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식은 고개를 내저으면서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내가 너한테 일부러 알려주지 않으려는 게 아니야. 하지만 예천우 씨는 능력이 엄청 대단하다는 것만 알고 있으면 돼.”“얼마나 대단한데요?”용미소는 정말 궁금했다. 장한식이 이렇게 말하는 건 분명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근거가 있을 텐데 용미소는 그걸 알고 싶었다.“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싶은 거야? 천해시의 4대 가족이었던 사씨 가문을 기억해?”장한식이 되물었다.“물론이죠. 한식 삼촌께서는 사씨 가문을 무너뜨리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왔잖아요.”“내가 오랫동안 노력한 건 사실이지만 사씨 가문 같은 집안은 내가 도저히 무너뜨릴 수가 없었지. 심지어 황 시장님께서도 사씨 가문을 상대할 수 없었어. 그 모든 걸 성공시킬 수 있었던 건 예천우 씨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지.”“그럴 리가요. 예천우가 어떻게 도와준 거죠?”“그건 신경 쓰지 마. 어찌 됐든 잘 기억해. 나뿐만 아니라 황 시장님께서 예천우 씨를 만났다고 해도 공손하게 예의를 차려야 해. 심지어 황 시장님은 예천우 씨를 매우 존경한다고 했어.”장한식은 원래 이렇게까지 말하지 말아야 했지만 용미소가 자꾸 예천우를 건드리고 있으니 사실을 조금 알려줬다.장한식은 용미소의 아버지와 매우 친했다.용미소는 서장 사무실에서 걸어 나올 때도 마음이 두근거렸다.‘예천우가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이럴수록 점점 더 궁금해지네. 예천우는 도대체 무슨 신분일까? 설마 그는 대도시 명문의 도련님일까? 그렇지 않으면 황 시장님께서도 예천우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을 거야. 예천우도 사씨 가문 같은 큰 가문을 상대할 수 없었을 거고.’용미소는 자기 생각이 맞겠다고 생각했다. 용미소는 대도시의 큰 인물들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가문 중에 예천우라는 사람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용미소는 예천우가 있는 취조실에 도착했다.예천우는 용미소가 들어오자 이내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미소 씨, 어떻게 됐어요? 절 풀어주
“알겠어요.”용미소도 더 이상 묻지 않고 바로 예천우를 밖으로 데려다주었다.예천우는 참으로 교활하고 간사했기에 그의 입으로부터 아무런 단서도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예천우가 밖으로 나오자 양박군은 이미 차량을 안배했고 바로 예천우를 데리고 떠났다.“도련님, 어디로 모실까요?”양박군이 물었다.“천궐 1호 별장으로 가자.”예천우는 말하며 휴대 전화를 꺼내 들어 임완유에게 전화를 걸었다.‘용미소 때문에 이렇게 오랜 시간을 잡아먹었으니 이제는 완유도 깨어났을 거야.’아니나 다를까 전화는 이내 통했다.“완유야, 좀 어때? 괜찮아?”예천우는 관심 어린 어조로 물었다.“괜찮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그러면 다행이네. 오늘은 내 집에서 자고 돌아가지 않을게.”예천우는 자신의 몸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한 느낌이 들었고 재빨리 몸을 회복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날 보러 오지도 않아?”임완유의 말투에는 놀라움과 불만이 가득 섞여 있었다.임완유는 깨어나자마자 예천우가 자신을 구한 줄 알았다.하지만 듣고 보니 이번 일은 예천우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했다. 오히려 줄곧 자신이 멀리하던 예훈 도련님이 자신을 구해줬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또 크게 신세를 지게 된 셈이었다.지난번에 려씨 가문을 상대할 때도 예훈이 뒤에서 큰 힘을 썼고 예훈 덕분에 임완유는 가족들 앞에서 예천우의 실력이 이토록 대단하다고 허풍을 떨어도 가족들은 믿을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예훈에게 신세를 지게 된 것도 모자라 남편인 예천우는 자신에게 일이 생긴 것을 뻔히 알면서도 보러 오지도 않았다.임완유는 일어나자마자 바로 무슨 상황이 일어났는지 물었고 임국종은 모든 공로를 예훈에게로 돌렸다.임국종은 심지어 예훈은 임완유를 구하기 위해 납치범들의 핍박으로 자해하기까지 해서 겨우 구해냈다고 말했다.지금 예훈은 상처를 치료하는 중이고 임완유를 걱정하게 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당분간 만나지 말자고 당부했다고 말했다.그 말을 들은 임완유는 사실 몹시 감동했다. 그녀는 자신을 구한 사람
