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건이 터졌으니 당연히 제일 먼저 임완유의 책임을 묻는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현재로서는 아직 상황을 파악 중입니다. 결과가 있으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임완유가 말했다. “그래요.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만약 임 대표의 실수로 투자자인 제가 손실을 입게 되면 전 끝까지 임 대표의 책임을 따질 겁니다.”소문휘는 냉정하게 말하고는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그의 눈빛에는 차가운 기운이 돌았다.이번 사건은 바로 그의 승인하에 조작된 것이다. 아니면 려성한은 감히 움직이지 못했을 것이다. 어쨌든, 손해를 보는 것은 임 씨 가문뿐이 아니라 소 씨 가문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소 씨 가문에서도 거액의 자금을 투자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려성한의 방법은 진짜 구리긴 했다. 만약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임 씨 그룹에 심한 타격을 주는 동시에 려성한 자신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얼굴색이 잿빛이 된 임완유는 아직 이 사건의 발단을 모르고 있었다. 진미소가 오자 바로 화를 내며 연달아 질문했다. 인터넷에 달린 댓글을 보면서 그녀는 정말 화가 많이 났다. 특히 회사의 갑질 태도에 관한 댓글들을 보면 더욱 그러했다. 만약 처음 문제를 발견했을 때 잘 해결했으면 절대 지금처럼 논란이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다. 진미소도 억울했다. 그녀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몰랐다. 지금 전 직원들이 폐쇠 회로 영상을 돌려보는 등 상황을 조사하고 있으니 곧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와 동시에 그녀는 신속히 입장문을 발표했다. 본사 제품은 검측 센터의 검측을 통과한 제품으로, 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조건하에서는 제품 사용 시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문구와 함께 검측 합격 증명서, 생산 허가 증명서 등을 올렸다.그리고, 피해자의 주장에는 오해가 있을 것이고 회사 직원이 의사를 전달하는 중에 착오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만약 실제로 문제가 있다면 회사 측에서는 절대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이에 따른 배상을 하겠으니 회사에 방문하여 배상 청구하실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런 입장
예천우가 이런 미녀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공손진은 샘이 났다. “예천우 이 녀석 땡잡았네. 이런 절세 미녀를 둘이나 알다니. 심지어 양다리까지 걸치고 있어.”“그러게 말입니다. 근데 이 여자 신분이 보통이 아닙니다.”“음?”“용등 상회 회장 양대복이 애지중지하는 딸입니다.”“양대복의 딸이라고?”“그렇군. 어쩐지 사진 한 장도 누출되지 않고 경찰에서도 이렇게 빨리 풀어준다 했어. 다 양대복의 덕을 봐서였어.”“네, 그러니 그 녀석의 능력을 증명할 수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냥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만약 양대복의 딸까지 엮이지 않았으면 풀려나지 못했을 겁니다.”“일리가 있어. 이렇게 된 이상, 우리는 먼저 지켜만 보는 거야. 기다려봐, 양대복이 얼마나 흉악한 사람인데. 이 녀석이 자신의 딸한테 집적대는 걸 알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공손진이 담담하게 말했다. 감히 자신과 여자를 두고 경장하는 자는 반드시 죽게 되어있다. 예천우는 양대복의 손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운이 좋아 벗어난다 해도 자신이 놔주지 않을 것이다. 모처럼 자신이 정복하고 싶은 여자를 만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자신의 앞에서 얼쩡대는 예천우를 진작에 밟아버렸을 것이다.이때, 예천우는 마침 진가인의 연락을 받고 점심 먹으러 나왔다. 면접에 성공한 진가인은 기분이 업되어 있었다. 어제 예천우의 상서로운 말 덕분이라며 밥을 사겠다고 했다. 예천우도 마침 수련이 끝났기에 진가인의 요청에 바로 응했다. 둘은 한 깔끔해 보이는 식당 앞에서 만났다. “천우 오빠, 저 대단하죠? 단번에 면접 성공했어요.”진가인은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그럼, 당연하지. 우리 가인이 참 대단해. 이렇게 똑 부러진 널 놓치면 회사의 손해지.”“아이 참, 농담 그만해요. 근데 이상하게도 그분들은 제가 면접 보러 가기도 전에 이미 날 채용하려고 찍어둔 것 같아요.”“그래?”예천우는 속으로는 담양이 너무 티 냈다고 욕하면서도 겉으로는 이렇게 말했다.“사전에 조사해 보고 네 조건
