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고마워. 우리 임씨 가문이 너한테 잘못한 거야. 하지만 그들은 소정과 달리 다 나를 위해서 그랬기 때문에 나도 그들을 너무 원망하지 못해.”“알았어. 걱정하지 마. 공손 가문은 너희들을 어떻게 하지 못할 거야.”예천우가 장담했다.“알겠어. 그러면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을게.”“그래.”예천우는 차에 올라서 시동을 걸고 바로 떠났다.예천우가 떠나는 걸 지켜보던 임완유는 집으로 돌아와 가족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바로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임완유는 저도 모르게 방에서 그 칼 모양의 옥 목걸이를 꺼냈다.‘잠깐만!’옥 목걸이를 바라보던 임완유는 갑자기 중요한 문제가 생각났다.‘만약에 공손진이 리틀 거지가 아니었다면 그한테 왜 비슷한 옥 목걸이가 있었을까? 설마 소정이 공손진에게 특별히 만들라고 말했던 걸까? 하지만 그것도 아닐 것 같은데...’임완유의 기억에는 그때 특별히 공손진에게 그 목걸이를 떼어내서 만져보았다. 분명히 지금 자기가 갖고 있는 목걸이와 같은 재질이었다.비록 임완유는 옥에 관해 깊은 지식이 없었지만 어찌 됐든 오랫동안 자신의 손에 있는 옥 목걸이를 많이 만졌다.하지만 문제는 비록 임완유가 어릴 적의 일을 소정에게 알려주었지만 소정은 가까운 곳에서 옥 목걸이를 본 적도 없고 만진 적은 더더욱 없었다.‘그런데 어떻게 똑같은 옥 목걸이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설마 누군가가 내 방에서 옥 목걸이를 훔쳐 간 걸까?’금고의 비밀번호는 임완유 혼자만 알고 있었고 강제로 파괴된 적도 없었다.보아하니 공손진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소정에 대해서 임완유는 이런 특별한 관심사가 궁금하더라도 이제 더 이상 그녀와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임씨 가문을 떠난 후부터 공손진의 안색은 정말 나빴다.원래는 임완유와 결혼해서 예천우를 힘들게 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걸 지켜보려고 했다. 뜻밖에도 자신이 예천우에게 모욕을 당했다.이번에는 임완유와 결혼하지 못했고 망신까지 당했고 임완유를 얻을 기회도 완전히 잃었다.하
그 말을 들은 임완유는 공손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렸고 이내 얼굴에 혐오감이 가득했다.원래 공손진을 싫어했는데 이제는 더더욱 역겨워졌다.“왜 말을 안 하는 거죠. 다른 할 말이 없으면 끊을게요.”공손진은 우쭐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한테 사과하는 임완유가 더 비굴해지길 기다렸다.“그럼 끊어요.”임완유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공손진 같은 사람과는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다.공손진은 아연실색하여 얼떨떨해졌다.‘나한테 구걸하며 오늘 밤 내 침대로 기어와야 하는 거 아니었어?’경악을 금치 못한 그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임완유 이 년이 아직 내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모르고 있나 보네. 딱 기다려. 후회하게 될 꺼야.’공손진이 잔뜩 화가 나 있을 때 전화가 왔다. 휴대 전화 화면을 본 그는 즉시 기쁜 기색을 드러내며 전화를 받았다.“뭐라고요? 양 할아버지께서 오신다고요? 오늘 저녁 6시에 말이죠?”“응. 지금 바로 떠날게.”공손양은 말투가 거칠었다. 그는 금방 백씨 가문과 큰 싸움을 벌였기에 푹 쉬려고 했다. 하지만 공손 가문의 가주로부터 공손진이 천해시에서 어린 고수를 만났으니 처리해달라는 통지를 받았다.‘애송이인데 굳이 내가 나서야 해? 젠장.’공손양은 화경 후급이었고 공손 가문의 최고 고수 중 한 명이었다.실력이 화경 절정인 가주를 빼고 공손 가문 중에서 누구도 그를 쉽게 이길 수 없었다.하지만 그는 비록 가족 내에서 실력이 막강한 사람이었지만 이건 가주의 부탁이니 거절할 수 없었다.다만 공손양은 공손진에게 썩 달가워하지 않는 말투였다. 공손진은 비록 앞으로 가문의 후계자지만 아직 가문의 가주는 아니었다.공손양의 실력이라면 이럴 자격이 있었다.“알겠어요. 지금 바로 할아버지께 대접 드릴 좋은 술과 음식을 준비하겠어요.”“좋아.”공손양은 전화를 끊고 출발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비록 성도는 천해시에서 그리 멀지 않지만 그래도 시간이 좀 걸렸다.전화를 내려놓은 공손진은 한껏 들뜬 표
