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안색이 크게 변했고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그는 자신이 협조하지 않으면 양박군은 정말로 자신을 죽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양박군의 무서운 실력 때문에 노인과 함께 온 두 사람은 이미 목숨을 잃었다.하지만 양박군은 오히려 꽤 평온한 표정이었다.“내가 한 말을 들었지?”예천우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들었어.”노인은 얼굴이 어두워졌고 뭐라고 반박하고 싶었으나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방금 양박군은 전혀 봐 주지 않고 호되게 손을 썼으니 지금 이 상황에 말 한마디라도 잘못하면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좋아. 그때 그 큰 화재는 누가 너희들에게 불을 지르라고 시켰어?”예천우가 물었다.이 문제를 들은 노인은 안색이 다시 크게 변했다.“잘 생각해 보고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헛소리를 했다가는 바로 죽을 수도 있어.”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귀왕님이 시켰어!”노인은 어쩔 수 없이 사실대로 말했다. 가장 중요한 건 오늘 이곳에서 살아서 떠나야 했다. 이곳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다면 재빨리 귀왕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나중에 귀왕님께서 직접 나서면 이 새끼는 쉽게 죽여버릴 수 있을 거야. 이 자식 옆에 저 사람이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귀왕님을 만나면 반드시 죽을 거야.’“귀왕?”예천우의 눈에는 분노와 살기가 가득했고 그는 차갑게 물었다.“귀왕이 왜 고아원에 불을 지른 거야? 자신을 위해서 한 일이야? 아니면 다른 사람이 시켰어?”예천우의 강한 정신적 압박 때문에 노인은 살며시 몸을 떨었고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나도 잘 몰라. 하지만 귀왕님께서 그 당시에 나와 했던 말을 생각해 보면 아마도 남에게서 부탁을 받았던 것 같았어.”“그 사람이 누구야?”“나도 몰라. 그 사람이 직접 귀왕님과 소통했을 거야.”노인은 다급하게 대답했다.“이제 널 남겨둬도 소용이 없어!”예천우는 이렇게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박군아, 죽여버려!”양박군은 그 말을 듣고 살짝 놀랐다. 이 노인은 사실 매우 협조적이었다.하
“조급해할 필요 없어. 넌 지금 실력이 뛰어나지만 혼자 귀문으로 쳐들어가기에는 아직 부족해.”예천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양박군은 지금 종사 초급의 실력에 불과했다.그가 전력을 다한다고 해도 겨우 종사 중급 절정의 실력까지만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종사 후급의 고수를 만나면 곤란한 경지에 처하게 될 것이고 게다가 귀문은 다른 곳과 달리 함정들이 매우 많았다.“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까요?”양박군이 물었다.“일단 지켜보자. 다만 귀왕이 이미 나에게 손을 쓴 것을 보니 분명히 내 신분을 의심하고 있는 것 같아. 이 사람들이 돌아가지 않으면 분명히 다음번에는 실력이 더 강한 킬러들을 보낼 거야.”예천우가 입을 열었다.“그럼 어쩌죠? 도련님의 상처는 아직 회복하지 않았잖아요.”예천우는 일부러 자신의 상처를 숨기지 않았기에 양박군도 예천우의 몸 상황을 대략 알고 있었다.“괜찮아. 내가 죽고 싶지 않은 한 저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하지 못할 거야.”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고 바로 그때 그는 임완유가 갑자기 생각났고 즉시 말했다.“독고살을 시켜서 몰래 완유를 보호해 주게 해. 완유에게 어떤 문제라도 생겨서는 안 돼.”“네!”양박군은 그 말을 듣고 즉시 전화해서 독고살에게 부탁했다.임완유를 제외하고 진가인도 위험할 수 있으니 반드시 그녀에 대한 보호를 강화해야 했다. 그래서 예천우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킬러들이 꼬리를 드러낼 때부터 예천우는 이미 사람을 배치했다.모든 걸 안배하고 나서야 예천우는 아무 곳도 가지 않고 집에서 몸을 회복하고 있었다. 그도 빨리 자기 실력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다만 이번의 상처는 너무 심각했기에 하루 종일 지나도 거의 효과가 없었다. 예천우조차도 좋은 방법이 없었다.바로 그때 그의 휴대 전화가 울렸고 보니 임국종이었다.“천우야, 저녁에 별일 없지? 같이 와서 밥이나 먹자꾸나.”임국종이 웃으면서 말했다.“제가 요 며칠 좀 바빠서 식사는 다음번에 하죠.”“무슨 일인데 그렇게 바쁜 거야?