“임 씨 그룹에 무슨 문제가 있어?”“모르고 계셨습니까?”소문하는 멈칫하더니 곧 이어서 말했다. “소 씨 가문이 투자한 임 대표의 화장품에 큰 문제가 생겼어요. 지금 인터넷에서 난리가 났어요.”예천우는 눈썹을 찡그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재빨리 핸드폰으로 검색해 봤다. 그는 대충 훑어보더니 표정이 대뜸 흐려졌다. 화장품에 문제가 있더라도 그리 큰 문제는 아닐 테고 이렇게까지 커질 일은 더욱 아니었다. 아무래도 누군가 조작한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화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특히 임완유를 향한 심한 말들은 그를 더욱 열받게 하였다.그가 천해시에 온 이후로 정말로 화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보아하니 일부 사람들이 죽지 못해 환장한 모양이다.“소문하 씨, 이 일을 알리기 위해 나한테 전화한 것은 아닐 테고?”예천우가 단도직입적으로 그의 목적을 물었다. 소문하는 속으로 뜨끔해났다. 핸드폰을 통해서도 예천우의 말투에 살기가 가득한 것이 느껴져서 서둘러 말했다. “당연히 이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사건을 주도한 사람이 소문휘와 임 씨 그룹의 려성한이라는 것입니다.”그는 자칫 말실수를 해서 예천우가 성낼까 두려워 감히 뜸 들이지도 못하고 전부 말했다. “무슨 근거로 이런 말을 하는 거지?”예천우가 물었다. “제가 소문휘 신변에 사람을 꽂아뒀습니다. 이 일은 려성한이 소문휘를 찾아가 제안하고 소문휘의 승낙을 받고 진행한 겁니다.”소문하는 급히 해명했다. “그렇군.”“누군가 죽으려고 환장을 했군.”예천우의 말투가 싸늘해졌다.“그러니까요. 감히 천우 형님의 아내분을 건드릴 생각을 하다니요. 죽어 마땅하지요. 형님,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씀하십시오.”소문하가 냉큼 말했다.“흐음, 만약 소문휘의 팔다리를 자르라고 하면?”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소문하는 대뜸 안색이 변했지만 바로 대답했다. “형님 농담도 참 잘하십니다. 제게 그런 능력이 있었으면 지금까지 가만있지
임완유는 뜻밖의 말에 멍해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뭐라도 말하려 할 때에는 이미 상대방이 전화를 끊은 뒤였다. 이 남자는 권력도 돈도 없지만 항상 자신의 가슴에 와닿는 말을 하고 자신을 감동시키는 행동을 한다.하지만 동시에 사고뭉치이기도 했다.방금 그의 말은 무슨 뜻이지? 이 사건이 누군가 자신을 표적으로 일부러 꾸민 짓이란 말인가?‘정말 배후에 누군가 있다 하더라도 예천우의 능력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울 텐데? 또 무지막지하게 대처하면 모를까.’그가 평소에 하던 대로라면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임완유는 곧장 다시 전화를 걸었다.예천우는 끊자마자 임완유가 다시 전화를 걸어올 줄은 생각지 못했다. “완유야,”“예천우, 너 방금 한 말 무슨 뜻이야? 뭘 알아낸 거 맞지? 절대로 함부로 행동해서는 안 돼.”임완유는 곧바로 용건을 말했다. “함부로 안 해.”“그렇다면 너 정말 누가 조작했는지 알아냈어?”임완유가 놀라서 물었다.“응!”“누구야?”임완유가 냉큼 물었다.“소문휘, 려성한.”예천우는 임완유한테는 숨김이 없었다.“뭐?!”“그럴 리가 없어!”임완유는 예천우의 말을 들은 순간 급히 부인했다. “그때 우리가 소문휘에게 말 못 할 손해를 입힌 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한배를 탄 사람이잖아. 그 사람이 어떻게 루루 화장품에 손해를 입히겠어?”“려성한은 나랑 잘 맞지 않지만 그래도 자신의 이익에 손해되는 일을 할 사람은 절대 아니야. 이렇게 되면 려성한도 손해가 엄청날 텐데.”임완유는 말하고 나서야 생각나서 물었다. “넌 이런 지라시를 대체 어디서 들은 거니? 누가 일부러 너한테 흘린 거 아니야?”“왜 그렇게 생각해?”“이거 외에 다른 가능성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없어. 네가 감정적이고 겁이 없잖아. 일부러 가짜 소식을 너한테 흘려서 네가 충동적으로 사고를 치게 만드려는 거지.”“그건 아닐 거야.”“아닌지 네가 어떻게 알아. 이번 일은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니 나서지 마. 