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소정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돌아왔다.그녀가 알고 있는 가장 대단한 사람이 유걸이다. 유걸을 찾아서 관련 상황을 알렸다.유걸은 그녀의 말에 살짝 고개를 저었다.‘뭐야. 그럼 아버지가 와도 아무 소용없는 거잖아.’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순 없는 법, 유걸은 괜히 허세를 부리며 전화를 걸어 보이는 시늉을 했다.소정과 함께 걸어왔다."완유, 소정이가 그러는데, 임씨 가문이 상회에 가입 못했다며?" 유걸이 관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임완유가 고개를 끄덕였다."아,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어. 내가 아버지께 전화해서 꼭 도와달라고 강력히 요청했거든.""아버지한테 부탁했어?"임완유는 살짝 당황했다.‘뭐야? 예천우가 아니라 유걸 씨 아버지 덕분에 상회에 가입할 수 있었던 건가?’예천우는 막 산에서 내려와 무술만 할 줄 알지, 양 회장과 인연이 없어 보였다.유걸 아버지는 천해 시에서 지위가 매우 높은 사람이라 그는 양 회장과 분명 인연이 있을 거다."그래, 우리 아버지가 분명 최선을 다할 거야. 내가 아버지한테 미래 며느리를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했거든."유걸이 허풍을 떨었다.‘정말 유걸 씨가 도와준 거였어?’임완유는 살짝 미안했다. 유걸과 결혼할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유걸이 그녀를 매번 전폭적으로 도와주는 게 마음 쓰였다.그녀는 예천우가 함부로 허풍 떨고 심지어 그녀를 감쪽같이 속였다고 여겼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완유야, 너 그 촌뜨기 남편보다 유걸이 훨씬 잘났잖아." 소정이 옆에서 거들었다."유걸이 우리 집안에 확실히 큰 도움을 줬어. 이 고마움을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다.""왜 몰라, 유걸이 널 이렇게 좋아하는 데 미래를 약속하는 게 어때?"임완유가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그래, 결혼이 거래되면 안 되잖아.""난 완유랑 같아. 두 사람이 마음이 통해야 결혼하지, 말도 안 통하는 사람과 결혼하면 좋지 못한 결과만 초래해."유걸이 황급히 말했다. 그는 예천우가 그녀의 남편감으로 부족하다고 암시
임씨 가문이 상회에 가입할 수 있는 명예를 예천우가 얻었을 리 없다고 여겼다.절대 그럴 리 없다고 장담했다."그래, 유걸, 진짜 고마워." 임완유가 감사하듯 말했다."별말씀을, 내가 상회 가입을 도울 수 있어 기뻐." 유걸은 그 공로를 낚아챘다."예천우, 이것 좀 봐. 유걸은 전화 한 통으로 임씨 가문의 운명을 결정짓는 큰일을 해냈어.""그런데, 넌 멍하니 앉아 뭐했니? 넌 도대체 유걸보다 잘난 게 뭐가 있니?"유걸이 그 말을 듣고 의기양양해서 말했다. "내가 보기엔, 예천우 씨도 여자 잘 달래주는 것 같던데, 아까 여자애를 아주 옹호해주는 것 같더라고."임완유는 이 말을 듣자마자 양체은을 떠올렸다. 기분이 더욱 불쾌해졌다.예천우가 어이없다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 "저 사람이 도왔다고 확신해?""저 사람 말고 너라는 거야? 왜? 네가 양 회장한테 전화했다고 하려고?" 소정이 조롱하듯 말했다."그만해!"임완유는 다른 사람들 귀에 이 이야기가 들어갈까 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그만해!""예천우, 네가 유걸한테 적개심 품고 있는 거 알겠는데, 그래도 너 자신을 봐." "하지만 네 방식이 잘못됐어. 사람은 이렇게 행동하면 안 돼!"다행히 유걸이 아량이 넓어 일일이 따지지 않잖아. 그러니까 앞으로 이런 짓 하지 마."그녀는 예천우의 행동이 확실히 선을 넘었다고 여겼다. 예천우가 고개를 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걸이 날뛰게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유씨 가문의 신학그룹은 내부 문제가 생겨 자금줄이 끊어졌고 이미 파산 직전에 있었다.유걸은 득의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완유, 화내지 마. 천우 씨도 분명 우리가 너무 가깝게 지내니까 마음이 불편해서 날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일 거야. 그래서 모욕하는 거지.""모욕했다고요? 당신은 그럴 말 할 자격이 없어요!"예천우가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유걸의 기분이 나빠졌다.임완유도 어쩔 수 없었다. 예천우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 유걸이 그녀를 두 번이나 도왔다."유걸, 날 봐
