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들은 예천우의 머릿속은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역시 이영이 바른 말을 하다가 부정한 일을 당한 것이다!다른 사람 눈에는 병원 사건 결말이 잘 된 것으로 보이겠지만 예천우가 보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그는 김 의사의 사촌 형 김 소장도 이 일에 직접 가담했다고 믿고 있다. 그렇다면 경고 처분으로 가볍게 끝날 일이 아니다. 만약 이영에게 잘 대해줬다면 예천우는 이 일을 몰랐을 것이고 더 이상 행동을 취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 그들이 제 발로 찾아온 셈이다.“이영 씨, 걱정 마요. 이 일은 내가 꼭 바로잡을 거예요. ”예천우가 확신에 차서 말했다. “그냥 놔두는 게 좋겠어요. 그들 세력이 엄청나요. 듣기로는 서 시장님도 그들 뒤를 봐주고 있대요. 예 신의님 의술이 뛰어나긴 하지만 그들이 지금 신의님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면 오히려 신의님을 해칠 거예요.”이영이 말했다.일개 의사라고?김 사장은 눈살을 찌푸렸다. 의사가 별장을 살 능력이 되나?방금 오미희가 했던 말도 틀린 말은 아니군. 그는 괜히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문하가 와서 속임을 당한 것을 알면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김 사장은 입이 근질거려 결국 물어보았다.“예 선생님, 정말 이 별장을 살 생각이십니까? 돈은 준비되셨나요? ”기분이 좋지 않던 예천우가 화를 냈다.“못미더우면 매도인한테 오지 말라고 하세요. 저는 바로 나가겠습니다. ”그러자 김 사장이 황급히 말했다.“아니, 저는 그냥 확인만 하려고.... 매도인이 좀 대단한 인물이라 혹시라도 차질이 생기면 제 밥줄이 끊깁니다. ”“당신 밥줄 끊기는 거랑 나랑 무슨 상관이죠?”예천우는 자신을 의심하는 태도에 화나 났다. 믿든 안 믿든,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김 사장은 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다. ‘너 제발 정말로 매수해야 돼. 아니면 반드시 날 갖고 장난 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그의 말에 더는 대꾸하고 싶지 않은
“그럼요, 당연하죠. 소 도련님께서 어떤 분이신데요... 저쪽이 도련님의 신분을 모르고 덤빌까 봐 그러죠. ”오미희가 말했다.그녀의 말에 소문하는 눈썹을 찡그렸다. 어찌 됐든 감히 그를 속인다면 반드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후회하게 해줄 것이다. 곧이어 그는 불쾌한 얼굴로 다가갔다.오미희는 소문하의 화난 모습을 보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이영, 네 주제에 감히 나한테 개겨? 저 거지새끼도 김 사장더러 날 처리하라고 했지? 내가 김 사장과 어떤 관계인지도 모르고.’그렇다. 김 사장은 돈 없어 보이는 청년의 말을 무시하고 성의 없는 말만 했다.황유훈은 머리를 흔들더니 소문하의 뒤를 따라가며 말했다. “형, 잠깐만, 잘 알아보고 가자.”지난번 예천우와의 일을 겪고 나서 황유훈은 확실히 많이 성숙해졌다. 이 일로 황호건도 매우 흡족해하며 속으로 예천우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지난번 일로 그는 가장으로서의 위엄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더이상 아내와 처갓집의 제약을 받지 않게 되었고, 아들놈마저도 순순히 말을 듣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들이 어른스러워졌다는 것이다. 예전처럼 경솔하고 막 나가지 않는다.황유훈은 이제 막 한 걸음 내디뎠는데 멀리 소파에 앉아있는 예천우를 발견하고 멈칫 했다.왜 하필 예천우를 여기서 만나지?아버지께서는 앞으로 예천우를 보면 공손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황유훈 자신도 예천우를 보면 트라우마 때문에 무서웠다.이영과 예천우의 대화에 정신이 팔려 있던 김 사장은 이쪽으로 걸어오는 두사람을 발견하고 냉큼 일어서서 맞이했다. “소 도련님, 황 도련님,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됐고, 사겠다는 사람이 누구예요?”오미희의 영향을 받은 소문하는 매수인의 성의에 의심이 들어 시큰둥해서 물었다. 김 사장은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이 거래가 성사되지 못하면 자신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황유훈은 소문하와 진짜 친한 사이였기에 급히 불러세웠다. “형, 잠깐만 멈춰봐. ”소문
