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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Author: 이제리
주변은 곧이어 조용해졌다.

높은 제천대에 선 온사는 밑에서 그런 얘기가 오가는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늘에 제를 올렸으니 이제 비를 내려달라고 기도할 시간이었다.

온사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그녀의 예쁜 입에서 청아한 기도문이 흘러나와 백성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그들은 진지한 얼굴로 그녀의 기도를 듣고 있었다.

“대명왕조의 백성 무우, 폐하의 은혜를 입어 복명이라는 호를 받게 되었는 바 있습니다. 금주의 만민을 대신하여 감히 토지의 신과 오곡의 신, 자비로운 하나님께 기도를 올립니다. 부디 단비를 내려주시어 백성들의 고통을 멈춰주시고 이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여 생의 희망을 안겨주시옵소서.”

한마디 한미다 마다 그녀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곧이어 제천대 아래에서 북소리가 울리며, 제복을 입은 남녀가 제천대를 둘러싸고 기우제를 위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심금을 울리는 북소리와 성스러운 춤, 그리고 고결한 성녀와 간절한 소망을 가진 백성들이 이 순간 함께 어우러져 가슴 뛰는 장면을 연출했다.

온사의 기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번 해서 비가 내리지 않자 그녀는 다시 기도문을 읊기 시작했다.

“대명왕조의 백성 무우, 폐하의 은혜를 입어 복명이라는 호를 받게 되었는 바 있습니다. 금주의 만민을 대신하여 감히 토지의 신과 오곡의 신, 자비로운 하나님께 기도를 올립니다. 부디 단비를 내려주시어 백성들의 고통을 멈춰주시고 이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생의 희망을 안겨주시옵소서…!”

두번째에도 실패하자 다시 세번째, 세번째도 묵묵부답이자 네번째, 그렇게 온사는 제천대에 서서 같은 기도문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시간이 흐르며 그녀의 목소리도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와 북소리는 멈추지 않았고 제사의 춤도 계속되었다.

제천대 아래의 백성들은 고개를 들고 그들의 성녀를 우러러보았다.

성녀의 기도문이 반복되지만 여전히 하늘은 아무런 반응이 없자, 누군가가 갑자기 큰소리로 입을 열었다.

“부디 단비를 내려주시어 백성들의 고통을 멈춰주시고 이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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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52화

    “섭정왕 전하가 얼마나 여자를 혐오하는지 몰라? 그분의 사람이 되고 싶다고? 네가 뭔데? 너 그분께 접근했다가 죽지 않고 살아남을 자신은 있고?”안비각은 각박한 얼굴로 비아냥거렸다.“서녀 주제에 돌아가서 수놓이나 연습하지 않고 어디 못된 것만 배워서는. 난 네 헛소리 들어줄 시간 없어. 나가!”“저 섭정왕 전하의 비밀을 알고 있어요. 그분이 저를 받아주게 할 자신이 있다고요.”안란심이 말했다.“네가 전하의 비밀을 알아?”안비각은 냉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네가 뭘 알아?”“그건 제가 온사한테서 들은 거예요.”안란심은 표정 하나 안 바꾸고 거짓말을 술술 했다.“온사?”안비각은 인상을 찌푸렸다.“너와 성녀 전하는 그날 이후로 완전히 척을 진 거 아니었어? 성녀 전하께서 너한테 비밀을 알려줘?”안란심은 침착하게 답을 했다.“원수지간이 된 건 맞지만 성녀 전하께서 워낙 여린 분이잖아요. 제가 눈물 흘리며 찾아가서 빌었더니 저를 용서해 주셨어요.”“그게 사실이니?”안비각은 눈을 가늘게 뜨고 딸을 빤히 바라보았다.온사가 여리고 착한 마음씨를 가진 것은 알고 있었다. 과거 안란심 때문에 하마터면 물에 빠져 죽을 뻔했는데도 그녀는 못난 그의 딸을 용서해 주었다.그래서 안비각은 외부에서 진국공부 적녀가 악랄하고 독사 같은 여자라고 욕할 때도 그는 여전히 온사가 여리고 멍청한 애라고 생각했다.“물론이죠. 못 믿으시겠으면 사람을 보내 조사해 보세요. 오후에 온사와 약속을 잡고 만났었거든요. 긴 얘기를 나누고 온사는 저를 용서해 줬어요. 얘기가 끝나고 저는 그 애를 섭정왕부까지 데려다줬고요.”안비각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턱을 매만졌다.“그래서 네가 말하고자 하는 섭정왕의 비밀이 뭐니?”안란심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건 아직 말씀드릴 수 없어요. 말씀드렸다가 아버지께 피해만 갈 수 있으니까요.”그 말을 들은 안비각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그건 네가 알아서 하거라.”“그럼 아버지, 제 부탁을 들어주시는 건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51화