양대복이 파티장 안을 훑어보았다. 그의 눈빛이 예천우에게 쏠려 있었다.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 저녁 만찬에 오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이 자리에서 모두 원하는 것을 수확하였다고 믿겠습니다."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응답했다.간단한 오프닝 멘트 후 양대복이 계속 말했다. "올해 용등상회에 가입한 유일한 기업을 소개하겠습니다. 바로..."양대복은 일부러 말을 잠시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후보 기업들은 숨을 죽이고 그의 입만 빤히 쳐다보았다.임완유의 시선도 양대복에게 고정되어있었다.비록 사전에 통보를 받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임완유 대표님의 임유그룹입니다!"양대복이 큰소리로 선포했다.진짜로 임유그룹이다. 임완유는 매우 기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그녀는 가문의 곤경을 잘 알고 있다. 상회에 가입해야만 비로소 충분한 대출을 신청할 수 있고, 충분한 자금을 얻어 다시 전체 기업을 활성화해 가문을 곤경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정말로 모든 게 이루어졌다. 소정도 임완유를 위해 진심으로 기뻐했다.유걸은 임유그룹이 정말로 상회에 가입하자 깜짝 놀랐다. 어떤 사람이 뒤에서 힘을 써줬는지 알 수 없다.임유그룹을 도와준 사람과 친하게 지내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하지만 임유그룹이 상회에 가입되었다는 말에 다른 사람들은 넋이 나갔다.특히 왕씨 가문은 실력이 아주 강하다. 진작에 포석까지 다해 상회 가입이 확정된 상태다.그런데 왕씨 가문보다 한참 뒤떨어진 임유그룹이 상회에 가입되었다.양대복은 많은 사람이 이런 생각이 있으리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가 임유그룹을 선택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겠죠.""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이번에 임유그룹에 기회를 주라는 저의 은인의 부탁으로 은혜를 갚기 위한 선택을 한 겁니다."사람들은 양 회장이 은혜를 진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다.양 회장은 실력이 세고 성격이 무섭고 용맹하다고 소문났다. 그의 수중
유걸의 안색이 더할 나위 없이 보기 싫어졌다. 그는 무대 위의 상황을 보며 양 회장이 신의의 이름을 말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가 신의의 이름을 말하면 그는 이렇게 대답할 작정이다. "우리 가문은 천해 시에서 가장 대단한 가문이야, 신의 따위 찾는 건 아무 일도 아니야.""허허!"예천우가 웃음을 터트렸다. 유걸은 갑작스러운 예천우의 웃음에 이상함을 감지했다.소정이 보다 못해 호통쳤다. "예천우, 왜 웃어?" "유씨 가문에서 찾은 게 아니면, 너 같은 촌놈이 찾았다는 거야?""염치없는 놈이, 자기가 나설 자리인지 아닌지 구분도 못 해?" 예천우가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는 소정이 너무 혐오스러웠다."무슨 소리야." 소정이 화를 냈다."예천우!"임완유가 화를 내며 그를 호통쳤다. "넌 말하지 마!"바로 이때, 양대복이 큰 소리로 말했다. "그분은 다름 아닌 임유그룹의 예천우 선생입니다!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저희 딸을 살려주신 예천우 선생에게 감사드립니다.""자, 파티는 여기에서 끝내겠습니다. 조심해서 돌아가십시오."양대복이 몸을 돌려 무대에서 내려왔다.양대복은 예천우가 시끄럽게 떠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쯤에서 끝낸 것이다.많은 사람들이 어리둥절해서 예천우라는 인물을 찾았다. 임완유에게 예천우에 대해 물으려 했다.임완유도 양대복의 발언에 깜짝 놀랐다.양 회장의 입에서 나온 예천우라는 이름에 그녀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 소정도 마찬가지다.귀와 눈을 의심했다.유걸은 두 눈을 멍청하게 뜨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마치 발가벗겨진 광대 같았다.예천우가 미소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언제 나랑 만난 겁니까? 나더러 치료하라고 언제 말했어요?"유걸은 창피함에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지 못했다.임완유도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정말 예천우가 도와준 것이었고, 자신은 줄곧 그가 허풍을 떨었다고 오해했고, 심지어는 방금 몇 번이나 그를 증오하고 욕했던 것이다.그녀는 충격에 참지 못하고
유걸의 얼굴이 흉하게 굳었다. 신의가 예천우일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는 예천우의 덕을 보려고 했다.특히 유걸은 예천우의 공로를 예천우를 조롱하고 비난했다.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다.소정이 글을 바라보자 그는 당장에라도 바닥을 뚫고 숨어 버리고 싶었다.임완유는 이미 예천우를 믿고 있는 듯했다.그녀는 예천우의 스승이 할아버지가 말하던 노신의 인 것을 알고 있다.그녀는 신이라는 존재를 믿지 않았다. 그녀는 현대 과학기술의 정확성을 더 믿었다.노신의가 어떤 난치병이든 치료할 수 있는 특별한 비법을 가지고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천우 아까는 내가 널 오해했어, 미안해.”평소에 좋게 보이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정말 그녀의 잘못이다.예천우가 잠시 당황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덤덤하게 말했다. “부부 사이에 약간의 오해가 있었던 거잖아, 미안해 할 필요는 없어.”