려정수는 휴대 전화를 건네받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할아버지!”“개자식! 날 할아버지라고 부르지 마. 난 너 같은 손자가 없어! 사람답게 살라고 했는데 왜 말을 안 듣는 거야? 정말 우리 려씨 가문이 천하무적이어서 네가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모두 수습할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지금 그곳에 있었다면 널 당장 때려죽일 거야.”“그게... 할아버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저 사람이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저한테 이러시는 거죠?”“어떤 사람일 것 같아? 말 한마디면 우리 려씨 가문을 언제든지 멸망시킬 수 있는 사람이지.”려문수가 씩씩거리며 말했다.“네?”그 말을 듣자 려정수는 완전히 멍해졌다. 항상 자존심이 강했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이런 엉뚱한 말씀을 하시는 건 어쩌면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아마도 예천우의 실력이 그의 상상 이상으로 무섭기 때문이다.‘어떻게 그럴 수 있어? 어떻게 그토록 대단할 수가 있단 말이지? 4대 가문의 사람들도 이 정도가 아닐 거야.’“설마 지금 못 믿는 거지? 너도 알다시피 우리 려씨 가문이 오늘날 발전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용문에 의지했기 때문이야.”려문수는 반드시 려정수에게 예천우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를 알려줘야 려정수가 두려워서 잘못을 뉘우치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다.려정수는 그 말을 듣고 살짝 멍해졌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설마... 이 사람이 용문과 관계가 있는 사람이에요?”려정수가 그렇게 말하니 송문복도 깜짝 놀랐다.‘용문과 관계있다는 건 무슨 소리지?’송씨 가문 사람 중에 어떤 사람들은 비록 용문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지만 용문의 무서운 실력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예천우도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는 결코 나서서 맞지 않았다. 용문 용왕이라는 신분은 일부 사람들에게는 이미 비밀이 아니었다.그래서 예천우는 계속하여 비밀로 숨길 필요도 없었다. 오히려 용왕보다 그가 예씨 가문 사람이라
송씨 가문 사람들은 하나둘씩 희망을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려정수가 잔뜩 겁을 먹은 표정으로 전화를 받는 모습을 보면 볼수록 희망을 느꼈다.다만 예천우는 도대체 어떤 신분의 사람이길래 려씨 가문의 어르신까지 그를 깍듯하게 대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려정수는 아까보다 더욱 두려운 표정을 지었고 방금 거들먹거리던 눈빛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바로 그때 사람들은 전화를 끊은 려정수가 몸을 떨며 예천우를 향해 걸어오는 걸 보았다.‘뭘 하려는 걸까?’‘잠깐만, 려정수가 무릎을 꿇었어?’‘려정수가 겁을 먹고 잘못을 인정한 거야?’지금 려정수가 이런 행동을 하자 그들은 려문수 어르신도 분명히 예천우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예천우는 정말 손쉽게 려정수를 완전히 제압했다.그 순간 그들은 예천우가 방금 려정수를 벌레에 비유하면서 쉽게 처리할 수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송씨 가문 사람들은 예천우를 믿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예천우를 의심하기까지 했으니 정말 바보스럽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건 송씨 가문 사람들은 이 일로 인해 예천우의 노여움은 사지 않았다.그 순간 송미령도 몹시 흥분했다. 자신이 줄곧 걱정하던 일이 뜻밖에도 이렇게 쉽게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갑자기 예천우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예천우는 그녀에게 오늘 어떻게 려정수 같은 벌레를 처리하는지 보여주겠다고 했다.송미령의 눈에 그렇게 대단한 신분을 가졌던 려씨 가문 도련님이 예천우의 앞에서는 정말 벌레와도 같은 존재였다.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려정수가 갑자기 예천우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기 시작했다.려정수는 정말 온갖 힘을 다해 머리를 조아렸기에 이마에 피가 날 정도였다.“용왕님, 정말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눈이 멀어서 용왕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심지어 용왕님을 몇 번이고 건드렸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저에게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그 말을 듣자 모든 사람은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용왕님?’‘아까는 용문과 관계
