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능은 우문호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어린 것을 보고 물었다."왜 그래요?"우문호는 가볍게 숨을 내쉬고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무기력하다고 생각되어서 그래."그는 황실의 일원으로써 백성들의 생존환경을 개선하려고 힘 쓸 수 있었다. 다만 우문호의 힘은 너무도 약했다. 원경능은 그의 마음을 깨닫고 더더욱 이 남자가 참으로 진실되고 사랑스럽다고 여겨졌다.앞으로 가려면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야 했다. 끝은 의관이었는데 문 어구에는 기다란 줄이 서있었다. 어떠한 환자들은 바로 바닥에 누워있었는데 옷은 더럽고 남루했으며 파리가 꼬였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요? 다른 의관에 가면 안되나요?"원경능이 물었다. 서일은 웃음을 터뜨렸다."왕비, 이 사람들은 다른 의관을 갈 돈이 없습니다.""갈 돈이 없다고? 그렇다면 정부에서... 조정에서 다른 의관을 설치하였느냐?""혜민서의(惠民署医)라고 있어."우문호가 답하였다. 원경능이 물었다."그러면 혜민서의도 비싸나요?""경중에는 혜민서의가 두 집밖에 없어. 만일 줄을 서서 병을 보려면 적어도 삼 개월, 다섯 개월은 기다려야 해. 만일 오래 기다린다면 일년 동안 기다릴 수도 있고."원경능은 깜짝 놀랐다."혜민의서가 두 곳밖에 없다고요? 경도가 이렇게 큰데 어떻게 환자들을 감당하나요?""경중 각처마다 모두 의관이 있어. 다만 보통사람들은 다닐 수 없어."우문호는 우울하게 답했다. 원경능은 멍해졌다."그건 도대체 무슨 원인이죠? 조정에서는 왜 혜민의서를 몇 집 더 만들지 않나요?""의원이 없어."우문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인파를 비집으며 나갔다. 그리고는 천천히 설명하였다."의술을 배우고 스승을 떠난 의원들은 모두 절로 의관을 열려고 하지 어찌 혜민의서에 오기를 원하겠어? 월급이 관아의 포졸과 비슷한데 몇 년 동안 의술을 배운 이라면 자연히 그렇게 살기를 원하지 않을 터이지.""그렇다면 만일 중병에 걸린 환자가 기다리지 못한다면, 혹 돈이 없어 의관에 가지 못한다면 어떡하나요?"서일이 먼저
원경병은 당연히 자신의 뺨을 때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고의적으로 저명봉이 자신의 어깨를 때리게 한 뒤 크게 노하며 소리를 쳤다."좋아, 감히 사람을 때리다니. 오늘 너를 갈기갈기 찢어놓을 거야."원경병은 이렇게 말하며 저명봉의 뺨을 갈겼다. 그리고는 다른 손으로 한 번 더 갈기는 것이었다. 저명봉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 반격을 하려는데 저명취의 노기 어린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만!"저명봉은 깜짝 놀라 얼른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원망이 섞인 눈빛으로 원경병을 노려보았다. 저멍취는 싸늘한 눈빛으로 원경병을 훑어보고는 시선을 원경능에게 돌렸다. 그러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초왕비, 우리는 동서지간이니 한 집안 가족이라고 할 수 있지요. 감히 초왕비가 듣기 거북할 수 있는 말 한마디 할게요, 화내지는 마세요. 동생이 난동을 피우는데 수수방관해서는 안돼요. 잘 가르쳐야죠. 아직 시집도 못간 규수인데 소문이 퍼진다면 웃음거리로 될 거예요."원경능은 말다툼은 못했으나 도리를 따지는 것에는 능했다. 원경능은 웃으며 말했다."제왕비는 참으로 시비를 잘 가리시네요. 당신의 동생이 먼저 저를 모욕하고 또 저의 동생까지 때렸어요. 태도가 참으로 악랄하지만 당신의 서매(庶妹)이니 제가 혼낼 수는 없네요. 제왕비께서 이러한 도리를 아신다면 수고스러우신 대로 저와 동생에게 해명해 주세요."저명취는 잠시 멍해졌다. 그러나 화를 내지 않고 그저 가볍게 탄식하였다."네, 알겠어요. 초왕비께서 이렇게 동생을 방임하시다니. 좋은 마음이겠지만 동생의 명성이 더럽혀져 시집을 가기 어려울 거예요."원경병은 싸늘한 눈빛으로 저명취를 흘겨보고는 되받아 치려고 하였다. 그러나 원경능은 그녀를 저지하며 담담한 미소로 말했다."아마 근심할 필요가 없을 거예요. 필경 제왕비 당신 같은 사람도 좋은 곳으로 시집을 갔잖아요? 그러니 저의 동생도 제왕비보다 못지 않는 곳으로 갈 거에요. 제왕비는 자신의 서매를 먼저 걱정하세요."저명취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보아하