예천우도 황유훈을 보고 멈칫했다. 이곳에서 그를 만날 거라 생각지도 못했다.그들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 이영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맞이했다. 황유훈과 소문하는 보통 신분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다.예천우는 이영을 막지 않았다. 비록 그는 상대방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지만 자신이 이영을 대표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황 도련님!”이영이 깍듯이 인사했다.황유훈은 예천우 옆자리에 있던 사람이 일어서니 급히 머리를 끄덕이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이영은 소문하와도 인사했다.소문하는 이번에는 정중하게 응대하고 김사장과 함께 예천우한테로 다가갔다.“예 신의님, 여기엔 어쩐 일로 오셨어요? ”황유훈은 굽실거리며 인사했다. 최근 일들도 있었고, 특히 어젯밤에도 아버지께서 예천우를 보면 정중하게 대하라고 재차 경고했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는 사 씨 가문이 예천우에 의해 망했다고 하셨다. 그뿐이 아니라 대종사 사천수도 예신의 손에 죽었다고 하셨다.황유훈은 당시 너무 놀라 혼이 빠져나간 느낌이었다.예전 자신의 무모한 행동들을 생각해 보면 목숨이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었다. 이 광경을 보고 김 사장을 포함한 직원들 전부 놀랐다. 직원들은 종래로 황유훈이 누군가에게 이렇듯 깍듯이 대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에 눈이 휘둥그래졌다.특히 오미희는 얼굴색마저도 변했다. 더 놀라운 것은 예천우가 거들떠보지도 않고 무뚝뚝하게 말하는 것이었다.“네가 올 수 있는데, 난들 오면 안 된다는 법이 있나? ”“아닙니다. 그냥 하는 소리예요. ”황유훈은 당황한 기색으로 물었다. “예 신의님,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없어. ”예천우는 머리를 끄덕이며 칭찬했다. “전보다 많이 성장했구나. 계속 힘내! ”이 말을 듣고 다들 어이가 없었다.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감히 황 도련님을 훈계하다니.게다가 이런 태도라면 황 도련님 뚜껑이 열리겠는데?그러나 하필이면 황유훈은 기뻐하며 대답했다.“신의님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김 사
다른 사람은 더 말할 나위도 없었고, 예천우의 실력을 알고 있는 황유훈도 적지 않게 놀랐다.그는 소문하가 요즘 급히 돈이 필요해서 별장을 내놓은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예 신의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냥 갖다 바친다.다시 생각해 보면 소문하의 결정이 어렴풋이 이해될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속으로는 소문하가 자신보다 훨씬 대담하고 결단력이 있다고 감탄했다. 어쨌든 200억이 작은 돈이 아니니 말이다. 예천우의 눈에도 놀라움이 스쳤다. 그는 소문하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럴 필요 없어요. 한 일도 없이 대가를 받는 건 아니죠. 난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예요.”김 사장과 오미희 등은 다시 한번 놀랐다. 이제서야 예천우를 깔보던 자신들이 얼마나 우스운지 알았다.“어... 그럼 이렇게 합시다. 200억은 제가 차마 받지 못하겠고, 흥정 없이 160억, 어떻습니까? 저에게 신의님과 알고 지낼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소문하는 화내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한발 물러섰다. 이번에는 예천우도 머리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아요. 그렇게 합시다!”이 말을 듣자 소문하가 기뻐서 난리였다. 흥분하는 모습이 마치 자신이 득을 본 것만 같았다. 사실상, 그는 확실히 득을 봤다. 예천우의 호감을 얻었기 때문에 콩고물이라도 받아 먹을 기회가 생긴 것이다. “서로 얘기가 다 되었으면 가서 거래 신고를 하실까요? ”김 사장이 싱글벙글하며 말했다. 소 도련님이 거래가 성사되면 상당한 수수료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었기 때문이다.“됐어. 예 신의님 성가시게 할 것 있나? ”소문하가 말했다. “사람 보내라고 할게요. ”그러더니 정말 시청에 전화를 걸어 필요한 물품들을 챙겨서 직원을 보내라고 했다. 예천우는 머리를 끄덕이며 소문하가 확실히 일 처리가 주도면밀하다고 생각했다.“소 도련님, 이 거래에서 다른 건 관여하지 않겠으나, 이영 씨의 4억 수수료는 꼭 챙겨줘야 해요.”그러자 소문하가 이영을 훑어보더니 알겠다는 듯이
오미희는 한창 후회하고 있었다. 소문하의 말을 들으니, 분명히 앞으로 이영의 업무를 지원해 줄 것이다. 예 신의가 어떤 내력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렇게나 끔찍했다. 더 두려운 것은 김 사장이 원망과 분노의 눈빛으로 이쪽을 쏘아보고 있다. 모양새를 보니 김 사장이 수수료를 챙기지 못한 분풀이를 여기에다 하려나 보다.과연 이때 김 사장이 소리쳤다. “오미희, 너희들 당장 이리 와! ”오미희네는 표정을 흐린 채 고분고분 걸어왔다. 그러고는 고개를 푹 숙이고 감히 말도 하지 못했다. “예 신의님, 아까는 얘들이 신의님을 몰라뵙고 무례하게 굴었습니다. 어떻게 처리하실건지 말씀만 하십시오. ”김 사장이 입을 열었다. 예천우는 김 사장을 쳐다보았다. 김 사장이 아까는 자신을 그다지 믿지 않았지만 어쨌든 태도는 정중하니 뭐라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여직원들은 정말로 역겨웠다.“이영 씨, 말해봐요. 어떻게 처리할까요?”예천우가 물었다.한창 흥분에 젖어있던 이영이 이 말을 듣고 잠깐 고민하더니 그녀들을 보았다.오미희는 이영이 눈길을 주자 바로 애원하는 표정으로 이영을 바라보았다. 