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고마워. 우리 임씨 가문이 너한테 잘못한 거야. 하지만 그들은 소정과 달리 다 나를 위해서 그랬기 때문에 나도 그들을 너무 원망하지 못해.”“알았어. 걱정하지 마. 공손 가문은 너희들을 어떻게 하지 못할 거야.”예천우가 장담했다.“알겠어. 그러면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을게.”“그래.”예천우는 차에 올라서 시동을 걸고 바로 떠났다.예천우가 떠나는 걸 지켜보던 임완유는 집으로 돌아와 가족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바로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임완유는 저도 모르게 방에서 그 칼 모양의 옥 목걸이를 꺼냈다.‘잠깐만!’옥 목걸이를 바라보던 임완유는 갑자기 중요한 문제가 생각났다.‘만약에 공손진이 리틀 거지가 아니었다면 그한테 왜 비슷한 옥 목걸이가 있었을까? 설마 소정이 공손진에게 특별히 만들라고 말했던 걸까? 하지만 그것도 아닐 것 같은데...’임완유의 기억에는 그때 특별히 공손진에게 그 목걸이를 떼어내서 만져보았다. 분명히 지금 자기가 갖고 있는 목걸이와 같은 재질이었다.비록 임완유는 옥에 관해 깊은 지식이 없었지만 어찌 됐든 오랫동안 자신의 손에 있는 옥 목걸이를 많이 만졌다.하지만 문제는 비록 임완유가 어릴 적의 일을 소정에게 알려주었지만 소정은 가까운 곳에서 옥 목걸이를 본 적도 없고 만진 적은 더더욱 없었다.‘그런데 어떻게 똑같은 옥 목걸이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설마 누군가가 내 방에서 옥 목걸이를 훔쳐 간 걸까?’금고의 비밀번호는 임완유 혼자만 알고 있었고 강제로 파괴된 적도 없었다.보아하니 공손진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소정에 대해서 임완유는 이런 특별한 관심사가 궁금하더라도 이제 더 이상 그녀와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임씨 가문을 떠난 후부터 공손진의 안색은 정말 나빴다.원래는 임완유와 결혼해서 예천우를 힘들게 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걸 지켜보려고 했다. 뜻밖에도 자신이 예천우에게 모욕을 당했다.이번에는 임완유와 결혼하지 못했고 망신까지 당했고 임완유를 얻을 기회도 완전히 잃었다.하
그 말을 들은 임완유는 공손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렸고 이내 얼굴에 혐오감이 가득했다.원래 공손진을 싫어했는데 이제는 더더욱 역겨워졌다.“왜 말을 안 하는 거죠. 다른 할 말이 없으면 끊을게요.”공손진은 우쭐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한테 사과하는 임완유가 더 비굴해지길 기다렸다.“그럼 끊어요.”임완유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공손진 같은 사람과는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다.공손진은 아연실색하여 얼떨떨해졌다.‘나한테 구걸하며 오늘 밤 내 침대로 기어와야 하는 거 아니었어?’경악을 금치 못한 그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임완유 이 년이 아직 내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모르고 있나 보네. 딱 기다려. 후회하게 될 꺼야.’공손진이 잔뜩 화가 나 있을 때 전화가 왔다. 휴대 전화 화면을 본 그는 즉시 기쁜 기색을 드러내며 전화를 받았다.“뭐라고요? 양 할아버지께서 오신다고요? 오늘 저녁 6시에 말이죠?”“응. 지금 바로 떠날게.”공손양은 말투가 거칠었다. 그는 금방 백씨 가문과 큰 싸움을 벌였기에 푹 쉬려고 했다. 하지만 공손 가문의 가주로부터 공손진이 천해시에서 어린 고수를 만났으니 처리해달라는 통지를 받았다.‘애송이인데 굳이 내가 나서야 해? 젠장.’공손양은 화경 후급이었고 공손 가문의 최고 고수 중 한 명이었다.실력이 화경 절정인 가주를 빼고 공손 가문 중에서 누구도 그를 쉽게 이길 수 없었다.하지만 그는 비록 가족 내에서 실력이 막강한 사람이었지만 이건 가주의 부탁이니 거절할 수 없었다.다만 공손양은 공손진에게 썩 달가워하지 않는 말투였다. 공손진은 비록 앞으로 가문의 후계자지만 아직 가문의 가주는 아니었다.공손양의 실력이라면 이럴 자격이 있었다.“알겠어요. 지금 바로 할아버지께 대접 드릴 좋은 술과 음식을 준비하겠어요.”“좋아.”공손양은 전화를 끊고 출발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비록 성도는 천해시에서 그리 멀지 않지만 그래도 시간이 좀 걸렸다.전화를 내려놓은 공손진은 한껏 들뜬 표
