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완유가 예천우를 아꼈기 때문에 하문은 자리를 떠난 직후 임완유에게 가서 보고했다.임완유가 그녀의 말을 듣고 크게 화를 냈다. 심지어 그녀에게 심한 말까지 하며 나무랐다.하문은 하는 수 없이 돌아가야만 했다. 하지만 예천우가 누구이기에 임완유가 이토록 신경 쓰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신향 씨, 저 좀 봐요.”살짝 당황한 이신향이 자리에서 일어섰다.하문이 그녀에게 물었다.“왕유 씨와 천우 씨가 틀어진 이유에 대해서 처음부터 낱낱이 얘기해줘요.”아까 자신이 했던 말을 수습하려면 명분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의 체면이 뭐가 되겠는가.듣고 있던 이신향은 즉시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앞부분은 생략했다. 그것은 모두가 처음에는 예천우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그저 오늘 수십번 돌변한 왕유의 태도에 대해 하나도 빠짐없이 말했을 뿐이었다.좀전의 지나친 단어 사용과 태도도 빠뜨리지 않았다.그녀는 예천우가 회사를 떠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도리어 왕유가 떠나길 바랐다.듣고 있던 하문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회사에 존재한단 말인가? 그녀는 하마터면 이런 사람 때문에 대표님과 얼굴을 붉힐 뻔했다.합당한 이유를 찾지 못할까 봐 걱정이었는데 이건 이유를 넘어 용납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하문의 표정이 유난히 음산했다. 걸어 오는 그녀의 모습에 왕유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만약 예천우를 향한 것이라면 팀장을 불러내 무언가를 묻지 않을 것이다.그리고 팀장의 태도를 보면 절대 자신에게 유리한 말을 할 것 같지 않았다.다른 이들은 고개를 떨구고 일에 열중했다. 하지만 모두 긴장하고 있었다.하문이 손뼉을 치며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켰다.“모두들 손에 잡고 있던 일들은 잠깐 내려놓으세요. 할 말이 있습니다.”모두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하문을 바라봤다.“우선, 조금 전 일은 제가 실수했습니다. 일방적인 말만 듣고 천우 씨가 거만하다고 판단했고 신중하게 알아본 결과 천우 씨의
예상대로 그들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하문은 왕유를 한번 보고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당신 스스로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말을 했는지 아실 테죠? 그러니 회사를 비난하지 마세요.”“행정 부문을 찾아 결산을 마치고 회사를 나가주세요.”왕유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나이를 진득하게 먹은 그는 이대로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그의 나이와 능력으로는 이보다 더 나은 새 직장을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그는 다급하게 말했다.“총괄님, 제가 잘못했다는 걸 알아요. 이렇게 빌게요.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안 될까요?”하문은 고개를 저었다.“당신과 천우 씨가 여러 차례 트러블이 있었고 둘 중 한 명이라면 당신 생각에는 제가 누굴 남길까요?”왕유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예천우는 그에게 아량을 베풀지 않을 거란걸 그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이 모든 것은 예천우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순순히 떠나는 것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하문이 떠나자 이신향과 몇몇 동료들은 너무 기뻤다.첫째는 왕유가 방금 확실히 도가 지나치게 행동해서 상응한 벌을 받았기 때문이고 둘째는 예천우의 능력이 다시 한번 검증을 받았기 때문이다.아니면 하문이 방금 내린 결정을 여러 번 번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런 사람이 2팀에 있으니, 그들에게는 이득이었다.90억의 격차도 어쩌면 대수롭지 않게 좁힐 수 있을 것 같다.그 후 며칠은 이런 가볍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2팀은 격차를 줄이기 위해 한 번 또 한 번 노력을 쏟고 있었다.하지만 잔혹한 현실은 코앞으로 다가왔고 내일 오전 9시면 상반기 영업 총결산이 시작된다.그때가 되면 승부도 판가름 날 것이다.그들에겐 여전히 50억 뒤처진 상태이다.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예천우에게 집중되었다.예천우의 강력한 능력 때문에 아무도 그를 신경 쓸 수 없었고 차마 뭐라 하지 못했다.