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 다 끝났어요?"집안 사람들의 거세찬 비난에도 예우림은 그저 무표정한 얼굴이다."제가 이 그룹 9개 팀을 인솔하는 부대표로서 이번 일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겠습니다, 뭐 더 문제 될 거 있어요?”"책임을 져? 네가 어떻게? 이 큰 손실을 네가 무슨 수로?!”예정명이 버럭 화를 냈다. 그러나 예흥찬은 손을 저으며 그만하라는 제스처를 하며 입을 열었다."이사회에서는 너한테 기한을 보름밖에 줄 수 없어. 그사이에 해결 못하면, 우림이 네가 자진사퇴 하거라!”“네!”짧게 대답한 후 예우림은 차가운 얼굴로 회의실을 나갔다.회의실에서 다 멀어진 후에야 그녀의 손은 바르르 떨려오기 시작했다.이번에 이호준이 병신 만들어진 것 때문에 호문에서 잔뜩 화가 나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지성그룹을 압박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사회 그 늙은 구렁이들이 진작부터 그녀의 어머니가 물려주신 주식을 노리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룹의 위기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녀는 틀림없이 모든 것을 뺏길 것이다!예우림의 눈빛은 더없이 단단하고 확고해졌다.창해시 전체를 통틀어서 호문과 겨뤄볼 수 있는 상대는 갑부 소대호의 대호 그룹뿐이다.하지만 그녀의 이름으로 갑부한테 얼굴을 들이밀기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다른 인맥을 통하는 수밖에…그녀는 주소록을 열어 갑부를 알만한 사람이 있는지 하나하나 찾아보았다."시청 손 과장님이세요? 아, 그게… ”"UM 그룹 신 대표님이시죠? 전 지성그룹의 예우림입니다.”일련의 전화를 몇 통이나 해봤지만,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그때 무의식에 그녀의 뇌리를 스친 엄진우라는 이름…이상하게도 왜 이런 장면을 어디서 본 것 같은 데자뷔가 느껴졌다."쳇, 내가 그 사람한테 전화할 생각을 왜 해? 참, 뜬금없이!"예우림은 금세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 생각을 떨쳐냈다.그녀도 해내지 못하는 일을 일개 부하직원이 어떻게?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박도명한테 연락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하지만 뜻밖에도 박도명은 자신만만한 말투로 그녀한테 보증수표를 던졌
대호 그룹 맨 위층.장강수는 특별 통로를 통해 엄진우를 회장실로 모셨다.갑부 소대호가 흰색 셔츠 차림으로 회장실내에 있는 소파 위에 누워있었고, 그 옆에는 한창 열심히 약을 찧고 있는 노인이 한 명 있었다."장 회장, 어떻게 된 일이야? 신의를 모셔 온다며, 왜 요런 꼬맹이를 데리고 왔어?”소대호는 장강수의 뒤에 서있는 엄진우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지금 날 놀려먹자는 거야?”장강수는 짧게 코웃음을 쳤다."소 회장, 너 그 세모 눈깔로 아무 사람이나 만만하게 보고 그러면 안 돼! 이분은 엄 신의님이셔. 이분한테 치료받으려고 줄은 선 권세가가 한둘인 줄 아나? 치료받고 싶어도 못 받아!”이 말을 들은 소대호와 그 옆에 있는 노인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아무런 설득력 없는 엄진우의 모양새에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안 믿을 판이었다."