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짙은 눈썹과 붉은 입술, 그리고 정교한 이목구비는 단번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녀가 입고 있는 긴 검은색 원피스는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전혀 가릴 수 없었다.그녀는 단번에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고, 그 자리에 있던 많은 대가족 세력들의 자제들은 한번에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저 여자는 어느 가문 아가씨인거지?”“너 몰라서 묻는거야? 저 분은 임 씨 그룹의 임완유 대표님이잖아. 우리 천해 시의 미녀 ceo로 유명해…”“아아…듣기만 했지, 한번도 만나보지는 못했어…”“소문대로 정말 아름답구나…”그 시각, 또 다른 고급차가 운수옥 앞에 정차하였다. 차 문이 열리고, 준수한 용모를 자랑하는 남자가 먼저 차에서 내렸다.이어서 그의 뒤를 따라 남녀 한 쌍이 차례차례 차에서 내리기 시작하였다.먼저 내린 남자의 정체는 유 씨 가문의 장손 유걸이었다. 그는 유 씨 가문의 1순위 후계자답게 매우 화려한 귀풍을 자랑하고 있었다.그의 뒤를 따른 남녀의 정체는 다름 아닌 펜싱 클럽에서 만난 남매 우영과 우진이었다.“완유야!”유걸은 임완유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너가 아니었다면, 우리 가문은 큰 화를 입었을 거야…” 임완유가 말했다.“아니야. 그나저나 완유야, 오늘 따라 더 아름답네…” 유걸은 임완유의 미모에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하하, 고마워. 너도 오늘따라 더 멋있는 것 같은데?” 임완유는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역시 천해 시의 미남 미녀가 함께 있으니 환상의 한 쌍 같은걸?” 소정이 말했다.그 말에 유걸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하하하…소정이 너가 그렇게 말해주니 기쁜걸.”기뻐하는 유걸과 달리 임완유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이내 그녀는 곧바로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 “입구에서 서 있지 말고, 들어가서 얘기하자.”“그래. 들어가자.”그렇게 유걸과 임완유는 나란히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그 뒤에 서 있던 예천우는 마치 그들의 시중을 드는 하인이 된 것만 같았다.“완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양대복의 딸 양체은이었다.그녀의 아름답고 순수한 외모는 곧바로 우진의 마음을 사로잡고 말았다.‘정말 아름다워…’이것은 일반적인 아름다움이 아니었다. 쉽게 말해서 그녀의 아름다움은 순수 그 자체였다!그녀가 입고 있는 흰 치마는 더욱 그녀를 빛나게 만들었으며, 정교한 이목구비와 흰 피부를 가진 그녀는 마치 산에서 내려온 선녀와도 같았다!“안녕하세요…”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녀는 전혀 우진을 아랑곳하지 않고, 곧바로 예천우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예 선생님, 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 예천우는 양체은을 보며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다시 만난 양체은은 더욱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지난번에 저를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예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정말 목숨을 잃었을 지도 몰라요…”양체은이 말했다. 예천우를 바라보는 양체은의 눈동자는 하염없이 반짝거렸다. 그녀를 이렇게 냉담하게 대하는 남자는 이번이 처음이다.“천만에요.”“저기 앉아서 얘기를 좀 나눌까요?” 양체은이 물었다.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마침 우진과 우영의 핍박을 피하고 싶었다.그렇게 예천우는 양체은을 안 쪽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이 떠나기가 무섭게 우진과 우영은 예천우에 대한 욕설을 퍼붓기 시작하였다.“저 촌놈이 무슨 수로 저런 여신과 이야기를 나누는 거지?”“너 못 들었어? 저 촌놈이 저 여자 목숨을 구해주었대.” 우영이 말했다. 그녀는 오빠 우진과는 다르게 이성적으로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아아, 그랬구나… 하긴 저런 촌놈에게 여자가 꼬일 리가 없지.” 우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시간이 흐르고, 임완유와 유걸이 방에서 나왔다.“예천우 씨는 어디간 거죠?” 예천우가 보이지 않자, 임완유는 불안한 눈빛으로 주위를 살펴보았다. “저기 어떤 예쁜 여자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어요.”우영은 예천우가 들어간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녀의 말은 반은 진실이고 반
