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바른대로 말해. 이틀 전에 궁에 가 폐하께 도움을 청한 것이 사실이야?!”최소택은 화가 잔뜩 난 채 말에서 뛰어내려 빠른 걸음으로 온사의 앞으로 가 소리치며 물었다.온사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내가 궁에 갔던 건 맞다만, 너랑 무슨 상관……”“너 그 못된 심보 안 죽었을 거 알고 있었어!”최소택은 그녀가 인정하자마자 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딱 잘라 차갑게 굳어 혐오감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네가 폐하께 도움을 청한다고 내가 파혼을 없던 일로 할 것 같으냐? 내가 분명히 말해두는데, 그런 일은 없을것이야!”“내가 진작에 말했잖아, 나 최소택은 이번 생에 절대로 너 같은 악랄한 여인과 혼인하지 않을 거라고. 폐하께서 직접 명을 내리시더라도 나는 절대 네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야!”온사는 마음이 쓸쓸했다.그녀는 최소택이 웃기기도 했다.“내가 궁에 갔던 건 맞아. 헌데, 넌 왜 내가 너 때문에 궁에 갔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변명할 생각 마! 온모가 네가 온모한테 했던 얘기들 다 말해줬어.”최소택이 온사에게 물었을 때, 온모도 그의 뒤에 있던 마차에서 내렸다.온모는 온씨 가문에 없었고, 최소택을 따라 마차를 타고 왔다.딱 봐도 최소택을 찾아간 것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러는 거겠지.온사는 차가운 눈빛으로 온모를 보며 물었다.“정말 궁금하군. 내가 네게 무슨 말을 했었지?”온모는 제 발 저린듯한 눈빛으로 말했다.“언니 다 까먹었어? 이틀 전에 성년식 끝나고 아버지께서 언니를 사당에 가두셔서 내가 언니 보러 갔을 때 언니가 후회된다고 파혼하기 싫다고 했잖아. 언니는 소택 오라버니 아직 좋아하니까 나한테 소택 오라버니 돌려달라면서. 근데 내 생각엔 소택 오라버니의 선택을 존중해 줘야 하니까 나도 대답 못한 거야. 근데…… 근데 난 언니가 갑자기…… 갑자기 집을 떠나 궁에 가서 폐하께 부탁을 드릴 줄은 몰랐지.”말을 하던 온모는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미안해 언니, 다 내 잘못이야. 난 진짜 언니가 소택 오라버니를 이렇
온모는 최소택이라는 사람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의 신분을 좋아하는 것이었다.전생에 그녀는 아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최소택은 나중에 너무 안하무인으로 죄를 짓지 말아야 할 사람한테 죄를 지어 두 다리를 잃고 보잘것없는 사람이 되었다.그때 온모는 고민도 않고 그를 버렸다.“언니, 그만해. 욕하려면 날 욕해. 소택 오라버니 욕하지 말고. 응?”온모는 요 며칠 온사가 마치 약이라도 먹은 것처럼 점점 이상하다고 느껴졌다.그녀가 자신을 폭로하려 하자, 온모는 바로 수작을 부리며 불쌍한 척을 했다.역시 최소택은 속아넘어갔다.“이간질 좀 적당히 하거라!”애초에 최소택은 온사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는 온모를 자신의 뒤에 숨기고 화를 내며 말했다.“온모는 너랑 달라. 얜 착하고 단순하고 순진무구해. 너에 비하면 천 배 만 배는 더 나아. 그러니까 너 같은 악랄한 사람은 평생 얘랑 비교도 안된다고!”온사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무언가를 보더니, 최소택의 뺨을 향해 손을 한 번 더 내리쳤다.짝!양쪽 뺨을 한 대씩 맞은 최소택은 얼굴이 퉁퉁 부었다.이번엔 최소택이 정말 화가 난 것 같았다.“온사, 네가 죽음을 자초하는구나!”그는 화가 나서 온사에게 갚아주려 손을 들었다.하지만 바로 그 순간, 그의 등 뒤에서 높고 가늘고 선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명이오!”최소택은 순식간에 낯빛이 변하며 급히 손을 내리고 뒤돌아 무릎을 꿇었다.뒤를 돌아보니, 폐하의 곁에 있던 덕공이 사람을 데리고 어명을 전하러 왔다.방금까지 문 안쪽에 숨어서 좋은 구경을 하던 문지기들은 급히 달려가 주인들에게 알렸다.큰 도련님 온장온은 세 동생들을 데리고 나와서야 온사가 돌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최소택이 왜 이곳에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아버지께서 안 계시니, 신 온장온 동생들과 함께 대신 명을 받들겠습니다!”온장온은 조정의 어사대에서 직책을 맡고 있었고, 폐하의 신하이기도 했다.덕공은 웃으며 말했다.“아닙니다. 오늘 이 어명은 진국공님께 온 것이 아니
