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수는 그 말을 듣자 즉시 예천우를 노려보며 화를 냈다.“예천우, 뭐 하는 거야? 누가 너더러 이곳에서 함부로 사람을 때리도록 허락했어?”“누가 허락했다고요?”예천우는 껄껄 웃으며 유만수를 가리키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연히 이 사람이죠. 이 남자는 저를 죽인다고 했어요. 그러면 저는 순순히 서 있어서 절 죽이기를 기다려야 하나요?”“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유은수는 즉시 반박했다.“유만수는 너한테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왜 그러겠어?”“그건 본인한테 물어보세요.”예천우는 유만수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사람들 모두에게 말해 봐. 왜 날 죽이려고 했어? 사실대로 말하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흥!”비록 예천우는 위협적인 말을 하지 않았지만 유만수는 지금 무서워서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유은수가 그 말을 듣고 유만수에게 귀띔했다.“은수야, 저 자식을 두려워하지 마. 고모가 이곳에 있으니 누구도 널 건드리지 못해.”하지만 예천우 때문에 겁에 잔뜩 질린 유만수는 직접 말했다.“고모님, 고모가 혼내라고 했어요. 예천우가 빨리 이혼을 동의하고 임씨 가문에서 꺼져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저보고 예천우를 혼내주고 심지어 죽여버리라고 시켰어요.”“이런... 쓸모없는 자식!”유은수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욕설을 퍼부었다.“유만수, 이 빌어먹을 병신 새끼야. 이런 쉬운 일도 이 지경까지 만든다니. 널 기대했던 내가 바보지.”원래 유은수는 충분히 핑계를 찾아서 혐의를 벗어날 수 있었다.하지만 유은수가 그렇게 말하니 이미 유만수가 한 말이 사실이 되어버렸다. 바로 그녀가 자기 조카를 시켜 예천우를 죽이려 했다.임국종은 골치가 아파서 고개를 저었다. 생각해 보니 아들과 며느리는 정말 도움이 전혀 되지 못했다. 임국종은 예천우를 상대하는 이런 중요한 일을 그들에게 맡긴 게 후회되었다.하지만 그들에게 맡겨도 그렇지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버렸으니 임국종은 머리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창피했다.그때 임완유는 이미 모든 것을 깨
“뭐가 고마워. 우리 임씨 가문이 너한테 잘못한 거야. 하지만 그들은 소정과 달리 다 나를 위해서 그랬기 때문에 나도 그들을 너무 원망하지 못해.”“알았어. 걱정하지 마. 공손 가문은 너희들을 어떻게 하지 못할 거야.”예천우가 장담했다.“알겠어. 그러면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을게.”“그래.”예천우는 차에 올라서 시동을 걸고 바로 떠났다.예천우가 떠나는 걸 지켜보던 임완유는 집으로 돌아와 가족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바로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임완유는 저도 모르게 방에서 그 칼 모양의 옥 목걸이를 꺼냈다.‘잠깐만!’옥 목걸이를 바라보던 임완유는 갑자기 중요한 문제가 생각났다.‘만약에 공손진이 리틀 거지가 아니었다면 그한테 왜 비슷한 옥 목걸이가 있었을까? 설마 소정이 공손진에게 특별히 만들라고 말했던 걸까? 하지만 그것도 아닐 것 같은데...’임완유의 기억에는 그때 특별히 공손진에게 그 목걸이를 떼어내서 만져보았다. 분명히 지금 자기가 갖고 있는 목걸이와 같은 재질이었다.비록 임완유는 옥에 관해 깊은 지식이 없었지만 어찌 됐든 오랫동안 자신의 손에 있는 옥 목걸이를 많이 만졌다.하지만 문제는 비록 임완유가 어릴 적의 일을 소정에게 알려주었지만 소정은 가까운 곳에서 옥 목걸이를 본 적도 없고 만진 적은 더더욱 없었다.‘그런데 어떻게 똑같은 옥 목걸이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설마 누군가가 내 방에서 옥 목걸이를 훔쳐 간 걸까?’금고의 비밀번호는 임완유 혼자만 알고 있었고 강제로 파괴된 적도 없었다.보아하니 공손진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소정에 대해서 임완유는 이런 특별한 관심사가 궁금하더라도 이제 더 이상 그녀와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임씨 가문을 떠난 후부터 공손진의 안색은 정말 나빴다.원래는 임완유와 결혼해서 예천우를 힘들게 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걸 지켜보려고 했다. 뜻밖에도 자신이 예천우에게 모욕을 당했다.이번에는 임완유와 결혼하지 못했고 망신까지 당했고 임완유를 얻을 기회도 완전히 잃었다.하
