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능은 무기력하게 그의 어깨에 기댔다."가지 마요, 제 곁에 있어줘요.""애교부리는 거야?"우문호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사랑스럽다는 듯이 그녀의 얼굴에 입맞춤 하였다.원경능은 눈을 감았다. 아이를 원하지 않았던 마음이 또 머릿속에서 불현듯 떠올랐다."저는 원래 몇 년간은 둘만의 세계에서 살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생각밖에 곧 한 사람이 늘겠네요.""둘만의 세계? 무슨 둘만의 세계?"우문호는 의아하게 그녀를 바라 보았다."당신과 저만 있는 걸 말해요.""왕부에 당신과 나만 있는 것이 아니잖아. 하인들이 이렇게 많은데."원경능은 눈을 위로 올렸다. 우문호의 멍청한 얼굴을 보다가 또 다시 천천히 눈을 감았다. '됐어, 해명하지 않을래.'저녁식사는 넘어가지 않았다. 다만 다행히도 해시좌우에 상공공이 직접 국을 가지고 왔다. 맛은 전과 같았다. 원경능은 그것을 먹은 뒤에야 조금 편해진 것 같았다.우문호는 참지 못하고 상공공에게 물었다."이건 도대체 무엇인가? 만드는 방법을 본왕에게 주면 안 되는가?"상공공이 말했다."안됩니다. 효과가 빠른 물건일 수록 부작용이 있기 마련입니다. 태상황은 그저 왕비가 너무 힘들어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보내신 겁니다. 버틸 수만 있다면 이것을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원경능은 호기심에 물었다."이건 야자즙에 제비집을 섞은 것이 아닌가? 무슨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제비집은 좋은 점이 없었으나 인체에 나쁜 점도 없었다."왕비, 두 가지의 맛만 분별해내셨습니까?"원경능이 말했다."그리고 약초의 맛도 나네. 감초 같군, 아니면 시호(柴胡)인 겐가?"우문호는 미간을 찌푸렸다."감초와 시호를 제비집과 야자즙에 섞어도 되는가? 얼마나 맛이 없겠어.""맛이 없는 건 아니에요. 당연히 맛난 것도 아니지만요. 그러나 마시고 나면 울렁거리지 않아요."원경능이 말했다. 상공공은 웃으며 답했다."왕비께서 더 이상 속이 울렁이지 않을 때 소인이 알려드리겠습니다."상공공은 말을 마치고 곧 물러갔다. 원경능은
우문호는 화가 나 펄펄 뛰었다. 하지만 처제의 말투로 보아 배후자가 아닐 것이었다.이 소란스러움에 자연히 원경능도 알게 되었다.희씨 어멈은 그녀를 부축하면서 나왔다. 원경능이 입은 비단 망토가 땅에 끌렸다. 잰 걸음으로 왔지만 몸이 무거운지라 마치 위풍당당한 펭귄 같았다."무슨 일이냐?"원경능은 다가가 소난을 흘끔 본 뒤 분노가 가득 찬 우문호를 보았다. 원경병은 억울한 듯이 말했다."큰 언니, 왕야가 글쎄 소난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우문호는 울화통이 터져 죽을 지경이라 크게 소리를 쳤다."본왕이 귀지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데 이 여인이 함부로 들어와 뒤에서 본왕을 안은 것이다. 본왕은 곧장 이 여인을 끌고 나왔다."원경병은 잠시 멍해졌다."허튼 소리...."다만 그녀는 순간 말을 멈추고 소난을 바라 보았다."너 나가 산책하겠다고 했는데 어디로 갔던 거야?"다만 아닐 것이다. 원경병은 소난을 믿었다. 소난은 심성이 단순한 아이였다.소난은 당장에 바닥에 꿇어 앉아 훌쩍훌쩍 울었다. 그 울음소리는 매우 절망적이었는데 변명은 하지 않았다.원경병은 일시에 진위를 가리기 어려웠다. 괴롭힘을 당해서 우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원경능은 우문호를 흘깃 보고는 서일에게 말했다."왕야가 목욕하도록 모시거라.""목욕은 무슨 얼어 죽을...."우문호는 화가 가시지 않았지만 원경능의 싸늘한 눈빛을 받았다."아까 다른 여인이 손 댄 곳을 깨끗하게 씻고 닦아요. 서일, 자네가 씻겨주게. 건드렸던 곳은 모두 박박 밀어!"서일은 씩씩하게 명을 받고는 우문호를 이끌고 나갔다. 우문호는 몸을 돌려 해명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난 건드리지 않았어. 저 여인이 안을 때 곧 알게 되었거든....""녹아, 기라, 둘째 아가씨와 소난 아가씨를 편청으로 모시거라."원경능이 몸을 돌려 나가자 희씨 어멈은 재빨리 다가가 부축을 했다.원경능의 호흡은 조금 거칠었다. 화가 난 것이었다. 소난은 기라에게 이끌려 일어났다."갑시다. 왜 우는