“예를 들면 이번에 제가 송씨 가문에게 저지른 일도 충분히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나쁜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이것 말고도 더 있잖아? 너에게 당한 여자가 한둘이 아니었다고 들었는데. 심지어 넌 지독한 수단으로 여자들을 괴롭혔다며?”예천우는 차갑게 말했다.사실 예천우는 구체적인 상황을 모르고 있었으나 방금 송씨 가문으로 올 때 차 안에서 송미령이 그에게 알려 줬다.려정수는 그 말을 듣더니 안색이 창백해져서 다급하게 말했다.“네. 이제는 정말 제 잘못을 알겠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게다가 맹세하는데 이따가 예전에 찍었던 영상들을 즉시 삭제하고 앞으로 좋은 사람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요.”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살짝 놀랐다.“심지어 영상까지 찍었어?”그러자 려정수는 이내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스스로 찍은 영상을 연구하면서 경험을 종합하여 새로운 수단과 더 자극적인 방법을 찾는 걸 좋아했다.려정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예천우가 차갑게 말했다.“네 할아버지의 체면을 봐서 내가 너에게 한 번만 기회를 줄게. 당장 그 영상들을 나한테 줘. 그러면 오늘 네 죄를 묻지 않을게.”“그게...”려정수는 살짝 망설이고 있었다. 영상에는 차마 눈뜨고 보기 흉할 정도로 너무 변태스러운 내용이 많았다. 만약 영상이 유포된다면 려정수는 죽는 것보다 더 심한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다.“왜. 내가 영상이 없으면 널 혼내주지 못할 것 같아?”“아니에요!”“용왕님께서 저와 려씨 가문을 혼내려면 너무 쉬운 일이죠. 굳이 영상이 필요하지도 않으시겠는데... 알겠어요. 바로... 바로 드릴게요.”려정수는 몸에서 얇고 작은 하드디스크를 꺼냈다. 그가 특별히 주문 제작한 것이었고 저장 성능이 아주 좋고 메모리가 매우 컸다.그렇지 않으면 그의 많고 많은 영상을 담을 수가 없었다.예천우는 하드디스크를 받고 안의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다. 이렇게 겁을 먹은 려정수를 보니 자신을 속일 수는 없을 것이다.“그게... 용왕님, 영상을 제발 유
려정수는 이제 진정을 되찾고 전화를 받고 또 건방진 표정을 지었다.“어르신, 무슨 일입니까?”“그게... 정수 도련님, 혹시 내일 시간 되세요?”임국종이 다급하게 말했다. 임완유와 려정수의 일은 반드시 재빨리 기회를 잡아야 했다. 려정수는 분명히 임완유에게 호감이 있는 것 같았다.임국종은 예전부터 려정수를 마음에 들어 했고 그와 임완유가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지만 예전에 려정수는 임완유를 보는 척도 하지 않았다.만약에 두 사람이 인연을 맺으면 임국종은 오랜 친구와 사돈이 될 것이다.려정수는 그 말을 듣더니 재빨리 입을 열었다.“내일이요? 지금까지만 별다른 계획이 없어요.”“잘됐네요. 오늘은 너무 급하게 준비해서 점심도 제대로 대접하지 못했네요. 내일 점심에 시간 되면 정식으로 점심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요. 식사하는 김에 도련님과 완유의 일에 관해 이야기도 나누고 싶어요.”“저와 임완유 씨요? 완유 씨가 저와 함께 있고 싶다고 한 건가요?”려정수는 마음속의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꼭 그런 건 아니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저와 완유의 부모는 도련님을 매우 좋아해요. 반드시 잘 맺어드리겠어요.”“좋아요. 솔직히 말해서 저도 완유를 매우 마음에 들어 해요. 하지만 억지로 완유 씨를 가지고 싶지 않아요. 완유 씨가 저를 좋아하지 않으신다면 강요하지 않을게요.”려정수는 점잖은 사람인 척 연기하고 있었다.임국종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고 려정수가 방금 했던 말을 생각하자 더더욱 만족스러웠다.임국종은 려정수야말로 임씨 가문에 어울릴 수 있는 최고의 사위라고 생각했다.껌딱지처럼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파렴치한 예천우와는 아주 달랐다.임국종은 예전에 임완유와 예천우 두 사람을 결혼시킨 걸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었다. 만약 그때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이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을 것이다.려정수는 내일 임완유를 만날 생각을 하자 즉시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는 몸에 난 상처들을 잘 처리해야 했다. 특히 얼굴에 난 손바닥 자국을 잘
