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호는 원경능이 멍 때리고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녀를 덮쳤다."이는 당신이 좌우지 할 수 없는 문제야. 이건 우리와 아이의 인연이니깐."그리고는 휘장을 닫았고 소매를 흔들어 촛불을 껐다. "오늘 휴식하면 안돼요?"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원경능이 사정하는 목소리가 들렸다."이년 뒤에 휴식하라고."우문호는 입술로 그녀의 입을 막고 더 이상 말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 방에 야릇한 분위기가 넘쳐흘렀다!다음날 아침 손왕부부가 초왕부에 왔다. 우문호는 공무를 마치고 곧 돌아왔다. 그는 손왕과 응접실에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원경능은 손왕비와 함께 정원에서 산책을 하였다. 손왕비는 수심에 찬 모습이었다."둘째 동서, 무슨 일이 있어요?"원경능이 물었다. 그리고는 허리가 시큰거리고 아파 등을 두드렸다."아무 일도 아니에요."손왕비는 담담하게 답하고 그녀를 흘끔 보았다."허리가 아픈가요? 왜 자꾸 두드려요?""아무 일도 아니에요!"원경능은 손을 내리며 손왕비처럼 담담하게 말했다. 손왕비는 웃음을 터뜨렸다."됐어요. 누가 경험해본 적이 없어요?"원경능은 조금 부끄러웠다."둘째 동서가 달리 생각했네요. 전 그저 피곤할 뿐이에요.""알겠어요."손왕비는 이렇게 말하며 앞에 있는 돌 의자를 가리켰다."잠시 앉을래요? 걷고 싶지 않아요. 걷지 못하겠네요."원경능은 그녀와 함께 돌 의자로 가서 앉았다. 손왕비가 갑자기 원경능에게 물었다."듣자 하니 전에 다섯째가 저명양을 들이지 못하게 하셨다고요?"너무도 억울했다."네, 제가 들이지 못하게 했어요."손왕비는 놀라운 듯 그녀를 바라 보았다."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어요?"원경능은 손왕비도 손왕을 위해 측실과 첩을 찾는다는 일을 기억해내고 말했다."저도 어쩔 수 없어요. 누가 다른 여인과 함께 낭군을 나누길 좋아하겠어요?""모두 그렇게 하잖아요!"손왕비가 중얼거렸다."그러나 저는 원하지 않아요."손왕비는 그녀를 바라 보았다."당신이 원하지 않는 게 무슨 쓸모가 있나요? 당신이 원
원경능은 우문호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어린 것을 보고 물었다."왜 그래요?"우문호는 가볍게 숨을 내쉬고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무기력하다고 생각되어서 그래."그는 황실의 일원으로써 백성들의 생존환경을 개선하려고 힘 쓸 수 있었다. 다만 우문호의 힘은 너무도 약했다. 원경능은 그의 마음을 깨닫고 더더욱 이 남자가 참으로 진실되고 사랑스럽다고 여겨졌다.앞으로 가려면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야 했다. 끝은 의관이었는데 문 어구에는 기다란 줄이 서있었다. 어떠한 환자들은 바로 바닥에 누워있었는데 옷은 더럽고 남루했으며 파리가 꼬였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요? 다른 의관에 가면 안되나요?"원경능이 물었다. 서일은 웃음을 터뜨렸다."왕비, 이 사람들은 다른 의관을 갈 돈이 없습니다.""갈 돈이 없다고? 그렇다면 정부에서... 조정에서 다른 의관을 설치하였느냐?""혜민서의(惠民署医)라고 있어."우문호가 답하였다. 원경능이 물었다."그러면 혜민서의도 비싸나요?""경중에는 혜민서의가 두 집밖에 없어. 만일 줄을 서서 병을 보려면 적어도 삼 개월, 다섯 개월은 기다려야 해. 만일 오래 기다린다면 일년 동안 기다릴 수도 있고."원경능은 깜짝 놀랐다."