우문호는 목욕을 마치고 돌아왔으나 의연히 노기등등한 모습이었다."처벌했어?"우문호는 문에 들어서기 바쁘게 물었다."때려죽였어?"원경능은 웃으며 다가가 시중을 들었다. 물을 떠주고 머리를 닦았으며 어깨를 주물렀다."쫓아 보냈어요. 이번에는 작은 징벌로 큰 교훈을 주기로 했어요.""이렇게 쉽게 놓아줬다고?"우문호는 노발대발하였다. 감히 성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필경 처음부터 당장 알아내지 못해 다른 여인에게 안겼으니, 원씨는 이러한 것들에 매우 신경을 썼다.원경능이 말했다."다른 사람의 꼬드김에 넘어간 희생양일 뿐이에요. 오 대학사에게 시집가기 싫어 당신에게 손을 쓴 거예요. 측비가 되려고요.""꼬드김? 누가?"우문호는 곧 한 사람을 떠올렸다."기왕비야?""네."원경능은 그를 이끌며 자리에 앉았다."이 일은 더 이상 추궁하지 마요, 둘째 동생도 이미 미안해하고 있어요. 만일 더 추궁한다면 이후로는 감히 초왕부에 오지 못할 거예요.""이번에는 눈치가 없었어. 처음에 감히 소난의 편을 들다니."우문호가 콧방귀를 뀌었다."이용당했을 뿐이에요. 탓하지 말고 그만 화 풀어요."원경능은 그의 등을 쓸어 내리며 배실배실 웃었다. 우문호의 목소리는 크고도 매서웠다."이번에는 당신의 체면을 봐서 추궁하지 않는 거야. 만일 다음 번이 있다면 초왕부에 발 들일 생각도 하지 말라고 해.""네, 네!"원경능이 약속했다."이미 경고했어요, 다음에 그러지 않겠대요.""그리고...."우문호는 눈을 부라리며 여전히 화가 난 모습이었다. 원경능은 그의 손을 놓으며 흘깃 눈길을 던졌다."그만 해요."우문호는 화를 거두면서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팍에 놓았다. 그리고는 매우 억울한 모습으로 말했다."계속 아까처럼 해.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했단 말이야."원경능은 실소를 터뜨렸다. 보아하니 남자들도 구슬림이 필요했다. 한동안 위로를 한 뒤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우문호의 머리가 마르자 잠을 청했다.우문호는 사실 잠이 오지 않았다. 현재
고사가 무엇을 진지하게 하려면 속도가 빨랐다. 저녁에 출궁한 뒤 공을 세우려고 장악한 따끈따끈한 자료를 초왕부에 가지고 갔다.그러다가 정원에서 원경병과 마주친 것이었다. 고사는 순간 이 공을 세우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기가 적절했다."둘째 아가씨!"고사는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전번의 일로 하여 아마 자신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원경병은 그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공자님, 익숙한 얼굴이시네요."고사는 깨진 마음을 주어 담으며 자기 소개를 했다."저는 고사라고 해요. 아가씨의 형부와 벗이고요."원경병은 잠시 멍해졌다가 곧 그가 성밖에서 일이 났을 때 다가와 인사하였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곧 몸을 돌려 갔었던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냈다."고 대인이시군요. 실례했네요!"원경병은 정색하였는데 공손한 기색이 조금 어렸다."절 아시나요?"고사는 시선을 원경병에서 떨구며 물었다."저희 만난 적이 있어요. 다만 고 대인께서는 아마 기억하시지 못할 거예요."원경병은 웃으며 말했다.'기억하지 못하다니? 다음 생에도 기억날 것이야.'고사는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는 멍한 모습으로 물었다."어디에서 만났었지요?"원경병이 귀띔해주었다."성밖에서요. 제왕비가 죽을 나누어주다가 사건이 터진 그날에요.""아!"고사는 그제야 깨달은 듯 하였다."네, 기억나요. 아가씨는 그날 초왕비와 함께 있었어요. 제가 다가가서 말을 걸었었죠."원경병이 답했다."네, 다만 무슨 이유에선지 곧 몸을 돌려 가셨어요.""네, 그날 상황이 위급한지라 너무 마음이 조급했어요. 백성들을 구하느라 실례를 범했네요."고사가 사죄하였다. 원경병은 인사를 올렸다."대인께서 백성을 자식처럼 여기시니 이 소녀 정말 탄복해요.""아니에요, 과찬이시네요."고사는 손을 흔들며 겸손하게 웃었다.회랑에서 우문호와 원경능이 나란하게 서있었다."어떡해? 저놈을 쥐어박고 싶어."우문호는 고사를 바라 보며 원경능에게 말했다."고사가 정말 둘째 동생을 좋아해요?"원경능이
