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인아......”회사에서 나온 예천우는 진가인을 찾아갔다.그들은 못 본 지 꽤 됐다. 진가인은 여전히 예전과 같이 롱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심플한 디자인의 드레스는 그녀의 아리따운 몸매를 더욱 부각시켜 주었다. 정교한 얼굴은 무척 예뻤고 피부 또한 백옥 같았다.남자라면 누구나 그녀를 보고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천우 오빠, 왔어요?”진가인은 예천우를 보니 무척 기뻤다. 사실 몇 번이고 그를 찾아가고 싶었으나 가정이 있는 그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참고 있었다.“응, 네가 보고 싶어서 왔지.”“거짓말.”진가인은 얼굴이 발그스레 물들었다. 속으로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둘은 자리를 찾아 앉았다. 예천우는 우선 진가인의 근황부터 물어보았다.그는 진가인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지금은 생계에 허덕이지 않아도 되니 이제는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고 싶다고 했다.그리고 임 씨 그룹 면접을 봤다는 얘기도 했다.“임 씨 그룹에 가서 면접을 봤다고?”“네. 근데 아쉽게도 떨어졌어요.”진가인은 예천우의 와이프가 바로 임 씨 그룹 대표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면접관이 누구였는데?”“성함이 소정이었어요. 아는 분이에요?”진가인이 궁금해서 물었다. 오늘 소정은 자신의 목걸이가 예쁘다면서 보여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왜서인지 진가인은 그녀의 표정이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었다.“아는 사람이긴 해. 넌 어떤 일을 하고 싶어? 내가 일자리 소개해 줄게.”소정이 진가인의 면접을 봤다니 예천우는 좀 의외였다. 하지만 면접에 떨어진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아니에요. 제가 돈이 급한 것도 아니고... 혼자 천천히 찾아볼게요.”진가인은 모든 걸 예천우의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았다.“그래.”예천우는 이미 속으로 그녀를 위해 어떻게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진가인이 모르게 하면 그만이었다.“천우 오빠, 언니랑은 잘 지내고 있어요?”“응. 사이가 점점 좋아지고 있어.
진가인은 이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 나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다. 그녀는 급히 인터넷에서 면접 기출문제를 잔뜩 뽑아 암기했다. 내일 제대로 능력 발휘 한 번 해 볼 생각이었다. 이튿날 아침, 정성 들여 꾸미고 나간 진가인은 금방 천하그룹 빌딩 앞에 도착했다. 그녀는 너무 떨려서 심호흡 몇 번 하고 나서야 들어갔다. 회사에 들어서자마자 누군가 다가와서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혹시 진가인 씨 되시나요?”“네, 저예요!”“이쪽으로 오세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진가인은 너무 의외였다. 천하그룹에서는 면접보러 온 사람한테도 이렇게 친절하게 대한다는 것, 그리고 이 예쁘고 분위기 있는 직원 언니가 직접 자신을 데리러 내려왔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그녀는 하도 궁금해서 물었다. “저기... 예쁜 언니, 제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여기는 면접 보러 오는 사람들한테도 다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나요?”여인은 멈칫하며 속으로 이 아가씨가 무슨 상황인지 아예 모르는 눈치구나 했다. 하지만 담 회장의 비서로서 할 말 못 할 말을 분별하는 능력은 필수였다. 그래서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 저는 황진희라고 해요.”비록 그녀도 왜 담 회장님께서 이 아가씨를 잘 모시라고 분부하셨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신분이 남다른 건 확실했다.어느 높으신 분의 눈에 들었는지는 진가인 본인도 모르고 있는 눈치였다. 진가인은 헛웃음을 지었다. 결국 자신의 물음에 대한 대답은 듣지 못했다. 황진희의 안내 하에 진가인은 금방 면접실에 도착했다. 맞은 켠에 앉은 두 명의 면접관을 보니 더 긴장해났다. 그중 한 명은 오혜진 오 팀장이었는데 이번 면접의 주요 담당자였다. 그녀는 처음부터 면접자가 어떤 사람이기에 일 처리가 엄격한 담 회장께서 이렇게 차별 대우를 하는지 궁금했다. 지금 실물을 보니 알 것 같았다. 아마 남자라면 누구나 청순가련한 이 여자애를 도와주고 싶을 것이다. 그녀는 왠지 이 여자애가 담 회장과 밀접한 관계가