혜민의서가 두 곳밖에 없다고요? 경도가 이렇게 큰데 어떻게 환자들을 감당하나요?""경중 각처마다 모두 의관이 있어. 다만 보통사람들은 다닐 수 없어."우문호는 우울하게 답했다. 원경능은 멍해졌다."그건 도대체 무슨 원인이죠? 조정에서는 왜 혜민의서를 몇 집 더 만들지 않나요?""의원이 없어."우문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인파를 비집으며 나갔다. 그리고는 천천히 설명하였다."의술을 배우고 스승을 떠난 의원들은 모두 절로 의관을 열려고 하지 어찌 혜민의서에 오기를 원하겠어? 월급이 관아의 포졸과 비슷한데 몇 년 동안 의술을 배운 이라면 자연히 그렇게 살기를 원하지 않을 터이지.""그렇다면 만일 중병에 걸린 환자가 기다리지 못한다면, 혹 돈이 없어 의관에 가지 못한다면 어떡하나요?"서일이 먼저
원경병은 당연히 자신의 뺨을 때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고의적으로 저명봉이 자신의 어깨를 때리게 한 뒤 크게 노하며 소리를 쳤다."좋아, 감히 사람을 때리다니. 오늘 너를 갈기갈기 찢어놓을 거야."원경병은 이렇게 말하며 저명봉의 뺨을 갈겼다. 그리고는 다른 손으로 한 번 더 갈기는 것이었다. 저명봉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 반격을 하려는데 저명취의 노기 어린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만!"저명봉은 깜짝 놀라 얼른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원망이 섞인 눈빛으로 원경병을 노려보았다. 저멍취는 싸늘한 눈빛으로 원경병을 훑어보고는 시선을 원경능에게 돌렸다. 그러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초왕비, 우리는 동서지간이니 한 집안 가족이라고 할 수 있지요. 감히 초왕비가 듣기 거북할 수 있는 말 한마디 할게요, 화내지는 마세요. 동생이 난동을 피우는데 수수방관해서는 안돼요. 잘 가르쳐야죠. 아직 시집도 못간 규수인데 소문이 퍼진다면 웃음거리로 될 거예요."원경능은 말다툼은 못했으나 도리를 따지는 것에는 능했다. 원경능은 웃으며 말했다."제왕비는 참으로 시비를 잘 가리시네요. 당신의 동생이 먼저 저를 모욕하고 또 저의 동생까지 때렸어요. 태도가 참으로 악랄하지만 당신의 서매(庶妹)이니 제가 혼낼 수는 없네요. 제왕비께서 이러한 도리를 아신다면 수고스러우신 대로 저와 동생에게 해명해 주세요."저명취는 잠시 멍해졌다. 그러나 화를 내지 않고 그저 가볍게 탄식하였다."네, 알겠어요. 초왕비께서 이렇게 동생을 방임하시다니. 좋은 마음이겠지만 동생의 명성이 더럽혀져 시집을 가기 어려울 거예요."원경병은 싸늘한 눈빛으로 저명취를 흘겨보고는 되받아 치려고 하였다. 그러나 원경능은 그녀를 저지하며 담담한 미소로 말했다."아마 근심할 필요가 없을 거예요. 필경 제왕비 당신 같은 사람도 좋은 곳으로 시집을 갔잖아요? 그러니 저의 동생도 제왕비보다 못지 않는 곳으로 갈 거에요. 제왕비는 자신의 서매를 먼저 걱정하세요."저명취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보아하
원경병은 원경능이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표정을 보고는 설명해 주었다."내일 저명취는 성 밖에서 막사를 크게 만들어 죽을 공짜로 나누어 줄 거예요. 성 안의 거지들을 구제해주기 위함이지요. 그리고 두 날 전에 기왕비는 아픈 몸을 이끌고 청화사(清华寺)에 가 홍수를 입은 백성들을 위하여 하루 동안 기도를 드리며 기원하였다고 해요."원경능은 견문이 넓어졌다고 생각하였다."기왕비가 아픈 몸을 이끌고 기도 드리러 갔다고? 하루 동안 꿇어있었다니, 아마 병이 더 엄중해졌을 건데? ""네, 병세가 더 엄중해졌다고 들었어요. 