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호는 목욕을 마치고 돌아왔으나 의연히 노기등등한 모습이었다."처벌했어?"우문호는 문에 들어서기 바쁘게 물었다."때려죽였어?"원경능은 웃으며 다가가 시중을 들었다. 물을 떠주고 머리를 닦았으며 어깨를 주물렀다."쫓아 보냈어요. 이번에는 작은 징벌로 큰 교훈을 주기로 했어요.""이렇게 쉽게 놓아줬다고?"우문호는 노발대발하였다. 감히 성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필경 처음부터 당장 알아내지 못해 다른 여인에게 안겼으니, 원씨는 이러한 것들에 매우 신경을 썼다.원경능이 말했다."다른 사람의 꼬드김에 넘어간 희생양일 뿐이에요. 오 대학사에게 시집가기 싫어 당신에게 손을 쓴 거예요. 측비가 되려고요.""꼬드김? 누가?"우문호는 곧 한 사람을 떠올렸다."기왕비야?""네."원경능은 그를 이끌며 자리에 앉았다."이 일은 더 이상 추궁하지 마요, 둘째 동생도 이미 미안해하고 있어요. 만일 더 추궁한다면 이후로는 감히 초왕부에 오지 못할 거예요.""이번에는 눈치가 없었어. 처음에 감히 소난의 편을 들다니."우문호가 콧방귀를 뀌었다."이용당했을 뿐이에요. 탓하지 말고 그만 화 풀어요."원경능은 그의 등을 쓸어 내리며 배실배실 웃었다. 우문호의 목소리는 크고도 매서웠다."이번에는 당신의 체면을 봐서 추궁하지 않는 거야. 만일 다음 번이 있다면 초왕부에 발 들일 생각도 하지 말라고 해.""네, 네!"원경능이 약속했다."이미 경고했어요, 다음에 그러지 않겠대요.""그리고...."우문호는 눈을 부라리며 여전히 화가 난 모습이었다. 원경능은 그의 손을 놓으며 흘깃 눈길을 던졌다."그만 해요."우문호는 화를 거두면서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팍에 놓았다. 그리고는 매우 억울한 모습으로 말했다."계속 아까처럼 해.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했단 말이야."원경능은 실소를 터뜨렸다. 보아하니 남자들도 구슬림이 필요했다. 한동안 위로를 한 뒤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우문호의 머리가 마르자 잠을 청했다.우문호는 사실 잠이 오지 않았다. 현재
고사가 무엇을 진지하게 하려면 속도가 빨랐다. 저녁에 출궁한 뒤 공을 세우려고 장악한 따끈따끈한 자료를 초왕부에 가지고 갔다.그러다가 정원에서 원경병과 마주친 것이었다. 고사는 순간 이 공을 세우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기가 적절했다."둘째 아가씨!"고사는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전번의 일로 하여 아마 자신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원경병은 그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공자님, 익숙한 얼굴이시네요."고사는 깨진 마음을 주어 담으며 자기 소개를 했다."저는 고사라고 해요. 아가씨의 형부와 벗이고요."원경병은 잠시 멍해졌다가 곧 그가 성밖에서 일이 났을 때 다가와 인사하였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곧 몸을 돌려 갔었던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냈다."고 대인이시군요. 실례했네요!"원경병은 정색하였는데 공손한 기색이 조금 어렸다."절 아시나요?"고사는 시선을 원경병에서 떨구며 물었다."저희 만난 적이 있어요. 다만 고 대인께서는 아마 기억하시지 못할 거예요."원경병은 웃으며 말했다.'기억하지 못하다니? 다음 생에도 기억날 것이야.'고사는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는 멍한 모습으로 물었다."어디에서 만났었지요?"원경병이 귀띔해주었다."성밖에서요. 제왕비가 죽을 나누어주다가 사건이 터진 그날에요.""아!"고사는 그제야 깨달은 듯 하였다."네, 기억나요. 아가씨는 그날 초왕비와 함께 있었어요. 제가 다가가서 말을 걸었었죠."원경병이 답했다."네, 다만 무슨 이유에선지 곧 몸을 돌려 가셨어요.""네, 그날 상황이 위급한지라 너무 마음이 조급했어요. 백성들을 구하느라 실례를 범했네요."고사가 사죄하였다. 원경병은 인사를 올렸다."대인께서 백성을 자식처럼 여기시니 이 소녀 정말 탄복해요.""아니에요, 과찬이시네요."고사는 손을 흔들며 겸손하게 웃었다.회랑에서 우문호와 원경능이 나란하게 서있었다."어떡해? 저놈을 쥐어박고 싶어."우문호는 고사를 바라 보며 원경능에게 말했다."고사가 정말 둘째 동생을 좋아해요?"원경능이
