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미소는 공장에 도착하자마자 부하들보고 당장 권총을 꺼내라고 명령을 한 후에 조심스럽게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안으로 들어가 보니 여러 사람이 바닥에 누워 있었고 분명히 치열한 싸움의 흔적을 발견했다. 그러자 용미소는 안색이 변했고 뭔가 걱정스러운 표정이 가득했다.그때 용미소는 옆에 앉아 있는 예천우를 발견했다. 그의 입가에는 핏자국이 있었고 몸에도 피가 여러 곳 묻어 있었다.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말했다.“주변을 잘 검사해 봐.”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예천우의 앞에 다가왔고 속으로는 은근히 걱정하고 있었지만 일부러 퉁명스럽게 말했다.“예천우 씨, 죽었어요?”정말 터무니없는 물음이었다.예천우는 어이가 없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제가 죽으면 과부로 살 거예요?”“퉤! 제발 꿈 깨요. 당신 같은 사람은 정말 죽어도 싸요.”용미소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씩씩거리며 욕했다. 마음속의 알 수 없던 두려움은 그제야 싹 사라졌다. 예천우가 살아 있는 모습을 보자 적어도 아까처럼 그렇게 걱정하지는 않았다.“아니. 왜 이렇게 매정한 거예요? 어찌 됐든 저도 용미소 씨의 전 남자 친구였잖아요.”예천우는 지난번에 용미소와 내기했던 일이 생각났고 얼굴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피어났다.예천우는 지금 양박군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기에 마침 미녀 경찰과 마음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기분이 좋았다.하지만 예천우의 말을 들은 용미소는 얼굴이 붉어졌고 화를 내며 말했다.“허튼소리 하지 말아요. 제가 언제 당신 여자 친구였다고 그래요?”“지난번에 우리가 내기한 것도 잊으셨나요?”“그건 예천우 씨가 절 싫다고 하면서 절 버렸잖아요.”용미소는 버럭 화를 내며 반박했다. 지난번에 예천우는 자기가 몸매가 별로라고 했다.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바로 그때 용미소의 뒤에 서 있던 경찰이 말했다.“용 대장님, 그게 사실이에요? 반장님께서 저 사람한테 고백했는데 거절당한 거예요?”나머지 4명의 경찰들은 방금 주위를 수색했으나 살아
“게다가 저 자식들이 우리보고 절대 경찰에 신고해서는 안 된다고 했어요. 그래서 저와 임 어르신께서 함께 1,000억을 가지고 이곳으로 오게 된 거죠. 하지만 우리가 돈을 주기도 전에 이 납치범들이 돈 배정 문제 때문에 서로 다툼이 일어났고 심지어 상대방을 죽여버렸어요. 그래서 저도 운이 좋게 제 아내를 구하게 된 거죠.”듣기에는 그럴싸해 보였지만 분명히 도리에 맞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다툼이 일어났다면 적어도 먼저 돈을 받아야 했었다.돈도 받지 않았는데 자기들끼리 먼저 싸우기 시작한 건 좀 불가능했다.그래서 용미소는 전혀 한 마디도 믿지 않았고 예천우가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에 더욱 화가 났다.“예천우 씨의 말은 저 사람들이 돈도 못 받았는데 바로 서로 물고 뜯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지금 저보고 그 말을 믿으라는 거예요?”“당연히 믿을 수 없겠죠.”예천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러면 왜 헛소리를 하는 거죠?”“헛소리한 게 아니에요. 비록 불합리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어나지 않는다는 법은 없잖아요. 공교롭게도 마침 일어나게 된 거죠.”“좋아요. 그러면 그렇다 치죠. 그러면 돈도 아직 못 받았던 저 사람들이 싸움이 일어나게 된 이유는 뭐죠?”용미소가 물었다.“그건 저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하죠. 나도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요. 갑자기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요.”예천우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그 말을 들은 용미소는 화가 나서 터질 것 같았다.‘이 새끼는 왜 매번 이러는 거야? 분명히 자기가 한 일이면서도 증거까지 싹 없애고 말이야.’용미소는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사실대로 말하지 않을 거죠? 이따가 법의관님이 와서 자세히 검사하면 모든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만약 저들이 예천우 씨와 싸웠던 흔적이 발견되면 어쩔 건데요?”“절대 그럴 리가 없어요. 저는 저 사람들을 다치지도 않았어요.”예천우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비록 그는 하문수와 싸웠지만 직접적인 신체 접촉은 없었다. 그리고 바닥 위의 흔적들은 그가 이