하지만 오늘이 마지막 날이고 그는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모두들 얼어붙었다. 영업팀에서 예천우에게 어마어마한 배경이 있다는 것을 입에서 입으로 전하고 있는 지금 이 상황에서 김선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고 심지어 공공연히 조롱하고 있었다.예천우는 평안한 얼굴로 담담하게 대답했다.“맞아요. 내가 그 대단한 고수인데 나에게 한 수 배우러 온 건 가요?”“한 수 배워요? 하하, 재밌네요. 당신이 진짜 아주 대단한 줄 아는 모양이네요?”김선이 비웃었다.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예천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뜻이죠?”“무슨 뜻인지는 당신이 더 잘 알지 않나요? 내가 입만 뻥긋하기만 하면 당신은 그 즉시 나락 갈 거예요.”김성은 턱을 치켜올리며 건방을 떨었다.“김선 씨, 그만하세요. 당신이 누구라고 사람을 자른다는 거예요!”이신향이 화를 냈다.“하하, 당연히 누구를 자르고 싶다고 자를 순 없죠. 하지만 회사 사람이라면 저런 직원을 쫓아내고 싶을 거예요.”김선이 소리를 높였다.“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이신향은 김선이 미친것 같았다. 예전에는 얄밉고 사악한 면이 있긴 했지만 이처럼 미친 모습은 아니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요? 내가 보이겐 당신들이 사실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거예요.”“당신들은 진자 그 50억을 그가 해결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건 대표님이 사람을 통해 해결한 거라고요. 저 사람 주제에 어떻게 50억을 해결해요?”김선이 웃음을 터뜨렸다.“말도 안 돼요. 총괄님이 잘못 안 거라고 직접 해명까지 했어요.”이신향이 큰소리로 반박했다.“잘못 알았다고요? 그건 총괄님이 그를 구제하기 위해서 일부러 공로를 그에게 돌린 거예요. 총괄님이 바보도 아니고 이런 일을 헷갈리겠어요?”이 말에 모두들 갑자기 깨달았다.이 상황만이 사실에 부합한다고 느꼈다.그들은 그 현장에 있었고 예천우가 전화를 한 번만 걸었고 꾸중을 들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세 회사의 연체금이 계좌에 박혔다.이신향도 어느 정도 믿고 있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말이
예천우가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들 불신으로 가득했다. 심지어 이신향까지도. 그는 너무 답답했다.이신향은 그를 믿지 않았지만 입으로는 전혀 다른 말을 했다.“증거를 가지고 증명해. 그게 아니라면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흥! 믿지 않겠으면 말아요. 어차피 내일이면 결과는 나올 것이니 그때면 당신은 여전히 아웃이에요.”김선에게 도청 장치를 보여주지 않는 한 증거는 없었다.만약 그런 거라면 자신들이 총괄실을 도청했다는 것이 들통날 것인데 고작 예천우때문에 그런 위험을 무릅쓰는 것은 가치가 없었다.“그럼 그만 여기서 짖어요!”이신향이 차갑게 쏘아붙였다.“내일 어떻게 울고 있을지 지켜보죠.”김선은 왕신철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떠나자 이신향은 무서운 눈으로 예천우를 노려보았다.“저들이 한 말이 진짜예요?”다른 이들도 예천우를 응시했다. 모두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예천우가 대답하려는데 이신향이 다시 입을 열었다.“됐어요. 당신이 말한다고 하더라도 믿을 자신 없어요. 차라리 총괄님께 직접 물어봐야겠어요.”그녀는 몸을 돌려 사무실로 향했다.그리고 방금 일어난 일을 보고했다.하문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서랍에서 도구를 꺼내 주변을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어느 구석진 곳에서 도청 장치를 찾을 수 있었다.자신이 조심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도청 당하고있을 줄은 몰랐다.놈들이 너무 날뛰고 있다.“신향 씨, 너무 고마워요. 그들이 갈수록 이렇게 대담할 줄은 몰랐어요. 진짜 회사를 집어삼키려는 걸 까요?”하문이 낮은 소리로 분노했다.이신향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윗분들의 경쟁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랐다.그녀는 오로지 수금을 누가 했는지가 궁금할 뿐이다.이신향의 모습에 하문이 말했다.“뭘 궁금해하고 있는지 알아요. 신향 씨의 짐작이 맞고 그 세 회사의 채무는 대표님이 해결한 거예요.”“하지만 천우 씨가 밉보이지 않기 위해 그 공을 그에게 돌린 거예요.”“총괄님의 먼 친척이라는 이유에서요?”이신향
