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을요?”엄진우는 어리둥절해졌다.“예 대표님, 저더러 국 먹으라고 한 거예요?”도대체 이번에는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걸까!“아니면요?”예우림은 머리카락을 넘기며 입을 삐죽였다.“박 부과장님, 여긴 웬일이에요?”“우림 씨, 저 우림 씨 보러 온 거예요! 어제 일은 제가 다 해명할게요….”박도명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제가 특별히 인삼 같은 보양식품들 가져왔어요!”예우림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호의는 감사하게 받을게요. 어젯밤에 아주 빠르시더라고요. 저희도 부과장님 같은 속도였다면 색인마의 손아귀에서 못 벗어나진 않았을 텐데요.”박도명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져서는 말했다.“우림 씨, 전 가서 지원을 불러온 거예요!”“저도 어젯밤에 오해가 있다는 거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이렇게 큰 선물을 가지고 찾아온 거예요!”박도명은 혈기에 차 말했다.“저에게 호문 그룹이 주관하는 창해 국제 비즈니스 파티 초대장이 있어요. 이건 일 년에 한 번밖에 없는 초호화 파티라 수많은 대표들이 모두 노리고 있는 자리죠!”그 말을듣자 예우림은 순간 흔들렸다.“도명 씨, 초대장이요? 어떻게 얻은 건데요?”창해 국제 비즈니스 파티는 호문과 해외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협력한 대형 수출입 프로젝트로 연관된 금액은 수십조에 달했다!매년마다 천 개가 넘는 해외 기업들이 이곳으로 와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아 파트너쉽을 맺었다.그러니 창해시의 지역에 뿌리박고 있는 기업에게 있어서 이것은 절호의 기회였다. 아주 조금의 콩고물이라도 얻어도 수십억의 프로젝트였다!박도명은 그녀의 태도가 바뀐 것을 보자 헤실 웃었다.“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에요. 저희 집행대에는 매년마다 내정된 자리가 있거든요. 오늘에는 추가로 더 늘어서 제에게 두 명의 자리가 있어요!”예우림은 마음이 흔들렸다.“하지만 주최 측은 호문이에요. 그리고 지금 저와 호문의 관계는 물과 기름 같은 상태죠!”박도명은 물 흐르듯 말했다.“그러니까 더더욱 참석해야죠! 우림 씨, 이 일은 이
예우림은 순간 화가 치밀었다.“엄진우 씨! 얌체같이 굴지 마요! 엄진우 씨도 어제 조 과장 덕에 무사할 수 있었던 거잔항요!”“당신이 확실히 자리에 있어서 공적은 없어도 고생을 했기에 봐줬던 거지! 아니었으면 진작에 내쫓았을 거예요!”그시각, 집 안에 있던 소지안이 적당한 때에 나와 분위기를 전화했다.“국 다 됐어, 얼른 들어와서 따뜻할 때 먹어요.”예우림은 엄진우를 상대하고 싶지 않아져 휙 하고 방으로 들어간 뒤 자리에 앉아 차갑게 국을 마셨다.하지만 엄진우는 여전히 내키지 않는 얼굴로 다가와 물었다.“대표님, 저 상의드릴 일 있어요.”“사과 말고는 한마디도 듣지 않을 거예요.”그녀는 또박또박 말하며 차가운 눈빛을 했다. 마치 고고하기 그지없는 가시 박힌 장미 여왕 같았다.엄진우는 그 말에 입꼬리가 떨려왔다. 사과라니?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무슨 사과를 해야 한단 말인가!하지만 자신이 부탁하는 입장이라 하는 수 없이 태도를 굽혔다.“네, 네. 다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질투한 게 맞아요. 대표님, 이제 마음에 좀 드십니까?”예우림은 안색이 조금 풀렸다.