    말을 마친 온사는 바로 섭정왕부로 들어가 버렸다.“성녀 전하를 뵙습니다.”대문 앞을 지키는 호위는 그녀의 앞을 막지도 않고 예를 행한 뒤에 바로 그녀를 안으로 들여보냈다.안란심은 자신은 저런 대접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섭정왕부 대문 앞에 서서 멀어지는 온사의 모습을 바라만 보았다.“아가씨, 이제 어떡하죠? 성녀 전하는 섭정왕 전하와 아주 친한 거로 보이는데요. 성녀 전하를 상대하려면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겠어요.”안란심의 심복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괜찮아, 나한테 방법이 있어.”안란심은 피식 웃고는 그곳을 떠나 저택으로 돌아갔다.잠시 후, 중서령 저택 서재.“소녀 아버지께 문안드리러 왔습니다.”“들어오너라.”중서령 안비각(安比刻)이 싸늘한 목소리로 답했다.곧이어 문이 열리고 딸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안비각은 고개도 들지 않고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다.“무슨 일인지 빨리 말하고 나가. 내 시간 낭비하지 말고.”그가 바로 안란심의 아버지이자 안씨 가문의 수장이었다.그는 권세에 따라 움직이고 자식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안란심이 집에서 큰 부인과 적통 자매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다가 하마터면 얼어죽을 뻔했을 때도 그는 관심 한번 주지 않았다.안란심은 우연히 지나가다가 온사를 구해주고 그 뒤로 그녀의 삶에 커다란 변화가 찾아왔다.큰 부인과 자매들은 더 이상 그녀를 괴롭히지 못했고 십여 년 동안 눈길 한번 안 주던 아버지가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잘했다고 칭찬까지 해주었다.그 뒤로 안란심은 자기가 뭘 해야 할지 알게 되었다.그녀는 온사의 환심을 사고 온사의 충실한 개가 되기로 했다.안란심은 온사만 옆에 있으면 가문에서의 삶이 풍요로워진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그녀는 그렇게 했고 우연히 베푼 호의 덕분에 온사와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온사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었다.그들은 친구였다.그때 두 사람 사이에는 제삼자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안란심은 줄곧 두 사람이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50화

    “우리가 다시 만나서 이야기할 사이는 아니지 않나?”온사는 싸늘히 말했다.안란심은 한숨을 쉬며 답했다.“넌 참 매정하구나. 난 한때 너를 가장 친한 친구로 생각했었는데.”온사는 불쾌한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렸다.“날 그런 식으로 부르지 마. 그리고 난 너의 친구가 아니야. 속세와 인연을 끊은지가 언제인데.”“속세와 인연을 끊어?”안란심은 살짝 당황하는 듯하더니 웃음을 터뜨렸다.“네가 진짜로 부처님을 모시는 승려가 되었을 줄이야. 난 온모에게 밀려나서 어쩔 수 없이 거기로 간 줄 알았지.”온사는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묵묵히 뒤돌아섰다.안란심은 달려와서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같이 가. 옛친구가 만났는데 얘기 좀 할 수 있잖아. 뭐가 그리 급해?”안란심은 종종걸음으로 온사의 옆으로 다가가서 그녀를 아래위로 훑더니 말했다.“머리를 안 자른 건 아쉽네. 빡빡이 여승이 된 네 모습이 궁금하긴 했는데 말이야.”온사는 여전히 무시로 일관했지만 안란심은 혼자서 주절주절 떠들었다.“그래도 지금 네 모습도 보기 좋아. 법복이 좀 소박해 보이긴 하지만 네가 입으니까 분위기가 다르네.”그녀는 둘이 진짜 친구라도 되는 것처럼 온사를 칭찬했다.그럴수록 온사는 짜증이 치밀었다.“그만해, 안란심.”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상대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린 이제 아무런 사이도 아니야. 그러니 나랑 친한 척 좀 하지 마.”“온사야, 그렇게 말하면 내가 속상하지.”안란심은 미소를 지으며 온사에게 말했다.“우리 아무 사이 아니라고 누가 그래? 우린 서로 원수 지간이잖아? 난 내 손으로 널 밀어서 강에 빠뜨렸고 넌 그 일로 목숨까지 잃을 뻔했는데 내가 밉지도 않아?”미웠지만 그건 모두 지나간 일이었다.밉고 화도 났고 왜 안란심이 자신에게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던 때가 있었다.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고 더 이상 온사는 그 일 때문에 괴롭지 않았다.“안란심, 너에 대한 미움은 내려놓은지 오래야. 우린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 너도 알 거야.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49화