고사가 말했다."비록 제압하실 수는 있으나 폐하께서는 절대 이 일로 저수부의 원망을 사지 않으실 거예요. 폐하에게 있어 측비를 들이는 일은 정상적인 일이에요. 지금 들이지 않는다 하여도 아마 미래에는 벗어나지 못할 거예요. 다만 현재는 일단 이 일부터 해결해야 하죠."우문호가 말했다."비록 전에 저명양을 측비로 들이라고 말을 꺼낸 적이 있으나 사실 부황도 속으로는 동의를 하지 않으셨어. 그리고 이번에는.... 만일 나에게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부황은 아마 나를 강요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자네 말이 맞아. 부황께 있어 내가 측비를 들이는 일은 매우 정상적인 일이지. 이후에 부황께서 어떻게 협박할지는 일단 고려하지 않을 거야. 일단 눈 앞에 닥친 것부터 해결해야지."원경능은 우문호의 말에 마음이 서늘해졌다. 다행히도 현재 우문호는 자신과 같은 마음으로 이를 거부하고 있었다. 아니면 정말 어찌 해야 할지 몰랐을 것이다.다만 만일 우문호 자신도 측비를 들이는 일을 찬성한다면, 그녀가 슬퍼하고 마음 아파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었다.원경능은 우문호가 천천히 냉정을 되찾는 얼굴을 바라 보았다. 사고를 하고 있는 모습은 특별히 지혜로워 보였다.원경능은 자신이 좀 남색에 미친 여자 같은 생각이 들었다. 늘 이러한 우문호를 뚫어지게 쳐다봤었다.현실은 우문호의 예상에 들어맞았다. 술시좌우 목여공공은 두 환관을 거느리고 초왕부에 왔다.그는 문지기에게 통보를 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정원에 들어서자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자세히 들으니 왕야 목소리 같았다."당신이 무슨 능력과 덕행으로 본왕의 원한을 사겠는가? 본왕은 그저 당신을 혐오하는 것이야. 당신은 옹졸하고 마음이 좁아 사람을 용납하지 못하지. 현재 본왕은 당신을 보기만 하면 메슥거려서 토하고 싶어."목여공공은 대화를 들으면서 누구와 하는 말인지 생각했다. 왕비와 말하는 것인가? 왕야는 화가 나 미친 건가?목여공공이 들어가기도 전에 왕비의 목소리가 들렸다."절 혐오한다고요? 저라고 당신을 혐오하지 않
목여공공이 떠난 후 부부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모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으나 원경능은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갑자기 마음이 슬퍼졌다. 눈물이 비오 듯 흘러내렸는데 안간힘을 써도 멈출 수가 없었다. 우문호는 처음에 원경능이 연기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구슬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매우 슬프게 우는 것이었다.우문호는 긴장되어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받치고는 부드럽게 손가락으로 눈물을 훔쳐주었다."왜 그래? 왜 갑자기 우는 거야? 불편한 거 아니야?"원경능은 그저 울기만 하였다. 점점 더 구슬프게 울었으나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이에 다들 조급해졌다. 희씨 어멈은 당장 태의를 모셔야 한다고 말했다. 원경능은 그제야 눈물을 그치며 말했다."아니, 난 괜찮네."울어서 두 눈이 잔뜩 부어 올랐다."왜 그래? 나에게 말해줘!"우문호가 가슴 아파하며 물었다. 그를 바라 보니 원경능의 가슴이 또 시큰시큰 했다."그저 우리가 다투던 말들이 생각나서 마음이 아파요. 제가 떠나려고 하자 당신을 저를 내쫓겠다고, 아이를 없애겠다고 했잖아요. 거짓인걸 알지만 왜서인지 슬퍼지네요. 그 말들이 마치 바늘처럼 저의 가슴을 콕콕 찔러요."우문호는 가슴이 아파 그녀를 와락 안았다. 꽉 끌어안으면서 힘껏 그녀를 자신의 품 속으로 짓눌렀다. 코가 시큰거렸고 심장도 원경능의 말처럼 아팠다. 날카로운 아픔이었다.이순간 우문호는 이 평생 원경능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목소리는 놀라움과 아픔에 뜨거워졌다."이후로 이런 말들을 다시 하지 말기로 해. 연기라도 이런 말들은 하지 말기로 해. 아니, 우리 더 이상 연기하지 말자. 만일 이러한 일이 또 벌어진다면 내가 거절할게."원경능은 그의 품에 안겨 코 막힌 소리로 "네"라고 대답했다. 눈시울은 여전히 뜨거웠다.목여공공은 궁으로 돌아간 뒤 희씨 어멈의 말대로 비밀을 지키지 않았다. 도리어 자세하게 이 일을 명원제에게 전달하였다. 명원제는 미간을 찌푸렸다."초왕