임완유는 얼굴을 붉히며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참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채 삼켰다.예천우가 번이나 했던 말이라 너무 익숙한 말이었다.하지만 그때마다 묵묵히 그녀를 돕고 있는 건 그 자신인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가 그를 전혀 믿지 않은 채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다.무의식적으로 그를 믿지 않았던 것이다.이 광경을 지켜보던 유걸의 내가 빠르게 회전했다.예천우가 그간 거만하게 굴었던 것은 그가 양 회장이 딸을 구했기 때문이라고 여겼다.하지만 이런 정도의 은혜는 한 번 갚으면 그만이다.유걸이 서둘러 말했다.“완유야, 미안해. 나도 오해했어. 내가 아버지한테 하도 부탁해서 아버지가 일을 처리해 준 줄 알았어.”“어쩐지 그랬던 거였구나. 유걸이 어떤 사람인데 남의 공로를 빼앗을 생각을 하겠어.” 소정이 다급히 말했다.임완유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유걸 덕분에 상회의 고위 인사들을 많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유걸, 자책할 필요 없어. 나도 널 믿었어. 게다가 넌 오늘 이미 나를 많이 도와줬는걸.”유걸은 임완유가 화를 내지 않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걸의 아버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양 회장이 말하는 거물을 만나고 싶었으나 만날 수 없었다. 상회에서도 그를 도울 방법이 없었다.전화를 끊자 그의 눈에서 차가운 기운이 번쩍였다.곰곰이 생각해보니 현재 자신을 신뢰하는 사람은 임씨 가문뿐이었다.하지만 그날 아직 임완유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예천우 같은 놈을 이기지 못한다면 너무 수치스러운 일이었다.차 올라탄 소정은 예천우에게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예천우 때문에 체면을 구겼다고 생각했다.“아까 양 회장이 왜 올라와서 한마디 하라고 하지 않았어?”예천우가 잠시 당황하더니 말했다. “바빠서 그랬던 거 아닐까?”“아무리 바쁜 사람이라도 그 몇 분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아. 내 생각엔 양 회장이 너랑 시간 낭비를 하기 싫어서 부르지 않는 거 같아.”“그럴지도 모르지.”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을 지었다.“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 양 회장이 너한테 진 빚을 다 갚았으니 이제는 널 보살펴 주지 않을 거란 말이야. 넌 여전히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뭐라도 된 줄 알고 나대지 마.” “그게 어때서?”예천우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때서라니, 정말 너랑 할 말이 없다.” 소정이 임완유를 바라보며 말했다.“완유야, 저것 좀 봐, 저런 애랑 어떻게 유걸을 비교할 수 있어?” 임완유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어쨌든 임씨 가문을 상회에 가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게 예천우잖아.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아.”“어떻게 그게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 있겠어, 이건 네 평생이 걸린 문제야.”“내 인생은 이 일과 아무 상관이 없어.”임완유가 즉시 말했다."그럼 알겠어!"이 말을 들은 소정은 비로소 안심했다. 그녀는 자기 친구가 예천우의 도움 때문에 충동적으로 그를 자기 남편으로 받아들일까 봐 걱정되었다.한편 임씨 가문의 가족들은 임완유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집에 들어서자마자 그녀의 어머니가 곧바로 달려와 다급하게 물었다.“완유야, 상회 가입은 어떻게 됐니?”그녀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도 기
“오해라니? 그럼 가입 못 했다는 거야?” 두 사람이 당황해서 물었다.“그게 아니라 제 말은 이번 상회에 가입하게 된 건 유걸과 상관이 없다고요. 전부 예천우 덕분이에요.”임완유가 직접 말했다.“유걸이 아니라 예천우 덕분이라고?”“완유야, 너 어디 아픈 거 아니지?”두 사람은 깜짝 놀라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임씨 어르신도 일어날 수 없는 일에 깜짝 놀랐지만, 그는 자기 손녀가 아무런 근거 없이 말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임완유도 예천우를 싫어했다."사실입니다."임완유가 오늘 일어났던 일을 설명했다."그래!"임씨 어르신이 기뻐하며 말했다.“네 의술이 이렇게 강력할 줄은 몰랐어. 정말로 노 신의에게 의술을 전수받았구나.”“아니에요, 할아버지.” 예천우가 겸손하게 말했다.“어제 우리가 얘기를 할 때 호의를 사용하여 도움을 줄 계획이었니?""그런 셈이죠.""사실, 그때 할아버지가 널 믿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널 꾸짖은 것도 잘못했다."