임국종은 될수록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일단 공손 가문이 손을 쓰면 임씨 가문은 반드시 멸망하게 될 것이다.임국종은 호텔 앞에 도착하자마자 문 앞에 서 있는 공손진을 발견했다. 그는 재빨리 다가가서 공손진을 불렀다.“공손 도련님!”“어르신이 이곳에는 왜 오셨어요?”공손진은 살짝 짜증 내며 물었다. 그때 그의 양 할아버지가 차를 타고 오고 있었다.“도련님과 우리 손녀의 일에 대해 상의하고 싶어서 왔어요.”“그럴 시간이 없어요! 지금 그까짓 일에 관여할 시간이 없다고요!”공손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앞으로 갔다.임국종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아니, 완유와 결혼하는 일이 이제는 그까짓 일이 되어버린 거야?’얼마 지나지 않아 임국종은 공손진이 공손한 얼굴로 한 노인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았다.“양 할아버지!”공손진은 존경에 찬 눈빛으로 양 할아버지라는 노인을 모시고 있었다. 임국종의 조사에 따르면 공손진이 양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사람은 아마도 바로 공손 가문의 최고급 인물인 공손양일 것이다.공손양은 공손 가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단한 사람이다.‘망했어. 우리 임씨 가문을 멸망시키려고 공손진이 심지어 가문에서 이렇게 대단한 사람까지 불렀네.’공손진은 공손양을 모시고 호텔로 들어가다가 옆에 멍하게 서 있는 임국종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제 용서를 받고 싶다면 오늘 밤에 임완유를 호텔로 오라고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임씨 가문은 내일이면 사라질 거예요.”공손진은 그렇게 말하고 바로 떠났고 여전히 공손한 모습으로 공손양을 모시고 있었다.임국종은 안색이 창백해졌고 예전에 알던 공손진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지금 공손진은 임씨 가문을 상대하기 위해 공손 가문에서 큰 인물까지 모셔 왔다.임씨 가문을 상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공손양이 이곳으로 온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지금은 하루도 시간을 주지 않는 걸 봐서는 임완유가 또 그를 건드린 게 틀림없을 것이다.임국종은 재빨리 집으로
“아니에요. 하지 마세요!”임완유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절대로 할아버지가 자기 앞에서 무릎을 꿇게 할 수가 없었기에 다급히 말했다.“급해 마세요. 전 임씨 가문을 포기할 수 없어요. 다만 어떻게 조금만 더 버틸 수 없을까요?”“그건 안 돼. 할아버지가 말씀 못 들었어? 공손진은 이미 우리에게 기한을 줬대. 오늘 밤에 네가 호텔에 나타나지 않으면 내일 오전이면 임씨 가문은 완전히 끝장날 꺼야.”유은수가 즉시 말했다.“아니야. 사실 방법이 있기는 있어.”임국종은 손녀가 싫어하는 것을 보자 자기 생각을 말했다.“이렇게 하는 건 어때? 완유야, 네가 오늘 밤에 일단 가서 공손진에게 며칠만 시간을 더 달라고 말해 봐. 먼저 그에게 모든 걸 약속할 수는 있지만 잠자리는 며칠 후에야 가지겠다고 말해. 요 며칠 안에 예천우가 정말로 공손 가문을 무너뜨린다면 너도 별일 없을 거야. 만약에 공손 가문에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는다면 예천우가 허풍쟁이인 게 확실하고 줄곧 너를 속이고 있었고 기회를 노려서 공손 가문의 손을 빌려 우리 임씨 가문을 없애려고 했던 계획도 드러날 거야.”“정말 그렇게 되면 넌 공손진에게 시집가는 게 가장 정확한 선택일 거야.”유은수가 그 말을 듣자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요. 좋은 생각입니다. 일거양득이네요. 그러면 예천우가 허풍을 떨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네요. 완유도 줄곧 예천우에게 속으면서 살 수는 없잖아요.”임완유는 유은수를 노려보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 방법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당연히 공손진이 좋은 마음을 품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오늘 밤에 호텔에 가면 반드시 몹시 위험할 것이다.하지만 임완유는 먼저 준비할 수 있다. 만약에 공손진이 자신을 건드리고 싶다면 즉시 죽음으로 위협하겠다고 다짐했다.어찌 됐든 그녀는 동의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공손진에게 3일의 시간을 더 달라고 했을 뿐이다. 3일 후에는 순순히 공손진의 말을 듣고 그때 가서 또 죽음으로 공손진을 위협하면 어쩌면 또 며칠을