원경병은 원경능이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표정을 보고는 설명해 주었다."내일 저명취는 성 밖에서 막사를 크게 만들어 죽을 공짜로 나누어 줄 거예요. 성 안의 거지들을 구제해주기 위함이지요. 그리고 두 날 전에 기왕비는 아픈 몸을 이끌고 청화사(清华寺)에 가 홍수를 입은 백성들을 위하여 하루 동안 기도를 드리며 기원하였다고 해요."원경능은 견문이 넓어졌다고 생각하였다."기왕비가 아픈 몸을 이끌고 기도 드리러 갔다고? 하루 동안 꿇어있었다니, 아마 병이 더 엄중해졌을 건데? ""네, 병세가 더 엄중해졌다고 들었어요. 폐하께서 약을 하사하셨는걸요."원경병은 불안간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 보았다."이상하네요. 저도 아는 소식을 초왕비인 언니가 모르다니요?"원경능은 씁쓸하게 웃었다."내가 보고 들은 것이 적어서 그래."그녀는 심지어 홍수가 졌다는 일도 몰랐다. 원경능은 의문을 잠시 참다가 결국에 물었다."어디서 홍수가 난 거야?""누가 알겠어요. 변경의 자그마한 곳이라고 들었어요.""돌아가서 우문호에게 물어봐야겠어."원경능이 말했다. 원경병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그녀를 바라 보았다."이렇게 직접적으로 왕야의 성함을 불러요?""아니면?"원경능은 순간 반응해내지 못했다. 속으로 어느 변경의 도시에 홍수가 졌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진실이라면 우문호가 알고 있을 것이었다."만일 아버님께서 들으신다면 언니를 호되게 때리실 거예요."원경병이 말했다. 원경능은 담담하게 웃었다."아버님께서 들으실 리도 없고 날 볼 일도 없으셔.""하지만 지금은 감히 언니를 때리지 못할 거예요."원경병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요즘 무슨 궁리를 하는지 자꾸 손님들을 집으로 데리고 오셔요. 그리고 저에게 인사를 시키세요.""정말? 모두 어떤 사람들인데? 네가 예전에 만나보았던 사람이야?"원경능이 물었다."보지 못했던 사람들이에요. 어떤 사람인지 제가 어찌 알겠어요. 다만 추측할 수는 있죠."원경병은 싫증난다는 듯이 말했다. 원경능은 그
저명취는 성문 위에 서있는 원경능 자매를 발견하지 못하였다. 그는 시녀와 어멈의 부축을 받으며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당장 죽을 나눠주라는 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어멈이 죽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다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조금 뒤에 곧 죽을 나눠드리겠습니다. 쌀죽을 제외하고, 제왕비께서는 또 고기 찐빵을 준비하게 하셨습니다. 조금 뒤에 올 것입니다. 고기 찐빵이 도착하면 죽과 함께 나눠드리겠습니다."찐빵을 먹을 수 있다고 하자 뭇사람들의 환호소리가 들렸다. 아까 초조하고 불안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조금 더 기다리니 마차들이 부단히 도착하였다.신분이 존귀한 부인 몇 명과 소녀 몇 명이 부축을 받으면서 마차에서 내렸다. 분분히 막사로 와 저명취에게 인사를 했다. 저명양과 저명봉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을 모두 인상이 없는지라 원경능은 고개를 돌려 녹아에게 물었다."저 사람들은 누구냐?"녹아는 한참 동안 보다가 말했다."소인도 살구 빛 비단옷을 입은 부인을 제외하고 다 모릅니다.""살구 빛 비단옷을 입은 부인은 누구냐?"원경능이 물었다."제왕비의 모친, 저씨 대부인입니다."녹아가 답했다.원경병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한참 보다가 말했다."저도 그 외 두 명을 알아요. 연노랑 비단옷을 입은 것은 소요공의 며느리 량부인(梁夫人)이네요. 그리고...."원경병은 그녀를 바라 보았다."큰 언니는 몰라요? 예친왕비와 홍등군주(红灯郡主)잖아요."원경능은 잠시 멍해졌다."그래?"원경능은 태상황의 건곤전에서 예친왕비를 본 적이 있었다. 다만 당시에는 병 치료에만 신경을 쏟아 부어 다른 것들을 유의할 틈이 없었다. 그리고 홍등군주는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예친왕의 딸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저명취는 홍보를 하려는 것이니 자연히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을 끌어왔을 것이었다. 그리고 이 부인들의 집안에는 모두 조정에서 절대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원경능은 저명취가 뭇 부인들에게 인사를 올리는 것을 바라 보았다. 성문 위에서 보