임씨 어르신의 말에 임완유도 그때의 장면을 떠올렸다.그녀는 예천우를 전혀 믿지 않았고, 그를 많이 오해하고 있었다.그녀는 줄곧 그가 허풍이나 떠는 허세 있는 사람인 줄 알았다. 이렇게 비현실적인 진실을 말하지 않으니 그를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양 회장이 그의 밑에 있다는 것, 파티를 취소하라는 말을 듣고 장진관을 떨쳐 버린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양 회장은 오늘 밤 반드시 그를 지원했거나 최소한 정중하게 그를 초대했을 것이다.아버지와 어머니도 분명히 약간 당황했지만, 곧바로 말했다.“확실히 이번에는 천우가 많은 도움을 줬지, 훌륭해.”"하지만 호의는 이번 한 번이야. 양 회장은 앞으로 다시는 걔를 도와주지 않을 거야.”“다시 아무것도 없는 시골뜨기로 전락했네. 권력과 지위가 없이 의술을 조금만 알아도 무슨 소용이 있겠어?""그래, 좋은 날들인데 왜 이런 얘기를 하는 거야?"어르신은 부부의 말을 멈추고 임완유에게 말했다."상회에 가입에 성공
"알겠어."예천우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좋아, 그럼 내가 할아버지를 설득할 때까지 기다려. 그때 가서 이혼 서류를 작성하자.""그래."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임완유는 예천우더러 자기를 이해해 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둘은 결국 같은 세계의 사람이 아니었으니 억지로 산다고 해서 행복해질 수는 없었다.방으로 돌아온 예천우는 막 누우려던 참이었다. 양체은이 전화를 걸었다.“체은 씨.”“체은이라고 편하게 부르라고 했잖아!”양체은은 불만을 품고 삐죽거렸다."알았어, 체은아!""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은데, 내가 불편해?"“아니야, 어떤 남자가 널 싫어하겠어. 그런 사람은 남자가 아니야.”“내일 밤에 뭐해?""왜?""파티에 같이 가자.""우리 친하지도 않은데 파티 같이 가서 뭐해?""천우 오빠, 우리 친해.""나 바빠!"예천우가 바로 전화를 끊었다.양체은은 손에 든 휴대폰을 보고 그 자리에서 바로 얼어붙었다.그녀는 자신을 이렇게 무시하는 남자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그러나 이런 일이 더 많이 일어날수록 그녀는 화가 났다.‘흥, 분명 날 무시하고 있잖아!”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녀는 이미 아버지를 통해 예천우와 임완유가 계약 부부 일 뿐이며 두 당사자 사이에 어떤 감정도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아내 임완유조차도 여전히 그를 무시하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양체은은 계속해서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다.예천우는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전화를 받자마자 양체은이 말했다."나랑 안 가면 내일 오빠 집으로 찾아가서 내가 오빠 아이를 임신했다고 말할 거야.""..."예천우가 힘없이 웃었다. “왜 하필 나야?”"내 미모를 무시하는 사람은 오빠밖에 없어.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나쁜 의도로 날 접근한다고.""알았어!"예천우는 어쩔 수 없이 파티에 동행하기로 했다.사실 양체은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미모는 무시할 수 있는 남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다음날 오후, 양체은과 약속 시각이 곧
하지만 진미소는 유은수가 이렇게까지 자신한테 모욕감을 줄 줄은 몰랐다.진미소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고 결국 사직을 선언했다.그러자 유은수는 망설임 없이 곧바로 허락했다.게다가 진미소와 함께 퇴사하겠다고 나선 직원들까지 전부 잘라버렸다.어차피 자신에게는 하준이라는 뛰어난 인재가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진미소는 예상보다 단호한 유은수의 태도에 잠시 멍해졌지만 이내 현실을 받아들였다.‘뭐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남아 있는 게 오히려 손해일 수도 있겠지.’하준 같은 인물이 연구 부서의 책임자로 올라가는 걸 보면 루루 화장품의 미래는 뻔했다.‘이런 꼴을 보느니 차라리 지금 나가는 게 낫지. 나중에 큰 사고가 나기 전에 말이야.’진미소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서 있자 유은수는 속으로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이제야 알겠지? 누가 이 회사의 진정한 주인인지. 이런 하찮은 녀석들이 감히 나와 맞서겠다고? 그리고... 하문까지 처리했으니 이제 남은 건 유현뿐이군.’유현은 예천우가 직접 키운 사람이니 섣불리 손대면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그러니 억지로 내쫓지는 말고 자기가 알아서 나가도록 유도해야겠어. 예천우와 아직 연락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괜히 자극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곤란하니까.’사실 예천우가 신경조차 안 쓸 가능성이 컸다. 유은수가 루루 화장품의 모든 직원을 해고해도 예천우는 별다른 감정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었다.진미소를 내보낸 뒤 유은수는 곧바로 하준에게 새로운 연구 책임자를 찾으라고 지시했다.‘이제 하준은 내 최측근 1호야. 앞으로 나도 임완유처럼 나만의 충성스러운 사람들을 길러야 해. 그렇게 하면 나도 그냥 가만히 앉아서 과실을 따 먹기만 하면 되겠지. 그리고 나중에는 모두가 나를 존경하는 훌륭한 사업가라고 칭찬할 거야.’그렇게 황홀한 미래를 상상하던 중 유은수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전화를 확인해 보니 뜻밖에도 임완유였다.‘흥, 배짱 좋네. 내 앞길을 막아놓고도 무슨 낯짝으로 전화를 한 거야? 혹시 다시 싸우자는
