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어르신은 마치 무서운 힘에 부딪힌 듯 둔탁한 소리와 함께 뒷걸음질을 치더니 이내 피를 뿜어댔다.한참이 지나서야 좀 회복한 허 어르신은 깜짝 놀란 얼굴로 예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너, 넌 도대체 무슨 실력이야?”“제가 무슨 실력이든 어르신 정도는 쉽게 상대할 수 있죠. 이건 어르신도 이제 알고 있죠?”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물론이지. 방금 날 배려해주지 않았더라면 난 지금 죽은 목숨이었을 거야. 고마워.”허 어르신은 이렇게 말하고 나서 몸을 돌려 말했다.“정수 도련님, 죄송합니다. 이 사람의 실력은 제 능력을 훨씬 초과했어요. 전 이 사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닙니다.”허 어르신은 그렇게 말하고 바로 한쪽으로 가서 양반다리를 하고 부상을 회복하기 시작했다.그는 려씨 가문에서 큰돈을 주고 구해온 고수였고 려씨 가문의 노예가 아니었기에 어느 정도 자주권이 있었다.다만 이런 장면이 벌어지자 모든 사람들은 완전히 놀랐다.특히 허 어르신의 실력을 직접 보았던 송씨 가문 사람들은 예천우가 이렇게 손쉽게 허 어르신을 이겼으니 더더욱 놀랐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두 사람이 서로 연기를 하는 줄 알았다.송미령은 눈을 반짝이며 예천우를 바라보았다.‘뭐야. 예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 가볍게 손을 한번 휘둘렀을 뿐인데 상대방이 바로 패배를 인정하다니 말이야. 이런 남자가 진짜 사나이라고 할 수 있는 거지.’송미령은 나중에 결혼하면 이런 남자랑 결혼하고 싶었다.아쉽게도 예천우는 이미 아내가 있다고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송미령은 예천우를 얻기 위해 반드시 온갖 노력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아내가 있다고 해도 송미령은 예천우를 보자 약간 설레였다.예천우가 만약에 송미령을 원한다면 그녀는 전혀 고민없이 모든 걸 바칠 것이다.송문복과 송강은 서로 마주보고 예천우의 실력에 깜짝 놀랐다.‘역시 예천우 씨야. 이게 바로 예천우 씨의 저력이었단 말인가?’그들은 예천우가 반드시 대단한 배경이 있고, 아니면 배후에서 어떤 대단한 사람이 그를 돌봐주고 있은 줄
송문복과 다른 몇 사람들은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예천우의 성격으로는 절대 이런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겠지만 그가 또 얼마나 큰 문제를 일으킬지 몰랐기 때문이었다.결국 누군가가 피를 봐야만 오늘 이 모든 게 끝이 날 것 같았다.만약 예천우가 자기 무술 실력을 믿고 오늘에 려정수를 죽여버렸다면 정말 큰 화를 부를 것이다.예천우는 려정수의 말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려정수, 난 정말 납득이 안 가. 너처럼 작은 가문의 도련님이 도대체 무슨 용기로 이렇게 날뛰는 거야?”“작은 가문이라고?”려정수는 어이가 없어서 화가 치밀어 올랐고 큰소리로 욕했다.“이 X발 새끼가 내가 누군지 알기나 알아? 난 용도 려씨 가문의 려정수야. 용도의 려씨 가문을 알아? 려씨 가문은 절대 작은 가문이 아니야.”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쓴웃음을 지었지만 예천우는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다.“용도 려씨 가문이라면 작은 가문이지 않아? 설마 려씨 가문이 예씨 가문의 실력이 있는 거야? 아니면 유씨 가문과 남궁 가문처럼 그렇게 대단해?”그 말을 듣자 모든 사람이 다 조용해졌다.비록 그들은 용도의 사람이 아니었지만 용도 4대 가문의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었다. 예천우가 방금 말한 몇 가문은 전부 4대 가문이었다.려정수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욕설을 퍼부었다.“이 새끼가 미쳤나 봐. 네가 말한 그 세 개 가문은 모두 깊은 기반을 가진 대가문이고 용도의 4대 가문에 속하여 있으니 우리 려씨 가문은 당연히 그 정도 까지는 아니야. 하지만 너 같은 시골뜨기 촌놈을 상대하기에는 충분하지. 너 같은 새끼가 만 명이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야.”“그래? 그러면 어디 한 번 덤벼봐. 이곳에 가만히 있을 테니 날 공격해 봐.”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 해?”려정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사실 무술을 할 줄 몰랐기에 섣불리 덤볐다가는 호되게 맞을 것 같았다.“하지만 경고하는데 네가 오늘 나한테 사과하지 않고 송씨 가문이