임국종은 될수록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일단 공손 가문이 손을 쓰면 임씨 가문은 반드시 멸망하게 될 것이다.임국종은 호텔 앞에 도착하자마자 문 앞에 서 있는 공손진을 발견했다. 그는 재빨리 다가가서 공손진을 불렀다.“공손 도련님!”“어르신이 이곳에는 왜 오셨어요?”공손진은 살짝 짜증 내며 물었다. 그때 그의 양 할아버지가 차를 타고 오고 있었다.“도련님과 우리 손녀의 일에 대해 상의하고 싶어서 왔어요.”“그럴 시간이 없어요! 지금 그까짓 일에 관여할 시간이 없다고요!”공손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앞으로 갔다.임국종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아니, 완유와 결혼하는 일이 이제는 그까짓 일이 되어버린 거야?’얼마 지나지 않아 임국종은 공손진이 공손한 얼굴로 한 노인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았다.“양 할아버지!”공손진은 존경에 찬 눈빛으로 양 할아버지라는 노인을 모시고 있었다. 임국종의 조사에 따르면 공손진이 양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사람은 아마도 바로 공손 가문의 최고급 인물인 공손양일 것이다.공손양은 공손 가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단한 사람이다.‘망했어. 우리 임씨 가문을 멸망시키려고 공손진이 심지어 가문에서 이렇게 대단한 사람까지 불렀네.’공손진은 공손양을 모시고 호텔로 들어가다가 옆에 멍하게 서 있는 임국종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제 용서를 받고 싶다면 오늘 밤에 임완유를 호텔로 오라고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임씨 가문은 내일이면 사라질 거예요.”공손진은 그렇게 말하고 바로 떠났고 여전히 공손한 모습으로 공손양을 모시고 있었다.임국종은 안색이 창백해졌고 예전에 알던 공손진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지금 공손진은 임씨 가문을 상대하기 위해 공손 가문에서 큰 인물까지 모셔 왔다.임씨 가문을 상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공손양이 이곳으로 온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지금은 하루도 시간을 주지 않는 걸 봐서는 임완유가 또 그를 건드린 게 틀림없을 것이다.임국종은 재빨리 집으로
“아니에요. 하지 마세요!”임완유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절대로 할아버지가 자기 앞에서 무릎을 꿇게 할 수가 없었기에 다급히 말했다.“급해 마세요. 전 임씨 가문을 포기할 수 없어요. 다만 어떻게 조금만 더 버틸 수 없을까요?”“그건 안 돼. 할아버지가 말씀 못 들었어? 공손진은 이미 우리에게 기한을 줬대. 오늘 밤에 네가 호텔에 나타나지 않으면 내일 오전이면 임씨 가문은 완전히 끝장날 꺼야.”유은수가 즉시 말했다.“아니야. 사실 방법이 있기는 있어.”임국종은 손녀가 싫어하는 것을 보자 자기 생각을 말했다.“이렇게 하는 건 어때? 완유야, 네가 오늘 밤에 일단 가서 공손진에게 며칠만 시간을 더 달라고 말해 봐. 먼저 그에게 모든 걸 약속할 수는 있지만 잠자리는 며칠 후에야 가지겠다고 말해. 요 며칠 안에 예천우가 정말로 공손 가문을 무너뜨린다면 너도 별일 없을 거야. 만약에 공손 가문에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는다면 예천우가 허풍쟁이인 게 확실하고 줄곧 너를 속이고 있었고 기회를 노려서 공손 가문의 손을 빌려 우리 임씨 가문을 없애려고 했던 계획도 드러날 거야.”“정말 그렇게 되면 넌 공손진에게 시집가는 게 가장 정확한 선택일 거야.”유은수가 그 말을 듣자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요. 좋은 생각입니다. 일거양득이네요. 그러면 예천우가 허풍을 떨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네요. 완유도 줄곧 예천우에게 속으면서 살 수는 없잖아요.”임완유는 유은수를 노려보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 방법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당연히 공손진이 좋은 마음을 품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오늘 밤에 호텔에 가면 반드시 몹시 위험할 것이다.하지만 임완유는 먼저 준비할 수 있다. 만약에 공손진이 자신을 건드리고 싶다면 즉시 죽음으로 위협하겠다고 다짐했다.어찌 됐든 그녀는 동의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공손진에게 3일의 시간을 더 달라고 했을 뿐이다. 3일 후에는 순순히 공손진의 말을 듣고 그때 가서 또 죽음으로 공손진을 위협하면 어쩌면 또 며칠을