일시간 비명소리가 사방에서 들어왔다. 장군은 크게 소리를 지르며 빠르게 달려갔다."빨리, 빨리 가서 도와."막사에 깔리는 것은 긴요한 일이 아니었으나, 막사에는 큰 가마로 죽을 끓이고 있었다. 불도 채 꺼지지 않은 상태였다.원경능은 생각도 하지 않고 뒤따라 달려갔다. 그리고는 손을 소매에 넣더니 약상자를 꺼냈다. 막사 앞에 달려간 그녀는 약상자를 열었다. 대부분 지혈거즈와 소독수였다. 또 기타 몇 가지 응급약품들이 있었다.성문에는 한 병사만 남기고 모두 달려와 사람을 구출하였다. 막사에 적어도 오십 몇 명은 깔려있었다. 안으로 뛰어들려 하였으나 미처 가지 못했던 사람들은 잠시 멍하니 있은 뒤 재빨리 성문의 병사들과 함께 사람들을 구출하였다.제일 처음으로 구출해낸 것은 뜻밖에도 저명취였다. 소란스럽게 되자 저명취는 무의식적으로 자리를 떠나려 하였다. 막사가 쓰러지는 순간 저명취는 이미 막사 끝에 다다랐다. 만일 걸음이 조금만 더 빨랐다면 완전히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저명취의 상처는 심각하지 않았다. 그저 턱에 길게 흉터가 났는데 놀라 넋이 나간 듯 하였다. 원경능은 다가가 지혈하고 소독한 뒤 붕대를 감았다. 이 일련의 행동은 이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저명취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원경능은 이미 신속하게 두 번째로 구출한 환자를 처치하고 있었다.처음에 구출한 자들은 상처가 경한 사람들이 많았다. 병사들도 이미 의원을 청하러 갔고 경조부와 순성어사(巡城御史)에게 통하였다.원경능이 금방 한 환자의 처치를 마쳤을 때 성문의 장군과 한 병사가 한 소녀를 들고 다가왔다. 소녀는 온몸이 피범벅으로 되어있는데 머리와 손은 힘없이 떨어져있었다. 이미 숨이 간들간들한 것이었다.원경병은 흘끔 보고 나서 새된 소리를 질렀다."아, 홍등군주예요. 죽었나요?"원경병은 재빨리 겉옷을 벗어 땅에 펴며 장군에게 말했다."빨리 여기다 내려놔요."장군은 손발이 덜덜 떨렸다. 이 홍등군주는 소요공이 금이야 옥이야 하는 보배 손녀였다. 그녀를 찾았을 때 그저 눈을 크게
원경능은 어린 거지의 상처를 씻어내고 있었다. 제왕이 쉴새 없이 재잘대며 자신을 방해하자 얼굴을 흐리며 말했다. "마음이 놓이지 않으면 당장 입궁해 태의를 찾아요.""당신이 먼저 명취를 봐줘. 배가 다쳤을까 봐 무서워서 그래."제왕은 이렇게 말하면서 근심 어린 눈빛으로 넋이 나간 저명취를 돌아보았다. 그녀가 이렇게 혼비백산한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또 어느 곳이 다쳤는지 알 수 없었다.원경능은 고개를 돌려 저명취를 흘끔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부과를 볼 줄 몰라요. 그러니 절 방해하지 마세요."저명취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하였다. 무겁고도 싸늘한 눈빛으로 제왕을 흘깃 바라 보았다."전 괜찮아요. 왕야, 절대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하지만 순간 저명취의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부황은 이번에 필히 책임을 물을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임신했다고 말한다면?이번 달 달거리는 몇 날이나 늦춰졌다. 이틀 전 고의적으로 입궁하여 고모에게 문안인사를 드리는 김에 태의를 불러 진맥하게 하였다.태의는 임신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고 하였다. 아마 시일이 짧아 그런 것이라며 며칠 후에 다시 진맥하여야 한다고 했다.순간 저명취의 호흡이 가빠졌다. 만일 정말 임신을 하였다면 부황은 필히 자신을 벌하지 못할 것이다.원경능은 그들을 무시하고 계속 어린 거지의 상처를 처치하였다. 어린 거지는 땅에 누워있었다. 얼굴에는 비록 고통스러운 표정이 어렸으나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찐빵 두 개를 주었는데 한 입에 하나씩 먹어 주린 배를 채웠다. 그는 지금처럼 배가 불러본 적이 없었다. "아파?"원경능은 그의 상처에 있는 나무 가시를 빼냈다. 그 곁에는 뜨거운 죽에 데여 화상을 입었는데 빨갛게 부어 올랐다. 더럽고 남루한 바지가랑이를 걷어 올리자 허벅지부터 무릎까지 모두 뜨거운 죽에 화상을 입었다.화상은 고통이 매우 심하였다. 어린 거지는 고개를 저으며 원경능을 바라 보았다. 호기심과 황송함이 어린 눈빛이었다. 원경능은 상처를 처치하고 나
