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환의 말에 파티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모두의 이목이 임유환에게 집중되었다.다들 감히 누가 강준석 앞에서 이런 말을 하는지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다."서우 씨가 남자친구 있었다고?"강준석의 표정은 예상대로 굳어졌다."네."임유환은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그게 누구지?""저요."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숨을 '헙' 하고 들이마셨고 최서우도 이렇게 먼저 나서서 도와줄 줄 몰랐었기에 임유환을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물론 감동하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론 임유환의 안위가 걱정되어 최서우는 임유환의 옷깃을 잡아 내리며 말했다."됐어요, 유환 씨. 그만 해요...""괜찮아요."하지만 임유환은 오히려 고개를 돌려 웃으며 최서우를 안심시켰고 이 모든 광경을 보고 있던 강준석의 이마에는 얼마나 힘이 들어간 건지 핏줄마저 도드라졌다.강준석은 제 앞에서 제가 찜한 여자를 뺏는 임유환을 참을 수가 없었다."너, 나랑 장난하는 거 아니지 지금?"강준석은 다시 마이크를 입에 대고 말했는데 목소리는 아까보다 더 낮아졌고 살기도 묻어나 있었다."제가 이런 일로 장난을 왜 치겠습니까?"임유환은 말에 숨겨진 살기를 전혀 느끼지 못한 듯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알겠어."강준석은 어이없어서 웃음을 터뜨리며 엄지를 치켜들었다."다들 보는 앞에서 나한테 도전장을 내민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그런가요? 그럼 영광이네요."임유환은 겸손한 척 입술을 말아 물자 강준석은 임유환이 제가 일부러 반대로 말하는 걸 알아채지 못했는지 어이없어하며 속에서부터 분노가 끓어올라 눈꼬리까지 같이 흔들렸다.무대 아래의 다른 사람들도 임유환의 행동에 다들 삼삼오오 모여 수군대기 시작했다."쟤는 누군데 감히 강준석 여자를 빼앗아?""진짜 못 알아들은 거야 아니면 못 알아들은 척하는 거야?""어디서 본 것 같은데... 낯이 익단 말이지...""서인아 씨가 대리인으로 고른 사람이잖아! 전에 파티에서 봤던!""아 그러네! 그러고 보니 기억난다."그들의 대화 소리가 강준석의 귀에
"네가 지금 누굴 상대로 얘기하는지는 알아?"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도발 당한 강준석은 표정을 험악하게 굳히며 말했다. "누군데요?"임유환은 일부러 모르는 척을 하며 대답했다."강씨 집안이라고 알아?""들어본 적 없는데요."강준석의 낮은 목소리에도 임유환이 웃으며 모른다고 하자 강준석은 이내 경멸 어린 비소를 뱉으며 말했다."역시 우물 안의 개구리구나.""서우 씨, 저런 놈이랑 만나지 말고 어서 무대 위로 올라와서 춤춰요 나랑. 그래야 파티도 시작하죠."요청이라기보다는 협박에 가까운 멘트였다. 강준석의 말인즉 최서우가 오늘 강준석과 춤을 추지 않으면 파티는 시작하지 않을 것이고 다들 기다리기만 할 거라는 뜻이었다. 강준석을 바라보는 최서우의 얼굴에는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고 이 상황에서 사람들은 먼저 나가려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최서우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눈빛들이 최서우를 재촉하는 것만 같았다."아 저 X발 새끼!"의도적으로 최서우를 곤란하게 하는 게 눈에 보이자 조명주는 강준석을 욕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한마디 하려고 하는데 그때 임유환이 웃으며 선수를 쳤다."강준석 씨 말씀대로면 오늘 오프닝으로 춤을 추지 않으면 파티는 시작하지 않는다는 뜻인가요?""그래."강준석은 자기가 더 강하게 밀어붙일수록 자리하고 있는 사람들은 더 초조하게 기다릴 테고 그러면 최서우는 결국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하하, 그럼 간단하네요."그제야 임유환이 정신을 차리고 기어들어 오나 했는데 사람들이 보내는 의아한 눈길 속에서 임유환은 바로 최서우를 내려다보며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서우 씨, 강준석 씨 말 서우 씨도 방금 들었죠. 올라가서 나랑 춤출래요?"임유환의 말이 끝나자 최서우도, 옆에 있던 조명주도 모두 놀라 굳어버리며 다들 임유환이 드디어 미친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저..."하지만 최서우는 바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여기서 최서우가 가장 걱정되는 건 임유환의 안위인데 임유환과 춤을 추는 건 다 보는 앞에서 강준석 꼴을 우습