이튿날 아침, 임완유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회사에 와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한창 일하고 있는데 소정이 들어와서 다급하게 말했다. “완유야, 큰일 났어!”“무슨 일이야?”임완유는 흠칫했다. 소정이 알려준 대로 임완유는 핸드폰을 들고 검색해 봤다. 마침내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알게 된 그녀는 대뜸 안색이 안 좋아졌다. 누군가 인터넷에 임 씨 그룹 루루 화장품에 하자가 있다고 컴플레인을 건 것이다. 내용을 보면 작성자가 루루 화장품을 사용하고 미백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얼굴에 기미가 잔뜩 올라왔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매장을 통해 회사에 연락했으나 회사에서는 제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잡아떼며 전부 작성자 자신의 피부 문제라고 했다는 내용이다.게다가 회사 임 대표가 작성자에게 만약 떠들고 다녀서 회사 이미지를 망치면 회사 측에서 그녀를 고소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노라 협박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임 대표는 천해시에서 이름있는 미녀 대표이사로, 배후에 엄청난 지지세력들이 있어 그들을 없애버리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이니 찍소리 말고 가만있는 게 좋을 거라고 협박까지 했다고 했다.이 글이 뜨자 열받은 네티즌들이 너도나도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누가 조작해서인지는 모르겠는데 하루 만에 실시간 검색어 1순위에 오르며 논란이 되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이 스캔들을 알게 되었다. 논란이 점점 뜨거워지면서 컴플레인을 거는 사람들이 더 나오기 시작했다. 문장이 조리 있고 증거 사진도 있어서 설득력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점점 많은 대중들이 회사를 욕하고 회사 제품을 배척하기 시작했다. 특히 안하무인인 회사 대표 임완유를 욕하는 소리가 제일 높았다. 심지어 임 씨 그룹과 관련된 업체에도 영향이 미쳤다. [미녀 대표이사는 무슨... 반반한 얼굴로 남자를 꼬셔서 회사를 차린 거겠지.][이번 사건에서 이 여자가 마땅한 처벌을 받지 못한다면 이건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뭐 이런 회사가 다 있어, 구멍가게 같은 회사 대표가 뭘
지금 사건이 터졌으니 당연히 제일 먼저 임완유의 책임을 묻는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현재로서는 아직 상황을 파악 중입니다. 결과가 있으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임완유가 말했다. “그래요.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만약 임 대표의 실수로 투자자인 제가 손실을 입게 되면 전 끝까지 임 대표의 책임을 따질 겁니다.”소문휘는 냉정하게 말하고는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그의 눈빛에는 차가운 기운이 돌았다.이번 사건은 바로 그의 승인하에 조작된 것이다. 아니면 려성한은 감히 움직이지 못했을 것이다. 어쨌든, 손해를 보는 것은 임 씨 가문뿐이 아니라 소 씨 가문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소 씨 가문에서도 거액의 자금을 투자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려성한의 방법은 진짜 구리긴 했다. 만약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임 씨 그룹에 심한 타격을 주는 동시에 려성한 자신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얼굴색이 잿빛이 된 임완유는 아직 이 사건의 발단을 모르고 있었다. 진미소가 오자 바로 화를 내며 연달아 질문했다. 인터넷에 달린 댓글을 보면서 그녀는 정말 화가 많이 났다. 특히 회사의 갑질 태도에 관한 댓글들을 보면 더욱 그러했다. 만약 처음 문제를 발견했을 때 잘 해결했으면 절대 지금처럼 논란이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다. 진미소도 억울했다. 그녀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몰랐다. 지금 전 직원들이 폐쇠 회로 영상을 돌려보는 등 상황을 조사하고 있으니 곧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와 동시에 그녀는 신속히 입장문을 발표했다. 본사 제품은 검측 센터의 검측을 통과한 제품으로, 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조건하에서는 제품 사용 시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문구와 함께 검측 합격 증명서, 생산 허가 증명서 등을 올렸다.그리고, 피해자의 주장에는 오해가 있을 것이고 회사 직원이 의사를 전달하는 중에 착오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만약 실제로 문제가 있다면 회사 측에서는 절대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이에 따른 배상을 하겠으니 회사에 방문하여 배상 청구하실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런 입장
