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고 난 뒤 채영만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호건아, 자네 저분이랑 아는 사이인가?”“그럼요. 교수님이 저희 엄마 치료해 주신 분입니다. 손자 분이 아프다는 걸 듣고 예우천 교수님께 제일 먼저 전화드렸더니 제일병원에 있다고 하시더라고요.”“그랬구나, 저분이 네가 전화한 그분이구나.”사실 채영만도 전에 황호건 엄마의 소문을 듣고 그렇게 믿지 않았고 애초부터 무슨 신의가 있다는 걸 믿지 않았다. 근데 정말 이 세상에 신의가 있다니 오늘 자기 눈으로 보지 않고서야 믿기 힘들었다. 오늘 예천우가 있어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큰일 날뻔했다.이때 옆에 힘 없이 주저앉은 김준을 보게 되었다. 얼굴은 종이처럼 하얗게 변했고 그의 모습을 보고 채영만은 죽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 자식 때문에 자기 손자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예천우의 치료가 끝나자 두 아이는 정신이 바로 들어 언제 아팠냐는 듯 컨디션이 너무 좋아 보였다. 그리고 아이들은 활동적이니 바로 뛰어놀기 시작했다. 그들의 모습에 가족들은 너무 좋아한 나머지 예천우한테 계속 고맙다고 말했고 거액의 진료비를 주려고 했다. 예천우는 그 누구의 돈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은혜를 마음속에 꼭 간직할 것이다.채영만은 다른 두 아이의 모습을 보고 또 자기 손자의 모습을 보니 너무 안쓰러워했다. 자기 손자는 아직 얼굴이 창백해 엄마 품에 안겨 있었고 다른 두 아이는 지금 뛰어놀고 있었다. “저기 예천우 선생님, 내가 다른 의미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우리 손자가 더 먼저 치료받았는데 어쩜 상태가 뒤에 치료한 아이보다 더 못한 건가?”아이들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 조금이 아니라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였다.예천우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 쉬었다. “채 의원님, 무슨 말씀인지 압니다. 크게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손자 분은 방금 전 치료 잘 못 받아서 기운이 빠진 상황이라 집에 가서 약 3개월 동안 쉬고 몸조리하면 완치될 겁니다.”뭐라고? 3개월이나 더 쉬어야 한다고? 이게
“뭐든 다?”“그 불쌍한 환자들은 뭘로 보상할 건데?”“그 사람들은 치료받으려고 여기저기 돈 빌리고 심지어 집이랑 땅까지 팔고 남은 돈으로 왔는데. 당신은 어떻게 했는데? 마음대로 진단서 작성하고 그 사람들의 피 같은 돈을 뺏은 거잖아!”“당신은 강도보다 백배 천배 더 추악스러워!”예천우는 말하면 할수록 화가 났고 진가인이 전에 당했던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 더는 참을 수 없었다.그의 말에 김준은 더는 견디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쓰러졌다. 더는 숨길 수 없다는 걸 알고 끝장이라는 것도 알기 때문이다. 감옥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다.“이게 무슨 말인가?” 하 원장님이 바로 물었다.그러자 예천우는 전에 본 진단서를 꺼내 원장님께 건네고 사실을 말했다.현장에 있는 간부들도 그의 말에 너무 화가 나 참을 수 없었다. 천해 시에서 이처럼 악마 같은 존재가 있다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이에 비해 방금 전 일은 어린아이 장난처럼 보였다.황호건의 표정도 굳었고 이번 일에 대해 철저히 검토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그가 시장 직을 맡는 동안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하고 누가 연루되었던 상관없이 엄격하게 처리하겠다고 마음먹었다.하 원장님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며 말했고 예천우한테 계속 사과했다.서로 얘기 나눈 뒤 김준은 조사받으러 잡혀 들어갔다.“천우 오빠, 정말 너무 멋있으세요. ” 진가인은 너무 좋아해했다. 오늘 엄마의 병도 치료되었고 그 악마 같은 김 의사도 잡혔으니 너무 좋았다.“내가 멋있는 게 아니라 네가 용감한 거지. 그리고 이 100만 원 너 가져.”“아니, 안돼요. 이건 주 회장님이 오빠한테 드린 진료비잖아요. 제가 이걸 어떻게 받아요.”“나 이 돈 필요 없어. 아니면 그냥 빌린 거라고 생각해. 너희 어머니도 몸조리해야 하니까 돈 쓸일 많을거야.”“그럼 염치없지만 받을게요. 천우 오빠, 너무 고마워요. 제가 돈 생기면 바로 갚을게요.”“그래, 내가 데려다줄게.”“아니요, 괜찮아요.”“운전해서 왔으니까 괜찮아. 가자