장 회장, 당신은 주먹만 쓸 줄 아는 무식한 사람이라 이런 사기꾼들한테 당하기 쉽상이야.”소대호는 예리한 눈빛으로 엄진우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당신 같은 사람은 속여도, 우리 같은 장사치는 절대 못 속이지. 남한테 사기 치는 건 오히려 우리 같은 사람이 전문이야!”연공서열을 어디보다 따지는 의학계에서, 엄진우와 같은 나이는 서양의학이라면 기껏해야 수련의 인턴밖에 안 될 것이고, 한의학에서는 더욱더 말할 것도 없이 허드렛일이나 하는 수습생 정도일 것이다.저런 애송이가 자신의 병을 치료해 준다는 건 어불성설, 얼토당토않은 얘기다.이때, 엄진우가 한마디 쌀쌀하게 내던졌다."뭐 쓸데없는 말이 이렇게 많아? 볼 거예요. 안 볼 거예요, 대체? 안 보면 난 가요.”장강수는 조급한 내색을 보이며 소대호를 얼른 나무랐다."소대호, 너 감히 엄 신의님께 이게 무슨 무례한 짓이야! 나랑 연 끊고 싶어?”소대호는 쩝하는 소리를 내며 그제야 마지못해 말했다."알았어, 알았어. 네 체면을 봐서 내가 이놈한테 보이마.”엄진우는 그제야 소대호를 향해 걸어가서 맥을 짚어보려 했다.하나 그 순간, 소대호 옆에
소대호는 경악하며 당장에서 마음을 고쳐먹었다."방금 실례가 많았습니다. 이 늙은 목숨줄이 신의님께 달렸다는 것도 모르고 무례를 범했습니다. 신의님께서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고 제 병을 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엄진우는 별로 개의치 않아 하는 눈치였다."장 회장님 면을 봐서 그럼 한번 구해 드리겠습니다.”그러고는 맥을 짚었다. 눈을 가늘게 뜬 그는 한참 후에 입을 열었다."뇌신경에 연결된 악성종양이 있네요. 수술은 불가능해요.”"네, 병원 말로는 이미 죽은 날짜 받은 거나 마찬가지라 그랬어요. 한의사들도 기껏해야 몇 년 더 살 수 있다고 합니다.”소대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때 엄진우의 한마디에 그는 희망의 불씨가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방법이 없는 건 아니에요. 내가 당신 머릿속에 있는 종양을 바로 제거할 수 있어요.”소대호는 그야말로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말만 하세요. 그 어떤 비싼 약재라도 내가 다 사 올 수 있어요. 돈은 얼마든지 써도 좋습니다!”"한 푼도 필요 없어요.”엄진우는 고개를 가로젓더니, 갑자기 소대호의 뺨을 세게 후려갈겼다!별안간, 소대호는 4~5미터 밖으로 날아갔고, 쾅 하고 바닥에 떨어지며 칠규(七窍)에서 피가 좔좔 흘러나왔다.일흔이 다 된 소대호가 사람들 앞에서 귀싸대기를 호되게 얻어맞다니! 이런 광경을 또 어디서 볼 수 있단 말인가!대경실색한 사람들이 얼음조각처럼 바닥에 딱 붙어있었다.이게 사람을 구하는 거라고? 죽이는 게 아니라?뒤늦게 반응한 그룹 경호원들이 회장실 바깥에서부터 떼로 몰려와 엄진우를 겹겹이 에워싸느라 퉁퉁하는 구둣발 소리와 각종 부스럭거리는 소리들로 회장실내가 순식간에 어수선하고 소란스럽기 그지없었다.경호원들은 엄진우와 맞서 싸울 준비가 되어있었다."멈춰! 전부 나가!”이때 뜻밖에도 소대호의 호통치는 목소리가 회장실에 울려 퍼졌다.그는 스스로 자리에서 일어나 앉으며, 정신이 번쩍 나는 듯한 기색으로 위엄있게 방안에 사람들을 훑고 지나갔다."회장님? 괜찮으세요?"직원들이