생각해 보니 송문복의 말대로 신분을 감추고 있으면 확실히 귀찮은 일이 적어질 것이다.“예천우 씨, 방금 정말 너무 멋있고 대단했어요. 이렇게 무서운 신분일 줄은 몰랐어요.”송미령도 앞으로 나와 감격에 찬 어조로 말했다.그러자 송문복은 살짝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송미령이 말실수를 해서 용왕님을 화나게 할까 봐 걱정했다. 용왕님은 려씨 가문 같은 용도의 대가족 사람들도 손쉽게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무서운 존재였다.오히려 예천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웃으며 말했다.“제가 말했잖아요. 송미령 씨에게 제가 어떻게 벌레를 죽이는지 보여주겠다고요. 말하면 말한 대로 해야죠.”“네. 예천우 씨와 비기면 려정수는 어쩌면 벌레 한 마리만도 못한 것 같네요.”송미령은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은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예천우 씨, 그거 알아요? 예천우 씨는 줄곧 제가 숭배하는 우상이었어요.”예천우가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송미령은 말을 이어갔다.“제가 용왕님을 숭배했다고요.”그러자 예천우는 문득 깨닫고 웃으며 대답했다.“미령 씨 말대로라면 제가 사진도 찍어드리고 사인도 하나 해드릴까요?”“말만 하지 말고 빨리해 줘요.”송미령은 심지어 예천우에게 농담을 던지고 있었다.예천우는 어이가 없었지만 웃으며 대답했다.“됐어요. 송씨 가문의 일은 해결했으니 먼저 가볼게요.”‘이렇게 바로 간다고?’송문복은 갑자기 완전히 멍해졌다.‘미령이가 말했던 10배의 배상금도 아직 주지 않았는데 예천우 씨가 벌써 떠난다고? ’‘잠깐만, 예천우 씨가 방금 미령이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설마 미령이를 좋아하는 걸까?’하지만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것 같았다. 송미령은 몸매도 좋고 얼굴도 예쁘게 생겼다. 게다가 송미령도 예천우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것 같았다.송미령이 만약 예천우에게 시집간다면 송씨 가문은 엄청나게 크게 발전할 것이다.그런 생각을 하니 송문복은 살짝 감격했지만 그는 실수라도 저지를 까봐 이내 말했다.“예천우 씨
예천우는 오늘 원래 대표님으로 부임하러 가려고 했는데 송씨 가문에 일이 생겨서 시간이 많이 지체된 상황이라 아예 전화를 걸었다.예천우는 오늘 돌발 상황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내일 다시 얘기하자고 했다.홀스 그룹은 예천우에게 있어서 장난감 같은 존재였기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회사 인원이 혼란스러우면 먼저 혼란스러운 대로 놓아두기로 했다. 그럴수록 쓸모 있는 인재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나중에 정말 쓸모 있고 유능한 인재를 승진시키면 예천우도 일이 줄어들 것이다.하지만 예천우가 전화를 끊자마자 임완유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는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천우야, 지금 뭐 하는 거야? 오늘 대표 부임식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돌발 상황이 좀 생겨서 내일로 미뤄야 할 것 같아.”“뭔 상황이야? 설마 누가 너에게 손을 댔어?”임완유는 잔뜩 긴장해서 즉시 물었다.“아니야. 친구의 큰 골칫거리를 해결해 주었어. 네가 지금 꼭 벗어나고 싶은 사람을 처리해 줬지.”“내가 벗어나고 싶은 사람? 누구야? 설마 정수 도련님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임완유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예천우가 무술 실력이 좋다고 가서 려정수를 때렸을까 봐 걱정했다.“그래. 바로 그 자식이야. 뺨을 한 대 때리더니 바로 자빠지더라고.”“아휴. 너도 정말... 항상 이렇게 무력으로 해결하는 것을 좋아해?”임완유는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네가 아무리 무술 실력이 좋다고 해도 그렇지. 아무나 함부로 때리면 그러다 큰코다칠 수 있어. 려정수가 네 정보를 알아?”“모를 거야.”“그럼 그나마 다행이야. 정말 조심해야 해. 아무 데나 가지 말고. 내가 려정수의 소식이 있으면 바로 너한테 알려줄게. 절대 마주쳐서는 안 돼.”임완유가 다급하게 말했다.“그게. 굳이 그럴 정도까지는 아니야. 사실 난...”“일단 이렇게 하자. 할아버지께서 전화가 왔어. 오늘 홀스 그룹을 못 가면 내일에는 꼭 가야 해. 그리고 요즘에는 반드시 려정수를 피해 다녀.”임완유가 귀띔했다.“그게... 알