눈빛은 제발 살려달라고 애걸하는 것만 같았다. 이영은 그녀들을 보니 마음이 약해져 주저하며 말했다. “신의님, 그래도 같이 일하는 동료들인데... 됐어요. ”“이영 씨가 결정해요. ”예천우가 말했다.“그럼... 이번 일은 따지지 않겠어요. 하지만 반드시 예 신의님께 제대로 사과하세요. 저한테 무례한 건 괜찮은데 신의님한테까지 무례하진 말았어야 했어요.”이영이 진지하게 말했다. 오미희네는 듣더니 격동하며 급히 대답했다. “그래, 그래, 고맙다. 이영아...”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사과했다. “예, 예 신의님, 저희들이 잘못했습니다.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됐어. 이영 씨가 따지지 않겠다고 하니 이 일은 여기까지인 걸로 하지. ”예천우도 어린 여자애들과 따지고 싶지 않았다. 김 사장은 일이 원만하게 해결되자 또 말했다. “잘 봐봐, 니들이 이
방금 말한 이 몇 명은 다 신분이 높은 사람이다. 사 시장까지도 포함되어 있다. 김 사장도 속으로 크게 놀랐다. 예천우의 말투는 마치 황 시장에게 업무를 배당하는 것만 같았다. 천해시 갑부라고 해도 이런 식으로 황 시장에게 분부하지 못할 것이다.이 예 신의란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황유훈은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예천우의 말이니 감히 소홀히 하지 못한다. 이따 돌아가서 하나도 빠짐없이 전달할 것이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시청 직원이 사무용품들을 들고 도착했다. 사인 단계에 와서 예천우는 진가인더러 사인하게 했다.진가인은 놀라서 황급히 거절했다. “아니에요, 천우 오빠, 매수인은 오빠지 내가 아니잖아요.”예천우는 어쩔 수 없이 털어놓았다. “이 집은 원래부터 너에게 주려고 사는 거야. ”“난 받을 수 없어요. 나도 돈 있어요. 나한테 14억이 있어요. 내 집 내가 마련할 수 있다고요. 그리고 이렇게 호화스러운 집은 습관이 안돼요. ”진가인이 말했다.예천우도 생각은 했었다. 만약 자신의 명의로 매수하면 진민과 진가인은 이 집에 들어가 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녀들이 편하게 살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이때, 예천우는 스승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어쩌면 정말 앞뒤 가리지 말았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원장 어머니와 진가인도 꼭 예호영을 찾길 바랄 것이다. 소문하는 호기심에 차서 이 장면을 계속 쳐다봤다. 이 형님 참 대단해. 옆에 이런 눈부신 여신이 있는데도 방금 전 또 다른 미인을 도와줬어. 그건 분명 자기 여자로 만들겠다는 건데?“가인아, 너 오빠 믿지? ”예천우가 물었다. “당연히 믿죠! ”“그럼 네가 사인해. 나 대신 관리해 줘. 이후에 내가 필요할 때 다시 돌려줘. ”예천우가 계속해서 말했다. “난 지금 부동산을 사들이기 불편한 상황이야. ”황유훈과 소문하, 그리고 옆에 있던 사람들도 살짝 놀란 눈치였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이유를 대다니, 이 아가씨가 정말 믿는건 아니겠지?하지만 진가인은 예상외로 믿
예천우는 핸드폰을 내려놓더니 말했다. “내가 가봐야 할 일이 있어. 이쪽은 이제 끝났으니 우린 먼저 가볼게. ”“네, 형님. 살펴 가십시오. 다음엔 기회를 주시면 식사를 대접하고 싶습니다. ”소문하가 말했다. 비록 이번 기회에 더 깊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조급해서는 안 된다. 황유훈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소문하가 또 먼저 말해버려서 답답했다. “가인아, 가자. ”예천우는 더 이상 응대하지 않고 진가인을 데리고 밖으로 나나갔다. 차에 올라탄 후 그가 말했다. “가인아, 돌아가면 이모님이랑 짐 정리해서 별장에 들어가서 살아. ”“앗, 안돼요. 그 별장은 오빠 거잖아요. 우린......”“비워두는 것보단 누구라도 들어가서 사는 게 낫지. ”예천우가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이때서야 진가인이 알아차리고 물었다. “오빠, 아까 거짓말이죠? 처음부터 나한테 별장을 사주고 싶었던 거죠? ”예천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오빠, 왜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거예요? ”진가인은 예천우를 빤히 쳐다보며 속으로 예천우가 자신을 좋아하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드라마를 보면 재벌 남자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카드를 꺼리낌 없이 긁고 하지 않는가.예천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넌 내 여동생과 많이 닮았어. 그래서 너한테는 잘해주고 싶어. ”“그뿐이에요? ”진가인은 약간 실망하는 표정이었다. “응, 하지만 네 말이 맞아. 별장은 너에게 주려고 산 거야. 네가 받기 싫다면 아까 그 이영 씨에게 줘. ”예천우가 말했다. “뭐? 안돼요! ”“이건 400억 짜리 별장이란 말이에요! ”“어떻게 아무에게나 덜컥 줘요! ”진가인이 다급하게 말했다. “그럼 내가 먼저 들어가서 살다가, 오빠가 언제 필요하면 내가 나갈게요. ”“그래. 그렇게 해. ”예천우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천우오빠, 또 날 갖고 장난 친 거죠? ”진가인은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아니야, 이런 별장 따위 나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야.