“대표님께 좋은 방법이 있었다면 벌써 움직였을 거예요. 그러니 모든 것은 당신들 스스로 해결해야 해요.”하문이 답답했다.이번 내기는 잘못 된 것이었다.휴, 이 모든 것은 예천우, 그 자식 때문인데 또 건드리지는 못한다.무기력한 표정으로 돌아오고 있는 이신향의 모습에 팀원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낙담한 그녀의 모습을 보더라도 상황이 얼마나 최악인지 알 수 있었다.그들은 분노의 눈빛으로 일제히 예천우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모두가 교훈을 얻은 것인지 쉽게 입을 열지는 않고 불만스러운 표정만 짓고 있었다.“천우 씨, 저 좀 볼까요?”이신향이 그를 한쪽으로 불렀다.“나를 속이고 있는 거죠?”이신향이 직접적으로 물었다.“절대 아니에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아니라고요? 왜 몇십억이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한 거예요? 방법도 없는 것 같은 데 속이는 게 아니고 뭐죠?”이신향이 분노했다.“누가 방법이 없다고 했어요? 이미 50억은 해결했잖아요? 다음에...”“지금도 내 앞에서 50억 공을 내세우는 거예요?”이신향이 씩씩거렸다.“방금 총괄님께 물어봤고 그 일은 당신과 아무 상관 없다는 걸 알았어요.”“아. 그렇군요.”예천우는 어쩔 수 없었다.모두들 그를 믿지 않았고 더 이상 말다툼하면 대화가 불가능 할 것 같았다.“지금 승인 하는 거예요?”이신향은 단단히 화가 났다. 그를 믿었던 자신이 대단한 방법이 있을 줄 알고 아주 극진히 대했던 것이 원망스러웠다.“네. 하지만 몇십억 정도는 작은 일이니, 걱정하지 말아요.”예천우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작은 일이면 지금 해결해봐요.”이신향은 뿔이 났다. 이 인간, 또 날 속을 셈인가?“당신 여자들은 머리만 길뿐 견식이 너무 짧아요. 잘 생각해 봐요. 경쟁이 이렇게 치열한데 내가 50억을 하면 어떨 거 같아요?”“그들이 알게 된다면 무조건 행동할 테고 다시 한번 우리를 초과하겠죠.”예천우가 설명했다.“그럼, 마지막 순간에 상대가 방심한 틈을 타겠다는 거예요?”이신향은
“잠깐, 누구라고요?”“천하그룹의 담양?”“그 사람은 상의 왕이잖아요. 내가 바보로 보여요? 그래서 이렇게 속이는 거예요?”이신향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사람을 속이고 싶은 거라면 그럴듯한 게 꾸밀 것이지.아니. 자신을 속이면 안 된다.“뭣하러 당신을 속여요? 다른 건 틀릴 수 있다지만 천하그룹은 아니겠죠? 건물을 찾은 후에 그들의 대표를 찾으면 돼요.”예천우는 답답했다.“하지만....”“기회는 이미 드렸는데 믿지 않는다면 나도 방법 없네요.”이렇게 된 마당에 한번 해보기로 했다.“좋아요. 내가 갈 게요. 하지만 뭘 챙겨 가서 계약을 해야 할 까요?”“챙기고 싶은 걸 챙겨요.”“제 말은 뭘 팔고 가격은 어떻게 책정하냔 말이에요. 그 어떤 협상도 거치지 않았잖아요.”“협상 필요 없이 그냥 원하는대로 팔면 돼요.”“천하그룹에서 요구하는 것이면 뭐든지 팔 수 있고 가격은 당신이 정하면 돼요.”예천우가 대답했다.“네?”“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천우 씨는 진짜 내가 바보로 보이나 보죠?”“이러고도 날 속이지 않는다고요?”이신향이 씩씩거렸다.멀리 있던 팀원들도 그녀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예천우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이신향은 정교한 외모에 큰 눈을 가졌고 몸매도 훌륭해서 화를 내도 아름다웠다.이런 팀장과 함께 하니 눈이 즐거웠다. 화 난 모습조차 귀엽기만 했다.“왜 그렇게 보는 거예요! 천우 씨, 당신은 능력도 없는데 뻔뻔하기까지 하네요.”이신향은 진짜 화가 났고 그의 시선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아닌데? 이런 상황에선 늘 화만 났었다.혹시 그에게 호감? 그럴 리 없다. 자신은 절대 이런 무능한 사람에게 끌리지 않는다.비록 잘생기긴 했지만 회사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부터 그녀를 화나게 했다. 아니,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닌 것 같다.그가 대단하다고 느꼈을 때는 사이가 좋았다.“화내지 말아요. 몸에 안 좋아요.”예천우가 웃으며 말했다.“날 믿는다면 계약서를 챙겨 천하그룹으로 가고
“네, 맞아요.”이신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사원증에는 총지배인이라고 적혀 있었다.“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대표님이 위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여성은 미소를 지었다.“대표님이 저를요?”이신향은 너무 지극한 대우에 깜짝 놀랐다.담양은 대표에 오른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비범한 인물이어서 각 계층의 지도자들도 만나기 어려워서 흔치 않은 기회였다.여성은 고개를 끄덕였다.이신향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예천우가 준비한 걸까?예천우가 그렇게 대단하다면 왜 회사의 보잘것 없는 영업원을 하고 있겠는가?그럴 리 없다.예천우는 물론 임완유도 이 정도 빽은 없을 것이다.그렇다면 상대가 사람을 착각했을까?실수했을 가능성이 제일 높았다. 그저 그런대로 받아들이고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여성은 내심 의문스러웠다. 그저 회사의 작은 지배인일 뿐인데 대표님을 기다리게 하다니.자신이 나서서 직접 안내까지 하는 것도 체면을 봐주는 것이다.