“내 이름을 들어봤다면 너도 당문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알겠지? 너 같은 새끼를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야. 내 말을 의심하지 마. 네가 실력이 좀 있다고 해도 나한테는 벌레일 뿐이야. 너뿐만 아니라 천해시의 갑부인 양대복도 내 앞에서는 벌레 같은 존재야.”당찬성의 말투는 차갑기 그지없었고 확실히 사람에게 위압감을 줬다.“그래서 어떡하라고?”예천우는 당찬성이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지 몰랐다.“다름이 아니라 너한테 분명히 경고하는데 체은이는 내 여자야. 앞으로 다시는 그녀에게 연락하지 마.”“그래도 내가 연락한다면 어쩔래?”예천우는 드디어 그가 전화한 목적을 알았다.아마도 지난번에 양체은이 몰래 자기한테 전화한 것이 들킨 게 틀림없었다. 어쩐지 그날에 양체은은 섣불리 전화를 끊어버렸다.‘체은이가 전화도 하게 못 하다니. 지독한 새끼구나.’“그러면 죽을 준비나 해.”당찬성은 그렇게 말하고 바로 전화를 끊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와 동시에 사람을 시켜서 만약 예천우가 여전히 양체은에게 연락하면 바로 예천우를 죽이라고 했다.양체은의 마음을 어지럽힐까 봐 당찬성은 잠시 예천우에게 손을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양체은의 협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예천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생각해 보니 양체은은 아무래도 사는 게 편치 않은 것 같았다. 다만 예천우는 사전에 안배한 용문의 스파이가 왜 아직도 소식이 없는지 궁금했다.그런 생각을 할 때 마침 용문의 스파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마도 새로운 정보를 얻은 모양이었다.“용왕님!”“말해봐. 무슨 상황이야.”“저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체은 아가씨는 이미 당찬성에 의해 당문에서 살고 있어요. 다만 아직은 잠자리를 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게다가 체은 아가씨는 전혀 당찬성에게 시집가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하지만 당문은 결혼하면 양씨 가문에게 엄청난 이익을 줄 수 있다고 했대요. 만약 결혼을 승낙하지 않으면 양씨 가문에게 큰 재난을 안겨준다고 협박도 했어요. 보아하니 체은 아가씨도 가족의 이익 때문에
예천우의 말을 듣자 용문의 스파이는 즉시 대답했다.“네. 하지만 당찬성이 수련하는 공법은 아주 횡포하기 짝이 없는 패왕 공법이라고 들었어요. 어느 여자가 감히 그런 사람이랑 2인 수련할 수 있겠어요?”“패왕 공법?”예천우는 안색이 살짝 변했다. 비록 그는 이 공법을 모르지만 들어본 적은 있었다.“당찬성이 수련하는 게 당문 심법이 아니었어?”당문 심법도 대단했고 최고의 공법 중 하나였다.“아니에요.”“그러면 그 자식이 왜 양체은과 결혼하자고 했는지 알 것 같아.”예천우의 눈에는 음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만약 그렇다면 당찬성은 양체은의 목숨을 원했을 것이다.만약 예천우가 양체은과 함께 수련한다면 양체은에게 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양체은 체내의 나쁜 기운을 씻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련 속도도 빨라질 수 있었다.하지만 당찬성이 수련하는 패왕 공법은 매우 횡포하고 패기 넘치는 공법이었다. 그와 함께 수련하면 그는 양체은의 기운을 전부 빨아들일 것이고 양체은도 빨리 늙어서 죽을 것이다.“네? 왜 그렇게 한 거죠?”용문의 밀정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예천우에게 물었다.“별거 아니야. 넌 계속해서 당찬성의 움직임을 지켜봐.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예천우는 전화를 끊었다. 아무래도 직접 당문에 가봐야 할 것 같았다. 다만 당문은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기에 가려고 마음먹어도 어떻게 대처할지 미리 잘 생각해야 했다.예천우는 당문이 두려운 게 아니라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모두가 힘들어질 뿐이다.중요한 건 당문에는 실력이 이미 종사 절정의 경지에 이른 나이가 엄청 많은 어르신이 있다고 들었다. 게다가 당문 자체의 실력을 합치면 절대 만만치 않을 것이다.곧 점심이 되자 예천우는 차를 한 레스토랑 앞에 세우고 들어가 룸을 찾아 음식을 먹으려고 했다.그때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예천우 씨?”예천우가 고개를 돌려 보니 바로 진나비의 매니저였던 장미나였다.장미나는 예천우를 보더니 몹시 기뻐했다.