예천우가 이런 미녀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공손진은 샘이 났다. “예천우 이 녀석 땡잡았네. 이런 절세 미녀를 둘이나 알다니. 심지어 양다리까지 걸치고 있어.”“그러게 말입니다. 근데 이 여자 신분이 보통이 아닙니다.”“음?”“용등 상회 회장 양대복이 애지중지하는 딸입니다.”“양대복의 딸이라고?”“그렇군. 어쩐지 사진 한 장도 누출되지 않고 경찰에서도 이렇게 빨리 풀어준다 했어. 다 양대복의 덕을 봐서였어.”“네, 그러니 그 녀석의 능력을 증명할 수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냥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만약 양대복의 딸까지 엮이지 않았으면 풀려나지 못했을 겁니다.”“일리가 있어. 이렇게 된 이상, 우리는 먼저 지켜만 보는 거야. 기다려봐, 양대복이 얼마나 흉악한 사람인데. 이 녀석이 자신의 딸한테 집적대는 걸 알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공손진이 담담하게 말했다. 감히 자신과 여자를 두고 경장하는 자는 반드시 죽게 되어있다. 예천우는 양대복의 손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운이 좋아 벗어난다 해도 자신이 놔주지 않을 것이다. 모처럼 자신이 정복하고 싶은 여자를 만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자신의 앞에서 얼쩡대는 예천우를 진작에 밟아버렸을 것이다.이때, 예천우는 마침 진가인의 연락을 받고 점심 먹으러 나왔다. 면접에 성공한 진가인은 기분이 업되어 있었다. 어제 예천우의 상서로운 말 덕분이라며 밥을 사겠다고 했다. 예천우도 마침 수련이 끝났기에 진가인의 요청에 바로 응했다. 둘은 한 깔끔해 보이는 식당 앞에서 만났다. “천우 오빠, 저 대단하죠? 단번에 면접 성공했어요.”진가인은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그럼, 당연하지. 우리 가인이 참 대단해. 이렇게 똑 부러진 널 놓치면 회사의 손해지.”“아이 참, 농담 그만해요. 근데 이상하게도 그분들은 제가 면접 보러 가기도 전에 이미 날 채용하려고 찍어둔 것 같아요.”“그래?”예천우는 속으로는 담양이 너무 티 냈다고 욕하면서도 겉으로는 이렇게 말했다.“사전에 조사해 보고 네 조건
“임 씨 그룹에 무슨 문제가 있어?”“모르고 계셨습니까?”소문하는 멈칫하더니 곧 이어서 말했다. “소 씨 가문이 투자한 임 대표의 화장품에 큰 문제가 생겼어요. 지금 인터넷에서 난리가 났어요.”예천우는 눈썹을 찡그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재빨리 핸드폰으로 검색해 봤다. 그는 대충 훑어보더니 표정이 대뜸 흐려졌다. 화장품에 문제가 있더라도 그리 큰 문제는 아닐 테고 이렇게까지 커질 일은 더욱 아니었다. 아무래도 누군가 조작한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화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특히 임완유를 향한 심한 말들은 그를 더욱 열받게 하였다.그가 천해시에 온 이후로 정말로 화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보아하니 일부 사람들이 죽지 못해 환장한 모양이다.“소문하 씨, 이 일을 알리기 위해 나한테 전화한 것은 아닐 테고?”예천우가 단도직입적으로 그의 목적을 물었다. 소문하는 속으로 뜨끔해났다. 핸드폰을 통해서도 예천우의 말투에 살기가 가득한 것이 느껴져서 서둘러 말했다. “당연히 이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사건을 주도한 사람이 소문휘와 임 씨 그룹의 려성한이라는 것입니다.”그는 자칫 말실수를 해서 예천우가 성낼까 두려워 감히 뜸 들이지도 못하고 전부 말했다. “무슨 근거로 이런 말을 하는 거지?”예천우가 물었다. “제가 소문휘 신변에 사람을 꽂아뒀습니다. 이 일은 려성한이 소문휘를 찾아가 제안하고 소문휘의 승낙을 받고 진행한 겁니다.”소문하는 급히 해명했다. “그렇군.”“누군가 죽으려고 환장을 했군.”예천우의 말투가 싸늘해졌다.“그러니까요. 감히 천우 형님의 아내분을 건드릴 생각을 하다니요. 죽어 마땅하지요. 형님,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씀하십시오.”소문하가 냉큼 말했다.“흐음, 만약 소문휘의 팔다리를 자르라고 하면?”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소문하는 대뜸 안색이 변했지만 바로 대답했다. “형님 농담도 참 잘하십니다. 제게 그런 능력이 있었으면 지금까지 가만있지
임완유는 뜻밖의 말에 멍해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뭐라도 말하려 할 때에는 이미 상대방이 전화를 끊은 뒤였다. 이 남자는 권력도 돈도 없지만 항상 자신의 가슴에 와닿는 말을 하고 자신을 감동시키는 행동을 한다.하지만 동시에 사고뭉치이기도 했다.방금 그의 말은 무슨 뜻이지? 이 사건이 누군가 자신을 표적으로 일부러 꾸민 짓이란 말인가?‘정말 배후에 누군가 있다 하더라도 예천우의 능력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울 텐데? 또 무지막지하게 대처하면 모를까.’그가 평소에 하던 대로라면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임완유는 곧장 다시 전화를 걸었다.예천우는 끊자마자 임완유가 다시 전화를 걸어올 줄은 생각지 못했다. “완유야,”“예천우, 너 방금 한 말 무슨 뜻이야? 뭘 알아낸 거 맞지? 절대로 함부로 행동해서는 안 돼.”임완유는 곧바로 용건을 말했다. “함부로 안 해.”“그렇다면 너 정말 누가 조작했는지 알아냈어?”임완유가 놀라서 물었다.“응!”“누구야?”임완유가 냉큼 물었다.“소문휘, 려성한.”예천우는 임완유한테는 숨김이 없었다.“뭐?!”“그럴 리가 없어!”임완유는 예천우의 말을 들은 순간 급히 부인했다. “그때 우리가 소문휘에게 말 못 할 손해를 입힌 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한배를 탄 사람이잖아. 그 사람이 어떻게 루루 화장품에 손해를 입히겠어?”