게다가 공손 가문은 사람도 많고 세력도 강했다.공손진은 지금 좋은 술과 음식을 준비해서 공손양을 대접하고 있었다.공손양 앞에서 그는 조금도 나대지 못했다. 공손양은 화경 후급의 고수였기에 이런 인물은 어디에 내놓아도 절대적인 강자였다.공손진의 대접을 받으니 공손양도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진이야, 무슨 젊은 자식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우리 가주가 나에게 직접 부탁하는 거야?”공손진은 그 말을 듣자 즉시 모든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특히 그가 경호원 홍연석을 보냈는데 예천우에게 당했던 일과 왕 어르신도 예천우를 죽이러 갔다가 지금 종종 무소식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예천우는 심지어 전화해서 공손진에게 비아냥거렸다.“네가 말한 사람은 왕우영이지? 그는 원래 실력이 없었어. 그러니 죽은 것도 놀랍지 않아. 하지만 실력도 없어 보이는 젊은 놈이 그렇게 날뛴다고?”공손양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밥 먹고 나서 혼내주러 갈게. 애송이일 뿐인데 아무리 실력이 있다고 해도 손쉽게 죽일 수 있지.”“그러게 말입니다. 양 할아버지께서 직접 나선다면 그 새끼는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라겠네요.”공손진은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당연하지.”공손양은 전혀 겸손하지 않았다. 식사가 끝나자 그는 입을 열었다.“그 새끼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 지금 바로 가서 죽여버릴게.”“바로 자기 집에 있다고 해요.”공손진은 방금 들은 소식을 알려 주었다.“알았어. 그럼 지금 바로 떠나자.”공손양은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그러자 공손진도 곧바로 일어나 그의 뒤를 따라 차를 타고 떠났다. 약 30분 후 차가 목적지에 도착했다.“양 할아버지, 이 자식은 저를 매우 비참하게 만들었어요. 너무 쉽게 죽게 하지 말고 일단 심하게 괴롭혀 주세요.”공손진이 말했다.“걱정하지 마. 너도 알다시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바로 사람을 괴롭히는 일이지. 특히 내가 발명한 그 수법에 당하면 소리를 낼 수 없고 수만 개의 벌레가 몸을 갉아 먹는 느낌이 들 거야. 많은 고수가 나의 수법을
임완유는 그 말을 듣고 즉시 화가 나서 그냥 가고 싶지 않았지만 임씨 가문의 상황을 생각하자 어쩔 수 없이 말했다.“알겠어요. 지금 바로 떠날게요.”전화를 끊은 공손진은 너무 흥분해서 바로 호텔로 돌아갈 뻔했다. 임완유는 그가 꿈에도 그리던 여자였기 때문이다.하지만 양 할아버지를 기다리겠다고 약속했으니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기다릴수록 마음이 초조해졌고 결국 공손진은 더 이상 기다리기 싫어서 운전기사에게 양 할아버지를 픽업하라고 부탁하고 자기는 먼저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갔다.아무튼 오늘 밤 양 할아버지는 기분 좋게 맛있는 음식도 드셨고 아까 먼저 가도 된다고 했으니 할아버지도 뭐라고 하지 않을 것 같았다.하지만 공손진은 자기가 다시는 양 할아버지를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건 몰랐다.방금 공손양은 자기의 강력한 실력을 발휘해서 쥐도 새도 모르게 예천우가 살고 있는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그는 자신의 실력을 한껏 뽐내려고 할 때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예천우였다.“나와. 난 이미 널 보았어.”예천우는 생각할 필요도 없이 눈앞의 이 사람은 또 공손진이 보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공손 가문은 실력이 꽤 강한 편이었다.매번 온 사람은 갈수록 점점 실력이 더 강했으니 말이다.이번에 온 사람은 심지어 화경 후급의 고수였다.이런 실력이면 어디에서나 영웅처럼 강한 존재였다.공손양은 살짝 놀랐지만 이내 걸어 나오면서 차갑게 말했다.“이놈이 그래도 감각이 예리한 편이군. 네가 진이를 그렇게 귀찮게 했다고 들었어.”“진이? 공손진을 말하는 거야? 보아하니 넌 공손 가문의 사람이군.”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쳇. 난 공손 가문의 사람이기도 하고 널 죽일 사람이기도 하지. 하지만 난 진이와 약속한 게 있어. 널 죽이기 전에 널 모질게 괴롭혀주겠다고 약속했어. 그러니 넌 그렇게 빨리 죽지 않을 거야.”예천우는 살짝 놀라는 표정으로 껄껄 웃으며 말했다.“굳이 그렇게 지독하게 해야겠어?”“물론이지. 나한테 괴롭히다가 죽은
