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능은 무기력하게 그의 어깨에 기댔다."가지 마요, 제 곁에 있어줘요.""애교부리는 거야?"우문호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사랑스럽다는 듯이 그녀의 얼굴에 입맞춤 하였다.원경능은 눈을 감았다. 아이를 원하지 않았던 마음이 또 머릿속에서 불현듯 떠올랐다."저는 원래 몇 년간은 둘만의 세계에서 살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생각밖에 곧 한 사람이 늘겠네요.""둘만의 세계? 무슨 둘만의 세계?"우문호는 의아하게 그녀를 바라 보았다."당신과 저만 있는 걸 말해요.""왕부에 당신과 나만 있는 것이 아니잖아. 하인들이 이렇게 많은데."원경능은 눈을 위로 올렸다. 우문호의 멍청한 얼굴을 보다가 또 다시 천천히 눈을 감았다. '됐어, 해명하지 않을래.'저녁식사는 넘어가지 않았다. 다만 다행히도 해시좌우에 상공공이 직접 국을 가지고 왔다. 맛은 전과 같았다. 원경능은 그것을 먹은 뒤에야 조금 편해진 것 같았다.우문호는 참지 못하고 상공공에게 물었다."이건 도대체 무엇인가? 만드는 방법을 본왕에게 주면 안 되는가?"상공공이 말했다."안됩니다. 효과가 빠른 물건일 수록 부작용이 있기 마련입니다. 태상황은 그저 왕비가 너무 힘들어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보내신 겁니다. 버틸 수만 있다면 이것을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원경능은 호기심에 물었다."이건 야자즙에 제비집을 섞은 것이 아닌가? 무슨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제비집은 좋은 점이 없었으나 인체에 나쁜 점도 없었다."왕비, 두 가지의 맛만 분별해내셨습니까?"원경능이 말했다."그리고 약초의 맛도 나네. 감초 같군, 아니면 시호(柴胡)인 겐가?"우문호는 미간을 찌푸렸다."감초와 시호를 제비집과 야자즙에 섞어도 되는가? 얼마나 맛이 없겠어.""맛이 없는 건 아니에요. 당연히 맛난 것도 아니지만요. 그러나 마시고 나면 울렁거리지 않아요."원경능이 말했다. 상공공은 웃으며 답했다."왕비께서 더 이상 속이 울렁이지 않을 때 소인이 알려드리겠습니다."상공공은 말을 마치고 곧 물러갔다. 원경능은
우문호는 화가 나 펄펄 뛰었다. 하지만 처제의 말투로 보아 배후자가 아닐 것이었다.이 소란스러움에 자연히 원경능도 알게 되었다.희씨 어멈은 그녀를 부축하면서 나왔다. 원경능이 입은 비단 망토가 땅에 끌렸다. 잰 걸음으로 왔지만 몸이 무거운지라 마치 위풍당당한 펭귄 같았다."무슨 일이냐?"원경능은 다가가 소난을 흘끔 본 뒤 분노가 가득 찬 우문호를 보았다. 원경병은 억울한 듯이 말했다."큰 언니, 왕야가 글쎄 소난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우문호는 울화통이 터져 죽을 지경이라 크게 소리를 쳤다."본왕이 귀지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데 이 여인이 함부로 들어와 뒤에서 본왕을 안은 것이다. 본왕은 곧장 이 여인을 끌고 나왔다."원경병은 잠시 멍해졌다."허튼 소리...."다만 그녀는 순간 말을 멈추고 소난을 바라 보았다."너 나가 산책하겠다고 했는데 어디로 갔던 거야?"다만 아닐 것이다. 원경병은 소난을 믿었다. 소난은 심성이 단순한 아이였다.소난은 당장에 바닥에 꿇어 앉아 훌쩍훌쩍 울었다. 그 울음소리는 매우 절망적이었는데 변명은 하지 않았다.원경병은 일시에 진위를 가리기 어려웠다. 괴롭힘을 당해서 우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원경능은 우문호를 흘깃 보고는 서일에게 말했다."왕야가 목욕하도록 모시거라.""목욕은 무슨 얼어 죽을...."우문호는 화가 가시지 않았지만 원경능의 싸늘한 눈빛을 받았다."아까 다른 여인이 손 댄 곳을 깨끗하게 씻고 닦아요. 서일, 자네가 씻겨주게. 건드렸던 곳은 모두 박박 밀어!"서일은 씩씩하게 명을 받고는 우문호를 이끌고 나갔다. 우문호는 몸을 돌려 해명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난 건드리지 않았어. 저 여인이 안을 때 곧 알게 되었거든....""녹아, 기라, 둘째 아가씨와 소난 아가씨를 편청으로 모시거라."원경능이 몸을 돌려 나가자 희씨 어멈은 재빨리 다가가 부축을 했다.원경능의 호흡은 조금 거칠었다. 화가 난 것이었다. 소난은 기라에게 이끌려 일어났다."갑시다. 왜 우는