사실 예천우는 임완유가 화를 낸다는 것을 느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몸 상태를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했기에 다른 걸 너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몇 번 손을 쓰다 보니 예천우는 몸에 너무 큰 무리가 갔다.맨 처음처럼 그 정도라면 며칠만 푹 쉬면 되었지만 지금 예천우는 다시 정상급 실력으로 회복할 자신조차 없는 상황이었다.그가 양체은의 구음지기를 얻을 수 있다면 또 몰랐다.하지만 예천우는 이런 일을 절대 할 수 없었다.양체은의 결백함을 지켜줘야 했고 임완유한테 미안한 짓을 하면 안 되었기에 예천우는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예천우는 이제 앞으로 더욱 방심해서는 안 되었다.양박군이 지키고 있으니 예천우는 많이 시름이 놓였고 홀가분하게 눈을 감고 바로 잠들었다. 요 며칠 동안 처음으로 이렇게 마음 편히 잠을 자는 것 같았다.차가 별장에 도착하자 예천우와 양박군은 차에서 내렸다.예천우가 먼저 집으로 들어갔고 양박군이 그 뒤를 따랐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양박군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누구야!”그러자 예천우는 저도 모르게 눈을 번쩍 떴다.‘정말 상처가 더 심해진 게 맞네. 정신력도 큰 영향을 받은 것 같아. 박군도 알아차렸는데 난 못 알아차렸으니 말이야.’“이 자식이 실력이 꽤 있네. 감히 나의 존재를 발견했다니.”말과 함께 한 노인이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그의 뒤에는 두 사람이 더 있었고 모두 검은 옷차림이었고 몸에서 보이지 않는 강력한 살기가 나왔다.상대방이 나타나자 예천우는 점차 감지 능력이 돌아왔다. 이 사람들에게서는 같은 냄새가 나는 것 같았고 지난번에 진가인을 상대하던 킬러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예천우의 눈에는 한 줄기 빛이 반짝였고 이내 평정을 되찾고 입을 열었다.“누구인데 감히 내 별장에 함부로 들이닥치는 거지? 도대체 뭐 하려는 거야?”“뭐 하려고? 당연히 널 죽이러 왔지!”노인은 코웃음을 치면서 직접 말했다.“이놈아, 뜻밖에도 네가 당시 고아원에서 살아남은 아이였을 줄은 정말 몰랐어!”예천우
“당연히 알고 있지. 귀문이란 바로 극악무도한 새끼들을 위한 아지트잖아.”예천우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건방진 자식!”노인은 갑자기 화를 냈다.“죽고 싶어!”“내가 너희들을 욕하지 않았다면 날 죽이지 않을 거야?”예천우는 차갑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게다가 당시 고아원에 불을 지르는 이런 일은 너희 같은 짐승 새끼들 말고 누구도 해낼 수 없어.”“죽여버릴 테야!”노인은 완전히 화가 나서 오른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뒤에 있던 두 명의 고수가 즉시 튕겨 나왔다.“당장 저 새끼를 폐인으로 만들어버려!”귀왕은 예호영의 신분을 확인하면 상대방을 일단 살려두라고 지시했다. 지금은 예전과 상황이 좀 달랐고 예호영의 몸에는 절세의 보물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양박군은 상황을 보자 즉시 앞으로 나가서 예천우의 앞을 막았다.“죽여버려!”예천우는 바로 담담하게 말했다.양박군은 그 말을 듣고 살짝 멍해졌다. 그는 단지 상대방을 물리치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예천우는 뜻밖에도 바로 상대방을 죽여버리라고 명령했다. 가장 중요한 건 양박군은 사람을 죽이는 일은 잘할 자신이 없었다.하지만 예천우가 그렇게 말하자 양박군은 자신이 예천우의 도움으로 놀랍도록 빠르게 성장한 사실이 생각났다. 그리고 상대방 몇 명은 딱 봐도 모두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양박군은 차가운 표정으로 바로 주먹을 들고 상대방을 공격했다.그러자 두 킬러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죽고 싶어!”그리고 그들은 몸에 가지고 있던 뾰족한 무기를 꺼내 들어 양박군을 덮쳤다. 게다가 두 고수가 힘을 합치니 공격을 당하기만 하면 바로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두 사람의 거센 공격에도 양박군은 전혀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었고 갑자기 오른손에서 힘이 폭발하더니 그 무서운 힘은 그대로 거센 바람을 일으켰다.두 사람은 안색이 크게 변했고 놀란 표정을 지으며 이내 뒤로 물러서려고 했으나 그때는 이미 늦었다.그중 한 명은 양박군에게 명치를 맞았다. 그는 너무 고통스러워 거꾸로 날아가다가 바닥에 떨어져서