“병신 새끼!”예천우는 시큰둥한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한 번 더 기회를 줄게. 지금 네 할아버지에게 전화해서 어디 한 번 도움을 청해 봐.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다 불러도 돼.”그 말을 듣자 송씨 가문 사람들은 또 한 번 깜짝 놀랐다.‘왜 이러는 거지? 려정수를 때리고 모욕한 것도 모자라 려정수에게 사람을 부를 기회까지 주는 거야?’용도의 대가족 도련님이 이런 수모를 당했으니 려씨 가문 사람들은 반드시 크게 화가 날 것이고 대단한 사람을 불러서 보복할 것이다.그렇게 되면 송씨 가문이고 뭐고 모두 망할 것이다.조급해진 송문목이 입을 열었다.“예천우 씨, 려정수는 려씨 가문의 1순위 후계자이기에 지위가 매우 높은 사람이에요. 오늘 이런 창피한 일을 겪었으니 려씨 가문 사람들이 알면 반드시 모든 인맥을 동원하여 예천우 씨에게 보복할 겁니다.”“괜찮아요. 벌레는 아무리 날뛰어도 벌레일 뿐이죠.”예천우는 전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송씨 가문 사람들은 예천우의 말을 듣자 모두 멍해졌다. 건방진 사람은 많이 보았지만 예천우처럼 이렇게 건방진 사람은 난생처음 보았다.4대 가문처럼 막강한 실력을 갖추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려씨 가문을 벌레에 비유할 수 없을 것이다.송문복은 쓴웃음을 짓고 있었고 송강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송미령은 예천우를 숭배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녀는 예천우가 그전에 했던 말이 생각났다. 예천우는 려정수가 자기 앞에 있으면 언제든지 눌러 죽일 수 있는 벌레일 뿐이라고 했다.지금 마침 예천우는 모든 걸 보여주고 있었다.“멍하니 뭐 하는 거야. 난 너에게 분명히 기회를 줬어.”예천우는 다시 려정수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러자 려정수는 긴장해서 심장이 두근거렸다.그는 예천우가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 려정수가 할아버지에게 전화해서 도움을 청하면 할아버지는 반드시 화가 치밀어 올라서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예천우를 죽일 것이다.방금 송문복이 예천우를
지금 이 순간 려정수는 가슴이 벅차고 몹시 흥분한 상태였다.그는 예천우가 이제 곧 할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겁에 질려서 즉시 자신을 놓아주고 심지어 자기에게 무릎까지 꿇고 사과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니 상황이 좀 안 맞는 것 같았다.송씨 가문 사람들은 긴장한 나머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그들은 예천우가 왜 굳이 려정수에게 이런 기회를 줬을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려문수가 이 일을 알게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려정수의 모습은 하도 비참했기에 려문수가 보면 반드시 화가 치밀어 올라서 미친 듯이 보복할 것이다.하지만 송씨 가문 사람들도 어쩔 수 없었던 건 예천우는 려문수를 상대해도 담담한 표정을 지었고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았다.안타깝게도 그들은 려문수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듣지 못했기에 조용히 일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사실 송씨 가문 사람들보다 려문수야말로 정말 겁에 질려 안색이 크게 변했고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용문의 열여덟 용장 중 한 명으로서 그는 용문의 실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었다.려씨 가문도 용문의 지원 덕분에 요 몇 년 동안 빠르게 발전하고 가문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비록 4대 가문의 실력까지는 절대 불가능하겠지만 앞으로 실력이 막강한 상위층의 가문으로 발전하는 건 가능성이 아주 컸다.“용왕님, 죄송합니다. 저는 용왕님인 줄 몰랐어요. 정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깜짝 놀란 려정수는 즉시 사과했다. 만약 예천우가 눈앞에 있었다면 려문수는 바로 무릎을 꿇어야 했다.“저인 줄 몰랐어요? 만약에 제가 아니었다면 마음대로 날뛰어도 된다는 말이에요?”예천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아닙니다. 손자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화가 나서 잠깐 정신이 나갔어요. 다만 제 손자가 이렇게 나쁜 짓을 하고 무식해서 감히 용왕님의 기분을 상하게 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려문수는 계속하여 말을 이어갔다.“용왕님,