그 말을 들은 임완유는 공손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렸고 이내 얼굴에 혐오감이 가득했다.원래 공손진을 싫어했는데 이제는 더더욱 역겨워졌다.“왜 말을 안 하는 거죠. 다른 할 말이 없으면 끊을게요.”공손진은 우쭐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한테 사과하는 임완유가 더 비굴해지길 기다렸다.“그럼 끊어요.”임완유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공손진 같은 사람과는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다.공손진은 아연실색하여 얼떨떨해졌다.‘나한테 구걸하며 오늘 밤 내 침대로 기어와야 하는 거 아니었어?’경악을 금치 못한 그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임완유 이 년이 아직 내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모르고 있나 보네. 딱 기다려. 후회하게 될 꺼야.’공손진이 잔뜩 화가 나 있을 때 전화가 왔다. 휴대 전화 화면을 본 그는 즉시 기쁜 기색을 드러내며 전화를 받았다.“뭐라고요? 양 할아버지께서 오신다고요? 오늘 저녁 6시에 말이죠?”“응. 지금 바로 떠날게.”공손양은 말투가 거칠었다. 그는 금방 백씨 가문과 큰 싸움을 벌였기에 푹 쉬려고 했다. 하지만 공손 가문의 가주로부터 공손진이 천해시에서 어린 고수를 만났으니 처리해달라는 통지를 받았다.‘애송이인데 굳이 내가 나서야 해? 젠장.’공손양은 화경 후급이었고 공손 가문의 최고 고수 중 한 명이었다.실력이 화경 절정인 가주를 빼고 공손 가문 중에서 누구도 그를 쉽게 이길 수 없었다.하지만 그는 비록 가족 내에서 실력이 막강한 사람이었지만 이건 가주의 부탁이니 거절할 수 없었다.다만 공손양은 공손진에게 썩 달가워하지 않는 말투였다. 공손진은 비록 앞으로 가문의 후계자지만 아직 가문의 가주는 아니었다.공손양의 실력이라면 이럴 자격이 있었다.“알겠어요. 지금 바로 할아버지께 대접 드릴 좋은 술과 음식을 준비하겠어요.”“좋아.”공손양은 전화를 끊고 출발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비록 성도는 천해시에서 그리 멀지 않지만 그래도 시간이 좀 걸렸다.전화를 내려놓은 공손진은 한껏 들뜬 표
임국종은 될수록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일단 공손 가문이 손을 쓰면 임씨 가문은 반드시 멸망하게 될 것이다.임국종은 호텔 앞에 도착하자마자 문 앞에 서 있는 공손진을 발견했다. 그는 재빨리 다가가서 공손진을 불렀다.“공손 도련님!”“어르신이 이곳에는 왜 오셨어요?”공손진은 살짝 짜증 내며 물었다. 그때 그의 양 할아버지가 차를 타고 오고 있었다.“도련님과 우리 손녀의 일에 대해 상의하고 싶어서 왔어요.”“그럴 시간이 없어요! 지금 그까짓 일에 관여할 시간이 없다고요!”공손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앞으로 갔다.임국종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아니, 완유와 결혼하는 일이 이제는 그까짓 일이 되어버린 거야?’얼마 지나지 않아 임국종은 공손진이 공손한 얼굴로 한 노인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았다.“양 할아버지!”공손진은 존경에 찬 눈빛으로 양 할아버지라는 노인을 모시고 있었다. 임국종의 조사에 따르면 공손진이 양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사람은 아마도 바로 공손 가문의 최고급 인물인 공손양일 것이다.공손양은 공손 가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단한 사람이다.‘망했어. 우리 임씨 가문을 멸망시키려고 공손진이 심지어 가문에서 이렇게 대단한 사람까지 불렀네.’공손진은 공손양을 모시고 호텔로 들어가다가 옆에 멍하게 서 있는 임국종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제 용서를 받고 싶다면 오늘 밤에 임완유를 호텔로 오라고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임씨 가문은 내일이면 사라질 거예요.”공손진은 그렇게 말하고 바로 떠났고 여전히 공손한 모습으로 공손양을 모시고 있었다.임국종은 안색이 창백해졌고 예전에 알던 공손진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지금 공손진은 임씨 가문을 상대하기 위해 공손 가문에서 큰 인물까지 모셔 왔다.임씨 가문을 상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공손양이 이곳으로 온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지금은 하루도 시간을 주지 않는 걸 봐서는 임완유가 또 그를 건드린 게 틀림없을 것이다.임국종은 재빨리 집으로
