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이 인간이 사람을 죽여요! 한지훈, 너 미쳤어? 당장 내 아들 내려놔! 그거 안 놔?"정신을 차린 서경희가 앙칼진 비명을 지르며 한지훈에게 달려들었다.하지만 한지훈은 꿈쩍도 않고 싸늘한 시선으로 그들을 노려보았다."아빠, 아빠… 나 무서워. 고운이 무서워! 싸우지 마!"옆에 있던 고운이가 울음을 터뜨리며 그의 바지가랑이를 잡아당겼다.아이의 울음소리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한지훈은 싸늘한 표정으로 서경희를 노려보고는 손에서 힘을 풀었다. 강신은 바닥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토해내며 이를 갈았다."한지훈 네가 감히 나를… 네가 감히 나한테! 당장 할아버지한테 가서 이를 거야! 아빠한테 말할 거야! 두고 봐!""그렇게 해."차갑게 대꾸한 한지훈은 고운이를 품에 안고 집 안으로 향했다.강신은 기다시피 해서 겨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서경희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들, 괜찮아? 엄마 봐봐. 어디 다쳤어?""엄마, 한지훈 저 미친놈이 날 죽이려고 했어! 목 졸라 죽이려고 했다고!"강신은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며 고래고래 소리질렀다."정말 주제를 몰라도 분수가 있지! 아들, 가자! 지금 당장 회사로 가서 한지훈 저놈이랑 강우연이 공금횡령한 사실을 아버님께 전할 거야! 아버님도 사실을 아시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우리가 사실보다 조금 더 과장되게 말하면 당장 강우연 해고하고 널 총책임자 자리에 앉힐지도 몰라!"서경희는 자신의 추측이 정확하다고 확신했다.강신 역시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지금 당장 할아버지한테 가자!"말을 마친 그는 휴대폰으로 차량을 촬영해 증거로 저장한 뒤, 서경희와 함께 강준상의 별장으로 달려갔다.강준상의 별장으로 온 강신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할아버지, 저 정말 억울해서 못살겠어요! 조금 전 한지훈 그 놈이 저를 목 졸라 살해하려고 했어요! 이거 봐요! 목에 자국도 있잖아요!""네, 아버님! 한지훈 그 인간 정말 미친놈이에요
강준상은 경호원들을 거느리고 기세등등하게 강우연과 한지훈의 집으로 찾아갔다.강신과 서경희도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뒤따라갔다.이러한 움직임은 가문의 다른 친인척들에게도 포착되었다. 한지훈이 강우연을 이용해서 회사 공금을 횡령했다는 소문이 급격히 퍼져나갔다. 물론 여기에는 강신과 서경희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가문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룹의 말단 직원들까지 이 소문을 접하게 되었다."설마, 강 부장님이 공금을 횡령해서 남편에게 BMW를 선물했다고?""그게 뭐 이상한 일이야? 강 부장 회사에 처음 왔을 때부터 여우 같다고 했잖아!""프로젝트를 맡은지 이제 며칠이라고 그 많은 돈을 횡령해? 설마 한지훈한테 사기 당한 거 아니야?"그룹 내부에는 이 사건에 대해 술렁이는 소리가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가장 먼저 소식을 접한 강희연은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아빠, 들었어? 강우연이 회사 공금을 횡령해서 한지훈에게 2억짜리 BMW를 사줬대. 지금 할아버지가 노발대발하며 집에 찾아가셨다는데?"신문을 보고 있던 강문복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벌떡 일어났다."정말? 그럼 너무 잘됐잖아! 하늘이 나를 돕는다니까! 빨리, 우리도 구경 가보자! 이번에는 어떻게든 강우연 고년이랑 한지훈을 끌어내려야 해!"잠시 후, 강문복 일가는 부랴부랴 강우연의 집으로 향했다.한편, 강우연은 마당에 무릎을 꿇고 강준상의 분노를 상대하고 있었다. 강준상은 지팡이로 위협적으로 바닥을 치며 호통쳤다."강우연! 사실대로 말해! 저기 저 차, 어떻게 된 거야? 거짓말이 단 한마디라도 섞이면 큰일 날 줄 알아!"강우연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얼얼한 볼을 만지며 말했다."할아버지, 그 차는 지훈 씨가 산 거 맞아요.""그래서? 가문에서 쫓겨난 백수가 무슨 돈이 있어서 외제차를 사? 그 인간이 너한테 공금 횡령해서 가져다달라고 시켰어? 그 인간이 시킨 거라고 인정만 하면 네 죄는 묻지 않을게. 계속 이렇게 입 다물고 있으면 할아버지도 어쩔 수 없어!"강준상은 음침하게 눈을 부릅뜨며 으