“그렇다면 너무 간단한 일이네요. 해결 방법은 무수히 많습니다!” 하준은 서둘러 대답했다.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지금이야말로 한 단계 올라설 절호의 순간이었다.이 말을 들은 유은수는 즉시 흥분한 표정을 지었다.‘드디어 회사가 살아날 수 있겠네. 하문 같은 무능한 녀석은 해결 방법도 못 찾고 손 놓고 있었는데... 역시 내가 직접 나서자마자 이렇게 해결책이 나오잖아. 그리고 방금 뭐라 했지? 방법이 무수히 많다고 하잖아.’유은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진미소가 감히 사표를 내겠다면 당장 내쫓아 버릴 거야. 네가 바로 진미소의 자리를 대신하면 되지.”“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대표님! 앞으로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하준은 아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좋아, 아주 훌륭해. 젊은 친구가 패기가 있군.”유은수는 그가 자신을 모시겠다고 말하자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과찬입니다. 회사가 대표님 같은 훌륭한 분을 모시고 있다는 게 큰 행운이죠. 사실 직원들 사이에서도 대표님을 칭찬하는 말이 많습니다.”“정말이야?”유은수는 귀가 솔깃해졌다.“물론이죠. 다들 말하길 대표님께서 일찍 회사를 맡으셨다면 회사가 이렇게 어려운 길을 걷지 않았을 거라고 합니다. 오히려 더 큰 성공을 이뤘을 거라고요.”“확실해?”유은수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당연하죠. 대표님께서 예전 임완유 대표보다 훨씬 뛰어나시다는 건 다들 인정하는 사실입니다.”하준은 속으로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어휴, 이렇게까지 말해야 하나... 내가 너무 뻔뻔한 거 아닌가...’하지만 유은수의 반응을 보니 듣고 싶었던 말이 딱 이거였다는 듯이 만족스러워했다.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말했다.“좋아, 아주 훌륭해. 회사에는 너처럼 충성스럽고 능력 있는 젊은 인재가 필요해.”그리고 바로 결정을 내렸다.“굳이 진미소가 사직서를 내길 기다릴 필요도 없겠어. 네가 그냥 하문의 자리를 대신하면 되지.”이 말을 듣자 하준은 순간 멍해졌다
“하지만, 예 대표님은 외부 사람이 아니잖아요.”“무슨 예 대표? 어디서 나온 대표야? 그 사람이 회사에서 어떤 직책을 가지고 있는 거야?”유은수는 날카롭게 쏘아붙였다.“하문아, 너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혹시 회사에서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은 거야?”‘오늘 아침 예천우 그 자식은 날 보고도 인사조차 하지 않았어. 도대체 자기가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어도 결국엔 완유 뒤를 따라다니는 사위일 뿐이잖아. 그런데도 나한테 인사 한마디 없이 그냥 지나쳐? 어디서 예의도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유은수는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문은 유은수의 비난에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고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억누르려 했지만 더 이상 참기 어려웠다.그런데도 유은수는 차가운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됐어, 하문. 더 이상 쓸데없는 말 안 하겠어. 그 재료는 절대 안 줄 거야. 지금 네가 할 일은 당장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재료를 찾아내는 거야.”“불가능합니다!”하문은 단호하게 거절했다.“불가능하면 방법을 찾아! 어차피 똑같은 효과가 안 나와도 돼. 조금이라도 비슷한 기능만 있으면 되는 거야. 화장품이란 게 원래 사람 체질에 따라 효과가 다 다르잖아. 결과가 별로면 그건 소비자 체질 탓이지 제품 탓이겠어?”유은수는 짜증스럽게 말했지만 하문은 더욱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가짜 제품을 만드는 건 절대 안 됩니다.”“가짜라니! 이건 제품 개선이야.”유은수는 폭발하듯 소리쳤다.“끝까지 반대하겠다면 당장 회사를 나가!”“좋아요. 그럼 나가겠습니다.”하문은 더 이상 참지 않고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심했다.회사를 떠나는 게 금전적으로 손해가 크겠지만 더 이상 이곳에서 버틸 이유가 없었다.게다가 자진 퇴사를 하면 별다른 보상도 받을 수 없었지만 그런데도 하문은 단호한 선택을 내렸다.유은수는 그의 사직서를 받자마자 단번에 승인했다.“잘됐네.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나 본데... 네가 없다고 회사가 무너질 것 같아? 돈만 있