“그런데 문제는 이 모든 건 제가 한 짓이 아니라는 거죠. 게다가 이들은 킬러 조직의 사람이니 만약 다른 조직원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저를 보복할 수도 있다고요.”예천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러면 저와 함께 경찰서로 가시죠.”“자, 빨리 이 사람을 데리고 가!”용미소는 몸을 일으켰고 더 이상 예천우와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바로 그때 양박군이 도착했다. 그는 함께 훈련하던 당만수와 독고살까지 데리고 왔다.방금 예천우와 통화할 때 양박군은 예천우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독고살과 당만수까지 데리고 왔다. 게다가 예천우의 부탁대로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종적을 숨기며 왔다.그래서 그들 셋 외에 다른 사람도 없었다. 세 사람의 실력이라면 종사를 몇 명 상대해도 두렵지 않았다.당만수는 양박군을 만나고 보니 예천우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몇 달이 지나자 양박군은 그래도 당만수를 이길 수 없었지만 당만수도 양박군에게 상처를 입게 하지 못했다.양박군의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독고살의 몸 움직임도 정말 대단했다.이 두 사람은 정말 매일 진보했고 그걸 지켜보는 당만수도 깜짝 놀랐다. 그들의 잠재력은 정말 놀라웠다.특히 양박군은 언젠가는 온 세상을 놀라게 할 절세의 고수가 될 것 같았다.당만수는 예천우가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그에게 이런 부하가 있고 또 이런 부하들은 예천우에게 절대적으로 충성을 다하는지 궁금했다.다행히 당문은 예천우의 적이 아니었다. 당만수는 당문의 상황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도 전혀 급하게 돌아갈 필요가 없었다.당수현은 그렇게 음험한 사람이라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 예천우가 있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당문은 지금 어떤 상황일지 감히 상상하지도 못했다.“도련님! 괜찮으세요?”양박군은 들어오자마자 관심 어린 어조로 물었다. 심지어 옆에 있는 경찰들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에 정말 다툼이 일어난다고 해도 양박군은 순식간에 경찰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
“안전을 지켜줘야 한다고요? 경찰인 우리가 있는데 무슨 일이 있겠어요.”용미소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게다가 예천우 씨는 단지 양아치일 뿐이죠. 왜 도련님이라 하는 거죠?”용미소는 일부러 양박군을 자극했다. 예천우가 입을 굳게 닫고 있으니 양박군으로 부터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아니나 다를까 양박군은 용미소가 예천우를 깔보자 즉시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우리 도련님의 실력은...”“박군아! 됐어. 그만해.”예천우는 고개를 내저으면서 말했다.“여자랑 뭘 따지려고 드는 거야?”양박군은 예천우의 말을 순순히 듣고 즉시 입을 다물었다.예천우의 말은 그에게 있어서 곧 명령이었다.그러자 용미소는 화가 나서 터질 것 같았다.‘내가 뭐 심한 말을 했어? 왜 여자와 따지지 말라고 하는 거지? 정말 재수 없어. 안 돼. 화를 내면 절대 안 돼. 화를 낼 수록 예천우 저 자식은 점점 우쭐거릴 거야.’용미소는 화를 참으며 차갑게 말했다.“말하지 않으면 됐어요. 저도 별로 듣고 싶지 않아요. 게다가 예천우 씨는 딱 봐도 별로 능력이 있지 않게 생겼잖아요.”양박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그의 눈에는 날카로운 눈빛이 번쩍였다.용미소는 그 눈빛을 보자 깜짝 놀랐다.‘몸이 건장한 이 자식도 만만치 않아 보이네.’용미소는 경찰서로 돌아가자마자 양박군이라는 사람을 조사하려고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전과가 있는지 잘 알아보고 싶었다.‘예천우가 굳게 입을 닫고 있으니 양박군으로부터 조사를 시작하면 돼.’예천우는 경찰차를 타고 경찰서에 도착했다.용미소는 예천우를 취조실에 가두고 양박군보고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번 사건의 관련 정보를 기다리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서에서는 하문수 일행의 신분을 알아냈다. 비록 그들은 진도 사람들이었지만 현재의 기술로는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중요한 건 주도현이라는 사람은 원래 지명수배된 살인범이었고 그는 많은 사람의 목숨을 죽였다. 하문수와 나머지 사람들도 죄다 살인범들이었다.예천우의