진가인의 집에서 나온 뒤 예천우의 마음도 싱숭생숭했다. 두 사람이랑 분명히 뭔가 관계있을 것 같았고 자기 출생 비밀이랑도 연관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천우는 여덟 살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아무 기억이 없었다.진가인 집에서 나와 차에 타 별장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오래된 동네라 길이 좁고 일방통행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앞에 어느 한 남자가 차 앞에 서 있었다.“내려!”남자는 차를 똑똑 두드리며 내리라는 제스처를 했다. 예천우는 차 문을 열고 내려와 그를 향해 걸어갔고 동시에 상대방을 스캔했다.몸짓도 좋아 보였고 키도 컸다. 짧은 헤어스타일에 깔끔해 보였고 눈빛은 강했고 마치 어느 산짐승 같았다. 상남자다워 보였고 포스가 강했다.예천우의 눈에 잠깐 놀라운 눈빛이 스쳤고 이 젊은 남자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걸 눈치챘다.“당신이 예천우인가?”“그래, 맞아.”“듣기로는 어디 싸움 잘하고 실력 좀 있다며?”“어느 정도는 해.”“그건 나를 만나지 않았으니 그런 거지 아무리 실력 있는 사람이라도 소용없어. 오늘 당신 다리 여기서 부숴버릴 테니까. 날 원망하지 마, 그건 당신이 유걸 도련님을 건들지 말았어야 했어.”“당신이 유걸 부하인가?” 예천우는 그의 말에 놀라워했다. 지금 자기 앞에 있는 젊은 남자를 보니 유걸처럼 쓰레기 같은 인간의 부하라니 믿기 힘들었다.“아니!”“그럼 왜 그 사람을 돕는 건데?”“그건 나를 이기고 물어보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그리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순식간에 예천우 앞에 다가와 주먹을 날렸다. 30%의 힘만 썼다. 아니면 상대방 얼굴을 작살냈을 것이다.하지만 예천우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고개를 살짝 돌려 그의 주먹을 피했고 바로 오른손을 올려 팔꿈치로 상대방의 가슴 쪽을 쳤다. 정말 실력 있는 고수인 게 틀림없다.젊은 남자도 놀랍다는 표정이었고 다시 몸을 돌려 예천우의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바로 또 주먹을 날렸다.두 사람 서로 치고박고 몇 차례 걸쳐 젊은 남자는 다시 공격을 날렸다. 그의 주
예천우의 태극권이 신기하고 어려운 게 사실이니 젊은 남자는 빠른 속도를 이용해 강한 공격으로 그를 이기려 했다.하지만 예천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무서워하지 않았다. 두 손을 가겹게 흔들더니 다시 쉽게 그의 공격을 받아치고 또다시 그를 제자리로 보냈다.이제야 젊은 남자는 자기가 예천우의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당신 정말 강하고 실력 있군. 내가 졌어.” 남자는 말했다.“당신 이름이 뭔가?”“양호준!”“이름 좋네. 당신이랑 잘 어울려. 지금 내가 이겼으니 왜 유걸을 도와주는 건지 말할 수 있을까?” 예천우는 물었다.양호준은 잠시 고민하고 말했다. “내 여동생이 많이 아파서 수술비 5,000만 원이 필요하거든. 유걸이 당신 다리를 부숴버릴 수 있다면 수술비 준다고 했어.”“그렇군. 근데 지금 실패했으니 어떡할 거야?”“다른 방법을 생각해야지 뭐.”“그래? 그럼 나를 도울 생각 없어?” 예천우는 양대복이 모르게 하고 있는 일을 보고 속으로 자기 사람을 키워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특히 양호준의 실력을 보니 타고난 것도 있고 자기가 우연히 얻은 청룡법을 수련하면 종사는 식은 죽 먹기일 것 같았다. 청룡법을 수련한 타고난 종사급 고수는 절대적인 존재다.스승님의 말씀처럼 자기의 출생비밀 뒤에 더 큰 세력이 있을 수 있으니 실력 있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하지만 양호준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유걸 도련님도 같은 제안을 했는데 거절했어. 나는 당신 같은 사람을 도울 생각이 없어.”“근데 나한테 덤볐잖아.”양호준의 표정이 굳었다. 사실 전에 그도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아픈 여동생을 보니 어쩔 수 없이 유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사실 당신 이해해. 다 여동생 때문이잖아. 당신 여동생의 병은 나한테 맡기고 내가 꼭 완치할 수 있게 치료해 줄게. 당신은 아무 걱정 없이 나를 도와 일 처리 해주면 돼.”“무작정 거절하지 마. 적성에 맞는지 해보고 다시 결정해. 만약에 안 맞으면 그때 다시 떠난다고 해도 더는 잡지 않