려정수는 휴대 전화를 건네받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할아버지!”“개자식! 날 할아버지라고 부르지 마. 난 너 같은 손자가 없어! 사람답게 살라고 했는데 왜 말을 안 듣는 거야? 정말 우리 려씨 가문이 천하무적이어서 네가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모두 수습할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지금 그곳에 있었다면 널 당장 때려죽일 거야.”“그게... 할아버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저 사람이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저한테 이러시는 거죠?”“어떤 사람일 것 같아? 말 한마디면 우리 려씨 가문을 언제든지 멸망시킬 수 있는 사람이지.”려문수가 씩씩거리며 말했다.“네?”그 말을 듣자 려정수는 완전히 멍해졌다. 항상 자존심이 강했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이런 엉뚱한 말씀을 하시는 건 어쩌면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아마도 예천우의 실력이 그의 상상 이상으로 무섭기 때문이다.‘어떻게 그럴 수 있어? 어떻게 그토록 대단할 수가 있단 말이지? 4대 가문의 사람들도 이 정도가 아닐 거야.’“설마 지금 못 믿는 거지? 너도 알다시피 우리 려씨 가문이 오늘날 발전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용문에 의지했기 때문이야.”려문수는 반드시 려정수에게 예천우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를 알려줘야 려정수가 두려워서 잘못을 뉘우치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다.려정수는 그 말을 듣고 살짝 멍해졌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설마... 이 사람이 용문과 관계가 있는 사람이에요?”려정수가 그렇게 말하니 송문복도 깜짝 놀랐다.‘용문과 관계있다는 건 무슨 소리지?’송씨 가문 사람 중에 어떤 사람들은 비록 용문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지만 용문의 무서운 실력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예천우도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는 결코 나서서 맞지 않았다. 용문 용왕이라는 신분은 일부 사람들에게는 이미 비밀이 아니었다.그래서 예천우는 계속하여 비밀로 숨길 필요도 없었다. 오히려 용왕보다 그가 예씨 가문 사람이라
송씨 가문 사람들은 하나둘씩 희망을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려정수가 잔뜩 겁을 먹은 표정으로 전화를 받는 모습을 보면 볼수록 희망을 느꼈다.다만 예천우는 도대체 어떤 신분의 사람이길래 려씨 가문의 어르신까지 그를 깍듯하게 대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려정수는 아까보다 더욱 두려운 표정을 지었고 방금 거들먹거리던 눈빛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바로 그때 사람들은 전화를 끊은 려정수가 몸을 떨며 예천우를 향해 걸어오는 걸 보았다.‘뭘 하려는 걸까?’‘잠깐만, 려정수가 무릎을 꿇었어?’‘려정수가 겁을 먹고 잘못을 인정한 거야?’지금 려정수가 이런 행동을 하자 그들은 려문수 어르신도 분명히 예천우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예천우는 정말 손쉽게 려정수를 완전히 제압했다.그 순간 그들은 예천우가 방금 려정수를 벌레에 비유하면서 쉽게 처리할 수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송씨 가문 사람들은 예천우를 믿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예천우를 의심하기까지 했으니 정말 바보스럽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건 송씨 가문 사람들은 이 일로 인해 예천우의 노여움은 사지 않았다.그 순간 송미령도 몹시 흥분했다. 자신이 줄곧 걱정하던 일이 뜻밖에도 이렇게 쉽게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갑자기 예천우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예천우는 그녀에게 오늘 어떻게 려정수 같은 벌레를 처리하는지 보여주겠다고 했다.송미령의 눈에 그렇게 대단한 신분을 가졌던 려씨 가문 도련님이 예천우의 앞에서는 정말 벌레와도 같은 존재였다.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려정수가 갑자기 예천우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기 시작했다.려정수는 정말 온갖 힘을 다해 머리를 조아렸기에 이마에 피가 날 정도였다.“용왕님, 정말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눈이 멀어서 용왕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심지어 용왕님을 몇 번이고 건드렸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저에게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그 말을 듣자 모든 사람은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용왕님?’‘아까는 용문과 관계