임씨 가문 사람들은 모든 준비를 마쳤고 심지어 미약까지 준비했다.임국종은 아는 사람을 통해 겨우 얻은 약효가 매우 강력한 약물이었다.소문에 의하면 수컷 소 한 마리도 이 미약을 먹으면 미친 소로 돌변한다고 했다. 그러니 예천우가 아무리 무술 실력이 뛰어나고 몸이 좋아도 영락없이 당할 것이다.저녁 6시가 넘자 예천우가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임완유는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예천우가 픽업을 나가서 만났던 유이안이 있었다.오늘 유이안의 옷차림은 평소와 좀 많이 달랐다. 위에는 하얀 셔츠를 입고 있었지만 풍만한 가슴을 숨길 수 없어서 그야말로 장관이었다.아래는 아주 짧은 검정 치마를 입었다.이런 옷차림의 유이안은 자신의 훌륭한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특히 그녀의 잘록한 허리는 수많은 상상을 연상케 했고 쭉 뻗은 가늘고 하얀 긴 다리는 정말 매력적이었다.다만 집에서 이런 옷차림을 하고 있으니 예천우는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옷차림은 정말 남자들의 시선을 끌었기에 예천우도 저도 모르게 자세히 훑어보았다.“형부, 오셨군요.”유이안은 즉시 기쁜 표정으로 다가가 인사했다. 얼굴 가득 미소를 지은 그녀는 몹시 즐거워 보였다.예천우는 자신이 유이안을 도와줬기에 그녀가 자신을 보고 기뻐하는 것도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이내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물었다.“완유는요?”“언니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요. 이제 곧 올 겁니다.”유이안이 대답했다.그때 유은수도 웃는 얼굴로 예천우를 반기며 말했다.“천우야, 왔어? 마침 음식이 다 되었으니 빨리 이리 와.”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정중하게 인사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임국종도 거기에 있었고 그도 예천우를 보자 이내 반기는 얼굴이었다.임국종이 이렇게 공손하게 대하는 건 예천우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예천우는 목숨을 걸고 겨우 임완유를 구했다. 물론 예천우가 스스로 임완유를 구했지만 임완유는 어찌 됐든 임국종의 귀한 손녀였다.“자, 음식이 다 되었으니 빨리 앉아.”“완유
다만 예천우는 이번에 진기를 끌어올릴 수 없었고 어쩌면 정말 취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조심히 마셔야 했다.한바탕 얘기를 나누다가 임국종은 다시 술잔을 들고 말했다.“천우야, 이번엔 정말 고마웠어. 네가 아니었으면 완유는 정말 끝장났을지도 몰라. 자, 한잔 권할게.”“어르신, 별말씀을요.”임국종이 이렇게 정중하게 감사의 인사를 하자 예천우도 어쩔 수 없이 술잔을 다시 한번 비웠다.하지만 문제는 임국종이 끝나고 또 임강이 달려들었다. 비록 예천우는 임강을 썩 좋아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는 완유의 아버지였고 예천우의 장인어른이었다.예천우는 이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었다.잠시 후 유은수도 질세라 얼른 예천우에게 술을 권했다. 어차피 한 바퀴만 돌면 되었으니 예천우는 자신의 주량으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예천우는 고민 없이 또 술잔을 비웠다.몇 사람이 술을 권하자 유이안도 술잔을 들면서 말했다.“형부, 저도 한잔 권할게요. 형부가 아니었다면 전 제 친구의 업신여김을 받았을 거예요.”“제수씨는 아니면 그냥 술 대신 음료수를 마셔요.”예천우는 유이안의 붉어진 얼굴을 보고 말했다. 유이안은 별로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안 돼요. 형부한테 술을 권하는데 제가 어떻게 음료수를 마실 수 있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 잔만 마시고 안 마실게요.”“좋아요. 그러면 제수씨 뜻대로 하죠.”예천우는 유이안과 술잔을 부딪쳤고 바로 마셨다. 하지만 임국종은 멈추지 않고 예천우에게 술을 한 잔 두 잔 계속하여 권했다. 그러자 예천우도 이내 취한 느낌이 들었다.게다가 이 술은 뒤끝이 너무 강렬했기에 예천우도 더 이상 마시면 큰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양박군이 밖에서 자신의 안전을 지키고 있어도 그는 인사불성이 될 수 없었다. 그래서 예천우는 재빨리 말했다.“어르신, 더 이상 못 마시겠어요. 오늘은 일단 이만하고 다음에 또 술을 마시죠.”“그럴 리가. 지난번에는 오늘보다 훨씬 많이 마셔도 끄떡없더니.”임국종은 좀