모든 사람들은 못 믿겠다는 듯 가장 앞에 서있던 온사를 바라보았다.그들은 물론, 온사까지 놀라서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그녀는 폐하가 자신을 ‘성녀’로 임명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명나라 개국이래 단 한 번도 성녀가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오늘 그녀가 처음으로 임명된 것이었다.게다가 ‘복명’이었다.어리둥절한 온사는 순식간에 명을 받드는 것도 잊어버렸다.덕공은 웃으며 그녀에게 알려주었다.“성녀 전하 어서 명을 받으시옵소서.”온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감사 인사를 하고 어명을 받든 뒤, 덕공의 두 손에 의해 일어섰다.“앞으로 이 무릎은 이 세상에서 폐하와 부처님 앞에서만 꿇으셔야 합니다.”이 말은 앞으로 그녀의 머릿속에는 폐하만 있어야 하고, 그녀의 아버지 진국공도 그녀를 억압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폐하의 은혜에 감사드리며, 온사는 성심성의껏 나라를 위해 기도할 것이며, 폐하의 큰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덕공은 그녀가 이해한 것을 깨닫고 말했다.“성녀 전하 채비를 하시옵소서. 이제부터 수월관에서 지내게 되실 것이니, 가져가야 할 짐과 가져가지 말아야 할 짐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30분 뒤 누군가 수월관으로 모셔다 드릴 것입니다.”그리고 덕공은 궁으로 다시 보고를 드리러 갔다.온사는 어명을 들고 뒤로 돌아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더니 담담히 시선을 거두고 한 마디 설명도 없이 그렇게 그들을 지나쳐 방으로 돌아가려고 했다.하지만 이렇게 큰일이 생겼는데, 온장온 일행이 그녀가 가도록 가만히 둘 리 없었다.“거기 서거라! 다섯째 너 거기 서!”온자신이 달려가 그녀를 가로막았다.“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냐? 겨우 성년식 그 일 때문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폐하께 찾아가 출가하여 여승이 되겠다는 말을 해?! 미친 게야?!”그들은 온사가 정말 왜 세상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고, 나라를 위해 생각하여 이어 보답하기 위해 출가해 여승이 되려는지 알 수 없었다.이건 분명 그녀가 성질을 부리고 있는 것
“온자신, 반년 동안 제게 손을 댄 게 몇 번인지 기억이나 하고 계시나요?”온자신은 무의식적으로 반박했다.“네가 막내한테 맞서지 않았더라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막내는 가장 어린 동생이니, 당연히 내가 보호해야 하거늘!”온사는 또 한 번 실망스러웠다.그녀는 온자신을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말했다.“하지만 저도 오라버니들 동생인걸요.”그들은 마치 온모가 온씨 가문에 오기 전에 집안에서 가장 어린 동생이 그녀였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 같았다.진작부터 마음에 상처가 가득했던 온사는 더 이상 그들과 얘기하고 싶지 않아, 그 말을 마지막으로 뒤돌아 그곳을 떠나 방으로 돌아가 짐을 챙겼다.그 자리에 서있던 온장온 일행은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온자신을 바라보았다.온장온은 그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듯 입을 열었다.“둘째야, 네가 최근 다섯째에게 자주 손을 댄 것은 사실이다. 지난 성년식에서도 어떤 자리인지 고려하지 않고 다섯째 얼굴을 때려서 붉게 만들었지 않느냐.”“그건 왜냐하면…… 왜냐하면……”온자신은 또 무의식적으로 온사의 잘못이라고 얘기하려 했다.하지만 이번엔 말을 내뱉고 나서 갑자기 그 일은 확실히 온사의 잘못이 아니었다는 것이 생각났다.다섯째가 관복을 막내에게 주었지만, 그는 막내의 반응 때문에 다급해진 나머지 다섯째에게 누명을 씌우고 그녀의 뺨을 때렸었다.이 생각이 들자, 온자신은 자신도 모르게 온모를 바라보았다. 시선이 온모에게 향하자 온모는 일그러진 표정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그가 눈을 깜빡이자 온모의 표정이 마치 그가 착각이라도 한 듯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온자신은 순간 망연자실했다.그가 모르고 있던 건, 방금 온모는 질투가 나서 미칠 지경이라, 애초에 자신의 표정을 숨기고 있지 않았던 것이었다.실수로 그가 그 모습을 보았고, 그제야 재빨리 표정 관리를 한 것이었다.그녀는 이 바보가 왜 그런지 알고 있었다. 그저 양심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것뿐이었다.하지만 만약 이렇게 그가 정말 양심적으로 잘못을 깨
온자신 일행은 온사에게 가려고 했지만 온사는 애초에 그들이 그녀의 방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쾅’소리와 함께 문을 닫은 그녀는 바로 방 안의 모든 그녀의 물건들을 옥패의 공간에 집어넣었다.그녀는 어머니의 방에 가려고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온자신 일행이 문밖에 있었다.비록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몇 해가 흘렀지만, 방은 항상 그대로 있었고, 매일 누군가 청소를 했다.그리고 이 모든 것을 준비한 것은 그녀의 아버지였다.전생에 그녀는 이 일로 인해 온권승과 온모의 관계를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그녀는 온모가 정말 아버지 말대로 그저 은인의 딸인 줄로만 알았다.나중에 온모가 그녀 앞에서 의기양양해져 스스로 폭로하고 나서야 자신과 어머니가 아버지의 거짓말에 속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온모는 애초에 무슨 은인의 딸이 아니라, 온권승과 백월광의 딸이었다.