“려성한은 나랑 잘 맞지 않지만 그래도 자신의 이익에 손해되는 일을 할 사람은 절대 아니야. 이렇게 되면 려성한도 손해가 엄청날 텐데.”임완유는 말하고 나서야 생각나서 물었다. “넌 이런 지라시를 대체 어디서 들은 거니? 누가 일부러 너한테 흘린 거 아니야?”“왜 그렇게 생각해?”“이거 외에 다른 가능성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없어. 네가 감정적이고 겁이 없잖아. 일부러 가짜 소식을 너한테 흘려서 네가 충동적으로 사고를 치게 만드려는 거지.”“그건 아닐 거야.”“아닌지 네가 어떻게 알아. 이번 일은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니 나서지 마. 걱정 마. 내가 해결할 수 있어. 넌 아무것도 하지 마.”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인터넷에서는 이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2위, 3위 그 아래로도 관련 검색어가 여러 개 있었다. 그야말로 핫이슈였다. “사라 씨, 봤어요? 임 대표는 이제 끝났어요.”장연희가 비웃으며 말했다. 유사라 이것이 저들을 배신하고 돕지도 않더니 이제는 예천우와 붙어 다닌다.유사라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이 계속되면 임 대표는 정말 끝장날 것이다. 지금 인터넷에서는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고 빌딩 앞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그들의 표적은 전부 임 대표였다.어찌 된 영문인지 임대표가 이 논란의 중심에 세워졌다.하문, 이신향 등 임완유를 지지하던 사람들도 지금은 하나같이 비관적이었다. 그들도 이번 일이 전문적으로 임 대표를 향해 던진 화살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하지만 다들 임 대표가 오늘 버텨내지 못할 것이라고들 생각하고 있었다.예천우는 임완유의 경고를 받긴 했지만 손 놓고 볼 수만은 없어서 진가인에게 말했다. “가인아, 내가 지금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너 먼저 먹고 있어.”“네!”진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예천우는 구석에 가서 전화를 연거푸 몇 통 하고 나서 다시 돌아왔다. 다만 자신의 원래 자리가 아니라 두 여자가 앉아있는 옆 테이블이었다. 그는 얼굴을 가린 여인의 맞은편, 그 여인과 같이 온 일행의 옆에 앉았다.그의 목표는 임완유를 도와 이번 난관을 헤쳐나가는 것뿐이 아니었다. 그는 천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이번 기회를 계기로 루루 화장품의 명성을 세상에 널리 떨칠 예정이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서 루루 화장품이 대박 나게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진가인은 흠칫 놀랐다. 예천우가 계속 전화를 하더니 정신이 어디에 팔려서 자기 자리도 못 찾는다고 생각했다.두 여인도 많이 놀란 듯 했다. 일행 여인은 진가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리를 잘못 찾은 것 같은데요... 당신 자리는 저쪽이에요.!”“잘못 찾은 게 아닙니다.”예천우는 고개를 저
진은수의 강렬하고 압도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은 순간 멍해졌다.자연스레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한 위풍당당한 남성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그의 움직임과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기운을 보면 결코 평범한 인물이 아닌 것 같았다.손승우는 그 목소리를 듣고 얼굴이 굳어졌다. 고개를 돌려 확인하니 과연 위무권관의 관장 진은수였다. 진은수는 일반 권관의 관장이 아니었다.그의 문하 제자 중에서도 보통 신분이 아닌 사람들이 많았다. 각지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조차 그에게 자녀를 맡길 만큼 그의 권위는 대단했다. 허광호 역시 그의 제자 중 하나였으나 다른 진정한 고수들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다.그렇다고 해서 손씨 가문이 진은수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 손승우가 그에게 깍듯하게 대했던 건 어느 정도의 존경심 때문이었지 손씨 가문이 진은수에게 굴복할 정도는 아니었다.손승우는 그저 진은수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약간의 예의를 지켰을 뿐이었다.지금 진은수가 예천우를 위해 나섰다는 상황에 허씨 가문 사람들 또한 놀라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허광호는 경외의 눈빛으로 나서서 한 걸음 앞으로 나가 고개를 숙였다.“사부님, 오셨군요!”진은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을 뿐 아무 말 없이 성큼성큼 예천우가 있는 자리로 걸어갔다.허성태도 공손하게 그에게 인사했다.“진 관장님, 안녕하세요!”그는 허성태의 인사에도 응하지 않았고 마치 주변의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은 존재인 듯 무시하는 태도로 곧장 예천우에게 다가갔다.이 모습을 본 임완유와 임선호 남매도 눈을 휘둥그레 뜨며 진은수를 바라보았다. 그의 정체와 위압감에 놀란 두 사람은 진은수가 자신들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는 인물임을 직감했다. 게다가 손대우의 얼굴이 확연히 변해 있었다.허씨 가문 사람들 또한 존경의 눈빛으로 진은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을 보니 진은수는 확실히 이 지역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인물임이 틀림없