원경병이 다 무엇이란 말인가? 자신이 귀신에 홀려 그녀가 마음에 든 것일 거다. 다행히도 아직 어머님에게 말하지 않았다. 고사는 연약한 소년 감성에 대한 울분이 차올랐다?원경병은 멍한 표정으로 있었다. 이 사람은 왜 이런단 말인가? 누군가 물으니 대답도 하지 않고 화를 내며 가버렸다. 왜 그럴까? 물어보지도 못한단 말인가?원경능이 물었다."고사가 왜? 화를 내는 것 같네."원경병이 의아하게 물었다."고사요? 저 사람이 고사에요? 어전시위장?""부어전시위장이야. 전에 만났었잖아. 네가 왕부에 왔을 때 고사도 왔었어."원경병은 그제야 확실히 만난 적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다만 당시에는 마음이 혼란하여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다만 이 사람은 참으로 소심했다. 자신이 누군가를 기억하지 못했다고 하여 화를 낼게 뭐람? 보아하니 천하의 남자는 모두 이 꼴이었다. 자신이 매우 대단하여 모든 사람이 기억하리라고 여겼다. 마차는 왕부로 돌아갔다. 원경능은 녹아와 어멈의 주시 하에 밥을 먹고 휴식을 취했다. 초왕부는 돼지를 키우는 곳이었고 현재 원경능은 우문호 손바닥 안의 돼지였다. 우문호는 성 밖의 일을 대체적으로 공제시킨 뒤 입궁하여 명원제에게 보고하였다. 마침 저수부도 어서방에 있었다. 저명취의 죽 나누기 활동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을 들은 저수부의 얼굴이 흐려졌다. 명원제가 입을 열었다."먼저 환자들을 잘 안배하고 이 일의 진상을 밝히거라. 율법대로 하면 된다."우문호가 답하였다."네."우문호가 물러나자 저수부도 함께 따라 나갔다."왕야!"저수부는 그와 함께 걸었다."수부, 무슨 일 있습니까?"우문호가 물었다. 저수부는 나지막하게 탄식하였다."이러한 일이 나니 저도 매우 분개합니다. 제왕비는 실로 적절치 못하게 이 일을 벌였습니다."우문호가 답했다."사고는 공제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좋은 마음으로 출발하였다고 해도 만단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번의 사단의 원인은 사실 시간을 제대로 안배하지 못한 겁니다. 일찍부터 다들 줄을 섰
제왕은 목을 움츠리고는 잿빛이 된 얼굴로 호소하였다."다섯째 형님, 왜 그리 사납게 말해요?"우문호는 인내심이 바닥나서 소리를 질렀다."갈 거냐? 가지 않을 거냐?""먼저 침착을 되찾으세요. 명취가 놀라겠어요!"제왕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천천히 앞에서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우문호는 심호흡 몇 번을 거쳐서야 끓어오른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었다. 이때 제왕이 또 말했다."전에 성문 밖에서 다섯째 형수는 명취를 호수로 밀지 않았다고 했어요. 그리고 도리어 명취가 자신을 밀었다고 모함하면서 자신을 해한다고 하지 않겠어요? 다섯째 형님, 돌아가서 잘 말해봐요. 저는 형님의 체면을 고려해서 이 일을 추궁하지 않았어요."우문호는 성큼성큼 앞으로 향하더니 하인 한 명을 불러 세웠다."제왕비를 편청(偏厅)으로 모시거라. 본왕이 물을 말이 있다."하인은 잠시 멍해졌다가 제왕을 바라 보았다. 제왕은 하는 수 없이 응답하였다."가거라!"하인은 명을 받고 떠났다. 우문호는 제왕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몸을 돌려 서일과 함께 편청으로 가 기다렸다. 제왕은 뒤를 쫄래쫄래 따라오면서 계속 하소연하였다."다섯째 형님, 이 일을 잘 해결해야 해요. 제가 명취의 편을 들어주려니 동의하지 않고, 그렇다고 형님이 다섯째 형수의 편을 들어줄 도리는 없지 않나요?"서일은 우문호의 얼굴이 흐려지는 것을 보고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왕야, 그만 말하십시오. 먼저 이 일을 해결한 뒤에 말하시면 안됩니까?"제왕은 서일을 흘끔 보았다. 서일은 그에게 경고의 눈짓을 날리고는 우문호를 가리켰다. 제왕은 그래도 우문호를 무서워하는지라 불만이 있지만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편청에서 잠시 기다리니 저명취가 시녀를 데리고 왔다. 턱에 생긴 상처에는 붕대가 감겨있었고 치마는 매우 헐렁하였다. 허리가 한줌도 되지 않아 매우 연약하고도 가련해 보였다.시녀가 저명취를 부축하면서 들어왔다. 저명취의 안색은 매우 초췌했고 눈이 빨갛게 부어있었다. 우문호를 보자 저명취는 입을 열기도 전에