“네?”그 말을 들은 양체은은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비록 그녀는 예천우의 내력을 잘 알지 못하지만, 그녀의 아버지에게 있어서 예천우는 절대적으로 아주 강대한 존재라는 것을 그녀는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유걸은 당황한 그녀를 보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저 사람은 시골에서 막 상경한 터라, 돈도 없고 능력도 없는 사람이예요.”“심지어 오늘 제가 저 사람을 데리고 여길 오지 않았다면, 저 사람은 절대 이런 곳에 들어올 수도 없는 사람이랍니다.”“그런가요? 그쪽 덕분에 오늘 예 선생님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네요. 정말 고마워요.” 양체은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유걸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의 말을 듣고도, 미녀는 계속해서 예천우와 이야기를 이어가려 하였다. “아니, 아가씨…제 말을 듣고도, 저런 놈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거예요? 아가씨 같이 훌륭한 외모를 가진 미녀가 왜 이런 돈 없는 남자를 만나려고 하는 거죠?”이를 가만히 듣고 있던 양체은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벌컥 화를 내며 소리쳤다. “왜 계속 우리 예 선생님을 헐뜯으려고 하는 거죠?”“제가 보기엔 그 쪽이 더 최악인 것 같은데요…”양체은은 매섭게 유걸을 꾸짖기 시작하였다.“아…”유걸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자신은 그저 그녀를 위기로부터 도와줬을 뿐인데, 돌아온 것은 자신을 향한 ‘모독’뿐이었다…‘그래, 저 미녀는 지금 예천우의 감언이설에 속아넘어간 게 분명해…’그는 더 이상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예천우에게 다가가 소리쳤다. “예천우, 대체 무슨 감언이설로 미녀분을 꼬드긴 거지?”“어리석긴…”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차가운 눈빛으로 유걸을 바라보았다.“뭐? 내가 어리석다고?” “너…죽고 싶은 거야?”유걸은 그만 화가 머리 끝까지 솟구쳐오르고 말았다. 그는 당장 예천우를 잡아 죽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었다.“죽고 싶은 건 그쪽이겠죠!” 양체은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양체은은 양대복의 딸로서, 그녀를 함부로 대하는 자는 지금까
이번 용등 상회 만찬회에서 임완유는 유걸의 도움을 받아 여러 고위층 사람들과 안면을 틀 수 있었다. 이로써 그녀는 용등 상회에 가입하는 데 있어서 한 걸음 더 가까워지게 되었다.특히 송문복은 임 씨 가문을 용등 상회 회원으로 들이고 싶다는 의견을 표하기까지 하였다.그는 용등 상회의 6대 이사 중 하나로서 상회 내에서 지위가 아주 높은 자이다.그가 나섰다는 것은 십중팔구 확실하다고 보아도 무방하다!한편, 유걸은 우영과 우진의 곁으로 가서 속삭이며 말했다. “너희 둘을 이 곳에 데리고 온 이유는 바로 예천우를 까내리기 위해서야. 왜 그 놈이 너희와 함께 있는 게 아니라, 저 미녀와 함께 있었던 거지?”유걸은 매섭게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유걸의 꾸지람에 두 사람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호소하기 시작하였다. “도련님, 저희도 그러고 싶었어요. 하지만, 저 놈이 저희를 아예 무시하고 거들떠 보지도 않아요…”“그 놈은 저희가 생각한 것보다 더 낯짝이 두꺼운 놈 같아요…” 우영이 울먹이며 말했다.그 말을 들은 유걸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쳇. 아쉽게 됐군…”“괜찮아. 어차피 그 놈은 지금 완유를 화나게 만들었어. 나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가 온 셈이야!”이때, 임완유의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6대 이사 중 하나인 송문복이다.“송 사장님!” 임완유는 밝게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임 대표님, 죄송합니다… 일이 생각보다 좀 복잡해졌어요.”이 말을 들은 임완유는 급격하게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하였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그녀를 급습하고 말았다.“네?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걸까요?” 임완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다름이 아니라, 양 회장님께서 이번 상회 가입 정원을 한 명으로 줄이겠다고 통보하셨어요…”송문복이 말했다.“네? 한 명이요?” 임완유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회원 인원이 한 명이라는 것은 곧 임 씨 가문이 회원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네…아마도 오늘 만찬이 끝나는 대로, 회장님께