“당신들과 대표님은 가까운 사이인가요?”여성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아니요.”이신향이 멎쩍은 미소를 지었다.가까운 사이였다면 영업 쪽에서 1팀에 뒤지는 일을 없었을 것이다.물론 그들이 특별한 수법을 쓰긴 하지만 말이다.“네.”여성은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가까운 사이도 아닌데 이렇게 기다리게 한다고?’그녀의 안내를 받으며 두 사람은 사무실로 들어갔다.이신향을 본 담양은 눈이 반짝 빛났다.그녀는 아름다웠다. 미인이어서 도련님이 일부러 도와주려고 한 것 같다.미래의 사모님이 될 수도 있는 이신향을 마주한 담양은 매우 공손하게 대했다.“안녕하세요. 직접 여기까지 오시게 해서 죄송해요.”“대표님도 참. 제가 대표님을 기다리게 한 걸요.”그의 태도에 이신향은 어리둥절했다.눈앞에 남자는 TV와 사진 속 모습 그대로였다. 그리고 그의 뒤에 있는 천하그룹 로고까지, 의심할 여지 없이 상대는 천하그룹의 대표, 담양이었다.비서도 순간 벙졌다. 그녀는
“네?”이 말을 듣고 이신향과 유현은 깜짝 놀랐다.담 회장이 특별히 두 사람만을 접대하기 위해서라는 게 너무 의외였다.이렇게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 사실이라니 정말 믿어지지 않았다.담양은 둘이 놀라는 모습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도련님은 티를 너무 안 낸단 말이야. 아직 자신의 실력을 말하지 않은 모양이군.한참 후에야 이신향이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담 회장님, 결례를 무릅쓰고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천우를 아십니까?”“알지요. 바로 그분이 두 분을 접대하라고 분부하셨습니다.”담양은 인정했다. 도련님은 말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았으니, 도련님을 위해 미인의 호감을 얻어놓으면 잘했다고 기뻐할지도 모른다.실제로도 정말 아는 사이가 맞다.그리고 예천우가 분부한 것도 사실이다.둘은 또다시 놀랐다. 동시에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이제야 그들은 담양이 왜 이렇게 정중하게 맞아주는지 알았다.비서도 많이 놀란 듯했다. 진짜 대단한 사람은 이 두 분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예천우란 사람이란 것을 알아차렸다.이신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사실이 바로 눈앞에 펼쳐져 있고 예천우가 자신에게 했던 말도 있다.더 의심할 것도 없다. 전부 다 예천우 덕분이다.이게 진짜라면 그럼 그는 대체 얼마나 대단한 신분이란 말인가.맙소사!그럼 자신이 무서운 큰 인물이랑 접촉했다는 말인데... 믿어주지 않은 것도 모자라 계속 핀잔주고 욕했다.다행히 오늘은 그를 믿었다.“저기... 두 분, 계약서는 가지고 오셨나요?”담양은 둘이 좀 진정되자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가, 가져왔습니다.”이신향이 허둥지둥 계약서를 꺼내들고 조심스럽게 내밀었다.이 계약서는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예전에 쓰던 계약서에서 내용만 바꿔서 가져온 것이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 아닐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뜻밖에도 담양은 받아서 보지도 않고 빠르게 한장한장 뒤로 넘기더니 사인하는 곳을 찾아 바로 사인해버렸다.그리고 비서에게 인감을 가져오라고 해서 도장을 찍었다
예천우는 이번에 꽤 오랜 시간 동안 폐관 수련에 몰두했다. 그러는 사이 절정종에서 초대한 성종 대회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임완유는 성도로 출발할 준비를 마쳤지만 예천우가 폐관 중이어서 어제 떠나지 못했다. 예천우는 이를 알고는 바로 내일 함께 출발하자고 그녀와 약속했다. 마침 성종 본부가 동성시 근처에 있어 임완유의 성도 출근을 겸해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예천우는 남궁은서에게 부탁해 임완유가 회사에 도착했을 때 괜히 아래 직원들이 그녀를 의도적으로 괴롭히는 일이 없도록 조치해달라고 당부했다.남궁은서는 흔쾌히 이를 받아들이며 즉각 행동에 나섰다. 그녀는 회사의 고위 관리자들에게 직접 경고하며 임완유가 불편을 느끼게 할 경우 무조건 책임을 묻겠다고 엄중히 알렸다.다음 날 떠날 준비를 마친 예천우는 자신이 없는 동안 필요한 일들을 정리해 둔 뒤 양박군을 찾아갔다.양박군은 예천우를 다시 만나자 그가 예전보다 더 평범해 보였다고 느꼈지만 직감적으로 예천우가 한층 더 비범해졌음을 깨달았다.반면 당만수는 예천우의 변화를 정확히 감지하지 못했지만 감탄을 멈추지 않았다.“도련님, 매번 도련님의 실력을 보고 놀랍다고 생각했는데 매번 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네요.”예천우는 웃으며 말했다.“당 장로님, 과찬입니다.”‘아마도 지금 나의 진짜 실력을 알게 되면 더 놀라실지도 모르겠네요.’당만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도련님과 양박군 같은 강자들과 함께 있으니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집니다.”예천우는 웃으며 말했다.“당 장로님도 종사 절정의 경지에 도달하셨잖아요. 그건 엄청난 성취입니다.”당만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사실 공자님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혼자 노력했더라면 몇 년이 걸릴지 몰랐을 겁니다.”그때 예천우는 옆에서 조용히 있던 독고살을 눈여겨보며 물었다.“독고살, 무슨 일이 있어? 표정이 조금 어두운 것 같은데.”경지를 돌파해서 그런지 예천우는 자신의 정신력이 크게 제고된 걸 느꼈다. 엄청나게 예민해진 감각 때