양대복이 머리를 끄덕여 동의했다. 이때 집사가 다가와서 말했다. “회장님, 예 선생께서 동네 길 어구에 들어섰습니다. ”“뭐? 벌써 도착했어? 어서, 문 앞에 마중 나가자. ”양대복이 듣더니 벌떡 일어서서 집사를 데리고 별장 대문 쪽으로 가더니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송문복, 송강 둘은 당황해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들의 뒤를 따랐다. 다만 둘은 대문 뒤쪽에 서있었다. 그 중요한 손님이 어떤 대인물인지 궁금해서였다. 회장님이 내쫓진 않았으니 어쩌면 자신들도 대인물과 말을 섞을 기회가 주어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출세하는 거다. 그러나 영문을 모르는 양 씨 가문 사람들에게는 이 장면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양대복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존재였다. 그의 신분에 아무리 천해시 정재계 핵심 인물이 온다 한들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대체 어떤 대인물을 맞이하기에 이렇게 성대하게 차리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잠시 기다렸는데 손님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자 양대복이 미간을 찡그리고 집사에게 물었다. 예천우는 동네에 들어선 후 문득 한 가지 일이 머리에 떠올라 생각 좀 하느라 차를 잠깐 세웠었다. 그것 때문에 시간이 조금 지체되기는 했으나 금방 다시 엑셀을 밟고 달려왔다. 차가 멈추더니 예천우가 차에서 내렸다. 양 씨 가문에서 그를 아는 사람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건 예 신의가 아닌가. 예전부터 예천우를 알고있던 양대복의 아내 등 몇 명도 많이 놀란 듯했다.지난번 일을 겪긴 했지만 양대복이 예천우를 이렇게 정중하게 대할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 송강은 너무 놀라 혼자 중얼거렸다. “그 분이다.”그는 예천우가 예사롭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용등 블랙카드를 갖고 있다는 건 양 회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뜻이니 말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양 회장마저도 그를 이렇게 정중히 모실 줄이야. 예천우의 신분은 그의 상상을 초월했다. “아는 사람이야? ”송문복도 놀란 눈치였다.“두 번 만난 적이 있어요. 첫 번째는 실례를 범하기도 했어요
예천우의 말에 회의실 분위기는 순간 얼어붙었다. 참석자들은 모두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설마 지금 당장 장희준과 싸우려는 건가? 고작 회의 시간을 지키지 않은 것 때문에 다툼이 일어나면 전혀 좋을 게 없겠는데. 누구나 차가 막힐 수 있잖아.’많은 이들은 장희준이 가진 강력한 배경과 영향력을 알기에 예천우의 태도를 무모하다고 여겼다.‘아무리 임완유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시작하는 건 실수야. 장희준을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면 큰 문제가 될 텐데.’게다가 사람들은 임완유가 회사에 오자마자 이런 큰 회의를 열려는 건 타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먼저 매개 사람들의 생각을 잘 알아간 후에 이런 회의를 여는 게 정상적인 절차였다.혹은 아예 자기가 대표가 되었다고 발표하면 되는 일이었다.임완유도 마음속으로 몹시 긴장했고 그녀는 예천우가 무슨 일을 꾸밀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 때문에 회사에 폐를 끼치는 걸 원하지 않았고 또 예천우의 체면이 깎일까 봐 그를 말리지도 않았다.장희준과 몇몇 사람들은 잠시 멍해졌다. 그들은 워낙 임완유한테 으름장을 놓고 싶었으나 예천우라는 젊은이가 이렇게 갑자기 화를 내며 무례하게 대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들은 박우형 사건의 전말을 지켜보았기에 눈앞의 예천우가 단순히 혈기 왕성한 청년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싸움만 잘한 뿐이지 머리에 든 것이 없는 자식이네. 그 영상 증거만 없었다면 바로 죽었을 수도 있겠지. 그따위 실력으로 어쩌자는 거야?’“어차피 지각을 했으니 그냥 서 있어. 참, 너희들은 이제 앉아 있을 필요도 없어.”장희준 무리를 워낙 처리하고 싶었던 예천우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비록 회사의 안정을 위해 큰 인사 변동은 일으키지 말아야 했으나 이 몇몇 사람은 예천우가 처리해야 할 명단에 있었다.예천우가 이렇게 나오자 장희준과 몇몇 사람들은 화가 치밀어 올랐고 비아냥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보았다.“네 놈의 말을 듣자 하니 우리한테 의견이라도 있는 거야?”“물론이지!