이 문제에 우문호는 잠시 멍을 때렸다. 왜냐하면 자신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당연히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원씨가 임신한 뒤로부터 그의 눈과 마음에는 다른 것들을 담지 못했었다.현재 제왕이 물으니 우문호는 잠시 멍을 때렸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어디 그렇게 많은 왜가 있어, 놓으면 놓는 거지.'"다섯째 형님."제왕은 우문호가 머뭇거리자 조금 몸을 일으키더니 경악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혹 아직도 명취를 좋아하는 건 아니겠죠?"우문호는 그를 흘겨보았다."그런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네 다섯째 형수는 속이 매우 좁아.""형님 아직도 좋아하고 있는 겁니까?"우문호는 고개를 저었다."좋아하지 않아.""어떻게 했습니까? 이렇게 빨리 명취를 잊다니."우문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내가 뭘 했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한참 뒤에 우문호가 고개를 들었는데 빛이 반짝였다."너의 다섯째 형수가 있었기 때문이지.""그 말인즉, 다른 사람이 생기면 잊을 수 있다는 말인가요? 이건 아마 대체하는 방법인 듯 하군요. 다른 여인을 찾아야 되지요, 맞나요?"제왕이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우문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연구해본 적도 없는 걸.'허나 표면상으로는 적극적으로 말했다."맞아, 넌 동그란 얼굴의 계집애와 자주 있도록 시도해봐. 아마 곧 잊을 수 있을 거야."원영의를 말하니 제왕이 탄식하며 말했다."이번에 영의가 조태의를 데리고 돌아왔기 다행이지 아니면 전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을 겁니다.""네 다섯째 형수가 보낸 거다."우문호는 원경능을 위해 공을 쟁취했다. 일곱째는 늘 원씨에게 편견이 있어 이 문제에 대해 우문호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공을 쟁취하여야만 했다.그러나 제왕은 그 말을 흘려 보내고 홀로 중얼거렸다."사실, 동그란 얼굴도 괜찮아요. 자상하게 왕비를 소개해줄 것이라 했거든요."우문호가 불현듯 물었다."참, 오늘밤 돌아갈 거야?"제왕은 생각에 잠겼다."돌아갈 거예요. 동그란 얼굴이 있으니 절 괴롭히
우문호는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부황...."부황께서 합의 이혼을 동의하시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또한 그 말투에 불쾌한 느낌이 상당했다."그대로 하면 되느니라."명원제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저명취가 시집온 뒤로부터 사단이 끊인 적이 없었다. 작은 일은 저수부의 체면을 보아 눈 감아줄 수 있었다. 이렇게 방임했더니 결국 무법천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황실의 체면을 깎는 건 괜찮으나 사적으로 친황들의 사이를 이간질 하니 더 이상 용납할 수가 없었다.애당초 그녀의 명성은 그렇지 않았다. 밖에서는 다들 그녀가 현명하고 정숙하며 대가의 풍격이 있다고 했다.그러나 오늘 저씨 노태부인의 그 말을 해 이미 화가 치밀었었다. 저씨 가문의 체면이 참으로 대단했다."부황."우문호가 정색하더니 재빨리 물었다."부황의 뜻은 일곱째의 요구를 동의한다는 겁니까?""동의하지 않을 수 있느냐? 무기를 휘두르기까지 하는데."명원제가 아비로써의 인내를 보여주었다."합의 이혼한 뒤 각자 재혼한다면 두 가문에게 모두 좋은 일이다."우문호는 매우 우러러보았다. 부황의 이 말은 참으로 가식적이었다. 너무 가식적이어서 전혀 가식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도리어 각별히 마음을 쓰는 것 같았다."이 일을 일주일 내에 해결하거라. 해결하지 못하면 곤장을 맞으러 와야 한다. 꺼지거라."명원제가 싸늘하게 말했다.우문호는 명을 받고 제왕을 찾으러 들어갔다. 두 형제는 서로를 부축하면서 출궁했다.그러나 명원제는 계속 상소문을 읽어야 했다. 군주로써 다른 이들보다 더 큰 의자가 있는 이외에 뭐가 나은 것이 있던가?황제란 수명이 짧은 직업이었다.옆에서 묵을 갈던 목여공공이 기쁘게 말했다."제왕과 초왕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음을 보셨으니 폐하께서도 시름을 놓으실 수 있습니다."명원제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섯째는 떳떳하고 일곱째는 단순하다. 그렇기에 다행인 거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일찍부터 크게 다투었을 것이다. 다투지 않더라도 이후에는 암투를 벌일 것이지.