폐하께서 약을 하사하셨는걸요."원경병은 불안간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 보았다."이상하네요. 저도 아는 소식을 초왕비인 언니가 모르다니요?"원경능은 씁쓸하게 웃었다."내가 보고 들은 것이 적어서 그래."그녀는 심지어 홍수가 졌다는 일도 몰랐다. 원경능은 의문을 잠시 참다가 결국에 물었다."어디서 홍수가 난 거야?""누가 알겠어요. 변경의 자그마한 곳이라고 들었어요.""돌아가서 우문호에게 물어봐야겠어."원경능이 말했다. 원경병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그녀를 바라 보았다."이렇게 직접적으로 왕야의 성함을 불러요?""아니면?"원경능은 순간 반응해내지 못했다. 속으로 어느 변경의 도시에 홍수가 졌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진실이라면 우문호가 알고 있을 것이었다."만일 아버님께서 들으신다면 언니를 호되게 때리실 거예요."원경병이 말했다. 원경능은 담담하게 웃었다."아버님께서 들으실 리도 없고 날 볼 일도 없으셔.""하지만 지금은 감히 언니를 때리지 못할 거예요."원경병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요즘 무슨 궁리를 하는지 자꾸 손님들을 집으로 데리고 오셔요. 그리고 저에게 인사를 시키세요.""정말? 모두 어떤 사람들인데? 네가 예전에 만나보았던 사람이야?"원경능이 물었다."보지 못했던 사람들이에요. 어떤 사람인지 제가 어찌 알겠어요. 다만 추측할 수는 있죠."원경병은 싫증난다는 듯이 말했다. 원경능은 그
저명취는 성문 위에 서있는 원경능 자매를 발견하지 못하였다. 그는 시녀와 어멈의 부축을 받으며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당장 죽을 나눠주라는 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어멈이 죽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다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조금 뒤에 곧 죽을 나눠드리겠습니다. 쌀죽을 제외하고, 제왕비께서는 또 고기 찐빵을 준비하게 하셨습니다. 조금 뒤에 올 것입니다. 고기 찐빵이 도착하면 죽과 함께 나눠드리겠습니다."찐빵을 먹을 수 있다고 하자 뭇사람들의 환호소리가 들렸다. 아까 초조하고 불안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조금 더 기다리니 마차들이 부단히 도착하였다.신분이 존귀한 부인 몇 명과 소녀 몇 명이 부축을 받으면서 마차에서 내렸다. 분분히 막사로 와 저명취에게 인사를 했다. 저명양과 저명봉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을 모두 인상이 없는지라 원경능은 고개를 돌려 녹아에게 물었다."저 사람들은 누구냐?"녹아는 한참 동안 보다가 말했다."소인도 살구 빛 비단옷을 입은 부인을 제외하고 다 모릅니다.""살구 빛 비단옷을 입은 부인은 누구냐?"원경능이 물었다."제왕비의 모친, 저씨 대부인입니다."녹아가 답했다.원경병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한참 보다가 말했다."저도 그 외 두 명을 알아요. 연노랑 비단옷을 입은 것은 소요공의 며느리 량부인(梁夫人)이네요. 그리고...."원경병은 그녀를 바라 보았다."큰 언니는 몰라요? 예친왕비와 홍등군주(红灯郡主)잖아요."원경능은 잠시 멍해졌다."그래?"원경능은 태상황의 건곤전에서 예친왕비를 본 적이 있었다. 다만 당시에는 병 치료에만 신경을 쏟아 부어 다른 것들을 유의할 틈이 없었다. 