장한식은 고개를 내저으면서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내가 너한테 일부러 알려주지 않으려는 게 아니야. 하지만 예천우 씨는 능력이 엄청 대단하다는 것만 알고 있으면 돼.”“얼마나 대단한데요?”용미소는 정말 궁금했다. 장한식이 이렇게 말하는 건 분명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근거가 있을 텐데 용미소는 그걸 알고 싶었다.“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싶은 거야? 천해시의 4대 가족이었던 사씨 가문을 기억해?”장한식이 되물었다.“물론이죠. 한식 삼촌께서는 사씨 가문을 무너뜨리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왔잖아요.”“내가 오랫동안 노력한 건 사실이지만 사씨 가문 같은 집안은 내가 도저히 무너뜨릴 수가 없었지. 심지어 황 시장님께서도 사씨 가문을 상대할 수 없었어. 그 모든 걸 성공시킬 수 있었던 건 예천우 씨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지.”“그럴 리가요. 예천우가 어떻게 도와준 거죠?”“그건 신경 쓰지 마. 어찌 됐든 잘 기억해. 나뿐만 아니라 황 시장님께서 예천우 씨를 만났다고 해도 공손하게 예의를 차려야 해. 심지어 황 시장님은 예천우 씨를 매우 존경한다고 했어.”장한식은 원래 이렇게까지 말하지 말아야 했지만 용미소가 자꾸 예천우를 건드리고 있으니 사실을 조금 알려줬다.장한식은 용미소의 아버지와 매우 친했다.용미소는 서장 사무실에서 걸어 나올 때도 마음이 두근거렸다.‘예천우가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이럴수록 점점 더 궁금해지네. 예천우는 도대체 무슨 신분일까? 설마 그는 대도시 명문의 도련님일까? 그렇지 않으면 황 시장님께서도 예천우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을 거야. 예천우도 사씨 가문 같은 큰 가문을 상대할 수 없었을 거고.’용미소는 자기 생각이 맞겠다고 생각했다. 용미소는 대도시의 큰 인물들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가문 중에 예천우라는 사람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용미소는 예천우가 있는 취조실에 도착했다.예천우는 용미소가 들어오자 이내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미소 씨, 어떻게 됐어요? 절 풀어주
“알겠어요.”용미소도 더 이상 묻지 않고 바로 예천우를 밖으로 데려다주었다.예천우는 참으로 교활하고 간사했기에 그의 입으로부터 아무런 단서도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예천우가 밖으로 나오자 양박군은 이미 차량을 안배했고 바로 예천우를 데리고 떠났다.“도련님, 어디로 모실까요?”양박군이 물었다.“천궐 1호 별장으로 가자.”예천우는 말하며 휴대 전화를 꺼내 들어 임완유에게 전화를 걸었다.‘용미소 때문에 이렇게 오랜 시간을 잡아먹었으니 이제는 완유도 깨어났을 거야.’아니나 다를까 전화는 이내 통했다.“완유야, 좀 어때? 괜찮아?”예천우는 관심 어린 어조로 물었다.“괜찮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그러면 다행이네. 오늘은 내 집에서 자고 돌아가지 않을게.”예천우는 자신의 몸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한 느낌이 들었고 재빨리 몸을 회복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날 보러 오지도 않아?”임완유의 말투에는 놀라움과 불만이 가득 섞여 있었다.임완유는 깨어나자마자 예천우가 자신을 구한 줄 알았다.하지만 듣고 보니 이번 일은 예천우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했다. 오히려 줄곧 자신이 멀리하던 예훈 도련님이 자신을 구해줬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또 크게 신세를 지게 된 셈이었다.지난번에 려씨 가문을 상대할 때도 예훈이 뒤에서 큰 힘을 썼고 예훈 덕분에 임완유는 가족들 앞에서 예천우의 실력이 이토록 대단하다고 허풍을 떨어도 가족들은 믿을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예훈에게 신세를 지게 된 것도 모자라 남편인 예천우는 자신에게 일이 생긴 것을 뻔히 알면서도 보러 오지도 않았다.임완유는 일어나자마자 바로 무슨 상황이 일어났는지 물었고 임국종은 모든 공로를 예훈에게로 돌렸다.임국종은 심지어 예훈은 임완유를 구하기 위해 납치범들의 핍박으로 자해하기까지 해서 겨우 구해냈다고 말했다.지금 예훈은 상처를 치료하는 중이고 임완유를 걱정하게 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당분간 만나지 말자고 당부했다고 말했다.그 말을 들은 임완유는 사실 몹시 감동했다. 그녀는 자신을 구한 사람
사실 예천우는 임완유가 화를 낸다는 것을 느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몸 상태를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했기에 다른 걸 너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몇 번 손을 쓰다 보니 예천우는 몸에 너무 큰 무리가 갔다.맨 처음처럼 그 정도라면 며칠만 푹 쉬면 되었지만 지금 예천우는 다시 정상급 실력으로 회복할 자신조차 없는 상황이었다.그가 양체은의 구음지기를 얻을 수 있다면 또 몰랐다.하지만 예천우는 이런 일을 절대 할 수 없었다.양체은의 결백함을 지켜줘야 했고 임완유한테 미안한 짓을 하면 안 되었기에 예천우는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예천우는 이제 앞으로 더욱 방심해서는 안 되었다.