연속으로 석 잔을 마시자 예천우는 토할 뻔했고 몸을 약간 떨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사람들은 그에게 계속하여 술을 권하지 않았다.상황이 비슷하게 되자 임국종은 즉시 사람들에게 눈짓했다.그러자 유이안은 얼른 일어나 앞으로 다가가 직접 예천우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형부, 제가 방까지 부축해 드릴게요. 가서 푹 쉬세요.”예천우는 확실히 술을 좀 많이 마셨기에 취기 가득한 어조로 말했다.“괜찮아요. 저 혼자 갈 수 있어요.”“제가 부축해 드릴게요.”유이안이 주동적으로 부축하자 예천우도 어쩔 수 없이 그녀와 함께 방으로 걸어갔다. 말이 부축이지 유이안은 자기 몸을 예천우의 몸에 바짝 가져다 붙였다.특히 예천우의 팔은 지금 닿지 말아야 할 곳에 닿고 있었다.그러자 예천우는 피가 치솟아 올랐고 중요한 건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았고 심지어 머릿속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유이안도 예천우의 이상함을 알아차리고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도 처음 이런 짓을 해보는 것이지만 앞으로 자신의 행복을 위해 유이안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더 대담하게 행동해야 했다.유이안의 도움으로 두 사람은 바로 방 입구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곳은 임완유의 방이 아니라 유이안이 묵고 있는 방이었다.예천우는 처음에 개의치 않았지만 들어가자마자 즉시 이곳은 임완유의 방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 예천우는 임완유의 방에 들어가 본 적이 있었고 전혀 이렇지 않았다.하지만 예천우는 어쩌면 임국종이 술을 너무 많이 마신 자신한테 임완유의 방이 아닌 새로운 방을 마련해주었다고 생각했다.유이안은 예천우를 침대 머리맡까지 부축한 다음 그를 눕히고 신을 벗겨줬다.그리고 유이안은 붉어진 얼굴로 직접 예천우의 몸 위로 올라가서 예천우에게 기대어 그의 옆구리를 감싸안았다.예천우는 잠시 머리가 텅 빈 느낌이 들었다. 비록 온몸이 뜨거워졌고 충동적인 생각이 사무쳤지만 예천우는 여전히 가까스로 참으며 입을 열었다.“유이안 씨...”유이안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고모는 미약을 엄청 많이 먹였다고
‘예천우, 이 빌어먹을 자식. 널 죽이지 않은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해. 너 같은 자식에게는 이안이를 절대 그냥 바칠 수 없어. 내가 왜 네가 좋은 노릇을 해야 하지?’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유은수가 입을 열었다.“돌아가서 쉬겠다고 했어.”“쉰다고요?”임완유는 멍해졌고 느낌이 좀 싸했다.임국종은 유은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이제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두 사람이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모든 게 헛수고야.’하지만 유이안이 들어간 후 나오지 않았다는 건 안에 분명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겠다고 생각했다.일이 이렇게 되자 임국종도 바로 말했다.“천우가 나와 함께 술 한잔했어. 그런데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오늘따라 주량이 엄청나게 약한 것 같아. 조금만 마셨을 뿐인데 취해서 좀 쉬겠다고 했어.”“그러게 말이야. 너무 걱정하지 마. 이안이가 직접 예천우를 방으로 모시고 갔어. 아무런 일도 없을 거야.”유은수도 재빨리 한마디 했다.“뭐라고요?”임완유는 살짝 이해되지 않았고 주위를 둘러보다 물었다.“그러면 이안이는요?”“그런데 이안이가 왜 아직 돌아오지 않은 거지? 설마 둘이 아직도 방 안에 있는 거야?”임강은 갑자기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그렇게 말하니 저도 좀 걱정스럽네요. 오늘 예천우가 이안에게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어요.”유은수가 재빨리 말했다.임완유는 가족들을 훑어보고 몸을 돌려 곧장 자기 방으로 향했다. 다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순간 임완유는 유이안의 방이 생각났다.그래서 이내 돌아서서 다시 유이안의 방으로 걸어갔다.유은수도 재빨리 임완유의 뒤를 따라갔다.잠시 후 그들은 방 입구에 도착했다. 임완유는 몸이 떨렸고 두려움이 잔뜩 걸려있는 표정이었지만 결국 손을 문손잡이에 올려놓았다.문은 잠겨져 있지 않았기에 쉽게 열렸다.하지만 아수라장이 된 장면은 정말 눈에 담을 수 없을 정도였다.예천우는 유이안과 서로 얽혀 있었고 유이안의 상의와 바지는 모두 벗겨졌고 속옷만 입고 있었고 완벽한 몸매가 한눈에 안겨 왔다.