“아니에요. 하지 마세요!”임완유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절대로 할아버지가 자기 앞에서 무릎을 꿇게 할 수가 없었기에 다급히 말했다.“급해 마세요. 전 임씨 가문을 포기할 수 없어요. 다만 어떻게 조금만 더 버틸 수 없을까요?”“그건 안 돼. 할아버지가 말씀 못 들었어? 공손진은 이미 우리에게 기한을 줬대. 오늘 밤에 네가 호텔에 나타나지 않으면 내일 오전이면 임씨 가문은 완전히 끝장날 꺼야.”유은수가 즉시 말했다.“아니야. 사실 방법이 있기는 있어.”임국종은 손녀가 싫어하는 것을 보자 자기 생각을 말했다.“이렇게 하는 건 어때? 완유야, 네가 오늘 밤에 일단 가서 공손진에게 며칠만 시간을 더 달라고 말해 봐. 먼저 그에게 모든 걸 약속할 수는 있지만 잠자리는 며칠 후에야 가지겠다고 말해. 요 며칠 안에 예천우가 정말로 공손 가문을 무너뜨린다면 너도 별일 없을 거야. 만약에 공손 가문에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는다면 예천우가 허풍쟁이인 게 확실하고 줄곧 너를 속이고 있었고 기회를 노려서 공손 가문의 손을 빌려 우리 임씨 가문을 없애려고 했던 계획도 드러날 거야.”“정말 그렇게 되면 넌 공손진에게 시집가는 게 가장 정확한 선택일 거야.”유은수가 그 말을 듣자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요. 좋은 생각입니다. 일거양득이네요. 그러면 예천우가 허풍을 떨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네요. 완유도 줄곧 예천우에게 속으면서 살 수는 없잖아요.”임완유는 유은수를 노려보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 방법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당연히 공손진이 좋은 마음을 품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오늘 밤에 호텔에 가면 반드시 몹시 위험할 것이다.하지만 임완유는 먼저 준비할 수 있다. 만약에 공손진이 자신을 건드리고 싶다면 즉시 죽음으로 위협하겠다고 다짐했다.어찌 됐든 그녀는 동의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공손진에게 3일의 시간을 더 달라고 했을 뿐이다. 3일 후에는 순순히 공손진의 말을 듣고 그때 가서 또 죽음으로 공손진을 위협하면 어쩌면 또 며칠을
게다가 공손 가문은 사람도 많고 세력도 강했다.공손진은 지금 좋은 술과 음식을 준비해서 공손양을 대접하고 있었다.공손양 앞에서 그는 조금도 나대지 못했다. 공손양은 화경 후급의 고수였기에 이런 인물은 어디에 내놓아도 절대적인 강자였다.공손진의 대접을 받으니 공손양도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진이야, 무슨 젊은 자식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우리 가주가 나에게 직접 부탁하는 거야?”공손진은 그 말을 듣자 즉시 모든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특히 그가 경호원 홍연석을 보냈는데 예천우에게 당했던 일과 왕 어르신도 예천우를 죽이러 갔다가 지금 종종 무소식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예천우는 심지어 전화해서 공손진에게 비아냥거렸다.“네가 말한 사람은 왕우영이지? 그는 원래 실력이 없었어. 그러니 죽은 것도 놀랍지 않아. 하지만 실력도 없어 보이는 젊은 놈이 그렇게 날뛴다고?”공손양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밥 먹고 나서 혼내주러 갈게. 애송이일 뿐인데 아무리 실력이 있다고 해도 손쉽게 죽일 수 있지.”“그러게 말입니다. 양 할아버지께서 직접 나선다면 그 새끼는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라겠네요.”공손진은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당연하지.”공손양은 전혀 겸손하지 않았다. 식사가 끝나자 그는 입을 열었다.“그 새끼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 지금 바로 가서 죽여버릴게.”“바로 자기 집에 있다고 해요.”공손진은 방금 들은 소식을 알려 주었다.“알았어. 그럼 지금 바로 떠나자.”공손양은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그러자 공손진도 곧바로 일어나 그의 뒤를 따라 차를 타고 떠났다. 약 30분 후 차가 목적지에 도착했다.“양 할아버지, 이 자식은 저를 매우 비참하게 만들었어요. 너무 쉽게 죽게 하지 말고 일단 심하게 괴롭혀 주세요.”공손진이 말했다.“걱정하지 마. 너도 알다시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바로 사람을 괴롭히는 일이지. 특히 내가 발명한 그 수법에 당하면 소리를 낼 수 없고 수만 개의 벌레가 몸을 갉아 먹는 느낌이 들 거야. 많은 고수가 나의 수법을