“공교롭네요, 지나가던 길이었어요.”엄진우는 자신이 소대호에게 치료를 해줬다는 걸 박도명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핑계를 댔다.예우림은 멈칫하더니 불만을 토해냈다.“무슨!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면서 왜 끼어들려고 해요? 얼른 가요, 이건 말단 직원인 당신이 끼어들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대호 그룹은 세력이 아주 거대해 엄진우 같은 평사원을 없애는 일쯤이야 정말로 개미를 죽이는 것보다도 쉬웠다!“예 대표님, 상사를 보호하는 것 역시도 직원의 의무죠.”엄진우는 태연자약하게 말했다.“게다가 당신과 저는, 평범한 상사와 부하 직원도 아니잖아요….”예우림은 귀끝이 빨갛게 달아올라 두 눈을 부릅떴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물러서요!”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도와주겠다고 해도 혼내고 돕지 않겠다고 해도 혼내고, 이런 상사가 어딨어요? 왜 직원을 못살게 굽니까!”“….”예우림은 할 말을 잃었다.듣고 있던 조충열은 순간 버럭 화를 냈다.“개자식! 네 상사도 감히 날 협박하지 못하는데 일반 사원 주제에, 죽고 싶은 것이냐?”엄진우는 평온하게 대답했다.“마지막으로 나에게 이런 식으로 말한 사람은 벌써 무덤에 풀이 허리까지 자라있어.”그의 말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예우림마저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건 명백한 도발이었다.박도명도 이 틈을 타 조롱했다.“예우림 씨, 이 자식 이제 망했네요. 이젠 저도 어떻게 해줄 수가 없겠네요!”아니나 다를까 조충열이 버럭 분노를 터트렸다.“다들 연장 들어! 포위해! 오늘 적어도 저 자식 다리 하나는 분질러놔야겠어. 어디 한 번 말리기만 해 봐! 우리 대호 그룹이랑 맞서는 걸로 간주하지!”순식간에 수십 명의 경비가 그를 둘러쌌다.“재수도 없지, 매번 저 사람만 만나면 사고나 치고!”“조 과장님, 전 지성 그룹의 부대표인 예우림입니다. 제가 대신해 사과드리겠습니다. 부디 한 번만 봐주세요!”예우림은 곧바로 자세를 낮추며 용서를 빌었다.박도명의 안색이 순식간에 돌변했다.“우림 씨, 왜 직
게다가 방금 전의 그 망할 두근거림은 또 뭘까?어떻게 저런 말단 직원에게 가슴이 두근거린 거지?예우림은 심호흡을 했다. 착각, 착각이 분명했다!이내 그녀는 다시 만년설 같은 얼음공주의 차가운 얼굴로 돌아갔다.소대호는 웃으며 말했다.“두 사람은 날 만나러 온 것이오? 마침 지간 시간이 있네, 안으로 들게!”엄진우가 저토록 신경 쓰고 있는 사람이니, 소대호는 당연히 적당히 보살피며 사소한 인정을 베풀어야 했다.예우림은 황공해하며 말했다.“안 이러셔도 됩니다, 회장님.”“엄진우.”그녀가 막 고개를 돌려 엄진우를 부르려는데 엄진우는 이미 멀어진 것을 발견했다.애초에 그는 집에 가려던 길에 예우림을 도와주려는 것 뿐이었다.하지만 예우림의 눈에는 전혀 다른 뜻으로 보였다.만약 엄진우가 정말로 소대호와 아는 사이라면 왜 대호 그룹에 함께 가지 않는 것일까?설마 내가 오버한 건가? 정말로 지나가던 길이었나?하지만 박도명은 이미 잔뜩 흥분에 겨워있었다.“우림 씨, 소 회장님이 어쩌다 저희 체면을 이렇게 봐주시는데 저런 말단 직원은 무시해요! 저런 자식은 우리랑 함께 할 자격 없어요!”소대호는 박도명이 엄진우를 깎아내리는 것을 보자 곧바로 호통을 쳤다.“박 부 과장. 경고하는데 말을 곱게 하는 게 좋을 것이네.”엄진우때문이 아니었다면 저 두 사람을 만나줄 리가 없었다.박도명은 깜짝 놀라 연신 허리를 숙였다.“네, 네. 회장님 말씀이 옳으십니다. 제가 너무 교양이 없었지요. 이렇게 사람들 많은 곳에서 함부로 누군가를 모함해서는 안 되는데 말이에요.”하지만 이내 달리 생각하니, 별안간 감격에 겨워하며 입을 열었다.“회장님… 제가 누군지 아십니까?”소대호는 무심하게 대답했다.“1년 전, 연합 청정회를 열었었는데 당시에 내 경호 업무를 맡아 조금 인상이 있네.”일행들이 소대호와 경영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난 뒤, 대호 그룹을 나서며 예우림은 감탄했다.“다들 소대호는 사람이 교활하다 그러던데 이렇게 흔쾌히 지성 그룹을 난관에서 꺼내달라는