방 안에는 이미 결혼한 문경공주, 진평공주, 안평공주 세 명이 있었다.그리고 기왕비를 제외한 친왕비들이 거의 와있었다.손왕비, 위왕비, 안왕비 모두 매우 정교하게 치장하였는데 신분에 맞는 화려함이었다.제왕비 저명취는 상석에 앉아있었다. 목단 자수가 있는 붉은색 의복을 입고 머리에는 자줏빛 비녀를 꽂았는데 정교한 화장은 신분에 맞게 고상했다.원경능은 그녀에게서 불쾌한 표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세세한 표정까지도 모두 맞춤 하였다.그랬다. 제왕이 측비를 들이는 일도 모두 저명취가 거든 것이었다.원경능은 손왕비에게서 제왕이 측비를 들이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는데 저명취가 황후마마의 명을 얻었다던 말을 들었었다.저명취는 원경능이 들어오자 살짝 미소를 지었다."초왕비 오셨어요? 얼른 앉으세요.""감사해요, 제왕비!"원경능이 말했다.임신한 뒤 처음으로 외출하는지라 원경능은 국보 팬다 같은 대접을 받았다. 뭇 공주들과 친왕비들은 모두 그녀를 살뜰하게 보살폈다.원경능은 앉힌 뒤 찻물과 간식거리들도 모두 세세하게 검사고서야 먹도록 권했다.필경 원경능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연루될 것이었다.원경능은 자신 때문에 다들 불편해하는 것 같아 이렇게 말했다."천천히 이야기를 나누세요. 저는 나가 좀 걸어야겠어요."손왕비가 웃으며 일어났다."저도 나가 좀 걸어야겠어요. 참, 제왕비를 아직 축하하지 않았네요."원경능은 잠시 멍해졌다. 축하라? 손왕비는 비꼬는 것인가? 타당한 말이 아니었다.그녀는 손왕비를 바라 보았으나 손왕비의 얼굴에서 장난스럽게나 비웃는 듯한 표정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최근 연속으로 남의 함정에 빠졌는지라 원경능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조금 뒤에 제왕을 만나 축하인사를 드리면 되지요."저명취가 담담히 말했다."오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축하한다는 말은 중요하지 않아요."원경능은 실로 크게 놀랐다. 정실로서 오늘 저명취가 가장 우울한 날이어야 했다. 그런데 저명취는 왜 조금도 개의치 않을 수 있을까? 정
오늘 제왕부에서의 연회가 끝나자 제왕의 신혼방으로 들어갔다.붉은 수건을 걷어 올린 뒤 신혼방의 모든 사람들을 물렸다. 제왕은 원영의의 동그란 얼굴을 바라 보며 말했다."본왕 그대와 할 이야기가 있어."원영의는 눈을 깜박이더니 목을 주물렀다."왕야, 말씀하세요."제왕이 말했다."오늘밤 본왕은 이곳에서 묵지 않을 거야."원경의는 손을 뻗어 가슴을 쓸어 내리면서 크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혀를 낼름 내밀었다."그렇다면 정말 다행이네요."제왕이 순간 멍해졌다."그대.... 슬프지 않나?"원영의는 자리에서 일어나 관을 벋었다. 그리고는 탁자 앞으로 가더니 허겁지겁 음식을 먹었다."배고파 죽을 뻔 했어요. 오늘 온 하루 아침에 화장을 할 때 수제비를 조금 먹은 뒤로는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어요. 너무 야박하네요."제왕은 그녀를 바라 보았다. 정말 얼굴에 조그마한 불쾌함과 슬픔도 어려있지 않자 조금 마음이 놓였다."그렇다면 그대는 먹어, 본왕은 먼저 가보도록 하지.""잠깐만요."원영의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제왕은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다. 보아하니 쉽게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얼굴을 조금 굳혔다.원영의는 그를 바라 보며 아부하는 표정을 지었다."왕야께서는 초왕비와 친하세요?"제왕이 미간을 찌푸렸다."괜찮아, 왜?""그렇다면 초왕부로 가실 때 절 데리고 가시면 안돼요?"원영의가 그를 바라 보며 사정하였다."그대가 초왕부로 가 무엇 하는가?"제왕은 의아하여 물었다."초왕비와 이야기를 나누려고요."제왕은 그녀를 바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이 여인은 참으로 교활하군. 전진을 위해 일단 뒤로 물러날 줄도 알다니. 나와 단독으로 외출하면 자연히 함께 지낼 시간이 많아지지.'보아하니 이 여인도 예사 사람이 아니었다. 제왕은 담담하게 말했다."이후 가게 되면 그대에게 말해주지.""내일 가요?""안가!"원영의는 실망하였다."그럼 모레는요?"제왕은 싸늘하게 물었다."모레는 그대의 친정으로 가는