양박군이 지키고 있으니 예천우는 많이 시름이 놓였고 홀가분하게 눈을 감고 바로 잠들었다. 요 며칠 동안 처음으로 이렇게 마음 편히 잠을 자는 것 같았다.차가 별장에 도착하자 예천우와 양박군은 차에서 내렸다.예천우가 먼저 집으로 들어갔고 양박군이 그 뒤를 따랐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양박군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누구야!”그러자 예천우는 저도 모르게 눈을 번쩍 떴다.‘정말 상처가 더 심해진 게 맞네. 정신력도 큰 영향을 받은 것 같아. 박군도 알아차렸는데 난 못 알아차렸으니 말이야.’“이 자식이 실력이 꽤 있네. 감히 나의 존재를 발견했다니.”말과 함께 한 노인이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그의 뒤에는 두 사람이 더 있었고 모두 검은 옷차림이었고 몸에서 보이지 않는 강력한 살기가 나왔다.상대방이 나타나자 예천우는 점차 감지 능력이 돌아왔다. 이 사람들에게서는 같은 냄새가 나는 것 같았고 지난번에 진가인을 상대하던 킬러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예천우의 눈에는 한 줄기 빛이 반짝였고 이내 평정을 되찾고 입을 열었다.“누구인데 감히 내 별장에 함부로 들이닥치는 거지? 도대체 뭐 하려는 거야?”“뭐 하려고? 당연히 널 죽이러 왔지!”노인은 코웃음을 치면서 직접 말했다.“이놈아, 뜻밖에도 네가 당시 고아원에서 살아남은 아이였을 줄은 정말 몰랐어!”예천우
“당연히 알고 있지. 귀문이란 바로 극악무도한 새끼들을 위한 아지트잖아.”예천우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건방진 자식!”노인은 갑자기 화를 냈다.“죽고 싶어!”“내가 너희들을 욕하지 않았다면 날 죽이지 않을 거야?”예천우는 차갑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게다가 당시 고아원에 불을 지르는 이런 일은 너희 같은 짐승 새끼들 말고 누구도 해낼 수 없어.”“죽여버릴 테야!”노인은 완전히 화가 나서 오른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뒤에 있던 두 명의 고수가 즉시 튕겨 나왔다.“당장 저 새끼를 폐인으로 만들어버려!”귀왕은 예호영의 신분을 확인하면 상대방을 일단 살려두라고 지시했다. 지금은 예전과 상황이 좀 달랐고 예호영의 몸에는 절세의 보물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양박군은 상황을 보자 즉시 앞으로 나가서 예천우의 앞을 막았다.“죽여버려!”예천우는 바로 담담하게 말했다.양박군은 그 말을 듣고 살짝 멍해졌다. 그는 단지 상대방을 물리치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예천우는 뜻밖에도 바로 상대방을 죽여버리라고 명령했다. 가장 중요한 건 양박군은 사람을 죽이는 일은 잘할 자신이 없었다.하지만 예천우가 그렇게 말하자 양박군은 자신이 예천우의 도움으로 놀랍도록 빠르게 성장한 사실이 생각났다. 그리고 상대방 몇 명은 딱 봐도 모두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양박군은 차가운 표정으로 바로 주먹을 들고 상대방을 공격했다.그러자 두 킬러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죽고 싶어!”그리고 그들은 몸에 가지고 있던 뾰족한 무기를 꺼내 들어 양박군을 덮쳤다. 게다가 두 고수가 힘을 합치니 공격을 당하기만 하면 바로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두 사람의 거센 공격에도 양박군은 전혀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었고 갑자기 오른손에서 힘이 폭발하더니 그 무서운 힘은 그대로 거센 바람을 일으켰다.두 사람은 안색이 크게 변했고 놀란 표정을 지으며 이내 뒤로 물러서려고 했으나 그때는 이미 늦었다.그중 한 명은 양박군에게 명치를 맞았다. 그는 너무 고통스러워 거꾸로 날아가다가 바닥에 떨어져서
예천우는 이번에 꽤 오랜 시간 동안 폐관 수련에 몰두했다. 그러는 사이 절정종에서 초대한 성종 대회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임완유는 성도로 출발할 준비를 마쳤지만 예천우가 폐관 중이어서 어제 떠나지 못했다. 예천우는 이를 알고는 바로 내일 함께 출발하자고 그녀와 약속했다. 마침 성종 본부가 동성시 근처에 있어 임완유의 성도 출근을 겸해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예천우는 남궁은서에게 부탁해 임완유가 회사에 도착했을 때 괜히 아래 직원들이 그녀를 의도적으로 괴롭히는 일이 없도록 조치해달라고 당부했다.남궁은서는 흔쾌히 이를 받아들이며 즉각 행동에 나섰다. 그녀는 회사의 고위 관리자들에게 직접 경고하며 임완유가 불편을 느끼게 할 경우 무조건 책임을 묻겠다고 엄중히 알렸다.다음 날 떠날 준비를 마친 예천우는 자신이 없는 동안 필요한 일들을 정리해 둔 뒤 양박군을 찾아갔다.양박군은 예천우를 다시 만나자 그가 예전보다 더 평범해 보였다고 느꼈지만 직감적으로 예천우가 한층 더 비범해졌음을 깨달았다.반면 당만수는 예천우의 변화를 정확히 감지하지 못했지만 감탄을 멈추지 않았다.“도련님, 매번 도련님의 실력을 보고 놀랍다고 생각했는데 매번 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네요.”예천우는 웃으며 말했다.“당 장로님, 과찬입니다.”