“허허. 내 앞에서 왜 잘난 척을 해? 네가 왜 왕 어르신 말을 했는지 알겠어. 네가 왕 어르신도 죽일 수 있을 만큼 실력이 무섭다는 말로 날 겁주기 위해서였지?”“하지만 난 왕 어르신이 상황을 알고 있어. 그는 원래 이미 화공산이라는 독약을 먹었기에 실제 실력은 아마 화경 초급도 아니었을 거야. 너도 참 운도 좋아. 그를 죽일 수 있다니.”예천우가 그 말을 듣고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말했다.“그래? 아닌 것 같은데. 내 기억에는 왕 어르신이 화경 중급의 실력이었어. 심지어 화경 후급에 가까웠을 거야. 너랑 비슷하겠네.”“그 말을 내가 믿을 것 같아?”공손양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됐어. 쓸데없는 말은 이미 끝났으니 이제 내 만의식심장을 한번 받아봐.”말이 끝나기 바쁘게 공손양의 몸은 귀신처럼 움직이더니 바로 예천우의 앞에 나타났고 그는 손바닥에 힘을 싣고 예천우를 향해 공격했다.“이게 최선이야?”예천우는 시큰둥한 표정이었다.“이 건방진 자식아. 조금만 있으면 고통이 뭔지 알게 될 거야.”공손양은 차갑게 말했다. 그의 손바닥이 예천우의 가슴에 거의 닿을 때였다.바로 그때 예천우는 오른손을 들어 가볍게 휘둘렀다.그러자 공손양은 갑자기 엄청나게 무서운 힘이 자신을 향해 휘몰아치는 것을 느꼈고 그 무서운 힘에 맞은 공손양은 바로 입에서 피를 뿜었다.공손양은 그 힘 때문에 연신 뒷걸음치다가 땅에 넘어졌다.예천우가 다시 한번 오른손을 휘두르자 공손양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핏방울이 직접 공손양의 가슴으로 날아갔고 뜻밖에도 강력한 힘으로 다시 한번 공손양을 힘껏 내리쳤다.팍!공손양은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 심하게 떨어졌다.예천우는 단지 두 번 손만 흔들었는데 공손양은 이미 극심한 내상을 입고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이... 이럴 수가.’공손양의 눈에는 믿을 수 없는 두려움이 나타났다. 방금 같은 실력은 공손 가문의 가주라도 절대 해낼 수 없었다.‘예천우가 종사의 경지란 말인가! 이렇게 젊은 종사는 세상에도 드문데 그럴 리가.’
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껄껄 웃으며 담담하게 대답했다.“당연히 비룡위의 실력을 알지. 하지만 비룡위가 상대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공손 가문일 거야. 걱정하지 마. 공손 가문은 이제 곧 멸망할 것이니 그때 가면 죽은 널 찾아갈 가족들이 많을 거야. 너도 너무 외롭지 않을 거야.”“뭐... 뭐라고...”예천우의 말을 들은 공손양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하지만 그가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가벼운 힘이 밀려왔고 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다.공손양은 이렇게 목숨을 잃었다.그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도대체 누구를 건드렸는지 몰랐지만 공손진 그 새끼가 어쩌면 하늘 같은 존재인 큰 인물을 건드렸다고 생각했다.심지어 공손진 때문에 공손 가문까지 망하게 될 것이다.예천우는 땅에 누워있는 공손양과 그 주위를 바라보았다. 비록 그는 매우 조심스럽게 싸웠지만 여전히 집에 약간의 손상이 있었다.예천우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내저었다.‘공손진은 정말 짜증 나네. 자꾸 사람을 보내서 이곳에서 죽게 하니 말이야. 또 내가 이걸 정리해야 되잖아.’예천우가 집 정리를 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정리가 끝나자 그는 앉아서 쉬려고 했을 때 전화가 울렸다.임완유에게서 온 전화였다.‘설마 완유가 못 버티겠다고 말하려는 걸까? 조금만 더 버티면 될 텐데.’늦어도 내일 밤이면 공손 가문은 내부에서 비룡위의 소식을 듣게 될 거고 어떻게 대처할지 모여서 방법을 생각할 것이다. 모레면 공손 가문 전체가 이 일을 알 수 있었다.예천우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완유야.”“천우야, 지금 뭐 하는 거야? 공손진이 널 괴롭히지 않았지?”임완유는 관심 어린 어조로 물었다.“쉬고 있었어. 아직 아무도 날 귀찮게 하지 않았어.”예천우가 웃으며 대답했다.“그럼 됐어.”임완유는 예천우에게 오늘 밤 일을 말할지 말지 고민하다가 한참 후에야 전화를 걸었다.지금은 또 예천우에게 폐를 끼칠까 봐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았다.“무슨 일 있어?”예천우가 물었다.“아니. 그냥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