고사가 말했다."비록 제압하실 수는 있으나 폐하께서는 절대 이 일로 저수부의 원망을 사지 않으실 거예요. 폐하에게 있어 측비를 들이는 일은 정상적인 일이에요. 지금 들이지 않는다 하여도 아마 미래에는 벗어나지 못할 거예요. 다만 현재는 일단 이 일부터 해결해야 하죠."우문호가 말했다."비록 전에 저명양을 측비로 들이라고 말을 꺼낸 적이 있으나 사실 부황도 속으로는 동의를 하지 않으셨어. 그리고 이번에는.... 만일 나에게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부황은 아마 나를 강요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자네 말이 맞아. 부황께 있어 내가 측비를 들이는 일은 매우 정상적인 일이지. 이후에 부황께서 어떻게 협박할지는 일단 고려하지 않을 거야. 일단 눈 앞에 닥친 것부터 해결해야지."원경능은 우문호의 말에 마음이 서늘해졌다. 다행히도 현재 우문호는 자신과 같은 마음으로 이를 거부하고 있었다. 아니면 정말 어찌 해야 할지 몰랐을 것이다.다만 만일 우문호 자신도 측비를 들이는 일을 찬성한다면, 그녀가 슬퍼하고 마음 아파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었다.원경능은 우문호가 천천히 냉정을 되찾는 얼굴을 바라 보았다. 사고를 하고 있는 모습은 특별히 지혜로워 보였다.원경능은 자신이 좀 남색에 미친 여자 같은 생각이 들었다. 늘 이러한 우문호를 뚫어지게 쳐다봤었다.현실은 우문호의 예상에 들어맞았다. 술시좌우 목여공공은 두 환관을 거느리고 초왕부에 왔다.그는 문지기에게 통보를 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정원에 들어서자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자세히 들으니 왕야 목소리 같았다."당신이 무슨 능력과 덕행으로 본왕의 원한을 사겠는가? 본왕은 그저 당신을 혐오하는 것이야. 당신은 옹졸하고 마음이 좁아 사람을 용납하지 못하지. 현재 본왕은 당신을 보기만 하면 메슥거려서 토하고 싶어."목여공공은 대화를 들으면서 누구와 하는 말인지 생각했다. 왕비와 말하는 것인가? 왕야는 화가 나 미친 건가?목여공공이 들어가기도 전에 왕비의 목소리가 들렸다."절 혐오한다고요? 저라고 당신을 혐오하지 않
목여공공이 떠난 후 부부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모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으나 원경능은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갑자기 마음이 슬퍼졌다. 눈물이 비오 듯 흘러내렸는데 안간힘을 써도 멈출 수가 없었다. 우문호는 처음에 원경능이 연기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구슬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매우 슬프게 우는 것이었다.우문호는 긴장되어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받치고는 부드럽게 손가락으로 눈물을 훔쳐주었다."왜 그래? 왜 갑자기 우는 거야? 불편한 거 아니야?"원경능은 그저 울기만 하였다. 점점 더 구슬프게 울었으나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이에 다들 조급해졌다. 희씨 어멈은 당장 태의를 모셔야 한다고 말했다. 원경능은 그제야 눈물을 그치며 말했다."아니, 난 괜찮네."울어서 두 눈이 잔뜩 부어 올랐다."왜 그래? 나에게 말해줘!"우문호가 가슴 아파하며 물었다. 그를 바라 보니 원경능의 가슴이 또 시큰시큰 했다."그저 우리가 다투던 말들이 생각나서 마음이 아파요. 제가 떠나려고 하자 당신을 저를 내쫓겠다고, 아이를 없애겠다고 했잖아요. 거짓인걸 알지만 왜서인지 슬퍼지네요. 그 말들이 마치 바늘처럼 저의 가슴을 콕콕 찔러요."우문호는 가슴이 아파 그녀를 와락 안았다. 꽉 끌어안으면서 힘껏 그녀를 자신의 품 속으로 짓눌렀다. 코가 시큰거렸고 심장도 원경능의 말처럼 아팠다. 날카로운 아픔이었다.이순간 우문호는 이 평생 원경능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목소리는 놀라움과 아픔에 뜨거워졌다."이후로 이런 말들을 다시 하지 말기로 해. 연기라도 이런 말들은 하지 말기로 해. 아니, 우리 더 이상 연기하지 말자. 만일 이러한 일이 또 벌어진다면 내가 거절할게."원경능은 그의 품에 안겨 코 막힌 소리로 "네"라고 대답했다. 눈시울은 여전히 뜨거웠다.목여공공은 궁으로 돌아간 뒤 희씨 어멈의 말대로 비밀을 지키지 않았다. 도리어 자세하게 이 일을 명원제에게 전달하였다. 명원제는 미간을 찌푸렸다."초왕