우문호는 목욕을 마치고 돌아왔으나 의연히 노기등등한 모습이었다."처벌했어?"우문호는 문에 들어서기 바쁘게 물었다."때려죽였어?"원경능은 웃으며 다가가 시중을 들었다. 물을 떠주고 머리를 닦았으며 어깨를 주물렀다."쫓아 보냈어요. 이번에는 작은 징벌로 큰 교훈을 주기로 했어요.""이렇게 쉽게 놓아줬다고?"우문호는 노발대발하였다. 감히 성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필경 처음부터 당장 알아내지 못해 다른 여인에게 안겼으니, 원씨는 이러한 것들에 매우 신경을 썼다.원경능이 말했다."다른 사람의 꼬드김에 넘어간 희생양일 뿐이에요. 오 대학사에게 시집가기 싫어 당신에게 손을 쓴 거예요. 측비가 되려고요.""꼬드김? 누가?"우문호는 곧 한 사람을 떠올렸다."기왕비야?""네."원경능은 그를 이끌며 자리에 앉았다."이 일은 더 이상 추궁하지 마요, 둘째 동생도 이미 미안해하고 있어요. 만일 더 추궁한다면 이후로는 감히 초왕부에 오지 못할 거예요.""이번에는 눈치가 없었어. 처음에 감히 소난의 편을 들다니."우문호가 콧방귀를 뀌었다."이용당했을 뿐이에요. 탓하지 말고 그만 화 풀어요."원경능은 그의 등을 쓸어 내리며 배실배실 웃었다. 우문호의 목소리는 크고도 매서웠다."이번에는 당신의 체면을 봐서 추궁하지 않는 거야. 만일 다음 번이 있다면 초왕부에 발 들일 생각도 하지 말라고 해.""네, 네!"원경능이 약속했다."이미 경고했어요, 다음에 그러지 않겠대요.""그리고...."우문호는 눈을 부라리며 여전히 화가 난 모습이었다. 원경능은 그의 손을 놓으며 흘깃 눈길을 던졌다."그만 해요."우문호는 화를 거두면서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팍에 놓았다. 그리고는 매우 억울한 모습으로 말했다."계속 아까처럼 해.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했단 말이야."원경능은 실소를 터뜨렸다. 보아하니 남자들도 구슬림이 필요했다. 한동안 위로를 한 뒤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우문호의 머리가 마르자 잠을 청했다.우문호는 사실 잠이 오지 않았다. 현재
고사가 무엇을 진지하게 하려면 속도가 빨랐다. 저녁에 출궁한 뒤 공을 세우려고 장악한 따끈따끈한 자료를 초왕부에 가지고 갔다.그러다가 정원에서 원경병과 마주친 것이었다. 고사는 순간 이 공을 세우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기가 적절했다."둘째 아가씨!"고사는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전번의 일로 하여 아마 자신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원경병은 그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공자님, 익숙한 얼굴이시네요."고사는 깨진 마음을 주어 담으며 자기 소개를 했다."저는 고사라고 해요. 아가씨의 형부와 벗이고요."원경병은 잠시 멍해졌다가 곧 그가 성밖에서 일이 났을 때 다가와 인사하였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곧 몸을 돌려 갔었던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냈다."고 대인이시군요. 실례했네요!"원경병은 정색하였는데 공손한 기색이 조금 어렸다."절 아시나요?"고사는 시선을 원경병에서 떨구며 물었다."저희 만난 적이 있어요. 다만 고 대인께서는 아마 기억하시지 못할 거예요."원경병은 웃으며 말했다.'기억하지 못하다니? 다음 생에도 기억날 것이야.'고사는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는 멍한 모습으로 물었다."어디에서 만났었지요?"원경병이 귀띔해주었다."성밖에서요. 제왕비가 죽을 나누어주다가 사건이 터진 그날에요.""아!"고사는 그제야 깨달은 듯 하였다."네, 기억나요. 아가씨는 그날 초왕비와 함께 있었어요. 제가 다가가서 말을 걸었었죠."원경병이 답했다."네, 다만 무슨 이유에선지 곧 몸을 돌려 가셨어요.""네, 그날 상황이 위급한지라 너무 마음이 조급했어요. 백성들을 구하느라 실례를 범했네요."고사가 사죄하였다. 원경병은 인사를 올렸다."대인께서 백성을 자식처럼 여기시니 이 소녀 정말 탄복해요.""아니에요, 과찬이시네요."고사는 손을 흔들며 겸손하게 웃었다.회랑에서 우문호와 원경능이 나란하게 서있었다."어떡해? 저놈을 쥐어박고 싶어."우문호는 고사를 바라 보며 원경능에게 말했다."고사가 정말 둘째 동생을 좋아해요?"원경능이
