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내려와요. 임 씨 그룹의 앞길을 막지 말고요.”“그러니까요. 빨리 나가요.”려성한의 측근 몇 명이 맞장구를 쳤다.그러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예천우를 내쫓으려고 했다. 이 장면을 보고 려성한은 득의양양해서 속으로 비웃었다.‘예천우, 너 아무런 증거도 없구나. 그냥 시간만 끌려는 수작이군. 오늘 어떻게 되나 보자.’임완유도 속으로 걱정되었다. 예천우가 어떤 계획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가 자신을 위해서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녀는 입을 열어 예천우를 위해 한 마디 하려고 했다.그런데 예천우가 먼저 말을 꺼내는 것이었다. “사장님, 죄송하지만 저 대신 누가 처음부터 저를 내쫓으려 했는지 기억해 주세요. 그 몇 명은 십중팔구 려성한과 한 패입니다.”하문은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지금 이 상황에 당신 자신도 지키기 어려울 텐데...’예천우가 이런 것까지 생각하고 있다니 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다른 사람들도 다 어이없어 했다. 하지만 예천우는 곧 이어서 말했다.“밖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방금 회사에 들어오면서 이미 빌딩 책임자와 연락했었습니다. 우리 회사 기술팀을 통해서 지금 회의실의 상황을 빌딩 광고판에 생중계할 수 있도록 허락받았습니다.”“그러니까 밖의 사람들이 지금 우리 회의실 상황을 보고 있다는 말입니다.”“뭐?”다들 이 말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누구도 예천우가 이런 준비를 할 줄은 몰랐다.다른 사람들은 물론이고 임완유마저도 넋이 나가 있었다.려성한은 얼굴이 죽상이 되어서는 예천우 이 녀석은 정말 미친놈이라고 생각했다.“그러니 다들 안심하세요. 우리가 한마음 한뜻으로 이번 화장품 문제를 잘 해결해나가면 밖의 사람들도 섣불리 들어오지 않을 겁니다. 다만 여기 계신 분들 중에 몇 분은 이번에 이름 좀 날리겠는데요?”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미쳤어요? 이게 무슨 짓인가요!”“ 빨리 끄세요, 지금 당장 끄라고요!”려성한이 발끈 성냈다. “려 대표님, 조바심이 났나 봐요?”“
둘이 깊은 얘기를 하지 않았기에 소문하가 처음에는 이 파일을 예천우에게 내놓지않았던 것이다. 그는 더 상세한 것까지 파내면 말하려고 했었다.하지만 려성한이 이렇게 빨리 움직인 것은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며칠 사이에 벌써 오늘의 형세가 되어버렸다.그렇기 때문에 소문하는 녹음 파일 외에도 관련 자료들을 많이 제공하여 예천우가 신속한 대처를 할 수 있게 도왔다. 그들은 누가 화장품에 손을 대서 일부 사용자들의 피부에 문제가 생기게 했는지를 전력으로 조사했다. 려성한이 아무리 배짱이 있다고 해도 모든 사용자들에게 피해를 입힐 담력은 없었을것이다. 만약 모든 사용자에게 배상하고 나면 임 씨 그룹이 망할 텐데 그렇게 되면 그에게도 득 될 일은 없었다. 그리고 처음 컴플레인을 처리한 담당자, 누가 이상한 말을 해서 모든 책임을 임완유에게 씌우도록 시켰는지도 찾아내야 했다. 물론 각종 여론매체에 누가 일부러 소식을 흘렸는지도 조사했다.이 녹음을 들은 사람들은 전부 표정이 굳어진 채 아무 말이 없었다. 그들은 임완유에게 나쁜 감정은 없지만 속으로는 임완유가 품질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오늘의 사건이 터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만약 임완유가 기어코 화장품 업계에 발을 들이지만 않았어도 이런 문제가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것 때문에 적잖은 사람들이 려성한의 부채질에 넘어가서 임완유에게 불만을 품게 되었다. 그들은 종래로 내부인이 조작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옆에 있던 소문휘도 이 녹음을 듣고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임완유를 공격하는 말 몇 마디 외에 그는 거의 말을 하지도 않았다.그런데 이렇게 자신에게로 화살이 돌아올 줄이야.려성한은 화도 나고 무섭기도 했다. 소 대표와 자신의 비밀 대화를 예천우가 어떻게 녹음했단 말인가. 이건 소 대표의 방인데......이것 또한 소문휘의 표정이 안 좋은 원인 중 하나였다. 그는 자신이 도청을 당하고 있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예천우의 말을 듣고 임완유도 배후의 주모자가 려성한이라고 믿게 되었다.