우문호가 위로했다."그만 소리 질러, 부황 앞에서도 네가 계속 신음소리를 낸다면 네가 겁쟁이라고 꾸짖으실 거야."제왕은 아픔에 말도 하지 못했다. 끙끙 신음소리와 함께 발을 질질 끌며 가고 있었다. 결국에는 실로 참을 수 없어 말했다."형님, 절 업어줘요.""상처가 앞에 있는데 내가 널 없으면 더 아프지 않을까?"우문호는 그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근심스러워졌다. '왜 이렇게 아픔을 참지 못한단 말인가? 예전에 원씨는 온몸에 부상을 입고 입궁하여서도 억지로 버텼었는데, 일곱째는 여인보다 못하는군.""다쳐서 아픈 것이 낫지 이렇게 상처가 찢기는 고통은 원하지 않습니다." 제왕은 걸음을 멈추고 무기력하게 손을 저었다.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는데 입술에도 혈색이 보이지 않았다.우문호는 그를 업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업고 나니 제왕이 또 "아아아"하고 소리를 질렀다.우문호가 물었다."되겠어?"제왕은 간신히 고개를 돌려 목여공공을 바라 보더니 울상이 된 얼굴로 말했다."아니면 나를 들고 가게."목여공공은 이미 성지를 전하러 출궁한 궁인에게 물어보았었다. 부상 정도가 그렇게 엄중하지 않다고 조태의가 말했다고 전했다. 가슴팍의 상처는 괜찮고 복부의 상처가 조금 깊다고 했다.그리하여 제왕의 이러한 모습을 본 목여공공은 근심을 금할 수 없어 물었다."태의가 확실하게 진찰한 게 맞습니까? 내장이 상한 건 아닙니까?"제왕은 숨을 들이쉬었다."내장이 상한 건 아니네."목여공공은 제왕의 이런 모습으로 실로 궁전까지 버티지 못할 것 같아 말했다."좋습니다. 그렇다면 들고 갑시다."어깨 가마와 들것이 없으니 한 사람은 어깨를, 한 사람은 두 다리를 들고 갔다. 제왕의 머리는 떨어져 있었는데 입에 초롱 손잡이를 물로 있었다. 허나 자신이 걷는 것보다는 나았다.제왕은 칠흙같은 하늘을 바라 보았다. 등불의 빛은 궁중의 밤을 밝히기엔 부족했다. 그는 그저 딴 세상에 온 듯 하였다.왜 살아가다가 갑자기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음은 여전
황후는 완전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일곱째가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 죄명을 받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 죄명이 실증되고 정말 백관 앞에서 죄를 심의 받는다면 절로 미래를 망친 것이었다.그리하여 이 일의 진위를 막론하고 재빨리 답했다."합방을 하지 않았는데 어찌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다고 할 수 있습니까? 이 말이야 말로 전해진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태노부인도 바보가 아니었다. 저명취의 낯빛을 보고 태후가 말한 것이 진실임을 알고 있었다.다만 바보가 아닌 태노부인은 멍해졌다. '측비 때문이 아니라면 제왕은 왜 합의 이혼하려고 하려는 걸까? 설마, 그 원측비의 말이 진실이란 말인가? 명취와 초왕 사이가 애매하단 말인가?'태노부인의 얼굴은 당장에 어두워졌다. 다만 태후가 자리에 있는지라 무엇이라 말할 수 없어 일단 이 화를 가라앉혔다.그러나 태후는 태노부인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노부인, 한마디 묻겠네. 한 여인이 처로써 작은 일로 자결하고 또 낭군을 중상한 뒤 회개하지 않고 적반하장으로 군다면, 노부인의 부중에서는 어떻게 처단하는가?"태노부인은 실로 체면이 깎였으나 반박할 방법이 없었다. 제왕부부는 예전에 화목했었고 측비가 시집 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 또한 합방도 하지 않았으니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다고 억지를 부릴 수 없는 노릇이었다.태노부인은 그저 기가 죽어 말했다."태후마마, 제가 아둔했습니다. 명확하게 묻지 않고 입궁하여 태후마마와 황후를 귀찮게 했습니다. 다만 젊은 부부가 다투는 건 자주 있는 일입니다. 어찌 되었든지 쉽게 처를 저버릴 수 없습니다. ""합의 이혼이네."태후가 차가운 낯빛으로 곧 시정했다."황실의 체면이 중요하나 황실의 혈육도 잃을 수 없네. 제왕은 황제의 적자네. 부부가 작은 일로 모순이 생겨 무기를 휘두른다면 철로 만든 몸이라 하여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네."태후는 고개를 돌려 황후를 바라 보았다."너의 며느리고 또 너의 조카니 네가 알아서 이 일을 해결하
황후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몰랐다. 안절부절하여 명원제를 흘깃 보았는데 명원제의 낯빛이 매우 어두웠다. 이에 황후는 원만하게 수습할 수 있는 말 몇 마디 하라고 태노부인에게 눈짓을 보냈다.그러나 태노부인이 싸늘하고도 딱딱하게 말했다."폐하, 황후마마, 제왕은 황실자손으로써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렸습니다. 비록 명취가 충동한 것은 잘못이나 모든 잘못이 명취에게 있는 건 아닙니다. 현재 제왕이 측비로 인해 합의 이혼을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니 소문이 퍼진다면 실로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이에 황실과 저씨 가문의 체면이 깎일 겁니다. 