임완유는 실수라도 할까 봐 많이 걱정했다.그녀는 자신의 첫 회의를 앞두고 긴장감에 휩싸였지만 옆에 앉아 있는 예천우를 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괜찮아. 여기서도 내가 회사를 운영한다고 생각하면 돼. 그리고 천우가 같이 온 건 내 곁에서 힘이 되어주려는 거겠지.’하지만 그녀는 예천우가 이곳에 온 진짜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는 그녀를 돕는 것뿐만 아니라 해결해야 할 문제를 직접 처리하러 온 것이었다.몇 분이 빠르게 지나고 어느새 10시가 되었다.임완유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몇몇 고위직이 자리에 없다는 걸 눈치챘다.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회사 부대표인 장희준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장희준은 임완유가 대표로 임명되기 전까지 회사의 실질적인 책임자였다.그녀는 이 회의에 앞서 직접 장희준에게 연락해 회의 시간을 공지했었고 장희준은 참석하겠다고 분명히 답했다.하지만 정작 회의 시간이 되자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임완유는 내심 긴장했지만 곧 차분함을 되찾았다. ‘아마 내 능력을 과소평가하거나 일부러 시험해 보려는 거겠지. 괜찮아. 내가 능력을 보여준다면 결국 인정받게 될 거야.’그녀는 장희준의 행동이 자신을 대표로 받아들이기 힘든 감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했다.어쨌든 장희준에게도 대표가 될 기회가 있었으니 갑작스러운 인사 배정에 불만이 있을 수도 있었다.회의실에 모인 고위직들도 이 상황을 주의 깊게 관찰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그들 역시 임완유가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지켜보고 있었다.하지만 모두가 알았다. 이 상황은 단순히 임완유와 장희준의 대결이 아니었다.이 싸움이 길어질수록 회사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 분명했다.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내심 바랐다.‘누군가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 줬으면 좋겠어. 한 달 안에 끝나길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지도 모르지.’하지만 그런 기대는 어쩌면 절대 이뤄질 수 없는 그들만의 생각일 수도 있었다.예천우는 이런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고 그의 눈에는 차가운
박우형 사건이 마무리되자 임완유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새 직책을 준비할 수 있었다. 원래 그녀는 혼자서 조용히 가려고 했지만 예천우가 고집을 부려 결국 함께 가게 되었다.다음 날 아침 9시, 예천우와 임완유는 정시에 회사 정문에 도착했다.양서은은 이미 회사에 도착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들을 안내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그 시각, 회사에는 이미 많은 직원이 출근한 상태였다.오늘 오전 10시, 새로 임명된 대표 임완유가 회의를 열어 회사의 현황을 파악할 예정이라는 공지가 나갔기 때문이다.중간 관리자와 고위직들은 모두 참석해야 했고 지방 지사 직원만 제외되었다.회의는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지만 일반 직원들도 긴장하며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다.임완유가 회사 복도를 지나가는 동안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에 감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인터넷에 떠도는 그녀의 사진보다 실제로 더 아름답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었다.직원들은 온라인에서 그녀의 경영 능력과 업적에 대한 이야기를 이미 접했다.뛰어난 능력과 결단력으로 회사를 성공으로 이끌었던 그녀의 경력이 공개되며 기대감이 높아졌다.이런 리더라면 회사를 성장시키고 직원들의 급여와 복지를 더 나아지게 할 것이라 믿었다.특히 임연 그룹에서 일했던 직원들이 인터뷰에서 임완유 덕분에 급여가 크게 올랐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던 것이 크게 화제가 되었다.처음엔 임완유를 오해하며 비난했던 사람들도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고 박우형의 추악한 모습이 드러나면서 태도를 바꾸었다.이제 임완유는 단순히 매력적인 외모의 리더가 아니라 뛰어난 실력을 겸비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었다.그런 기대와 달리 직원들은 기존 부대표였던 장희준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장희준은 직원들 사이에서 전혀 신뢰를 받지 못했고 심지어 혐오의 대상이었다.하지만 장희준의 배후에는 실력이 막강한 세력들이 있었다.장희준은 천상 그룹 특정 주주의 대변인이라고 알려졌고 그 주주는 용국의 유명 가문과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그의 권력은 의심할 여지 없이 컸