“아까 했던 말씀 기억 안 나세요? 분명 사모님은 우리 허씨 가문을 순식간에 없앨 수 있다고 했어요. 그렇게 강한 가문도 상대하지 못하는 사람을 우리보고 어쩌라는 말씀이죠?”“너!”강지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때 다행스럽게도 주성한이 더 이상 손승우를 때리지 않고 멈췄다. 예천우가 멈추라고 지시하지 않았음에도 더 때렸다간 정말 큰일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이때 손승우의 얼굴은 이미 맞아서 본래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형체가 망가졌다. 그나마 겨우 서 있을 수 있는 정도였다. 주성훈이 완전히 제어하지 않고 때렸다면 그 실력으로 두어 번만 더 때렸어도 손승우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것이다.그러나 손승우는 자신이 굴욕을 당했다는 사실에 엄청난 분노와 좌절감을 느꼈다. 그는 지금 매우 후회하고 있었다.‘왜 고작 몇 사람만 데려와서 이런 사태를 맞이하게 됐을까? 차라리 경찰이나 다른 고수를 데려왔다면 이렇게 어린 녀석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야.’주성한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서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예천우 씨, 말씀하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아주 잘했어요.”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번 일은 여기서 끝내죠. 이 정도면 주성한 씨의 실수는 없었던 걸로 해줄게."“감사합니다. 예천우 씨!”주성한은 감격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역시 대인배답게 용서해 주는 예천우의 아량에 그는 깊이 감동했다.“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주성한은 더 이상 이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닥쳐올 손씨 가문의 보복에 대비해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그래요. 가보세요.”예천우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허씨 가문의 사람들은 예천우가 주성한을 쉽게 보내는 것을 보고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저렇게 순순히 따르는 주성한을 왜 그냥 놓아주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예천우가 주성한을 이용해 손씨 가문을 상대하지 않으니 예천우가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주성한이 남아 있다면
이 말에 모든 사람이 다시 멍하니 얼어붙었다.허광호와 허종우는 입을 떡 벌린 채 예천우가 곧 손씨 가문의 주성한에게 혼쭐날 것이라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성한이 예천우에게 사과할 줄은 전혀 몰랐다.허가연의 부모들도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허성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설마 주성한이 예천우의 실력을 알아차린 걸까?’손동욱과 강지혜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다.얼굴이 새파래진 손승우는 주성한을 향해 소리쳤다.“주성한,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하지만 주성한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예천우의 지시를 기다렸다. 예천우는 미소를 띠며 손승우를 가리키며 말했다.“그래도 눈치는 빠른 편이네요. 저 노인네를 심하게 혼내주시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할게요.”그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한순간 멍해졌다. 손동욱과 강지혜에게 손을 댄 것도 모자라 이제는 손승우까지 두들겨 패라니 정말로 세상을 뒤집겠다는 소리였다.이제 모두의 시선이 주성한에게 집중되었다. 사람들은 과연 주성한이 어떻게 할지 궁금했다.주성한은 속으로 몹시 난처했다. 그는 손씨 가문의 재력과 권세가 만만치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손씨 가문의 재력과 인맥이면 나보다도 훨씬 대단한 고수들을 불러서 날 죽일 거겠지.’하지만 눈앞의 예천우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사실이었다. 간단한 동작으로 자신을 완전히 제압한 이 상대에게 주성한은 지금 예천우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결국 주성한은 이를 악물고 결심을 내렸다. 결국 손씨 가문 사람들이 먼저 자신을 사람 취급하지 않았는데 더 이상 그들에게 충성을 바칠 이유가 없었다.주성한이 예천우의 지시에 따라 손승우에게 다가가자 그제야 손승우는 사색이 되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예천우가 말한 노인네는 바로 손승우였다.손동욱과 강지혜는 주성한이 예천우의 지시를 따르는 걸 보고 혼란에 빠졌다. 손씨 가문의 권세를 잘 알고 있는 주성한마저 이렇게 나서는 건 전혀 예상 밖의 일이었다.손승우는 허둥지둥하며 외쳤다.“