"예천우, 네가 양 회장 측근이라도 되는 줄 알아? 네가 양 회장 친척이라도 돼?"소정이 예천우가 허풍을 떤다며 비난했다."완유야, 무시해. 시간도 없는데 빨리 유걸부터 찾아가, 그 사람한테 살릴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임완유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소용없어. 오늘 유걸이 날 데리고 고위층 인사들한테 가서 소개해줬어, 그걸로 충분해."양 회장이 직접 선정한 가문이 따로 있다고 했다. 유걸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유걸이 아무리 잘났다고 해서 양 회장의 결정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그렇다고 여기 앉아 있기만 할 거야? 내가 친구한테 물어볼게."소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소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임완유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이미 결정 난 일이야, 우리도 어쩔 수 없어.'예천우가 구석으로 가 양대복에게 연락했다. "양대복, 어떻게 된 거지? 임씨 가문을 상회에 가입시킨다고 하지 않았나?""아..."당황했던 양대복이 황급히 변명했다. "임씨 가문을 가입시키라고 했습니다. 임씨 가문의 중요성을 부각하기 위해 3개였던 정원을 1개로 축소해 임씨 가문만 가입하게 했습니다.""그런가? 그럼 내 아내가 오해를 했나 보군.""아닙니다, 먼저 끊겠습니다."예천우가 전화를 끊었다. 양대복이 정원을 줄인 것 때문에 임완유가 오히려 오해하고 만 것이다. 임씨 가문은 선정되지 못한다고 여긴 것 같다.그는 전화를 끊자마자 임완유에게 다가가 말했다. "통화해서 물어보니까 정원 3개였던 것을 1개로 바꿨다고 하더라. 당연히 임씨 가문의 것이라네."분명 좋은 일이었으나 임완유는 태연하게 고개를 들었다. "평소에 허풍 떠는 것도 모자라, 이런 순간까지 그런 식으로 허풍 떨어야겠어?""거짓말 아니야!""그럼 나랑 장난하는 거야?'"그것도 아니야!""됐어, 내 눈앞에서 사라져. 보기도 싫으니까, 제발 나 좀 내버려 둬."임완유가 짜증을 내며 예천우를 타박했다.그녀는 예천우가 그녀를 향한 관심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송강이 차갑게 말했다."예, 예."우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겁도 났지만, 분노도 차올랐다. 송씨 가문의 가주는 용등상회의 고위층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건드릴 수가 없었다.어쩔 수 없이 서둘러 여동생을 데리고 연회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연회장이 너무 큰데다가 처리도 빨라서 큰 주의를 끌지 못했다.송강이 의도한 대로다. 예 선생이 매우 조용한 성격에 신분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 영향이 컸다.송강이 황급히 예천우에게 인사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예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번엔 당돌하게 굴더니, 왜 갑자기 태도 전환이야?"송강이 쓴웃음을 지으며 해명했다. "지난번에 용등 블랙카드를 들고 계시는 것을 봤습니다. 양 회장님께서 예라는 성씨를 가진 분에게 선물했다고 하더군요.""그랬군."예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일은 고마워!""아닙니다, 지난번에 제 식견이 짧아 선생님을 불쾌하게 했습니다. 사죄도 못 드려서 얼마나 죄송했는지요." 송강은 예천우에게 사과할 기회만 노렸다."괜찮아!""지나간 일인 걸, 다만 앞으로 행도 주의해야겠어. 가문의 세력을 믿고 비인간적인 일을 하지 말아야지. 그러다 큰코다치게 될 거야.""예, 선생님 분부에 따르겠습니다."송강이 황급히 대꾸했다. 그는 예천우가 성격이 좋다고 여겼다. 독하긴 했지만."다른 일 있나?" 에천우는 아내를 찾아야 했다. 여기서 시간을 허비할 수 없었다."아닙니다. 선생님 신분이 드러나기 전에 어서 가십시오.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십시오." 송강은 흥분한 채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마음에 걸렸던 일이 뜻밖에 가볍게 해결되어 신이 났다. 게다가 나중에 예천우와 다시 엮일 기회도 얻게 되었다.멍청한 우진 때문에 횡재를 본 것이다.임완유의 휴대폰이 울렸다. 낯선 번호다. 그녀는 휴대폰을 조심스레 받았다."대표님, 안녕하세요. 전 양대복입니다." 진중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완유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변했다.'뭐? 양대복?'귀를 의심했