이 문제에 우문호는 잠시 멍을 때렸다. 왜냐하면 자신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당연히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원씨가 임신한 뒤로부터 그의 눈과 마음에는 다른 것들을 담지 못했었다.현재 제왕이 물으니 우문호는 잠시 멍을 때렸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어디 그렇게 많은 왜가 있어, 놓으면 놓는 거지.'"다섯째 형님."제왕은 우문호가 머뭇거리자 조금 몸을 일으키더니 경악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혹 아직도 명취를 좋아하는 건 아니겠죠?"우문호는 그를 흘겨보았다."그런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네 다섯째 형수는 속이 매우 좁아.""형님 아직도 좋아하고 있는 겁니까?"우문호는 고개를 저었다."좋아하지 않아.""어떻게 했습니까? 이렇게 빨리 명취를 잊다니."우문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내가 뭘 했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한참 뒤에 우문호가 고개를 들었는데 빛이 반짝였다."너의 다섯째 형수가 있었기 때문이지.""그 말인즉, 다른 사람이 생기면 잊을 수 있다는 말인가요? 이건 아마 대체하는 방법인 듯 하군요. 다른 여인을 찾아야 되지요, 맞나요?"제왕이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우문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연구해본 적도 없는 걸.'허나 표면상으로는 적극적으로 말했다."맞아, 넌 동그란 얼굴의 계집애와 자주 있도록 시도해봐. 아마 곧 잊을 수 있을 거야."원영의를 말하니 제왕이 탄식하며 말했다."이번에 영의가 조태의를 데리고 돌아왔기 다행이지 아니면 전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을 겁니다.""네 다섯째 형수가 보낸 거다."우문호는 원경능을 위해 공을 쟁취했다. 일곱째는 늘 원씨에게 편견이 있어 이 문제에 대해 우문호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공을 쟁취하여야만 했다.그러나 제왕은 그 말을 흘려 보내고 홀로 중얼거렸다."사실, 동그란 얼굴도 괜찮아요. 자상하게 왕비를 소개해줄 것이라 했거든요."우문호가 불현듯 물었다."참, 오늘밤 돌아갈 거야?"제왕은 생각에 잠겼다."돌아갈 거예요. 동그란 얼굴이 있으니 절 괴롭히
우문호는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부황...."부황께서 합의 이혼을 동의하시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또한 그 말투에 불쾌한 느낌이 상당했다."그대로 하면 되느니라."명원제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저명취가 시집온 뒤로부터 사단이 끊인 적이 없었다. 작은 일은 저수부의 체면을 보아 눈 감아줄 수 있었다. 이렇게 방임했더니 결국 무법천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황실의 체면을 깎는 건 괜찮으나 사적으로 친황들의 사이를 이간질 하니 더 이상 용납할 수가 없었다.애당초 그녀의 명성은 그렇지 않았다. 밖에서는 다들 그녀가 현명하고 정숙하며 대가의 풍격이 있다고 했다.그러나 오늘 저씨 노태부인의 그 말을 해 이미 화가 치밀었었다. 저씨 가문의 체면이 참으로 대단했다."부황."우문호가 정색하더니 재빨리 물었다."부황의 뜻은 일곱째의 요구를 동의한다는 겁니까?""동의하지 않을 수 있느냐? 무기를 휘두르기까지 하는데."명원제가 아비로써의 인내를 보여주었다."합의 이혼한 뒤 각자 재혼한다면 두 가문에게 모두 좋은 일이다."우문호는 매우 우러러보았다. 부황의 이 말은 참으로 가식적이었다. 너무 가식적이어서 전혀 가식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도리어 각별히 마음을 쓰는 것 같았다."이 일을 일주일 내에 해결하거라. 해결하지 못하면 곤장을 맞으러 와야 한다. 꺼지거라."명원제가 싸늘하게 말했다.우문호는 명을 받고 제왕을 찾으러 들어갔다. 두 형제는 서로를 부축하면서 출궁했다.그러나 명원제는 계속 상소문을 읽어야 했다. 군주로써 다른 이들보다 더 큰 의자가 있는 이외에 뭐가 나은 것이 있던가?황제란 수명이 짧은 직업이었다.옆에서 묵을 갈던 목여공공이 기쁘게 말했다."제왕과 초왕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음을 보셨으니 폐하께서도 시름을 놓으실 수 있습니다."명원제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섯째는 떳떳하고 일곱째는 단순하다. 그렇기에 다행인 거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일찍부터 크게 다투었을 것이다. 다투지 않더라도 이후에는 암투를 벌일 것이지.