“말해봐요, 무슨 일인데요? 월급 인상? 아니면 승진?”“저희 집에 한 번만 가주세요. 엄마가 우림 며늘아가가 보고 싶대요! 그러니까 대표님을요!”엄진우가 그렇게 말하자 예우림은 하마터면 먹고 있던 국에 사레가 들릴 뻔했다. 예쁜 두 눈은 휘둥그레졌다.옆에 있던 소지안은 입이 아주 귀에 걸렸다.“며늘아가 우림이래! 하하! 우림아, 생각지도 못했는데 상장 그룹의 여 대표도 부모님을 만나야 하는구나!”예우림은 손수건으로 입술을 닦으며 정색했다.“이 일은 나중에 제가 시간이 나면 다시 얘기하죠.”엄진우는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그러니까 동의한 거예요?”예우림은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당신 하는 거 봐서요. 또 저 화나게 한다면 그 생각 접는 게 좋을 거예요!”엄진우는 예상치 못한 말에 한껏 기뻐했다.“알겠어요! 다 대표님 말대로 할게요!”와우, 얼음공주가 무려
엄진우는 조금 부끄러워져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유 과장님, 저….”유청아는 그의 말을 자르며 웃었다.“농담이야! 이따가 퇴근 전에 사무실에 잠깐 들러요!”상대가 둥근 엉덩이를 흔들며 떠나자 김종민은 짓궂게 웃으며 가까이 다가왔다.“우진이 형, 유 과장님 설마 우진이 형 좋아하는 거 아니야? 눈빛을 보니까 아주 잡아먹을 기세던데!”이미현도 옆에서 농담을 했다.“보니까 유 과장님도 올해 겨우 서른이던데. 이혼한 지는 2년 넘었고…. 이런 여자는 보통 마음에 외로움이 가득하지.”땀만 뻘뻘 힐리던 엄진우는 두 사람을 향해 눈을 부릅떴다.“둘 다 남 일에 관심이 아주 많아? 유 과장님은 그냥 평범하게 부하직원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뿐이야, 허튼 생각하지 마!”하지만 방금 전 유청하의 가슴을 보았을 때 검은 연기가 있었던 것 같은 게 좋은 징조는 아닌 것 같았다.그러다 퇴근까지 30분 남았을 무렵, 엄진우는 유청아의 사무실로 들어갔다.“유 과장님.”“진우 씨군요, 와서 앉아요!”엄진우는 유청아의 옷이 더 가벼워진 것을 발견했다. 셔츠는 시스루에 언뜻 흰색 속옷이 보일 정도라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설마 일부러 자신을 유혹하는 건 아니겠지! 크흠!하지만 솔직히 말해 서른이 넘은 여자는 호랑이나 다름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 나이대의 여자들은 마란 장작같이 한 번 불이 붙으면 활활 타올랐다.“엄진우 씨, 지난번에 회사를 도와 정부의 프로젝트를 따냈었죠. 비록 상부에서는 우연이라고 했지만 전 동료를 보호하는 당신의 행위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하고 있어요.”유청아는 팔짱을 끼며 환하게 웃더니 계약서를 꺼냈다.“이건 정직원 전환 계약서예요. 그 외에도 고졸 학력 때문에 기본급이 150만 원밖에 되지 않더군요. 제가 대신 상부에 신청해서 월급이 30만원 인상될 거예요! 그러니까 총 180만 원으로요!”“감사합니다, 유 과장님! 회사에도 너무 감사하고요! 앞으로 기대에 저버리지 않게 더 노력하겠습니다!”하지만 그때 그는 두 눈을 가늘게