고사가 말했다."비록 제압하실 수는 있으나 폐하께서는 절대 이 일로 저수부의 원망을 사지 않으실 거예요. 폐하에게 있어 측비를 들이는 일은 정상적인 일이에요. 지금 들이지 않는다 하여도 아마 미래에는 벗어나지 못할 거예요. 다만 현재는 일단 이 일부터 해결해야 하죠."우문호가 말했다."비록 전에 저명양을 측비로 들이라고 말을 꺼낸 적이 있으나 사실 부황도 속으로는 동의를 하지 않으셨어. 그리고 이번에는.... 만일 나에게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부황은 아마 나를 강요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자네 말이 맞아. 부황께 있어 내가 측비를 들이는 일은 매우 정상적인 일이지. 이후에 부황께서 어떻게 협박할지는 일단 고려하지 않을 거야. 일단 눈 앞에 닥친 것부터 해결해야지."원경능은 우문호의 말에 마음이 서늘해졌다. 다행히도 현재 우문호는 자신과 같은 마음으로 이를 거부하고 있었다. 아니면 정말 어찌 해야 할지 몰랐을 것이다.다만 만일 우문호 자신도 측비를 들이는 일을 찬성한다면, 그녀가 슬퍼하고 마음 아파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었다.원경능은 우문호가 천천히 냉정을 되찾는 얼굴을 바라 보았다. 사고를 하고 있는 모습은 특별히 지혜로워 보였다.원경능은 자신이 좀 남색에 미친 여자 같은 생각이 들었다. 늘 이러한 우문호를 뚫어지게 쳐다봤었다.현실은 우문호의 예상에 들어맞았다. 술시좌우 목여공공은 두 환관을 거느리고 초왕부에 왔다.그는 문지기에게 통보를 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정원에 들어서자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자세히 들으니 왕야 목소리 같았다."당신이 무슨 능력과 덕행으로 본왕의 원한을 사겠는가? 본왕은 그저 당신을 혐오하는 것이야. 당신은 옹졸하고 마음이 좁아 사람을 용납하지 못하지. 현재 본왕은 당신을 보기만 하면 메슥거려서 토하고 싶어."목여공공은 대화를 들으면서 누구와 하는 말인지 생각했다. 왕비와 말하는 것인가? 왕야는 화가 나 미친 건가?목여공공이 들어가기도 전에 왕비의 목소리가 들렸다."절 혐오한다고요? 저라고 당신을 혐오하지 않
목여공공이 떠난 후 부부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모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으나 원경능은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갑자기 마음이 슬퍼졌다. 눈물이 비오 듯 흘러내렸는데 안간힘을 써도 멈출 수가 없었다. 우문호는 처음에 원경능이 연기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구슬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매우 슬프게 우는 것이었다.우문호는 긴장되어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받치고는 부드럽게 손가락으로 눈물을 훔쳐주었다."왜 그래? 왜 갑자기 우는 거야? 불편한 거 아니야?"원경능은 그저 울기만 하였다. 점점 더 구슬프게 울었으나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이에 다들 조급해졌다. 희씨 어멈은 당장 태의를 모셔야 한다고 말했다. 원경능은 그제야 눈물을 그치며 말했다."아니, 난 괜찮네."울어서 두 눈이 잔뜩 부어 올랐다."왜 그래? 나에게 말해줘!"우문호가 가슴 아파하며 물었다. 그를 바라 보니 원경능의 가슴이 또 시큰시큰 했다."그저 우리가 다투던 말들이 생각나서 마음이 아파요. 제가 떠나려고 하자 당신을 저를 내쫓겠다고, 아이를 없애겠다고 했잖아요. 거짓인걸 알지만 왜서인지 슬퍼지네요. 그 말들이 마치 바늘처럼 저의 가슴을 콕콕 찔러요."우문호는 가슴이 아파 그녀를 와락 안았다. 꽉 끌어안으면서 힘껏 그녀를 자신의 품 속으로 짓눌렀다. 코가 시큰거렸고 심장도 원경능의 말처럼 아팠다. 날카로운 아픔이었다.이순간 우문호는 이 평생 원경능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목소리는 놀라움과 아픔에 뜨거워졌다."이후로 이런 말들을 다시 하지 말기로 해. 연기라도 이런 말들은 하지 말기로 해. 아니, 우리 더 이상 연기하지 말자. 만일 이러한 일이 또 벌어진다면 내가 거절할게."원경능은 그의 품에 안겨 코 막힌 소리로 "네"라고 대답했다. 눈시울은 여전히 뜨거웠다.목여공공은 궁으로 돌아간 뒤 희씨 어멈의 말대로 비밀을 지키지 않았다. 도리어 자세하게 이 일을 명원제에게 전달하였다. 명원제는 미간을 찌푸렸다."초왕
