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고소하겠다고요?”“허허, 아직도 잡아떼네요. 그럼 이번에는 누군지 잘 보세요.”예천우의 분부에 따라 문 앞에 또 한 사람이 나타났다. 이번에도 여자였다. 려성한은 그 여자를 보더니 기겁을 하며 큰소리로 물었다.“아람 씨, 여기에는 왜 왔어?”서아람은 대답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갔다. 사람들의 눈길도 그녀를 따라 이동했다. 앞에 두 사람은 안면식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여자는 려성한의 수행비서이자 보조원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녀가 어디에 나타나면 꼭 려 대표도 왔다는 것을 의미했다. 려 대표도 그녀를 많이믿었다.“아람 씨, 내가 아람 씨에게 모든 걸 줄 수도 있고 또 모든 걸 망칠 수도 있어. 그러니 말 조심해서 하는 게 좋을 거야.”려성한은 이제는 물불 가릴 것도 없이 공공연히 사람들 앞에서 그녀를 위협했다. 지금 그에게 있어서 명예를 지키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가예천우 손에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었다. 하지만 서아람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려 대표님, 죄송합니다. 전 이미 사실대로 다 말했습니다. ”“뭐라 말했어?”려성한은 크게 화냈다. 양의주와 서아람은 그가 회사에서 가장 믿는 두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두 사람이 전부 다 털어놓았으니 자신도 이젠 끝이다.아니나 다를까, 서아람은 뒷이어 려성한이 이전에 회사에서 여러 번 거금을 횡령한 사실을 말해 버렸다. 그는 심지어 그 돈을 가로채기 위해 회사의 이익을 희생시켰다. 중요한 것은 서아람이 일부 증거도 내놓았다. 사실 증거가 없어도 서아람의 제공한 정보에 의해 깊이 조사하면 다 밝혀질 일들이었다. 이 순간 려성한은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는 더 이상 판을 뒤집을 방법이 없었다. “려성한 씨, 당신은 참 성실하게 회사만을 위해 일해 온 ‘우수 직원’ 이군요.”“이 회사가 당신의 회사이기도 한데 도대체 어쩔 생각이었어요?” 임완유는 화를 못 참고 벌떡 일어
장연희는 울상이 되었다. 그녀가 한 일들을 생각해 보면 회사에서 잘리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형사책임을 따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그녀는 유사라를 붙잡고 빌기 시작했다. “사라 씨, 제발 나 좀 도와줘요. 사라 씨가 날 도와주지 않으면 난 죽어요.”지금의 그녀에게서는 예전의 의기양양한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예천우를 혼내주겠다는 말은 더욱이 입 밖에 내지도 못했다.하지만 유사라는 머리를 흔들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해요. 이건 제가 정말 도울 수가 없네요. 저 예 팀장님과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고 연희 언니가 저지른 실수가 너무 커서... ”말을 하던 유사라가 갑자기 놀란듯이 말을 돌렸다. “화면이 왜 안 나오지?”확실히 화면이 또다시 중단되었다. 밖에서도 화면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지켜본 관중들은 더 이상흥분하지 않았다. 어쨌든 사건의 진실은 이미 밝혀졌으니 말이다. 그다음은 가장 중요한 뒤처리 즉 컴플레인을 처리하고 손해배상을 하는 일이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고 게다가 기자들도 있으니 보상금은 적지 않을 것이다.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것도 당연히 예천우의 지시었다. 그는 이제부터는 회사 내부의 일이라 더 이상 외부에 알려지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더군다나 지금까지 생중계를 하면서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루루 화장품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다음은 회사 내부 문제를 해결하고 이 기회를 빌어 기미 연고를 출시하는 것이다.임 씨 그룹을 한 층 더 높이 오르게 하고 임완유가 뒷일을 걱정하지 않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때가 되면 자신은 아무 걱정 없이 회사를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이때 예천우를 포함한 소수 몇 명 외에는 누구도 문 앞에 소리 없이 나타난 두 노인을 발견하지 못했다.이 두 사람 중 한 명은 바로 교토에 다녀온 임 씨 가문의 어르신, 임완유의 할아버지였다. 임 어르신과 연세가 비슷해 보이는 다른 한 명은 려성한의 아버지 려은이었다.려성한이 절망하는