“엄진우? 네가 왜 아직도 여기에 있어?”상대를 본 고인하는 버럭 화를 냈다.“회사 관리직들끼리 얘기하는데 말단 직원인 네가 무슨 상관이야? 얼른 썩 꺼져!”“고 부장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좀 듣기 싫게 말하자면 이거 직장 내 성추행입니다. 회사 규율에 따라서는 해고까지 될 수 있어요.”엄진우는 여전히 지지 않고 조롱으로 맞받아쳤다.그 말에 고인하는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며 뒤로 물러서는 수밖에 없었다.유청아는 드디어 한시름을 놓은 숨을 내쉰 뒤 감격에 찬 눈으로 엄진우를 쳐다봤다.고인하는 다른 태도를 취하는 수밖에 없었다.“청아야, 아까는 농담이었어.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지금 바로 주 대사한테 살을 쫓아달라고 해줄게, 그러면 금방 몸이 나아질 거야.”고인하 때문에 유청 아는 동의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앞으로 다가온 주청은 한 손으로 맥을 짚더니 수염을 쓸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유청아 씨, 최근에 사악한 것을 만나는 바람에 살이 체내에 박혀 불편했던 것이오! 하지만 다행히, 이 정도 살이라면 내가 간단하게 해결해 줄 수 있지!”말을 마친 그는 품에서 붉은색 알약을 꺼냈다.“이건 향노애초환이네, 이걸 먹으면 살을 쫓을 수 있을 걸세!”그것을 받아든 유청아는 자세히 맡아봤다. 역시 순전히 한약 성분만 들어있는 것이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다.그리하여 거듭해서 인사를 건넸다.“감사합니다, 주 대사님! 감사합니다, 고 부장님!”환하게 웃는 고인하의 눈빛은 조금 뜨거웠다.“괜찮아, 괜찮아. 얼른 먹어! 얼른!”유청아가 작은 입을 벌려 막 삼키려는데 엄진우가 번개 같은 속도로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유 과장님, 드시면 안돼요. 드시면 큰일나요!”“큰일이라니? 무슨 일이요?”유청아는 의아한 얼굴을 했다.엄진우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정신이 혼미해지고 몸을 가눌 수 없어질 거예요! 마치 술에 잔뜩 취해서 길바닥에 드러누운 것처럼요!”그 말이 나오자 현장에 있던 모두가 아연실색했다!고인하의 두 눈에는 순간 뜨끔한 기
엄진우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유 과장님, 봤어요? 아까 그 약 먹었으면 이렇게 됐을 거예요!”유청하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하지만 그 약의 성분은 전부 한약이었는데 독이 있을 리가요!”“비록 저 사람들이 준 약은 겉보기엔 무해해 보이지만 풍수까지 곁들이면 치명적인 독약이 되죠!”그는 앞으로 나아가 주변을 둘러보다 구석에 있는 꽃병을 가리켰다.“저 매화 세 가지는 누가 살을 건 거예요. 그리고 방의 대흉 위치에 놓여 주인에게 되돌아가게 했죠!”“사무실 테이블의 위치도 음살이 가장 짙은 곳으로 만약 장기간 그 위치에 있게 된다면 살기가 자연스레 차오를 거예요!”“그리고 방 안의 어항, 금두꺼비… 심지어 저 신발장까지도 전부 정교하게 설계된 거예요. 바로 정미리난진이라는 풍수지리 진법이죠!”“일단 저 약을 먹기만 한다면 진법은 발동하게 됩니다! 한 사람에게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깊게 빠져들게 되죠!”유청아의 안색이 돌변했다.“저것들은 다 고인하가 선물해 준 거예요. 게다가 가서 점도 봤다고하면서 저 위치들은 다 재물을 부르는 위치라고 했어요. 거기에 두면 재물을 불러오고 병에도 잘 걸리지 않을 거라고요! 전 호의인 줄 알고 그냥 받았고요….”눈앞에서 주청이 고인하에게 매달려 있는 것을 본 그녀는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상대는 애초에 호의 같은 게 아니었다!유청아는 분노가 차올라 고인하의 뺨을 내려쳤다.“이 쓰레기! 이 일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 반드시 인사팀에 신고할 거예요!”고인하는 두 눈이 휘둥그레져 엄진우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또 네 녀석이구나! 번마다 내 일을 망치다니! 딱 기다려, 절대로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엄진우는 웃으며 말했다.“당신은 지금 스스로도 지키지 못할 판이잖아요. 우선 이번 사태를 어떻게 넘길지부터 생각하고 말해요!”“무슨 뜻이야?”고인하는 이해가 되지 않아 멈칫했다.엄진우는 밖으로 나가더니 크게 소리를 질렀다.“다들 여기 와 봐요! 고 부장님이 유 과장님 방에서 남자랑 붙어먹고