노인은 안색이 크게 변했고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그는 자신이 협조하지 않으면 양박군은 정말로 자신을 죽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양박군의 무서운 실력 때문에 노인과 함께 온 두 사람은 이미 목숨을 잃었다.하지만 양박군은 오히려 꽤 평온한 표정이었다.“내가 한 말을 들었지?”예천우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들었어.”노인은 얼굴이 어두워졌고 뭐라고 반박하고 싶었으나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방금 양박군은 전혀 봐 주지 않고 호되게 손을 썼으니 지금 이 상황에 말 한마디라도 잘못하면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좋아. 그때 그 큰 화재는 누가 너희들에게 불을 지르라고 시켰어?”예천우가 물었다.이 문제를 들은 노인은 안색이 다시 크게 변했다.“잘 생각해 보고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헛소리를 했다가는 바로 죽을 수도 있어.”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귀왕님이 시켰어!”노인은 어쩔 수 없이 사실대로 말했다. 가장 중요한 건 오늘 이곳에서 살아서 떠나야 했다. 이곳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다면 재빨리 귀왕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나중에 귀왕님께서 직접 나서면 이 새끼는 쉽게 죽여버릴 수 있을 거야. 이 자식 옆에 저 사람이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귀왕님을 만나면 반드시 죽을 거야.’“귀왕?”예천우의 눈에는 분노와 살기가 가득했고 그는 차갑게 물었다.“귀왕이 왜 고아원에 불을 지른 거야? 자신을 위해서 한 일이야? 아니면 다른 사람이 시켰어?”예천우의 강한 정신적 압박 때문에 노인은 살며시 몸을 떨었고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나도 잘 몰라. 하지만 귀왕님께서 그 당시에 나와 했던 말을 생각해 보면 아마도 남에게서 부탁을 받았던 것 같았어.”“그 사람이 누구야?”“나도 몰라. 그 사람이 직접 귀왕님과 소통했을 거야.”노인은 다급하게 대답했다.“이제 널 남겨둬도 소용이 없어!”예천우는 이렇게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박군아, 죽여버려!”양박군은 그 말을 듣고 살짝 놀랐다. 이 노인은 사실 매우 협조적이었다.하
“조급해할 필요 없어. 넌 지금 실력이 뛰어나지만 혼자 귀문으로 쳐들어가기에는 아직 부족해.”예천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양박군은 지금 종사 초급의 실력에 불과했다.그가 전력을 다한다고 해도 겨우 종사 중급 절정의 실력까지만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종사 후급의 고수를 만나면 곤란한 경지에 처하게 될 것이고 게다가 귀문은 다른 곳과 달리 함정들이 매우 많았다.“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까요?”양박군이 물었다.“일단 지켜보자. 다만 귀왕이 이미 나에게 손을 쓴 것을 보니 분명히 내 신분을 의심하고 있는 것 같아. 이 사람들이 돌아가지 않으면 분명히 다음번에는 실력이 더 강한 킬러들을 보낼 거야.”예천우가 입을 열었다.“그럼 어쩌죠? 도련님의 상처는 아직 회복하지 않았잖아요.”예천우는 일부러 자신의 상처를 숨기지 않았기에 양박군도 예천우의 몸 상황을 대략 알고 있었다.“괜찮아. 내가 죽고 싶지 않은 한 저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하지 못할 거야.”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고 바로 그때 그는 임완유가 갑자기 생각났고 즉시 말했다.“독고살을 시켜서 몰래 완유를 보호해 주게 해. 완유에게 어떤 문제라도 생겨서는 안 돼.”“네!”양박군은 그 말을 듣고 즉시 전화해서 독고살에게 부탁했다.임완유를 제외하고 진가인도 위험할 수 있으니 반드시 그녀에 대한 보호를 강화해야 했다. 그래서 예천우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킬러들이 꼬리를 드러낼 때부터 예천우는 이미 사람을 배치했다.모든 걸 안배하고 나서야 예천우는 아무 곳도 가지 않고 집에서 몸을 회복하고 있었다. 그도 빨리 자기 실력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다만 이번의 상처는 너무 심각했기에 하루 종일 지나도 거의 효과가 없었다. 예천우조차도 좋은 방법이 없었다.바로 그때 그의 휴대 전화가 울렸고 보니 임국종이었다.“천우야, 저녁에 별일 없지? 같이 와서 밥이나 먹자꾸나.”임국종이 웃으면서 말했다.“제가 요 며칠 좀 바빠서 식사는 다음번에 하죠.”“무슨 일인데 그렇게 바쁜 거야?
