 저희 먼저 팔극연명단방으로 한번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요?”유준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 그렇게 하죠. 안 되면 다시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죠!”강우연은 유준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내 유준혁은 급히 작은 병 하나를 꺼내 그 속에서 10여 알의 팔극연명단방을 쏟아내고는, 간호사더러 펄펄 끓는 물을 좀 가져 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는 팔극연명단방을 끓는 물에 완전히 녹인 후, 증상이 가장 심한 몇 명의 환자들에게 탕약을 복용하라고 말했다. 약효를 증강하기 위해 유준혁은 특별히 또 몇 알의 일반 단약까지 녹여, 환자들을 도와 몸에 발라주었다. 그날 밤, 병세가 위중했던 환자들은 다행히 뚜렷하게 호전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몸에서는 더 이상 고름도 나지 않았다. 단 오후의 처치만으로도 이렇게나 좋은 효과를 거두게 되자, 이 소식은 병원을 떠들썩하게
“맞아요, 시독의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른 상황에 게다가 현재 병원은 전혀 속수무책입니다. 매일 거의 수백 명이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어요. 이 상황에 저희가 손을 떼는 건 말도 안 돼요!”유준혁도 나서서 변명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제가 보기에는 이번 일은 한 선생님과 다시 한번 상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도청 전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강우연은 빠른 걸음으로 2층 침실로 올라가, 자초지종을 한지훈에게 털어놓았다. “어떻게 생각하세요?”며칠간의 요양을 거쳐 한지훈의 상황은 이미 많이 좋아졌다. 다만 실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을 뿐이다. 적어도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는 것은 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가끔 주먹도 몇 번 내뻗을 수 있긴 하지만 여전히 몸은 피곤했다. “시간은 절대 저희를 기다리지 않아요. 반드시 지금 즉시 천부성으로 가야 해요. 만약 팔극연명단방이 정말 해독할 수 있다면 저희는 수많은 백성들을 구하는 것과 같은 거예요.” 강우연이 정색하며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내심 뿌듯함을 느꼈다. 강우연은 평범한 여성이긴 하지만 나라를 걱정하고 백성을 걱정하는 마음은 가득했다. “네 생각도 괜찮은 것 같아. 다만 현재 내 몸 상태로는 나설 수가 없어. 차라리 이렇게 하자고. 일단 유 문주 님이랑 같이 먼저 천부성으로 가. 난 며칠 후에 도청전인과 함께 갈게!”한지훈은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긴 후에 의견을 밝혔다. “좋아요. 그럼 내일 아침 전 유 문주 님이랑 천부성으로 갈게요!”강우연은 말을 마치자마자 유준혁에게 다가가 한차례 교대했다. 이튿날 아침, 강우연과 유준혁은 천부성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가 막 이륙하자마자 낙씨 집안은 정보를 받게 되었다. “할아버님, 좋은 소식 있습니다. 강우연이 역시나 저희 계략에 걸렸습니다! 이제 그들이 비행기에서 내릴 때...”낙천택은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아니야! 이 시독은 팔극연명단방만 해독시킬 수 있어. 강우연이든 황약사든
게다가 시독에 중독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온몸이 짓눌리는 듯한 고통을 받으며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시독은 매우 오래된 큰 무덤을 파헤쳐진 뒤 방독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이유로 대규모의 전파가 이뤄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낙씨 집안이 꾸며낸 음모라고는 의심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날 밤, 낙씨 집안 수십 명의 문인 제자들은 일제히 천부성의 각 수원으로 향하여 흰색의 물약 한 병을 수원에 내다 부었다. 그렇게 짧디짧은 이틀 사이에 천부성에는 수천 명이 병으로 쓰러지게 됐고, 또 하나같이 온몸에 검은 반점이 돋기도 했다. 이 검은 반점들은, 밖으로 고름까지 흘러나올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피부가 벗겨지게 되어 어떤 약물을 써도 속수무책이었다. 이내 이 소식은 아주 빠르게 천성에 퍼지게 됐다. “사모님, 큰일 났습니다! 이것 좀 보세요...”도청 전인은 강중의 신문을 들고는 재빨리 강우연에게 건네주었다. 그 위에 실린 헤드라인 기사는 바로, 천부성의 괴질에 관한 보도였다. “사모님, 지금 천성 내의 각 약종들 그리고 제약 기업들이 모두 천부성으로 향하고 있는 중입니다!”“대부분의 약종들은 이것이 일종의 시독이라고 추측하고 있는데, 각 병원의 전문가들은 여전히 치료 방안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고 이 괴질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더욱 영문을 모르고 있습니다!”“저희도 사람을 보내는 건 어떨까요?”강우연은 신문지를 들고는 고개를 숙인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 “유 문주 님은 어디 계세요? 당장 저 찾아오라고 하세요!”강우연이 정색하며 말했다. “이미 이쪽으로 달려오고 계십니다. 제가 보아하니 이번 일은 전반 용국에 일으킨 파장이 매우 큰 것 같습니다. 이 괴질은 전파속도도 아주 빨라 환자의 피가 묻게 되어도 전염된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건 시독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도청 전인은 진지하게 말했다. 그 말에 강우연도 고개를 끄덕였다. 약종은 비록 기기와 설비 방면에서는