임완유는 예천우 덕분에 완전히 달라진 동생을 보며 감동에 젖어 조용히 그에게 말했다.“천우야, 정말 고마워.”만약 예천우의 꾸짖음과 조언이 없었다면 동생이 이렇게 책임감 있고 당당하게 성장하진 못했을 것이다.임선호가 열심히 무술을 연습한 것도 분명 예천우의 영향을 받은 덕분이었다.비록 싸움 도중 몇 번 다치기는 했지만 임선호는 눈빛 하나 흔들림 없이 상대와 끝까지 맞섰고 치열한 싸움 끝에 마침내 그들 모두를 물리쳤다.예천우가 직접 나섰다면 이 정도 상대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지만 그는 임선호가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하려는 듯 가만히 지켜보았다.그 모습에 임완유뿐만 아니라 허가연의 부모들도 속으로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임선호의 실력이 아직 부족할지라도 그는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웠고 그런 끈기와 단호함이 허가연의 부모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허가연의 부모는 속으로 어쩌면 임선호가 정말로 딸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전에 임선호에 대한 정보가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고 이제 손씨 가문의 일만 잘 넘어간다면 더는 임선호와 허가연의 결혼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싸움이 끝나자마자 허가연은 달려가 임선호를 걱정하며 연신 다친 데는 없는지 확인했다.임선호는 아픈 몸을 이끌고도 밝게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이 정도 상처쯤이야. 널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그 말에 허가연은 감동으로 눈시울이 붉어졌다.반면 임선호가 뿌듯해하는 모습에 손씨 가문의 사람들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특히 강지혜와 손동욱은 주성한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제대로 임무를 수행했더라면 이렇게까지 허씨 가문 사람들이 뿌듯해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주성한이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했다.주성한 또한 그 시선을 느끼고 있었고 분노와 불만이 치밀었다. 자신이 최선을 다해 싸웠지만 결과는 이 모양이고 위로는커녕 비난만 받으니 정말 못마땅했다.오히려 손승우가 황급히 주
주변 사람들은 그 장면을 보고 전부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무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싸움이 시작되었는데 오히려 손씨 가문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허성태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이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이 더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예천우가 쉬운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성한이 갑자기 넘어지게 된 것도 어쩌면 예천우가 한 짓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그때 허광호의 전화가 울렸고 사부님이었다. 주성한과 강지혜의 다툼을 뒤로 한 채 그는 서둘러 전화기를 들고 한쪽으로 물러나 전화를 받았다.“사부님!”“그래. 네 아버지가 지금 집에 계셔?”위무권관의 관장인 진은수는 마침 허씨 저택 근처에 있었고 얼마 전에 허성태의 몸 상태를 진단해 주겠다고 한 약속을 떠올리며 들를 겸 전화를 걸었다.“계십니다!”허광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서둘러 물었다.“사부님,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말씀만 하세요. 뭐든 제가 처리하겠습니다.”사부님은 아주 높으신 분이니 사부님 곁에 머물 기회만 주어져도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허씨 가문은 아직 충분히 강하지 않았기에 이 관계를 더 돈독히 하면 앞으로 좋은 점이 많았다.“별일 아니야. 근처에 있어서 그냥 네 아버지 보러 들르려고.”진은수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허광호는 집안에서 난리가 난 걸 언급할지 생각하다가 이내 말을 삼켰다. 사부님의 어마어마한 무공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번에 잘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만약 손씨 가문이 허씨 가문을 공격하려 든다면 사부님이 눈앞에 계시는데 그냥 넘어가시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사부님은 동성 4대 가문들도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할 만한 인물이었다.위무권관 관장은 동성에서 명망 높은 사람이었다.진은수는 무공이 절정에 달해 언제든 종사 경지로 나아갈 수 있는 실력자였고 그의 부하 중에는 뛰어난 강자들도 많았다.그래서 누구든지 진은수의 체면을 챙겨줘야 했다.허광호는 지금