“어휴, 아직까지도 임 대표님의 호의를 몰라주다니 참.”“그럼 임 대표님의 결정에 따르지 말고 제 뜻대로 해요. 경찰 부르고 검찰 불러서 제대로 조사하게 합시다. 감방 갈 사람은 감방 가고 벌금 낼 사람은 벌금 내게 합시다.”예천우가 느긋하게 말했다. 말하면서 핸드폰을 꺼내들기까지 했다. “지금 바로 경찰서에 전화해 보겠습니다.”그 바람에 다들 그의 핸드폰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임완유도 그의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이 언제 결정을 했단 말인가. 그런데 또 자신의 결정을 따르지도 않는단다. 하지만 임완유는 이번 사건은 실로 경찰을 부르고 싶지 않았기에 하마터면 막아 나설 뻔했다. 그런데 려성한이 먼저 버티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집안이 회사의 원로인 것을 감안해서 봐줄 줄 알았는데 하필 예천우 같은 미치광이를 만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그는 다급히 막아 나섰다. “그럼 먼저 임 대표님의 결정부터 들어봅시다.”“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당신은 임 대표님의 호의를 받지도 않을 거잖아요.”예천우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들어나 봅시다. 만약 정말 저에게 체면을 남겨준다면 당연히 감사히 받아야죠.”려성한은 냉큼 대답했다. 지금 그는 정말 두려워났다. 려성한의 창백한 얼굴과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은 임완유에게 꽤 충격적이었다. 그를 안지 몇 년이나 되지만 려성한의 이런 모습은 종래로 본 적이 없었다. 그녀 앞에서 려성한은 언제나 제멋대로이고 그녀를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에게도 이런 날이 오게 될 줄이야. 그런데 이 모든 것을 해낸 사람이 바로 자신이 눈에 차지 않아 하던 권력도 돈도 없는 자신의 남편이었다.다만 자신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데...됐다, 오늘은 그냥 그의 말에 따르자.어쨌든 오늘 일이 해결된 게 다 그의 덕분이다. 그가 없었더라면 자신은 진작에 망했다. “그럼 제가 말해보겠습니다.”예천우는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저는 결사반대였어요. 들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당신이 기어코 듣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임완유는 자신이 한심해났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200억에 려성한이 쥐고 있던 주식을 산다면 아주 싼 가격이었다.그런데 문제는 지금 그녀는 200억도 내놓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예천우도 참, 자신에게 그만큼의 돈이 있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덜컥 말해버리다니.더군다나 회사가 지금 이처럼 큰 영향을 받아서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수두룩할 것이다. 이때 200을 주고 려성한이 보유하던 주식을 사는 것은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서 그녀가 예천우의 말을 부인할 리도 없었다.예천우의 말에 려성한도 할 말을 잃었다.그렇다. 임완유의 개혁에 따라 처음에는 진통이 있긴 했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서다 나아졌다. 특히 최근 용등 상회에 가입하고 그 뒤로 소 씨 큰 도련님과 협력해서 루루 화장품을출시하고 또 은행의 협조도 있고 하여 모든 것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었다. 다만 업무 확장으로 인한 자금이 부족한 상황을 한동안 견뎌내야만 했다. 특히 지난번 유걸에게 뒤통수를 맞고 회사 자금 몇십억을 날렸다. 려성한은 곧바로 나지막이 말했다. “예천우 씨, 회사가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다 저한테 뒤집어 씌우면 안 됩니다.”“얼마 전에 임 대표가 유걸 그 사기꾼을 믿었다가 회사에 손실을 가져다준 일을 벌써 잊었어요? 후에 천하그룹이 나서지 않았으면 그 돈은 돌려받지도 못했을 거예요.”“그래서요? 결국엔 돌려받았잖아요.”예천우가 코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됐어요. 려성한 씨, 전 지금 당신과 협상하는 게 아닙니다. 당신한테 선택지를 주는거예요. 물론 당신은 팔지 않는다를 선택할 수 있고요. 그럼 법정에서 봅시다.”“제가 진심으로 충고 한마디 하자면 임 대표님이 당신한테 이런 대우를 해주는 건 은혜를 베푸는 거예요. 이것도 감사히 받지 않으면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남 탓하지 마세요.”“이제 혹시라도 회사가 부도 나기라도 하면 당신은 십 원 한장도 못 받을 거예요. 아, 빚더미에 앉을 수도 있겠네요.