폐하께서 성지를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제왕의 상처가 호전되면 백관들 앞에서 죄를 심의 받고 합의 이혼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태노부인의 이 말은 절대 사정의 의미가 아니라 몰아붙이는 느낌이었다.심지어 태노부인이 황실의 체면과 저씨 가문의 체면을 함께 논할 때 황후의 낯빛이 돌연 변했다. 크게 경악하더니 고개를 홱 돌려 명원제를 바라 보았다.아까만 해도 낯빛이 어둡던 명원제는 태노부인의 이 말을 듣고 도리어 화를 내지 않았다. 심지어 잔잔한 미소까지 머금으며 말했다."노부인, 조급해하지 말게. 이 일은 짐이 자세하게 물어볼 것이네. 노부인의 신체가 편찮다고 수부에게 들었으니 돌아가 푹 쉬게. 자손들은 자연히 자손들만의 복이 있을 것이니 노부인이 염려해서 되는 것이 아니네."말을 마친 명원제는 몸을 일으켜 떠났다. 나가기 전에 담담하게 저명취를 흘깃 보았다.태노부인은 기가 차 멍해졌다. 명원제가 위로의 말 한마디도 없이 이렇게 가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자신도 안중에 두지 않는 것이었다.명원제는 나간 뒤 목여공공에게 분부했다."초왕과 제왕을 부르거라."목여공공은 잠시 머뭇거렸다."폐하, 제왕은 아직 부상 당한 몸입니다.""죽지 않을 거다."명원제가 담담하게 말했다. 만일 중상이라면 일찍이 부중에서 보고를 했을 것이었다."그리고 이 일을 태후께 아뢰거라. 태후께 한 번 들리라고 전하고."목여공공은 명을 받
다만 저명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눈을 감고 울고 있었는데 몸을 달달 떨고 있었다.제왕은 조태의와 원영의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이번에 원영의는 매우 눈치가 빨랐다. 조태의를 이끌고 나가려는데 조태의가 약가루를 내려놓으며 시녀에게 분부했다."이건 지혈약이다. 상처부분에 뿌리고 살짝 동여맨다면 이틀 뒤 바로 괜찮아질 거다."시녀는 이미 놀라 손발이 나른해진 상태였다. 약가루를 건네 받고는 감사의 인사를 했다.제왕은 모든 사람들을 물리고 저명취의 곁에 앉아 물었다."왜 그러는데?"저명취는 고개를 돌리고 눈물만 흘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제왕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그러나 늘 흐리멍덩했던 머리가 이번에는 도리어 맑아졌다. 사실 원영의의 말들이 그를 정신차리게 했던 것이다.만일 명취가 정말 자신을 생각했다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들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었다. 자신은 째지게 가난한 사람도 아니었고 당당한 친왕이었다. 다른 것을 쟁취하지 않아도 그녀에게 평생의 부귀영화를 줄 수 있었다.누구도 그를 경쟁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누구도 한가하게 놀고 있는 왕야를 상대하지 않았다. 명취는 그렇게 총명하니 알고 있을 것이었다. 또한 자신은 저수부의 외손자였고 현재 황후의 적자였다.큰 형님이 태자로, 황제로 된다고 하여도 감히 자신에게 어쩌지 못할 것이다. 아니면 천하 사람들의 공론을 막을 수 없을 터였다.당연히, 좀 못나게 말한다면 큰 형님은 애초에 자신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그리하니 명취는 정말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다.그렇다면 그가 한 모든 것들은 가치가 있을까? 그리하여 제왕은 마음이 아프지만 계속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이렇게 끝내. 그대가 시집온 날부터 난 그대의 마음 속에 내가 없다는 걸 알았어. 난 자연히 다섯째 형님과 비할 바가 못되지. 나도 내 자신을 알아. 그대는 시종일관 다섯째 형님을 좋아했던 거야. 다만 다섯째 형님이 그대를 저버리자 어쩔 수 없이 나에게 시집온
탕양은 이 말을 듣고 너무 놀라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아사가 들어와 앉더니 물었다."뭐가 산 것이라고요?""본왕의 아들 말이다!"우문호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아사는 머뭇거리다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턍양을 바라 보았다. 탕양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키며 왕야가 이미 미쳤다는 손짓을 했다.원경능은 기가 막혀 웃음을 터뜨렸다."됐어요, 됐어요, 식사나 해요.""우리 큰 언니는요?""돌아갔어."원경능이 답했다. 아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제왕에게 정말 화가 나요. 글쎄 큰 언니와 서일이 노닥거린다면서 큰 언니에게 화를 내는 게 아니겠어요? 큰 언니가 화를 참고 때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우문호는 기분이 매우 좋은지라 이 말을 듣고 아사를 흘겨봤다."이 계집아이 좀 봐, 일곱째가 매우 연약한 것처럼 말하네. 일곱째도 무술을 연마했었어.""설마요?"아사가 경악했다."그런데 왜 그렇게 연약하게 굴어요?"우문호는 어깨를 으쓱했다."