예우림은 오피스 정장 차림에 검은 스타킹, 투명 하이힐을 신고 사람들 뒤에 나타났다.아우라가 모두를 정복하기엔 충분했다!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아닙니다! 바로 퇴근할게요!”이곳의 기척이 무자비한 예 대표까지 불러올 줄은 전혀 예상지도 못 했다.“유 과장, 서 비서, 두 사람은요?”예우림은 팔짱을 낀 채 그들 앞으로 다가가 무표정하게 말했다.“아직도 여기서 서로 시기 질투 놀이나 하고 있을 거예요? 잊지 마세요, 두 사람은 회사의 간부들로서 모범이 되어야죠! 전 그룹의 이미지를 해치는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길 바라요!”두 사람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다 미소를 지었다.“네! 지금 바로 갈게요!”예우림은 그제야 엄진우의 앞으로 가 냉소를 흘렸다.“이제 정직원으로 전환해 준 지 얼마나 지났다고 제대로 일을 하기는커녕 여상사와 만날 생각만 하는군요! 엄진우 씨, 제가 싫어하지 않을 만한 짓을 할 수는 없습니까?”엄진우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할 수가 없었다.망할, 내가 만나겠다고 했나? 자기가 알아서 들러붙은 거지! 근데 이제 와서 또 내 탓을 하다니!하지만 잠시 생각하던 그는 되레 조롱하듯 맞받아쳤다.“예 대표님, 지금은 퇴근 시간인 것 같은데, 예 대표님과는 상관없는 일 아닙니까?”예우림은 눈썹을 들썩였다.“그룹의 부대표로서 직원의 개인 생활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직무 중 하나입니다!”“다음부터는 이런 짓은 하지 않도록 해요! 다음에는 실적을 깎을 겁니다!”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차갑게 등을 돌렸다.“그리고, 앞으로 우리집에 가서 내 방에 들어갈 때면 보고하도록 해요!”엄진우는 들으면 들을수록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런 것도 잡으려고 하다니, 너무 세세한 거 아닌가?이상한데! 김종민은 이런 취급을 받지 않았었잖아!설마 내가 다른 여자들과 가까이 있는 걸 보고 질투라도 한 건가?엄진우는 그 생각은 조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얼음 공주가 질투를?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었다.그렇게 혼자 회사를 떠나던 그는
“당신만 원한다면 아무리 무리한 요구라도 다 들어드릴게요!”진미령은 절절한 얼굴로 말했다.“심지어는 당신이 원하는 캐릭터로 코스프레도 할게요!”엄진우는 역겹다는 듯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지금 여기서 전부 벗어서 마음껏 하라고 해도 별 감흥이 없습니다. 꺼져요!”그는 거칠게 상대를 밀어낸 뒤 황급히 호텔을 나섰다.그에게 있어 진미령같이 더러운 여자는 아무리 예뻐도 보기만 해도 속이 뒤집혔다.빈방 안, 진미령은 악에 받친 눈빛으로 멀어지는 엄진우를 노려봤다.“엄진우! 감히 날 거절하다니! 오늘 한 모든 짓을 후회하게 만들어주겠어!”