임완유는 이 말을 듣고 더 화가 치밀었다. “소 대표님, 이젠 대놓고 협박하시네요? 지금 화면이 밖으로 생중계된다는 걸 잊으셨어요? 비난을 받는 게 두렵지도 않으세요?”“비난이요?”“누가 절 비난합니까? 저 미련하고 무식한 하등인들 말입니까?”“참 웃기시네요!”소문휘는 하찮아하며 비아냥거렸다.“그리고 생중계 화면은 방금 사람을 시켜 끄게 했습니다.”“그렇군요, 왜 이렇게 기세등등하다 했네요.”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요, 소 대표님,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이 보고 있습니다. 천벌받을까 두렵지도 않으세요?”“천벌이요? 누가 제게 천벌을 내린단 말입니까? 당신이 내릴 거예요?”“아니면 밖에 있는 무식한 하등인들?”“우습기 그지없군요.”소문휘는 싸늘하게 말했다.“임완유 씨, 긴 말 않겠습니다. 아무튼, 루루 화장품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배상할 것을 각오하세요.”“근데 지금 제가 기분이 너무 안 좋아서 배상금은 50억으로 안되겠네요. 경제적 손실의 전액 배상은 물론, 명예훼손 등 여러 방면으로 모조리 배상 청구할 겁니다.”“예천우 씨는 지금 시간 있을 때 많이 누려두세요. 남은 시간이 얼마 안 되니 말이에요.”임완유는 들을수록 화가 치밀었다. 공공연히 사람을 죽이겠다고 협박을 하다니, 돈 있고 권력 있으면 이렇게 사람을 쥐고 흔들어도 되는 건가? 완전히 막무가내이다.“아 참, 저의 시간은 너무 소중해서 여기서 당신들과 실랑이를 벌일 시간이 없네요.”“그럼 전 이만. 회의 계속하십시오.”소문휘는 이 말을 내뱉고는 부하를 데리고 건물 옆문으로 빠져나갔다.그는 당연히 시위하는 사람들이 있는 정문으로 나가지 않았다. 거기에는 온갖 신분의 사람들이 다 모여 있어서 위험했다. 그는 혹시라도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두려웠다.소문휘가 나가자 회의실은 순간 조용해졌다.진실에 대해서는 사실 이미 대다수 사람들이 녹음 증거를 믿게 되었다. 하지만 녹음파일이 진짜라도 뭘 어쩌겠는가. 소 대표는 여전히 기세등등하지 않는가.려성한은 그
어떻게 된 일인가?일이 왜 갑자기 이렇게 흘러가는가?그런데 려 대표의 말도 말도 틀리지는 않았다. 예천우는 영업팀 직원으로서, 임 대표의 지시가 없었더라면 이렇게 겁 없이 나섰겠는가?하지만 이 녹음 파일이 정말 가짜란 말인가?아까 소 대표의 말이나 행동거지를 봤을 때에는 가짜인 것 같지 않았다.그게 아니면 소 씨 큰 도련님이 이렇게 쉽게 물러서지 않았을 것이다.임완유는 울화가 치밀었다. 진실은 전혀 이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은 상황에 휘둘려 리더로서의 주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예천우는 이 말을 듣고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큰소리로 말했다.“려성한 씨, 당신 말이 맞습니다. 임 대표님은 처음부터 이 일을 책임질 생각이 없었습니다.”그의 말에 다들 또다시 놀랐다. 다들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무슨 상황이지? 예천우가 이번에는 려 대표의 편을 든 건가?’려성한의 말만 들었을 때에는 다들 반신반의했었는데 예천우까지 인정하니 다들 완전히 믿게 되었다. 임완유도 뜻밖의 말에 어리둥절해졌다. 예천우가 설마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인정해버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건 자신을 나락으로 모는 것이 아닌가.설마 그도 려성한에게 매수되었단 말인가?하지만 그녀는 금방 이런 생각을 부정해버렸다. 예천우가 비록 그렇게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에게는 정말 일편단심이었다. 종래로 일부러 자신을 다치게 하려 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려성한의 행동거지를 보니 둘은 절대 같은 편이 아니었다.그녀는 하도 종잡을수 없어서 다그쳐 물었다. “예천우 씨, 뭐 하는 거예요?”“아무것도 아닙니다. 임 대표님,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우리도 더 숨길 필요가 없잖습니까. 그냥 다 말해버리시죠.”예천우가 탄연하게 대답했다.임완유는 하마터면 펄쩍 뛸 뻔했다.하문 등도 이제는 끝장이구나 했다. 예천우가 틀림없이 려성한에게 매수당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녹음 파일은 왜 내놓았을까.다들 이게 무슨 상황인지 너무 궁금했다.려성한만이 득
만약 자신이 이번 위기만 넘기면 자신이 어떤 의사 결정을 해도 실행하는 데 막힘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은 진정으로 포부를 실현하게 된다.그리고 회사도 모든 임직원들이 똘똘 뭉쳐 한마음이 될 것이다.이 나쁜 남자는 그렇게 먼 곳까지 다 내다보고 있었던 것이구나.그런데 문제는 증거가 녹음 파일 하나뿐이다. 그것도 별 깊은 얘기도 하지 않은 걸 가지고 려성한이 그 사건에 가담했다는 걸 증명하지 못한다.그러니 녹음 파일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그가 따로 준비한 것이 있다면 모를까.하지만 그는 그냥 일반인일 뿐이다. 녹음 파일을 손에 넣은 것도 이미 자신의 상상을 초월했다. 설마 다른 것도 조사해냈을까?이때 하문도 알아차렸다. 그녀는 임 대표가 이 모든 일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심지어 너무 놀라 갈팡질팡했던 것을 똑똑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예천우가 한바탕 띄워준 덕에 임 대표가 처음부터 모든 걸 알고 있는 데다가 대처방안까지 야무지게 준비한 리더로 변했다. 