“예천우, 넌 정말 죽일 놈이야. 당장 나오지 못해!”유은수는 화가 난 얼굴로 욕을 한 후 즉시 완유를 쫓아갔다.임완유가 슬프고 괴로운 표정으로 돌아오자 임국종은 일부러 모르는 척하며 물었다.“완유야, 왜 그래? 무슨 일이야?”유은수는 빠른 걸음으로 돌아와서 화를 내며 욕했다.“예천우 이 개같은 자식! 완유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어? 이안은 심지어 완유의 동생인데...”“뭐라고!”임강도 깜짝 놀라서 물었다.“뭐라는 거야. 설마 예천우와 이안이가 안에서...”유은수는 즉시 고개를 끄덕이었다.“빌어먹을 나쁜 자식이 감히 내 딸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 죽여버릴 테야.”임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고 가서 예천우를 죽이려는 기세였다.“됐어!”임국종은 소리를 치며 임강을 말렸고 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조급해 하지 말고 먼저 상황을 자세히 알아보자. 은수야, 정말 확실히 봤어?”“네!”유은수는 화를 내며 말했다.“다 제 탓이에요. 제가 원래 이안이를 오지 말라고 해야 했는데... 그러면 저 양아치 새끼가 이런 일을 저지를 기회도 없었을 거예요. 아까 어쩐지 쉽게 취하더라니 알고 보니 들어가서 이런 짓을 하기 위해서였군요.”“유이안은 어떻게 됐어?”임국종이 관심 어린 어조로 물었다.“몰라요. 예천우가 몸으로 이안이를 깔고 있었어요. 연약한 여자인데 어찌 예천우를 물리칠 수 있겠어요?”유은수는 계속하여 화를 내며 말했다.“예천우 이 개자식이 이런 사람인 걸 진작에 알았지만 이처럼 파렴치하고 가족도 가만두지 않을 줄은 몰랐어요.”시간이 좀 지나자 임완유는 기분이 많이 가라앉은 듯했지만 눈시울은 눈에 띌 정도로 붉어졌다.바로 그때 예천우가 걸어 나왔다.그러자 임강은 즉시 화가 치밀어 올랐고 앞으로 달려가 말했다.“예천우, 이 나쁜 놈아, 우리 임씨 가문은 그래도 너한테 잘해줬는데 넌 이런 파렴치한 일을 하다니. 죽여버릴 테야!”예천우는 자신이 이런 저급한 수단에 넘어가자 원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렇게 된다면 예천우라도 어찌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예천우는 이 정도까지 헌신했지만 얻은 건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목숨을 걸고 임씨 가문 사람을 구해줬건만 그들은 예천우를 해치려고 했다. 게다가 사랑하는 여자는 계속해서 자신을 믿지 않았다.그 순간 예천우는 정말 피곤한 느낌이 들었다.‘나도 이제는 정말 지쳤어.’하지만 예천우는 여전히 마지막 기대를 품고 자신을 모욕한 임씨 가문 사람들을 상관하지 않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완유야, 만약 내가 누구한테 속아서 미약을 먹었다면 내 말을 믿겠어?”“미약을 먹었다고?”“예천우, 그게 무슨 말이야. 설마 우리가 너에게 미약을 먹였다고 생각하는 거야?”유은수도 즉시 화를 내며 말했다.“예천우, 함부로 말하지 마.”임국종도 안색이 차가워졌고 화를 냈다.“난 그나마 널 잘 대해줬어. 왜 우리를 모함하려 하는 거야!”“완유야, 네 할아버지가 정말 그런 짓을 할 것 같아?”“그래. 완유야, 난 예전부터 이안이를 줄곧 몹시 아꼈는데 어떻게 이안이가 이런 억울함을 겪게 할 수 있겠어? 네가 정말 못 믿겠다면 직접 이안한테 물어봐도 돼. 이안이는 너와도 친하고 착한 아이이니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을 거야.”“됐어요!”임완유는 바로 고개를 내저었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예천우, 여기서 이간질하지 마. 엄마 아빠는 당연히 그럴 수 있겠지만 할아버지는 절대 그러시지 않을 거야. 게다가 이안도 절대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거야. 네가 밖에서 다른 여자가 있는 것도 한두 번이 아니잖아. 나도 몇 번 발견한 적이 있지. 이게 바로 네 본성이야.”“내 본성이라고?”그 말을 들은 예천우의 안색은 더 없이 나빠졌다. 지친 것도 지친 것이지만 처음으로 마음이 이렇게 답답하고 괴로웠다.“네 눈에는 내가 이런 사람이야?”“그럼 아닌 거야?”임완유는 차갑게 되물었다.“알겠어. 어쩌면 난 그런 사람일지도 몰라.”예천우는 아예 차가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넌 원래부터 이런 사람이었어. 예천우, 일이 이렇게 된 이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