그리고 홍등군주는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예친왕의 딸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저명취는 홍보를 하려는 것이니 자연히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을 끌어왔을 것이었다. 그리고 이 부인들의 집안에는 모두 조정에서 절대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원경능은 저명취가 뭇 부인들에게 인사를 올리는 것을 바라 보았다. 성문 위에서 보
일시간 비명소리가 사방에서 들어왔다. 장군은 크게 소리를 지르며 빠르게 달려갔다."빨리, 빨리 가서 도와."막사에 깔리는 것은 긴요한 일이 아니었으나, 막사에는 큰 가마로 죽을 끓이고 있었다. 불도 채 꺼지지 않은 상태였다.원경능은 생각도 하지 않고 뒤따라 달려갔다. 그리고는 손을 소매에 넣더니 약상자를 꺼냈다. 막사 앞에 달려간 그녀는 약상자를 열었다. 대부분 지혈거즈와 소독수였다. 또 기타 몇 가지 응급약품들이 있었다.성문에는 한 병사만 남기고 모두 달려와 사람을 구출하였다. 막사에 적어도 오십 몇 명은 깔려있었다. 안으로 뛰어들려 하였으나 미처 가지 못했던 사람들은 잠시 멍하니 있은 뒤 재빨리 성문의 병사들과 함께 사람들을 구출하였다.제일 처음으로 구출해낸 것은 뜻밖에도 저명취였다. 소란스럽게 되자 저명취는 무의식적으로 자리를 떠나려 하였다. 막사가 쓰러지는 순간 저명취는 이미 막사 끝에 다다랐다. 만일 걸음이 조금만 더 빨랐다면 완전히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저명취의 상처는 심각하지 않았다. 그저 턱에 길게 흉터가 났는데 놀라 넋이 나간 듯 하였다. 원경능은 다가가 지혈하고 소독한 뒤 붕대를 감았다. 이 일련의 행동은 이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저명취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원경능은 이미 신속하게 두 번째로 구출한 환자를 처치하고 있었다.처음에 구출한 자들은 상처가 경한 사람들이 많았다. 병사들도 이미 의원을 청하러 갔고 경조부와 순성어사(巡城御史)에게 통하였다.원경능이 금방 한 환자의 처치를 마쳤을 때 성문의 장군과 한 병사가 한 소녀를 들고 다가왔다. 소녀는 온몸이 피범벅으로 되어있는데 머리와 손은 힘없이 떨어져있었다. 이미 숨이 간들간들한 것이었다.원경병은 흘끔 보고 나서 새된 소리를 질렀다."아, 홍등군주예요. 죽었나요?"원경병은 재빨리 겉옷을 벗어 땅에 펴며 장군에게 말했다."빨리 여기다 내려놔요."장군은 손발이 덜덜 떨렸다. 이 홍등군주는 소요공이 금이야 옥이야 하는 보배 손녀였다. 그녀를 찾았을 때 그저 눈을 크게
원경능은 어린 거지의 상처를 씻어내고 있었다. 제왕이 쉴새 없이 재잘대며 자신을 방해하자 얼굴을 흐리며 말했다. "마음이 놓이지 않으면 당장 입궁해 태의를 찾아요.""당신이 먼저 명취를 봐줘. 배가 다쳤을까 봐 무서워서 그래."제왕은 이렇게 말하면서 근심 어린 눈빛으로 넋이 나간 저명취를 돌아보았다. 그녀가 이렇게 혼비백산한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또 어느 곳이 다쳤는지 알 수 없었다.원경능은 고개를 돌려 저명취를 흘끔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부과를 볼 줄 몰라요. 그러니 절 방해하지 마세요."저명취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하였다. 무겁고도 싸늘한 눈빛으로 제왕을 흘깃 바라 보았다."전 괜찮아요. 