만약 이번에 무사하면 임 대표가 상업계에서의 포부를 실현하는 데 있어서 아무도 걸림돌이 되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려성한은 순순히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그는 냉큼 반박했다.“그만해요, 예천우 씨, 녹음 파일이 가짜인 건 둘째치고, 설사 진짜라고 해도 내용을 들어보면 제가 우리 회사 루루 화장품에 손을 쓰겠다는 말은 전혀 없었는데요?”“네. 없었죠.”“그런데 왜 아직도 소란을 피우는 거예요?”려성한은 득의양양했다. 만에 하나 누구한테 도청이라도 당할까 봐 늘 말을 직설적으로 하지 않고 돌려서 말했다. 생각밖으로 쓸모가 있었다.“소란을 피워요?”“정말 제가 시간이 남아서 당신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줄 압니까?”“방금 제가 한 말 잊었어요? 임 대표께서 우리에게 분부했다고요, 우리. 저 혼자가 아니라고요.”“그러니, 당신과 실랑이를 벌인 것은 일이 너무 갑작스레 터지는 바람에 증거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해서였어요.”“근데 지금은 전부 준비되었습니다.”예
사람들의 침착함과는 반대로 려성한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증인으로 데려온 남자를 본 순간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비록 이 남자가 자신에게 큰 위협은 가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예천우가 이미 사건의 진실을 찾아냈다는 것을 의미한다.소정은 속으로 씁쓸해났다. 역시 예천우,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는 데다가 워낙 능력도 출중하니 순식간에 판을 뒤집는다.그런데 왜 그의 눈에는 완유만 보이는 걸까. 완유 옆에 있는 자신에게는 왜 한 번만이라도 눈길을 주지 못하는 걸까.집안 말고는 자신이 완유에게 밀리는 것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다 임완유 탓이다. 그 남자를 가지지도 않을 거면서 곁에 붙들어 매고 있으니 얼마나 뻔뻔스러운가.증인이 들어오면서 뭇사람들의 눈길이 일제히 증인에게 집중되었다. 다만 그들은 이남자를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진미소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는 눈치였다. ‘저 사람이 어떻게... ‘이건 진미소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다. 혹시 무슨 오해라도 있는 것이 아닐까.이 남자의 이름은 황모, 생산부의 팀장이다. 겉보기에는 아주 착실한 사람이다. 실제로도 참 괜찮은 사람이었고 초창기 때부터 연구개발팀의 팀원이었다.평소대로라면 황모는 딴짓을 할 리가 없었다. 려성한이 뇌물 공략을 해서 자기 편으로 만들었다. 예천우는 사람들의 눈길을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물었다. “황모 씨, 사람들 앞에서 말해 보세요. 누가 당신에게 일부 화장품에 화학약품을 타라고 시켰습니까? 그 때문에 일부 소비자가 사용 후 과민반응으로 기미가 올라왔어요.”“려 대표님입니다.”황모도 군더더기 없이 자초지종을 말했다.“려 대표님의 기사인 양의주가 절 찾아와서는 선불로 4천만 원을 주면서 화장품 일부에 약을 타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일을 끝내면 1억 6천을 더 주겠다고 했습니다.”“저희 어머니가 중병으로 당장 수술을 해야 하는데 수술 비용이 부족했습니다. 저는 하는 수없이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판사판으로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진 사장님,
이 순간, 그는 정말로 급해났다.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양의주는 자신을 오랫동안 따른 사람이다. 주먹도 세고 생각도 깊은 데다가 자신을 위해 너무 많은 일을 했다.그가 어떻게 예천우에 손에 잡혀있단 말인가.그의 걱정도 잠시였다. 바로 한 남자가 다른 사람에게 끌려들어 왔다.고개를 들어보니 역시나 자신의 기사 양의주였다.려성한은 표정이 대뜸 바뀌더니 분해서 따졌다.“예천우 씨, 도대체 뭐 하자는 수작입니까? 저에게 덮어씌우려고 정말 별 짓을 다 하는군요.”“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펄쩍 뛰는 걸 보니 뭔가 켕기는 게 있나 싶네요.”“허, 참, 난 잘못한 게 없는데 켕기다니요?”려성한은 냉큼 부인하며 큰소리로 말했다. “양의주, 넌 내 기사이긴 해도 그냥 기사일 뿐이다. 말을 가려서 해. 만약 날 모함하기라도 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어이쿠, 벌써 협박을 시전하는 겁니까?”예천우는 담담한 웃음을 띠고 조롱했다. “협박이라니요? 주의를 주는 겁니다.”“주의 필요 없습니다.”양의주는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 “려 대표님, 예천우 씨는 이미 모든 걸 알아버렸습니다. 인정하시죠.”“양의주, 닥치지 못해?”려성한이 성을 냈다. 양의주는 화내지 않고 하는 수 없이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려 대표님, 인정하세요.”그는 천하그룹의 회장 담양이 자신 앞에 나타나 예천우 예 도련님을 위해 일을 한다고 했을 때부터 알았다. 자신이 모시는 상사가 끝장날 거라는 것을 알았다. 무려 천하그룹의 회장이다. 현재 천해시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고 얼나 많은 정재계 인사들이 공경하고 떠받드는 존재인데... 그런 분마저 예천우를 그토록 존중하니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그들이 뭐라고.증거가 수두룩한 건 둘째치고 증거가 없다고 해도 그들을 없애치우고 싶으면 말 한마디면 된다.“흠, 난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통 모르겠군.”려성한은 곱게 인정할 리가 없었다. “려 대표님은 인정하기 싫은가 보네요.”예천우가 차분하게 말