한지훈이 독이 풀렸다는 말을 듣게 되자마자, 낙천우는 더 이상 의지할 곳을 잃게 되고는 거듭하여 용서를 빌었다. “사모님, 이 놈 어떻게 처리할까요?”도청 전인은 천천히 보검을 꺼냈다. 낙천우는 심상치 않은 상황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그는 고작 일성 준사령관의 실력에 머무를 뿐이었다. 강우연을 상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하물며 5성 용급 천왕계의 도청 전인이라니? “사모님, 한 선생에게 독을 먹인 건 제가 아닙니다! 저... 저는 그저 낙씨 집안의 보잘것없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제발 살려주세요!”낙천우는 강우연의 앞에 무릎을 꿇고는 연신 절을 하며 용서를 빌었다. 사실 강우연은 방금까지만 해도 그를 죽일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확실히 낙천우가 말한 바와 같이, 그는 진정 독을 넣은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른 이상 낙씨 집안과의 관계는 최대는 완화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 필경 맺힌 원한은 풀어야 하니까. “됐어요, 어르신. 돌려보내세요! 그리고 방금 내가 한 말 그대로 낙씨 집안에 전해. 더 이상 허튼 생각하지 말라고!”강우연은 말을 마치고는 더 이상 낙천우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바로 몸을 돌려 2층 침실로 돌아갔다. 도청 전인은 낙천우를 차갑게 쳐다보았고, 손에는 장검을 들고 있었다. “선배님, 방금... 방금 강 대표께서 저를 풀어주라고 하신 거 들으셨죠! 그러니... 이렇게...”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청 전인은 다시 한번 따귀를 때리고는 그를 마당으로 쫓아냈다. “낙씨 집안으로 꺼져! 다시는 내 눈에 띄지는 마!”낙천우는 이를 악문 채, 땅에서 구르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한편으론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도청 전인을 바라보았다. “흥!”뒤이어 낙천우는 발을 동동 구르며 몸을 돌려 한 씨 별장을 성큼성큼 떠났다. 밖에 나오자마자 낙천우는 급히 전화를 꺼내 낙씨 집안 가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가 연락을 보낸 사람은 바로, 낙씨 집안 제2세대의 가주인 낙천택이었다. “일은 어
“낙천우? 낙씨 집안사람이 찾아왔다고요?”강우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당장 만나! 대체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 건지 한번 지켜봐야겠어!”한지훈은 무기력하게 강우연을 향해 말했다. 사실 도청 전인이 이 자리에 있는 한, 낙씨 집안사람들은 큰 일을 일으킬 수 없었다. “좋아요!”그 말에 강우연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도청 전인을 향해 말했다. “어르신, 낙천우더러 거실에서 저를 기다리라고 하세요!”“네!”도청 전인은 짧은 대답과 함께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우연은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거실에 도착할 무렵, 스물 다섯 정도로 보이는 한 젊은이가 무덤덤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강우연이 위층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고도 일어서지 않고 차갑게 웃었다. “당신이 바로 강우연이지? 내 예상이 맞는다면, 지금 한지훈은 혼수상태에 빠졌을 거야. 게다가 반쪽 발은 이미 저승길 문턱에 들어섰겠지!”“너!”강우연은 낙천우가 이렇게까지 도발적일 줄은 몰랐다. 심지어 연기를 할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너희 낙씨 집안사람이 내 남편한테 독을 먹인 거지?”강우연이 싸늘한 눈빛으로 물었다. “에이, 그건 더 이상 비밀도 아니지.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할게. 나한테는 치료제가 있어! 만약 날이 밝기 전에 한지훈에게 먹인다면, 아마도 생명을 지켜낼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만약 시간이 지체된다면, 그때는 속수무책이 될 거야!”낙천우는 강우연을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감히 한 선생에게 독을 먹이고 직접 집까지 찾아오다니, 담이 아주 크구나!” 도청 전인은 그를 한심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자 낙천우는 개의치 않는 듯한 표정으로 도청 전인을 힐끗 쳐다보았다. “왜, 너 나랑 싸우고 싶은 거야? 