마침 임완유도 거의 정리를 마쳤고 예천우는 시간을 확인했다.아직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상황이었고 돌아가기에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었다.“너희 엄마는? 벌써 간 거야?”예천우는 의아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이런저런 일이 있었는데 유은수가 인사도 없이 가버린 건가 싶었다.“응, 갔어.”임완유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너도 급히 돌아가야 한다면서. 우리도 가자.”“그래.”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출발시켰다.그는 운전하면서도 임완유가 무언가 말하려다 마는 걸 눈치채고는 물었다.“완유야, 무슨 일 있어? 혹시 그거... 화장품 레시피 때문이야?”예천우가 먼저 말을 꺼내자 임완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아까 어머니가 했던 말을 전부 설명했고 예천우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별거 아니야. 그냥 레시피 하나잖아. 지금 당장 적어서 건네줘도 돼.”그 말을 들은 임완유는 더더욱 감동했다.“천우야, 미안해. 나도 알아. 엄마가 일부러 연기하는 걸 수도 있다는 거... 그런데도 난 또 그러는 엄마를 한번 믿고 싶었나 봐.”예천우는 순간 놀랐다.‘완유는 이 상황을 모르는 게 아니었구나.’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말했다.“괜찮아. 그럼 지금 바로 레시피 써줄까?”“아니, 집에 가서 해도 돼.”“좋아. 네가 원하는 대로 할게.”한편, 유은수는 회사로 바로 가지 않았다.그녀는 집으로 돌아가 샤워하고 메이크업까지 꼼꼼히 한 뒤에 최대한 빠르게 회사로 복귀했다.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결백하다는 걸 직원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키는 일이었다.유은수는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긴급회의를 소집했고 직원들 앞에서 강경한 태도로 선언했다.“나에게는 아무런 죄도 없어. 인터넷에 떠도는 루머는 전부 거짓말이라고!”그녀는 직원들에게 자신이 경찰서에서 금방 나온 사실을 강조하며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만약 내가 진짜로 문제를 일으켰다면 어떻게 이렇게 빨리 나올 수 있었겠어?”직원들은 어리둥절했지만 대체로 그녀
“알겠어.”유은수는 그 말을 남기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그러나 속으로는 이를 갈며 생각했다.‘누가 너더러 다시 오라고 했어? 돌아와서 뭘 하겠다는 거야. 내 회사를 빼앗으려고? 꿈도 꾸지 마. 임연 그룹은 절대 네 것이 될 수 없다고.’하지만 유은수는 임완유가 머지않아 천풍 그룹의 글로벌 대표 자리에 오르게 될 것이며 조만간 조 단위 자산을 가진 대기업을 이끄는 인물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다.임강은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그는 유은수의 태도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예전부터 집안의 모든 결정권은 유은수에게 있었고, 이제는 거의 여황제 수준이었다.그녀가 말하면 곧 법이 되는 상황이었기에 그도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한편, 예천우는 용미소를 찾아갔다.그녀는 예천우를 보자마자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따졌다.“예천우, 도대체 무슨 속셈이야? 지난번에 왜 날 속였어?”“내가 널 속였다고?”예천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모르는 척하지 마. 넌 분명 용문의 용왕이면서도 나한테 특수 요원이라고 했잖아!”“아, 그거 말이야.”예천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내가 분명히 용왕이라고 말했는데 네가 안 믿었잖아. 그래서 그냥 네가 듣고 싶은 대로 맞춰준 거지.”“흥! 그런 말장난으로 넘어가려 하지 마. 덕분에 내가 얼마나 창피를 당한 줄 알아?”용미소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은 듯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심하게 말했다.“그래. 다 내 잘못이야. 미안해. 사과할게.”그녀가 지난번 자신이 예씨 가문과 대립할 때까지도 도와주려고 했던 모습을 떠올리자 예천우는 더 이상 장난칠 기분이 들지 않았다.그녀는 충분히 존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용미소는 가볍게 사과로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사과만으로는 부족해. 하나 약속해 줘.”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예천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는 거겠지?’“뭘 약속해 달라는 건데?”“아직 정하지 않았어. 하지만 걱정하