임완유는 그 말을 듣고 즉시 화가 나서 그냥 가고 싶지 않았지만 임씨 가문의 상황을 생각하자 어쩔 수 없이 말했다.“알겠어요. 지금 바로 떠날게요.”전화를 끊은 공손진은 너무 흥분해서 바로 호텔로 돌아갈 뻔했다. 임완유는 그가 꿈에도 그리던 여자였기 때문이다.하지만 양 할아버지를 기다리겠다고 약속했으니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기다릴수록 마음이 초조해졌고 결국 공손진은 더 이상 기다리기 싫어서 운전기사에게 양 할아버지를 픽업하라고 부탁하고 자기는 먼저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갔다.아무튼 오늘 밤 양 할아버지는 기분 좋게 맛있는 음식도 드셨고 아까 먼저 가도 된다고 했으니 할아버지도 뭐라고 하지 않을 것 같았다.하지만 공손진은 자기가 다시는 양 할아버지를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건 몰랐다.방금 공손양은 자기의 강력한 실력을 발휘해서 쥐도 새도 모르게 예천우가 살고 있는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그는 자신의 실력을 한껏 뽐내려고 할 때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예천우였다.“나와. 난 이미 널 보았어.”예천우는 생각할 필요도 없이 눈앞의 이 사람은 또 공손진이 보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공손 가문은 실력이 꽤 강한 편이었다.매번 온 사람은 갈수록 점점 실력이 더 강했으니 말이다.이번에 온 사람은 심지어 화경 후급의 고수였다.이런 실력이면 어디에서나 영웅처럼 강한 존재였다.공손양은 살짝 놀랐지만 이내 걸어 나오면서 차갑게 말했다.“이놈이 그래도 감각이 예리한 편이군. 네가 진이를 그렇게 귀찮게 했다고 들었어.”“진이? 공손진을 말하는 거야? 보아하니 넌 공손 가문의 사람이군.”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쳇. 난 공손 가문의 사람이기도 하고 널 죽일 사람이기도 하지. 하지만 난 진이와 약속한 게 있어. 널 죽이기 전에 널 모질게 괴롭혀주겠다고 약속했어. 그러니 넌 그렇게 빨리 죽지 않을 거야.”예천우는 살짝 놀라는 표정으로 껄껄 웃으며 말했다.“굳이 그렇게 지독하게 해야겠어?”“물론이지. 나한테 괴롭히다가 죽은
“허허. 내 앞에서 왜 잘난 척을 해? 네가 왜 왕 어르신 말을 했는지 알겠어. 네가 왕 어르신도 죽일 수 있을 만큼 실력이 무섭다는 말로 날 겁주기 위해서였지?”“하지만 난 왕 어르신이 상황을 알고 있어. 그는 원래 이미 화공산이라는 독약을 먹었기에 실제 실력은 아마 화경 초급도 아니었을 거야. 너도 참 운도 좋아. 그를 죽일 수 있다니.”예천우가 그 말을 듣고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말했다.“그래? 아닌 것 같은데. 내 기억에는 왕 어르신이 화경 중급의 실력이었어. 심지어 화경 후급에 가까웠을 거야. 너랑 비슷하겠네.”“그 말을 내가 믿을 것 같아?”공손양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됐어. 쓸데없는 말은 이미 끝났으니 이제 내 만의식심장을 한번 받아봐.”말이 끝나기 바쁘게 공손양의 몸은 귀신처럼 움직이더니 바로 예천우의 앞에 나타났고 그는 손바닥에 힘을 싣고 예천우를 향해 공격했다.“이게 최선이야?”예천우는 시큰둥한 표정이었다.“이 건방진 자식아. 조금만 있으면 고통이 뭔지 알게 될 거야.”공손양은 차갑게 말했다. 그의 손바닥이 예천우의 가슴에 거의 닿을 때였다.바로 그때 예천우는 오른손을 들어 가볍게 휘둘렀다.그러자 공손양은 갑자기 엄청나게 무서운 힘이 자신을 향해 휘몰아치는 것을 느꼈고 그 무서운 힘에 맞은 공손양은 바로 입에서 피를 뿜었다.공손양은 그 힘 때문에 연신 뒷걸음치다가 땅에 넘어졌다.예천우가 다시 한번 오른손을 휘두르자 공손양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핏방울이 직접 공손양의 가슴으로 날아갔고 뜻밖에도 강력한 힘으로 다시 한번 공손양을 힘껏 내리쳤다.팍!공손양은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 심하게 떨어졌다.예천우는 단지 두 번 손만 흔들었는데 공손양은 이미 극심한 내상을 입고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이... 이럴 수가.’공손양의 눈에는 믿을 수 없는 두려움이 나타났다. 방금 같은 실력은 공손 가문의 가주라도 절대 해낼 수 없었다.‘예천우가 종사의 경지란 말인가! 이렇게 젊은 종사는 세상에도 드문데 그럴 리가.’