이때 소정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돌아왔다.그녀가 알고 있는 가장 대단한 사람이 유걸이다. 유걸을 찾아서 관련 상황을 알렸다.유걸은 그녀의 말에 살짝 고개를 저었다.‘뭐야. 그럼 아버지가 와도 아무 소용없는 거잖아.’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순 없는 법, 유걸은 괜히 허세를 부리며 전화를 걸어 보이는 시늉을 했다.소정과 함께 걸어왔다."완유, 소정이가 그러는데, 임씨 가문이 상회에 가입 못했다며?" 유걸이 관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임완유가 고개를 끄덕였다."아,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어. 내가 아버지께 전화해서 꼭 도와달라고 강력히 요청했거든.""아버지한테 부탁했어?"임완유는 살짝 당황했다.‘뭐야? 예천우가 아니라 유걸 씨 아버지 덕분에 상회에 가입할 수 있었던 건가?’예천우는 막 산에서 내려와 무술만 할 줄 알지, 양 회장과 인연이 없어 보였다.유걸 아버지는 천해 시에서 지위가 매우 높은 사람이라 그는 양 회장과 분명 인연이 있을 거다."그래, 우리 아버지가 분명 최선을 다할 거야. 내가 아버지한테 미래 며느리를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했거든."유걸이 허풍을 떨었다.‘정말 유걸 씨가 도와준 거였어?’임완유는 살짝 미안했다. 유걸과 결혼할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유걸이 그녀를 매번 전폭적으로 도와주는 게 마음 쓰였다.그녀는 예천우가 함부로 허풍 떨고 심지어 그녀를 감쪽같이 속였다고 여겼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완유야, 너 그 촌뜨기 남편보다 유걸이 훨씬 잘났잖아." 소정이 옆에서 거들었다."유걸이 우리 집안에 확실히 큰 도움을 줬어. 이 고마움을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다.""왜 몰라, 유걸이 널 이렇게 좋아하는 데 미래를 약속하는 게 어때?"임완유가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그래, 결혼이 거래되면 안 되잖아.""난 완유랑 같아. 두 사람이 마음이 통해야 결혼하지, 말도 안 통하는 사람과 결혼하면 좋지 못한 결과만 초래해."유걸이 황급히 말했다. 그는 예천우가 그녀의 남편감으로 부족하다고 암시
임씨 가문이 상회에 가입할 수 있는 명예를 예천우가 얻었을 리 없다고 여겼다.절대 그럴 리 없다고 장담했다."그래, 유걸, 진짜 고마워." 임완유가 감사하듯 말했다."별말씀을, 내가 상회 가입을 도울 수 있어 기뻐." 유걸은 그 공로를 낚아챘다."예천우, 이것 좀 봐. 유걸은 전화 한 통으로 임씨 가문의 운명을 결정짓는 큰일을 해냈어.""그런데, 넌 멍하니 앉아 뭐했니? 넌 도대체 유걸보다 잘난 게 뭐가 있니?"유걸이 그 말을 듣고 의기양양해서 말했다. "내가 보기엔, 예천우 씨도 여자 잘 달래주는 것 같던데, 아까 여자애를 아주 옹호해주는 것 같더라고."임완유는 이 말을 듣자마자 양체은을 떠올렸다. 기분이 더욱 불쾌해졌다.예천우가 어이없다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 "저 사람이 도왔다고 확신해?""저 사람 말고 너라는 거야? 왜? 네가 양 회장한테 전화했다고 하려고?" 소정이 조롱하듯 말했다."그만해!"임완유는 다른 사람들 귀에 이 이야기가 들어갈까 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그만해!""예천우, 네가 유걸한테 적개심 품고 있는 거 알겠는데, 그래도 너 자신을 봐." "하지만 네 방식이 잘못됐어. 사람은 이렇게 행동하면 안 돼!"다행히 유걸이 아량이 넓어 일일이 따지지 않잖아. 그러니까 앞으로 이런 짓 하지 마."그녀는 예천우의 행동이 확실히 선을 넘었다고 여겼다. 예천우가 고개를 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걸이 날뛰게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유씨 가문의 신학그룹은 내부 문제가 생겨 자금줄이 끊어졌고 이미 파산 직전에 있었다.유걸은 득의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완유, 화내지 마. 천우 씨도 분명 우리가 너무 가깝게 지내니까 마음이 불편해서 날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일 거야. 그래서 모욕하는 거지.""모욕했다고요? 당신은 그럴 말 할 자격이 없어요!"예천우가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유걸의 기분이 나빠졌다.임완유도 어쩔 수 없었다. 예천우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 유걸이 그녀를 두 번이나 도왔다."유걸, 날 봐
“그런데...” 유사라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지만 예천우는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그만해요. 그깟 돈 조금 주고 끝난 걸로도 저쪽은 행운인 거죠. 신향 씨와 사라 씨가 더 물고 늘어지지 않은 걸 감사해야 할 일이에요.”“...”두 여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예천우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더는 얘기할 수 없었다.“그럼, 두 번째 일은 뭐예요?” 예천우가 다시 물었다.“그게...” 이번엔 이신향이 말을 꺼냈다. 표정이 조금 망설이는 듯했지만 곧 이를 악물고 말했다.“저... 천우 씨가 제 남자 친구 역할을 잠깐만 해주실 수 있을까요?”예천우는 순간 멍해졌다. ‘남자 친구 역할? 