유걸은 점시 의아해했고 어떤 상황인지 다시 물어보려고 했지만 상대방이 전화를 끊어 그는 너무 화가 나 핸드폰을 바로 던졌다.이런 젠장! 예천우 그 인간 괴물인가? 그처럼 강한 양호준도 상대가 안 된다니 말이 안 된다.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예천우 그 인간을 죽여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무슨 일인데?” 유광철은 자기 아들이 화난 걸 보고 물었다.“예천우 그 인간 때문이에요.” 유걸은 너무 화가 나 말했다.유광철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자식이 그렇게 대단해?”“대단한 거 까지는 아닌데 무술 실력이 강해서요. 중요한 건 제가 하고 있는 일을 계속 막고 있으니까 문제죠. 하마터면 임씨 집안 돈 못 받을뻔했잖아요.”유걸은 뭔가 생각난듯 말했다. “아버지, 혹시 킬러들한테 시켜 예천우도 같이 처리하라고 하면 안 될까요?”유광철은 고개 끄덕이며 말했다. “죽을 짓을 했으니 같이 처리하라고 하지.”“아버지, 고맙습니다.”“나한테 고맙다고만 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기회 놓치지 말고 돈을 더 받아내야 해.”“네, 알겠어요.”다음 날 아침, 예천우를 보게 된 유은수는 싫은 표정을 지으며 자기 집에서 당장 내쫓을 기세였다. 하지만 예천우는 신경쓰지 않고 유은수를 애써 무시했다. 하지만 예천우 자신도 계속 임씨 집안에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기도 불편할 더러 유은수 임강 부부도 싫어하고 자기 아내도 불만이 가득했다.이 집에서 나가는 게 맞는듯했다.“예천우, 어제 저녁에 또 어디 갔었어?” 임완유는 예천우한테 물었다. 그녀도 왜 그러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예천우한테 관심을 갖고 물어보게 되었다.“친구가 급한 사정이 있어 나갔어.”“늦은 시간에? 여자야?”“어떻게 알았어?”“그게 말이라고. 여자가 아니면 네가 혼이 나간 것처럼 뛰쳐나갔겠어?” 그의 말을 듣고 나니 임완유의 마음은 더 싱숭생숭했다.“질투하는 거야?”“내가? 웃기고 있네. 내가 다른 사람한테 질투해도 너한테는 안 해!”임완유는 화난 듯 자리를 떴다. 하지만 지금 빨개진 얼굴
“그래서? 전에 너한테 얘기했었잖아. 날 믿는 거야?”“맞아. 유걸이 너무 확신있게 얘기해서 너한테 다시 물어보려고.”“물어볼 것도 없어. 내 말 믿으면 사지 마. 아니면 그만이고.”“믿지, 당연히 네 말 믿지. 사실 너랑 만나고 싶어서 연락했어. 만나서 얘기도 하고 싶어. 전에는 내가 눈이 멀어서 그런 거지 요즘에는 네가 유걸보다 훨씬 좋아 보여.”소정은 뭔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예천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소정이가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모르겠다. 설마 자기한데 마음 있어서 그러는 건가 싶었지만 자기는 그녀한테 단 한푼의 마음도 없었다.“예천우, 듣고 있어? 내가 최근 들어...”“나 지금 바쁘니까 끊을게.”예천우는 소정이의 마지막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소정은 잠시 멍했다. 예천우가 정말 일이 있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일부러 전화를 끊었 건지 모르겠다. 뭐든 상관없이 그녀는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다.지금까지 기다린 보람인지 예천우처럼 완벽한 남자를 만나다니. 그의 권력에 힘을 입어 성공하면 그녀는 그 누구도 못지않은 주인공이 될 것이다. 소정은 속으로 임완유가 자기 앞길을 막지 말라고 기도했으며 예천우를 뺏으면 절대 봐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예 선생님!”예천우의 전화를 받고 양호준은 그를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예천우가 대체 무슨 뜻인지 몰랐고 지금도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몰라했다.“그래, 여동생 병실로 가자.” 예천우가 말했다.양호준은 그의 말에 이해가 안 됐다. 지금 상황에 병원에 돈 내고 치료하는 게 중요한데 왜 굳이 여동생을 먼저 보려하는지 이해 안 됐지만 그래도 병실로 안내했다.두 사람이 병실로 들어서자 침대에 누워있는 여자를 보게 되었다. 이목구비가 뚜렷했지만 계속 아픈 탓에 너무 왜소해 보였다. 아픔에 시달려 많은 고생을 한 게 분명하다. 잘 치료하고 회복되면 분명히 미녀일 것이다.“예 선생님, 제가 거짓말한 게 아니에요.”