    “온사 넌 양심이 없어?”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온모의 앞으로 다가온 온자월은 다짜고짜 욕부터 퍼부었다.“어떻게 그 많은 그림자 호위를 다 죽였어? 그들은 우리 진국공부 사람이잖니! 그걸 보시고 아버지가 몸져누운 걸 몰라?”“몰라, 알고 싶지 않아.”온사는 싸늘한 어조로 대꾸했다.“넌 정말 양심을 개나 줬구나!”“내가 양심이 없어?”온사는 냉소를 지으며 반박했다.“내가 양심이 없으면 너희가 그렇게 싸고 도는 막내는 뭐지? 오라버니를 독살하려고 한 짐승인가?”“난 신경 안 써!”온자월은 눈을 부릅뜨고 온사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아니었으면 막내가 나한테 그런 짓을 했을 리 없어!”“하, 멍청하기는.”온사는 그와 단 한마디도 더 나누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뒤돌아서 갈 길을 가려는 그녀의 앞을 온자월이 가로막았다.“어딜 가? 막내 네가 납치해서 숨겼지? 빨리 말해! 대체 애를 어디에 숨긴 거야? 당장 집으로 돌려보내!”“난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어!”온사는 참을 수 없는 짜증이 치밀었다.“그렇게 막내가 보고 싶으면 나가서 찾아. 나 찾아와도 소용 없어. 내가 모른다고 하면 정말 모르는 거야!”“너!”온자월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뒤 봐주는 사람 있다고 건방 떨지 마! 내가 널 어쩌지 못할 것 같아?”짝!온사는 주저없이 손을 들어 그의 귀뺨을 때리고는 차갑게 말했다.“난 널 때렸어. 그리고 넌 날 못 때려. 용기 있으면 한번 해봐.”온자월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주먹을 움켜쥐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온사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머리가 좀 돌아가나 보네. 하긴, 지금도 주제 파악을 못하면 진국공가 사람들 모두 감옥행이 될 테니까.”“건방 떨지 마, 온사!”“건방 떠는 게 아니라 사실이야.”온사는 그의 어깨를 밀치고는 가던 길을 갔다.그 자리에 홀로 남은 온자월은 이를 부드득 갈았다.“멍청한 정도로 놓고 보면 최소택 그 멍청이랑 비슷한 수준이네.”온사도 길을 가며 욕설을 퍼부었다.그러고 나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48화