지금 그럴 여유 없는데...’ 그는 곧장 떠오른 일정이 있었다. 내일 아침이면 동성시를 떠나야 했고 괜히 여기서 시간을 허비할 여유는 없었다.이신향은 예천우의 표정이 살짝 굳자 급히 덧붙였다.“진짜 어쩔 수 없어서 그래요. 오늘 저희 부모님이 동성시에 오시는데요. 제가 마음에 들어 하지도 않는 맞선 상대를 같이 데리고 오신대요.”“제가 남자 친구가 없다고 하면... 강제로 그 사람이랑 약혼시키려 할 거예요.”예천우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그렇게까지 강요하셔요? 부모님이?”“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그런 사람이에요. 전엔 항상 제 뜻보단 가족 생각부터 하게 됐었고... 오늘 오후에 도착하신다니까 진짜 시간이 없어요.”이신향의 목소리는 애타게 떨려 있었다.그녀는 잠시 부모님을 떠올렸다. 대학 등록금부터 생활비까지 모든 걸 감당해 주기 위해 그들은 가진 걸 다 털었고 빚까지 졌었다. 심지어 그녀의 동생은 대학도 못 갔기에 그런 부모에게 대놓고 맞서고 싶지 않았다. 지금껏 벌어들인 돈도 거의 다 집으로 보냈을 만큼 그녀는 그만큼의 빚을 스스로에게도 안고 있었다.예천우는 문득 유사라의 일도 떠올랐다. 그때도 단순히 돕는다고 나섰다가 일이 꽤 복잡해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데 저는 내일 아침에 동성시 떠나야
“그래 맞아요.”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물론 지금은 백가의 실질적 수장인 백강호가 이미 세상 사람이 아니었지만 굳이 두 사람에게 그런 사소한 일을 알려줄 이유는 없었다.“예 대표님, 진짜... 너무 멋있고 대단하세요!” 두 여자는 감탄을 넘어 아예 마음속에 사랑이 가득 찬 표정이었고 예천우를 바라보는 눈빛은 말 그대로 반짝반짝 별이 떠다니는 듯했다.그 강한 시선에 예천우는 도리어 살짝 당황했다. “아니, 그냥 백씨 가문 하나 상대했을 뿐인데... 그 정도까진 아니잖아요.” 그의 말에 이신향과 유사라는 동시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백씨 가문뿐이라고요? 천우 씨, 그게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정말 모르시는 거예요?”두 사람은 동시에 쓴웃음을 지으며 혀를 내둘렀다.“그건 백씨 가문 사람들이 세상 제대로 못 봐서 그런 거지. 이제 알았잖아요. 이 회사는 제가 그냥 공짜로 받은 거예요. 그러니 부담 가지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 마음껏 부딪쳐 봐요. 그리고 이 회사엔 의외로 능력 있는 인재가 꽤 있어요. 그런 사람들 잘 묶어서 잘 써봐요.”“네, 최선을 다해볼게요.” 이신향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예천우는 또다시 뭔가를 휴대폰으로 전송했다.“자, 그리고 이거 하나 더.”두 사람의 휴대폰이 동시에 울렸다.“이건... 뭐예요?” 둘이 파일을 열어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그 안엔 백성 그룹 내 중간 간부 이상 모든 인물의 성향, 인간관계, 숨겨진 약점까지 아주 자세하게 정리돼 있었다.그야말로 일대일 맞춤형 인사 전략 자료였다.‘이 정도면... 회의실에 앉아서 사람들 손바닥 들여다보는 느낌이잖아.’ 이신향은 가슴이 벅차올랐다.‘천우 씨가 이걸 우리 위해 준비한 거야?’ 그 배려와 준비에 감동이 밀려왔고 가슴이 꽉 막히는 느낌이었다.‘진짜... 몸 바쳐도 아깝지 않은 사람이야. 이것만 있으면 나도 어쩌면 잘 해낼 수 있겠지.’그녀는 마음속으로 절절하게 생각했고 유사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감
“그냥... 너무 갑작스러워서요.”이신향과 유사라는 여전히 상황을 정리하지 못한 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둘 다 왜 이렇게 긴장하고 있어요? 제가 뒤에 있으니까 그냥 믿고 마음껏 해봐요.” 예천우는 웃으며 말을 건넸다. “신향 씨, 자신은 있어요?”“없어요.”“...”“진짜 없어요!”이신향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어색하게 웃었다.“제가 관리직을 못 하는 건 아닌데 이건 너무 갑자기 닥친 일이라... 뭐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어요.”“걱정하지 마세요. 마두석이 앞으로 일주일간 신향 씨를 잘 보조해줄 거니까요.” 예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네? 마 본부장이요? 능력은 있는데 좀... 그랬잖아요.”“걱정할 필요 없어요. 제가 이미 단단히 말해놨어요. 아무리 용기를 쥐어짜도 감히 신향 씨한테 손가락 하나 못 댈 거예요. 신향 씨 말 잘 듣고 신향 씨가 총괄할 수 있도록 제대로 도와줄 겁니다.”예천우는 말을 덧붙였다.“게다가 제가 마두석한테 딱 일주일 기한 줬어요. 그 안에 신향 씨를 제대로 된 본부장으로 키워내지 못하면... 그땐 인생 끝이라고 말했어요.”그 말에 이신향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예 대표님이... 날 위해서 이 정도까지 준비했다고?’그가 자신 같은 한낱 팀원을 이렇게까지 챙겨주는 모습에 이신향의 눈빛이 떨렸다. “예 대표님, 정말 감사해요. 그렇게까지 도와주신다면... 저 진짜 잘해볼게요.”무엇보다 이번 기회는 예천우에게 다가갈 수 있는 최고의 기회였다. ‘이번에 제대로 자리 잡기만 하면... 예 대표님 곁에서 더 가까이... 어쩌면...’지금까지는 그저 회사 말단 직원일 뿐이었지만 이제는 백성 그룹의 총괄 본부장이었다.그녀의 마음속엔 말 못 할 설렘이 살며시 피어올랐다.‘혹시... 나도 예 대표님의 여자가 될 수 있을까?’“좋아요. 바로 이런 패기가 좋지요.” 예천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사라 씨는 원래 영업 쪽 베테랑이잖아요. 예전에도 영업팀 관리도 해봤으니 굳이 채광수한테 따