“당장 입금시키는 건 어렵습니다. 저희에게 3일 시간을 주세요. 3일 내에 반드시 1억을 입금시키겠습니다. ”“아, 맞다. 임 대표님께서 계약서도 이미 준비해뒀습니다. 읽어보시죠.”예천우는 말을 하는 동시에 옆 사람의 손에서 계약서 2부를 받아서 건넸다. 한 부는 려성한에게, 다른 한 부는 임완유에게 건넸다. 려성한은 어정쩡한 표정으로 받아 들었다. 계약서 내용을 본 그의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이 어렸다. 처음부터 그는 실패하게 되어 있었다. 상대방은 벌써 주식양도계약서까지 준비해뒀다. 상대방은 처음부터 방금 벌어진 모든 일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장면을 본 임직원들도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 ‘아, 임 대표님은 이미 다 예상하고 있었구나. 모든 일이 다 임 대표의 계획대로 흘러가는구나.’그런데 자신들은 바보같이 임 대표가 망할 줄 알고 내쫓으려 했다.이 순간, 방금 전 임완유를 내쫓으려 했던 사람들은 간이 콩알만 해져서 안절부절못했다. 그들은 이제야 알아보았다. 임 대표는 절대 여자 버전의 제갈량임에 틀림없다. 이에 려은마저도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못 믿겠다는 듯이 말했다. “형님, 이게 다 완유가 계획한 겁니까? 완유가 이렇게 지혜롭고 주밀하단 말입니까?”임 씨 어르신은 헛웃음을 지었다. 그도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러게 말이네. 하지만 이 일은 난 정말 전혀 모르고 있었다네. 뭐, 그래. 앞으로 회사에 문제가 생겨도 잘 처리할 수는 있겠군.”임완유도 멍한 상태였다. 계약서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니 아주 꼼꼼하게 작성되어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관련 조항들도 확실하고 분명하게 적혀있었다. 려성한은 반드시 관련 업무를 인수인계해야 하고 3년 내에 임 씨 그룹의 경쟁사에 입사하지 못한다는 조항도 적혀있었다. 그리고 회사 명예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등 모든 방면으로 꼼꼼하게 작성하였다. 예천우가 작성한 계약서에 그녀는 또 한 번 놀랐다. 려성한은 보고 나서 속으로 임완유가 능력을 잘도 숨겨왔다고 감탄했다.
이 말을 듣고 임완유는 안색마저 변했다. 려성한은 너털웃음을 웃고는 득의양양한 얼굴로 이어서 말했다. “이 계약서는 정말 잘 만들었어요. 저를 더는 임 씨 그룹의 업무에, 그리고 유사 업종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네요.”“그것과 동시에 저에게 보장을 주네요. 앞으로 임 씨 그룹에 어떤 일이 있어도 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까요. 하늘이 무너지는 큰일이라도 말이에요.”려성한이 빈정댔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임완유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꼭 무슨 함정이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면 이제 와서 려성한이 이런 태도일 리가 없었다. “무슨 말인지는 곧 알게 될 겁니다. 임 대표가 절 잘라내고 앞으로 또 어떤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려성한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임완유가 무슨 계획이 있겠는가. 그녀는 지금도 어리벙벙한 상태로 아무것도 모른다.전부 예천우가 주도한 일이다. 려성한의 질문에 다들 눈길을 임완유에게로 돌렸다. 이번에는 려성한도 임완유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역시 아무런 준비도 없는 표정이다. 오히려 예천우가 재차 입을 열었다. 역시 그거였군!려성한은 속으로 크게 놀랐다. 이 모든 것이 임완유가 계획한 것이 아니라 전부 예천우가 한 짓이다. 자신은 이번에 예천우한테 온전히 당했다. 예천우는 당연히 사람들이 임완유를 난처하게 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연히 계획이 있죠. 임 대표님은 이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을 예상했답니다. 계약서마저도 준비해뒀는데 그 뒤로 아무런 준비가 없겠습니까?”“저도 압니다. 다들 외부의 몇십 명, 심지어 몇백 명의 피해자를 걱정하시죠? 취재하러 온 기자들이 일을 크게 만들까 무섭죠?”“다들 걱정 마세요. 이번에 일이 커졌지만 나쁜 일만은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좋은일일 수도 있어요. ”임완유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것도 좋은 일이 될 수 있다고?그들은 눈길을 예천우에게로 고정시키고 그가 뒤이어 어떤 말을 할지 기대하고 있었다. 그들