게다가 공손 가문은 사람도 많고 세력도 강했다.공손진은 지금 좋은 술과 음식을 준비해서 공손양을 대접하고 있었다.공손양 앞에서 그는 조금도 나대지 못했다. 공손양은 화경 후급의 고수였기에 이런 인물은 어디에 내놓아도 절대적인 강자였다.공손진의 대접을 받으니 공손양도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진이야, 무슨 젊은 자식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우리 가주가 나에게 직접 부탁하는 거야?”공손진은 그 말을 듣자 즉시 모든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특히 그가 경호원 홍연석을 보냈는데 예천우에게 당했던 일과 왕 어르신도 예천우를 죽이러 갔다가 지금 종종 무소식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예천우는 심지어 전화해서 공손진에게 비아냥거렸다.“네가 말한 사람은 왕우영이지? 그는 원래 실력이 없었어. 그러니 죽은 것도 놀랍지 않아. 하지만 실력도 없어 보이는 젊은 놈이 그렇게 날뛴다고?”공손양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밥 먹고 나서 혼내주러 갈게. 애송이일 뿐인데 아무리 실력이 있다고 해도 손쉽게 죽일 수 있지.”“그러게 말입니다. 양 할아버지께서 직접 나선다면 그 새끼는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라겠네요.”공손진은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당연하지.”공손양은 전혀 겸손하지 않았다. 식사가 끝나자 그는 입을 열었다.“그 새끼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 지금 바로 가서 죽여버릴게.”“바로 자기 집에 있다고 해요.”공손진은 방금 들은 소식을 알려 주었다.“알았어. 그럼 지금 바로 떠나자.”공손양은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그러자 공손진도 곧바로 일어나 그의 뒤를 따라 차를 타고 떠났다. 약 30분 후 차가 목적지에 도착했다.“양 할아버지, 이 자식은 저를 매우 비참하게 만들었어요. 너무 쉽게 죽게 하지 말고 일단 심하게 괴롭혀 주세요.”공손진이 말했다.“걱정하지 마. 너도 알다시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바로 사람을 괴롭히는 일이지. 특히 내가 발명한 그 수법에 당하면 소리를 낼 수 없고 수만 개의 벌레가 몸을 갉아 먹는 느낌이 들 거야. 많은 고수가 나의 수법을
임완유는 그 말을 듣고 즉시 화가 나서 그냥 가고 싶지 않았지만 임씨 가문의 상황을 생각하자 어쩔 수 없이 말했다.“알겠어요. 지금 바로 떠날게요.”전화를 끊은 공손진은 너무 흥분해서 바로 호텔로 돌아갈 뻔했다. 임완유는 그가 꿈에도 그리던 여자였기 때문이다.하지만 양 할아버지를 기다리겠다고 약속했으니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기다릴수록 마음이 초조해졌고 결국 공손진은 더 이상 기다리기 싫어서 운전기사에게 양 할아버지를 픽업하라고 부탁하고 자기는 먼저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갔다.아무튼 오늘 밤 양 할아버지는 기분 좋게 맛있는 음식도 드셨고 아까 먼저 가도 된다고 했으니 할아버지도 뭐라고 하지 않을 것 같았다.하지만 공손진은 자기가 다시는 양 할아버지를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건 몰랐다.방금 공손양은 자기의 강력한 실력을 발휘해서 쥐도 새도 모르게 예천우가 살고 있는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그는 자신의 실력을 한껏 뽐내려고 할 때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예천우였다.“나와. 난 이미 널 보았어.”예천우는 생각할 필요도 없이 눈앞의 이 사람은 또 공손진이 보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공손 가문은 실력이 꽤 강한 편이었다.매번 온 사람은 갈수록 점점 실력이 더 강했으니 말이다.이번에 온 사람은 심지어 화경 후급의 고수였다.이런 실력이면 어디에서나 영웅처럼 강한 존재였다.공손양은 살짝 놀랐지만 이내 걸어 나오면서 차갑게 말했다.“이놈이 그래도 감각이 예리한 편이군. 네가 진이를 그렇게 귀찮게 했다고 들었어.”“진이? 공손진을 말하는 거야? 보아하니 넌 공손 가문의 사람이군.”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쳇. 난 공손 가문의 사람이기도 하고 널 죽일 사람이기도 하지. 하지만 난 진이와 약속한 게 있어. 널 죽이기 전에 널 모질게 괴롭혀주겠다고 약속했어. 그러니 넌 그렇게 빨리 죽지 않을 거야.”예천우는 살짝 놀라는 표정으로 껄껄 웃으며 말했다.“굳이 그렇게 지독하게 해야겠어?”“물론이지. 나한테 괴롭히다가 죽은