손씨 가문 사람들이 떠나자 허성태가 나서려고 했으나 허종우가 먼저 무릎을 꿇으며 입을 열었다.“용왕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아까 제가 눈이 멀어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그러자 허광호도 곧바로 뒤따라 무릎을 꿇고 간절히 애원했다.“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그 모습을 본 허가연은 깜짝 놀라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고 임선호와 임완유 역시 허씨 가족의 이런 행동에 놀라며 일어섰다.임선호는 그들이 어찌 됐든 자신이 사랑하는 허가연의 가족이기에 더욱 당황스러웠고 임완유도 비슷한 생각이었다.예천우는 그들을 천천히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됐습니다. 모두 일어나세요. 허가연 씨의 체면을 봐서라도 전혀 따질 생각이 없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감사합니다. 용왕님!”허종우와 허광호는 한숨을 돌리며 안도의 표정으로 일어섰다.두 사람은 속으로 정말 다행스럽게 생각했다.‘가연이 덕분에 목숨은 건질 수 있었네.’허성태와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예천우에게 더욱 경외심을 품으며 다가와 몸을 낮추고 공손히 인사했다.“용왕님을 직접 뵙게 되어 너무 큰 영광입니다.”“별거 아니니 신경 쓰지 마세요.”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오늘 제가 여기 온 주된 이유는 선호와 허가연 씨의 일 때문입니다. 허가연 씨는 참으로 괜찮은 사람이더군요. 물론 여러분도 매우 훌륭하시고요.”허씨 가족 사람들의 조금 전 행동을 통해 그들의 진심을 확인한 예천우는 그들의 노력을 인정해 주었다.“정말 감사합니다. 용왕님!”허성태는 감동하며 고개를 숙였고 자신의 선택이 이번만큼은 정말 탁월했다는 것을 실감하며 속으로 기뻐했다.예천우는 진심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다면 두 사람이 서로 이토록 사랑하는 만큼 오늘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의 결혼을 정식으로 약속하는 게 어떻겠어요? 날짜를 잡아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좋겠네요.”그 제안에 허성태는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물론입니다. 저
‘정말로 예씨 가문은 이렇게 몰락하게 되는 걸까?’“조상님들,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정말로 하늘이 우리 예씨 가문을 멸하려는 것입니까?”예관희가 혼자서 비통하게 중얼거리고 있을 때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방에 나타났다.“어르신, 중요한 소식이 있습니다!”수십 년간 예관희의 곁을 지킨 검은 옷의 남자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남일아, 무슨 일인데 그렇게 흥분하는 거야?”예관희가 물었다.“어르신, 제... 제가 큰 도련님의 아들을 찾았습니다!”예남일은 흥분에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뭐라고!”예관희는 그 말을 듣고 매우 놀랐고 기쁨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확실해? 잘못 알아본 건 아니고?”“확실합니다. 당시 고아원이 화재로 없어졌지만 그 아이는 다행히 살아남았습니다.”“그럼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어? 이름은 뭐고 어디에 있는 거야?”고아원의 일은 예관희도 알고 있었지만 누가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는 몰랐다.“그 아이의 이름은 예천우입니다. 지금은 천해시에 살고 있고 현재 임완유와 함께 동성에 있습니다. 성격도 아주 좋다고 합니다.”예남일은 예천우가 동성에 있는 사실은 알지 못했으나 그가 큰 도련님인 예정환의 아들임을 확신했다.“좋아. 정말 너무나 잘 됐어!”예관희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환호했다. 하지만 곧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예천우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설마 예훈의 단전을 망가뜨렸다는 용문의 용왕도 예천우라고 하지 않았어?”예관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얼굴에 놀라움과 희망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용왕님도 천해시에 있었다고 했었지... 그럼 혹시 둘이 같은 사람이었던 거야?”이런 생각을 한 예관희의 얼굴에는 기쁨과 놀라움이 가득했다.“네. 맞아요! 바로 예천우 맞습니다!”예남일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정말이야? 너무 기쁜 일이네! 이제 예씨 가문에 희망이 생겼어!”예관희는 마침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용문 용왕이라... 이토록 전설적이고