이때, 잠옷차림을 한 고운이가 눈을 비비며 밖으로 나왔다. 소란에 깬 것 같았다.아이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사람들의 비난을 받는 엄마를 보자 다급히 그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작은 몸으로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소리쳤다."우리 엄마 괴롭히지 마! 이 나쁜 사람들! 당신들 다 나쁜 사람이야!""고운아!"강우연은 딸을 품에 꼭 끌어안고 두려운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하! 하나는 미친년이고 하나는 더러운 핏줄이네? 이 인간들을 우리 가문에 들이는 게 아니었어!""강우연, 이제 그만하고 솔직하게 털어놔! 안 그러면 저 꼬마랑 같이 짐 싸서 쫓겨날 줄알아!"고운이는 침착하게 손을 뻗어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엄마, 울지 마. 아빠가 우리 지켜준다고 약속했어.""야, 꼬마야! 너 지금 꿈 꾸니? 무능한 네 아빠가 무슨 수로 너희를 지켜줘? 그래서 너희 아빠 지금 어디 있는데? 혼자 도망갔을걸?"설해연이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아니야! 우리 아빠 고운이랑 엄마를 두고 도망갔을 리 없어! 아빠가 꼭 돌아와서 지켜준다고 약속했단 말이야!"강우연의 품을 벗어난 한고운은 설해연에게 달려가서 작은 손으로 힘껏 그녀를 밀치며 반박했다. 놀란 설해연은 다급히 뒤로 물러서다가 중심을 잃고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이 잡것이 어디서! 어쩐지 멍청한 네 아빠를 꼭 닮았네! 넌 오늘 내 손에 혼날 줄 알아!"분노한 설해연은 일어서자마자 손을 들어 고운이의 뺨을 때렸다.묵직한 힘에 고운이는 바닥을 구르며 쓰러졌고 입가에 피가 스며나왔다. 아이의 하얀 볼에는 뻘건 손자국이 찍혔다."아… 아파…."고운이가 울음을 터뜨렸다."고운아!"그 모습을 본 강우연은 바로 달려가서 아이를 품에 안았다."고운아, 괜찮아? 어디 안 다쳤어?"아이의 입가에 배어난 피를 보자 강우연은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설해연을 쏘아보았다."당신이 뭔데 내 딸을 때려요!"설해연은 잠깐 당황하나 싶었지만 이내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말했다."애가 예의 없이 굴면 맞아야지! 이래
그 사나운 기세에 강씨 가문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한지훈이 한 걸음씩 가까워질 때마다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를 마주한 듯 그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전혀 숨길 생각도 없는 날카로운 살기에 짓눌린 사람들은 행여 자신에게 불똥이라도 튈까 봐 저마다 몸을 사렸다.모녀는 땅에 엎드린 채 서로를 감싸 안고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한지훈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동자는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았다.제 아버지를 발견한 아이는 한걸음에 달려가 그의 품에 안겼다. 아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아빠, 저 사람들이 엄마랑 고운이를 괴롭혔어. 흑흑..."한고운을 안아 든 한지훈은 아이의 뺨에 난 커다란 손자국을 발견하고는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싸늘한 시선으로 주위를 훑어본 그가 소리쳤다."누가 감히!"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강씨 가문 사람들은 혼비백산하며 숨을 자리를 찾기 바빴다. 겁을 잔뜩 먹은 설해연도 마찬가지였다.한지훈의 기세에 모두 몸을 벌벌 떨었다. 그와 눈조차 제대로 마주칠 수 없었거니와 변변찮은 저항도 할 수 없었다."다시 묻겠습니다. 누가 고운이를 이 꼴로 만들었습니까!"한지훈의 두 눈은 분노로 번들거리고 있었다.자그마치 오 년이다. 그동안 강우연과 딸 고운이는 너무도 많은 상처를 받았다. 두 사람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한 주제에 지금, 이 꼴은 다 뭐란 말인가, 딸아이가 뺨을 얻어맞다니! 한지훈은 가슴이 미어지는 동시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북양구 총사령관의 딸이었다. 용국의 공주님과 마찬가지인 아이가 누군가에게 이런 폭력을 당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이곳이 아니었다면 한고운에게 손을 댄 이는 진즉 사지가 찢겼을 터였다.한지훈의 사나운 고함에 사람들은 일제히 설해연에게 눈길을 던졌다. 더는 숨을 곳이 없다고 판단한 설해연은 뻔뻔하게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녀가 오만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맞아, 내가 그랬어. 그래서 어쨌다는 거지? 설마