그녀를 가장 화나게 한 것은 그녀가 이 사실을 가장 마지막에 안 사람이라는 것이었다.그녀의 오라버니들은 그녀보다 훨씬 더 일찍부터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어머니를 위해 말하지 않았고, 오히려 온모를 더 아껴주었다.그래서 온사는 미웠다.온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미웠다.그녀는 절대 그들 중 한 사람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온사, 문 열거라!”“계속 문을 열지 않으면, 문을 부술 것이다!”온자신이 밖에서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온모는 옆에서 다정하게 타이르고 있었다.“둘째 오라버니, 조급해하지 마세요. 언니가 지금 바쁠 수도 있으니 일단 밖에서 잠시 기다리는 것이 좋겠습니다.”“기다리긴 무엇을 기다리느냐? 분명 짐을 챙기고 있을 텐데! 출가를 하면서 오라버니들의 의견은 묻지도 않다니, 정말 제멋대로구나!”온자신은 화를 내며 말했다.“괜찮아요, 둘째 오라버니. 언니가 아마 잠깐 부정적인 생각을 해서 그런 걸 거예요. 이따가 아버지께서 오시면 분명 언니를 잘 타일러 줄 겁니다.”온모는 ‘순수한’ 말투로 말했다.하지만 온자신 일행은 모두 알고 있었다. 온사가 이렇게 큰일을 저질렀으니 온권
심지어 그가 몇 년 전 병세가 심각해져 고열은 내리지 않고 누워만 있을 때, 그녀는 꼬박 사흘 밤낮으로 그를 지켰고, 그가 열이 내리고 깨어난 뒤에야 쉬었었다.온모는 온옥지가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입꼬리에 알아차리기 힘든 만족감이 걸렸다.비록 온사가 무슨 방법으로 폐하께 가서 성녀의 신분을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온씨 가문 사람들이 아직 그녀의 손바닥 안에 있으니 그녀가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은 없었다.그게 아무리 온사의 성녀 신분이라고 해도 결국 온모의 것이 될 것이다.온모는 이렇게 생각하니 속으로 질투하던 마음이 조금 사그라든 것 같았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우선 온사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폐하를 설득했는지 알아내야만 했다.설마 그녀의 몸에 자신이 모르는 비밀이라도 있는 것인가?온모는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눈가에 포악한 기운이 스쳤다.이때 온사가 갑자기 문을 열고 나왔다.그들에게는 눈길조차도 주지 않고 다시 문을 닫고 뒤돌아서 갔다.온자신은 그녀가 도망가려는 줄 알고 급히 그녀를 가로막고 말했다.“거기 서, 어딜 가려느냐! 온사야 내 말 잘 듣거라. 오늘 내가 여기에 있는 한, 너는 온씨 가문을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할……”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온사는 가차 없이 그를 밀치고 말했다.“착한 개는 길을 막지 않습니다.”온자신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지금 누구더러 개라고 한 것이냐?!”온사는 처음으로 그녀의 둘째 오라버니가 정말 바보라고 느껴졌다.그녀는 걸어가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대답한 사람을 욕하지요.”온자신은 순간 화가 나서 펄쩍 뛰며 따라갔다.“온사, 너 우황청심환이라도 먹은 게냐? 감히 날 개라고 욕해?!”“그런 거 먹을 필요 없습니다. 없어도 욕할 수 있으니까요! 욕은 물론, 때릴 수도 있습니다!”온사는 갑자기 뒤로 돌아 급히 걸음을 멈추는 온자신에게 경고했다.“당신이 누구든, 오늘 감히 절 가로막는 자는 절대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좋아 온사! 너 정말 대단하다. 내가 너를 혼내
온사는 눈을 내리깔고 스스로를 비웃는 듯 웃으며 말했다.“그러게요, 도대체 어찌 그럴까요?”“이 문제의 답은 분명 모든 이들이 다 알고 있을 터인데, 설마 아버지께서 모르고 계시지는 않으시겠지요?”온권승의 눈에 분노가 일었다.“온사야, 다시 한번 말하겠다. 네가 만약 또 이런 소란을 일으킨다면 이번엔 내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만약 제가 그리 하겠다면요?”온사는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하나도 겁을 먹지 않고 온권승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또 어떻게 하시려고요? 곤장 50대로 부족하면 100대는요? 100대도 부족하면 그냥 절 때려죽이시는 것은 어떠하십니까?”“온사!”“아버지!”온자신과 온장온이 동시에 소리쳤다.온자신은 온사가 오늘 정말 미친 것 같았다.갚아주려는 건 그렇다 치고, 아버지 앞에서 이렇게 도발을 하다니!정말 죽고 싶은 걸까?온장온도 비록 온사가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온사를 때려죽이게 할 순 없었다.그는 급히 타이르며 말했다.“아버지, 일이 이 지경까지 왔으니, 온사를 혼내시더라도 일이 해결되고 난 뒤에 다시 말씀하시지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폐하의 어명을 다시 거두느냐입니다.”