걱정 마. 내가 해결할 수 있어. 넌 아무것도 하지 마.”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인터넷에서는 이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2위, 3위 그 아래로도 관련 검색어가 여러 개 있었다. 그야말로 핫이슈였다. “사라 씨, 봤어요? 임 대표는 이제 끝났어요.”장연희가 비웃으며 말했다. 유사라 이것이 저들을 배신하고 돕지도 않더니 이제는 예천우와 붙어 다닌다.유사라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이 계속되면 임 대표는 정말 끝장날 것이다. 지금 인터넷에서는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고 빌딩 앞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그들의 표적은 전부 임 대표였다.어찌 된 영문인지 임대표가 이 논란의 중심에 세워졌다.하문, 이신향 등 임완유를 지지하던 사람들도 지금은 하나같이 비관적이었다. 그들도 이번 일이 전문적으로 임 대표를 향해 던진 화살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하지만 다들 임 대표가 오늘 버텨내지 못할 것이라고들 생각하고 있었다.예천우는 임완유의 경고를 받긴 했지만 손 놓고 볼 수만은 없어서 진가인에게 말했다. “가인아, 내가 지금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너 먼저 먹고 있어.”“네!”진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예천우는 구석에 가서 전화를 연거푸 몇 통 하고 나서 다시 돌아왔다. 다만 자신의 원래 자리가 아니라 두 여자가 앉아있는 옆 테이블이었다. 그는 얼굴을 가린 여인의 맞은편, 그 여인과 같이 온 일행의 옆에 앉았다.그의 목표는 임완유를 도와 이번 난관을 헤쳐나가는 것뿐이 아니었다. 그는 천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이번 기회를 계기로 루루 화장품의 명성을 세상에 널리 떨칠 예정이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서 루루 화장품이 대박 나게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진가인은 흠칫 놀랐다. 예천우가 계속 전화를 하더니 정신이 어디에 팔려서 자기 자리도 못 찾는다고 생각했다.두 여인도 많이 놀란 듯 했다. 일행 여인은 진가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리를 잘못 찾은 것 같은데요... 당신 자리는 저쪽이에요.!”“잘못 찾은 게 아닙니다.”예천우는 고개를 저
같이 온 장미나도 할 말이 없었다. 사실 그녀도 예천우의 말이 별로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말의 기회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상대방에게 정말 방법이 있을지 모르는 일이니까.예천우는 진나비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의 심경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못 미더우신가 보네요. 이제는 아무도 못 믿으시겠죠?”“하지만 제게 기회를 주시면 하루 만에 확실한 효과를 보게 해드리겠습니다.”진나비는 예전의 아무것도 모르던 풋내기가 아니다. 이 말을 듣은 그녀는 싸늘하게 말했다. “긴 말 필요 없어요. 전 진나비가 아닙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통 모르겠네요.”이 말을 끝내고는 그녀는 일어섰다.“미나야, 가자!”장미나도 할 수 없이 계산하고 따라 일어섰다.하지만 자리에서 일어선 순간 입구에 남자 두 명과 여자 한 명이 나타났다.두 남자는 여자의 양옆에 서있었는데 여자의 몸매는 보통이였으나 아주 요염하게 꾸미고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수많은 액세사리를 하고 있었는데 엄청 부티 났다.두 남자는 다 그녀와 매우 친밀한 관계인 것 같았다. “어머, 이게 누구야, 우리의 국민 첫사랑 나비 아니야?”여인은 둘을 보더니 호호 웃으며 비아냥거렸다.‘감히 나를 사기꾼으로 몰고 해고까지 했단 말이지? 아직도 네가 예전의 국민 첫사랑인 줄 알아? 이 언니도 네 뒤치다꺼리할 시간이 없단다.'‘지금 이 언니는 너의 재산을 손에 넣어서 돈도 넘쳐나고 남자도 넘쳐난단다. 그때는 너의 돈을 빼돌리지 못했으니 그렇지, 아니면 내가 네 뒤치다꺼리를 왜 했겠어.’진나비는 안색이 확 변했다. 그녀를 보니 치가 떨렸다. 눈앞에 있는 여자가 바로 자신이 가장 위기에 처했을 때 도와주기는커녕 자신의 돈을 사기 쳐간 매니저 언니였다.만약 매니저 언니가 가짜 신의를 찾아서 연기하지 않았으면 그녀는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진짜 능력 있는 의사를 찾아갔을 것이다. 그랬으면 그녀는 진작에 완쾌됐을 것이다. 장태산 신의가 그녀에게 너무 늦게 왔