왕야, 절대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하지만 순간 저명취의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부황은 이번에 필히 책임을 물을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임신했다고 말한다면?이번 달 달거리는 몇 날이나 늦춰졌다. 이틀 전 고의적으로 입궁하여 고모에게 문안인사를 드리는 김에 태의를 불러 진맥하게 하였다.태의는 임신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고 하였다. 아마 시일이 짧아 그런 것이라며 며칠 후에 다시 진맥하여야 한다고 했다.순간 저명취의 호흡이 가빠졌다. 만일 정말 임신을 하였다면 부황은 필히 자신을 벌하지 못할 것이다.원경능은 그들을 무시하고 계속 어린 거지의 상처를 처치하였다. 어린 거지는 땅에 누워있었다. 얼굴에는 비록 고통스러운 표정이 어렸으나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찐빵 두 개를 주었는데 한 입에 하나씩 먹어 주린 배를 채웠다. 그는 지금처럼 배가 불러본 적이 없었다. "아파?"원경능은 그의 상처에 있는 나무 가시를 빼냈다. 그 곁에는 뜨거운 죽에 데여 화상을 입었는데 빨갛게 부어 올랐다. 더럽고 남루한 바지가랑이를 걷어 올리자 허벅지부터 무릎까지 모두 뜨거운 죽에 화상을 입었다.화상은 고통이 매우 심하였다. 어린 거지는 고개를 저으며 원경능을 바라 보았다. 호기심과 황송함이 어린 눈빛이었다. 원경능은 상처를 처치하고 나
원경병이 다 무엇이란 말인가? 자신이 귀신에 홀려 그녀가 마음에 든 것일 거다. 다행히도 아직 어머님에게 말하지 않았다. 고사는 연약한 소년 감성에 대한 울분이 차올랐다?원경병은 멍한 표정으로 있었다. 이 사람은 왜 이런단 말인가? 누군가 물으니 대답도 하지 않고 화를 내며 가버렸다. 왜 그럴까? 물어보지도 못한단 말인가?원경능이 물었다."고사가 왜? 화를 내는 것 같네."원경병이 의아하게 물었다."고사요? 저 사람이 고사에요? 어전시위장?""부어전시위장이야. 전에 만났었잖아. 네가 왕부에 왔을 때 고사도 왔었어."원경병은 그제야 확실히 만난 적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다만 당시에는 마음이 혼란하여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다만 이 사람은 참으로 소심했다. 자신이 누군가를 기억하지 못했다고 하여 화를 낼게 뭐람? 보아하니 천하의 남자는 모두 이 꼴이었다. 자신이 매우 대단하여 모든 사람이 기억하리라고 여겼다. 마차는 왕부로 돌아갔다. 원경능은 녹아와 어멈의 주시 하에 밥을 먹고 휴식을 취했다. 초왕부는 돼지를 키우는 곳이었고 현재 원경능은 우문호 손바닥 안의 돼지였다. 우문호는 성 밖의 일을 대체적으로 공제시킨 뒤 입궁하여 명원제에게 보고하였다. 마침 저수부도 어서방에 있었다. 저명취의 죽 나누기 활동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을 들은 저수부의 얼굴이 흐려졌다. 명원제가 입을 열었다."먼저 환자들을 잘 안배하고 이 일의 진상을 밝히거라. 율법대로 하면 된다."우문호가 답하였다."네."우문호가 물러나자 저수부도 함께 따라 나갔다."왕야!"저수부는 그와 함께 걸었다."수부, 무슨 일 있습니까?"우문호가 물었다. 저수부는 나지막하게 탄식하였다."이러한 일이 나니 저도 매우 분개합니다. 제왕비는 실로 적절치 못하게 이 일을 벌였습니다."우문호가 답했다."사고는 공제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좋은 마음으로 출발하였다고 해도 만단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번의 사단의 원인은 사실 시간을 제대로 안배하지 못한 겁니다. 일찍부터 다들 줄을 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