임씨 가문 사람들은 모든 준비를 마쳤고 심지어 미약까지 준비했다.임국종은 아는 사람을 통해 겨우 얻은 약효가 매우 강력한 약물이었다.소문에 의하면 수컷 소 한 마리도 이 미약을 먹으면 미친 소로 돌변한다고 했다. 그러니 예천우가 아무리 무술 실력이 뛰어나고 몸이 좋아도 영락없이 당할 것이다.저녁 6시가 넘자 예천우가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임완유는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예천우가 픽업을 나가서 만났던 유이안이 있었다.오늘 유이안의 옷차림은 평소와 좀 많이 달랐다. 위에는 하얀 셔츠를 입고 있었지만 풍만한 가슴을 숨길 수 없어서 그야말로 장관이었다.아래는 아주 짧은 검정 치마를 입었다.이런 옷차림의 유이안은 자신의 훌륭한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특히 그녀의 잘록한 허리는 수많은 상상을 연상케 했고 쭉 뻗은 가늘고 하얀 긴 다리는 정말 매력적이었다.다만 집에서 이런 옷차림을 하고 있으니 예천우는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옷차림은 정말 남자들의 시선을 끌었기에 예천우도 저도 모르게 자세히 훑어보았다.“형부, 오셨군요.”유이안은 즉시 기쁜 표정으로 다가가 인사했다. 얼굴 가득 미소를 지은 그녀는 몹시 즐거워 보였다.예천우는 자신이 유이안을 도와줬기에 그녀가 자신을 보고 기뻐하는 것도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이내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물었다.“완유는요?”“언니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요. 이제 곧 올 겁니다.”유이안이 대답했다.그때 유은수도 웃는 얼굴로 예천우를 반기며 말했다.“천우야, 왔어? 마침 음식이 다 되었으니 빨리 이리 와.”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정중하게 인사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임국종도 거기에 있었고 그도 예천우를 보자 이내 반기는 얼굴이었다.임국종이 이렇게 공손하게 대하는 건 예천우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예천우는 목숨을 걸고 겨우 임완유를 구했다. 물론 예천우가 스스로 임완유를 구했지만 임완유는 어찌 됐든 임국종의 귀한 손녀였다.“자, 음식이 다 되었으니 빨리 앉아.”“완유
다만 예천우는 이번에 진기를 끌어올릴 수 없었고 어쩌면 정말 취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조심히 마셔야 했다.한바탕 얘기를 나누다가 임국종은 다시 술잔을 들고 말했다.“천우야, 이번엔 정말 고마웠어. 네가 아니었으면 완유는 정말 끝장났을지도 몰라. 자, 한잔 권할게.”“어르신, 별말씀을요.”임국종이 이렇게 정중하게 감사의 인사를 하자 예천우도 어쩔 수 없이 술잔을 다시 한번 비웠다.하지만 문제는 임국종이 끝나고 또 임강이 달려들었다. 비록 예천우는 임강을 썩 좋아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는 완유의 아버지였고 예천우의 장인어른이었다.예천우는 이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었다.잠시 후 유은수도 질세라 얼른 예천우에게 술을 권했다. 어차피 한 바퀴만 돌면 되었으니 예천우는 자신의 주량으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예천우는 고민 없이 또 술잔을 비웠다.몇 사람이 술을 권하자 유이안도 술잔을 들면서 말했다.“형부, 저도 한잔 권할게요. 형부가 아니었다면 전 제 친구의 업신여김을 받았을 거예요.”“제수씨는 아니면 그냥 술 대신 음료수를 마셔요.”예천우는 유이안의 붉어진 얼굴을 보고 말했다. 유이안은 별로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안 돼요. 형부한테 술을 권하는데 제가 어떻게 음료수를 마실 수 있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 잔만 마시고 안 마실게요.”“좋아요. 그러면 제수씨 뜻대로 하죠.”예천우는 유이안과 술잔을 부딪쳤고 바로 마셨다. 하지만 임국종은 멈추지 않고 예천우에게 술을 한 잔 두 잔 계속하여 권했다. 그러자 예천우도 이내 취한 느낌이 들었다.게다가 이 술은 뒤끝이 너무 강렬했기에 예천우도 더 이상 마시면 큰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양박군이 밖에서 자신의 안전을 지키고 있어도 그는 인사불성이 될 수 없었다. 그래서 예천우는 재빨리 말했다.“어르신, 더 이상 못 마시겠어요. 오늘은 일단 이만하고 다음에 또 술을 마시죠.”“그럴 리가. 지난번에는 오늘보다 훨씬 많이 마셔도 끄떡없더니.”임국종은 좀
“역시 김희자 씨, 대단하시네요.”예천우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당연하지. 하지만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해도 늦었어. 곧 네가 얼마나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지 알게 될 거야.”김희자는 싸늘하게 웃었다.“보아하니 김희자 씨는 꽤 자신이 있으신가 보네요. 그럼 이렇게 하죠. 우리 내기를 하나 합시다.”예천우는 문득 떠올랐다.‘나비 회사에 투자할 돈이 2조 원이라 했지. 마침 스스로 걸어 들어오는 호구가 있군.’“내기?”“네. 만약 제가 백도훈을 이기면 당신이 저에게 2조를 주는 거예요.”“뭐라고? 2조 원?”김희자는 마치 헛소리를 들은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자식아, 넌 2조 원이 얼마나 되는 돈인지나 알고 하는 소리야? 