온권승도 하마터면 온사에게 정말 화를 낼 뻔했다.온장온이 그를 타이른 뒤에도, 그는 자신에게 이렇게 반항을 하는 딸이 있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설마 다 지 어미를 따라 하는 건가?온권승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이틀 못 본 사이 지금 네 능력이 아주 대단해졌구나. 어찌 폐하를 설득하여 네가 출가하여 여승이 되는 것을 허가해 주셨든 지금 당장 궁으로 가 폐하께 어명을 거두시라 하거라.”“우리 온씨 가문의 명성은 이미 네 만행들로 참을 수 없어졌다!”온사는 딱 잘라 대답했다.“안 갑니다.”그녀도 똑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전 출가해서 여승이 되었고, 앞으로 온씨 가문과 모든 관계를 끊을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온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최소택은 그녀가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했다.“그럼 내가 네 진심을 알게 하려고 일부러 남산까지 가서 나랑 잘 지내는 형제들에게 네가 참배하면서 산에 오른 걸 보게 한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 이게 다 네 계획이 아니었단 말이냐?”온자신은 경악스러운 얼굴로 말했다.“네가 이 애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했다는 것이냐?”온모도 잠시 어리둥절하다2025-02-05가 곧 반응해 일부러 슬픈 척하며 말했다.“모두 제 탓입니다. 제가 그날 밤 언니 말대로 하지 않아서, 언니가 소택 오라버니를 위해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괴롭힌 것입니다.”사람들은 바로 온모의 말에 설득당했다.“온사, 네가 남자 하나 때문에 이리 죽고 살며, 심지어 온씨 가문의 명성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온사, 만약 네가 진정 후회된다면 어찌 진작 말하지 않았던 것이냐?”“할 말이 있으면 우리에게 말하면 되지 않느냐?”“겨우 이런 사소한 일로 어찌 모든 사람들이 다 알게 떠드는 것이냐?”온씨 가문 형제들은 모두 온사에게 한마디씩 했다.지금 옆에 있는 도련님들은 제 도련님을 필두로 온사의 ‘성의’를 생각해서 좋은 마음으로 얘기했는데 그들이 최소택에게 ‘진실’을 얘기해서 온사가 모든 사람들에게 욕을 먹을 줄은 몰랐다.잠시 후, 도련님들은 모두 벙어리가 되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들은 망연자실한 채 눈앞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온씨 가문 형제들에게 둘러싸여 손가락질 당하며 질책을 받고 있는 온사를 보았고, 온사의 표정은 말이 안 될 정도로 평온했다.마치 그 모습이 진작에 습관이 된 것 같았다.순간, 제 도련님 일행은 속으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온씨 가문에서 온사는 그들이 생각한 것과 처지가 달랐다.그녀는 자신이 진국공 정실의 딸이라는 것을 믿고 온모를 괴롭힌 것이 아니었나?그녀 모습을 보아하니, 왜 되려 마치 온씨 가문의 모든 사람한테 괴롭힘을 당하는 것 같지?온사는 그들의 설교에 짜증이 나서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지며 입을 열려고 했지만, 최소택이 이어서 말했다
바로 이때.“큰일입니다! 큰일이에요!”하인 한 명이 급히 달려 나와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둘째 도련님 셋째 도련님, 사모님…… 사모님의 위패가 사라졌습니다!”온자신과 온자월은 동시에 낯빛이 변했다.“뭐?! 너희들은 무엇을 하는 것이냐? 사당에서 위패가 사라졌는데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냐?!”“어머니의 위패를 누가 가져갔지?”온자월은 의아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온자신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두 형제가 고개를 돌려 서로를 보더니 깜짝 놀라며 화가 나서 말했다.“설마…… 온사?!”“어머니의 위패까지 가져가다니!”온자신은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도둑년이다! 무슨 자격으로 어머니의 위패를 가져간 것이냐!”온자월은 낯빛이 굉장히 어두워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그녀는 아버지의 허가도 없이 출가하여 여승이 되었고, 이런 온씨 가문의 체면을 구기는 일을 한 것도 그렇다 쳐도, 이제는 어머니의 위패까지 훔치다니!“이 년이! 어제 계속 몰래 무언가를 한다 싶었는데, 미리 알았으면 계속 지켜보고 있을 걸 그랬네!”온자신은 화가 나서 얼굴까지 벌겋게 달아올랐다.하지만 그들은 아직 온사가 위패뿐만 아니라, 그녀 어머니의 혼수, 유품 같은 물건을 모두 가져갔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그저 그들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뿐이었다.온자월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지금 욕해봤자 소용없어. 아마 어제 어머니의 위패를 수월관으로 가져갔을 거야.”“이제 너만 믿을게, 막내야.”온자신은 온모를 바라보여 말했다.“반드시 다섯째랑 어머니의 위패를 같이 데려오거라!”“알겠습니다, 둘째 오라버니, 셋째 오라버니, 제가 최대한 노력해 볼게요.”온모는 속으로 생각했다.온사 이 천한 것이 그 천한 위패를 가져갔을 줄은 몰랐다.이러면 더 잘 됐지!애초에 나중에 반드시 그 천한 위패를 온씨 가문 사당에서 내다 버리고 그녀 어머니의 자리를 비워두려고 했었다.이렇게 빨리 그 기회가 찾아올 줄은 몰랐다.수월관에 가서 그저 작은 사고를 일으킨