    서홍화를 구할 길이 없으니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온사는 달랐다.처방을 보니 해독제가 맞는 것 같았고 그녀는 서홍화를 갖고 있었다.김사도 무리가 계속 온모가 해독제를 만들어 주길 기다렸다면 죽기를 기다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물론 그렇게 쉽게 김사도에게 해독제를 줄 생각은 없었다.이 약초가 필요한 사람이 그들뿐이 아니었다.온사는 한숨을 쉬며 어떻게든 공간의 약초를 현세에서 재배할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다짐했다.해독약에 대해 대략적으로 이해한 온사는 처방전을 도로 숨겼다.다음 날, 그녀는 산을 내려갈 생각으로 짐을 정리했다.밖으로 나온 그녀는 어제 오후에 심은 철피석괴가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물론 그것은 옮겨 심기 전에 희석한 령수를 주어서 토양 속에 영기가 아직 남아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영기가 철피석괴가 완전히 외부 환경에 적응할 때까지 버텨줄지는 모를 일이었다.온사는 대전으로 가서 아침 공부를 시작했다.기도까지 마친 그녀는 어머니의 위패가 있는 편전으로 가서 큰절을 올리고 일어섰다. 마침 장명등을 든 막수가 안으로 들어왔다.“사부님, 등유를 넣으러 다녀오시나 보네요. 저 시키지 그랬어요.”“괜찮아.”막수 사태는 장명등을 조심스레 내려놓고 그녀에게 물었다.“어제 네 거처에 또 누가 찾아갔다더구나?”“예, 전에 제가 말씀드렸던 이국인 사내 김사도가 찾아왔는데 제가 잘 해결했어요.”“해결했어? 이렇게 빨리? 놈은 독충을 잘 쓴다고 하지 않았어?”“그렇긴 한데 제가 한수 위니까요. 저는 독왕인 사부님이 친히 가르친 제자잖아요.”온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어리광 부리기는. 말해, 오늘은 또 어딜 가려고?”온사는 화들짝 놀라며 되물었다.“사부님,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보따리를 잔뜩 들고 나왔는데 내가 장님도 아니고.”막수는 담담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바깥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 굳이 산을 내려가야겠느냐.”“화내지 마세요, 사부님. 뭐 좀 사러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47화

    애지중지하는 지네를 남기고 가라니 김사도의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넌 파군을 쓸 일도 없는데 왜 굳이 데리고 있으려는 거야?”“그걸 네가 어찌 알아?”온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도 저 녀석의 독을 연구하고 싶다고.”“알았어.”김사도는 마지못해 대답했다.“이제 나 좀 풀어줘야지?”온사는 등을 돌려 나무통에 있는 지네를 공간에 들여보낸 후, 추월에게 눈빛을 보냈다.추월이 다가와 장검으로 김사도를 묶고 있는 밧줄을 끊었다.드디어 자유를 되찾은 김사도는 밧줄을 벗어던지고 뻐근한 손목과 발목을 문질렀다.“독벌레는 내가 가진 게 좀 있어. 거미, 전갈, 불개미도 있고. 어떤 걸 원해? 지금은 줄 수 없고 다음에 올 때 가지고 올게.”“다 줘.”온사는 주저없이 말했다.김사도는 눈을 부릅떴다.“정말 전혀 사양을 안 하네. 그 많은 독충을 먹여 살릴 방법은 있고? 그것들에게 네가 당할 수도 있는데?”온사는 미소를 지으며 싸늘히 대꾸했다.“그건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내가 뭐 너 걱정해서 그러는 줄 알아? 그렇게 자신만만하다가 충독에 당해 죽을까 봐 그러지. 그럼 나도 또 해독제를 연구할 사람을 새로 찾아야 하잖아.”김사도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그건 걱정 마. 내가 죽으면 너와 온모 먼저 죽이고 죽을 거니까. 그러니 네가 다른 사람을 찾아갈 일은 없어.”그녀를 도와 진실을 파헤치거나, 죽음을 기다리는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의미였다.분명한 협박에 김사도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알았어, 알았어. 내가 사람 시켜 좀 알아볼게.”말을 마친 그는 온사의 주방을 떠났다.환각제 밭을 지날 때, 김사도는 한송이 챙겨갈 생각으로 손을 뻗었다.그러자 등 뒤에서 온사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너 내 약초 건드리면 난 네 파군의 배를 가를 거야.”김사도는 순간 손을 내렸다.“참, 쪼잔하긴.”“누가 쪼잔해? 넌 도둑놈이야. 추월, 당장 저놈을 발로 차서 내쫓아 버려!”“야, 야! 하지 마. 내가 갈게!”김사도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46화