우문호가 위로했다."그만 소리 질러, 부황 앞에서도 네가 계속 신음소리를 낸다면 네가 겁쟁이라고 꾸짖으실 거야."제왕은 아픔에 말도 하지 못했다. 끙끙 신음소리와 함께 발을 질질 끌며 가고 있었다. 결국에는 실로 참을 수 없어 말했다."형님, 절 업어줘요.""상처가 앞에 있는데 내가 널 없으면 더 아프지 않을까?"우문호는 그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근심스러워졌다. '왜 이렇게 아픔을 참지 못한단 말인가? 예전에 원씨는 온몸에 부상을 입고 입궁하여서도 억지로 버텼었는데, 일곱째는 여인보다 못하는군.""다쳐서 아픈 것이 낫지 이렇게 상처가 찢기는 고통은 원하지 않습니다." 제왕은 걸음을 멈추고 무기력하게 손을 저었다.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는데 입술에도 혈색이 보이지 않았다.우문호는 그를 업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업고 나니 제왕이 또 "아아아"하고 소리를 질렀다.우문호가 물었다."되겠어?"제왕은 간신히 고개를 돌려 목여공공을 바라 보더니 울상이 된 얼굴로 말했다."아니면 나를 들고 가게."목여공공은 이미 성지를 전하러 출궁한 궁인에게 물어보았었다. 부상 정도가 그렇게 엄중하지 않다고 조태의가 말했다고 전했다. 가슴팍의 상처는 괜찮고 복부의 상처가 조금 깊다고 했다.그리하여 제왕의 이러한 모습을 본 목여공공은 근심을 금할 수 없어 물었다."태의가 확실하게 진찰한 게 맞습니까? 내장이 상한 건 아닙니까?"제왕은 숨을 들이쉬었다."내장이 상한 건 아니네."목여공공은 제왕의 이런 모습으로 실로 궁전까지 버티지 못할 것 같아 말했다."좋습니다. 그렇다면 들고 갑시다."어깨 가마와 들것이 없으니 한 사람은 어깨를, 한 사람은 두 다리를 들고 갔다. 제왕의 머리는 떨어져 있었는데 입에 초롱 손잡이를 물로 있었다. 허나 자신이 걷는 것보다는 나았다.제왕은 칠흙같은 하늘을 바라 보았다. 등불의 빛은 궁중의 밤을 밝히기엔 부족했다. 그는 그저 딴 세상에 온 듯 하였다.왜 살아가다가 갑자기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음은 여전
황후는 완전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일곱째가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 죄명을 받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 죄명이 실증되고 정말 백관 앞에서 죄를 심의 받는다면 절로 미래를 망친 것이었다.그리하여 이 일의 진위를 막론하고 재빨리 답했다."합방을 하지 않았는데 어찌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다고 할 수 있습니까? 이 말이야 말로 전해진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태노부인도 바보가 아니었다. 저명취의 낯빛을 보고 태후가 말한 것이 진실임을 알고 있었다.다만 바보가 아닌 태노부인은 멍해졌다. '측비 때문이 아니라면 제왕은 왜 합의 이혼하려고 하려는 걸까? 설마, 그 원측비의 말이 진실이란 말인가? 명취와 초왕 사이가 애매하단 말인가?'태노부인의 얼굴은 당장에 어두워졌다. 다만 태후가 자리에 있는지라 무엇이라 말할 수 없어 일단 이 화를 가라앉혔다.그러나 태후는 태노부인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노부인, 한마디 묻겠네. 한 여인이 처로써 작은 일로 자결하고 또 낭군을 중상한 뒤 회개하지 않고 적반하장으로 군다면, 노부인의 부중에서는 어떻게 처단하는가?"태노부인은 실로 체면이 깎였으나 반박할 방법이 없었다. 제왕부부는 예전에 화목했었고 측비가 시집 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 또한 합방도 하지 않았으니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다고 억지를 부릴 수 없는 노릇이었다.태노부인은 그저 기가 죽어 말했다."태후마마, 제가 아둔했습니다. 명확하게 묻지 않고 입궁하여 태후마마와 황후를 귀찮게 했습니다. 다만 젊은 부부가 다투는 건 자주 있는 일입니다. 어찌 되었든지 쉽게 처를 저버릴 수 없습니다. ""합의 이혼이네."태후가 차가운 낯빛으로 곧 시정했다."황실의 체면이 중요하나 황실의 혈육도 잃을 수 없네. 제왕은 황제의 적자네. 부부가 작은 일로 모순이 생겨 무기를 휘두른다면 철로 만든 몸이라 하여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네."태후는 고개를 돌려 황후를 바라 보았다."너의 며느리고 또 너의 조카니 네가 알아서 이 일을 해결하
황후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몰랐다. 안절부절하여 명원제를 흘깃 보았는데 명원제의 낯빛이 매우 어두웠다. 이에 황후는 원만하게 수습할 수 있는 말 몇 마디 하라고 태노부인에게 눈짓을 보냈다.그러나 태노부인이 싸늘하고도 딱딱하게 말했다."폐하, 황후마마, 제왕은 황실자손으로써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렸습니다. 비록 명취가 충동한 것은 잘못이나 모든 잘못이 명취에게 있는 건 아닙니다. 현재 제왕이 측비로 인해 합의 이혼을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니 소문이 퍼진다면 실로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이에 황실과 저씨 가문의 체면이 깎일 겁니다. 