이 말을 들은 임완유는 화가 나서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다른 사람들도 다 어이가없었다.상황이 여기까지 왔으니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이 려성한이 꾸민 짓이라는 것을 다 알게 되었다. 그런데도 그는 억지를 부리며 인정하지 않았다.그들뿐만 아니라 밖에서 구경하던 사람들도 한창 화가 나있었다.바로 이 녀석이 장난을 쳐서 그들의 얼굴에 기미가 잔뜩 생기게 한 장본인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그들은 피부과에 가서 상담도 받아 봤으나 의사 소견으로는 현재로서는 완치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비록 예천우가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주면 사후에 꼭 기미를 없애주겠노라 장담은 했지만 진짜 치료할 수 있는지 누가 알겠는가.만약에 정말 치료가 안된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 순간 그들은 막 쳐들어가서 려성한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려성한은 이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옥외 광고판으로의 생중계가 중단된 걸로만 알고 있었다. 광고판의 생중계는 아까 확실히 중단되었다. 하지만 소문휘가 가고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시작되었다. 생중계를 하지 않으면 사람들의 분노를 막을 길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임완유는 무의식적으로 예천우를 바라보았다. 그는 차분한 표정에 걱정이라고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 그에게 남겨둔 수가 있는 것일까?사람들도 일제히 예천우를 향해 눈길을 돌렸다. 예천우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차분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얘기했다. “려성한 씨, 정말 끝까지 해보자는 겁니까? 이 상황에서도 딱 잡아떼네요.”“사실이니까요.”려성한이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마음속은 침착할 수가 없었다.주요 원인은 예천우가 너무 침착해서였다. 예천우가 침착할수록 그는 마음이 켕겼다.“사실이라... 그럼 제가 다른 한 사람도 만나게 해주죠. ”예천우는 이 말을 끝내고 사람들을 시켜 다른 증인을 들여보내게 했다. 젊은 아가씨였는데 얼굴도 반반하고 어려 보였다. 그녀 이름은 오나라였다.진미소는 그녀를 보더니 표정이 어두워졌다. 진미소가 장
진은수의 강렬하고 압도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은 순간 멍해졌다.자연스레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한 위풍당당한 남성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그의 움직임과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기운을 보면 결코 평범한 인물이 아닌 것 같았다.손승우는 그 목소리를 듣고 얼굴이 굳어졌다. 고개를 돌려 확인하니 과연 위무권관의 관장 진은수였다. 진은수는 일반 권관의 관장이 아니었다.그의 문하 제자 중에서도 보통 신분이 아닌 사람들이 많았다. 각지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조차 그에게 자녀를 맡길 만큼 그의 권위는 대단했다. 허광호 역시 그의 제자 중 하나였으나 다른 진정한 고수들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다.그렇다고 해서 손씨 가문이 진은수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 손승우가 그에게 깍듯하게 대했던 건 어느 정도의 존경심 때문이었지 손씨 가문이 진은수에게 굴복할 정도는 아니었다.손승우는 그저 진은수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약간의 예의를 지켰을 뿐이었다.지금 진은수가 예천우를 위해 나섰다는 상황에 허씨 가문 사람들 또한 놀라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허광호는 경외의 눈빛으로 나서서 한 걸음 앞으로 나가 고개를 숙였다.“사부님, 오셨군요!”진은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을 뿐 아무 말 없이 성큼성큼 예천우가 있는 자리로 걸어갔다.허성태도 공손하게 그에게 인사했다.“진 관장님, 안녕하세요!”그는 허성태의 인사에도 응하지 않았고 마치 주변의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은 존재인 듯 무시하는 태도로 곧장 예천우에게 다가갔다.이 모습을 본 임완유와 임선호 남매도 눈을 휘둥그레 뜨며 진은수를 바라보았다. 그의 정체와 위압감에 놀란 두 사람은 진은수가 자신들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는 인물임을 직감했다. 게다가 손대우의 얼굴이 확연히 변해 있었다.허씨 가문 사람들 또한 존경의 눈빛으로 진은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을 보니 진은수는 확실히 이 지역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인물임이 틀림없