“허허. 내 앞에서 왜 잘난 척을 해? 네가 왜 왕 어르신 말을 했는지 알겠어. 네가 왕 어르신도 죽일 수 있을 만큼 실력이 무섭다는 말로 날 겁주기 위해서였지?”“하지만 난 왕 어르신이 상황을 알고 있어. 그는 원래 이미 화공산이라는 독약을 먹었기에 실제 실력은 아마 화경 초급도 아니었을 거야. 너도 참 운도 좋아. 그를 죽일 수 있다니.”예천우가 그 말을 듣고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말했다.“그래? 아닌 것 같은데. 내 기억에는 왕 어르신이 화경 중급의 실력이었어. 심지어 화경 후급에 가까웠을 거야. 너랑 비슷하겠네.”“그 말을 내가 믿을 것 같아?”공손양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됐어. 쓸데없는 말은 이미 끝났으니 이제 내 만의식심장을 한번 받아봐.”말이 끝나기 바쁘게 공손양의 몸은 귀신처럼 움직이더니 바로 예천우의 앞에 나타났고 그는 손바닥에 힘을 싣고 예천우를 향해 공격했다.“이게 최선이야?”예천우는 시큰둥한 표정이었다.“이 건방진 자식아. 조금만 있으면 고통이 뭔지 알게 될 거야.”공손양은 차갑게 말했다. 그의 손바닥이 예천우의 가슴에 거의 닿을 때였다.바로 그때 예천우는 오른손을 들어 가볍게 휘둘렀다.그러자 공손양은 갑자기 엄청나게 무서운 힘이 자신을 향해 휘몰아치는 것을 느꼈고 그 무서운 힘에 맞은 공손양은 바로 입에서 피를 뿜었다.공손양은 그 힘 때문에 연신 뒷걸음치다가 땅에 넘어졌다.예천우가 다시 한번 오른손을 휘두르자 공손양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핏방울이 직접 공손양의 가슴으로 날아갔고 뜻밖에도 강력한 힘으로 다시 한번 공손양을 힘껏 내리쳤다.팍!공손양은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 심하게 떨어졌다.예천우는 단지 두 번 손만 흔들었는데 공손양은 이미 극심한 내상을 입고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이... 이럴 수가.’공손양의 눈에는 믿을 수 없는 두려움이 나타났다. 방금 같은 실력은 공손 가문의 가주라도 절대 해낼 수 없었다.‘예천우가 종사의 경지란 말인가! 이렇게 젊은 종사는 세상에도 드문데 그럴 리가.’
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껄껄 웃으며 담담하게 대답했다.“당연히 비룡위의 실력을 알지. 하지만 비룡위가 상대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공손 가문일 거야. 걱정하지 마. 공손 가문은 이제 곧 멸망할 것이니 그때 가면 죽은 널 찾아갈 가족들이 많을 거야. 너도 너무 외롭지 않을 거야.”“뭐... 뭐라고...”예천우의 말을 들은 공손양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하지만 그가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가벼운 힘이 밀려왔고 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다.공손양은 이렇게 목숨을 잃었다.그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도대체 누구를 건드렸는지 몰랐지만 공손진 그 새끼가 어쩌면 하늘 같은 존재인 큰 인물을 건드렸다고 생각했다.심지어 공손진 때문에 공손 가문까지 망하게 될 것이다.예천우는 땅에 누워있는 공손양과 그 주위를 바라보았다. 비록 그는 매우 조심스럽게 싸웠지만 여전히 집에 약간의 손상이 있었다.예천우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내저었다.‘공손진은 정말 짜증 나네. 자꾸 사람을 보내서 이곳에서 죽게 하니 말이야. 또 내가 이걸 정리해야 되잖아.’예천우가 집 정리를 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정리가 끝나자 그는 앉아서 쉬려고 했을 때 전화가 울렸다.임완유에게서 온 전화였다.‘설마 완유가 못 버티겠다고 말하려는 걸까? 조금만 더 버티면 될 텐데.’늦어도 내일 밤이면 공손 가문은 내부에서 비룡위의 소식을 듣게 될 거고 어떻게 대처할지 모여서 방법을 생각할 것이다. 모레면 공손 가문 전체가 이 일을 알 수 있었다.예천우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완유야.”“천우야, 지금 뭐 하는 거야? 공손진이 널 괴롭히지 않았지?”임완유는 관심 어린 어조로 물었다.“쉬고 있었어. 아직 아무도 날 귀찮게 하지 않았어.”예천우가 웃으며 대답했다.“그럼 됐어.”임완유는 예천우에게 오늘 밤 일을 말할지 말지 고민하다가 한참 후에야 전화를 걸었다.지금은 또 예천우에게 폐를 끼칠까 봐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았다.“무슨 일 있어?”예천우가 물었다.“아니. 그냥
