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요? 집에 가기 싫어요?”예천우가 담담하게 물었다.만약 송미령이 송씨 저택으로 돌아갈 용기조차 없다면 예천우도 그녀를 돕기 싫었다. 이렇게 자신의 사리를 위해 가족의 생사도 돌보지 않는 여자는 살아남아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지만 다행히 송미령은 깜짝 놀랐을 뿐이었고 즉시 말했다.“아니에요. 그냥 두려웠을 뿐이죠. 하지만 저는 반드시 돌아가야 해요. 제가 혼자 살겠다고 도망가서 송씨 가문이 망하는 꼴은 절대 보지 못해요.”“좋아요. 만약 송미령 씨가 집에 돌아갈 용기도 없었다면 저도 원래 송씨 가문을 구해주지 않으려고 했어요.”예천우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송미령은 깜짝 놀랐다. 방금 말을 잘못했다면 자신은 어쩌면 정말로 유일한 구세주를 잃을 뻔했다.비록 이 구세주가 정말 용도 대가문의 위엄을 꺾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몰랐다.송미령은 도한영을 보고 다급히 말했다.“한영 언니, 용도의 려정수가 우리 집에 쳐들어왔어요. 저는 돌아가서 그를 상대해야 하니 이곳에서 언니와 함께 있을 수 없어요. 언니도 더 이상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언니에게 문제가 또 생기면 어머니께서 얼마나 속상하겠어요?”“그래. 알았어.”갑자기 도한영은 많이 성장한 것 같았다. 적어도 그렇게 절망적이지는 않아 보였다.송미령도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애초에 그런 짓을 하지 말았어야지.‘임완유 씨만 건드리지 않았더라면 예천우 씨의 넓은 아량으로 절대 한영 언니에게 보복하지 않았을 거야.’송미령도 처음 예천우를 만났을 때 큰 잘못을 저질렀고 심지어 자기 몸을 바칠 준비까지 해두었지만 나중에 예천우는 아무것도 받지 않고 바로 송미령을 용서해 줬다.10 배의 배상금은 말만 했고 지금까지 아무런 돈도 받지 않았다.예천우가 차에 시동을 걸자 송미령은 바로 그의 차에 탔다. 다만 송미령은 아직 감히 조수석에 앉는 게 거북해서 얌전하게 뒷좌석에 앉았다.송미령은 방금 상황을 생각하자 저도 모르게 용서를 빌었다.“예천우 씨, 오늘 일은 정말
“뭐라고? 왜 지금 돌아오려는 거야? 려정수라는 자식은 정말 만만치 않아. 게다가 그의 주변 사람들은 모두 고수들이야. 그가 만약 널 강제로 끌고 가려고 한다면 우리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조급해진 송강은 즉시 상황을 설명했다.“괜찮아요. 어차피 예천우 씨가 있잖아요.”“만약 예천우 씨가 계시면 물론 괜찮겠지. 하지만 예천우 씨는 아직 안 오셨고 나도 그가 언제 오실지 잘 모르겠어. 심지어 오실지 안 오실지도 몰라.”“오빠는 예천우 씨를 항상 믿지 않았어요?”“난 당연히 예천우 씨를 믿지. 하지만 네가 더 걱정될 뿐이야. 절대 털끝만큼의 실수라도 있어서는 안 돼. 그렇지 않으면 우린 정말 후회할 거야.”“하하. 걱정하지 말아요. 오빠, 예천우 씨는 지금 옆에서 운전 중이야. 난 지금 그와 함께 있어. 예천우 씨가 날 집까지 데려다준다고 했어. 게다가 예천우 씨는 우리보고 안심하라고 했어. 예천우 씨에게 있어서 려정수는 벌레 같은 존재지.”말을 마친 송미령은 예천우를 바라보면서 휴대 전화를 그의 귀에 가져다 대면서 물었다.“예천우 씨, 제 말이 맞죠?”‘이 계집애가 방금까지 그렇게 날 두려워하더니. 이제는 나한테 농담까지 던지는 거야? 그런데 단지 농담뿐이 아니겠지. 정말 똑똑한 계집애야.’하지만 예천우는 정말 려정수를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 용도에 들어가려고 했으니 예천우는 려정수의 일부터 잘 처리하자고 다짐했다.“물론이죠.”간단한 대답이었지만 무한한 자신감이 드러났다.“오빠, 들었지?”송강은 갑자기 쑥스러운 느낌이 들었다.‘이 계집애가 예천우 씨와 함께 있었다면 미리 말했어야지. 예천우 씨가 화를 내시면 어쩌려고.’그래서 송강은 다급하게 해명했다.“예천우 씨, 정말 죄송해요. 방금은 제 동생이 너무 걱정돼서 헛소리했어요. 저를 탓하지 말아 주세요.”“괜찮아요. 먼저 끊어요.”예천우는 쓸데없는 말하기 귀찮았다.“네!”송강은 얼른 먼저 전화를 끊고 낮은 목소리로 송미령을 욕했다.“이 계집애는 정말! 진작