    의미심장한 말에 온모는 순간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설마 너희들 오랫동안 해독제를 먹지 못했니?”김사도가 이를 갈며 답했다.“그래. 아주 오랜 고통의 시간이었지.”그들은 해독제를 못 먹은지 이미 3년이 지났다.세번의 발작을 일으켰지만 그들은 해독제를 받지 못했다.그래서 그들의 인원수는 삼백 명에서 이미 이백 남짓으로 줄었다.그러다 금주로 온사를 암살하러 갔다가 실패하면서 또 반이 줄었다.현재 그들은 수십 명밖에 남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얼마 못가 모두가 죽게 될 것이다.“그럼 왜 죽이지 않고 살려뒀어?”온사가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김사도는 한심하다는 듯이 온사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래도 성녀인데, 출가한 승려 주제에 무슨 그런 말을 그렇게 쉽게 해?”“말 안 할 거야?”온사는 그를 노려보며 압박했다.“해, 해! 하면 되잖아.”김사도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말했다.“우리도 죽이고 싶지. 그런데 온모의 어미는 죽기 전에 우리들한테 자신은 해독제의 처방을 온모에게 전수해 주었고 그러니 우린 온모 걔가 처방전을 해독할 수 있는 날까지 잘 지켜주어야 한다고 말했어. 그럼 독을 완치할 수 있는 해독제를 받을 수 있다고.”“최후의 해독제? 정말 그렇게 말했어?”“맞아.”“너희는 그걸 믿고 온모를 지켜준 거야?”온사는 무슨 이런 멍청이가 다 있나 하는 눈빛으로 김사도를 바라봤다.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은 속은 것 같았다.거짓말이 아니라고 해도 해독제만 있으면 그들을 통제할 수 있는데 온모가 최후의 해독제를 그들에게 줄 리가 없었다.그들의 체내의 독을 완치한다면 온모는 그들에 대한 통제권을 완전히 잃게 되는 것이다.김사도와 그의 무리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데 온모가 그런 멍청한 짓을 할 리 없었다.‘그동안 그 고생을 했으니 해독제를 받으면 온모를 갈가리 찢어 죽일 수도 있겠지.’“왜 그런 눈으로 봐? 안 들을 거야?”김사도는 온사의 눈빛이 불쾌했다.“알았어, 빨리 말해봐.”온사는 김사도가 순순히 말해줄 때 더 많은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45화

    온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사도가 또다시 웃음을 터뜨렸다.“온모가 순수하고 선량해? 천진난만? 웃기고 있네. 내 살면서 이런 웃기는 소리는 처음 들어보는군!”김사도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웃음을 터뜨렸다.“걔 그냥 사기꾼이야. 걔는 우리 모두를 속였어. 그 망할 어미랑 같이 우리 모두를 속였다고!”온사는 그가 실컷 욕설을 퍼부은 뒤에야 담담히 말했다.“내 말 또 한번 끊으면 네 벌레를 계속 괴롭힐 거야.”온사는 손가락으로 나무통을 가리켰다.김사도는 그제야 풀이 죽어 말했다.“알았어, 계속해봐.”“네 주인 얘기는 이쯤하고 이제 저 벌레 얘기를 하자.”온사는 약간 심드렁한 어조로 말했다.“저 녀석은 네가 날 독살하라고 보낸 놈이지. 저것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알아?”게다가 공간의 령수마저 몰래 훔쳐 마신 놈을 지금까지 살려둔 것만으로 자비를 베푼 것이었다.저놈이 령수를 먹고 변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그러니 난 저 놈을 예뻐할 수가 없어. 방금처럼 고통받기 싫으면 내 질문에 솔직히 대답해야 할 거야.”이미 포로가 된 김사도는 더 이상 반항할 수도 없었다.“물어봐. 아는 건 답해줄게. 모르는 건 나도 어쩔 수 없는 거고.”온사는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꺼냈다.“넌 온모가 네 주인이 아니라고 했어. 그럼 온모랑은 어떤 관계지? 너희랑 온모, 그리고 온모의 어미 말이야.”수많은 암살자들이 온모의 지시에 따랐다.온사는 그들이 온모 어미의 부하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김사도가 하는 걸 보니 생각과 전혀 다른 것 같았다.“우린 그 여자의 어미와 아무런 관계도 없어.”김사도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굳이 관계를 설명하자면 독에 당한 허수아비라고 보는 게 맞겠지.”“허수아비?”온사는 예상치 못했던 답에 살짝 놀랐다.“그래. 우리의 체내에는 온모의 어미가 몰래 먹인 독이 들어 있어. 일년에 한번씩 발작을 일으키고 해독제가 없으면 죽기보다 힘든 고통을 겪어야 하지. 그러다 가장 고통스럽게 죽어가.”‘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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