대체 뭘 걸고 나랑 내기하겠다는 거지?”“제 목숨을 걸죠. 만약 제가 지면 제 목숨은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풋, 네 목숨 따위가 2조 원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김희자는 조롱하듯이 크게 웃었다.‘저 하찮은 녀석의 목숨이 감히 2조 원과 맞바꿀 만한 가치가 있다고? 터무니없는 소리나 하고 있네.’“그럼 내기는 취소하고 그냥 싸우죠.”예천우는 무심하게 덧붙였고 그때 김희자의 눈이 반짝 빛났다.“안 돼! 내기할 거야.”예상대로였다.김희자는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좋아. 네가 제안한 거니까 우리가 지면 2조 원을 주지. 하지만 네가 지면 네 목숨은 내 마음대로 할 거야!”“형수님, 그건...”백도훈이 당황하며 말하려 했지만 김희자는 단호하게 손을 내저었다.“걱정할 것 없어. 난 널 믿어.”김희자는 단 한 점의 의심도 없었다.겨우 저런 풋내기 녀석이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더라도 화경 초급의 경지인 백도훈을 이길 리가 없었다.게다가 이건 단순한 구두 약속일 뿐이었다.‘설령 진다고 해도 안 주면 그만 아닌가? 반면 이기기만 하면 이놈을 내 손으로 철저히 짓밟을 수 있어.’백도훈도 속으로는 난감했지만 어차피 말뿐인 내기였다.결국 그는 작게 한숨을 쉬고 입을 다물었다.“좋아요. 저는 이미 녹음
진 서장은 이 말을 듣고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한 표정을 지었다.‘이 김희자란 여자는 도대체 자기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감히 경찰을 이렇게 무시해?’그는 당장이라도 그녀를 꾸짖으려 했지만 그때 예천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예천우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진 서장님, 이분들이 이렇게 싸우고 싶어 하시니 그냥 한 번 기회를 주는 게 어떨까요?”그러면서 그는 백도훈을 바라보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백도훈 맞지? 네가 원한다면 우리 한 번 겨뤄보자. 단 우리한테 어떤 일이 벌어지든 책임은 각자 지는 걸로 하자.”백도훈은 본능적으로 거절하고 싶었지만 김희자가 재빠르게 끼어들었다. “좋아. 이건 네가 먼저 제안한 거야. 네가 죽어도 우리 탓이 아니라고.”백도훈은 순간 멍해졌다.‘형수, 이건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야? 싸우는 건 내가 해야 하는데 왜 형수님이 저렇게 큰소리를 치는 거야?’그는 신중한 성격이라 예천우를 계속 살펴보고 있었으나 보면 볼수록 상대를 쉽게 볼 수 없었고 오히려 점점 더 경계심이 커졌다.다행스럽게도 그때 진 서장이 단호하게 말했다.“안 돼요. 싸우더라도 경찰서 안에서는 절대 피를 보거나 사상자가 나오는 일은 허락할 수 없어요.”그러자 김희자는 불만스럽게 소리쳤다. “그럼 밖으로 나가서 하면 되잖아?”“좋아요.”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백도훈은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이제 진짜 피할 수도 없게 됐네...’진 서장은 김희자가 계속하여 억지를 부리자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그러나 결국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좋아요. 당신들이 그렇게 원한다면 말리지는 않겠어요. 하지만 안전은 반드시 지켜야 해요.”“당연하죠.”김희자는 확신에 찬 듯 대답하면서도 속으로는 비웃고 있었다.‘별일 없을 거야. 우리는 말이지. 저놈은 박살 나겠지만 말이야.’진 서장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고 주변 경찰들에게 지시했다.“너희들도 각자 할 일에 집중해.”경찰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서장님의 명령을 따랐다.그들이
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이 여자가 먼저 나를 때리려고 했는데 제가 방어하면 안 돼요?”“맞아요! 예천우 씨가 하신 행동은 완벽한 정당방위입니다.”황인수는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단호하게 말했고 이 말을 들은 진 서장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이 친구가 괜찮군. 앞으로 잘 키우면 승진시켜도 되겠어.’“무슨 정당방위야? 난 아직 때리지도 않았는데!”김희자는 분노에 치를 떨었고 자기는 제대로 손도 못 대고 뺨을 맞았는데 이게 정당방위라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예천우는 지금 경찰에 잡혀 온 상태 아닌가? 그런데도 감히 날 때릴 수 있다니?’“하지만 김희자 씨는 분명히 손을 올렸고 예천우 씨를 공격하려 했잖습니까. 그러니 방어하는 건 당연합니다. 물론 만약 예천우 씨가 반격을 위해 지금 김희자 씨를 계속 공격한다면 그건 문제가 되겠죠.”황인수가 단호하게 말하자 김희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소리쳤다.“헛소리하지 마! 이놈, 네 이름이 뭐야? 감히 이렇게 사실을 왜곡해? 내가 당장 널 혼내 줘야겠어. 당장 네 경찰 옷을 벗겨버릴까? 말까?”그러자 황인수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예천우가 말했다.