온모의 말을 듣자 온자신 일행은 모두 동의했다.“아버지, 막내 말이 맞습니다. 저희가 수월관에 가는 것은 쉽지 않지만, 막내가 간다면 스승님 역시 막을 이유가 없습니다.”온권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역시 막내구나. 이번 일은 너한테 맡기마.”온모는 갑자기 가슴을 치며 말했다.“아버지, 염려 마세요. 제가 반드시 언니를 데리고 오겠습니다!”온자신이 웃으며 말했다.“막내가 가면 분명 성공할 것이야!”“맞아, 맞아. 막내는 이렇게 착하고 귀여우니, 수월관에 가서도 분명 스승님들의 사랑을 받을 거야.”“그때 가서 막내랑 같이 다섯째를 잘 타이르면 다섯째가 돌아올지도 몰라!”온모는 속으로 비웃고 있었다.그 늙은 여승들의 사랑은 받고 싶지 않았다.재수 없어.하지만 그녀는 순진무구한 웃음을 유지하며 가끔 칭찬을 받으면 얼굴을 붉히고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하니 그녀의 진짜 속마음은 아무도 알 수 없었다.온자신 일행이 계속 온모를 칭찬하고 있을 때.옆에 있던 온장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그는 한 손으로 아버지의 팔짱을 끼고 애교를 부리는 온모와 딸에게 무한한 웃음을 내보이는 온권승, 그들의 곁을 둘러싸고 온모를 달래고 있는 동생들을 보고 있으니, 순간 머릿속에 수월관 앞에서 섭정왕이 한 말이 떠올랐다.그 아이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이지요.온장온은 또 한 번 의문이 들었다.다섯째가 왜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을까?집안이 이렇게 화목하고 따뜻한데, 아버지는 자식들을 아끼고, 오라버니들은 동생을 아끼고, 가장 어린 여동생도 그렇게 양보하는데, 왜 돌아오지 않으려고 하는 걸까?비록 둘째가 가끔 때리기도 하고, 아버지도 가법으로 처벌하기도 했지만 그건 다 그 아이가 말을 안 듣고 철없이 행동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설마 겨우 이런 일로 집에 돌아오지 않으려고 하고, 집안이 싫어진 건가?온장온은 갑자기 화가 났다.온사에게 화가 났고, 온사가 본인의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은 것에 화가 났다.그는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
온사는 묵묵히 자신을 타일렀다.이제 그녀는 출가한 사람이니 더 이상 쓸데없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이렇게 생각한 뒤, 온사의 마음은 빠르게 물처럼 평온해졌다. 오래된 우물에는 파도가 치지 않는 법이다.“그럼 다시 한번 섭정왕 전하께 감사드립니다.”“여승은 아직 정리할 짐이 남아있어,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겠습니다. 조심히 가십시오, 전하.”온사는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고 돌아서서 관내로 들어갔다.그녀의 수척한 모습이 월동문 뒤로 사라지자, 북진연은 그제야 뒤로 돌아 수월관을 나섰다.그가 출발하려 할 때, 온장온은 여전히 대문 밖에 있었다.북진연이 나오는 모습을 본 온장온은 재빨리 앞으로가 급히 물었다.“섭정왕 전하, 다섯째는 어찌 되었습니까? 다섯째는 같이 안 나오신 겁니까?”검은 깃발을 든 군사들이 그를 세 걸음 밖으로 밀쳐냈다.북진연은 담담히 그의 눈을 보더니 말했다.“그 아이는 이제 이미 수월관의 여승이 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나오지 않았습니다.”온장온은 그 말을 듣자 순식간에 낯빛이 변했다.“네?!”“하지만 폐하께서 이미 다섯째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기로 약조하셨습니다. 그저 저 아이가 후회하여 돌아가 잘못을 인정한다면, 폐하께서 어명을 거두시겠다 하셨습니다!”“제가 밖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외쳤는데 섭정왕 전하께서는 설마 듣지 못하신 겁니까?”북진연은 부하들에게 고삐를 건네받으며 말했다.“들었습니다.”“들으셨으면서 왜 데리고 나오지 않으신 겁니까?!”온장온은 순간 놀라서 화를 내며 물었다.그러자 북진연은 바로 말에 올라타 높은 곳에서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 기세가 마치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 아이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이지요.”말을 마친 그는 더 이상 온장온과 많은 말을 하지 않고 말을 몰고 가버렸다.폭포 같은 은빛 머리카락이 바람에 부드럽게 휘날리는 모습이 마치 지금 북진연의 마음과 같았다.의서?의학을 배우려는 건가?배우기 어려울 것인데, 임씨 성을 가진 자들에게 달라고 해야겠군.