“아까 했던 말씀 기억 안 나세요? 분명 사모님은 우리 허씨 가문을 순식간에 없앨 수 있다고 했어요. 그렇게 강한 가문도 상대하지 못하는 사람을 우리보고 어쩌라는 말씀이죠?”“너!”강지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때 다행스럽게도 주성한이 더 이상 손승우를 때리지 않고 멈췄다. 예천우가 멈추라고 지시하지 않았음에도 더 때렸다간 정말 큰일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이때 손승우의 얼굴은 이미 맞아서 본래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형체가 망가졌다. 그나마 겨우 서 있을 수 있는 정도였다. 주성훈이 완전히 제어하지 않고 때렸다면 그 실력으로 두어 번만 더 때렸어도 손승우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것이다.그러나 손승우는 자신이 굴욕을 당했다는 사실에 엄청난 분노와 좌절감을 느꼈다. 그는 지금 매우 후회하고 있었다.‘왜 고작 몇 사람만 데려와서 이런 사태를 맞이하게 됐을까? 차라리 경찰이나 다른 고수를 데려왔다면 이렇게 어린 녀석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야.’주성한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서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예천우 씨, 말씀하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아주 잘했어요.”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번 일은 여기서 끝내죠. 이 정도면 주성한 씨의 실수는 없었던 걸로 해줄게."“감사합니다. 예천우 씨!”주성한은 감격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역시 대인배답게 용서해 주는 예천우의 아량에 그는 깊이 감동했다.“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주성한은 더 이상 이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닥쳐올 손씨 가문의 보복에 대비해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그래요. 가보세요.”예천우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허씨 가문의 사람들은 예천우가 주성한을 쉽게 보내는 것을 보고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저렇게 순순히 따르는 주성한을 왜 그냥 놓아주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예천우가 주성한을 이용해 손씨 가문을 상대하지 않으니 예천우가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주성한이 남아 있다면
이 말에 모든 사람이 다시 멍하니 얼어붙었다.허광호와 허종우는 입을 떡 벌린 채 예천우가 곧 손씨 가문의 주성한에게 혼쭐날 것이라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성한이 예천우에게 사과할 줄은 전혀 몰랐다.허가연의 부모들도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허성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설마 주성한이 예천우의 실력을 알아차린 걸까?’손동욱과 강지혜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다.얼굴이 새파래진 손승우는 주성한을 향해 소리쳤다.“주성한,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하지만 주성한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예천우의 지시를 기다렸다. 예천우는 미소를 띠며 손승우를 가리키며 말했다.“그래도 눈치는 빠른 편이네요. 저 노인네를 심하게 혼내주시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할게요.”그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한순간 멍해졌다. 손동욱과 강지혜에게 손을 댄 것도 모자라 이제는 손승우까지 두들겨 패라니 정말로 세상을 뒤집겠다는 소리였다.이제 모두의 시선이 주성한에게 집중되었다. 사람들은 과연 주성한이 어떻게 할지 궁금했다.주성한은 속으로 몹시 난처했다. 그는 손씨 가문의 재력과 권세가 만만치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손씨 가문의 재력과 인맥이면 나보다도 훨씬 대단한 고수들을 불러서 날 죽일 거겠지.’하지만 눈앞의 예천우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사실이었다. 간단한 동작으로 자신을 완전히 제압한 이 상대에게 주성한은 지금 예천우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결국 주성한은 이를 악물고 결심을 내렸다. 결국 손씨 가문 사람들이 먼저 자신을 사람 취급하지 않았는데 더 이상 그들에게 충성을 바칠 이유가 없었다.주성한이 예천우의 지시에 따라 손승우에게 다가가자 그제야 손승우는 사색이 되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예천우가 말한 노인네는 바로 손승우였다.손동욱과 강지혜는 주성한이 예천우의 지시를 따르는 걸 보고 혼란에 빠졌다. 손씨 가문의 권세를 잘 알고 있는 주성한마저 이렇게 나서는 건 전혀 예상 밖의 일이었다.손승우는 허둥지둥하며 외쳤다.“