양박군은 긴장한 표정으로 문 밖에 서있었다. 이때 주치의 왕의사가 다가와 물었다. “양박군, 문 닫고 여기 서서 뭐 해?” “그게, 예 선생이 안에서 내 동생을 진료하고 있어요.” “예 선생? 우리 병원의 의사야?” “아뇨.” “뭐? 의사도 아닌데 뭘 진료한다고 그래? 동생 해칠까 봐 두렵지도 않아?” 왕의사는 화를 내며 말했다. “비켜.” “안 돼요. 예 선생이 침을 놓는 동안 방해하면 안 된다고 했어요.” “침?” “침술 말하는 거야? 그런 돌팔이를 믿다니, 자격증은 있어?” “잘 모르겠어요.” “모르긴 뭘 몰라? 없겠지. 있으면 진작에 보여줬겠지. 의사 자격증도 없는 사기꾼을 믿다니.” “빨리 비켜. 그렇지 않으면 신이 와도 네 동생 구할 수 없을 거야!” 왕의사는 양박군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 직접 문을 열었다. 양박군은 망설이다가 왕의사를 말렸다. “죄송하지만 저는 예 선생을 믿어요.” “너!” “그래. 그럼 이따가 후회하지 마.” 왕 의사는 화가 잔뜩 났다. 그때 예천우가 방문을 열었다. 양박군이 미처 묻기도 전에 왕의사는 노했다."너 같은, 털도다 자라지 않은 녀석이 우리 병원에서 함부로 의사 행세를 하다니." 양박군이 묻기도 전에 왕의사가 노했다. “머리에 털도 자라지 않은 녀석이 우리 병원에서 함부로 의사 행세를 하다니. 너 딱 기다려, 지금 당장 경찰 부를 테니.” 그는 말하며 안으로 보자 양영의 안색이 많이 좋아졌다. 심지어 일어나 앉아서 말했다. “오빠!” 양영의 병세를 제일 잘 아는 왕의사는 갑자기 멍해졌다. 일어나 앉기는커녕 원래는 움직이기조차 힘들어 영양액으로 목숨을 유지했던 사람이 순간 회복 되었다니. 양박군도 멍하니 바라보며 기쁜 얼굴로 물었다. “영아, 너 괜찮아?” “응!” “온몸이 편안해진 것 같아! 여태까지 이렇게 편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 양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더 이상 호흡의 고통을 느끼지 못해 온몸이 활짝 펴진 것 같았다. “그래, 그래
‘하지만 그러지 않으면 예천우 도련님의 도움을 어떻게 갚지?’ 예천우는 원래 더 많은 돈을 주려고 했지만 양박군이 다르게 생각할까 봐 포기했다. 하지만 예천우는 양박군이 천재고 그의 여동생도 남다른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다만 아쉬운 건 양영이 한 번도 수련한 적이 없어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예천우는 병실에서 나온 후 밖으로 가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갑작스러운 살기에 고개를 돌려보니 마스크를 쓰고 있는 남자 의사가 있었는데 예천우는 뛰어난 경험과 감각으로 상대가 킬러라는 걸 확신했다. 킬러가 얼마나 자신이 있었으면 대낮에 병원에 와서 사람을 죽이려고 했을까. 눈치채지 못했다면 그만이지만, 예천우는 그것을 목격한 이상 무시할 수 없어 몰래 따라갔다. 그러자 남자 의사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재빨리 한 병실 문 앞으로 가서 문을 밀고 들어갔다. 예천우는 황급히 따라가 안에 있는 사람이 장혁이라는 것을 보고 멍해졌다. 옆에도 남자가 몇 명 있었는데 다리에 깁스를 한 걸 보아 지난번에 다리가 부러져서 그런 것 같았다. 남자 의사가 들어가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칼을 꺼내 장혁의 목으로 찔렀다. 장혁은 긴장해서 안색이 변하더니 재빨리 피했다. 다행히도 목에 있던 액세서리가 칼을 막았다. 하지만 그래도 그는 놀라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장혁은 자신이 평소에 실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했지만 눈앞의 사람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았다. 다른 몇몇 사람들도 놀라고 화가 나서 달려갔지만 남자 의사에게 힘차게 내동댕이쳐졌다. 장혁은 이 틈을 타 다리의 아픔을 생각할 새 없이 문 앞으로 달려가며 소리쳤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하지만 남자 의사는 덤덤하게 몸을 돌리더니 오른손으로 신속하게 장혁에게로 돌진했다. 사망의 위협을 느낀 장혁은 안색이 변해 이번엔 죽는다고 생각했다. ‘틀림없이 유걸 그 자식이 한 짓이야.’장혁은 절망스러웠다.하지만 문 앞의 예천우를 보자 장혁의 눈엔 다시 희망의 빛이 떠올라 황급히 말했다
손동욱은 음산하게 웃으며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면서 말했다.“오늘 이런 짓을 했으니 넌 이제 정말 후회하게 될 거야. 그때 가서 내 앞에 무릎 꿇고 빌지 말았으면 좋겠어. 하하...”손동욱이 비웃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것을 들은 허가연은 임선호가 아직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나서서 입을 열었다.“아빠, 이게 대체 무슨...”“가연아, 앞으로 일은 아빠도 어쩔 수가 없었어. 네 남자 친구가 방금 자기 힘으로 널 지킬 수 있다고 하지 않았니? 이제 그의 실력을 증명할 차례야.”허성태는 허가연의 말을 잘라 끊었다.“아니, 실력이라니요? 선호 오빠는 그저 평범한 집안 출신인데 무슨 수로 손씨 가문을 상대할 수 있겠어요?”허가연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가연아, 그만해. 손씨 가문이 어떤 존재인지 너도 알잖니. 네 아버지가 이 정도까지 양보한 건 이미 우리 허씨 가문의 운명을 건 일이야.”조은희는 고개를 내저으면서 말을 이어갔다.“이제부턴 임선호한테 달렸어. 만약 정말 그가 살아남는다면 엄마도 너희를 축복해 줄게. 