‘아마도 지금 나의 진짜 실력을 알게 되면 더 놀라실지도 모르겠네요.’당만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도련님과 양박군 같은 강자들과 함께 있으니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집니다.”예천우는 웃으며 말했다.“당 장로님도 종사 절정의 경지에 도달하셨잖아요. 그건 엄청난 성취입니다.”당만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사실 공자님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혼자 노력했더라면 몇 년이 걸릴지 몰랐을 겁니다.”그때 예천우는 옆에서 조용히 있던 독고살을 눈여겨보며 물었다.“독고살, 무슨 일이 있어? 표정이 조금 어두운 것 같은데.”경지를 돌파해서 그런지 예천우는 자신의 정신력이 크게 제고된 걸 느꼈다. 엄청나게 예민해진 감각 때
비록 예천우가 방금 육지 신선의 경지에 진입했을 뿐이지만 그의 기반과 잠재력은 다른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초입 단계라고 해도 그의 힘과 내공은 이미 왕자 같은 존재감을 자아내고 있었다.육지 신선의 경지는 하, 중, 후급으로 나뉘지 않는다. 대신 각자의 내공과 저축된 경험만으로 강약이 판가름 난다. 그런데도 성사리는 여전히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예천우는 성사리 안에 여전히 많은 힘이 남아 있음을 감지했고 이전 성종의 여러 대 종주 중 상당수가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잠시 고민하던 그는 성사리의 에너지를 다시 흡수해 보기로 했다. 다행히 이번에도 에너지가 그의 몸으로 흘러들어왔다. 강력한 에너지가 끝없이 체내로 밀려들었고 마침내 그는 흡수를 멈추기로 했다. 더 이상 큰 효과가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그러자 성사리의 빛은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천우는 문득 떠올랐다. ‘성마결의 심법을 사용해 성사리의 에너지를 어머니의 체내로 전환해 주면 엄마도 육지 신선의 경지로 돌파할 수 있지 않을까?’그는 바로 행동에 나섰다.잠시 후, 예천우는 수련실에서 나와 어머니를 찾았다.“천우야, 어때?”남궁은서는 긴장된 얼굴로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떨림이 담겨 있었다.조금 전 수련실에서 느껴진 강력한 기운은 그녀에게 아들이 해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성공했어요.”“정말이니? 너무 잘했어!”남궁은서는 감격스러워하며 아들을 끌어안았다.“여보, 봤어? 우리 아들이 해냈어. 천우가 해냈다고!”예천우는 어머니를 안으며 차분히 말했다.“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자들 그 누구도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그의 눈빛에는 차가운 빛이 깃들어 있었다.남궁은서는 아들의 결심에 고개를 끄덕였다.예천우는 곧이어 성사리의 힘을 어머니에게 전달하는 방안을 설명했다. 남궁은서는 그의 아이디어에 잠시 놀랐지만 아들을 믿고 시도해 보기로 했다
시간이 촉박했던 예천우는 임완유에게 자신이 곧 폐관 수련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한 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수련에 돌입했다.예천우는 먼저 성마결을 정밀히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미 수라심경을 수련했고 타고난 천재성과 기억력을 갖춘 그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성마결의 핵심 원리를 빠르게 파악했다. 이후 그는 수련에 들어갔다.우선 수라심경의 미완성된 부분을 성마결로 보완하면서 자신의 기존 실력을 강화했다. 이어서 영혼과 정신력에 집중해 수련했고 예천우의 수련 속도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빨랐다.모든 준비를 마친 예천우는 성사리를 꺼내 성마결 심법을 사용해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성사리를 작동하자마자 엄청난 에너지의 흐름이 폭발하듯 그의 몸으로 밀려들었다.그 에너지는 마치 그의 몸을 금세라도 폭발시킬 듯 강력했다. 예천우는 깜짝 놀라 서둘러 성마결 심법을 전개하며 에너지를 흡수하고 전환하기 시작했다. 진기가 끊임없이 그의 몸으로 흘러들어와 그의 육체와 정신을 에워쌌다.시간은 몇 시간 동안이나 흘렀고 그는 자신의 체내에 진기가 한계점까지 도달했음을 느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돌파하지 못했다.문득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황제심경 심법을 활용해 흡수한 진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하고 융합해 보기로 했다. 그는 이 방식을 사용해 몇 시간 동안 수련에 더 집중했다.결국 그의 노력은 결실을 보았다. 체내 모든 진기가 혼돈과도 같은 새로운 형태로 융합되었다.그리고 그 순간 굉음이 터졌다.“쾅!”예천우는 자신의 정신이 일순간 돌파되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온 세상이 그의 뇌리에 펼쳐져 전부 투영된 것 같았다. 그는 움직이지 않아도 주변 모든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의 정신력이 몸 밖으로 점점 확장되며 그 범위는 계속 넓어졌다. 마침내 그는 자신이 거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밖에서 기다리던 남궁은서는 이 모든 것을 느꼈다. 마치 누군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는 듯한 강렬한 시선을 감지하자 그녀는 문득 멈춰 섰