이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 문가에 숨어서 상황을 엿보던 주성한이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그는 도무지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다. 방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너무도 알고 싶었다.그러나 문틈으로 살짝 들여다본 순간 그는 손승우 일가가 모두 무릎 꿇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주성한은 그 순간 온몸이 떨리며 식은땀이 흘렀다.더 이상 볼 필요도 없이 그는 곧바로 뒤로 물러나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어떻게든 빨리 도망치려고 그는 최선을 다해 도망쳤다. 너무 두려워서 상황의 전말을 더 알고 싶지도 않았다.한편 임선호는 예천우가 자신에게 이 일의 처분을 자신에게 맡기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예천우가 이렇게 한 것은 아마 허씨 가문 사람들에게 임선호의 위신을 높여 주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천우가 자신을 얼마나 아끼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 임선호는 가슴속 깊이 감동했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나서 입을 열려 했다.손승우는 순간 당황했고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다급히 말했다.“임선호 씨, 오늘 일은 내가 정말 잘못했네.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게나! 어떤 요구든 말만 하시면 내가 반드시 따르겠네.”“그래요. 선호 씨, 제가 눈이 멀어 몰라보고 무례하게 굴었습니다. 앞으로는 무슨 일이든 선호 씨가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손승우와 손동욱이 다급히 임선호에게 사과하며 매달리는 모습을 보자 허성태는 쓴웃음을 지었다.‘나와 집사람은 왜 이렇게 눈이 어두웠던 걸까.’허가연 역시 임선호를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그의 결단력에 감탄했고 마음은 기쁨과 감동으로 가득 찼다.그러나 임선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반응에 손승우 가족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행히 임선호는 그들 생각과 달리 말했다.“필요 없어요. 저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다만 앞으로는 손씨 가문의 실력을 믿고 약자를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임선호는 이번 일이 오로지 예천우 덕분이란 걸 알고 있었기에 그 이상의 보상은 원치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저렇게 대단한 사람이 지금 내 눈앞에서 무릎을 꿇는다고?’강지혜도 전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손승우가 평소에 자존심 하나는 강한 사람이었는데 지금 이런 행동을 한다니 말이다.손승우가 느끼고 있는 공포가 얼마나 큰지 고스란히 드러났다.손승우는 무릎 꿇은 것도 모자라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지혜와 손동욱에게 소리쳤다.“너희 둘은 아직도 눈치 못 채고 뭐 하고 있어? 당장 이리 와서 무릎 꿇어! 오늘 바로 너희가 여기서 제멋대로 굴었기에 용왕님의 미움을 사게 된 거야. 빨리 와서 용왕님께 사죄드리지 않고 뭐 하는 거야!”그는 속으로 강지혜와 손동욱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동성에서 영향력을 떨치는 진은수조차 용왕님 앞에서 무릎을 꿇는데 너희들이 뭐라고 감히 편하게 서 있는 거야?’강지혜는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지만 지금 상황이 어떤지 잘 알기에 마지못해 손승우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오히려 손동욱은 강지혜보다 빨리 나서서 무릎을 꿇더니 다급히 입을 열었다.“용왕님, 정말 잘못했습니다. 제가 무식해서 용왕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그런데 강지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손승우는 답답한 마음에 그녀를 노려보며 소리쳤다.“평소에는 재잘재잘 말 잘하더니 왜 지금 와서 말이 없어? 당장 용왕님께 사죄하지 못해? 정말 우리 손씨 가문이 멸망하길 바라는 거야?”그러자 강지혜는 굳은 표정으로 억지로 입을 열었다.“저... 잘못했습니다. 용왕님...죄송합니다.”강지혜는 오랜 세월 동안 손씨 가문의 사모님으로서 남들의 존경을 받으며 살아왔고 지금처럼 이렇게 비참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것이 너무나 자존심이 상했다.손승우는 아내와 아들이 모두 무릎 꿇고 사죄하는 모습을 확인하자 서둘러 예천우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용왕님, 정말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용서해 주신다면 어떤 조건이라도 따를 것입니다. 무엇이든 말씀만 해 주십시오.”손승우의 태
허성태와 조은희의 흥분한 표정과 달리 손승우 일가족은 완전히 다른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손승우의 아들인 손동욱은 평소에도 용왕님의 신비로운 강함을 동경해 왔으나 막상 자신이 용왕님 앞에서 건방지게 굴었다는 사실에 그야말로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어쩌면 지금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도 기적이었다. 용왕님의 차가운 시선이 자신을 스치자 손동욱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고 너무 놀랍고 두려워서 하마터면 오줌을 쌀 뻔했다.강지혜도 한껏 굳어진 얼굴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나운 모습으로 악다구니를 퍼붓던 그녀는 이제 그 기세가 완전히 꺾였고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손승우는 표정이 더욱 참담했다. 조금 전 주성한의 수상한 행동을 되돌아보면 뭔가 심상치 않았다는 걸 깨달아야 했다. 그동안 그는 분노와 손씨 가문의 실력에 취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채 눈이 멀었던 자신이 미칠 듯이 후회스러웠다.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소용없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 모든 걸 수습하는 일이었다.