그 순간 박우형은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결국 피를 토하고 그대로 기절했다.매니저 역시 얼굴이 창백해졌고 곧 경찰이 도착해 둘을 연행했다.문밖에 몰려 있던 수많은 언론 매체들은 상황을 파악하고 싶었지만 경찰의 단속으로 인터뷰는 불가능했다.그런데도 언론사들은 관련 뉴스를 빠르게 작성하며 이 사건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켰다.몇 년 동안 이렇게 폭발적인 관심과 트래픽을 몰고 온 사건은 없었다.매니저는 경찰서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이 알고 있는 박우형의 범죄 사실을 빠르게 자백하기 시작했다.그는 자신이 연루된 죄를 줄이기 위해 박우형의 범죄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낱낱이 털어놓았다.‘굳이 숨길 필요가 없어. 박우형은 어차피 날 더는 믿으려 하지 않잖아. 내가 왜 그런 박우형을 위해 희생해야 하지? 차라리 사실을 자백해 죄를 줄이는 게 올바른 선택이야.”매니저의 철저한 자백은 박우형의 모든 범죄를 폭로하는 결과를 낳았다.그중에는 대중이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행위들까지 포함되었고 심지어 그는 공공장소에서 여러 차례 저지른 추태까지 기록되어 있었다.이 모든 사실이 드러나자 박우형의 팬들은 완전히 등을 돌렸다.그의 행동은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었다.심지어 반국에서도 처음에는 그를 옹호하던 팬들이 많았지만 이번 폭로로 그들은 충격을 받았다.그들도 박우형이 이렇게 역겨운 사람이라는 걸 몰랐다.진작에 이런 사람인 줄 알았다면 그들도 박우형을 옹호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들은 자신들이 박우형을 지지했던 과거를 후회하며 그와의 모든 관계를 끊었다. 한편, 천상 그룹의 부대표인 장희준은 이번 사건으로 분노에 휩싸였다.그는 임완유와 예천우가 사건을 성공적으로 해결하며 대중의 호감을 얻은 데 대해 매우 불만을 품고 있었다.“젠장! 어떻게 이렇게 판이 뒤집힐 수가 있어? 임완유, 네 남자가 꽤 잘하긴 하더군. 하지만 두고 봐. 네가 본사에서 힘이 있다고 해도 난 반드시 널 끌어내리고 말 거야.”장희준은 용도 남궁 가문을 생각하니 자신감을 가졌다.그는 천상 그
박우형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뭔가를 떠올리며 혼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이를 지켜보던 매니저는 더 이상 할 말을 잃고 고개를 저었다.그는 이미 상황이 여기까지 왔으니 자신이 뭐라고 말해도 달라질 건 없다고 판단했다.‘아마 예천우는 일부러 그렇게 말한 거겠지. 박우형더러 알아서 하라고 한 건 너무 명확한 함정 아닌가.’특히 상대가 엘리베이터 앞부터 영상을 찍어뒀다는 걸 알면서 지금 이 상황에서도 영상을 남기지 않았을 리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게다가 예천우가 왜 8시 전에 돈을 요구했는지도 의심스러웠다.시간을 더 줬다면 더 많은 돈을 마련할 수 있었을 텐데 굳이 그렇게 서두른 이유는 분명했다.‘이건 분명 덫이야. 그런데도 박우형은 그걸 알아채지 못했어.’매니저는 한숨을 쉬며 이제 자신의 죄를 어떻게 피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박우형의 많은 악행에 자신도 연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다행히 매니저는 일찍 준비를 해두었기에 일이 터지면 책임을 피할 수 있었다.‘미성년자와 잠자리를 가진 일이 터지지 말아야겠는데.’그 일이 드러난다면 그는 절대 감옥살이를 피할 수 없었다. 그때 매니저가 미성년자를 박우형에게 골라 줬다. 게다가 그 여자 아이는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다만 뒤에 그런 일을 겪는다고 하니 여자아이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하지만 매니저는 알지 못했다. 박우형은 그 사건의 영상을 스스로 보관하고 있었다.시간은 흘러 어느덧 저녁 8시가 되었다.박우형은 자신의 핸드폰을 확인했다. 영상이 공개되지 않자 그는 한숨을 쉬며 매니저를 향해 말했다.“봤지? 내가 말했잖아.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매니저는 잠시 혼란스러웠다. ‘혹시 정말 내가 민감했던 걸까?’그 순간,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새로운 알림을 확인하며 경악했다.“우형 님... 핸드폰을 보세요!”박우형은 고개를 숙여 핸드폰 화면을 확인했다.매니저가 영상을 틀자마자 그의 표정은 굳어졌다. “뭐야... 이게 뭐야!”박우형은 절망과 분노에 찬 목소