“왜 말을 못 해? 반박이라도 좀 해보지 그래?”“사람이 자기 분수를 알아야지. 분수를 모르고 나내다가는 험한 꼴을 당하게 된단다.”조혜선은 득의에 찬 표정이었다. 예전에 진나비의 매니저로 있으면서 굽실대던 시기를 생각하면 지금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진나비는 너무너무 화났다. 장미나가 맞는 것을 보니 자신이 맞는 것보다도 더 괴로웠다. 하지만 그녀는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조혜선 양 옆에 서있는 두 남자를 보니 조혜선을 때리려고 해도 치기도 전에 자신이 맞을 것 같았다. 바로 이때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아가씨는 어디서 오셨나요? 혹시 묘연각에서 오셨나? 허세가 장난이 아니네.”이 말이 나오자 다들 예천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진나비와 장미소도 예천우가 그들 대신 나서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것도 이렇게 조혜선을 비꼬면서 말이다.조혜선도 멈칫했다. 한참 후에야 예천우가 일부러 자신을 기생이라고 말했다는 것을 알아채고 발끈 화를 냈다.“이 녀석이 지금 나를 욕했어?”“당신 말고 여기 그런 사람 또 있나요?”“뒤지려고!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이런 말로 나를 모욕했어? 내가 너 험한 꼴 보게 해줄 수 있어, 알아?”조혜선이 성내자 옆에 있던 두 남자도 슬슬 손을 쓰려고 했다. “모르겠는데요. 이렇게 덩치 큰 남자 둘씩이나... 밤에 당신이 험한 꼴을 당할 건 알겠네요.”예천우가 후훗 웃었다. 그의 말뜻은 너무나도 뻔했다.“너!”“가서 저 녀석 폐인 만들어버려!”조혜선은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래졌다. 진나비와 장미소 둘은 이 장면을 보고 얼마나 속이 시원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금방 또 걱정이 앞섰다. 조혜선은 업계에서 인맥이 꽤 넓은 편이다. 게다가 재력도 있고 실력도 만만치 않다.그녀를 건드리면 이 젊은 친구는 득이 될 게 없을 뿐만 아니라 해코지를 당할 수도 있다.하지만 이미 두 남자가 좌우로 공격이 들어간 후였다.펑, 펑…그들은 예천우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하고 예천우에 발에 차여 나가떨어졌다. 예천우는
그 바람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이게 사람의 힘으로 가능한 일인가. 너무 끔찍했다. 그리고 정말 인정사정 보지 않았다.예천우는 조혜선을 돌아보지도 않았다. 이런 나쁜 사람이 어떻게 되든 관심이 없었던것이다. 그는 서둘러 식당을 나와 진가인과 갈라선 후 곧장 회사로 달려갔다.이때 조혜선은 아픈 몸으로 가까스로 기어 일어났다. 그녀는 많이 놀라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여 얼굴을 부여잡고는 거친 숨을 쉬고 있었다. 그녀의 한 쪽 얼굴은 이미 부어올랐다.진나비와 장미나도 눈이 휘둥그레져서 쳐다보고 있었다. 방금 화면이 현실이 맞는지 의심이 갔다.“보긴 뭘 봐. 너네 둘 딱 기다려. 그 녀석은 반드시 이 일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너네 둘도 책임을 면할 수 없어.”조혜선은 화가 나서 눈에 쌍심지를 켜고 그녀들을 노려보았다.진나비와 장미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심지어 조혜선이 찾지 못하게 거처도 옮겼다. 조혜선이 이번에 크게 당했으니 어떻게든 복수하려고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다만 그 청년이 이렇게 나서서 도와줬는데 자신은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진나비는 조혜선을 본 순간 심지어 그 청년도 조혜선의 사주를 받고 자신을 접근한 게 아닐까 하고 잠깐 의심했었다. 아니면 어찌 그런 우연이 다 있단 말인가. 몇 달 동안 안 보이던 조혜선이 마침 그때 그곳에 나타났다는 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우연만은 아닌 것 같았다.하지만 그 귀뺨 한방이 진나비의 의심을 싹 가셔주었다. 정말 짜고 쳤다고 해도 진나비를 그렇게 심하게 때리지는 않을 것이다. 너무 심했다. 보기만 해도 너무 아플 것 같았다. 그것은 절대 연기가 아니었다.하지만 아쉽게도 그 청년의 번호를 받아놓지 못했다. 연락이 되면 정말 고맙다고 인사라도 하고 싶었다.임완유는 예천우와의 통화를 마치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는데 이때 려성한이 나타났다.그의 뒤에는 회사 사업 개발부 이사 왕건 등 일행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