방 안에는 이미 결혼한 문경공주, 진평공주, 안평공주 세 명이 있었다.그리고 기왕비를 제외한 친왕비들이 거의 와있었다.손왕비, 위왕비, 안왕비 모두 매우 정교하게 치장하였는데 신분에 맞는 화려함이었다.제왕비 저명취는 상석에 앉아있었다. 목단 자수가 있는 붉은색 의복을 입고 머리에는 자줏빛 비녀를 꽂았는데 정교한 화장은 신분에 맞게 고상했다.원경능은 그녀에게서 불쾌한 표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세세한 표정까지도 모두 맞춤 하였다.그랬다. 제왕이 측비를 들이는 일도 모두 저명취가 거든 것이었다.원경능은 손왕비에게서 제왕이 측비를 들이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는데 저명취가 황후마마의 명을 얻었다던 말을 들었었다.저명취는 원경능이 들어오자 살짝 미소를 지었다."초왕비 오셨어요? 얼른 앉으세요.""감사해요, 제왕비!"원경능이 말했다.임신한 뒤 처음으로 외출하는지라 원경능은 국보 팬다 같은 대접을 받았다. 뭇 공주들과 친왕비들은 모두 그녀를 살뜰하게 보살폈다.원경능은 앉힌 뒤 찻물과 간식거리들도 모두 세세하게 검사고서야 먹도록 권했다.필경 원경능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연루될 것이었다.원경능은 자신 때문에 다들 불편해하는 것 같아 이렇게 말했다."천천히 이야기를 나누세요. 저는 나가 좀 걸어야겠어요."손왕비가 웃으며 일어났다."저도 나가 좀 걸어야겠어요. 참, 제왕비를 아직 축하하지 않았네요."원경능은 잠시 멍해졌다. 축하라? 손왕비는 비꼬는 것인가? 타당한 말이 아니었다.그녀는 손왕비를 바라 보았으나 손왕비의 얼굴에서 장난스럽게나 비웃는 듯한 표정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최근 연속으로 남의 함정에 빠졌는지라 원경능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조금 뒤에 제왕을 만나 축하인사를 드리면 되지요."저명취가 담담히 말했다."오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축하한다는 말은 중요하지 않아요."원경능은 실로 크게 놀랐다. 정실로서 오늘 저명취가 가장 우울한 날이어야 했다. 그런데 저명취는 왜 조금도 개의치 않을 수 있을까? 정
오늘 제왕부에서의 연회가 끝나자 제왕의 신혼방으로 들어갔다.붉은 수건을 걷어 올린 뒤 신혼방의 모든 사람들을 물렸다. 제왕은 원영의의 동그란 얼굴을 바라 보며 말했다."본왕 그대와 할 이야기가 있어."원영의는 눈을 깜박이더니 목을 주물렀다."왕야, 말씀하세요."제왕이 말했다."오늘밤 본왕은 이곳에서 묵지 않을 거야."원경의는 손을 뻗어 가슴을 쓸어 내리면서 크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혀를 낼름 내밀었다."그렇다면 정말 다행이네요."제왕이 순간 멍해졌다."그대.... 슬프지 않나?"원영의는 자리에서 일어나 관을 벋었다. 그리고는 탁자 앞으로 가더니 허겁지겁 음식을 먹었다."배고파 죽을 뻔 했어요. 오늘 온 하루 아침에 화장을 할 때 수제비를 조금 먹은 뒤로는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어요. 너무 야박하네요."제왕은 그녀를 바라 보았다. 정말 얼굴에 조그마한 불쾌함과 슬픔도 어려있지 않자 조금 마음이 놓였다."그렇다면 그대는 먹어, 본왕은 먼저 가보도록 하지.""잠깐만요."원영의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제왕은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다. 보아하니 쉽게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얼굴을 조금 굳혔다.원영의는 그를 바라 보며 아부하는 표정을 지었다."왕야께서는 초왕비와 친하세요?"제왕이 미간을 찌푸렸다."괜찮아, 왜?""그렇다면 초왕부로 가실 때 절 데리고 가시면 안돼요?"원영의가 그를 바라 보며 사정하였다."그대가 초왕부로 가 무엇 하는가?"제왕은 의아하여 물었다."초왕비와 이야기를 나누려고요."제왕은 그녀를 바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이 여인은 참으로 교활하군. 전진을 위해 일단 뒤로 물러날 줄도 알다니. 나와 단독으로 외출하면 자연히 함께 지낼 시간이 많아지지.'보아하니 이 여인도 예사 사람이 아니었다. 제왕은 담담하게 말했다."이후 가게 되면 그대에게 말해주지.""내일 가요?""안가!"원영의는 실망하였다."그럼 모레는요?"제왕은 싸늘하게 물었다."모레는 그대의 친정으로 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