연약하지 않아, 최소한 손으로 계란을 한 알 깰 수 있으니.""전 돌을 깰 수 있어요."아사가 답하니 우문호는 웃음을 터뜨렸다. 원경능이 호기심에 물었다."제왕이 정말 무술을 배운 적이 있나요?""배웠지, 황자로써 누가 배우지 않아도 되겠어? 마술과 궁술, 무술 모두 익혀야 하지. 일곱째도 배웠었는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후로는 배우지 않았어. 싸우는 것도 원하지 않고 말이야."아사는 의아해졌다."왜요?""무슨 자극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무술 하는 것을 싫어하게 되었어."우문호가 말했다. 아사는 믿을 수 없었다."그렇게 많이 맞았는데 정말 무술을 익혔다면 왜 반격을 하지 않았겠어요?""일곱째는 여인을 때리지 않아."우문호가 답했다****여인을 때리지 않는 제왕은 제왕부로 돌아갔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그는 곧장 저명취의 방으로 향했다.요 이틀간 저명취는 많이 울었는지라 눈이 계속 부어있었다. 제왕이 들어오는 것을 보아도 그저 담담히 눈길을 위로 들었다."성지가 내려진 건가요
제왕은 기가 막혔다."당신의 말투가 왜 아이를 달래는 것 같지? 본왕에게 정비를 소개하다니. 본왕의 혼사는 모후의 뜻을 따라야 해."원영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밝은 눈에 하얀 이, 옴폭 파인 보조개가 매력적이었다."조모께서 말씀하셨어요. 남자는 모두 애라 달래면 된다고요. 그리고 당신의 모후는...."제왕이 화를 냈다."당신의 모후이기도 하잖아!"원영의는 그제야 두 사람 사이가 생각난 듯 무미건조하게 코를 만졌다."전 정비가 아니라 모후라고 부르면 안돼요."제왕은 눈을 가늘게 떴다."당신 계속 본왕에게 합의 이혼하라고 하고 지금 또 이러한 말을 하는군. 당신 정비가 되고 싶은 거 아니야?"원영의가 물었다."정비가 되면 좋은 점이 뭔데요?""좋은 점이 많지."제왕은 잠시 생각했다."최소한 당신은 본왕과 명분이 정당한 부부로 되는 거지.""명분이 정당한 부부가 된다면 뭐가 좋아요?"원영의가 다시 물었다. 제왕은 그녀를 바라 보았다."당신은 부중에서 뜻대로 할 수 있어. 하인들도 모두 당신의 명을 따를 것이고."원영의가 반문했다."제가 지금 부중에서 뜻대로 살고 있지 않나요? 지금 하인들이 제 명을 따르지 않나요?""당신 본왕과 함께 여러 장소로 출석할 수 있지."원영의가 웃었다."지금은 제가 여러 장소에 출석할 수 없나요? "제왕은 그녀에게 눈을 부릅떴다."당신 지금 고의적으로 엇나가는 거야? 당신이 정비와 측비의 다른 점을 모를 리가 없잖아. 정비는 처고 측비는 첩이야, 명분부터 다르잖아.""처도 좋고 첩도 좋아요. 그러나 제가 저인 사실은 번함이 없어요."원영의는 손을 내저었다."전 당신의 처가 되기 싫어요 .좋기는 다른 사람을 찾으세요. 그리고 당신이 저명취와 합의 이혼하는가를 관심하는 것은 저와 직접적인 이해득실이 있어서예요. 누가 부중에 그러한 정실이 있기를 원하겠어요? 전 그녀를 보는 것조차 싫어요."말을 마치고는 곧 일어났다. 원영의가 떠나려 하자 우문경이 손을 잡았다."가자마, 본왕과 이야기나 좀
아사는 돌아간 뒤 부두에서 만아를 본 일을 원경능에게 알렸다.원경능은 이를 듣고 조금 마음이 시큰거렸다.이러한 시대에 여인들은 일반적으로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만아는 남정네들과 함께 막노동을 하고 있으니 어디 얼굴을 드러내는 정도인가?다만 자신의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저 아사더러 만아에게 은 열 냥을 가져다 주라고 하였다.다음날 아침 아사가 돌아왔다. 만아가 안받으려고 하였는데 억지로 만아에게 넣어주고 달아났다고 전했다.원경능이 묵묵히 말했다."그 아이에게 주었으면 되었다.""왕비께서는 참 선량하십니다."아사가 칭찬했다. 원경능은 속으로 자신이 선량하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은 열 냥은 준 것도 사실 자신의 죄책감 때문이었다. 원경능은 이 은 열 냥으로 자신을 홀가분하게 만들려고 했다.엄격하게 따진다면 그녀는 만아에게 빚진 것이 없었다.다만 원경능은 자신의 동정심이 점차 사라짐을 느꼈다. 원래의 원경능도 점차 모진 마음을 갖게 되었는데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혹 자기 보호를 더 잘할 수 있을 수 있으나 결국 자신을 잃게 된 것이었다.우문호가 저녁에 돌아올 때 제왕을 데리고 함께 돌아왔다.그은 노기등등한 모습으로 초왕부에 도착하더니 바로 소월각으로 들어가 숨었다.원경능이 호기심에 물었다."왜요? 왜 구신이라도 본 듯이 숨어요? 누가 기분을 상하게 했기에 노기등등한 얼굴이에요?"우문호는 자리에 앉아 차를 벌컥벌컥 마셨다. 원경능은 자신 곁으로 끌어오고는 배를 어루만지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아들아, 기억하거라. 네가 이후에 만일 일곱째 삼촌처럼 못난 짓을 한다면 뺨을 갈겨 죽일 것이야."원경능은 그의 손을 두드리며 웃었다."무슨 아들이에요? 딸이면 안되나요? 제왕이 왜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했어요?"우문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이 놈이 연속 이틀 동안 관아로 와 나를 찾았어. 공무가 가득한데 저놈 때문에 한 건도 해결하지 못했잖아. 이것 봐, 오늘밤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