“그런데 네 목소리가 좀 이상한데. 무슨 일이 있어?”예천우는 뭔가 이상함을 깨닫고 즉시 물었다.비록 두 사람이 사귄 시간은 짧았지만 예천우의 마음속에는 양체은이 일정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지난번에 양체은이 당문에서 가장 훌륭한 젊은이와 결혼한 게 아니라면 그는 아마 막아 나섰을 수도 있었다.“아니야.”양체은은 얼른 부인했다.“진심으로 말하는 데 힘든 일이 있으면 바로 나한테 말해. 내 능력으로는 아직 해결하지 못할 게 없어.”“그래? 난 오빠가 좋은데. 당찬성에게 시집가기 싫어.”“이건...”예천우는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왜? 어쩔 방법이 없지? 난 오빠가 허풍을 떨고 있는 걸 진작에 알았어.”양체은은 애교를 부리며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착각하지 마. 난 그냥 농담일 뿐이야.”예천우는 미간을 찌푸렸고 양체은이 한 말은 절대 농담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 방금 양체은은 분명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았다.그래서 예천우는 즉시 말했다.“하지만 난 농담이 아니야. 네가 당찬성을 싫어한다면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양체은은 살짝 놀랐고 이내 웃으면서 말했다.“오빠는 또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당문의 실력이 얼마나 무서운 줄 알아?”당문의 무서운 실력을 알게 되자 양체은은 자신은 더 이상 탈출할 기회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당문은 정말 무서운 존재였다. 말 한마디로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었다. 심지서 당문이 있는 도시에서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해도 전부 당문을 두려워했다.그들뿐만 아니라 용도의 많은 대가문들도 당문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게다가 양체은은 직접 당찬성의 무술 솜씨를 보았다. 그 실력은 마치 마법을 부리는 것처럼 양체은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그건 분명히 예천우보다도 더 훌륭한 무술 솜씨였다. 이렇게 무섭고 강한 가문은 아무리 예천우일지라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다른 건 상관 말고 나에게 솔직하게 말해봐. 당문에 시집가고 싶지 않은 거야? 그렇다면 오빠가 널 도와서 그
그래서 양체은은 어쩔 수 없이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을 순순히 받아들이려고 다짐했다.이 모든 것을 알면 알수록 양체은은 예천우에게 전화하고 싶지 않았고 마음속의 그리움을 참아가며 연락하지 않았다.양체은은 비록 예천우가 자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몰랐지만, 자기에게 일이 생기면 예천우는 반드시 나설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하지만 예천우가 오랫동안 그녀에게 연락 한 번 하지 않아서 서운한 건 사실이었다.어찌 됐든 양체은은 절대 예천우를 해치고 싶지 않았다.당문에 있는 이 기간에 양체은은 당찬성이 얼마나 음흉하고 악랄한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심지어 당문의 모든 사람이 그를 두려워했다. 만약 그가 자신이 예천우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면 그는 아마 예천우를 비참하게 죽여버릴 것이다.예천우의 안전을 생각하니 양체은은 예천우에게 전화하려고 하다가도 몇 번이고 다시 전화를 내려놓았다.하지만 이 모든 건 양체은에게 있어서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그래서 오늘에는 웬일인지 그녀 자신도 모르게 참지 못하고 예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천우에게 사실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그냥 예천우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요즘 양체은은 너무 힘들게 예천우를 그리고 있었다.“체은아, 듣고 있는 거야?”양체은이 한참 동안 말이 없자 예천우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옆에 있던 송미령도 약간 궁금해하는 표정이었다.‘도대체 어떤 여자가 예천우 씨를 이렇게 걱정시킬 수 있는 걸까. 이런 모습은 처음 보네.’“듣고 있어. 난 괜찮아.”양체은은 웃으며 말했다.“천우 오빠, 정말 괜찮아. 아까는 그냥 장난친 거야. 일이 있어서 먼저 끊을게. 나중에 또 말하자.”“서두르지 마. 오랜만에 나랑 통화하는데 벌써 끊으려는 거야?”예천우는 상황이 이상하다고 생각했기에 떠보듯 물었다.“다음번에 또 말하자. 나 지금 바빠.”양체은은 예천우와 너무 오래 통화하고 있으면 문제라도 생길까 봐 두려웠기 때문에 얼른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통화 기록을 삭제했다.하지만 양체은을 줄곧