방 안에는 이미 결혼한 문경공주, 진평공주, 안평공주 세 명이 있었다.그리고 기왕비를 제외한 친왕비들이 거의 와있었다.손왕비, 위왕비, 안왕비 모두 매우 정교하게 치장하였는데 신분에 맞는 화려함이었다.제왕비 저명취는 상석에 앉아있었다. 목단 자수가 있는 붉은색 의복을 입고 머리에는 자줏빛 비녀를 꽂았는데 정교한 화장은 신분에 맞게 고상했다.원경능은 그녀에게서 불쾌한 표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세세한 표정까지도 모두 맞춤 하였다.그랬다. 제왕이 측비를 들이는 일도 모두 저명취가 거든 것이었다.원경능은 손왕비에게서 제왕이 측비를 들이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는데 저명취가 황후마마의 명을 얻었다던 말을 들었었다.저명취는 원경능이 들어오자 살짝 미소를 지었다."초왕비 오셨어요? 얼른 앉으세요.""감사해요, 제왕비!"원경능이 말했다.임신한 뒤 처음으로 외출하는지라 원경능은 국보 팬다 같은 대접을 받았다. 뭇 공주들과 친왕비들은 모두 그녀를 살뜰하게 보살폈다.원경능은 앉힌 뒤 찻물과 간식거리들도 모두 세세하게 검사고서야 먹도록 권했다.필경 원경능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연루될 것이었다.원경능은 자신 때문에 다들 불편해하는 것 같아 이렇게 말했다."천천히 이야기를 나누세요. 저는 나가 좀 걸어야겠어요."손왕비가 웃으며 일어났다."저도 나가 좀 걸어야겠어요. 참, 제왕비를 아직 축하하지 않았네요."원경능은 잠시 멍해졌다. 축하라? 손왕비는 비꼬는 것인가? 타당한 말이 아니었다.그녀는 손왕비를 바라 보았으나 손왕비의 얼굴에서 장난스럽게나 비웃는 듯한 표정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최근 연속으로 남의 함정에 빠졌는지라 원경능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조금 뒤에 제왕을 만나 축하인사를 드리면 되지요."저명취가 담담히 말했다."오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축하한다는 말은 중요하지 않아요."원경능은 실로 크게 놀랐다. 정실로서 오늘 저명취가 가장 우울한 날이어야 했다. 그런데 저명취는 왜 조금도 개의치 않을 수 있을까? 정
오늘 제왕부에서의 연회가 끝나자 제왕의 신혼방으로 들어갔다.붉은 수건을 걷어 올린 뒤 신혼방의 모든 사람들을 물렸다. 제왕은 원영의의 동그란 얼굴을 바라 보며 말했다."본왕 그대와 할 이야기가 있어."원영의는 눈을 깜박이더니 목을 주물렀다."왕야, 말씀하세요."제왕이 말했다."오늘밤 본왕은 이곳에서 묵지 않을 거야."원경의는 손을 뻗어 가슴을 쓸어 내리면서 크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혀를 낼름 내밀었다."그렇다면 정말 다행이네요."제왕이 순간 멍해졌다."그대.... 슬프지 않나?"원영의는 자리에서 일어나 관을 벋었다. 그리고는 탁자 앞으로 가더니 허겁지겁 음식을 먹었다."배고파 죽을 뻔 했어요. 오늘 온 하루 아침에 화장을 할 때 수제비를 조금 먹은 뒤로는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어요. 너무 야박하네요."제왕은 그녀를 바라 보았다. 정말 얼굴에 조그마한 불쾌함과 슬픔도 어려있지 않자 조금 마음이 놓였다."그렇다면 그대는 먹어, 본왕은 먼저 가보도록 하지.""잠깐만요."원영의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제왕은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다. 보아하니 쉽게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얼굴을 조금 굳혔다.원영의는 그를 바라 보며 아부하는 표정을 지었다."왕야께서는 초왕비와 친하세요?"제왕이 미간을 찌푸렸다."괜찮아, 왜?""그렇다면 초왕부로 가실 때 절 데리고 가시면 안돼요?"원영의가 그를 바라 보며 사정하였다."그대가 초왕부로 가 무엇 하는가?"제왕은 의아하여 물었다."초왕비와 이야기를 나누려고요."제왕은 그녀를 바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이 여인은 참으로 교활하군. 전진을 위해 일단 뒤로 물러날 줄도 알다니. 나와 단독으로 외출하면 자연히 함께 지낼 시간이 많아지지.'보아하니 이 여인도 예사 사람이 아니었다. 제왕은 담담하게 말했다."이후 가게 되면 그대에게 말해주지.""내일 가요?""안가!"원영의는 실망하였다."그럼 모레는요?"제왕은 싸늘하게 물었다."모레는 그대의 친정으로 가는