별안간 검은색 옷차림의 남자가 방에 나타나더니 음산하게 웃었다.“어떻게 해야 대가를 치르게 해줄 것이냐?”진미령은 순식간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당신 뭐야? 가까이 오지 마! 안 그럼 소리 지를 거야!”“걱정 말게, 난 정 선생이라 하네.”상대는 수표 한 장을 던졌다. 수표에 적힌 금액은 20억이었다.“방금 전의 거, 나도 하고 싶은데. 되려나 모르겠군.”진미령은 기뻐하며 그의 발밑에 넙죽 엎드리더니 그의 다리를 안으며 말했다.“어르신, 전 기꺼이 당신의 여자가 될게요! 시키는 건 뭐든 다 할게요!”정 선생은 다가가 가슴을 가리고 있던 것을 찢더니 섹시한 진미령의 몸을 만지며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몸매가 꽤 좋군! 내 시중을 드는 것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줘야겠어!”……엄진우는 호텔을 떠난 뒤 청용의 메시지를 받았다. 창해 국제 파티는 뷔젠트가 배후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내용이었다.그는 순간 깜짝 놀랐다. 호문과 뷔젠트가 역시 엮여 있었다. 그는 에우림의 집으로 가 파티에 참가하지 말라고 경고하려고 했다.함정이 분명한 자리였다!별장에 도착하고 보니 예우림은 아직 회사에서 야근을 하는 듯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방에서 쿨쿨 잠을 청했다. 잠에서 깨어나니 이미 깊은 밤이었다.그리고 휴대폰을 보니 999+의 메시지가 한 가득인 데다 SNS 피드도 전부 난리가 나 있었다!“
상대는 건장한 체구의 문신남 수십 명을 데리고 그를 단단히 에워쌌다.“고인하, 단톡방의 사진 당신이 보낸 거야?”엄진우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있어 고인하를 보자 두 눈이 순식간에 벌겋게 물들었다.고인하는 폭소를 터트리며 말했다.“날 탓하면 안 되지. 이런 걸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거야! 그러게 누가 그렇게 방탕하게 굴어서 약점이 잡히래? 난 네 명성을 바닥낼 거야!”“도진 형님 바로 저 자식이에요! 지난번에 회사에서 형제 대여섯을 다치게 한 것도 저 자식이에요!”고인하는 옆에 있는 일그러진 인상의 남자를 향해 말했다.담배를 입에 문 상대는 시선을 들어 엄진우를 보더니 재밌다는 듯 말했다.“이열, 간땡이가 부었네! 우리 형제들 때려눕힌 병원비 2억, 지금 당장 내놔! 안 그럼 남은 평생 병원에서 지내게 해주지!”엄진우가 말했다.“20억 줄게, 옆에 있는 녀석 불구로 만들어!”“20억?”양도진의 표정이 순간 돌변하더니 담배를 지져 껐다.“인하야, 누가 20억으로 네 목숨을 사려는데, 어떡할까?”그 말을 들은 고인하는 순간 당황했다.“형님! 그동안은 다 제가 보살펴드렸잖아요! 제 체면이 아니라 모두의 체면을 봐서라도 저한테 이러시면 안되죠!”양도진은 눈썹을 들썩이며 말했다.“일리 있어! 인하는 내 친구야, 고작 20억으로 친구를 배신하라고 하다니. 웃긴 소리! 돈을 더 내야겠어, 40억으로!”“헉!”앞의 말만 듣고 우쭐해하던 고인하는 뒤의 말을 듣자 별안간 자리에 주저앉았다. 온몸에 식은땀이 가득했다!큰일이다! 양도진같이 강호의 변두리에 있는 조직은 장강수같이 의리를 따지는 조직과는 달리 돈만 받으면 다른 건 신경도 쓰지 않았다!엄진우는 차갑게 말했다.“좋아, 40억쯤이야, 40억으로 하지!”양도진은 박장대소했다.“시원시원하군! 녀석, 앞으로 넌 내 형제로 삼으마. 전에 있었던 일은 이걸로 퉁 치지! 우선 40억부터 내놓지 그래!”엄진우가 말했다.“나한테 2조가 있는데 지금 몸에는 없어. 이따가 같이 가지러 가지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