비록 예천우가 방금 육지 신선의 경지에 진입했을 뿐이지만 그의 기반과 잠재력은 다른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초입 단계라고 해도 그의 힘과 내공은 이미 왕자 같은 존재감을 자아내고 있었다.육지 신선의 경지는 하, 중, 후급으로 나뉘지 않는다. 대신 각자의 내공과 저축된 경험만으로 강약이 판가름 난다. 그런데도 성사리는 여전히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예천우는 성사리 안에 여전히 많은 힘이 남아 있음을 감지했고 이전 성종의 여러 대 종주 중 상당수가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잠시 고민하던 그는 성사리의 에너지를 다시 흡수해 보기로 했다. 다행히 이번에도 에너지가 그의 몸으로 흘러들어왔다. 강력한 에너지가 끝없이 체내로 밀려들었고 마침내 그는 흡수를 멈추기로 했다. 더 이상 큰 효과가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그러자 성사리의 빛은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천우는 문득 떠올랐다. ‘성마결의 심법을 사용해 성사리의 에너지를 어머니의 체내로 전환해 주면 엄마도 육지 신선의 경지로 돌파할 수 있지 않을까?’그는 바로 행동에 나섰다.잠시 후, 예천우는 수련실에서 나와 어머니를 찾았다.“천우야, 어때?”남궁은서는 긴장된 얼굴로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떨림이 담겨 있었다.조금 전 수련실에서 느껴진 강력한 기운은 그녀에게 아들이 해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성공했어요.”“정말이니? 너무 잘했어!”남궁은서는 감격스러워하며 아들을 끌어안았다.“여보, 봤어? 우리 아들이 해냈어. 천우가 해냈다고!”예천우는 어머니를 안으며 차분히 말했다.“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자들 그 누구도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그의 눈빛에는 차가운 빛이 깃들어 있었다.남궁은서는 아들의 결심에 고개를 끄덕였다.예천우는 곧이어 성사리의 힘을 어머니에게 전달하는 방안을 설명했다. 남궁은서는 그의 아이디어에 잠시 놀랐지만 아들을 믿고 시도해 보기로 했다
시간이 촉박했던 예천우는 임완유에게 자신이 곧 폐관 수련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한 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수련에 돌입했다.예천우는 먼저 성마결을 정밀히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미 수라심경을 수련했고 타고난 천재성과 기억력을 갖춘 그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성마결의 핵심 원리를 빠르게 파악했다. 이후 그는 수련에 들어갔다.우선 수라심경의 미완성된 부분을 성마결로 보완하면서 자신의 기존 실력을 강화했다. 이어서 영혼과 정신력에 집중해 수련했고 예천우의 수련 속도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빨랐다.모든 준비를 마친 예천우는 성사리를 꺼내 성마결 심법을 사용해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성사리를 작동하자마자 엄청난 에너지의 흐름이 폭발하듯 그의 몸으로 밀려들었다.그 에너지는 마치 그의 몸을 금세라도 폭발시킬 듯 강력했다. 예천우는 깜짝 놀라 서둘러 성마결 심법을 전개하며 에너지를 흡수하고 전환하기 시작했다. 진기가 끊임없이 그의 몸으로 흘러들어와 그의 육체와 정신을 에워쌌다.시간은 몇 시간 동안이나 흘렀고 그는 자신의 체내에 진기가 한계점까지 도달했음을 느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돌파하지 못했다.문득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황제심경 심법을 활용해 흡수한 진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하고 융합해 보기로 했다. 그는 이 방식을 사용해 몇 시간 동안 수련에 더 집중했다.결국 그의 노력은 결실을 보았다. 체내 모든 진기가 혼돈과도 같은 새로운 형태로 융합되었다.그리고 그 순간 굉음이 터졌다.“쾅!”예천우는 자신의 정신이 일순간 돌파되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온 세상이 그의 뇌리에 펼쳐져 전부 투영된 것 같았다. 그는 움직이지 않아도 주변 모든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의 정신력이 몸 밖으로 점점 확장되며 그 범위는 계속 넓어졌다. 마침내 그는 자신이 거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밖에서 기다리던 남궁은서는 이 모든 것을 느꼈다. 마치 누군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는 듯한 강렬한 시선을 감지하자 그녀는 문득 멈춰 섰