예천우는 이 광경을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완유야, 여기 일은 끝난것 같으니 난 먼저 가볼게. 아까 용 형사가 나를 찾더라고. 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봐야겠어.”임완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다녀와. 난 여기 마무리하고 있을게.”그녀는 아까 용미소가 예천우를 따로 부른 걸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묻지 않았고 예천우는 그렇게 자리를 떠났다.그가 나가고 난 뒤 임완유와 가족들은 담당 경찰과 대화를 나눴고 마침내 임완유는 서류에 서명했다.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임완유가 단호하게 거절했고 한 푼도 받지 않겠다는 뜻이었다.이 모든 일이 마무리되자 유은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임완유를 꼭 끌어안았다.“완유야, 정말 고맙구나!”그녀는 감격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잘못을 했는데도 넌 여전히 날 이렇게 감싸주다니... 넌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착한 딸이야. 엄마는 너를 사랑해.”너무나도 감성적인 말이었기에 임완유는 순간 멈칫했다.솔직히 이런 말은 오랜만이라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마음을 표현해 주는 것이 기뻤다.그래서 그녀는 살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완유야, 이제 엄마는 정말로 정신 차렸어. 앞으로는 절대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 거야. 회사를 잘 이끌고 우리 임씨 가문을 더욱 성장시켜야지.”“네, 믿어요. 엄마가 회사를 잘 운영하면 분명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거예요.”임완유는 괜한 경쟁심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어머니를 칭찬했다.유은수는 그 말을 듣자 기뻐하며 자신감을 보였다.“그래, 그렇지? 엄마를 믿어. 난 절대 널 실망하게 하지 않을 거야.”하지만 바로 그때 유은수가 말을 이어갔다.“그런데 말이야. 그 루루 화장품의 레시피 말인데...”임완유는 순간 굳어졌다.‘결국 여기까지 왔네. 모든 대화가 돌고 돌아 다시 원점으로 말이야.’그녀는 짧은 순간 고민했다.이 레시피가 그녀의 것이었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로 넘겨줬을 것이다.하지만
경찰서 안으로 조금 들어서자마자 임강이 급히 다가왔다.“완유야. 드디어 왔구나. 네가 안 왔으면 네 엄마가 정말 못 버텼을 거야.” 그가 다급한 얼굴로 외쳤지만 린완유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고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고 예천우 역시 냉담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의 차가운 반응에 임강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도 그동안 자신들이 한 짓이 너무 심했기에 무슨 말을 해도 변명이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예천우와 임완유가 온 덕분에 그도 함께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원래는 단순히 아내의 상태를 확인하러 온 것뿐이었다.경찰의 안내를 받아 임완유와 예천우는 마침내 그녀의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갔다.유은수는 이미 임완유가 온다는 소식을 들은 상태였기에 딸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벌떡 일어나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그녀는 눈가가 붉어진 채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완유야! 내 사랑하는 딸아, 네가 왔구나!”유은수의 얼굴은 창백하고 지쳐 있었으며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었고 전체적으로 초췌한 모습이었고 그 모습이 한층 더 그녀를 안쓰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유은수가 말했던 사랑하는 딸이라는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그동안 가슴속 깊이 쌓아두었던 분노가 터지려 했지만 그 말 한마디에 힘이 빠졌고 대신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었다.유은수는 평생 편안하게 살아왔고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불안과 두려움이 밀려왔을 테니 당연히 저렇게 지쳐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그녀가 이번 일을 통해 뭔가 깨달았기를 바랄 뿐이었다.예천우는 그런 임완유 옆에서 유은수를 바라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그런데 뭔가 어색했다.‘흠... 너무 작위적이야.’눈물에 젖은 듯한 눈동자, 흔들리는 어깨, 절박하게 보이는 표정은 전형적인 감성 자극 연기였다.하지만 굳이 나서서 뭐라고 할 필요는 없었다. 진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었고 그저 임완유가 이걸로 마음을 정리할 수