임완유를 방에 안정시키고 난 뒤 남궁은서는 예천우를 방으로 불러들였다. 그녀는 고풍스러운 책 한 권을 꺼내 그의 손에 건넸다.“이게 뭔가요?”예천우가 책을 받아 살펴보니 표지에 고풍스러운 글씨로 「성마결」이라는 세 글자가 쓰여 있었다.“이건 성종의 최상급 심법인 성마결이야. 지난번 네가 싸우는 걸 보니까 수라심경을 수련한 것 같더구나. 사실 수라심경은 성마결의 일부일 뿐이고 성마결만큼 완벽하고 고급스럽지 않아. 그래서 내가 특별히 이걸 가져왔어.”남궁은서가 설명했다.예천우는 책을 열어 내용을 확인했다. 안에 담긴 내용은 정말 대단했다. 자신이 수련했던 수라심경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완벽했으며 특히 영혼에 관한 수련법이 두드러졌다.그러다 문득 그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혹시 내가 돌파하지 못하는 이유가 영혼적인 측면이 부족해서 그런 걸까?’생각하면 할수록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그 순간 남궁은서는 다시 또 다른 상자를 꺼냈다. 상자는 은은한 고풍스러운 빛을 뿜었고 그 자체만으로도 비범한 보물임을 알 수 있었다.“이번에는 뭔가요?”예천우가 물었다.“성사리라는 물건이야.”“뭐라고요? 성종 역대 종주들의 정신과 수련의 힘이 모인 성사리요? 하지만 그건 이미 사라졌다고 하지 않았나요?”예천우는 믿기 힘들다는 듯 되물었다.성사리에 대한 전설은 그도 알고 있었다. 비록 모든 힘을 담지는 못했지만 역대 종주가 자기 힘의 십 분의 일을 남겨놓은 것만으로도 무시무시한 것이었다.그런데 이제 보니 성종 종주가 자신의 외할아버지였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사람들은 성사리가 흡수되면 사라진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 성사리는 완전히 소진되지 않는 한 계속 존재할 수 있어. 다만 성마결을 극한까지 수련하고 종사 절정의 경지에 도달해야만 사용할 수 있어.”남궁은서가 설명했다.“그럼 엄마는 내가 성마결을 수련하고 성사리를 흡수하길 바라는 거군요?”예천우가 물었다.“맞아.”남궁은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천우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가 이렇게 나올 것을 이미 예감했기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천상 그룹이요? 세계 100대 기업 중 하나인 그 천상 그룹 말인가요?”임완유는 처음에는 당연히 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천상 그룹이라는 이름이 그녀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비록 천상 그룹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적은 없지만 천상 그룹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특히 천상 그룹 산하의 천상 투자 회사가 얼마나 막강한지는 소문으로도 알 정도였다.국내외 주요 대기업의 배경에도 이들의 투자가 있을 만큼 천상 그룹은 거물급 존재였다.더구나 사람들은 천상 그룹의 최대 주주가 신비로운 여성이라고만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설마 그분이 바로 나의 미래 시어머니였어...?’임완유는 이런 생각에 멍하니 굳어버렸다.“맞아. 너도 그 이름을 들어봤구나?”남궁은서가 물었다.“네. 하지만 정말 대단한 회사라고 소문으로만 들었어요.”임완유는 감탄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니, 혹시 그 천상 그룹의 최대 주주가 어머니셨던 건가요?”무영음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맞아. 하지만 이 모든 건 천우를 위해 준비한 거야. 그 애는 성격상 직접 나서서 관리하려고 하지 않거든. 네가 곁에서 도와준다면 더할 나위 없지.”“아니요. 안 돼요!”임완유는 당황하며 거절했다. 천상 그룹 최대 주주의 자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위상이었다.그녀가 이런 자산을 책임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천상 그룹의 규모는 그녀의 상상 범위를 넘어섰다.예천우는 그녀가 놀라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네 능력이라면 조금만 적응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어.”“그리고 우리 엄마가 너한테 맡긴다는 건 네가 손해를 보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야. 설령 다 날려버린다 해도 괜찮아. 내가 가진 자산도 어차피 네가 관리해 줘야 하거든.”“...” 임완유는 할 말을 잃었다.‘이