송씨 저택.려정수는 거만한 표정과 경멸에 찬 눈빛으로 차갑게 웃고 있었다.“송문복 씨, 기회는 이미 드렸으니 빨리 잡아야죠. 나중에 가서 또 무릎 꿇고 용서를 빌지 마시고요.”송문복은 마음이 조마조마했고 예천우가 오기를 기다리며 계속 시간을 끌었다.“려 도련님, 서두르지 마세요. 이렇게 큰일은 우리에게 좀 상의할 시간을 주세요.”“좋아요. 그러면 이제 딱 20분을 드리죠. 하지만 20분 동안 제가 혼자 앉아 있을 수 없으니 빨리 송미령을 나오라고 하세요.”려정수는 송미령의 몸에 배어있는 청춘의 열기를 매우 좋아했다.이런 여자는 침대에서도 매우 재밌을 것이다.그러자 송문복은 안색이 살짝 변했고 다급하게 말했다.“려 도련님, 정말 죄송합니다. 미령이는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밖에 나갔고 지금 집에 없어요.”“약속이 있는 거예요? 아니면 숨겨둔 거죠? 송문복 씨, 정말 이렇게 나올 거예요? 제가 일단 손을 쓰면 송씨 가문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을 겁니다.”려정수는 차갑게 웃으며 경고했다.송문복은 쓴웃음을 지으며 다급하게 말했다.“제가 어찌 도련님을 속일 수 있겠어요. 미령이는 정말 일이 있어 나갔어요.”송문복이 그렇게 말하고 있을 때 송강이 들어와서 송문복에게 눈짓을 보냈다.그러자 송문복은 상의한다는 핑계를 대고 송강과 함께 밖으로 나와서 즉시 물었다.“어떻게 됐어? 예천우 씨는 언제 온대?”“지금 오는 중이라 합니다. 미령이가 말하기를 둘이 함께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했어요.”송강은 감격에 찬 어조로 말했다.“정말이야? 예천우 씨가 드디어 오시네.”송문복은 기뻐하다가 또 갑자기 다른 걱정이 생겨서 말했다.“잠깐만, 뭐라고? 미령이도 함께 온다고? 그 계집애는 와서 뭐 하려는 거야?”“휴. 저도 어쩔 수 없어요. 미령은 예천우 씨가 있는 이상 려정수는 이미 죽은 목숨이라고 하더군요.”송강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예천우 씨의 실력을 전혀 믿지 않던 미령이가 이제는 우리보다 더 예천우 씨를
팍!뺨을 때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려정수는 일어서서 송문복의 얼굴에 뺨을 후려갈겼다.송문복은 볼이 얼얼한 정도로 아팠다. 려정수는 보통 사람보다 힘이 좀 셌기에 송문복은 아파서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송문복은 넘어지지 않으려고 가까스로 몸을 지탱했다.“송문복 씨,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나 알아요? 송미령을 봐주라니요. 제가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저는 송미령에게 행운의 기회를 준 거죠. 제가 송미령을 마음에 들어 한 건 하늘이 그녀에게 준 선물이니 마땅히 감사하게 여겨야 하죠.”려정수는 건방진 표정으로 노기등등하게 말했다.려정수의 태도와 행동을 보자 송씨 가문 사람들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비록 그들은 거실에 서 있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지만 누구도 감히 나서서 말하지 못했다.화가 난 송강은 나서서 목숨 걸고 싸우려고 했지만 송문복은 그를 말렸다. 지금은 절대 충동적인 짓을 할 때가 아니었다.려정수 옆에 있는 그 사람은 정말 너무 강한 실력이었다. 방금 려정수 일행이 쳐들어올 때 송문복이 고용한 퇴역 특전사도 그의 상대가 전혀 되지 못했다.“송문복 씨, 저는 송씨 가문에게 분명히 기회를 드렸어요. 이제 마지막 10초만 더 줄게요. 10초 안에 송미령이 나타나지 않으면 송씨 가문 사람들은 전부 죽을 거예요.”“10, 9, 8...”려정수는 패기 넘치는 표정으로 주위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송씨 가문 사람들은 벌레처럼 보였다.송문복은 심장이 빨리 뛰었고 안색이 더욱 난감해졌다.‘정말 목숨 걸고 싸워야 하는 건가?’송강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렇게 건방지기 짝이 없는 려정수 앞에서 그들은 아무런 반항도 할 수 없었다.그런데 바로 이 결정적인 순간에 한 남자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셀 필요 없어요. 우리가 왔어요.”이때 송씨 저택으로 온 사람은 바로 예천우였다. 그는 평온한 표정이었고 옆에는 잔뜩 긴장한 송미령이 서 있었다.송미령이 나타날 때 많은 송씨 가문 사람들은 깜짝 놀랐고 심지어