허성태는 이 광경을 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이 녀석은 정말 끝났어. 살아남기 힘들 거야.’주변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하는 눈치였고 심지어 허가연조차 그런 분위기였다.하지만 임선호와 임완유는 달랐다. 특히 임완유는 예천우의 실력을 여러 번 목격했기에 이 정도로는 그를 위협할 수 없다고 확신했다.게다가 예천우가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고 있어 더 안심할 수 있었다.예상대로 예천우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오른손을 가볍게 튕겼다. 그러자 견과류 하나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날아가 주성한의 다리에 명중했고 주성한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 땅바닥에 쓰러졌다.원래라면 손이라도 짚고 균형을 잡을 수 있었겠지만 이상하게도 손마저 힘이 빠져 바닥에 얼굴을 박고 말았다.주변 사람들은 이 광경에 멍해졌다.주성한이 대단한 기세로 예천우에게 돌진했는데 결과는 그가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비꼬듯 말했다.“이게 무슨 자세인가요? 제가 아무리 무서워도 굳이 이렇게 엎드려 절할 필요는 없잖아요?”“이, 이 자식이...”주성한은 속이 뒤집히는 듯했고 뭔가에 당한 게 분명했다.손승우도 잔뜩 화가 나서 소리쳤다.“주 사부님, 이게 뭐 하는 겁니까! 당장 일어나서 저 녀석을 박살 내세요!”자신이 돈을 들여 고용한 무술 고수가 이렇게 바닥에 나가떨어지는 꼴을 보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주성한은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다리와 손의 통증도 마다하고 다시 예천우에게 다가갔다. 이번에 그는 예천우의 행동을 주의 깊게 살폈다. 그러다 예천우가 다시 무언가를 던지는 것을 포착했는데 그게 고작 견과류라는 걸 알고는 경악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알아차렸다 해도 피할 수 없었다.결국 주성한은 무릎에 다시 견과류를 맞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번에는 두 무릎을 꿇고 절하는 모양새가 되었다.주변 사람들은 다시 한번 입을 다물었다. 아까도 모양새가 좋지 않았는데 이제는 두 무릎을 꿇고 절하는 꼴이 되니 다들 어이없어했다.손승우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
강지혜는 허겁지겁 피하려고 했지만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걸 다 피할 수가 없었고 결국 머리가 헝클어져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얼굴도 맞아서 약간 고통이 안겨 왔다.강지혜는 도저히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서 소리쳤다.“이 자식아, 두고 보자. 내가 반드시 너를 지옥에 떨어뜨려 줄 거야. 누구도 날 막을 순 없어!”그러자 예천우는 비웃는 얼굴로 대꾸했다.“또 그 소리네요. 역시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하더니 쓰레기는 역시 쓰레기네요.”예천우는 강지혜의 협박에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다.주변의 허씨 집안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완전히 얼어붙었다. 심지어 허광호마저도 예천우가 어떻게 비참한 결말을 맞을지 기대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예천우를 혼내야 한다는 것도 잊고 말았다.그때 누군가 들어와서 소식을 전했다. 손씨 가문의 가주가 직접 사람들을 이끌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허성태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굳어졌고 서둘러 문 쪽으로 향했다.마침내 문이 열리더니 허씨 집안 하인 둘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그리고 그 뒤로 험상궂은 얼굴에 강렬한 위엄을 풍기는 한 50대 중반의 남성이 들어왔다.그의 옆에는 날렵한 걸음걸이로 따라오는 노인이 있었는데 걸음 모양새만 봐도 상당한 실력의 고수임이 느껴졌다.그리고 그들 뒤로는 경호원들이 줄지어 들어왔는데 동일한 복장에 강한 기운을 뿜어내며 위압감을 자아냈다.허성태는 다급히 앞으로 나서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손 가주님께서 오셨군요.”“비켜!”손승우는 손동욱과 전화했을 때 이미 허씨 가문이 돕기는커녕 예천우 편을 들고 있다는 사실에 몹시 화가 난 상태였다.그래서 그는 즉시 사람을 데리고 허씨 저택으로 쳐들어왔다.예전 같았으면 허성태에게 몇 마디 예의를 차렸겠지만 오늘은 전혀 그런 모습 없이 그를 밀치고 안으로 들어왔다.그러자 허성태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지만 곁에서 임선호가 빠르게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허성태는 임선호를 잠시 쏘아보며 손을 뿌리쳤다. 순간적으