이 말이 떨어지자, 회의장 안은 다시 한번 정적에 휩싸였다. 거기 모인 사람 중 절반 이상은 도대체 누가 이신향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듯이 이신향은 회사에 들어온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이들도 있었다.사실 당사자인 이신향과 유사라조차 충격에 말문이 막혔다.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해 봐도 이런 전개는 꿈에서조차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순간 이신향은 조금 전 예천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작은 일인데 신향 씨랑도 좀 관련이 있어요.”‘그 작은 일이... 설마 이거였던 거야?’물론 승진이라는 생각이 아주 잠깐 스쳐 갔지만 회사 상황이나 인사 구조상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는 곧 다른 의미로 해석했었다.‘그런데 이게 정말 승진이라니? 그것도 총괄 본부장?’“이걸 작은 일이라고 한 거예요. 예 대표님?”이신향은 마음속으로 외치고 싶었고 옆에 있던 유사라도 상황은 똑같았다.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말도 안 되는 현실을 받아들이려 애쓰고 있었다.‘예 대표님... 우리한테 너무 잘해주는 거 아닌가요...’하지만 이런 파격적인 발표에 반발이 없을 리 없었다. 회의장 뒤편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채널 사업부의 부장 황유한이 결국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예 대표님, 저는 대표님의 결정에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다만... 이신향 본부장님은 아직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셨고 회사 구조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셨다고 보기엔 이르지 않나 싶어 이렇게 의견을 드립니다.” 그는 말을 조심스레 이어갔지만 분명히 불편한 속내가 담겨 있었다.예천우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아주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이름이... 황유한 씨 맞죠?”“예, 예 맞습니다.” 황유한은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이름 참 좋네요.” 예천우는 그저 웃는 얼굴로 말을 잇고 있었다.“근데 황 부장님, 지난 몇 년 동안 이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셨는지... 본인은 잘 아시죠?”그 말에 황유한의
바로 그때였다. 회사 전체 직원들에게 회의 소집 메시지가 전달되었고 장소는 다름 아닌 1층 대회의실이었다.모든 인원이 반드시 참석하라는 지시까지 함께 내려왔다.이신향과 유사라는 잠시 멍해졌다.‘갑자기 전 직원 소집 회의? 무슨 일이지?’직감적으로 두 사람은 이번 일 역시 예천우와 관련이 있다고 느꼈다. ‘혹시 아까 마두석이랑 무슨 중대한 거래라도 한 건가?’아무튼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사내 메신저에 회의 알림이 쏟아졌고 직원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퍼지며 10분도 되지 않아 전 직원이 대회의실에 모이기 시작했다.모두 웅성이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추측하기에 바빴다.잠시 후 예천우가 마두석, 채광수와 함께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런데 직원들은 곧 눈치를 챘다.마두석과 채광수, 두 사람의 얼굴빛이 심각하게 창백했고 걸음걸이도 힘이 없었다. ‘저 사람들한테... 뭔가 엄청난 일이 터진 게 틀림없어.’그 사이 마두석이 마이크 앞에 서더니 형식적인 인사도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모두 주목해 주십시오. 지금부터 여러분께 새로 부임하신 백성 그룹의 실질적 대주주이자 앞으로 우리 회사를 이끌어갈 새로운 대표님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그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고개를 깊이 숙였다.“바로 이분... 예천우 대표님이십니다. 전 백씨 가문에서 보유하고 있던 모든 지분을 예 대표님께 양도하였습니다. 다 함께 박수 부탁드립니다.”이 말이 떨어지자 회의장은 순간 조용해졌고 모두가 충격에 말을 잃었다.백씨 가문이 회사를 장악하고 있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런 백씨 가문이... 지분을 전부 넘겼다고?’전혀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이신향과 유사라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진짜야? 예천우 씨가... 우리 회사 대표가 됐다고?’이내 두 사람의 얼굴엔 기쁨과 놀라움이 뒤섞인 미소가 떠올랐다. ‘이렇게 되면... 우리 또다시 예 대표님 회사에서 일하게 되는 거잖아?’ 그 사실만으로도 둘은 왠지