“난 못 믿겠는데?”예천우가 나직이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김희자 씨는 황 형사의 옷을 벗길 자격이 없습니다.”그 순간 진 서장이 앞으로 나섰고 김희자를 향해 싸늘한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김희자 씨, 백씨 가문이 강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경찰을 우습게 보고 멋대로 할 수 있다는 건 아닙니다.”“네가 감히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해?”김희자는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너 진짜 경찰서장 계속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네?”진 서장은 피식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 “경찰이 범죄자의 협박 한 마디에 벌벌 떨고 입도 못 여는 곳이라면 그런 경찰서장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겠어.”“네, 네가!”김희자는 얼굴이 새빨개지며 헛구역질할
예천우는 순간 멍해졌다. ‘이 여자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뭔가 제대로 못 알아듣겠는데? 혹시 머리에 문제라도 생긴 건가?’황인수도 잠시 굳어졌다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김희자가 뭔가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하지만 그도 굳이 나서서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고 그냥 빨리 예천우를 데리고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김희자는 예천우의 태연한 얼굴을 보자 그냥 그가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녀석이라 생각하며 비웃었다.“꼴을 보니 앞으로 네가 얼마나 비참한 꼴을 당할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네!” 그녀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설마 감방에서 조금 있다가 금방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럴 가능성은 꿈에도 꾸지 마. 내가 널 어떻게 만들지 알아? 안에서 넌 살아 있는 게 지옥 같을 거야. 난 널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 속에 처박아 넣을 방법이 백 가지가 넘는다고.”예천우는 미간을 찌푸렸다가 옆에 있는 황인수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물었다.“황 형사님, 형사시죠?”황인수는 순간 당황했지만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야 당연하죠.”“그럼 지금 저 사람이 당신 앞에서 공공연히 협박하고 위협하는 건 범죄 아닌가요?”황인수는 머릿속이 잠시 멍해졌다.‘그래 이건 명백한 협박죄지...’하지만 문제는 김희자가 경찰서장까지 대놓고 협박한 전력이 있다는 점이었다.역시나 김희자는 예천우의 말을 듣고 폭소를 터뜨렸다.“하하하! 꼬맹이, 넌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모르는구나? 내가 경찰 앞에서 협박한다고? 이젠 웃기지도 않아. 설령 이 경찰서장이 여기 있다 하더라도 난 똑같이 말할 수 있어!”그녀의 뻔뻔한 말에 주변 경찰들의 표정이 심히 불쾌해졌다. 아무리 백씨 가문이 막강하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경찰들을 모욕하는 발언을 할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분노해도 어쩔 수 없었다.그 순간 마침 경찰서의 진 서장이 안에서 나오다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안에서 김희자와 충돌을 피하려고 최대한
하지만 예천우는 전혀 거만한 기색이 없었고 오히려 매우 겸손하고 다정한 태도를 보였다.그와 반대로 김희자는 늘 거만하게 코를 치켜들고 마치 모든 사람이 자신의 부하라도 되는 듯한 태도로 무례한 말과 지시를 쏟아냈다.그녀는 경찰들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고 당장 예천우를 체포하라고 명령하면서도 지시를 바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온갖 비난과 조롱을 퍼부었다. 심지어는 그들의 상사를 끌어내리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다행히 서장님이 참을성이 좋았던 덕분이지 만약 황인수 자신이었다면 형사 옷을 벗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되받아쳤을 것이다.김희자의 이런 오만하고 권위적인 태도는 경찰들 사이에서도 호감이 없었다. 그녀의 막무가내식 행동에 모두가 불만이 많았다.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백씨 가문은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많은 고위직 인사들이 김희자를 대할 때 공손하고 예의를 차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황인수가 서둘러 걸어가는 모습을 본 예천우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말했다.