자신 때문에 무릎을 꿇은 강우연을 보며 한지훈은 가슴이 아팠다. 그녀는 한결같이 착하고 가냘팠다. 마치 강씨 가문 사람들의 악마와 같은 본성은 전혀 알지 못한다는 듯이."우연아, 일어나. 나 때문에 이 사람들에게 무릎 꿇을 필요 없어."한지훈은 그녀를 일으켜 세우려 손을 뻗었다.짝!그러나 몸을 일으킨 강우연은 한지훈의 뺨을 때리며 고통스럽게 절규했다. 두 볼엔 눈물 자국이 흥건했다."지훈 씨, 제발 좀 그만 해요! 언제까지 이럴 건데요? 당신 때문에 5년 동안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데... 내가 다시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요? 제발 더는 일을 키우지 말란 말이에요!"눈시울을 잔뜩 붉힌 강우연이 한고운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지훈 씨, 고운이는 내 딸이에요. 내 아이라고요. 그러니 지훈 씨가 뭔가를 해줄 필요는 없어요. 우리가 대체 무슨 사이라고요! 물론 그날 나를 위해 나서주고, 그동안 고운이를 아껴준 건 고맙게 생각해요.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건 다 당신 때문이잖아요!"강우연은 아예 목 놓아 울어버렸다. 5년 동안 겪었던 수모들, 요 며칠 사이 강씨 가문에서 당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마침내 감정이 둑 터지듯 쏟아졌다.그녀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5년 사이, 강우연은 주변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과 비웃음, 욕설을 홀로 견뎌야 했다. 강씨 가문에 돌아가면 상황이 좀 나아지려나 싶었으나 그녀의 헛된 바람일 뿐이었다.한지훈의 한쪽 볼에 선명한 손자국이 나 있었다. 그는 멍하니 서서 엉엉 울음을 터뜨리는 강우연을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심장이 날카로운 칼에 베인 것처럼 고통스러웠다.단지 강우연을 아껴주고 지켜주며 그녀에게 모든 걸 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보니, 무언가 잘못된 것만 같았다."우연아, 내가 미안해."사과를 내뱉는 한지훈의 눈에 자책의 감정이 가득 서렸다.강준상이 차갑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대답해 보거라. 저 차는 대체 어떻게 된 거야!"의심
한지훈은 입을 다물고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 망설이는 기색이 서렸다.마음 같아서는 강우연에게 모든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에겐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걸핏하면 목숨을 걸어야 하거나 누군가의 원한을 살 만한 몹시도 위험한 일들이었다.물론 한지훈은 살아남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매 순간 강우연과 한고운의 곁에 있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더구나 지금으로선 사사로이 북양구 삼십만의 사병들을 움직일 수도 없었고, 삼천 명의 신룡전 인재들을 귀국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었다.용각 원로들은 용일을 통해 지난 사건을 주시하고 있다는 의사를 넌지시 표명했다. 비록 책망하진 않았으나 그들은 은근히 경고를 보냈었다.북양구 총사령관이 삼십만 사병을 움직였으니 용국에서 충분히 경계할만했다. 높으신 분들에게 불안을 조성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으니.여전히 침묵을 지키는 한지훈을 바라보는 강우연의 눈시울이 또다시 젖어 들기 시작했다.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떨어지는 눈물을 감춘 그녀는 크게 심호흡했다."됐어요. 말하기 싫다면 강요하지 않을게요. 지훈 씨, 난 혼자서도 충분히 잘 지낼 수 있고 고운이를 잘 키울 수도 있어요. 만약 지훈 씨가 정말 고운이의 아빠가 되고 싶은 거라면, 더 많은 시간을 아이에게 투자하고 나랑 아이에게 정말로 필요한 게 뭔지 고민해 봐야 하는 거 아닐까요? 그리고 내게 필요한 건 저런 차가 아니라..."차마 그다음 말을 내뱉지 못한 강우연은 아이를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쾅, 거친 소리와 함께 방문이 굳게 닫혔다. 좁은 거실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한숨을 내쉰 한지훈은 정원에서 쓸쓸하게 담배를 피웠다.강우연의 마음을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모녀에게 필요한 건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라 진정으로 두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해 주는 마음이었다.십 분 사이에 한지훈은 담배를 다섯 대나 태웠다. 불현듯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풀메이크업에 클러치백을 멘 강우연이 걸어 나왔다.