더구나 네가 선호와 사귄 그 순간부터 선호는 손씨 가문을 상대해야 하는 운명이었어. 이 난관을 넘지 못하면 너희들도 절대 행복한 미래가 없을 거야.”부모님의 행동이 이해되었지만 허가연의 안색은 여전히 어두웠다. 허씨 가문은 더 이상 임선호를 도와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녀는 즉시 임선호를 바라보며 다급하게 물었다.“오빠, 이제 어떡해요...”임선호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서둘러 말했다.“가연아, 걱정하지 마. 나에겐 매부가 있어. 우린 절대 아무렇지 않을 거야.”그 말을 들은 허성태는 살짝 놀랐다. 그도 그제야 임선호가 말한 예천우라는 존재가 생각났다. 조금 전 예천우 덕분에 상황이 반전되었으니만큼 어쩌면 예천우가 정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희망이 피어올랐다.“언니, 형부... 제발 부탁드려요. 선호 오빠를 꼭 지켜주세요.”허가연은 눈을 반짝이며 필사적으로 부탁했다.그러자 예천우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네! 목숨을 잃는다 해도 전 상관없어요. 그래도 전 가연이와 함께할 겁니다. 아버님, 걱정하지 마세요. 허씨 가문이 나설 필요도 없어요. 제가 스스로 가연이를 지켜낼 거니까요.”임선호는 예천우가 곁에 있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의 매부 예천우는 바로 용왕님의 신분이었으니 말이다.“건방진 녀석, 네가 뭘 믿고 우리 손씨 가문을 상대한다는 거야?”손동욱은 차가운 목소리로 비웃었다.그도 역시 허성태의 태도가 뭔가 달라졌음을 느꼈다.임선호가 대답하려는 찰나 허성태가 그를 제지하며 입을 열었다.“좋아. 임선호,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가 네 소원을 이뤄주마.”허성태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허성태가 이렇게 갑작스러운 결정을 내릴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허씨 집안 사람들조차 믿을 수 없었다.‘단지 방금 본 영상 때문에 저런 말을 하는 거야?’허성태의 말을 들은 허가연도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아버지를 쳐다봤다.“형!”허종우가 참지 못하고 나섰다.“형, 대체 무슨 말이야 그게? 이렇게 하면 우리 허씨 가문의 체면은 어디에 두겠어?”허광호도 믿을 수 없어서 다급하게 말했다.“이러시면 안 돼요! 가연이가 세상 물정을 몰라서 막말한 건데 그렇다고 해서 그냥 내버려두면 안 돼요.”“그만해. 이미 결정했어.”허성태는 단호하게 손을 들어 제지했고 시커멓게 굳어버린 얼굴로 손동욱과 강지혜 쪽으로 돌아서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모님, 정말 죄송합니다. 보시다시피 지금 이 상황에서 더 강압적으로 나가다가는 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허허. 허씨 가문에서 이렇게 나오면 오히려 큰일이 터질 것 같은데요?”강지혜가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그 말은 분명 협박이었다. 허씨 가문 사람들은 얼굴이 모두 어두워졌다. 가능하다면 그들은 당장이라도 나서서 허성태에게 항의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럴 일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손씨 가문은 어엿한 동성의 4대 가문이 아닙니까? 이 작은 일을 굳이 크
사람들은 모두 잠시 멍하니 있었다. 허성태 역시 당황했지만 결국에는 예천우가 건넨 영상을 받아 보았다. 영상을 확인하자 그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다.더 문제였던 건 영상 속 여성은 한 명이 아니었다. 이 정도면 손동욱은 완전히 변태적인 심리가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예전에는 손동욱이 단지 젊어서 여색을 즐긴다는 말을 들었고 언젠가는 그도 철이 들 거라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지독한 사람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조은희도 이 상황을 지켜보다가 결국 다가와 영상을 보게 되었고 그녀의 안색도 확 굳어졌다. 비록 허성태가 급히 영상을 끄고 지워버렸지만 조은희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눈빛이었다.아무리 가문을 위해서라도 그렇지 손동욱 같은 인간에게 딸을 시집보내는 건 절대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그렇게 된다면 허가연의 인생은 정말로 망가지고 말 것이다.허성태는 영상을 지운 뒤 예천우에게 돌려주며 차분하게 말했다.“영상을 보여줘서 고맙지만 영상은 이미 내가 삭제했어. 덕분에 내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게 되었군. 하지만 다시 확인하고 싶은데 이 영상들은 어떤 사본도 남아 있어서는 안 돼.”그러고는 한 번 더 손동욱 쪽을 돌아보며 강한 어조로 덧붙였다.“그렇지 않으면 그 누구라도 널 구할 수 없어.”예천우는 순간 조금 놀랐다.‘설마 손동욱 저 자식을 지켜주려고 이러는 걸까?’하지만 허성태의 표정을 보니 손동욱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허가연을 위해 아주 중대한 결정을 내린 것처럼 보였다.‘설마 내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이러는 걸까? 그렇지 않았다면 동영상을 보여줘서 고맙다는 말도 안 했을 거야.’손동욱이 이 영상들을 보았다면 반드시 예천우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보아하니 허가연 씨의 부모님은 완유의 부모들보다도 엄청 좋으신 분들이네.’조은희 역시 허가연이 손동욱에게 시집가는 일에 대한 고통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반면 허성태는 그동안 허가연의 결혼을 지지하는 듯했지만 지금 보니 그 또한 약간 망설이는 것 같았다.주변 사람들