“황 형사님, 시간은 아직 충분하니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네, 조금 걸음이 빨랐네요.”황인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고 그는 속으로 계속 기도했다.‘제발 김희자와 부딪히는 일이 없기를... 그 여자 성격에 그랬다가는 일이 커질 텐데.’하지만 운명은 참 묘하게도 그런 상황을 꼭 만들어냈다. 바로 그때, 김희자가 안에서 나와버렸다. 그녀와 함께 나온 이는 백강호의 동생인 백도훈과 여러 명의 강력한 경호원들과 변호사들이었다.김희자는 항상 화려하고 요란한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 사람이 많았다.백도훈의 무공 실력 또한 상당했고 백강호 밑에서 배운 덕분에 이제 그는 화경 초급 경지의 고수였다.화경 고수는 무림에서도 상당히 뛰어난 고수로 여겨졌다.오늘 벌어진 일로 인해 김희자는 극도로 화가 나 있었고 화경 고수인 백도훈에게 예천우를 죽이라는 명령까지 내렸다.하지만 백도훈은 신중한 성격이었고 흑호와 예천우의 관계를 조사한 뒤 백강호에게 의견을 구했다.백
“그래. 우리 형제가 힘을 합치고 성종의 세 명의 사자가 더해지면 한 명은 종사 절정의 경지고 나머지 둘은 종사 후급이니 이 세상에 적수가 없을 거야.”정우환이 흥분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 4대 종에서 영종은 조금 위협적일지 몰라도 나머지는 우리에게 상대가 안 돼.”정우찬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강렬한 자신감을 드러냈다.“맞아. 하지만 외부의 누군가가 개입할까 봐 좀 걱정돼.”정우환은 그 두 명의 무서운 인물을 떠올리며 안절부절못했다.“외부라니?”“청룡이랑 용문의 옛 용왕을 말하는 거야?”정우찬이 담담하게 물었다.“그래. 두 사람은 정말로 무시무시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정우환은 그들을 떠올리며 두려움에 떨었다. 아무도 모르고 있지만 옛 용왕의 실력은 소문보다 훨씬 강했고 아마도 청룡과 동등하거나 더 강할지도 몰랐다.그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우연히 전투를 통해서였다.“걱정하지 마. 내가 아는 정보에 의하면 지금까지 그 두 사람은 용도에 머물러 있고 밖으로 나올 계획이 없대.”정우찬이 여유롭게 말했다.“그렇다면 다행이야. 제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걱정하지 마. 나타나지 않는 게 좋겠지만 만약 나타난다면 난 두 사람의 목숨을 죽일 수도 있지.”정우찬의 눈은 흥분으로 빛났다.청룡 전신과 용문의 옛 용왕을 한 번에 처치한다면 그것은 얼마나 엄청난 업적일까? 전 용국, 아니,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질 것이다.정우환은 그의 말을 듣고 놀라며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라 경악했다. “형, 설마 어르신께서...”“맞아. 어르신은 며칠 전 마침내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하셨어. 이 세상에 더는 적수가 없지.”정우찬은 자부심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르신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그들은 이미 불패의 위치에 있었다. 한편, 경찰서 입구 근처 안쪽 자리에서 황인수 경찰은 예천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언제든 달려가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예천우와 몇 번 대화를 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소장님이 그를 특별히
“물론 가능합니다. 언제든 환영이에요! 아니면 제가 조금 있다가 직접 갈까요?”예천우가 물었다. “그게 제일 좋겠네요. 제가 사람들을 입구에 대기시켜 두겠습니다.”왕 총독이 서둘러 답했다.“알겠습니다.”예천우는 전화를 끊고 바로 출발하려고 준비했다. 그런데 그 순간 그의 귀에 한층 사랑스럽고 매혹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선우서림이었다.그녀의 목소리는 지나가는 남성조차 돌아보게 할 만큼 매혹적이었고 선우서림을 본 남성들은 그녀의 미모에 넋을 잃어 전봇대에 부딪힐 정도였다.“정말 우연이네. 막 도련님한테 전화하려던 참에 여기서 만났네.”선우서림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그녀의 미소는 그녀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비록 그녀가 예전에 예천우가 머물 대형 아파트에 자기 방도 하나 남겨놨다고 했지만 그녀는 열쇠나 지문을 남기지 않았다. 그녀는 그곳이 예천우와 임완유 만을 위한 공간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무슨 일이야?”예천우는 마음의 동요를 억누르며 물었다. “딱히 일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냥 도련님이 보고 싶었어.”선우서림은 사람을 홀릴 정도로 매혹적인 눈빛으로 대답했다.“농담하지 마.”예천우는 그녀의 농담에 마음이 미세하게 흔들리며 이마에 땀이 날 뻔했다. ‘이 여자는 정말 너무 매력적이야.’“농담 아니라니까요. 주인님은 유리를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선우서림은 한 발 더 다가섰고, 그녀의 몸은 거의 예천우와 닿을 뻔했다.“됐어. 난 바빠. 딱히 볼 일 없는 거면 먼저 가볼게.”예천우는 얼른 상황을 정리하려고 했다.‘서림은 지난번 사건 이후로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어.’“잠깐만요. 사실 볼 일이 있어요.”“뭔데?”“사모님께서 전하라고 하셨어. 내일 우리가 성종 대회에 참석하러 출발해야 하는데 준비는 다 된 거야?”선우서림은 살짝 장난스러운 톤으로 물었다.“준비는 네가 다 하는 거잖아. 난 몸만 가면 되는 거 아니야?”예천우는 성종 대회와 관련된 건 별로