박우형은 저녁 8시 직전에 마침내 400억을 마련해 예천우에게 전달했다. 그는 일이 끝나면 일부 자산을 처분해 돈을 갚고 상황을 정리한 후 반국으로 돌아가기로 계획했다.그는 반국으로 돌아가 팬들과 대중에게 자신이 용국에서 누명을 썼다고 주장할 생각이었다.‘두 여자는 적당히 핑계를 대면 되겠지. 돈을 받고 누군가에게 매수당해서 나를 유혹했다는 식으로 말하면 돼.’그는 속으로 웃음을 참지 못했다. 비록 최근 사건들이 자신을 분노케 했지만 그는 결국 상황을 자신의 이익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모든 게 정리되자 예천우는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그렇게까지 원한다면 우리는 네 사과를 받아들인다. 이제 가도 돼.”박우형은 이를 완전히 받아들인 듯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두 분께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그는 예천우가 마음을 바꿀까 봐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박우형이 떠난 뒤, 양서은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예천우 씨, 정말로 박우형을 그냥 보내주실 건가요?”비록 양서은은 예천우가 무슨 증거를 확보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예천우가 그전에 보여준 동영상만 봐도 오늘에 올리려는 동영상은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블록버스터급일 게 분명했다.예천우는 양서은의 말을 듣고 미소를 띠며 반문했다.“내가 박우형을 놓아줄 이유가 있을까요?”“근데... 방금 그를 용서한다고 하셨잖아요?”그러자 임완유가 나서며 부드럽게 말했다. “서은 씨, 천우는 단 한 번도 박우형을 용서한다고 말한 적이 없어요.”그녀는 상황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천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고 어떤 조건도 내걸지 않았어요. 그저 박우형 스스로 혼자 추측하고 행동했을 뿐이죠.”양서은은 임완유의 설명에 감탄하며 깨달았다.“아, 세상에! 예천우 씨는 정말 대단해요. 박우형은 자기가 구원받았다고 믿고 있을 텐데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분명 기절할 거예요.”한편, 박우형과 그의 매니저는 숙소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나눴다.
‘뭐라고?’양서은은 그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며 박우형의 말을 듣고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평소 연예계 소식을 자주 접하던 그녀는 박우형이 얼마나 인기 있고 팬들이 열광적이고 그의 높은 지위를 잘 알고 있었다.그가 어떤 프로그램에 나가도 모든 사람이 그를 치켜세우며 조금이라도 그를 불편하게 만들까 봐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늘 봐왔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지금 눈앞의 박우형은 이전의 당당한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그는 마치 곧 무릎이라도 꿇을 것 같은 태도로 예천우와 임완유에게 비굴하게 굴고 있었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최근 벌어진 사건들로 그는 사실상 끝장난 상태였다. 그리고 예천우의 수단은 너무 강력했고 임완유 역시 뛰어난 능력으로 기업의 스타로 떠오르고 있었다.예천우는 박우형의 말을 듣고 냉소를 머금으며 말했다.“아, 네가 박우형이라고? 그런데 이렇게 비참한 차림으로 나타나니 한눈에 알아보긴 힘들었네.”예천우는 그를 보면서 비아냥거렸다.“하지만 네 지금 모습은 네 역겨운 본성과 딱 들어맞는 것 같아.”그 말을 들은 박우형의 매니저는 순간적으로 박우형을 바라보았다.평소엔 누군가 조금만 지적해도 난리를 치고 욕설을 퍼붓던 박우형이었다.그런데 지금 이렇게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하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예상과는 달리 박우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예천우 씨 말씀대로입니다. 제가 그런 인간입니다.”그는 더욱 낮은 자세로 말했다. “오늘 여기 온 건 정말 진심으로 사과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과거에 역겹고 뻔뻔하게 행동하며 두 분을 모욕한 점을 용서해 주십시오.”예천우는 박우형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정말 진심으로 사과하려고 온 거야?”“그렇습니다! 백 퍼센트 진심입니다!”박우형은 예천우의 말에 희망을 느낀 듯 흥분해서 말했다.“그래서 혹시 두 분께서 원하시는 조건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전 정말 기꺼이 보상할 의사가 있습니다.”예천우는 한 번 쓱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조건