폐하께서 성지를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제왕의 상처가 호전되면 백관들 앞에서 죄를 심의 받고 합의 이혼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태노부인의 이 말은 절대 사정의 의미가 아니라 몰아붙이는 느낌이었다.심지어 태노부인이 황실의 체면과 저씨 가문의 체면을 함께 논할 때 황후의 낯빛이 돌연 변했다. 크게 경악하더니 고개를 홱 돌려 명원제를 바라 보았다.아까만 해도 낯빛이 어둡던 명원제는 태노부인의 이 말을 듣고 도리어 화를 내지 않았다. 심지어 잔잔한 미소까지 머금으며 말했다."노부인, 조급해하지 말게. 이 일은 짐이 자세하게 물어볼 것이네. 노부인의 신체가 편찮다고 수부에게 들었으니 돌아가 푹 쉬게. 자손들은 자연히 자손들만의 복이 있을 것이니 노부인이 염려해서 되는 것이 아니네."말을 마친 명원제는 몸을 일으켜 떠났다. 나가기 전에 담담하게 저명취를 흘깃 보았다.태노부인은 기가 차 멍해졌다. 명원제가 위로의 말 한마디도 없이 이렇게 가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자신도 안중에 두지 않는 것이었다.명원제는 나간 뒤 목여공공에게 분부했다."초왕과 제왕을 부르거라."목여공공은 잠시 머뭇거렸다."폐하, 제왕은 아직 부상 당한 몸입니다.""죽지 않을 거다."명원제가 담담하게 말했다. 만일 중상이라면 일찍이 부중에서 보고를 했을 것이었다."그리고 이 일을 태후께 아뢰거라. 태후께 한 번 들리라고 전하고."목여공공은 명을 받
다만 저명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눈을 감고 울고 있었는데 몸을 달달 떨고 있었다.제왕은 조태의와 원영의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이번에 원영의는 매우 눈치가 빨랐다. 조태의를 이끌고 나가려는데 조태의가 약가루를 내려놓으며 시녀에게 분부했다."이건 지혈약이다. 상처부분에 뿌리고 살짝 동여맨다면 이틀 뒤 바로 괜찮아질 거다."시녀는 이미 놀라 손발이 나른해진 상태였다. 약가루를 건네 받고는 감사의 인사를 했다.제왕은 모든 사람들을 물리고 저명취의 곁에 앉아 물었다."왜 그러는데?"저명취는 고개를 돌리고 눈물만 흘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제왕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그러나 늘 흐리멍덩했던 머리가 이번에는 도리어 맑아졌다. 사실 원영의의 말들이 그를 정신차리게 했던 것이다.만일 명취가 정말 자신을 생각했다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들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었다. 자신은 째지게 가난한 사람도 아니었고 당당한 친왕이었다. 다른 것을 쟁취하지 않아도 그녀에게 평생의 부귀영화를 줄 수 있었다.누구도 그를 경쟁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누구도 한가하게 놀고 있는 왕야를 상대하지 않았다. 명취는 그렇게 총명하니 알고 있을 것이었다. 또한 자신은 저수부의 외손자였고 현재 황후의 적자였다.큰 형님이 태자로, 황제로 된다고 하여도 감히 자신에게 어쩌지 못할 것이다. 아니면 천하 사람들의 공론을 막을 수 없을 터였다.당연히, 좀 못나게 말한다면 큰 형님은 애초에 자신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그리하니 명취는 정말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다.그렇다면 그가 한 모든 것들은 가치가 있을까? 그리하여 제왕은 마음이 아프지만 계속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이렇게 끝내. 그대가 시집온 날부터 난 그대의 마음 속에 내가 없다는 걸 알았어. 난 자연히 다섯째 형님과 비할 바가 못되지. 나도 내 자신을 알아. 그대는 시종일관 다섯째 형님을 좋아했던 거야. 다만 다섯째 형님이 그대를 저버리자 어쩔 수 없이 나에게 시집온
탕양은 이 말을 듣고 너무 놀라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아사가 들어와 앉더니 물었다."뭐가 산 것이라고요?""본왕의 아들 말이다!"우문호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아사는 머뭇거리다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턍양을 바라 보았다. 탕양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키며 왕야가 이미 미쳤다는 손짓을 했다.원경능은 기가 막혀 웃음을 터뜨렸다."됐어요, 됐어요, 식사나 해요.""우리 큰 언니는요?""돌아갔어."원경능이 답했다. 아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제왕에게 정말 화가 나요. 글쎄 큰 언니와 서일이 노닥거린다면서 큰 언니에게 화를 내는 게 아니겠어요? 큰 언니가 화를 참고 때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우문호는 기분이 매우 좋은지라 이 말을 듣고 아사를 흘겨봤다."이 계집아이 좀 봐, 일곱째가 매우 연약한 것처럼 말하네. 일곱째도 무술을 연마했었어.""설마요?"아사가 경악했다."그런데 왜 그렇게 연약하게 굴어요?"우문호는 어깨를 으쓱했다."