임완유는 예천우 덕분에 완전히 달라진 동생을 보며 감동에 젖어 조용히 그에게 말했다.“천우야, 정말 고마워.”만약 예천우의 꾸짖음과 조언이 없었다면 동생이 이렇게 책임감 있고 당당하게 성장하진 못했을 것이다.임선호가 열심히 무술을 연습한 것도 분명 예천우의 영향을 받은 덕분이었다.비록 싸움 도중 몇 번 다치기는 했지만 임선호는 눈빛 하나 흔들림 없이 상대와 끝까지 맞섰고 치열한 싸움 끝에 마침내 그들 모두를 물리쳤다.예천우가 직접 나섰다면 이 정도 상대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지만 그는 임선호가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하려는 듯 가만히 지켜보았다.그 모습에 임완유뿐만 아니라 허가연의 부모들도 속으로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임선호의 실력이 아직 부족할지라도 그는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웠고 그런 끈기와 단호함이 허가연의 부모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허가연의 부모는 속으로 어쩌면 임선호가 정말로 딸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전에 임선호에 대한 정보가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고 이제 손씨 가문의 일만 잘 넘어간다면 더는 임선호와 허가연의 결혼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싸움이 끝나자마자 허가연은 달려가 임선호를 걱정하며 연신 다친 데는 없는지 확인했다.임선호는 아픈 몸을 이끌고도 밝게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이 정도 상처쯤이야. 널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그 말에 허가연은 감동으로 눈시울이 붉어졌다.반면 임선호가 뿌듯해하는 모습에 손씨 가문의 사람들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특히 강지혜와 손동욱은 주성한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제대로 임무를 수행했더라면 이렇게까지 허씨 가문 사람들이 뿌듯해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주성한이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했다.주성한 또한 그 시선을 느끼고 있었고 분노와 불만이 치밀었다. 자신이 최선을 다해 싸웠지만 결과는 이 모양이고 위로는커녕 비난만 받으니 정말 못마땅했다.오히려 손승우가 황급히 주
주변 사람들은 그 장면을 보고 전부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무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싸움이 시작되었는데 오히려 손씨 가문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허성태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이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이 더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예천우가 쉬운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성한이 갑자기 넘어지게 된 것도 어쩌면 예천우가 한 짓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그때 허광호의 전화가 울렸고 사부님이었다. 주성한과 강지혜의 다툼을 뒤로 한 채 그는 서둘러 전화기를 들고 한쪽으로 물러나 전화를 받았다.“사부님!”“그래. 네 아버지가 지금 집에 계셔?”위무권관의 관장인 진은수는 마침 허씨 저택 근처에 있었고 얼마 전에 허성태의 몸 상태를 진단해 주겠다고 한 약속을 떠올리며 들를 겸 전화를 걸었다.“계십니다!”허광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서둘러 물었다.“사부님,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말씀만 하세요. 뭐든 제가 처리하겠습니다.”사부님은 아주 높으신 분이니 사부님 곁에 머물 기회만 주어져도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허씨 가문은 아직 충분히 강하지 않았기에 이 관계를 더 돈독히 하면 앞으로 좋은 점이 많았다.“별일 아니야. 근처에 있어서 그냥 네 아버지 보러 들르려고.”진은수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허광호는 집안에서 난리가 난 걸 언급할지 생각하다가 이내 말을 삼켰다. 사부님의 어마어마한 무공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번에 잘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만약 손씨 가문이 허씨 가문을 공격하려 든다면 사부님이 눈앞에 계시는데 그냥 넘어가시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사부님은 동성 4대 가문들도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할 만한 인물이었다.위무권관 관장은 동성에서 명망 높은 사람이었다.진은수는 무공이 절정에 달해 언제든 종사 경지로 나아갈 수 있는 실력자였고 그의 부하 중에는 뛰어난 강자들도 많았다.그래서 누구든지 진은수의 체면을 챙겨줘야 했다.허광호는 지금