이제는 더 이상 부정할 수도 없이 백강호는 완전히 폐인이 되었다.김희자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눈에는 공포와 충격이 가득 차 있었다.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고 그제야 뭔가 깨달았다.자신이 그토록 믿었던 전신이고 누구도 당해낼 수 없을 것 같던 남편이 이제는 완전히 무너졌다는 사실을.그리고 그 모든 건 바로 그녀 자신이 부추긴 결과였다.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백강호가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너... 대체 누구냐...?”예천우는 무심하게 웃으며 가볍게 대답했다.“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그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냉혹했다.“중요한 건, 지금 당장 1조 8천억이 내 계좌로 들어와야 한다는 거지.”예천우는 김희자를 흘끗 보며 덧붙였다.“네 마누라는 돈이 없다고 하던데 너는 문제없겠지?”백강호는 치를 떨며 이를 악물었다.그는 몸속의 진기가 완전히 사라진 걸 느끼며 더 깊은 절망에 빠졌다.분노로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 돈은 절대 줄 생각 없어.”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네 아내의 목숨도 별로 소중하지 않은 모양이군.”“오, 오빠...”김희자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백강호를 붙잡았다.“돈은 다시 벌면 되지만 목숨은 한 번 잃으면 끝이라고요!”백강호는 이를 악물었고 이 상황에서도 그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겁먹지 마. 내가 있으면 저놈이 우리한테 함부로 못 해.”예천우는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이 정도로 당하고도 아직도 자신만만하네.”백강호는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너도 네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를 건드렸는지 모르는 모양이군.”그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그래, 넌 강해. 인정하지. 넌 아마도 종사 경지의 고수겠지. 하지만 알아둬.”백강호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이 세상에는 종사가 너뿐인 게 아니야.”예천우는 그의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그야 당연하지. 그런데 그래서 뭐?”
그러나 모두가 백강호의 승리를 확신하던 순간 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그리고 아주 가볍게 아무런 힘을 쓰는 것 같지도 않은 동작으로 손을 뻗었다.그런데 그 순간 백강호의 손목이 그대로 붙잡혔다.“뭐지?”백강호는 아직도 승리에 취해 있었지만 다음 순간 자신이 공격하던 손이 상대에게 완전히 제압당했음을 깨달았다.그리고 더 놀라운 건 그 순간부터 손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고 마치 힘이 뿌리째 뽑힌 듯 완전히 무력해졌다.‘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그러나 그의 충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예천우는 손을 잡은 채 가볍게 당겼을 뿐인데 백강호의 몸은 순식간에 균형을 잃고 바닥으로 강하게 내동댕이쳐졌다.“크아악!”백강호는 온몸에 전해지는 극심한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그는 지금까지 수도 없이 싸워왔고 웬만한 통증은 견딜 수 있는 강자였다.하지만 이번만큼은 참을 수가 없었다. 온몸을 관통하는 고통이 그의 신경을 마비시킬 정도였다.김희자는 완전히 얼어붙었다.“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그녀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입을 벌린 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백강호의 부하들 또한 충격에 빠졌다.그들에게 백강호는 절대적인 존재였다.그는 언제나 압도적인 힘을 보여줬고 이번 칠색연꽃을 차지하는 과정에서도 그들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실력을 보여줬다.그런 백강호가 단 몇 초 만에 그토록 처참하게 쓰러지다니.그러나 예천우의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그는 한 발 앞으로 나서더니 가볍게 발을 들어 백강호의 오른쪽 다리를 밟았다.“우드둑!”순식간에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으아악!”백강호의 비명은 더욱 처절해졌지만 예천우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이번엔 왼쪽 다리까지 짓밟아 버렸다.“우드둑!”또 한 번 끔찍한 소리가 울렸고 백강호는 바닥을 기어가며 몸부림쳤다.그의 고통은 끝이 아니었고 예천우는 마지막으로 가볍게 발을 들어 올리더니 백강호의 가슴을 세게 걷어찼다.