“예를 들면 이번에 제가 송씨 가문에게 저지른 일도 충분히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나쁜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이것 말고도 더 있잖아? 너에게 당한 여자가 한둘이 아니었다고 들었는데. 심지어 넌 지독한 수단으로 여자들을 괴롭혔다며?”예천우는 차갑게 말했다.사실 예천우는 구체적인 상황을 모르고 있었으나 방금 송씨 가문으로 올 때 차 안에서 송미령이 그에게 알려 줬다.려정수는 그 말을 듣더니 안색이 창백해져서 다급하게 말했다.“네. 이제는 정말 제 잘못을 알겠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게다가 맹세하는데 이따가 예전에 찍었던 영상들을 즉시 삭제하고 앞으로 좋은 사람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요.”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살짝 놀랐다.“심지어 영상까지 찍었어?”그러자 려정수는 이내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스스로 찍은 영상을 연구하면서 경험을 종합하여 새로운 수단과 더 자극적인 방법을 찾는 걸 좋아했다.려정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예천우가 차갑게 말했다.“네 할아버지의 체면을 봐서 내가 너에게 한 번만 기회를 줄게. 당장 그 영상들을 나한테 줘. 그러면 오늘 네 죄를 묻지 않을게.”“그게...”려정수는 살짝 망설이고 있었다. 영상에는 차마 눈뜨고 보기 흉할 정도로 너무 변태스러운 내용이 많았다. 만약 영상이 유포된다면 려정수는 죽는 것보다 더 심한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다.“왜. 내가 영상이 없으면 널 혼내주지 못할 것 같아?”“아니에요!”“용왕님께서 저와 려씨 가문을 혼내려면 너무 쉬운 일이죠. 굳이 영상이 필요하지도 않으시겠는데... 알겠어요. 바로... 바로 드릴게요.”려정수는 몸에서 얇고 작은 하드디스크를 꺼냈다. 그가 특별히 주문 제작한 것이었고 저장 성능이 아주 좋고 메모리가 매우 컸다.그렇지 않으면 그의 많고 많은 영상을 담을 수가 없었다.예천우는 하드디스크를 받고 안의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다. 이렇게 겁을 먹은 려정수를 보니 자신을 속일 수는 없을 것이다.“그게... 용왕님, 영상을 제발 유
려정수는 이제 진정을 되찾고 전화를 받고 또 건방진 표정을 지었다.“어르신, 무슨 일입니까?”“그게... 정수 도련님, 혹시 내일 시간 되세요?”임국종이 다급하게 말했다. 임완유와 려정수의 일은 반드시 재빨리 기회를 잡아야 했다. 려정수는 분명히 임완유에게 호감이 있는 것 같았다.임국종은 예전부터 려정수를 마음에 들어 했고 그와 임완유가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지만 예전에 려정수는 임완유를 보는 척도 하지 않았다.만약에 두 사람이 인연을 맺으면 임국종은 오랜 친구와 사돈이 될 것이다.려정수는 그 말을 듣더니 재빨리 입을 열었다.“내일이요? 지금까지만 별다른 계획이 없어요.”“잘됐네요. 오늘은 너무 급하게 준비해서 점심도 제대로 대접하지 못했네요. 내일 점심에 시간 되면 정식으로 점심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요. 식사하는 김에 도련님과 완유의 일에 관해 이야기도 나누고 싶어요.”“저와 임완유 씨요? 완유 씨가 저와 함께 있고 싶다고 한 건가요?”려정수는 마음속의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꼭 그런 건 아니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저와 완유의 부모는 도련님을 매우 좋아해요. 반드시 잘 맺어드리겠어요.”“좋아요. 솔직히 말해서 저도 완유를 매우 마음에 들어 해요. 하지만 억지로 완유 씨를 가지고 싶지 않아요. 완유 씨가 저를 좋아하지 않으신다면 강요하지 않을게요.”려정수는 점잖은 사람인 척 연기하고 있었다.임국종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고 려정수가 방금 했던 말을 생각하자 더더욱 만족스러웠다.임국종은 려정수야말로 임씨 가문에 어울릴 수 있는 최고의 사위라고 생각했다.껌딱지처럼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파렴치한 예천우와는 아주 달랐다.임국종은 예전에 임완유와 예천우 두 사람을 결혼시킨 걸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었다. 만약 그때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이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을 것이다.려정수는 내일 임완유를 만날 생각을 하자 즉시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는 몸에 난 상처들을 잘 처리해야 했다. 특히 얼굴에 난 손바닥 자국을 잘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