임완유를 방에 안정시키고 난 뒤 남궁은서는 예천우를 방으로 불러들였다. 그녀는 고풍스러운 책 한 권을 꺼내 그의 손에 건넸다.“이게 뭔가요?”예천우가 책을 받아 살펴보니 표지에 고풍스러운 글씨로 「성마결」이라는 세 글자가 쓰여 있었다.“이건 성종의 최상급 심법인 성마결이야. 지난번 네가 싸우는 걸 보니까 수라심경을 수련한 것 같더구나. 사실 수라심경은 성마결의 일부일 뿐이고 성마결만큼 완벽하고 고급스럽지 않아. 그래서 내가 특별히 이걸 가져왔어.”남궁은서가 설명했다.예천우는 책을 열어 내용을 확인했다. 안에 담긴 내용은 정말 대단했다. 자신이 수련했던 수라심경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완벽했으며 특히 영혼에 관한 수련법이 두드러졌다.그러다 문득 그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혹시 내가 돌파하지 못하는 이유가 영혼적인 측면이 부족해서 그런 걸까?’생각하면 할수록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그 순간 남궁은서는 다시 또 다른 상자를 꺼냈다. 상자는 은은한 고풍스러운 빛을 뿜었고 그 자체만으로도 비범한 보물임을 알 수 있었다.“이번에는 뭔가요?”예천우가 물었다.“성사리라는 물건이야.”“뭐라고요? 성종 역대 종주들의 정신과 수련의 힘이 모인 성사리요? 하지만 그건 이미 사라졌다고 하지 않았나요?”예천우는 믿기 힘들다는 듯 되물었다.성사리에 대한 전설은 그도 알고 있었다. 비록 모든 힘을 담지는 못했지만 역대 종주가 자기 힘의 십 분의 일을 남겨놓은 것만으로도 무시무시한 것이었다.그런데 이제 보니 성종 종주가 자신의 외할아버지였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사람들은 성사리가 흡수되면 사라진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 성사리는 완전히 소진되지 않는 한 계속 존재할 수 있어. 다만 성마결을 극한까지 수련하고 종사 절정의 경지에 도달해야만 사용할 수 있어.”남궁은서가 설명했다.“그럼 엄마는 내가 성마결을 수련하고 성사리를 흡수하길 바라는 거군요?”예천우가 물었다.“맞아.”남궁은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천우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가 이렇게 나올 것을 이미 예감했기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천상 그룹이요? 세계 100대 기업 중 하나인 그 천상 그룹 말인가요?”임완유는 처음에는 당연히 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천상 그룹이라는 이름이 그녀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비록 천상 그룹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적은 없지만 천상 그룹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특히 천상 그룹 산하의 천상 투자 회사가 얼마나 막강한지는 소문으로도 알 정도였다.국내외 주요 대기업의 배경에도 이들의 투자가 있을 만큼 천상 그룹은 거물급 존재였다.더구나 사람들은 천상 그룹의 최대 주주가 신비로운 여성이라고만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설마 그분이 바로 나의 미래 시어머니였어...?’임완유는 이런 생각에 멍하니 굳어버렸다.“맞아. 너도 그 이름을 들어봤구나?”남궁은서가 물었다.“네. 하지만 정말 대단한 회사라고 소문으로만 들었어요.”임완유는 감탄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니, 혹시 그 천상 그룹의 최대 주주가 어머니셨던 건가요?”무영음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맞아. 하지만 이 모든 건 천우를 위해 준비한 거야. 그 애는 성격상 직접 나서서 관리하려고 하지 않거든. 네가 곁에서 도와준다면 더할 나위 없지.”“아니요. 안 돼요!”임완유는 당황하며 거절했다. 천상 그룹 최대 주주의 자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위상이었다.그녀가 이런 자산을 책임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천상 그룹의 규모는 그녀의 상상 범위를 넘어섰다.예천우는 그녀가 놀라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네 능력이라면 조금만 적응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어.”“그리고 우리 엄마가 너한테 맡긴다는 건 네가 손해를 보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야. 설령 다 날려버린다 해도 괜찮아. 내가 가진 자산도 어차피 네가 관리해 줘야 하거든.”“...” 임완유는 할 말을 잃었다.‘이