예천우의 말에 모두 잠시 얼어붙었다.‘이건 어디서 굴러온 녀석이지? 자기가 뭘 하고 있는 건 알긴 하는 건가?’특히 허가연도 멍해졌다.‘이 사람은 누구지?’허가연은 자연스레 임선호를 바라보자 그는 재빨리 속삭였다.“이 사람이 바로 내 매부야.”허가연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얼굴로 예천우를 바라봤다.‘이 사람이 바로 그 예천우 씨였어?’겉으로 보기엔 특별히 무서운 느낌도 없었고 오히려 편안하고 평범한 사람 같아 보였다.그러자 허광호가 바로 비아냥거렸다.“네가 뭔데 여기서 함부로 떠드는 거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 아니야."“전 물론 그럴 자격이 있죠.”예천우는 태연하게 대꾸했다.“소개할게요. 전 선호의 매부인 예천우라고 해요. 제가 이번에 여기 온 건 단순히 허가연 씨를 데려가기 위해서가 아니에요.”예천우는 허가연 집안 사람들이 자신을 비웃고 무시하는 시선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담담하게 이어갔다.“사실 허가연 씨와 임선호가 진짜 잘 어울리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어요.”주변 사람들은 예천우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자기가 뭔데 감히 그런 말을 하는 거야?’하지만 예천우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웃으면서 계속 말했다.“제가 보기에는 허가연 씨는 인품도 훌륭하고 외모도 뛰어난 정말 좋은 여자예요. 선호랑 참 잘 어울리고 그야말로 선호에게 딱 맞는 인생의 짝이라고 생각해요.”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다시 한번 말문이 막혔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사실 허가연이 임선호보다 훨씬 뛰어난 건 사실이었다. 외모나 집안 배경 모두 임선호를 압도할 정도였고 게다가 임선호 자신도 별다른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임강이 줄곧 임선호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유 중 하나였다.그러나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예천우의 말에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되었고 누구 하나 그의 말을 끊지 못하고 듣고 있었다.“그런데 말이죠.”예천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어갔다.“허가연 씨의 집안 어르신들이 문제 많더라고
“아버지, 정말 제 미래는 상관없어요? 왜 저를 죽음으로 몰아가시려는 건가요?”허가연은 눈물에 젖은 눈으로 아버지를 노려보며 말했다.그러자 허성태는 얼굴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건 가족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손씨 가문을 건드리는 건 허가연에게도 허씨 가문에게도 너무나 큰 위험이었다. 그래서 허성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아빠가 널 협박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손씨 가문 도련님만이 너랑 평생을 함께할 가장 적합한 사람이야.”“맞아. 가연아, 동욱 도련님은 젊으시고 잘생겼고 능력까지 좋으시니 동성의 수많은 명문 가문의 딸들이 도련님와 결혼을 꿈꾸고 있어. 저런 멍청이한테 속아서 인생을 망치면 안 돼.”허종우가 덧붙이며 말했다.“그러게 말이야. 가연아. 네가 임선호 같은 쓰레기랑 함께하면 평생 고통 속에서 살 수도 있어.”허광호도 다급하게 말했다.하지만 허가연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상관없어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선호 오빠뿐이에요. 오빠랑 결혼할 거예요!”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놀랐다.‘저 정도로 훌륭한 여자가 선호를 이토록 사랑할 줄이야.’예천우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옆에서 이 모습을 보던 임완유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다.그녀는 동생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선호야, 나중에 절대 가연 씨를 실망하게 하지 마. 알겠지?”임선호는 눈물을 머금고 대답했다.“누나, 걱정하지 마세요. 제 목숨을 걸고서라도 가연이를 평생 지켜줄 거예요.”“그러면 됐어. 만약 그 약속을 어기면 나도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허가연의 말을 들은 허성태는 몹시 화가 났다. 특히 강지혜의 어두워진 표정을 보고 나니 더욱 참을 수가 없었다. 오늘 손씨 가문 사람들에게 확실한 태도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그래서 그는 허가연의 뺨을 치려 손을 들어 올렸다.하지만 그 순간 한 사람이 빠르게 앞으로 나와 허가연을 뒤로 밀치고 대신 그 뺨을 맞았다. 바로 임선호였다.팍!귀에 쟁쟁 울리는 소리와 함께