BMW의 미끈한 차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강우연은 순순히 조수석에 올랐다.부드러운 클래식 선율이 부드럽게 울려 퍼지는 차 안은 유난히 고요했다. 강우연은 어쩐지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창밖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기다란 속눈썹이 나비처럼 팔랑거렸다.한지훈도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 강우연이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음을 눈치챘기 때문이었다.두 사람은 약속 장소인 그랜드 호텔에 도착했다. 주차를 마친 한지훈과 강우연이 차에서 내리자 바로 누군가 그녀를 불렀다."어머, 강우연? 진짜 강우연이네? 웬일이야. 너도 방금 왔어? 이쪽은... 네 남편? 훗, BMW가 웬 말이야. 너무 궁상맞은 거 아니니?"미간을 찌푸린 두 사람이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화려한 화장을 하고 명품 옷에 값비싼 액서서리를 주렁주렁 매단 여자가 차키를 무심하게 눌렀다. 그러자 뒤에 주차된 페라리가 번쩍 빛났다. 그녀는 한정 출시된 루이비통 신상 가방을 손에 쥐고 있었다.강우연은 그녀의 무례함에 기분이 나빴지만 애써 예의를 지켰다. 귀 뒤로 머리를 넘긴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수연아, 오랜만이야."수연이라 불린 20대 여성은 평범한 이목구비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짙한 화장 덕분에 성숙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가느다란 허리를 살랑 흔들며 고개를 빳빳하게 치켜든 그녀가 두 사람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우리 너무 오랜만이다, 우연아. 요즘은 어떻게 지내? 5년 전의 일 때문에 집안에서 쫓겨났다며? 진짜야? 정말 힘들었겠다.""너도 참, 그런 일이 있었으면 나한테 말했어야지. 우린 친구잖아? 알았으면 당연히 내가 도와줬지."강우연은 그 말들이 너무 불편했지만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다."고마워, 수연아."수연은 겉으로는 거짓 미소를 한껏 짓고 있었으나 마음속으론 그녀를 무시하고 비웃었다.가식으로 가득 찬 이 우정 놀음 속, 강우연은 한때 가장 빛나는 사람이었다. 수많은 명문가 도련님과 부자들의 구애를 받는 강우연의
그 남자는 시도 때도 없이 강우연을 쫓아다녔지만 강우연은 그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다. 마침 한윤아는 그 남자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자 강우연과 한윤아 사이에 크고 작은 마찰이 생기기 시작했다. 심지어 한윤아는 그 남자 때문에 강우연에게 손찌검하기까지 했다.강우연이 머뭇거리자 수연이 얼른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무슨 생각해? 얼른 들어가자니까."세 사람은 빠르게 예약 장소로 올 수 있었다. 방문을 열기도 전에 안에서 남녀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명품백이나 시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다들 주목해 주세요, 여신 강우연 님이 왔답니다!"방안에 들어선 수연이 손뼉을 치며 모두의 주의를 끌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커다란 파티룸 테이블 위에는 값비싼 술과 디저트들이 가득 놓여 있었다. 사람들은 또 저마다 포르쉐나 페라리, 또는 람보르기니 차키를 보란 듯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게다가 방 안에 앉아 있는 서너 명의 여자들은 모두 명품 브랜드의 옷을 걸치고 있었고 그들의 곁에는 루이비통, 구찌, 발렌시아가를 비롯한 명품백들이 놓여 있었다. 액세서리들도 하나같이 비싼 것들이었다.잘난 남성들이 그런 그녀들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잘 차려입은 그들은 모두 부잣집 도련님이거나 상류 계층 사람들 같았다.웃음소리가 만연했던 방안은 강우연의 등장으로 금세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무리의 중간에 예쁜 여자가 앉아 있었다. 청순하고 도도한 분위기를 한껏 풍기는 미인은 강우연을 발견하고는 얼른 몸을 일으켰다. 얼굴에 한껏 미소를 머금은 여자가 강우연을 덥석 끌어안으며 울컥한 목소리로 말했다."우연아, 너무 오랜만이야. 보고 싶었어."갑작스러운 포옹에 잔뜩 굳어버린 강우연은 한참 뒤에야 가까스로 여자를 안아줄 수 있었다. 이내 눈시울을 붉힌 강우연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윤아야..."강우연을 놓아준 윤아도 눈물을 글썽이긴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자신의 곁으로 강우연을 슬쩍 잡아당겼다. 마치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를 오랜만에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