다만 예천우가 정말로 려정수를 이길 수 있든 없든 간에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이미 그렇게 많은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예천우의 말을 듣자 려정수는 드디어 예천우를 바라보면서 시큰둥한 표정으로 물었다.“이 자식아, 넌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나 알아? 네가 그렇게 스스로 대단하다고 생각해? 너 따위 실력으로 감히 송미령을 위해 나서다니. 내가 누군지 알아?”“알고 있지.”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알고 있다는 자식이 감히 내 앞에서 건방지게 굴다니. 정말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난 모양이군.”려정수는 더욱 화가 났고 자신의 신분을 알고 있다는 사람이 이렇게 건방지게 굴다니 이건 자신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것이었다.“죽고 싶은 사람은 너야. 방금 네가 송씨 가문 가주님에게 기회를 줬던 것처럼 나도 너에게 기회를 줄게. 지금 당장 송씨 저택에서 꺼지고 다시는 송씨 가문을 귀찮게 하지 마. 그러면 내가 널 한번 용서해 줄게.”예천우가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뭐라고? 나에게 기회를 준다고?’려정수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작디작은 천해시에서 어떤 사람이 감히 자신에게 건방지게 굴 줄은 몰랐다.게다가 예천우는 몹시 젊었다.송문복과 송강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예천우 씨가 너무 당돌한 건 아닐까? 단지 우리 앞에서 날뛰는 줄 알았더니 려정수 앞에서도 이렇게 당당하고 패기가 넘칠 줄이야. 정말 려정수와 죽기 살기로 싸우자는 거야? 우리 송씨 가문을 위해 예천우 씨가 이렇게 목숨을 걸 수 있다니.’하지만 송문복뿐만 아니라 예천우의 실력을 직접 봤던 송강도 예천우가 려정수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겠다고 믿지 않았다.“좋아. 아주 좋아. 네가 죽음을 자초하니 내가 널 죽여줄게.”려정수는 완전히 화가 치밀어 올랐고 큰 소리로 말했다.“허 어르신, 저 새끼를 폐인으로 만들어 주세요. 하지만 죽이지는 말아 주세요. 제가 천천히 괴롭히다가 죽일게요.”옆에 있던 노인은 그 말을 듣더니 차가운 표정으로 예천우를 바라보면
허 어르신은 마치 무서운 힘에 부딪힌 듯 둔탁한 소리와 함께 뒷걸음질을 치더니 이내 피를 뿜어댔다.한참이 지나서야 좀 회복한 허 어르신은 깜짝 놀란 얼굴로 예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너, 넌 도대체 무슨 실력이야?”“제가 무슨 실력이든 어르신 정도는 쉽게 상대할 수 있죠. 이건 어르신도 이제 알고 있죠?”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물론이지. 방금 날 배려해주지 않았더라면 난 지금 죽은 목숨이었을 거야. 고마워.”허 어르신은 이렇게 말하고 나서 몸을 돌려 말했다.“정수 도련님, 죄송합니다. 이 사람의 실력은 제 능력을 훨씬 초과했어요. 전 이 사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닙니다.”허 어르신은 그렇게 말하고 바로 한쪽으로 가서 양반다리를 하고 부상을 회복하기 시작했다.그는 려씨 가문에서 큰돈을 주고 구해온 고수였고 려씨 가문의 노예가 아니었기에 어느 정도 자주권이 있었다.다만 이런 장면이 벌어지자 모든 사람들은 완전히 놀랐다.특히 허 어르신의 실력을 직접 보았던 송씨 가문 사람들은 예천우가 이렇게 손쉽게 허 어르신을 이겼으니 더더욱 놀랐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두 사람이 서로 연기를 하는 줄 알았다.송미령은 눈을 반짝이며 예천우를 바라보았다.‘뭐야. 예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 가볍게 손을 한번 휘둘렀을 뿐인데 상대방이 바로 패배를 인정하다니 말이야. 이런 남자가 진짜 사나이라고 할 수 있는 거지.’송미령은 나중에 결혼하면 이런 남자랑 결혼하고 싶었다.아쉽게도 예천우는 이미 아내가 있다고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송미령은 예천우를 얻기 위해 반드시 온갖 노력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아내가 있다고 해도 송미령은 예천우를 보자 약간 설레였다.예천우가 만약에 송미령을 원한다면 그녀는 전혀 고민없이 모든 걸 바칠 것이다.송문복과 송강은 서로 마주보고 예천우의 실력에 깜짝 놀랐다.‘역시 예천우 씨야. 이게 바로 예천우 씨의 저력이었단 말인가?’그들은 예천우가 반드시 대단한 배경이 있고, 아니면 배후에서 어떤 대단한 사람이 그를 돌봐주고 있은 줄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