‘도련님이라고 부르다니... 설마 하녀야?’임완유와 유이안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완벽한 미인이 하녀라니. 선우서림도 임완유를 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임완유가 이곳에 온 거 보니 아마 같이 살려는 거겠지?’ 그녀는 한동안 예천우와 더 가까워질 기회를 기다려 왔다. 예천우가 임국종의 후일을 다 마무리했으니 앞으로 자주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임완유가 이곳에 들어오면 그 기대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예천우는 둘 사이의 어색한 분위기를 느끼고 바로 소개를 시작했다.“완유야, 이분은 선우서림 씨, 우리 엄마의 제자야.”임완유는 깜짝 놀라며 정중히 말했다.“서림 씨, 안녕하세요.”“굳이 그렇게 격식 차릴 필요 없어. 그냥 서림이라고 불러. 서림아, 이쪽은 완유야. 앞으로 새언니라고 부르면 돼.”예천우의 한 마디에 임완유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이는 곧 그녀의 신분을 확실히 한 셈이었다.선우서림은 마음속으로 아주 억울했지만 남궁은서가 이미 임완유를 인정했기에 마지못해 말했다.“네. 형수님, 안녕하세요.”“그리고 여기는 완유의 사촌 동생 유이안이야.”예천우는 유이안도 가볍게 소개했다.예천우는 임완유와 유이안을 이끌고 집 안으로 들어가 그녀에게 방을 하나 배정했다. 방으로 들어가기 전 임완유는 계속 선우서림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녀가 자신에게 약간의 적대감을 가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그리고 임완유는 직감적으로 알았다.‘어쩌면 선우서림도 예천우를 좋아하고 있을 거야. 그렇기 때문에 나한테 적대감을 느끼는 것이겠지.’그래서 그녀는 예천우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천우야, 서림 씨는 여기서 계속 살고 있는 거야?”“아니. 서림이도 최근에 함께 왔어.”“함께?”“응, 아직 너한테 말 안 했는데 우리 어머니도 여기 계셔.”“뭐라고? 네 어머니? 그런데 그동안...” “내가 엄마를 찾았어.”예천우는 간단히 대답했다. 그는 이전에 임완유에게 자기 가족에 대한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지만 어머니인 남궁은서를 찾
유은수는 점점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우리 임씨 그룹의 현재 가치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 최소 수천억은 되고 현재 추세로 봐서 몇 년 안에 2조를 넘는 것도 문제없어.”“이 정도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가 왜 예천우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겠어? 예천우가 설령 수조 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우리에게 수백억을 줄 가능성은 없잖아. 게다가 예천우는 절대 수조 원의 자산도 없을 거야. 그러니까 예천우가 우리를 귀찮게 하는 일 없이 멀리 떨어지게 하는 게 최선이지.”임강은 유은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당신 말이 맞는 것 같아. 하지만 선호는... 그 녀석은 참...”“괜찮아. 지금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우리가 다 선호를 위해서 하는 거라는 걸 말이야.”유은수가 단호하게 말했다.“그렇지. 이제 선호도 점차 알게 되겠지.”차에 올라타고 난 뒤 임완유는 어머니의 말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천우야, 우리 엄마가...”“말 안 해도 다 알아. 걱정하지 마. 네 엄마한테 손을 쓰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하지만 그 대신 내 도움도 기대하지 말라고 전해.”예천우가 말을 끊으며 차분히 말했다.임완유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쓴웃음을 지었다.“물론 그렇겠지. 제발 할아버지의 유산이라도 잘 지켜주면 좋겠어.”예천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담담히 말했다.“그건 아마도 어려울 거야.”임완유의 표정이 우울해지자 예천우는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웃으며 말했다.“일단 돌아가서 좀 푹 쉬어. 몸을 좀 추스르고 나면 내 회사 몇 개를 너한테 줄게.”“회사?”임완유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응. 몇 군데 있어. 내가 직접 관여하지 않아서 상태를 잘 모르지만 네가 좀 정리해 주면 좋겠어.”“그 회사들은... 자산이 얼마나 되는 건데? 설마 몇조가 넘는 거 아니야?”임완유는 반신반의하며 물었다.“몇조?”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거보다 훨씬 더 많아. 대충 계산해 봐도 200조는 넘을 거야.”수라전 자