예천우는 사실 별다른 대단한 기술도 쓰지 않았다.고작 명경 절정의 경지였던 세 명이었고 암경조차 돌파하지 못한 약골들이었으니 예천우가 상대하기엔 너무 쉬운 상대였다.몇 초도 지나지 않아, 세 명은 바닥에 쓰러져 비명을 질렀다.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고 김희자는 얼굴이 잔뜩 굳었다.‘아까부터 봐서 알았지만 저 셋으로는 애초에 안 되는 상대였어!’그녀는 서둘러 백강호를 보며 말했다.“오빠, 저놈이 오빠만큼은 아니지만 실력은 꽤 되는 것 같아. 오빠가 직접 나서야 할 것 같아.”백강호는 눈썹을 찌푸리며 짧게 대답했다.“알고 있어.”그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방금 전 싸움으로 예천우의 실력을 어느 정도 가늠하려 했으나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때, 예천우가 피식 웃으며 비아냥거렸다. “왜? 아직 준비가 덜 됐나? 아니면 전화라도 해서 더 많은 놈들을 불러야겠어?”“건방진 녀석!”백강호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너 같은 애송이를 상대로 무슨 준비가 필요하겠어?”그는 코를 들이켜며 침착하게 말했다.“방금까지는 네 따위를 상대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해서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고 봤다. 하지만... 이제 보니 손 좀 봐줄 필요가 있겠군.”예천우는 한층 더 비웃는 눈빛을 보냈다.“그럼 말이 길어질 필요 없겠네. 얼른 덤벼봐.”그의 도발적인 태도에 백강호는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좋아. 그렇게 죽고 싶다면 내가 직접 너를 보내주지.”그는 즉시 자신의 진기를 끌어올렸고 이내 그의 온몸에서 강력한 살기가 퍼져나갔다.그리고 순간, 그는 예천우를 향해 전력을 다해 덮쳤다.그가 쓰는 기술은 평범한 무공이 아니었고 한 번에 상대를 끝장낼 수 있도록 가장 강한 필살기였다.그는 상대가 흑호와 백도훈을 가볍게 쓰러뜨렸다는 점을 고려했고 비록 자신보다는 약하겠지만 그래도 절대 가볍게 볼 상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백강호는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다.바로 그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하지만 지금 백
“비밀?”예천우는 순간 의아했다. 설마 자신의 용왕 신분을 알아낸 건가?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거만하게 나올 수 있을까?‘제법 빵빵한 배경을 등에 업고 있나 보군.’“흥. 이 와중에도 시치미 떼고 있네!”김희자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비웃으며 말했다. “네 비밀 따윈 이미 다 알아냈어. 네가 그 신비한 신법을 이용해서 기습한 것뿐이잖아? 그게 아니었다면 흑호나 백도훈이 당할 리가 없었지. 하지만 이제는 다 끝났어. 네가 가장 믿던 그 수단을 잃었잖아. 그리고 우리 오빠의 실력은 네가 상상하는 수준을 훨씬 초월해. 그런 꼼수 같은 기술이 있다고 해도 넌 오늘 여기서 끝장이야!”그 말을 듣자 예천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그게 네가 말하는 비밀이라는 거야?”“맞아. 아무리 변명해도 소용없어!”김희자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차갑게 대답했고 백강호가 손짓하며 나섰다.“말이 많군. 당장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려. 그러면 한 번쯤 살려줄 수도 있지 않겠어?”하지만 김희자는 물론 그럴 생각은 없었고 오늘 예천우에게 당한 모든 수모를 반드시 갚아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지금이라도 돈을 가져오면 이번 일은 없던 걸로 해주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백씨 가문은 오늘부로 사라지게 될 거야.”“백씨 가문을 없애겠다고?”“너 따위가 감히?”백강호는 크게 분노했다.“이놈아, 당장 네 다리를 부러뜨리고 단전을 파괴한 뒤 진기를 전부 소멸시켜 버리겠어. 네놈이 얼마나 건방졌는지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예천우는 비웃으며 말했다.“좋아. 그럼 어디 한번 해보자. 누가 누구를 폐인으로 만들지.”백강호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이 녀석, 대체 어디서 저런 자신감이 나오는 거지?’자신은 분명 이 젊은 놈이 별거 아니라는 걸 백도훈에게 직접 들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뭔가 꺼림칙했다.김희자는 그런 백강호를 보며 거칠게 말했다.“오빠, 저 자식은 신경 쓸 거 없어요. 그냥 허세 부리는 거예요.