예천우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강지혜의 말소리를 듣고는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며 목소리를 높였다.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세 사람이 천천히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모든 사람은 순간 당황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 누가 감히 이렇게 방자하게 나설 수 있을지 궁금했다.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보니 세 사람이 서 있었다.허가연은 임선호를 발견하자 얼굴이 활짝 밝아지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선호 오빠!”허광호은 그 모습을 보고 즉시 화가 치밀어 올랐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 임선호가 정말로 허가연을 데리러 허씨 가문에 당당히 들어올 줄은 몰랐다.이건 분명히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이었기에 그의 얼굴에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스쳤다.허종우는 분노에 가득 차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희가 대체 누구길래 감히 우리 허씨 가문에서 이런 소란을 피우는 거냐?”허광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예천우 옆에 서 있는 임선호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자식이 바로 뻔뻔하고 멍청한 임선호입니다! 저 주제에 감히 우리 가연이를 탐내고 있어요!”이 말을 들은 손동욱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그는 허가연이 임선호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나 아직 그를 혼내줄 시간이 없었다.원래는 허가연과의 약혼을 정한 후에 임선호를 혼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당당하게 찾아오다니 그를 무시하는 것 같아 불쾌했다.허종우는 더욱 화가 나서 소리쳤다.“이놈아, 감히 이곳까지 와서 날뛰다니 간탱이가 부었나 보네. 널 한 번 봐 줄 테니 지금 당장 꺼져.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줄게!”그러나 임선호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아저씨, 어떤 말씀을 하셔도 오늘 저는 그냥 물러나지 않겠어요. 죽더라도 가연이를 포기할 수 없어요.”그러자 허종우는 이를 악물고 명령했다.“좋아. 그럼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주마. 광호야, 당장 저놈을 죽여!”허성태는 조카인 허광호가 강력한 무술 실력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허광호는 위무권관의 관장님을 사부님으로 모시고 있
허씨 가문의 위세는 꽤 강력했지만 4대 가문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실로 엄청났다.많은 허씨 가족 특히 허가연 아버지의 동생인 허종우와 그의 아들 허광호는 손씨 가문과의 인연을 통해 가문이 성장하기를 바랐다. 손씨 가문과 손을 잡으면 분명히 집안의 실력도 훨씬 더 강해질 것이고 그들은 큰 이득을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러나 허가연의 엄마인 조은희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허가연이 임선호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지난번에도 자신이 몰래 허가연을 보내서 임선호를 만나러 천해시로 가게 했었다.허가연의 아버지인 허성태도 마음속으로는 내키지 않았지만 가문의 이익을 위해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한편 허가연은 고개를 숙이고 휴대전화를 꺼내 임선호에게 계속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여러 차례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임선호는 답장이 없었다. 게다가 양가의 대화가 거의 끝나가고 있는데도 임선호는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허가연의 마음은 무거워졌다.임선호의 집안이 아주 대단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가 적어도 한 번쯤은 시도해 볼 줄 알았기에 실망스러웠다.임씨 가문 사람들이 말했던 대단한 예천우라는 존재도 결국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허세가 아니었을까 싶었다.이런 생각들이 떠오르자 허가연은 절망감에 빠져들었다.“좋아요. 그럼 이렇게 합시다. 이틀 후면 좋은 날이니 그날 약혼식을 올리는 게 어떨까요? 이견 없으시죠?”손동욱의 어머니인 강지혜가 제안했다. 이미 허씨 가문는 손씨 가문으로 시집오는 게 결정되었고 허성태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조은희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며 딸이 마음 접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때 갑자기 문 앞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돼요!”바로 그 순간 예천우와 임선호가 마침내 도착한 것이었다....그 시각, 용도의 예씨 가문.이른 아침에 가문의 주요 인물들은 모두 충격에 빠져 있었다. 조금 전 전해진 소식은 충격적이었다.어젯밤 백호 전신이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가 전해졌다.그는 외부에