그렇지 않으면 용왕님이 화를 내면 손씨 가문은 반드시 멸망될 것이다.허종우와 허광호 또한 그동안 예천우에게 무례하게 군 일을 떠올리자 멍해져 있었다.예천우에게 건방지게 굴고 못마땅해하며 험담을 늘어놓고 심지어 혼내 주겠다고까지 했다.허성태가 그들을 막지 않았다면 그들은 이미 행동에 나섰을 것이고 지금쯤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두 사람은 그저 겁에 질려 예천우를 쳐다볼 뿐이었다. 이제 와서 그에게 사과하고 싶었지만 예천우의 아우라가 너무 강력해 감히 다가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허가연 또한 멍한 상태로 예천우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예천우의 실력과 영향력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허가연 역시 전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형부가 이토록 대단한 인물일 줄이야. 정말 전혀 예상치도 못했어.’예천우는 주변의 시선이나 반응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진은수의 긴장된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손승우는 그 말을 듣고 갑자기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서 순간 멍해졌다.‘내가 언제 용왕님을 무시했단 말이지? 게다가 누가 용왕님이야? 설마 전설적인 용문의 용왕님을 말하는 건가? 내가 무슨 수로 감히 용왕님 앞에서 큰소리를 쳤다고 저러는걸 까? 잠깐만 혹시... 저 젊은이가 용왕님이라는 걸까?’손승우는 아득한 충격에 빠졌다.‘말도 안 돼! 절대 불가능해.’그 순간 다른 사람들도 손승우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방 안의 사람들 대부분이 놀란 얼굴로 예천우를 바라보며 그 가능성을 떠올리고 있었다.허종우 역시 눈을 크게 뜬 채 그를 쳐다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허광호는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하다가 물어보려는 순간 진은수가 손승우를 꾸짖더니 돌아서서 예천우에게 무릎을 꿇고 정중하게 인사하는 걸 보았다.“용문 4대 사자 진은수가 용왕님께 인사를 올립니다! 용왕님께서 이곳에 몸소 강림하셨는데도 제가 직접 맞이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그의 말이 끝나자 방 안은 숨죽인 듯 고요해졌고 모두 숨을 들이마시며 그 충격에 사로잡혔다. 이전에 예천우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던 사람들도 진은수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자 완전히 이해했다.진은수가 용문 4대 사자라는 사실은 이제 모두가 알게 되었고 그가 용왕님이라고 부르며 경의를 표한 예천우의 정체가 확실해졌다.진은수가 용문과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이제 눈앞에서 확인이 되었다.게다가 예천우가 그토록 강력한 위치에 있는 용왕님이라는 사실은 모든 이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손승우를 비롯한 모든 사람은 믿기 어려운 현실 앞에서 그저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저 겉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듯 보였던 예천우가 바로 그 전설 속의 인물이라니 말이다.이 모습을 본 임완유와 임선호 남매 또한 충격에 빠졌다. 진은수의 높은 위치를 알고 나서는 예천우가 인맥으로 도움을 청한 줄 알았으나 사실 그는 예천우의 휘하에 있는 사람이었고 심지
진은수의 강렬하고 압도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은 순간 멍해졌다.자연스레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한 위풍당당한 남성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그의 움직임과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기운을 보면 결코 평범한 인물이 아닌 것 같았다.손승우는 그 목소리를 듣고 얼굴이 굳어졌다. 고개를 돌려 확인하니 과연 위무권관의 관장 진은수였다. 진은수는 일반 권관의 관장이 아니었다.그의 문하 제자 중에서도 보통 신분이 아닌 사람들이 많았다. 각지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조차 그에게 자녀를 맡길 만큼 그의 권위는 대단했다. 허광호 역시 그의 제자 중 하나였으나 다른 진정한 고수들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다.그렇다고 해서 손씨 가문이 진은수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 손승우가 그에게 깍듯하게 대했던 건 어느 정도의 존경심 때문이었지 손씨 가문이 진은수에게 굴복할 정도는 아니었다.손승우는 그저 진은수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약간의 예의를 지켰을 뿐이었다.지금 진은수가 예천우를 위해 나섰다는 상황에 허씨 가문 사람들 또한 놀라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허광호는 경외의 눈빛으로 나서서 한 걸음 앞으로 나가 고개를 숙였다.“사부님, 오셨군요!”진은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을 뿐 아무 말 없이 성큼성큼 예천우가 있는 자리로 걸어갔다.허성태도 공손하게 그에게 인사했다.“진 관장님, 안녕하세요!”그는 허성태의 인사에도 응하지 않았고 마치 주변의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은 존재인 듯 무시하는 태도로 곧장 예천우에게 다가갔다.이 모습을 본 임완유와 임선호 남매도 눈을 휘둥그레 뜨며 진은수를 바라보았다. 그의 정체와 위압감에 놀란 두 사람은 진은수가 자신들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는 인물임을 직감했다. 게다가 손대우의 얼굴이 확연히 변해 있었다.허씨 가문 사람들 또한 존경의 눈빛으로 진은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을 보니 진은수는 확실히 이 지역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인물임이 틀림없