김희자는 백강호의 싸늘한 시선을 받자 얼굴이 굳어졌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오, 오빠... 왜 그래?”백강호는 이를 악물며 낮게 으르렁거렸다.“왜 그러냐고? 이 지경까지 온 게 다 누구 때문인데!”그의 얼굴은 어둡게 일그러져 있었다.“이게 다 네가 저 자식한테 괜한 짓을 부추겼기 때문이야! 네가 아니었으면 내가 이런 꼴을 당했겠어?”김희자는 당황한 얼굴로 변명했다.“그, 그게 왜 내 잘못이야? 게다가 어차피 절정종이 나서면 저놈은 끝장난다고 했잖아.”“원래는 그랬지. 하지만 방금 흑호한테서 연락이 왔어. 그놈은... 용문의 용왕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어.”“뭐?”김희자는 경악했다.“그럴 리가 없어! 흑호가 잘못 들은 거 아니야?”“흑호가 나한테 거짓말할 리 없어.”백강호는 한숨을 내쉬면서 생각에 잠겼다.‘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놈이 처음부터 얼마나 당당했는지 이해가 가네. 애초부터 난 희자 때문에 실수를 저질렀어. 그런데 지금 알아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지금 그가 가장 걱정하는 건 예천우를 어떻게 상대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자기의 단전이었다.‘정말로 회복할 수 있을까. 지난번에 절정종의 종주께서 누군가가 단전 회복에 성공했다는 자가 있다고 들었어. 그런데 어떻게 하면 회복할 수 있을까? 어찌 됐든 단전이 부서졌으니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절대 회복할 수 없을 거야.’“그, 그러면 이제 돈은 어떻게 해야 해? 줘야 하는 거야?”김희자가 조심스럽게 물었고 그녀도 이번에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걸 깨달은 것 같았다.‘흑호, 도훈이 그리고 이제는 오빠도 모두 나 때문에 망했어.’“... 돈은 줘야겠지. 만약 우리가 버티면... 백씨 가문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어.”백강호는 땅이 꺼지듯 한숨을 쉬었고 순식간에 많이 늙은 것 같았다. 한평생 쌓아온 모든 것이 단 한 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이었다.예천우의 신분을 알아버린 이상 이제는 돈을 안 줄 수가 없었다.‘그래. 일단 돈을 주고 이후에 절정종에 이 일을 넘겨 다시 찾아오면 돼. 나도
백강호는 천천히 몸을 숙이더니 조심스럽게 정교한 작은 상자를 꺼냈다.그는 이 보물을 항상 몸에 지니고 있었다.그리고 마치 손에서 놓기 싫다는 듯 아쉬운 눈빛을 띠며 예천우에게 상자를 건넸다.이건 단순한 보물이 아니었다.칠색연꽃을 재료로 약을 잘 만들면 곧바로 종사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알려진 귀중한 보물이었다.백강호 역시 이걸 보고 한동안 마음이 흔들렸지만 절정종의 압박이 너무나도 무거웠다.그들에게 이 보물을 바치는 게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는 유일한 길이었다.그는 절정종의 강자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종사급 고수를 단숨에 살해하는 모습을 분명히 보았다.그렇다면 저 자식이 절정종을 건드렸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운명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이 자식이 감히 절정종을 건드려? 이번에는 반드시 죽을 거야.’예천우는 천천히 상자를 받아 들었다.뚜껑을 열어 확인하자 과연 예상했던 대로 칠색연꽃이 들어 있었다.이 정도의 보물이 그의 손에 들어온 것은 그야말로 뜻밖의 행운이었다.이걸 제대로 활용하면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상자를 닫아 그대로 챙겼다.“이걸 봐서라도 이번 한 번은 그냥 넘어가 주지.”그는 나지막이 말하며 백강호를 내려다봤다.“하지만 기억해 둬. 1조 8,000억은... 하루 안에 입금해. 그렇지 않으면 네가 감당하지 못할 일이 생길 거야.”그 말을 남긴 채 예천우는 차에 올라탔고 그대로 시동을 걸어 유유히 사라졌다.그들이 완전히 떠난 후에야 남아 있던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방금 전까지 예천우가 내뿜던 살기는 도저히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었다.김희자는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헐떡이며 말했다.“오빠, 이제 어쩌면 좋아? 이대로 당할 순 없잖아.”백강호는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채 이를 갈았다.“걱정 마. 당장 위에 보고할 거야.”그의 눈빛에는 강한 살기가 서려 있었다.“절정종의 것을 건드린 놈이 멀쩡할 것 같아? 이번엔 확실히 죽을 거야.”김희자는 여전히 불안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