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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차용증 한 장

이 모든 것은 계획된 것이었다. 소나자가 희생양이 되고, 그의 방에서 초왕부의 도장이 찍힌 은표를 찾아낸 것도 말이다.

또 누군가는 그녀가 몰래 태상황을 치료했다고 고발했었다. 만일 구전단의 문제를 조사해내지 못했다면, 그녀는 시종일관 태상황을 모해했다는 혐의를 벗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완전히 벗어난 것인가? 그것도 아닐 것이다. 황제는 그저 암암리에서 조사하고 있었고 초왕부는 아직 위험한 처지에 놓여있었다.

‘태상황은 이 일을 어떻게 보는 것인가?’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태상황을 흘끔 보았다. 태상황은 매서운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복보를 내려놓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이 고개를 숙였다.

태상황이 무엇인가 눈치챘다는 것을 알았으나, 자신이 말하지 않는다면 태상황은 복보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오너라!”

태상황이 싸늘하게 말했다. 원경능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다가갔다.

“태상황, 분부하십시오.”

“방금 무슨 생각을 하였느냐? 왜 낯빛이 바뀌었느냐?”

태상황은 직설적으로 물었다. 원경능은 상공공과 희씨 어멈을 흘끔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태상황께 아룁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낯빛이 바뀐 것은 아마 아침 식사를 하지 않아 몸이 허해져 그럴 것입니다.”

희씨 어멈은 웃으며 말했다.

“태상황께서도 아직 드시지 않으셨습니다. 이미 준비하고 있으니 곧 식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어멈, 고맙네!”

원경능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태상황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해독치료를 한 뒤로부터 신체가 매우 허약해진 그는 오랫동안 원경능에게 눈을 부라리지도 못했었다.

아침 식사는 잘게 썬 고기를 넣은 죽이었는데 원경능은 두 그릇을 재빠르게 비웠다. 그러자 체력이 조금씩 회복되는 것 같았다. 복보는 입을 벌리고 혀를 늘어뜨리고 있었는데 침이 뚝뚝 떨어졌다. 원경능은 웃으며 희씨 어멈에게 말했다.

“복보도 죽을 먹을 수 있으니 복보에게도 좀 주게. 소금은 넣지 말아야 하네. 강아지는 담백하게 먹어야 하니. 사실 태상황께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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