“아까 했던 말씀 기억 안 나세요? 분명 사모님은 우리 허씨 가문을 순식간에 없앨 수 있다고 했어요. 그렇게 강한 가문도 상대하지 못하는 사람을 우리보고 어쩌라는 말씀이죠?”“너!”강지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때 다행스럽게도 주성한이 더 이상 손승우를 때리지 않고 멈췄다. 예천우가 멈추라고 지시하지 않았음에도 더 때렸다간 정말 큰일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이때 손승우의 얼굴은 이미 맞아서 본래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형체가 망가졌다. 그나마 겨우 서 있을 수 있는 정도였다. 주성훈이 완전히 제어하지 않고 때렸다면 그 실력으로 두어 번만 더 때렸어도 손승우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것이다.그러나 손승우는 자신이 굴욕을 당했다는 사실에 엄청난 분노와 좌절감을 느꼈다. 그는 지금 매우 후회하고 있었다.‘왜 고작 몇 사람만 데려와서 이런 사태를 맞이하게 됐을까? 차라리 경찰이나 다른 고수를 데려왔다면 이렇게 어린 녀석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야.’주성한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서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예천우 씨, 말씀하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아주 잘했어요.”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번 일은 여기서 끝내죠. 이 정도면 주성한 씨의 실수는 없었던 걸로 해줄게."“감사합니다. 예천우 씨!”주성한은 감격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역시 대인배답게 용서해 주는 예천우의 아량에 그는 깊이 감동했다.“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주성한은 더 이상 이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닥쳐올 손씨 가문의 보복에 대비해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그래요. 가보세요.”예천우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허씨 가문의 사람들은 예천우가 주성한을 쉽게 보내는 것을 보고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저렇게 순순히 따르는 주성한을 왜 그냥 놓아주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예천우가 주성한을 이용해 손씨 가문을 상대하지 않으니 예천우가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주성한이 남아 있다면
이 말에 모든 사람이 다시 멍하니 얼어붙었다.허광호와 허종우는 입을 떡 벌린 채 예천우가 곧 손씨 가문의 주성한에게 혼쭐날 것이라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성한이 예천우에게 사과할 줄은 전혀 몰랐다.허가연의 부모들도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허성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설마 주성한이 예천우의 실력을 알아차린 걸까?’손동욱과 강지혜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다.얼굴이 새파래진 손승우는 주성한을 향해 소리쳤다.“주성한,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하지만 주성한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예천우의 지시를 기다렸다. 예천우는 미소를 띠며 손승우를 가리키며 말했다.“그래도 눈치는 빠른 편이네요. 저 노인네를 심하게 혼내주시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할게요.”그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한순간 멍해졌다. 손동욱과 강지혜에게 손을 댄 것도 모자라 이제는 손승우까지 두들겨 패라니 정말로 세상을 뒤집겠다는 소리였다.이제 모두의 시선이 주성한에게 집중되었다. 사람들은 과연 주성한이 어떻게 할지 궁금했다.주성한은 속으로 몹시 난처했다. 그는 손씨 가문의 재력과 권세가 만만치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손씨 가문의 재력과 인맥이면 나보다도 훨씬 대단한 고수들을 불러서 날 죽일 거겠지.’하지만 눈앞의 예천우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사실이었다. 간단한 동작으로 자신을 완전히 제압한 이 상대에게 주성한은 지금 예천우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결국 주성한은 이를 악물고 결심을 내렸다. 결국 손씨 가문 사람들이 먼저 자신을 사람 취급하지 않았는데 더 이상 그들에게 충성을 바칠 이유가 없었다.주성한이 예천우의 지시에 따라 손승우에게 다가가자 그제야 손승우는 사색이 되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예천우가 말한 노인네는 바로 손승우였다.손동욱과 강지혜는 주성한이 예천우의 지시를 따르는 걸 보고 혼란에 빠졌다. 손씨 가문의 권세를 잘 알고 있는 주성한마저 이렇게 나서는 건 전혀 예상 밖의 일이었다.손승우는 허둥지둥하며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