유은수는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뒤돌아보니 정말 예천우가 와 있었다. 그녀는 순간 당황하여 어색하게 말했다.“천우야, 왔구나. 아까는 내가 그냥 헛소리 한 거니까 신경 쓰지 마.”예천우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래요?”그는 이번에는 다른 차를 타고 왔다. 아마도 그래서 유은수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굳이 따지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완유야, 선호야, 차에 타.”임선호와 임완유는 즉시 차로 다가가 올랐다.“선호야, 네가 운전해.”예천우는 바로 차 열쇠를 선호에게 던졌다.그러자 임선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열쇠를 잡고 운전석에 앉았다. 그는 운전을 좋아해서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마음껏 속도를 낼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흥분된 얼굴이었다.유은수도 차에 오르려 했지만 예천우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아줌마, 어디 가시려고요?”“나도 같이 가야지. 선호 일인데 부모가 곁에 있어야 할 거 아니야?”유은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래요? 그렇다면 부모님이 계시니 저는 굳이 안 가도 되겠네요.”예천우는 내리려는 척하며 차 키를 건네려 했다. 유은수는 이를 보고 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아니야, 아니야. 그럼 난 집에서 기다릴게. 천우야, 선호를 좀 부탁해.”예천우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차에 앉았다. 뒤이어 임완유가 자리를 마련해 주며 말했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천우가 있으니 선호는 무사할 거예요.”“그래, 그래. 안전하게 다녀와.”유은수는 차가 출발하는 것을 바라보며 속으로 욕했다.‘왜 저렇게 잘난척하는 거야? 용왕일 뿐이잖아. 용국의 다른 대단한 사람들은 너랑 달리 그렇게 예절 바르던데.’차가 출발하자 임선호는 예천우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말했다.“매부, 죄송해요. 다시 한번 매부한테 폐를 끼치게 되네요. 아까 엄마가 한 말은 신경 쓰지 마세요. 원래 좀 입이 거칠어요.”“괜찮아.”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냥 편하게 운전이나 해. 정말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
김형준은 잠시 당황하다가 급히 말했다.“저는 어릴 때부터 체력이 남다른 편이라서 굳이 훈련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하라면 하는 거야. 안 갈 거야?”예천우가 물었다.“가겠습니다!”이런 기회를 어찌 놓칠 수 있겠는가 싶어 김형준은 바로 대답했다.예천우는 양박군의 전화번호와 이름을 곧바로 알려주고 직접 양박군에게 전화해 이 일을 설명했다.아직 당장 예천우를 따라다닐 수는 없었지만 이제 예천우의 작은 동생이 된 셈이니 앞으로 기회가 무궁무진할 거라며 김형준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유이안은 예천우와 이렇게 말이 잘 통하자 바로 다가와 물었다.“형부, 언니 일은 좀...”“이미 말했잖아, 더 얘기할 필요 없어.”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시간이 늦었으니 난 자야겠어. 더 할 얘기 없으면 얼른 돌아가.”유이안은 무척 답답했다.‘뭐가 더 할 얘기가 없다는 건지. 분명 중요한 일인데... 형부가 일부러 피하고 있는 거잖아.’이번엔 정말 예천우가 완전히 마음을 정리한 것으로 보였다. 이렇게 되면 임완유는 어쩌나 싶어 걱정이 밀려왔다.어쩔 수 없이 유이안은 김형준과 함께 자리를 떠났고 가는 길에 유은수에게 전화해 상황을 전했다. 예천우가 이미 단호히 결심했고 더 이상 그들과 얽힐 의사가 없다고 했다.사실 유이안이 예천우의 주소를 알아낼 수 있었던 것도 유은수의 도움이 컸다. 유은수는 유이안이 예천우를 설득해 임완유를 용서하게 만들길 바랐던 것이다.그러나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지자 유은수는 자신이 한 일들이 크게 후회되기 시작했다.‘내가 왜 그렇게 어리석게 굴었을까.’두 사람을 돌려보낸 후 예천우는 푹 자고 아침 6시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문득 임완유와의 약속이 떠올랐다. 임선호와 함께 동성시로 가기로 한 일이었지만 너무 사소한 일이라 깜빡 잊었다.예천우는 빠르게 준비를 마치고 차를 몰고 임씨 가문으로 향했다. 과속 감시 카메라가 없는 구간에선 속도를 내며 빠르게 이동했다.한편 임선호는 아침 7시가 넘도록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