‘도련님이라고 부르다니... 설마 하녀야?’임완유와 유이안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완벽한 미인이 하녀라니. 선우서림도 임완유를 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임완유가 이곳에 온 거 보니 아마 같이 살려는 거겠지?’ 그녀는 한동안 예천우와 더 가까워질 기회를 기다려 왔다. 예천우가 임국종의 후일을 다 마무리했으니 앞으로 자주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임완유가 이곳에 들어오면 그 기대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예천우는 둘 사이의 어색한 분위기를 느끼고 바로 소개를 시작했다.“완유야, 이분은 선우서림 씨, 우리 엄마의 제자야.”임완유는 깜짝 놀라며 정중히 말했다.“서림 씨, 안녕하세요.”“굳이 그렇게 격식 차릴 필요 없어. 그냥 서림이라고 불러. 서림아, 이쪽은 완유야. 앞으로 새언니라고 부르면 돼.”예천우의 한 마디에 임완유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이는 곧 그녀의 신분을 확실히 한 셈이었다.선우서림은 마음속으로 아주 억울했지만 남궁은서가 이미 임완유를 인정했기에 마지못해 말했다.“네. 형수님, 안녕하세요.”“그리고 여기는 완유의 사촌 동생 유이안이야.”예천우는 유이안도 가볍게 소개했다.예천우는 임완유와 유이안을 이끌고 집 안으로 들어가 그녀에게 방을 하나 배정했다. 방으로 들어가기 전 임완유는 계속 선우서림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녀가 자신에게 약간의 적대감을 가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그리고 임완유는 직감적으로 알았다.‘어쩌면 선우서림도 예천우를 좋아하고 있을 거야. 그렇기 때문에 나한테 적대감을 느끼는 것이겠지.’그래서 그녀는 예천우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천우야, 서림 씨는 여기서 계속 살고 있는 거야?”“아니. 서림이도 최근에 함께 왔어.”“함께?”“응, 아직 너한테 말 안 했는데 우리 어머니도 여기 계셔.”“뭐라고? 네 어머니? 그런데 그동안...” “내가 엄마를 찾았어.”예천우는 간단히 대답했다. 그는 이전에 임완유에게 자기 가족에 대한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지만 어머니인 남궁은서를 찾
유은수는 점점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우리 임씨 그룹의 현재 가치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 최소 수천억은 되고 현재 추세로 봐서 몇 년 안에 2조를 넘는 것도 문제없어.”“이 정도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가 왜 예천우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겠어? 예천우가 설령 수조 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우리에게 수백억을 줄 가능성은 없잖아. 게다가 예천우는 절대 수조 원의 자산도 없을 거야. 그러니까 예천우가 우리를 귀찮게 하는 일 없이 멀리 떨어지게 하는 게 최선이지.”임강은 유은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당신 말이 맞는 것 같아. 하지만 선호는... 그 녀석은 참...”“괜찮아. 지금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우리가 다 선호를 위해서 하는 거라는 걸 말이야.”유은수가 단호하게 말했다.“그렇지. 이제 선호도 점차 알게 되겠지.”차에 올라타고 난 뒤 임완유는 어머니의 말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천우야, 우리 엄마가...”“말 안 해도 다 알아. 걱정하지 마. 네 엄마한테 손을 쓰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하지만 그 대신 내 도움도 기대하지 말라고 전해.”예천우가 말을 끊으며 차분히 말했다.임완유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쓴웃음을 지었다.“물론 그렇겠지. 제발 할아버지의 유산이라도 잘 지켜주면 좋겠어.”예천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담담히 말했다.“그건 아마도 어려울 거야.”임완유의 표정이 우울해지자 예천우는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웃으며 말했다.“일단 돌아가서 좀 푹 쉬어. 몸을 좀 추스르고 나면 내 회사 몇 개를 너한테 줄게.”“회사?”임완유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응. 몇 군데 있어. 내가 직접 관여하지 않아서 상태를 잘 모르지만 네가 좀 정리해 주면 좋겠어.”“그 회사들은... 자산이 얼마나 되는 건데? 설마 몇조가 넘는 거 아니야?”임완유는 반신반의하며 물었다.“몇조?”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거보다 훨씬 더 많아. 대충 계산해 봐도 200조는 넘을 거야.”수라전 자