허성태는 이 광경을 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이 녀석은 정말 끝났어. 살아남기 힘들 거야.’주변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하는 눈치였고 심지어 허가연조차 그런 분위기였다.하지만 임선호와 임완유는 달랐다. 특히 임완유는 예천우의 실력을 여러 번 목격했기에 이 정도로는 그를 위협할 수 없다고 확신했다.게다가 예천우가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고 있어 더 안심할 수 있었다.예상대로 예천우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오른손을 가볍게 튕겼다. 그러자 견과류 하나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날아가 주성한의 다리에 명중했고 주성한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 땅바닥에 쓰러졌다.원래라면 손이라도 짚고 균형을 잡을 수 있었겠지만 이상하게도 손마저 힘이 빠져 바닥에 얼굴을 박고 말았다.주변 사람들은 이 광경에 멍해졌다.주성한이 대단한 기세로 예천우에게 돌진했는데 결과는 그가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비꼬듯 말했다.“이게 무슨 자세인가요? 제가 아무리 무서워도 굳이 이렇게 엎드려 절할 필요는 없잖아요?”“이, 이 자식이...”주성한은 속이 뒤집히는 듯했고 뭔가에 당한 게 분명했다.손승우도 잔뜩 화가 나서 소리쳤다.“주 사부님, 이게 뭐 하는 겁니까! 당장 일어나서 저 녀석을 박살 내세요!”자신이 돈을 들여 고용한 무술 고수가 이렇게 바닥에 나가떨어지는 꼴을 보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주성한은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다리와 손의 통증도 마다하고 다시 예천우에게 다가갔다. 이번에 그는 예천우의 행동을 주의 깊게 살폈다. 그러다 예천우가 다시 무언가를 던지는 것을 포착했는데 그게 고작 견과류라는 걸 알고는 경악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알아차렸다 해도 피할 수 없었다.결국 주성한은 무릎에 다시 견과류를 맞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번에는 두 무릎을 꿇고 절하는 모양새가 되었다.주변 사람들은 다시 한번 입을 다물었다. 아까도 모양새가 좋지 않았는데 이제는 두 무릎을 꿇고 절하는 꼴이 되니 다들 어이없어했다.손승우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
강지혜는 허겁지겁 피하려고 했지만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걸 다 피할 수가 없었고 결국 머리가 헝클어져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얼굴도 맞아서 약간 고통이 안겨 왔다.강지혜는 도저히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서 소리쳤다.“이 자식아, 두고 보자. 내가 반드시 너를 지옥에 떨어뜨려 줄 거야. 누구도 날 막을 순 없어!”그러자 예천우는 비웃는 얼굴로 대꾸했다.“또 그 소리네요. 역시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하더니 쓰레기는 역시 쓰레기네요.”예천우는 강지혜의 협박에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다.주변의 허씨 집안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완전히 얼어붙었다. 심지어 허광호마저도 예천우가 어떻게 비참한 결말을 맞을지 기대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예천우를 혼내야 한다는 것도 잊고 말았다.그때 누군가 들어와서 소식을 전했다. 손씨 가문의 가주가 직접 사람들을 이끌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허성태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굳어졌고 서둘러 문 쪽으로 향했다.마침내 문이 열리더니 허씨 집안 하인 둘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그리고 그 뒤로 험상궂은 얼굴에 강렬한 위엄을 풍기는 한 50대 중반의 남성이 들어왔다.그의 옆에는 날렵한 걸음걸이로 따라오는 노인이 있었는데 걸음 모양새만 봐도 상당한 실력의 고수임이 느껴졌다.그리고 그들 뒤로는 경호원들이 줄지어 들어왔는데 동일한 복장에 강한 기운을 뿜어내며 위압감을 자아냈다.허성태는 다급히 앞으로 나서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손 가주님께서 오셨군요.”“비켜!”손승우는 손동욱과 전화했을 때 이미 허씨 가문이 돕기는커녕 예천우 편을 들고 있다는 사실에 몹시 화가 난 상태였다.그래서 그는 즉시 사람을 데리고 허씨 저택으로 쳐들어왔다.예전 같았으면 허성태에게 몇 마디 예의를 차렸겠지만 오늘은 전혀 그런 모습 없이 그를 밀치고 안으로 들어왔다.그러자 허성태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지만 곁에서 임선호가 빠르게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허성태는 임선호를 잠시 쏘아보며 손을 뿌리쳤다. 순간적으