그날 두 사람이 목여공공 앞에서 연극을 한 뒤로부터 계속 측비에 관한 교지가 내려지지 않았다.원경능은 이 일을 지나가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 밖으로 현재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제기된 것이었다. 황제가 교지를 내지리 않아도 저명양은 이미 말을 꺼냈었다. 만일 이 일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저씨 가문의 체면이 깎일 것이었다.저씨 가문에서 이렇게 체면 깎일 것을 원할까?원영의는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저명양을 바라 보았다. 원래 초왕도 측비를 들이려 했었는가? 일찍 알았다면 먼저 지켜봤을 것이다. 초왕에게 시집을 가면 참으로 좋은 일이었다. 초왕비 언니의 동생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희씨 어멈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원경능을 부축했다. 저명양의 말에 실례되는 거동을 할까 봐 두려웠다.저명양은 음침하고도 차가운 눈빛으로 원경능을 바라 보면서 그녀의 답을 기다렸다. 원경능은 그녀를 바라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나와 당신은 절대 자매가 되지 않을 거예요."저명양만 큰소리 칠 줄 아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도 호언장담할 줄 알았다.이 자리에서 저영양에게는 저수부가 있고 자신에게는 태상황이 있으니 죽기 살기도 해보자는 것이었다.저명양이 싸늘하게 웃었다."아마 인연이라는 것이 사람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겁니다.""인연이긴 개뿔!"원영의는 초왕비 언니가 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정의롭게 나섰다."당신이 초왕비로 되려 한다면 누군가의 결정을 받아야 해요. 초왕비 언니가 안 된다고 하면 초왕부에 들어가지 못하는 거예요. 벌거벗고 초왕을 유혹해도 안돼요. 초왕의 눈에 당신 같은 더러운 인간은 차지 않으니깐요."저명양은 싸늘하게 몸을 돌렸다. 원영의와 말을 섞고 싶지 않다는 모습이었다. 저명취는 조금도 도와주지 않았다. 혹은 그러한 생각이 없는지 그저 싸늘하게 수수방관하였다.원영의는 원경능을 바라 보며 우울하게 말했다."초왕비 언니, 저 너무 거칠게 말했지요?"원경능은 그녀를 바라 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그러나.... 내 마
다만 원경능은 호기심이 동했다. 태상황은 어디에서 이렇게 기괴한 물건들을 가졌단 말인가? 영사초라는 것을 들어보지도 못했었다.원경능은 뒷마당에 영사초 이외에도 기타 기괴하게 생긴 식물들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원경능은 천천히 둘러보면서 아름다운 꽃 앞에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가 손을 뻗어 만지려고 하자 희씨 어멈이 다급하게 말했다."만지면 안됩니다."원경능이 멈칫하고는 고개를 돌려 희씨 어멈을 보았다."왜?""식인화(食人花)입니다."희씨 어멈이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원경능은 비록 식인화를 직접 보지 못했으나 도서와 티비에서 본 적이 있었다. 어디 이런 모양이던가?이 꽃은 마치 장미처럼 생겼다. 다만 장미처럼 복잡한 꽃잎이 없고 여섯 쪽의 꽃잎으로 나뉘었는데 간단한 소용돌이 모양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 안에는 노란색 꽃술이 몇 가닥 있었다.희씨 어멈은 원경능이 믿지 않자 바닥에서 나뭇가지를 주어 꽃술을 다쳤다. 여섯 쪽의 꽃잎이 신속하게 오므려지더니 "까뜩" 하는 소리와 함께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꽃잎이 다시 벌려졌을 때 나뭇가지는 이미 한 부분이 단절되어 있었고 그 부분은 이미 부스러져있었다."이 식물들은 모두 어디에서 찾은 것인가?"원경능이 놀라며 물었다. 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실로 들어본 적도 없었다."소요공이 보낸 겁니다."희씨 어멈이 말했다. 이미 열 번도 넘게 소요공이란 세 글자를 들었다. 보아하니 그녀는 정말 이 소요공을 만나 뵈어야 했다. 건곤전을 떠날 때 또 마침 저명취, 저명양 두 자매와 마주쳤다. 원영의가 같이 있지 않은 것을 보아 두 자매는 아마 황후의 궁전에서 온 것 같았다.다만 원경능은 보지 못한 척 곧장 지나가려 하였다.저명취가 원경능을 불렀다."초왕비, 잠깐만요."원경능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 보았다."제왕비, 무슨 일이세요?"저명취는 미안한 얼굴로 다가와 말했다."둘째 동생은 늘 입바른 소리를 잘해요, 다만 악의는 없어요. 그러니 초왕비께서 달리 생각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