백강호가 곧 도착한다는 생각이 들자 두 남자는 한층 더 자신감을 얻고는 크게 소리쳤다.“이 자식아, 너... 너 지금 뭐 하는 거야?”예천우는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니, 너희가 서라고 하지 않았냐?”“그, 그야... 맞긴 한데 그냥 거기 가만히 있으라는 뜻이지. 네가 가까이 오라는 건 아니었어.”“...”예천우는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무심하게 말했다.“난 여기서 시간 낭비할 생각 없거든.”그 말을 남긴 채 그는 다시 차로 돌아가려 했다.그러나 두 남자는 이대로 보내면 안 된다는 생각에 서로 눈을 맞추고는 동시에 움직였다.한 명은 왼쪽에서 다른 한 명은 오른쪽에서 기습하듯 덮쳐왔다.점점 가까워지자 그들은 예천우가 여전히 뒤도 돌아보지 않는 걸 보고 가슴이 두근거렸다.‘이거 제대로 먹히는 거 아냐? 이대로면 한 방에 끝낼 수 있을지도?’그러나 곧 그들의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그들이 주먹을 휘두르기도 전에 강력한 힘이 몸을 덮쳤고 두 사람은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튕겨 나가 버렸다.그들은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아 나뒹군 뒤 바닥에 세게 부딪쳤다.그러자 가슴이 타들어 갈 듯한 고통이 밀려왔고 숨을 쉬기도 힘들었다.분명 상대에게 닿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된 걸 보니 마치 귀신이라도 본 기분이었다.그들을 가볍게 처리한 예천우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살폈다.‘음... 아직 시간이 좀 남았으니 조금 더 지체해도 되겠군.’어차피 경찰서에 너무 일찍 가도 사람도 없을 테니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바로 그때 날카로운 여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이 자식, 당장 멈춰!”돌아보니 김희자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그녀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고 예천우를 당장이라도 찢어버릴 기세였다.자신에게 치욕을 안긴 남자한테 어떻게든 원한을 갚아주고 싶다는 눈빛이었다.하지만 예천우는 여유롭게 차에 기대어 임완유에게 조용히 있으라고 손짓한 뒤 김희자를 향해 웃으
백도훈은 이번에야말로 철저히 마음을 접었다.그는 이제 한 글자 한 글자 새기듯 어떻게든 백씨 가문을 점차 지옥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었다.그리고 백강호가 반드시 죽을 거라 확신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그가 알게 된 소식 때문이었다.그건 예천우의 정체가 바로 용문의 용왕이라는 사실이었다.그 충격적인 사실을 접한 순간 백도훈은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그는 병원으로 가는 길 내내 절망감에 휩싸여 있었지만 머릿속에서 이번 싸움을 되돌려 보며 문득 깨달았다.‘혹시 내가 완전히 잘못 판단한 거 아닐까?’예천우가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 것은 그가 강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전력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리고 결정적인 단서는 병원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그가 친하게 지내던 경찰관 한 명이 황급히 전화를 걸어왔다.그는 경찰서 서장과 황인수의 대화 내용을 우연히 듣게 되었고 엄청난 사실을 전해 주었다.“예천우는 용문의 용왕이라고 해.”이 말을 듣자마자 백도훈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아무리 생각해도 백씨 가문 따위가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용문.그곳은 무림 강자들이 모인 조직이고 실력자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었다.그리고 그 용문에서 최정상에 선 자가 바로 용왕이었다.그런 곳에서 용왕의 자리를 차지한 사람이 예천우라니.그가 얼마나 강한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백도훈은 고민했다.만약 백강호가 끝까지 자신을 가족으로 생각했다면 이 사실을 알려줬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이제는 그럴 이유도 없었다.백강호는 이미 자신을 버린 것이나 다름없었고 그가 살아 있는 한 자신도 안전하지 못할 것이다.그러니 차라리 그를 부추겨 직접 예천우에게 덤비게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그리고 백도훈의 예상대로 김희자가 백강호를 부추기며 예천우를 죽이자고 설득했다.백강호는 처음에는 신중해지려 했으나 아내의 끊임없이 조르는 소리에 결국 움직이기로 했다.그렇게 되어 새벽 5시 반에 백강호는 아내 김희자와 여러 명의 무술 고수들을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그 녀석은 내 상대가 될 수 없었겠지. 하지만 그 녀석의 몸놀림은 정말 기이했어. 굉장히 특이한 신법이었어. 엄청난 속도뿐만 아니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갑작스럽게 움직였단 말이야.”백도훈은 깊은 한숨을 쉬며 설명했다.“우리는 그 자식을 너무 얕봤어. 그저 손쉽게 끝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갑자기 공격해 왔고 결국 당해버렸어.”“그래, 그거야!”백강호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처음엔 네가 그 녀석을 압도하고 있었잖아. 그런데 갑자기 당했다길래 이상하다고 생각했지.”“흑호도 마찬가지였어요. 자기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기도 전에 그 녀석의 기습에 당해버렸어요.”백도훈의 말을 듣던 김희자가 서둘러 덧붙였다.그녀는 흑호까지 같은 방식으로 당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예천우가 강해서가 아니라 단순한 운과 비겁한 수를 써서 이겼다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었다.백강호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군. 역시 그럴 리가 없었지. 겨우 스무 살짜리 젊은 녀석이 그렇게 강할 리가 있나.'그야말로 아무리 천재라도 종사의 경지에 도달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백강호는 이미 화경 절정의 경지였다.‘그 녀석 따위 처리하는 건 식은 죽 먹기겠군. 게다가 사용하는 신법이 그렇게 신기한 것이라면 내가 직접 그걸 익혀 전투력을 더 강화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어?’그런 생각을 하자 백강호의 눈빛은 더 날카로워졌다.이때 김희자가 거칠게 말했다.“오빠, 그럼 더 기다릴 것도 없잖아요. 당장 가서 그 자식을 박살 내고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죠!”김희자는 원래 백강호를 오빠라고 불렀다.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비록 아들까지 폐인으로 만들어진 상황이었지만 섣불리 움직이는 건 위험했다.“서두를 필요 없어. 지금은 너무 늦은 시간이야. 내일 아침에 흑호가 깨어난 후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자.”“그럼 그 녀석의 신원은 알아냈어?”백강호는 백도훈에게 물었다.“아직 확실한 정보는 없어.