그 순간, 그녀의 속에서 마치 끈이 끊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마치 몸에 있던 모든 속박이 사라진 것 같았다. 그녀 역시 드디어 그녀의 두 번의 생을 고통스럽게 하던 곳에서 벗어난 것 같았다.눈물 한 방울이 그녀의 눈가에서 천천히 흘러내렸다.북진연은 멍하니 그녀를 보고 있었다.몇 년이 지나도 그는 이 장면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그는 전장에서 수많은 살육과 죽음을 목격했고, 매번 다른 감정을 느꼈지만, 지금의 충격적인 감정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이미 살육으로 혼탁해진 눈에 금색의 불상과 소녀가 비쳤다.그 불상의 빛이 쏟아지니 마치 구원을 받은 것 같았다.그리고 소녀 역시 환골탈태한 듯했다.*북진연이 떠날 때, 온사는 대문까지 그를 배웅했다.그녀는 대문에 가까이 가지 않고, 그저 멀지 않은 곳에 서서 합장을 하고 고개를 살짝 끄덕여 예를 갖추었다.“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섭정왕 전하.”만약 북진연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녀는 그렇게 쉽게 온씨 가문을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비록 온씨 가문을 떠났다고 해도, 도중에 다시 잡혀갔을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북진연에게 감사해야 했다.“명을 받들었을 뿐이니, 고마워하지 않아도 되오.”북진연는 그녀의 눈을 피한 채 고개를 돌리고 벽에 가득한 푸른 덩굴을 바라보며 무심결에 물었다.“오늘 물건을 다 잘 챙기셨소? 두고 온 것은 없소? 만약 필요한 것이 있으면 내가 대신 가져다드리겠소.”온사는 고개를 저었다.그녀의 물건과 어머니의 물건 중에 중요한 것은 대부분 옥패의 공간에 넣어두었다.나머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없어도 상관없었다.북진연은 뭔가 불만스러운 듯 무심코 곁눈질로 그녀를 보았다.“오늘 그렇게 급하게 준비했는데, 정말 다 챙긴 게 확실하오? 앞으로 하산이 쉽지 않을 것이니, 만약 필요한 것이 있다면 나중에 다른 사람 귀찮게 하지 마시고 지금 내게 말씀하시는 것이 나으실 거요.”온사는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았다.나중에 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확실히 번거로운
그 뒤로 길은 굉장히 험했다.특히 전속력으로 달리는 마차 때문에 마차 안에 있던 온사는 몇 번이고 튕겨져 나갈 뻔했다.하지만 그녀가 원한 것이다.그래서 여기저기 부딪혀서 등 뒤의 상처가 아무리 아파도 그녀는 이를 악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역시 전속력으로 달리는 행렬의 속도는 굉장히 빨랐다. 저번에 덕공의 마차를 탔을 때는 1시간이 지나서야 남산에 도착했는데, 이번엔 겨우 30분 만에 도착했다. 계속 흔들리던 마차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밖에서 북진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도착했소.”온사는 너무 흔들리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다.그녀는 앉아서 조금 진정한 후에야 천막을 젖히고 비틀거리며 내렸다.북진연은 말에 탄 상태로 그녀가 조심스럽게 마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는 손에 채찍을 든 채 가서 부축하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그래도 온사를 보고 있다가 그녀가 매무새를 잘 정돈하고 땅 위에 똑바로 선 뒤에야 입을 열었다.“폐하의 명을 받들어 제가 함께 들어가 직접 제 눈으로 당신이 정식으로 출가하여 여승이 되는 것을 보고 떠날 것이니, 들어가시오.”북진연은 무뚝뚝한 말투로 이렇게 설명했다.“좋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섭정왕 전하.”온사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어쨌든 지금 그녀는 나라를 위해 기도하기 위해 출가하여 여승이 된 성녀라는 특수한 신분이니, 폐하께서 섭정왕 전하께 곁에서 지키라고 하신 것도 정상이다.북진연은 몸을 돌려 말에서 내린 후 검은 깃발을 든 군사들에게 밖에서 기다리라 명하고 온사를 데리고 수월관으로 들어갔다.잠시 후, 온사는 막수 스승의 앞으로 갔다.그녀는 조금 의외였다. 위대한 섭정왕 전하께서 수월관에 이렇게 익숙하신 줄 몰랐다.하지만 그녀도 더 이상 물을 수 없었다.대전 불상 앞에 도착했을 때, 막수 스승과 사람들은 이미 오랫동안 기다린 뒤였다.그녀가 방석 위에 무릎을 꿇고 앉자, 막수 스승은 그녀의 곁으로 와 그녀의 풋풋하고 앳된 얼굴을 보며 참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정말 후회 없으십니까?”“후회