두 여자는 도무지 무슨 일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결국 더 생각해 봐야 의미 없다는 걸 깨닫고 그냥 예천우가 말한 대로 곧 알게 된다는 말만 믿기로 했다.하지만 이신향은 여전히 마음이 복잡했다.‘혹시 천우 씨가 내 부탁 들어주려는 걸까?’이제 와서 다른 방법도 없고 그녀로선 더 이상 손쓸 길이 없었다....한편 이신향이 자리를 떠난 후 예천우는 조용히 사무실 문 앞에 섰고 문을 그대로 밀고 들어섰다.그런데 예상치 못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화려하게 치장한 여자가 마두석의 무릎 위에 앉아 서로 정신없이 입을 맞추고 있던 것이다.예천우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그 순간, 등을 보이고 있던 마두석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불쾌하게 외쳤다.“씨X, 누군데 막 들어와? 문도 안 두드리고!”그는 자기 사무실에 아무도 감히 그냥 들어오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방금 유혹에 못 이겨 문 잠그는 것도 잊고 말았다.하지만 설마 진짜 누가 문을 열고 들어올 줄이야...“허허, 잠깐 안 본 사이에 마 대표는 아주 바쁘시네요? 위세가 대단하십니다.” 예천우가 조소 섞인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그제야 마두석은 돌아봤고 그 순간 그의 얼굴은 사색으로 변했다.예천우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예, 예 대표님... 죄, 죄송합니다. 제가 미처 몰라뵈었고... 방금 그건 정말...”“됐고.” 예천우는 말을 끊으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오늘 내가 여기 온 이유는 하나야. 네가 앉아 있는 본부장 자리... 이제 그만두시지.”“제, 제발요 예 대표님!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제발 이번 한 번만... 기회를...”마두석은 그대로 무릎을 꿇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간절한 표정으로 사정사정하며 손으로는 자기 뺨을 연달아 세게 때렸다. 대표 자리는 너무나 달콤했기에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자 비서는 충격에 얼어붙었다.저렇게 위세 높던 마두석이 예천우 앞에서 이렇게까지
“제가 도와준 거 고마워서 그러는 거예요? 그런 건 신경 안 써도 돼요. 별일도 아닌데요.” 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감사 인사도 있지만... 사실 드릴 말씀이 조금 있어요.” 이신향의 목소리는 약간 조심스러웠다.“그래요? 오늘 오전엔 회사에 있는 거예요?”예천우는 마침 머릿속에 떠오른 일이 있었다. 바로 마두석을 정리할 타이밍이 온 것이다.“네, 근데 왜요?”이신향이 되묻자 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저도 마침 너희 회사에 볼 일이 좀 있어서요. 가서 얼굴 보면서 얘기나 해요.”전화를 끊은 뒤 이신향은 잠시 멈칫했다. ‘천우 씨가 회사를? 무슨 일이 있는 거지?’하지만 이내 며칠 전 어떤 이가 백씨 가문조차 예천우 앞에선 꼼짝 못 한다고 말했던 게 떠올랐다.그리고 실제로 그녀와 유사라가 회사로 돌아왔을 때 평소 고압적이던 마두석의 태도는 정반대로 바뀌어 있었다.‘설마... 예천우 씨랑 마두석 본부장님이 아는 사이야?’게다가 마두석이 그토록 예천우를 두려워하는 걸 보면 틀림없었다....예천우는 전화를 끊고 바로 백성 그룹으로 향했다. 건물 앞에 막 도착했을 때 그의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발신자는 바로 정우환이었다.“주인님, 예웅남이 모레 밤에 움직일 예정입니다.” 전화 너머에서 정우환이 낮고 단호하게 말했다.“생각보다 빠르군.”예천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대답했다.“예웅남 쪽에선 예 어르신께서 이미 주인님의 귀환을 준비하고 아예 족장 자리를 주려 한다는 말을 듣고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합니다.”정우환의 말에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이제 이 모든 걸 끝낼 시간이야.” 전화를 끊은 그는 즉시 절정 노조와 함께 갈 비행기 표 두 장을 예약하도록 지시했다.그리고 바로 남궁은서에게도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렸다. 어머니가 뭘 준비하든 그는 개입할 생각이 없었다.그다음으로 양박군에게 연락해 화간종의 노조 원은희를 데리고 용도로 오게 하라 지시했다.또한 원