“겁먹은 얼굴로 그렇게 초조해하는 것 좀 봐. 그래서 감히 가연이랑 결혼하겠다고 나설 생각을 한 거야?”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네 아버지는 언제쯤 오는데?”“그게... 아마 30분 정도 걸릴 거야.”손동욱의 아버지가 있는 곳은 너무 멀진 않지만 당장 가까운 거리도 아니어서 시간이 좀 필요했다.손동욱의 아버지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 즉시 오겠다고 했고 그는 다른 고수들을 부르지 않고 직접 와서 예천우를 처리하기로 마음먹은 듯했다.“아직도 그렇게 오래 걸려? 너무 느린 거 아냐.”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주변 사람들은 예천우의 태도에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지금까지 이렇게 대담하게 나서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곧 손씨 가문의 가주인 손승우가 오면 예천우는 분명히 참담하게 당할 게 뻔해 보였다.하지만 예천우는 그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테이블 위의 과일을 보고는 말했다.“시간이 좀 남는 것 같은데... 여기 과일이 꽤 잘 익었네.”“자, 다 같이 앉아서 천천히 먹으면서 기다려요!”예천우는 자리에 앉아 차를 따르고 견과류를 하나씩 천천히 집어 먹기 시작했다. 그는 여유롭게 임선호와 임완유에게도 자리를 권하며 함께 먹자고 했다. 임선호는 허가연을 데리고 자리에 앉았고 그들은 진짜 여유롭게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다.이를 지켜보던 허성태는 깜짝 놀랐다. 왠지 임선호의 매부 예천우라는 사람이 보통 사람은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연기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손씨 가문에 감히 대적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어쩌면 예천우가 정말로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허가연은 진정으로 좋아하는 임선호와 결혼할 수 있을 것이다.임완유는 부러운 눈빛으로 허가연을 바라보았다.허가연은 자기 부모와는 달리 진정으로 딸을 위해 생각해 주시는 부모님이 계셨다. 하지만 임완유의 부모는 오히려 그녀를 끝없는 위험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번에도 예천우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아마 비참한 결말을
허성태는 어두운 얼굴로 그들을 쳐다봤다. 결국 여기는 허씨 가문의 집이었으니 말이다.허씨네 저택에서 손동욱과 강지혜가 뺨을 맞았으니 어쩌면 허씨 가문도 역시 연루될 가능성이 컸다.허종우와 허광호도 마찬가지로 큰 충격을 받아서 말문이 막혔다.분노에 찬 강지혜와 손동욱은 벌써 불같이 화가 났다. 특히 손동욱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으르렁댔다.“너희들은 이제 다 죽었어. 그 누구도 너희를 구하지 못할 거야. 나 손동욱이 분명히 말했어!”말을 마친 손동욱은 서둘러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이 상황을 본 허종우는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다.“너희들은 정말 간탱이가 부었구나. 감히 사모님과 동욱 도련님을 때리다니! 광호야, 뭐 하고 있어? 빨리 저놈들을 잡아!”허종우는 자기가 이 시점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손씨 가문의 고수들이 도착했을 때 불똥이 자신한테 튕길까 봐 두려웠다.허광호도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는 예천우에게 으르렁댔다.“이건 네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일이야. 그러니 날 탓하지 마!”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사납게 예천우에게 달려들었다.허광호는 위무권관의 관주 진은수에게서 오랫동안 배워 온 무술로 인해 비록 재능은 부족했으나 상당히 강한 내공을 가진 고수였고 지금은 명경 절정의 경지였다. 그는 평범한 상대는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실력자였기에 예천우 같은 이 정도 상대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안 돼요!”그때 허가연이 재빨리 나서서 허광호를 막으려 했다.그러자 허광호는 더욱 분노에 휩싸였다.바로 그때 허성태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광호야, 그만해.”“하지만...”“이 일은 손씨 가문과 임선호 사이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야. 우리 허씨 가문 사람은 끼어들지 마.”허성태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강지혜와 손동욱을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제가 이미 약속을 한 상태라 부득이하게 이번 일에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그러자 강지혜는 매섭게 허성태를 노려보며 비웃었다.“허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