유은수가 더 깊이 생각할 틈도 없이 경찰들이 곧바로 대표실 문 앞에 도착했다. 문을 두드린 후 들어온 경찰은 자기 신분을 제시하며 말했다.“유은수 씨, 당신은...”그 말을 듣는 순간 유은수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어, 어떻게 된 일이...’‘설마 완유가 나를 경찰에 신고한 건가? 날 잡으라고 한 거라고? 어떻게 딸이라는 사람이 이런 짓을 할 수 있어? 내가 엄마인데 이렇게 잔인하고 천인공노할 짓을 하다니.’그녀는 겁에 질려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떨었다.하지만 유은수는 사건의 실체를 전혀 알지 못했다. 이런 종류의 사건은 그녀에게 생소한 일이었다. 사실 이런 규모의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어쩌면 당연했다.비록 수갑은 채우지는 않았지만 회사 내에서 경찰에 의해 연행된 사실은 금세 큰 화제가 되었다. 회사 직원들은 곧 유은수가 저지른 일에 대해 알게 되었다.“온라인에서 우리 임 대표님을 험담하던 사람이 그게 유 대표님이라던데?”이 사실이 알려지자 회사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평소 유은수를 좋게 보지 않았던 이들도 그녀가 이런 짓을 했을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특히, 임완유를 충직하게 따르던 직원들과 오래된 직원인 하문은 이 사실을 듣고 얼굴이 창백해졌다.‘이런 사람 밑에서 일해서 내가 뭐가 되겠어?’그녀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임완유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임완유는 전화를 받지 않자 하문은 얼굴에 쓴웃음을 지었다.‘아마도 임 대표님은 유 대표님이 화를 내실까 봐 전화기를 끄고 있었던 거겠지.’사실, 임완유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아 휴대폰을 무음으로 설정해 두었을 뿐이었다.‘차라리 이렇게 안 보는 게 속 편해.’임완유는 어머니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복잡한 마음으로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양서은은 미안한 마음에 말을 건넸다.“임 대표님, 죄송해요. 다 제 탓이에요. 제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임완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런 얘기 할 필요 없어요. 서은씨가
이 상황에 임완유는 조금 갈등을 느꼈다. 결국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비법을 정말로 주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화장품의 재료 비법을 자신이 마음대로 결정 지어라는 말은 예천우가 했지만 임완유는 그의 속마음을 잘 이해했다. 사실 예천우는 비법을 지금이 아닌 진실이 밝혀진 후에 주기를 바랐을 것이다.유은수는 임완유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 같다고 생각하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완유야, 제발 정신 좀 차려. 임씨 가문을 위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 봐.”“엄마, 그게 무슨 뜻이죠?”“별것 아니야. 그냥 내 추측일 뿐이야. 천우 말이야, 정말 대단한 인물이야. 그런데 비법을 이렇게 꼭 쥐고 놓지 않는 거 보면 일부러 그런 거 아니겠어?”“난 그렇게 생각해. 천우가 일부러 너를 막고 있는 거야. 네가 지금 설령 회사에 남아 있더라도 언제든지 비법을 손에 쥐고 너랑 거래할 것 같아.”유은수의 말에 임완유는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사실 비법을 줄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 말 한마디에 그녀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엄마 말대로라면 천우는 분명히 저에게 비법을 주지 않겠죠. 그럼 저를 찾아서 뭐 하겠다는 거죠?”“그게...”유은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사실 자신이 말한 대로라면 지금은 예천우에게 의존하는 것 외에 아무런 방법도 없다는 걸 알았다.‘내가 괜한 말을 했어. 왜 이렇게 어리석은 거야.’그제야 그녀는 다급히 말했다.“웬만해서는 주지 않겠지만 네가 미인계를 쓰면 통할지도 몰라. 어차피 너희는 이미 다시 사귀고 있잖아. 임씨 가문을 위해서라도 조금만 노력해 봐.”“미안하지만 엄마, 난 그런 걸 잘 못해요.”임완유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정말 비법을 원하는 거라면 엄마가 직접 천우에게 전화해서 달라고 하세요! 왜 제가 그런 짓을 해야 하는 거죠?”임완유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엄마는 정말 너무해. 천우가 얼마나 엄마를 위해 좋은 마음으로 애쓰고 있는지 알면서... 진실이 드러나지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