하지만 사람들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마침내 누군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렇다 해도 지금 판매 중인 라인은 명성이 더러워졌는데 어떻게 대중들이 우리의 신제품을 믿게 합니까? 그리고 신제품은 정말 괜찮은 겁니까?”“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어렵겠죠. 하지만 이번에 사건의 원인을 찾아내지 않았습니까. 대중들도 이해할 겁니다. 우리의 신제품이 이번 피해자들의 기미를 없앨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홍보가 어디 있겠습니까?”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이번 사건이 논란이 되어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혔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우리의 신제품을 알게 할 수 있습니다.”“만약 제품이 정말 효과가 있으면 반드시 대박날 겁니다!”이 말을 듣고 다들 머리를 끄덕였다. 만약 정말 상황이 그의 말대로 흘러간다면 밖의 골치 아픈 일들도 해결될 뿐만 아니라 배상금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게다가 회사의 미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보니 임 대표는 역시나 다 준비가 있었다. 이런 한 수를 남겨뒀을 줄이야!임완유는 그저 앉아서 듣고만 있었다. 그녀는 회사에 이런 제품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 밖의 피해자 얼굴에 난 기미는 듣기로는 병원에서도 좋은 치료방법이 없어서 연구 중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들 더 흥분하고 일이 더 커졌던 것이다. 하지만 약물에 의한 피해이니 지금의 의술로 조금만 시간을 주면 꼭 방법이 있을 것이다. 다들 예천우의 말을 믿기 시작하자 려성한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웃음소리에 적잖은 사람들이 불만의 눈길을 보냈다. 임 대표와 예천우가 손잡고 해결하고 있는데 회사를 이렇게 만들어 놓은 당신이 여기서 조롱하며 웃어대는 건 무슨 심보인가.임완유는 성난 두 눈을 부릅뜨고 려성한을 쏘아보았다. 려성한은 득의에 차서 웃더니 말했다. “임 대표, 내가 마음껏 웃는다고 탓하지 말아요. 정말 당신들의 무식함에 웃음을 참을 수가 있어야지요.”“대체 무슨 말입니까?”임완유가 성내며 물었다. “이제 와서 더 숨길 것도 없
이 말을 들은 임완유의 안색이 변했다.검은 반점을 제거하는 것은 확실히 곤란한 일이다. 그러나 현대의 의학기술로 곧 해결될 것이다. 선천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닌, 후천적인 약물 상처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이 말을 들으니 할 수 없을 것 같았다.그렇다면 모든 사람들이 요구하는 배상이 다를 것이다. 이런 끔찍한 오점은 회사를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될 것이고 이것은 화장품 사업을 완전히 망칠 것이다.어떤 이유가 됐든 결과가 이렇게 된 이상 아무도 그들의 화장품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 스스로 해명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사람들은 결과만 본다, 그들의 화장품이 자신들의 일생을 망쳤다고 여긴다.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안색이 변했다.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화장품 사업은 물론, 투입된 막대한 자금을 회수할 방법도 없어진다. 심지어 회사에 피해를 끼칠 것이다.게다가 여기에 배상금까지 더해지면 더욱 곤란해진다. 어마어마한 보상금과 고발 고소가 진행될 것이다.결론적으로 회사는 회생불가이다.려성한이 뿌듯하게 말했다. "대표님,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예천우 씨처럼 지혜로운 분이 계신데, 무슨 걱정이세요. 예천우 씨에게 물어보세요. 방법이 있을수도 있잖아요.""흥!"예천우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쪽이 뭔데 대표님한테 이래라 저래라 입니까? 그쪽이 알고 있는 상황을 대표님이 모를 것 같았어요?" 이 말을 들은 다른 사람들은 고사하고 임완유도 적지 않게 당황했다.그녀는 당황했다. '설마 방법이 있는 건가?'다른 사람들도 예천우가 해결방법을 제시하기를 바랐다.려성한은 믿지 않는듯한 얼굴로 대꾸했다. "다른 거였으면 믿었을지도 몰라요, 오늘 날 적지 않게 당황하게 했거든요.나도 어쩔 수 없다는 걸 방금 알았는데, 당신이 어떻게 해결책을 가지고 있어요?"사람들은 려성한의 말에 동의했다.그렇다, 려성한은방금 검은 반점을 해결하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더는 해결 방법이 없었다. "내가 안된다는 건, 모두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