“하지만, 예 대표님은 외부 사람이 아니잖아요.”“무슨 예 대표? 어디서 나온 대표야? 그 사람이 회사에서 어떤 직책을 가지고 있는 거야?”유은수는 날카롭게 쏘아붙였다.“하문아, 너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혹시 회사에서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은 거야?”‘오늘 아침 예천우 그 자식은 날 보고도 인사조차 하지 않았어. 도대체 자기가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어도 결국엔 완유 뒤를 따라다니는 사위일 뿐이잖아. 그런데도 나한테 인사 한마디 없이 그냥 지나쳐? 어디서 예의도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유은수는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문은 유은수의 비난에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고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억누르려 했지만 더 이상 참기 어려웠다.그런데도 유은수는 차가운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됐어, 하문. 더 이상 쓸데없는 말 안 하겠어. 그 재료는 절대 안 줄 거야. 지금 네가 할 일은 당장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재료를 찾아내는 거야.”“불가능합니다!”하문은 단호하게 거절했다.“불가능하면 방법을 찾아! 어차피 똑같은 효과가 안 나와도 돼. 조금이라도 비슷한 기능만 있으면 되는 거야. 화장품이란 게 원래 사람 체질에 따라 효과가 다 다르잖아. 결과가 별로면 그건 소비자 체질 탓이지 제품 탓이겠어?”유은수는 짜증스럽게 말했지만 하문은 더욱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가짜 제품을 만드는 건 절대 안 됩니다.”“가짜라니! 이건 제품 개선이야.”유은수는 폭발하듯 소리쳤다.“끝까지 반대하겠다면 당장 회사를 나가!”“좋아요. 그럼 나가겠습니다.”하문은 더 이상 참지 않고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심했다.회사를 떠나는 게 금전적으로 손해가 크겠지만 더 이상 이곳에서 버틸 이유가 없었다.게다가 자진 퇴사를 하면 별다른 보상도 받을 수 없었지만 그런데도 하문은 단호한 선택을 내렸다.유은수는 그의 사직서를 받자마자 단번에 승인했다.“잘됐네.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나 본데... 네가 없다고 회사가 무너질 것 같아? 돈만 있
마침 임완유도 거의 정리를 마쳤고 예천우는 시간을 확인했다.아직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상황이었고 돌아가기에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었다.“너희 엄마는? 벌써 간 거야?”예천우는 의아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이런저런 일이 있었는데 유은수가 인사도 없이 가버린 건가 싶었다.“응, 갔어.”임완유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너도 급히 돌아가야 한다면서. 우리도 가자.”“그래.”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출발시켰다.그는 운전하면서도 임완유가 무언가 말하려다 마는 걸 눈치채고는 물었다.“완유야, 무슨 일 있어? 혹시 그거... 화장품 레시피 때문이야?”예천우가 먼저 말을 꺼내자 임완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아까 어머니가 했던 말을 전부 설명했고 예천우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별거 아니야. 그냥 레시피 하나잖아. 지금 당장 적어서 건네줘도 돼.”그 말을 들은 임완유는 더더욱 감동했다.“천우야, 미안해. 나도 알아. 엄마가 일부러 연기하는 걸 수도 있다는 거... 그런데도 난 또 그러는 엄마를 한번 믿고 싶었나 봐.”예천우는 순간 놀랐다.‘완유는 이 상황을 모르는 게 아니었구나.’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말했다.“괜찮아. 그럼 지금 바로 레시피 써줄까?”“아니, 집에 가서 해도 돼.”“좋아. 네가 원하는 대로 할게.”한편, 유은수는 회사로 바로 가지 않았다.그녀는 집으로 돌아가 샤워하고 메이크업까지 꼼꼼히 한 뒤에 최대한 빠르게 회사로 복귀했다.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결백하다는 걸 직원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키는 일이었다.유은수는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긴급회의를 소집했고 직원들 앞에서 강경한 태도로 선언했다.“나에게는 아무런 죄도 없어. 인터넷에 떠도는 루머는 전부 거짓말이라고!”그녀는 직원들에게 자신이 경찰서에서 금방 나온 사실을 강조하며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만약 내가 진짜로 문제를 일으켰다면 어떻게 이렇게 빨리 나올 수 있었겠어?”직원들은 어리둥절했지만 대체로 그녀