연약하지 않아, 최소한 손으로 계란을 한 알 깰 수 있으니.""전 돌을 깰 수 있어요."아사가 답하니 우문호는 웃음을 터뜨렸다. 원경능이 호기심에 물었다."제왕이 정말 무술을 배운 적이 있나요?""배웠지, 황자로써 누가 배우지 않아도 되겠어? 마술과 궁술, 무술 모두 익혀야 하지. 일곱째도 배웠었는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후로는 배우지 않았어. 싸우는 것도 원하지 않고 말이야."아사는 의아해졌다."왜요?""무슨 자극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무술 하는 것을 싫어하게 되었어."우문호가 말했다. 아사는 믿을 수 없었다."그렇게 많이 맞았는데 정말 무술을 익혔다면 왜 반격을 하지 않았겠어요?""일곱째는 여인을 때리지 않아."우문호가 답했다****여인을 때리지 않는 제왕은 제왕부로 돌아갔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그는 곧장 저명취의 방으로 향했다.요 이틀간 저명취는 많이 울었는지라 눈이 계속 부어있었다. 제왕이 들어오는 것을 보아도 그저 담담히 눈길을 위로 들었다."성지가 내려진 건가요
제왕은 기가 막혔다."당신의 말투가 왜 아이를 달래는 것 같지? 본왕에게 정비를 소개하다니. 본왕의 혼사는 모후의 뜻을 따라야 해."원영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밝은 눈에 하얀 이, 옴폭 파인 보조개가 매력적이었다."조모께서 말씀하셨어요. 남자는 모두 애라 달래면 된다고요. 그리고 당신의 모후는...."제왕이 화를 냈다."당신의 모후이기도 하잖아!"원영의는 그제야 두 사람 사이가 생각난 듯 무미건조하게 코를 만졌다."전 정비가 아니라 모후라고 부르면 안돼요."제왕은 눈을 가늘게 떴다."당신 계속 본왕에게 합의 이혼하라고 하고 지금 또 이러한 말을 하는군. 당신 정비가 되고 싶은 거 아니야?"원영의가 물었다."정비가 되면 좋은 점이 뭔데요?""좋은 점이 많지."제왕은 잠시 생각했다."최소한 당신은 본왕과 명분이 정당한 부부로 되는 거지.""명분이 정당한 부부가 된다면 뭐가 좋아요?"원영의가 다시 물었다. 제왕은 그녀를 바라 보았다."당신은 부중에서 뜻대로 할 수 있어. 하인들도 모두 당신의 명을 따를 것이고."원영의가 반문했다."제가 지금 부중에서 뜻대로 살고 있지 않나요? 지금 하인들이 제 명을 따르지 않나요?""당신 본왕과 함께 여러 장소로 출석할 수 있지."원영의가 웃었다."지금은 제가 여러 장소에 출석할 수 없나요? "제왕은 그녀에게 눈을 부릅떴다."당신 지금 고의적으로 엇나가는 거야? 당신이 정비와 측비의 다른 점을 모를 리가 없잖아. 정비는 처고 측비는 첩이야, 명분부터 다르잖아.""처도 좋고 첩도 좋아요. 그러나 제가 저인 사실은 번함이 없어요."원영의는 손을 내저었다."전 당신의 처가 되기 싫어요 .좋기는 다른 사람을 찾으세요. 그리고 당신이 저명취와 합의 이혼하는가를 관심하는 것은 저와 직접적인 이해득실이 있어서예요. 누가 부중에 그러한 정실이 있기를 원하겠어요? 전 그녀를 보는 것조차 싫어요."말을 마치고는 곧 일어났다. 원영의가 떠나려 하자 우문경이 손을 잡았다."가자마, 본왕과 이야기나 좀
아사는 돌아간 뒤 부두에서 만아를 본 일을 원경능에게 알렸다.원경능은 이를 듣고 조금 마음이 시큰거렸다.이러한 시대에 여인들은 일반적으로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만아는 남정네들과 함께 막노동을 하고 있으니 어디 얼굴을 드러내는 정도인가?다만 자신의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저 아사더러 만아에게 은 열 냥을 가져다 주라고 하였다.다음날 아침 아사가 돌아왔다. 만아가 안받으려고 하였는데 억지로 만아에게 넣어주고 달아났다고 전했다.원경능이 묵묵히 말했다."그 아이에게 주었으면 되었다.""왕비께서는 참 선량하십니다."아사가 칭찬했다. 원경능은 속으로 자신이 선량하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은 열 냥은 준 것도 사실 자신의 죄책감 때문이었다. 원경능은 이 은 열 냥으로 자신을 홀가분하게 만들려고 했다.엄격하게 따진다면 그녀는 만아에게 빚진 것이 없었다.다만 원경능은 자신의 동정심이 점차 사라짐을 느꼈다. 원래의 원경능도 점차 모진 마음을 갖게 되었는데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혹 자기 보호를 더 잘할 수 있을 수 있으나 결국 자신을 잃게 된 것이었다.우문호가 저녁에 돌아올 때 제왕을 데리고 함께 돌아왔다.그은 노기등등한 모습으로 초왕부에 도착하더니 바로 소월각으로 들어가 숨었다.원경능이 호기심에 물었다."왜요? 왜 구신이라도 본 듯이 숨어요? 누가 기분을 상하게 했기에 노기등등한 얼굴이에요?"우문호는 자리에 앉아 차를 벌컥벌컥 마셨다. 원경능은 자신 곁으로 끌어오고는 배를 어루만지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아들아, 기억하거라. 네가 이후에 만일 일곱째 삼촌처럼 못난 짓을 한다면 뺨을 갈겨 죽일 것이야."원경능은 그의 손을 두드리며 웃었다."무슨 아들이에요? 딸이면 안되나요? 제왕이 왜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했어요?"우문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이 놈이 연속 이틀 동안 관아로 와 나를 찾았어. 공무가 가득한데 저놈 때문에 한 건도 해결하지 못했잖아. 이것 봐, 오늘밤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