서재를 나서면서 온권승과 온장온 부자 두 사람의 표정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온장온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버지, 다 이 아들의 잘못입니다. 제가 다섯째를 잘 다스리지 못한 탓입니다.”그 역시 후회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어쩌면 온사가 그렇게 단호하게 출가하여 여승이 되겠다고 한 것이 그날 그가 너무 심하게 때려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곤장 50대를 쳤으니, 다섯째도 속으로 원망하는 것이 당연하다.다섯째가 너무 철이 없는 것이다.속으로 그렇게 억울했으면 어찌 그냥 말을 하지 않았을까?굳이 이렇게 일을 크게 벌여야 속이 후련했을까?비록 아까 왕이 언급했지만, 온장온은 마치 아직도 온사가 정말 온씨 가문을 떠나려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온권승도 똑같았다.그는 덤덤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이것은 네 잘못이 아니다. 우리가 예전부터 그 아이를 방치하여 세상 물정을 알지 못해, 이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하지만 다행히 폐하께서 아버지의 체면을 고려하여 한 번 더 기회를 주셨습니다.”온장온은 표정이 약간 풀렸다.“맞다. 네가 지금 바로 온사의 마차를 따라가거라. 반드시 그 아이가 출가하기 전에 잡아와서 더 큰 비웃음을 사지 않도록 해야 한다.”궁에 다녀온 온권승과 온장온은 헛걸음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결국 왕이 입을 열었다.온씨 가문이 조정에 오랜 시간 충성을 다한 것을 봐서 온권승 일행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했고, 그들이 온사를 타이를 수 있다면, 그도 온사가 출가하여 여승이 되는 것을 허가하겠다는 어명을 거두기로 하였다.그 후, 온장온은 말의 속도를 높여 남산으로 항했다. 그리고 온권승은 먼저 저택으로 돌아가 소식을 기다렸다.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마차가 성에서 나간 뒤, 온사는 북진연을 계속 재촉했다. 그가 속도를 더 올려 더욱 빠른 속도로 수월관에 도착하게 하기 위함이었다.“섭정왕 전하, 청컨대 속도를 올려 최대한 빠르게 갈 수 있겠사옵니까?”온사는 두려움을 참고 천막을
다음 생에는 어머니가 다시는 온씨 가문 사람들 만나지 않도록 기도할 것이다.곧 온사는 진국공 저택의 앞뜰로 돌아왔다.북진연을 보자 마치 이미 지겹도록 기다린듯했다. 그녀는 급히 앞으로 가 그에게 말했다.“섭정왕 전하, 채비를 마쳤습니다.”“그럼 가시지요.”북진연은 몸을 일으켜 자리를 떴다.온사가 곧 따라갔다.온자신 일행도 가려고 했지만, 검은 깃발을 든 군사들의 칼 때문에 갈 수 없었다.그저 온사가 정말 북진연을 따라가려는 모습을 지켜보던 온자신은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온사! 네가 그저 이렇게 가버리면 아버지와 우리에게 떳떳할 수 있겠느냐? 넌 언젠가 후회할 것이 두렵지도 않는 것이냐?!”이 말을 듣자 온사는 뒤돌아 그를 바라보며 한없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저 온사는 단 한 번도 당신들에게 떳떳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저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그녀는 마차에 올랐다.북진연도 뒤돌아 말에 올라타 군사를 이끌고 앞장섰다.그가 ‘이랴’소리를 내며 검은 깃발을 든 군사들을 데리고 남산으로 향했다.이때 다른 한쪽.온권승과 큰 아들은 궁으로 들어가 예상외로 쉽게 서재로 가 정무를 보고 있는 왕을 만날 수 있었다.“폐하 제 다섯째 동생 온사는 충용후 저택 최세자에게 파혼당한 뒤, 순간적인 충동으로 괴로워하여 폐하께 찾아와 출가하여 여승이 되게 해달라 도움을 청한 것입니다. 만약 그녀가 오늘 정말 수월관으로 가 출가한다면 제 다섯째 동생은 앞으로 평생 푸른 등불과 함께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폐하, 제 철없는 딸은 지금 후회하고 있습니다. 폐하께서는 어명을 거두시어 소신의 딸이 돌아올 수 있게 해주시옵소서. 소신이 앞으로 아이를 잘 다스려 다시는 소란을 피우는 일이 없도록 하겠나이다.”온권승과 온장온 부자 두 사람은 함께 무릎을 꿇고 청했다.왕은 이 말을 듣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만약 온사의 상처를 직접 보지 않았더라면 그는 아마 정말 이 두 여우의 말을 믿고 온사가 정말