“알겠어.”유은수는 그 말을 남기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그러나 속으로는 이를 갈며 생각했다.‘누가 너더러 다시 오라고 했어? 돌아와서 뭘 하겠다는 거야. 내 회사를 빼앗으려고? 꿈도 꾸지 마. 임연 그룹은 절대 네 것이 될 수 없다고.’하지만 유은수는 임완유가 머지않아 천풍 그룹의 글로벌 대표 자리에 오르게 될 것이며 조만간 조 단위 자산을 가진 대기업을 이끄는 인물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다.임강은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그는 유은수의 태도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예전부터 집안의 모든 결정권은 유은수에게 있었고, 이제는 거의 여황제 수준이었다.그녀가 말하면 곧 법이 되는 상황이었기에 그도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한편, 예천우는 용미소를 찾아갔다.그녀는 예천우를 보자마자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따졌다.“예천우, 도대체 무슨 속셈이야? 지난번에 왜 날 속였어?”“내가 널 속였다고?”예천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모르는 척하지 마. 넌 분명 용문의 용왕이면서도 나한테 특수 요원이라고 했잖아!”“아, 그거 말이야.”예천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내가 분명히 용왕이라고 말했는데 네가 안 믿었잖아. 그래서 그냥 네가 듣고 싶은 대로 맞춰준 거지.”“흥! 그런 말장난으로 넘어가려 하지 마. 덕분에 내가 얼마나 창피를 당한 줄 알아?”용미소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은 듯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심하게 말했다.“그래. 다 내 잘못이야. 미안해. 사과할게.”그녀가 지난번 자신이 예씨 가문과 대립할 때까지도 도와주려고 했던 모습을 떠올리자 예천우는 더 이상 장난칠 기분이 들지 않았다.그녀는 충분히 존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용미소는 가볍게 사과로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사과만으로는 부족해. 하나 약속해 줘.”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예천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는 거겠지?’“뭘 약속해 달라는 건데?”“아직 정하지 않았어. 하지만 걱정하
예천우는 이 광경을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완유야, 여기 일은 끝난것 같으니 난 먼저 가볼게. 아까 용 형사가 나를 찾더라고. 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봐야겠어.”임완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다녀와. 난 여기 마무리하고 있을게.”그녀는 아까 용미소가 예천우를 따로 부른 걸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묻지 않았고 예천우는 그렇게 자리를 떠났다.그가 나가고 난 뒤 임완유와 가족들은 담당 경찰과 대화를 나눴고 마침내 임완유는 서류에 서명했다.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임완유가 단호하게 거절했고 한 푼도 받지 않겠다는 뜻이었다.이 모든 일이 마무리되자 유은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임완유를 꼭 끌어안았다.“완유야, 정말 고맙구나!”그녀는 감격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잘못을 했는데도 넌 여전히 날 이렇게 감싸주다니... 넌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착한 딸이야. 엄마는 너를 사랑해.”너무나도 감성적인 말이었기에 임완유는 순간 멈칫했다.솔직히 이런 말은 오랜만이라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마음을 표현해 주는 것이 기뻤다.그래서 그녀는 살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완유야, 이제 엄마는 정말로 정신 차렸어. 앞으로는 절대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 거야. 회사를 잘 이끌고 우리 임씨 가문을 더욱 성장시켜야지.”“네, 믿어요. 엄마가 회사를 잘 운영하면 분명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거예요.”임완유는 괜한 경쟁심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어머니를 칭찬했다.유은수는 그 말을 듣자 기뻐하며 자신감을 보였다.“그래, 그렇지? 엄마를 믿어. 난 절대 널 실망하게 하지 않을 거야.”하지만 바로 그때 유은수가 말을 이어갔다.“그런데 말이야. 그 루루 화장품의 레시피 말인데...”임완유는 순간 굳어졌다.‘결국 여기까지 왔네. 모든 대화가 돌고 돌아 다시 원점으로 말이야.’그녀는 짧은 순간 고민했다.이 레시피가 그녀의 것이었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로 넘겨줬을 것이다.하지만
경찰서 안으로 조금 들어서자마자 임강이 급히 다가왔다.“완유야. 드디어 왔구나. 네가 안 왔으면 네 엄마가 정말 못 버텼을 거야.” 그가 다급한 얼굴로 외쳤지만 린완유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고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고 예천우 역시 냉담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의 차가운 반응에 임강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도 그동안 자신들이 한 짓이 너무 심했기에 무슨 말을 해도 변명이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예천우와 임완유가 온 덕분에 그도 함께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원래는 단순히 아내의 상태를 확인하러 온 것뿐이었다.경찰의 안내를 받아 임완유와 예천우는 마침내 그녀의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갔다.유은수는 이미 임완유가 온다는 소식을 들은 상태였기에 딸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벌떡 일어나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그녀는 눈가가 붉어진 채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완유야! 