오 집사는 잠시 망설였다.“아가씨, 군사 기록이라는 건 국가 기밀입니다. 비록 저희 소씨 가문의 영향력이라면 알아볼 수야 있겠지만 치러야 하는 대가가 막대할 겁니다.”심지어는 소씨 가문의 한 큰 인물의 질책까지 받을 수도 있었다.소지안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괜찮아, 그 사람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낼 수만 있다면 어떤 대가를 치르든 다 좋아!”이렇게까지 말하니 오 집사도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알겠습니다.”컴퓨터로 ‘천안’이라는 다크웹을 열었다. 그 안에는 온 용국의 군사 기록이 전부 들어있었다.오직 소수의 거물급 권력가들만이 들어갈 권한이 있었고 소씨 가문 역시 성안 시의 거물로 마침 그 인원에 포함되어 있었다.오 집사는 천안에 로그인한 뒤, 컴퓨터를 소지안에게 건네주었다.“아가씨, 전 자격이 되지 않아 확인할 수 없으니 직접 찾아보시지요.”천안은 모든 방문자의 구체적인 정보를 기록해 냈다. 만약 누군가가 권한을 넘은 것을 발견한다면 즉시 국가 안보 부문의 “말살”을 당하게 되었다.아무리 오 집사라고 해도 지뢰밭에 발을 들일 엄두는 없었다!그것을 본 소지안은 손가락을 들어 키보드를 두드리며 엄진우의 주민등록번호와 개인 정보를 입력했다.화면은 즉시 전환되었다.소지안은 우쭐해하며 웃음을 흘렸다.“흥, 엄진우, 내가 당신에 관한 모든 비밀을 파헤칠 거라고 했지! 이제, 드디어 네 정체가 밝혀질 순간이야!”하지만 다음 순간, 그녀의 미소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화면이 곧바로 붉은 페이지로 전환되더니 오직 두 글자만 팝업되었다.“위험! 위험! 위험!”피같이 붉은색의 위험, 두 글자였다!놀라 비명을 지른 소지안은 미친 듯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이 페이지에서 벗어나려했다!하지만 그 순간, 컴퓨터에서 연기가 나더니 터져버렸다.모니터에는 한 줄의 글자만 떠 있었다.SSS급 기밀! 방문 권한 없음.소지안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SSS급 기밀? 이게 무슨 뜻이지?”옆에 있던 오 집사는 그 말을 듣자 곧바로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뭐라고? 이미 혼인신고를 했다고?”하수희는 깜짝 놀랐다.엄진우는 어쩔 수 없이 예우림과의 혼인 신고서를 보여주었다. 명명백백한 서류에는 공증 도장까지 찍혀있었다!일단 오늘만 어떻게 넘기고 보자는 심산이었다!혼인신고서 안의 사진을 본 하수희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이건 지난번에 맞선 보던 식당에서 널 데리고 갔던 그 여자 아니야? 두 사람, 어떻게 아는 사이야?”엄진우가 대답했다.“이름은 예우림이고요. 제 직속 상사예요. 저희는… 음, 오래 알고 지내다가 감정이 싹튼 거죠!”그런데 하수희는 몹시 기뻐했다.“우리 아들 대단하네! 이렇게 멋있는 여자를 다 만나고, 우리 집안도 이제 희망이 있겠어! 진우 아빠, 당신도 하늘에서 이제 마음 놓고 웃을 수 있겠어!”말을 마친 그녀는 엄진우의 아버지 사진 앞으로 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엄진우는 엄마의 반응이 이렇게 클 줄은 전혀 예상치도 못해 얼른 다가가 그녀를 붙잡았다.