“겨우 수천억짜리 자산은 내 손에선 용돈만도 못 돼. 돈은 나한테 그냥 숫자일 뿐이야. 내가 사랑하는 건 너... 바로 임완유라는 사람이야. 넌 어떤 걸로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지.”예천우의 말을 들으며 임완유는 다시 한번 감동했다. 만약 지금 장소만 적당했다면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했을지도 몰랐다.“언니, 형부! 두 분은 정말 너무하네요. 솔로인 제 생각은 하지 않나요? 너무 고통스러워요.”뒤에서 지켜보던 유이안이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예천우가 자신이 있는 걸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임완유만 바라보는 모습에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형부가 나한테 저런 말을 해준다면... 당장 죽어도 아깝지 않을 텐데.’임완유는 얼굴이 붉어지며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가지 못했다.짐을 다 챙긴 그들은 함께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거실을 지나면서 멀리서 유은수가 보였지만 임완유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문 쪽으로 향했다.그 모습을 본 유은수는 잠시 고민하더니 다가와 말했다.“완유야, 어찌 됐든 여기는 언제든 네 집이야. 돌아오고 싶을 때 언제든 돌아와도 돼.”임완유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순간 흔들렸지만 곧 조용히 말했다.“엄마, 만약 엄마가 변하기만 한다면 우린 여전히 한 가족일 수 있어요. 난 엄마를 존경하고 효도하고 싶어요.”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금 누구를 원망한다고 해서 의미가 없었다. 그녀는 유은수가 예전처럼 행동하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하지만 유은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임완유가 다시 주식을 되찾으려는 속셈으로 착각하고 급히 말했다.“완유야, 엄마가 이렇게 한 건 네가 힘들까 봐 대신 회사를 관리해 주려는 거야.”“...”임완유는 쓰라린 마음으로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그러자 유은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완유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건 아니겠지?’그녀는 걱정스럽게 말했다.“그래. 완유야, 네가 나한테 약속한 건 잊지 말아라.”“걱정하지 마세요. 아무도 엄마를 건드리지 않을 거예요.”임완
지난번 병원에서 예천우에게 뺨을 맞은 유은수는 이번에 그의 살벌한 분위기에 완전히 얼어붙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그녀는 예천우가 자신이 주식을 빼앗은 사실을 이미 알았다고 확신했다.‘빌어먹을 년! 완유가 분명 날 대신 예천우에게 잘 말해 놓겠다고 약속했잖아. 예천우가 문제 삼지 않게 하겠다더니 약속을 어긴 거야? 내가 이런 년을 딸이라고 키웠어!’하지만 지금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기에 그녀는 급히 변명하며 말했다.“천우야, 이건 오해야! 정말 내가 그런 게 아니고 이건 다 완유가 스스로...” “스스로요? 당신들은 이런 걸 스스로라고 하는 거예요? 완유를 생각해서 모르는 척하는 거였죠. 그렇지 않았으면 임씨 가문은 이미 없어졌다고요.”예천우는 냉랭하게 말을 내뱉고는 안으로 들어갔다.예천우가 사라지자 유은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말투를 보니 자신을 당장 해치지는 않을 것 같았다.‘그 죽일 년이 그래도 나를 조금은 생각해 줬나 보네. 이래서 내가 키운 게 헛수고는 아니지.’임완유는 짐을 다 챙기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예천우를 보고 멍해졌다.“천우야, 무슨 일이야?”“네가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는데. 내가 안 오면 되겠냐?” 예천우는 다가가 그녀를 꽉 안아주며 속삭였다.그의 따뜻한 품에 안기자 임완유의 차가운 마음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할아버지의 죽음, 부모의 냉담함과 배신... 모든 것이 그녀를 끝없는 고통과 차가움 속에 밀어 넣었었다.그러나 예천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를 아끼고 지켜줬다. 자신이 오해하고 몰라줘도 그는 늘 그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이런 남자가 있다는 사실에 더 이상 슬퍼할 이유가 없다는 걸 느꼈다.“천우야, 고마워.”임완유는 고개를 들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나도 그래.”예천우도 부드럽게 대답했다.“짐 다 챙겼어?”“응.”“그럼 가자. 우리 집으로.”그의 말에 임완유는 잠시 멍해졌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