내 사랑하는 딸아, 네가 왔구나!”유은수의 얼굴은 창백하고 지쳐 있었으며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었고 전체적으로 초췌한 모습이었고 그 모습이 한층 더 그녀를 안쓰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유은수가 말했던 사랑하는 딸이라는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그동안 가슴속 깊이 쌓아두었던 분노가 터지려 했지만 그 말 한마디에 힘이 빠졌고 대신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었다.유은수는 평생 편안하게 살아왔고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불안과 두려움이 밀려왔을 테니 당연히 저렇게 지쳐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그녀가 이번 일을 통해 뭔가 깨달았기를 바랄 뿐이었다.예천우는 그런 임완유 옆에서 유은수를 바라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그런데 뭔가 어색했다.‘흠... 너무 작위적이야.’눈물에 젖은 듯한 눈동자, 흔들리는 어깨, 절박하게 보이는 표정은 전형적인 감성 자극 연기였다.하지만 굳이 나서서 뭐라고 할 필요는 없었다. 진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었고 그저 임완유가 이걸로 마음을 정리할 수
김희자는 백강호의 싸늘한 시선을 받자 얼굴이 굳어졌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오, 오빠... 왜 그래?”백강호는 이를 악물며 낮게 으르렁거렸다.“왜 그러냐고? 이 지경까지 온 게 다 누구 때문인데!”그의 얼굴은 어둡게 일그러져 있었다.“이게 다 네가 저 자식한테 괜한 짓을 부추겼기 때문이야! 네가 아니었으면 내가 이런 꼴을 당했겠어?”김희자는 당황한 얼굴로 변명했다.“그, 그게 왜 내 잘못이야? 게다가 어차피 절정종이 나서면 저놈은 끝장난다고 했잖아.”“원래는 그랬지. 하지만 방금 흑호한테서 연락이 왔어. 그놈은... 용문의 용왕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어.”“뭐?”김희자는 경악했다.“그럴 리가 없어! 흑호가 잘못 들은 거 아니야?”“흑호가 나한테 거짓말할 리 없어.”백강호는 한숨을 내쉬면서 생각에 잠겼다.‘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놈이 처음부터 얼마나 당당했는지 이해가 가네. 애초부터 난 희자 때문에 실수를 저질렀어. 그런데 지금 알아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지금 그가 가장 걱정하는 건 예천우를 어떻게 상대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자기의 단전이었다.‘정말로 회복할 수 있을까. 지난번에 절정종의 종주께서 누군가가 단전 회복에 성공했다는 자가 있다고 들었어. 그런데 어떻게 하면 회복할 수 있을까? 어찌 됐든 단전이 부서졌으니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절대 회복할 수 없을 거야.’“그, 그러면 이제 돈은 어떻게 해야 해? 줘야 하는 거야?”김희자가 조심스럽게 물었고 그녀도 이번에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걸 깨달은 것 같았다.‘흑호, 도훈이 그리고 이제는 오빠도 모두 나 때문에 망했어.’“... 돈은 줘야겠지. 만약 우리가 버티면... 백씨 가문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어.”백강호는 땅이 꺼지듯 한숨을 쉬었고 순식간에 많이 늙은 것 같았다. 한평생 쌓아온 모든 것이 단 한 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이었다.예천우의 신분을 알아버린 이상 이제는 돈을 안 줄 수가 없었다.‘그래. 일단 돈을 주고 이후에 절정종에 이 일을 넘겨 다시 찾아오면 돼. 나도
백강호는 천천히 몸을 숙이더니 조심스럽게 정교한 작은 상자를 꺼냈다.그는 이 보물을 항상 몸에 지니고 있었다.그리고 마치 손에서 놓기 싫다는 듯 아쉬운 눈빛을 띠며 예천우에게 상자를 건넸다.이건 단순한 보물이 아니었다.칠색연꽃을 재료로 약을 잘 만들면 곧바로 종사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알려진 귀중한 보물이었다.백강호 역시 이걸 보고 한동안 마음이 흔들렸지만 절정종의 압박이 너무나도 무거웠다.그들에게 이 보물을 바치는 게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는 유일한 길이었다.그는 절정종의 강자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종사급 고수를 단숨에 살해하는 모습을 분명히 보았다.그렇다면 저 자식이 절정종을 건드렸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운명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이 자식이 감히 절정종을 건드려? 이번에는 반드시 죽을 거야.’예천우는 천천히 상자를 받아 들었다.뚜껑을 열어 확인하자 과연 예상했던 대로 칠색연꽃이 들어 있었다.이 정도의 보물이 그의 손에 들어온 것은 그야말로 뜻밖의 행운이었다.이걸 제대로 활용하면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상자를 닫아 그대로 챙겼다.“이걸 봐서라도 이번 한 번은 그냥 넘어가 주지.”그는 나지막이 말하며 백강호를 내려다봤다.“하지만 기억해 둬. 1조 8,000억은... 하루 안에 입금해. 그렇지 않으면 네가 감당하지 못할 일이 생길 거야.”그 말을 남긴 채 예천우는 차에 올라탔고 그대로 시동을 걸어 유유히 사라졌다.그들이 완전히 떠난 후에야 남아 있던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방금 전까지 예천우가 내뿜던 살기는 도저히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었다.김희자는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헐떡이며 말했다.“오빠, 이제 어쩌면 좋아? 이대로 당할 순 없잖아.”백강호는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채 이를 갈았다.“걱정 마. 당장 위에 보고할 거야.”그의 눈빛에는 강한 살기가 서려 있었다.“절정종의 것을 건드린 놈이 멀쩡할 것 같아? 이번엔 확실히 죽을 거야.”김희자는 여전히 불안한