“진국공 걱정 마시오.”검은 깃발을 든 군사들은 북진연에게 의자를 하나 가져오게 해, 의자에 앉아서 꽤 자유분방하게 말했다.“내 부하들은 모두 전장에서 수많은 적군을 죽인 숙련자들이오. 검을 다루는 일은 그들이 가장 잘하는 일이니, 당신과 당신 아들들이 우리 일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저들도 당연히 정말로 누군가를 다치게 하지는 않을 것이오.”이 말은 오늘 감히 날 막으면 저들이 손을 쓸 것이라는 말이었다.온권승은 북진연의 행실이 항상 제멋대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가 진국공 저택까지 올 정도로 제멋대로 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온권승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온사는 내 딸이오. 저 아이는 내 허가 없이 순간적인 충동으로 폐하께 출가하여 여승이 되겠다고 하였소. 지금 내가 저 아이에게 다시 폐하께 찾아가 어명을 거두라고 하였으니, 폐하께 저 아이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하시오. 그리고 섭정왕께서 저 아이를 수월관까지 데려가실 필요도 없소.”북진연은 발걸음을 멈춘 온사를 보고 담담히 그녀에게 물었다.“이것은 당신의 뜻이오?”“아닙니다.”온사는 고민도 하지 않고 부정했다.“나라를 위해 기도하기 위해 출가하여 여승이 되겠다는 것이 여전히 저의 바람입니다. 앞으로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온사!”온권승은 화를 내며 호통쳤다.“너 설마 지금 정말 온씨 가문과 연을 끊고자 하는 것이냐?”온권승의 분노를 마주한 온사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말했잖습니까, 아버지께서 도와주시면 감사하다고요.”순식간에 온권승의 낯빛이 무섭게 변했다.그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는 온사는 속으로 두려웠다.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녀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이 모습을 본 북진연은 온사의 입장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소. 시간이 꽤 지났으니, 성녀님께서는 서둘러 채비를 마치시오.”이 말을 들은 온사는 더 이상 온권승의 얼굴은 고려하지 않고 뒤로 돌아 종종걸음으로 자리를 떴다.온권승은 다시 북진연을 보며 차가운
얼마 지나지 않아, 온사는 그들에게 따라잡혔다.“다섯째야, 제멋대로 굴지 마.”“더 이상 아버지를 화나게 하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온자신과 온자월은 앞뒤로 그녀를 가로막았다.온권승은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을 했다.“데리고 내려가서 잘 가두어 두거라. 내 명령 없이는 아무도 꺼내주어서는 아니 된다!”이때, 갑자기 나지막하고 여유로운 목소리가 대문 쪽에서 들려왔다.“오늘 진국공 저택이 참으로 활기차구나.”사람들이 소리를 듣고 바라보자, 신처럼 아름다운 은발을 한 남자가 검은 깃발을 든 군사 몇 명을 데리고 국공 저택으로 성큼성큼 들어와 봉황 눈을 가늘게 뜨고 기세등등하게 온모 일행을 훑어보았다.북진연이 물었다.“이게 뭣들 하는 것이오?”온장온은 낯빛이 살짝 변하며 온사와 온모를 잡아끌어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섭정왕 전하를 뵙습니다.”온모는 북진연을 쳐다보고 있었고, 눈빛은 빛나고 있었다.온권승은 예를 갖추지 않고 그저 미간만 살짝 찌푸리고 입을 열었다.“섭정왕 전하께서 오셨군요. 하지만 오늘은 제가 전하를 접대할 시간이 없사오니, 전하께서는 다음에 다시 오시지요.”찾아온 사람이 그 일 줄은 몰랐다.정말 귀찮게 되었다.“괜찮습니다. 오늘은 저도 손님으로 이곳에 온 것이 아닙니다.”북진연은 온권승의 예의 없는 말투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고개를 돌려 온사를 보며 말했다.“복명 성녀님,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저와 함께 가시지요.”온사도 폐하께서 그녀를 데려갈 것이라고 한 사람이 이렇게 위대한 인물일 줄은 몰랐다.평소의 그녀였다면 조금 무서웠을 텐데, 지금 북진연을 보니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선왕께서 돌아가신 뒤, 그녀의 아버지는 재빨리 중요한 문신들을 회유했기 때문에 지금의 조정에서 아버지의 권력은 아주 크다고 할 수 있었다.게다가 여우처럼 간사하고 교활해서 왕이 이곳에 있었다면 왕도 그를 조금은 신경 썼을 것이다.하지만 그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선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