“엄마, 몸도 안 좋은데 너무 흥분하면 안 돼!”하수희는 그를 쳐다보며 환하게 웃었다.“그 우리 며늘아가 우림이 말이야. 언제 집에 데려와서 보여줄 생각이야? 네 동생도 곧 방학이라 집에 올 텐데 가족끼리 한 번 모이자!”엄진우는 화들짝 놀랐다! 망했다, 큰일났다!예우림을 며늘아가 우림이라고 하다니? 엄마는 진지하다는 뜻이었다!하지만 예 대표를 집으로 불러들인다는 건… 로또 당첨보다도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었다.“그게… 평소 일 때문에 바빠서 시간이 없을 수도 있어. 일단 말은 해볼게.”엄진우는 마른 기침을 하다 엄마의 질문을 피하기 위해 아예 다시 주방으로 가 바쁘게 일을 하기 시작했다.그때 집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다.“엄진우 씨, 하수희 씨, 관리실의 고충지입니다. 두 분 친구라는 분이 찾아와 집으로 들어오겠다고 하는데요.”“이름이 뭔가요?”엄진우가 물었다.“진미령, 최란화, 최자호요.”엄진우는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또 그 귀찮은 자식들이네. 모른다고 하고 쫓아내세요!”하지만 하수희가 그를
거기까지 말한 세 사람은 순간 두 눈에 빛이 가득했다.이게 바로 그들이 엄진우의 집까지 찾아온 진짜 목적인 듯싶었다.엄진우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갑게 식었다.“당시에 저희 집의 땅과 집만 주면 앞으로 서로 빚진 건 없다고 사인했었잖아요?”“왜 갑자기 또 뭘 달라고 하는 겁니까?”그 말을 들은 최자호는 대뜸 웃음을 터트렸다.“그때엔 너희 집에 이렇게 돈이 많다 못해 이런 큰 집에서 지낼 수 있을 줄은 몰라서 그랬지! 나 이제는 후회했고, 당시의 약속은 폐기하는 거로 해!”“당신이 폐기하고 싶다면 폐기할 수 있는 건 줄 알아요?”“사람이면 최소한의 도덕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뻔뻔하긴!”최자호가 당시에 1억이라는 거금을 달라고 하면서 고향집과 땅을 다 달라고 했을 때 이미 큰 이득을 취한 셈이었다!그런데 이제는 선을 넘다 못해 오자마자 오션 아파트의 백 평까지 풀옵션 집을 요구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시가로 따지면 적어도 수십억은 했다!최란화는 정색하며 말했다.“엄진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우린 그래도 네 웃어른이야, 버릇없이!”진미령도 따라서 조롱했다.“설마, 이렇게 큰 저택에서 지내면서 우리한테 집 한 채 해주는 게 뭐 어렵다고, 남자가 쪼잔하긴! 내가 그때 널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은 건 다 이유가 있는 거야!”그 모습을 본 하수희는 얼른 대답했다.“진우야, 예의 없게 굴면 안 돼. 언니, 자호야, 애가 아직 어려서 그래, 이해해 줘.”최란화는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온 오션 아파트가 다 너희 거라는 걸 알아. 우리한테 한 채 정도 주는 건 식은 죽 먹기잖아.”최자호는 아예 기가 잔뜩 살아 허세를 부렸다.“걱정마세요, 나중에 이웃이 되면 제가 지켜줄게요, 보호비는 안 받고요!”하지만 하수희는 난감한 얼굴을 했다.“미안해, 사실 이 오션 아파트는 우리 게 아니야. 엄진우의 진우 거고 우린 그저 대신 관리만 해주고 있어. 우리가 가진 거라곤 지금 살고 있는 집뿐이야.”이건 당시에 고충지가 엄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