김희자는 흥분한 나머지 곧바로 반박했다.“평범한 보물이라면 당연히 신경 쓰지 않겠지만 이건 칠색연...”“그만해!”그때 백강호가 재빨리 김희자의 말을 끊었다.백강호는 아까 김희자를 미처 제지하지 못했지만 더 이상은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는 눈을 번뜩이며 예천우를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워. 지금 당장 우리를 풀어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그 결과는 네가 감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네 마누라보다는 똑똑하네. 적어도 너는 당장 나한테 사죄하고 빌라고는 하지 않잖아.”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백강호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똑똑해도 소용없어. 절정종이든 그보다 더 강한 세력이든... 오늘 네가 돈을 내놓지 않으면 그 누구도 너를 살릴 수 없어.”그 말을 들은 백강호는 얼굴이 굳어졌고 그의 눈에는 경악과 분노가 뒤섞였다.“너... 감히 절정종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거냐? 아니면 절정종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모르는 거냐?”“그게 그렇게 중요해?”예천우는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마지막 기회를 주지. 1조 8,000억... 낼 거야 말 거야?”예천우가 차가운 시선으로 백강호를 노려보자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는 듯했고 그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가 모두를 압박했다.백강호의 얼굴이 굳어졌고 주변 사람들 역시 숨을 삼켰다.김희자는 아예 식은땀을 흘리며 백강호를 붙잡았다.“오빠, 오빠... 그냥 줘요. 돈은 다시 벌면 되잖아요. 지만 목숨을 잃으면 끝이라고요!”백강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그간 수많은 사람을 죽여왔기에 지금 이 순간 눈앞의 남자가 진심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이 자식 정말로 진심이네...’결국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좋아. 돈을 줄게.”그러나 그는 곧바로 덧붙였다.“하지만 1조 8,000억을 한 번에 줄 순 없어.”예천우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네 사정이지.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제는 더 이상 부정할 수도 없이 백강호는 완전히 폐인이 되었다.김희자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눈에는 공포와 충격이 가득 차 있었다.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고 그제야 뭔가 깨달았다.자신이 그토록 믿었던 전신이고 누구도 당해낼 수 없을 것 같던 남편이 이제는 완전히 무너졌다는 사실을.그리고 그 모든 건 바로 그녀 자신이 부추긴 결과였다.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백강호가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너... 대체 누구냐...?”예천우는 무심하게 웃으며 가볍게 대답했다.“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그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냉혹했다.“중요한 건, 지금 당장 1조 8천억이 내 계좌로 들어와야 한다는 거지.”예천우는 김희자를 흘끗 보며 덧붙였다.“네 마누라는 돈이 없다고 하던데 너는 문제없겠지?”백강호는 치를 떨며 이를 악물었다.그는 몸속의 진기가 완전히 사라진 걸 느끼며 더 깊은 절망에 빠졌다.분노로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 돈은 절대 줄 생각 없어.”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네 아내의 목숨도 별로 소중하지 않은 모양이군.”“오, 오빠...”김희자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백강호를 붙잡았다.“돈은 다시 벌면 되지만 목숨은 한 번 잃으면 끝이라고요!”백강호는 이를 악물었고 이 상황에서도 그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겁먹지 마. 내가 있으면 저놈이 우리한테 함부로 못 해.”예천우는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이 정도로 당하고도 아직도 자신만만하네.”백강호는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너도 네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를 건드렸는지 모르는 모양이군.”그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그래, 넌 강해. 인정하지. 넌 아마도 종사 경지의 고수겠지. 하지만 알아둬.”백강호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이 세상에는 종사가 너뿐인 게 아니야.”예천우는 그의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그야 당연하지. 그런데 그래서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