백도훈은 붉어진 눈으로 김희자를 노려보았다.혼자 119를 불러 병원에 온 후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분노가 더욱 치밀어 올랐다.그 눈빛에 김희자는 순간 움찔하며 기가 죽은 듯한 태도로 말했다.“너, 너 왜 그렇게 날 노려보는 거야?”백강호 역시 얼굴이 굳어졌고 그도 아내의 말이 100%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동생이 패배했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반응할 필요가 있나 싶어 단호하게 말했다.“백도훈, 그게 무슨 태도야?”그러자 백도훈이 참았던 감정을 터뜨리듯 소리쳤다.“형, 이 모든 게 다 형수 때문이야! 형수가 아니었다면 난 그놈과 싸울 일도 없었고 이렇게 폐인이 될 일도 없었어!”그러나 백강호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크게 화를 내며 꾸짖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싸울지 말지는 네가 결정할 수 있었던 일이잖아. 네가 원하지 않았다면 굳이 싸울 필요도 없었을 거야.”백도훈은 형의 반응에 얼이 빠졌다. 평소 형이 김희자를 감싸는 건 알았지만 설마 자신이 이렇게 된 상황에서도 같은 태도를 보일 줄은 몰랐다.그러자 김희자가 재빨리 끼어들었다.“맞아! 난 네가 싸우길 원하긴 했지만 그것도 네가 직접 동의했잖아? 게다가 처음에는 네가 상대를 우습게 보고 비웃었잖아?”백강호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사실이냐?”그러자 백도훈은 입을 꾹 다물었고 자신이 더 이상 설명해 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그는 형의 눈에서 실망과 냉담함이 깃든 걸 느꼈다.‘결국 우리는 핏줄이 아니니까... 난 결국 남일 뿐이었어.’그의 침묵을 본 백강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도훈아, 넌 너무 자만했어. 겨우 어린놈 하나 상대하는 걸 우습게 보고 방심한 거야. 그러니 이번 일은 교훈으로 삼아.”“형도 이 모든 게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거야?”백도훈이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그러자 백강호는 불쾌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했다.“아무도 네가 100% 잘못했다고 하지 않았어. 하지만 네 형수를 탓하는 건 옳지 않아.”백도훈은 그 말에
예천우는 가만히 앉아 생각에 잠겼다.지금까지 수집한 정보만으로도 백씨 가문을 무너뜨리는 건 아주 쉬운 일이었다. 특히 백씨 가문과 흑호파의 밀접한 관계와 원래부터 불법적인 일들을 저지르던 백씨 가문의 행적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랬다.그래서 그는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지금 당장은 성종대회 참가가 우선이었으니까.그런데도 김희자는 계속해서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었다.이 정도면 그냥 놔두는 게 더 이상할 지경이었다.“좋아. 원한다면 끝까지 가보자.”김희자는 예천우가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이를 갈았고 옆에 있던 백도훈을 향해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도훈아, 너 대체 뭐 하는 거야? 고작 풋내기 하나도 못 이기고 이 꼴이 돼? 정말 쓸모없는 놈이네.”‘쓸모없는 놈? 내가?’평소라면 백도훈은 그 말에 참았을 것이지만 지금 그는 평생 쌓아온 무공을 잃고 인생이 무너지는 절망감에 휩싸여 있었다.‘이 모든 게 누구 때문이었는데? 신중한 성격대로 움직였다면 이런 꼴을 당하지도 않았을 텐데.’그런데 그걸 다 무시하고 억지로 싸움을 붙인 건 바로 김희자였다.백도훈의 눈에 분노가 서렸다.그러나 김희자는 그것조차 신경 쓰지 않은 채 쏘아붙였다.“뭘 봐? 너 때문에 백씨 가문이 얼마나 큰 손해를 봤는지 알아? 이제 넌 쓸모도 없으니 네 몸은 네가 책임져. 스스로 119나 불러. 난 널 신경 쓸 시간도 없어.”그녀는 그렇게 냉정한 말을 남기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백도훈이 알아서 하든 말든 더 이상 관심도 없는 듯했다.“하...”백도훈은 분노와 모멸감에 치를 떨면서 천천히 휴대폰을 들어 올려 전화를 걸었다.“형...”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낮고 무거웠다.“단전이 완전히 파괴됐어. 지금 당장 돌아와 줘.”백강호는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동생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절박함과 절망을 듣자마자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뭐라고?”그는 즉시 전화를 끊고 모든 일정을 중단했다.이미 아들 백지훈이 폐인이 된 상태였고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