“겨우 수천억짜리 자산은 내 손에선 용돈만도 못 돼. 돈은 나한테 그냥 숫자일 뿐이야. 내가 사랑하는 건 너... 바로 임완유라는 사람이야. 넌 어떤 걸로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지.”예천우의 말을 들으며 임완유는 다시 한번 감동했다. 만약 지금 장소만 적당했다면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했을지도 몰랐다.“언니, 형부! 두 분은 정말 너무하네요. 솔로인 제 생각은 하지 않나요? 너무 고통스러워요.”뒤에서 지켜보던 유이안이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예천우가 자신이 있는 걸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임완유만 바라보는 모습에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형부가 나한테 저런 말을 해준다면... 당장 죽어도 아깝지 않을 텐데.’임완유는 얼굴이 붉어지며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가지 못했다.짐을 다 챙긴 그들은 함께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거실을 지나면서 멀리서 유은수가 보였지만 임완유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문 쪽으로 향했다.그 모습을 본 유은수는 잠시 고민하더니 다가와 말했다.“완유야, 어찌 됐든 여기는 언제든 네 집이야. 돌아오고 싶을 때 언제든 돌아와도 돼.”임완유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순간 흔들렸지만 곧 조용히 말했다.“엄마, 만약 엄마가 변하기만 한다면 우린 여전히 한 가족일 수 있어요. 난 엄마를 존경하고 효도하고 싶어요.”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금 누구를 원망한다고 해서 의미가 없었다. 그녀는 유은수가 예전처럼 행동하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하지만 유은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임완유가 다시 주식을 되찾으려는 속셈으로 착각하고 급히 말했다.“완유야, 엄마가 이렇게 한 건 네가 힘들까 봐 대신 회사를 관리해 주려는 거야.”“...”임완유는 쓰라린 마음으로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그러자 유은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완유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건 아니겠지?’그녀는 걱정스럽게 말했다.“그래. 완유야, 네가 나한테 약속한 건 잊지 말아라.”“걱정하지 마세요. 아무도 엄마를 건드리지 않을 거예요.”임완
지난번 병원에서 예천우에게 뺨을 맞은 유은수는 이번에 그의 살벌한 분위기에 완전히 얼어붙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그녀는 예천우가 자신이 주식을 빼앗은 사실을 이미 알았다고 확신했다.‘빌어먹을 년! 완유가 분명 날 대신 예천우에게 잘 말해 놓겠다고 약속했잖아. 예천우가 문제 삼지 않게 하겠다더니 약속을 어긴 거야? 내가 이런 년을 딸이라고 키웠어!’하지만 지금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기에 그녀는 급히 변명하며 말했다.“천우야, 이건 오해야! 정말 내가 그런 게 아니고 이건 다 완유가 스스로...” “스스로요? 당신들은 이런 걸 스스로라고 하는 거예요? 완유를 생각해서 모르는 척하는 거였죠. 그렇지 않았으면 임씨 가문은 이미 없어졌다고요.”예천우는 냉랭하게 말을 내뱉고는 안으로 들어갔다.예천우가 사라지자 유은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말투를 보니 자신을 당장 해치지는 않을 것 같았다.‘그 죽일 년이 그래도 나를 조금은 생각해 줬나 보네. 이래서 내가 키운 게 헛수고는 아니지.’임완유는 짐을 다 챙기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예천우를 보고 멍해졌다.“천우야, 무슨 일이야?”“네가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는데. 내가 안 오면 되겠냐?” 예천우는 다가가 그녀를 꽉 안아주며 속삭였다.그의 따뜻한 품에 안기자 임완유의 차가운 마음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할아버지의 죽음, 부모의 냉담함과 배신... 모든 것이 그녀를 끝없는 고통과 차가움 속에 밀어 넣었었다.그러나 예천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를 아끼고 지켜줬다. 자신이 오해하고 몰라줘도 그는 늘 그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이런 남자가 있다는 사실에 더 이상 슬퍼할 이유가 없다는 걸 느꼈다.“천우야, 고마워.”임완유는 고개를 들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나도 그래.”예천우도 부드럽게 대답했다.“짐 다 챙겼어?”“응.”“그럼 가자. 우리 집으로.”그의 말에 임완유는 잠시 멍해졌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