“겁먹은 얼굴로 그렇게 초조해하는 것 좀 봐. 그래서 감히 가연이랑 결혼하겠다고 나설 생각을 한 거야?”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네 아버지는 언제쯤 오는데?”“그게... 아마 30분 정도 걸릴 거야.”손동욱의 아버지가 있는 곳은 너무 멀진 않지만 당장 가까운 거리도 아니어서 시간이 좀 필요했다.손동욱의 아버지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 즉시 오겠다고 했고 그는 다른 고수들을 부르지 않고 직접 와서 예천우를 처리하기로 마음먹은 듯했다.“아직도 그렇게 오래 걸려? 너무 느린 거 아냐.”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주변 사람들은 예천우의 태도에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지금까지 이렇게 대담하게 나서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곧 손씨 가문의 가주인 손승우가 오면 예천우는 분명히 참담하게 당할 게 뻔해 보였다.하지만 예천우는 그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테이블 위의 과일을 보고는 말했다.“시간이 좀 남는 것 같은데... 여기 과일이 꽤 잘 익었네.”“자, 다 같이 앉아서 천천히 먹으면서 기다려요!”예천우는 자리에 앉아 차를 따르고 견과류를 하나씩 천천히 집어 먹기 시작했다. 그는 여유롭게 임선호와 임완유에게도 자리를 권하며 함께 먹자고 했다. 임선호는 허가연을 데리고 자리에 앉았고 그들은 진짜 여유롭게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다.이를 지켜보던 허성태는 깜짝 놀랐다. 왠지 임선호의 매부 예천우라는 사람이 보통 사람은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연기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손씨 가문에 감히 대적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어쩌면 예천우가 정말로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허가연은 진정으로 좋아하는 임선호와 결혼할 수 있을 것이다.임완유는 부러운 눈빛으로 허가연을 바라보았다.허가연은 자기 부모와는 달리 진정으로 딸을 위해 생각해 주시는 부모님이 계셨다. 하지만 임완유의 부모는 오히려 그녀를 끝없는 위험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번에도 예천우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아마 비참한 결말을
허성태는 어두운 얼굴로 그들을 쳐다봤다. 결국 여기는 허씨 가문의 집이었으니 말이다.허씨네 저택에서 손동욱과 강지혜가 뺨을 맞았으니 어쩌면 허씨 가문도 역시 연루될 가능성이 컸다.허종우와 허광호도 마찬가지로 큰 충격을 받아서 말문이 막혔다.분노에 찬 강지혜와 손동욱은 벌써 불같이 화가 났다. 특히 손동욱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으르렁댔다.“너희들은 이제 다 죽었어. 그 누구도 너희를 구하지 못할 거야. 나 손동욱이 분명히 말했어!”말을 마친 손동욱은 서둘러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이 상황을 본 허종우는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다.“너희들은 정말 간탱이가 부었구나. 감히 사모님과 동욱 도련님을 때리다니! 광호야, 뭐 하고 있어? 빨리 저놈들을 잡아!”허종우는 자기가 이 시점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손씨 가문의 고수들이 도착했을 때 불똥이 자신한테 튕길까 봐 두려웠다.허광호도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는 예천우에게 으르렁댔다.“이건 네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일이야. 그러니 날 탓하지 마!”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사납게 예천우에게 달려들었다.허광호는 위무권관의 관주 진은수에게서 오랫동안 배워 온 무술로 인해 비록 재능은 부족했으나 상당히 강한 내공을 가진 고수였고 지금은 명경 절정의 경지였다. 그는 평범한 상대는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실력자였기에 예천우 같은 이 정도 상대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안 돼요!”그때 허가연이 재빨리 나서서 허광호를 막으려 했다.그러자 허광호는 더욱 분노에 휩싸였다.바로 그때 허성태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광호야, 그만해.”“하지만...”“이 일은 손씨 가문과 임선호 사이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야. 우리 허씨 가문 사람은 끼어들지 마.”허성태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강지혜와 손동욱을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제가 이미 약속을 한 상태라 부득이하게 이번 일에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그러자 강지혜는 매섭게 허성태를 노려보며 비웃었다.“허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