우리 낙씨 집안의 유일무이한 해독제가 아니라면 내일 아침 날이 밝자마자 한지훈은 저승길에 오르게 될 거야!”“그리고 눈치라도 있다면 당장 팔극연명단방을 내놓아. 그렇지 않으면 해독제를 얻을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덧 깊은 밤이 되었다. 로비에서 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황 약사는 눈을 감은 채 정신을 가다듬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강우연이 갑자기 급하게 뛰어내렸다. “큰일 났어요, 지훈 씨... 지훈 씨가 피를 토하고 있어요!”강우연은 초조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 말에 황 약사는 급히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한지훈의 침실로 향했다. 한편 한지훈은 검은색의 피를 크게 토하고 있었다. 그제야 황약사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모님,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검은색의 피를 토해내면 한 선생은 회복하실 수 있습니다!”이내 황약사는 은침 두 개를 꺼내 한지훈의 큰 혈 두 곳에 힘껏 찔렀다. “푸!”황약사의 은침이 한지훈의 혈도를 찌르자마자, 한지훈은 큰 피를 뿜어냈다. 강우연은 한껏 긴장한 얼굴로 한지훈과 황약사를 번갈아보았고, 유준혁조차도 감히 입을 떼지 못했다. 그래도 다행히 검은 피를 토하고 나서야 한지훈의 상황은 많이 안정되었다. 강우연은 고개를 숙인 채 병상의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한지훈의 얼굴색은 조금씩 붉어지기 시작했다. “여보!”그제야 강우연은 급히 병상 앞으로 다가와 한지훈의 손을 잡았다. 한지훈은 천천히 눈을 뜨고는 주위 사람들을 흘깃 보았다. “나... 나 지금 어디 있는 거야?”방금 깨어난 한지훈은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어있었다. “한 선생께선 중독되셨습니다. 지금 누워계신 건 당신의 침실이고요. 비록 독이 풀리긴 했지만, 너무 깊게 중독됐었기에 한동안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황약사는 한지훈의 맥박을 짚으면서 말했다. 그렇게 한지훈은 더 이상 생명의 위협을 받지는 않았다. 다만 아직 체력이 회복되지 않았을 뿐이다. “황 문주 님 감사합니다!”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황약사에게 말했다. 그러자 황약사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한 선생님, 이 모든 건 우리가 응당 해야 할 일입니다. 비록 한 선생의 실력이 매우 높긴 하지만, 무종 특히는 약종에서는 독을 사용하는 고수들이 너무나
이내 도청전인은 급히 대장로를 데리고는 한지훈의 침실로 향했다. 대장로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고는 자신의 품에서 대나무 통 하나를 꺼냈다. 조심스럽게 대나무 통을 한지훈의 입에 갖다 대고서는, 천천히 탕약을 그의 입에 넣었다. “대장로 님, 이 약을 먹고 나서 얼마나 지나야 한 선생이 깨어날 수 있는 건가요?”도청전인이 상냥하게 물었다. 그러자 대장로는 난처한 표정을 보였다. “저도 사실 이렇게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 선생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여 저 또한 감히 확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게다가 문주께서는, 그 누구도 한 선생의 병세를 함부로 의논해서는 안 된다고 명령까지 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곳에서 쫓아낼 거라요! 그러니 부디 양해 부탁드립니다!”대장로는 말을 마치자마자 고개를 숙이고는 빠른 걸음으로 한지훈의 침실을 떠났다. “사모님, 황 약사가 아직 떠나지 않은 이상 구원받을 기회가 남아 있을 겁니다!”이때 옆에 서있던 유준혁도 작은 소리로 강우연에게 말했다. 물론 강우연은 도청전인과 유준혁 모두 자신을 위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겨우 눈물을 참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에게 손을 살짝 흔들고는, 혼자 있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렇게 로비로 돌아온 도청전인과 유준혁은, 마침 소곤소곤 속삭이고 있는 황약사와 대장로를 발견하고는 앞으로 나아갔다. “황 문주 님, 대체 어떻게 된 일인건지 얘기해 주실 수 있나요? 한 선생님의 상황은 대체 어떤가요?”황약사는 잠시 멈칫하더니 입을 열었다. “두 분께서 알아차렸는지 모르겠지만 한 선생은 심한 중독에 빠지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색은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왜 그런지 아시나요?”유준혁은 고개를 저었다. “이런 상황은 제가 평생 한 번도 마주한 적이 없어서, 그 이유를 모르겠네요!”“그 이유는, 독이 기절음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안색에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겁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중독은 오히려 더욱 심해지게 됩니다. 만약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