황 형사는 속으로 안도하며 생각했다.'예천우 씨는 영웅과도 같으신 분이네. 다행히 예천우 씨를 바로 데려가지 않았어. 그랬다면 영웅에게 실례를 범한 정도가 아니라 이 사건의 흐름을 망쳤을지도 몰라.’현재 상황은 상부의 요구에 완벽히 부합했다. 이 기회를 틈타 새로운 단속이 시작될 가능성이 컸다. 이번 단속은 여러 분야를 아우를 것이고 많은 이들이 곤란에 처할 것으로 보였다.사람들도 박우형을 향해 분노의 비난을 퍼부을 것이다.한편, 이 모든 일이 진행되는 동안 임완유는 마침내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자신에 관한 과거 기록과 이야기가 너무 많이 퍼지는 걸 보고는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천우야, 이런 건 다 어디서 찾아낸 거야?”임완유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하하. 사람을 좀 써서 대충 찾아봤어.”예천우가 웃으며 대답하자 임완유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감탄했다.‘천우는 정말 대단하네.’영상에 담긴 내용 중 대부분은 그녀 자신도 기록해 둔 적이 없었고 회사에도 없는 것들이었다. 그가 어떻게 이 모든 정보를 파헤쳤는지 알 수 없었다.그와 동시에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깨달았다.자기 말과 행동 대부분이 누군가에 의해 기록되고 있다는 사실이 경악스러웠다.사실 예천우는 그녀에게 모든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불리한 정보가 일부 있었지만 그는 이를 발견한 즉시 제거했다. 결과적으로 그녀에게 전해지는 불안 요소는 전혀 없었고 상황은 완전히 유리하게 돌아갔다.그때 경찰서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박우형 측에서 폭행 고소를 취하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예천우를 직접 부르지도 않고 단순히 전화로 취하 사실만 전달했다.예천우가 전화를 끊자마자 양서은이 흥분된 얼굴로 뛰어 들어왔다.며칠 동안 그녀의 감정은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흔들렸다.하지만 이번 영상이 공개되면서 모든 오해가 풀린 걸 확인한 후, 그녀는 한결 가벼운 마음이 되었다.“임 대표님, 영상 속에서 본 대표님의 과거 업적을 보니 정말 대단하세요!”양서은은 임완유를 향
이 순간 팬들은 자신들의 우상이 얼마나 뻔뻔한 사람인지 깨닫기 시작했다. 그제야 자신들이 예천우를 완전히 오해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많은 사람들이 처음 예천우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당신들이 이런 사람을 좋아한다면 결국 무릎 꿇고 사죄하게 될 겁니다.”그 말이 현실이 되었다. 그들은 자신이 이런 사람을 좋아했던 것에 대해 참회하고 싶은 심정이었다.하지만 이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많은 팬이 박우형을 옹호했고 그가 틀림없이 누군가에게 모함당했다거나 이 모든 것이 어쩌면 거대한 음모라고 주장했다. [처음 엘리베이터 앞에서부터 모든 것이 다 계획된 함정이야.] 이런 댓글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여러 플랫폼의 댓글 창에 비슷한 주장들이 넘쳐났다.물론 이런 주장 중 상당수는 프로 악플러들이 쓴 것이었지만 실제로도 많은 팬들이 여전히 박우형을 믿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눈으로 본 사실조차 믿으려 하지 않았다.한편 박우형은 이 모든 소식을 듣고 당황과 분노에 휩싸였다. 그는 미친 사람처럼 자신의 집 구석구석을 뒤지며 카메라를 찾기 시작했다.“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어!”그는 자신의 매니저를 심하게 질책했다.“분명히 누군가 내부에서 정보를 흘리고 영상을 찍은 게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영상이 나올 리가 없어!”박우형은 매니저가 가장 의심스러웠다. 매니저는 항상 그와 함께 있었으니 카메라를 설치할 기회가 충분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매니저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신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필사적으로 변명했다.“정말 아닙니다! 저는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았어요!”그러나 박우형은 매니저를 믿지 않았다. 매니저가 자신에 대한 약점을 너무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해고하거나 처벌할 수도 없었다.매니저는 속으로 박우형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이 사건이 끝나면 당장 이 사람 곁을 떠나야겠어.'게다가 이미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으니 박우형은 더 이상 회복할 가능성이 없었다. 용국 뿐만 아니라 반국에서도 그의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