이 말이 떨어지자 박민정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지금까지 사부님인 멸정 사태는 언제나 남자는 다 똑같은 쓰레기라며 가까이하지 말고 멀리하라 가르쳐왔는데 이제 와서 직접 남자에게 다가가라고 하다니... 아무리 임무라지만 이건 정말 충격이었다.그녀는 조금 당황한 얼굴로 입술을 달싹였고 멸정 사태는 그런 제자의 반응을 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라. 너더러 정을 주라는 말이 아니야. 네 외모라는 무기를 활용하라는 뜻이지. 절대 감정에 휘둘리지 마. 만에 하나라도 진심이 생기면 너는 지금까지 쌓아온 내공이 모두 허사가 될 것이고 평생 후회하게 될 거야.”옥패의 힘은 그녀에게도 크나큰 유혹이었다. 만약 그것을 손에 넣는다면 자신의 무공은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며 진정한 천하제일의 존재가 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세상의 남자들 따위가 아닌 여인이야말로 이 세상을 지배할 자격이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멸정 사태 본인도 강하긴 했지만 결코 무적이라 말할 수는 없었다.비룡위의 창시자인 용진성만 해도 이미 오십 년 전에 육지 신선 경지에 도달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를 이기지 못했다.더군다나 최근엔 모든 실무를 청룡에게 맡기고 자신은 온전히 내공 수련에 몰두하고 있다고 하니 그 실력은 더욱 깊이를 알 수 없었다.“알겠어요.”박민정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어릴 적부터 멸정 사태에게 길러졌고 사부님의 말은 거역할 수 없었다. 게다가 지난번 예천우를 한 번 본 적 있었던 그녀로서는 그 남자에게 호감까진 아니더라도 혐오감은 없었기에 접근하는 것 자체는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만약 다른 남자였다면 단호히 거절했을 테지만 예천우라면 그래도 억지로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좋아. 단... 절대 감정에 빠져선 안 돼. 더더욱 관계를 맺는 일은 있어선 안 되고.” 멸정 사태는 마지막까지 우려를 감추지 못한 채 신신당부했고 박민정은 조금 놀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양서은은 순간 멍하니 예천우가 자리를 피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가 그렇게 갑작스레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자 그녀의 눈빛도 서서히 어두워졌다. 아직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는데 이미 거절당한 기분이었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예쁘지 않아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 입은 옷차림이며 메이크업이며 회사에 있던 남자 동료들만 해도 눈을 떼지 못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단 하나의 이유는 바로 예천우는 오직 임완유에게만 마음을 두고 있기 때문이었다.가볍게 웃는 얼굴 뒤로도 감정 하나만을 지켜가는 지독할 정도로 한 사람에게만 진심인 남자, 예천우는 그런 남자였다....예천우가 화장실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임완유가 사무실에서 나왔다. 일이 다 끝나서가 아니라 그녀는 그냥 예천우가 이토록 오랜 시간 자신 곁에 가만히 앉아 기다리고 있는 게 신경 쓰였다.‘천우는 정말 좋은데... 그게 문제야. 너무 여자한테 잘해. 그래서 더더욱 안심이 안 되네.’괜히 남겨두고 바쁜 일만 하게 둘 순 없어서 얼른 나와 함께 돌아가기로 결심했다....그 시각, 용도의 비룡위 본부.“뭐라고? 예천우가 이미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게다가... 특수한 에너지의 도움까지 받았다고?”천도 용진성의 눈빛에 반짝이는 흥분이 스쳤다.“네. 아직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정황상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예천우의 사부님인 옛 용왕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너는 왜 지금까지 아무 연락도 안 한 거야?”“지금 연락하면 바로 의심받을 겁니다. 오히려 역효과나 나타날 수 있죠.” 옛 용왕은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조만간 천우는 분명 용도에 올 거니 그때 직접 만나 확인할 생각입니다.”“지금은 움직이지 않을 거야?”용진성이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며칠 차이로 달라질 건 없어요.” 옛 용왕의 눈빛은 어두워졌다.“정말 예천우가 그런 경지에 도달했다면...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무조건 천우를 손에 넣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훗날 우리가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