파티 장안은 쥐죽은 듯 조용했고 모두의 시선이 최서우의 손을 잡고 무대 위로 향하는 자살 시도나 다름없는 행위를 하는 임유환에게로 고정되어 있었다."어디 할 수 있으면 올라와 봐!"무대 위의 강준석은 이를 악물며 경고를 했지만 임유환은 그 말을 무시한 채 미소를 띤 얼굴로 최서우를 보며 무대 아래의 음향 감독에게 음악을 부탁했다."오디오 감독님, 음악 좀 틀어주세요.""네? 아... 네."음향감독도 이 상황에 집중한 채 있다가 갑자기 들리는 임유환의 목소리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노래를 틀었다.금세 파티장에는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왔고 임유환이 신사답게 최서우를 향해 춤을 청하자 최서우도 수줍게 그 손을 잡으며 자신의 허리를 임유환의 팔에 맡긴 채 두 손 꼭 잡아 깍지를 낀 채로 서로의 온도를 느끼며 음악에 따라 몸을 움직였다.평소 같으면 스킨십은 커녕 자신을 쳐다만 봐도 온몸이 남자에 대해 거부반응을 일으켰었는데 지금 임유환과 춤을 추고 있는 최서우는 그런 느낌이라곤 전혀 없었다. 임유환이 저를 도와주기 위해서 하는 연기란 걸 알고 있어서 일까?"최 선생님, 또 뭐 걱정되는 거 있어요?"최서우의 자그마한 표정 변화도 알아챈 임유환이 귓가에 대고 속삭이며 물어오자 최서우가 고개를 들어 임유환을 한 번 보다 입술을 말아 물고는 대답했다."고마워요, 유환 씨.""별말씀을요."그때 이상한 소리와 함께 그 둘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화가 난 강준석이 들고 있던 마이크를 부숴버렸다.그 소리에 최서우는 금세 다시 긴장감이 감도는 현실로 돌아오고 또 임유환이 걱정되어 말했다."유환 씨, 이제 그만 할까요?""지금의 서우 씨는 평소 같지 않네요.""저는 그냥 유환 씨한테 피해가 가는 게 싫어요."임유환은 여유롭게 웃으며 답했지만 최서우는 초조한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지금 나 걱정하는 거예요?"임유환이 말을 하며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최서우를 바라보자 최서우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주억거렸다."네.""강준석은 나한테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총을 꺼내 드는 강준석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러댔다.최서우도 강준석 손에 들린 총을 보고는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밖으로 나올 것만 같았고 머릿속이 새하얘졌다.“이런 미친놈!”모두가 생각하고 있던 단어를 조명주가 내뱉으며 의자를 뒤로 젖힌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하지만 바로 제지하기엔 너무 먼 거리라 조명주는 소리를 질러 이 미친 짓을 멈추게 할 수밖에 없었다.“강준석 씨,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 총 내려놔요 당장!”“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빌면 봐줄게.”강준석은 조명주의 경고를 무시한 채 임유환을 향해 말했다.“하하, 할 수 있으면 어디 쏴봐요.”임유환은 여전히 여유로운 듯 웃으며 말했는데 그 모습 어디에도 두려움은 없었다.“저 바보! 강준석 손에 총도 있는데 왜 또 자극하는 거야!”조명주는 답답한 임유환에 열 받은 채 입술을 깨물고 있었고 강준석은 되려 당황해 되물었다.“넌 죽는 거 안 무서워?”“죽는 건 무섭죠. 근데 당신이 들고 있는 총알도 없는 가짜 총은 안 무서워요.”임유환이 담담히 말하자 강준석의 동공이 작아지더니 입가에 걸린 비열한 미소가 더 짙어지며 말했다.“너 지금 네가 뭐 아주 대단한 거라도 알아챈 줄 알지? 넘겨짚지 마.”“그럼 방아쇠 당겨 봐요.”임유환이 웃으며 내뱉은 그 당돌한 말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 눈에 비치는 임유환은 진짜 총도 제대로 구분 못 하는, 죽지 못해 안달이 난 미친놈이었다.“진짜 왜 이렇게까지 멍청한 거야. 눈 딱 감고 무릎 꿇으면 목숨은 건질 텐데!”조명주는 자신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보이는 임유환의 행동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조명주는 당장이라도 무대에 올라가 강준석을 막고 싶었지만 그 행동에 자극받은 강준석이 조명주가 올라가기도 전에 방아쇠를 당길까 봐 이도 저도 못하고 있었다.넋을 놓고 있던 최서우도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강준석을 향해 애원하기 시작했다.“준석 씨, 진정해요!”“진정? 내가 어떻게 진정해!”최서우가 임
탕!방아쇠가 당겨졌고 총소리가 파티장에 울려 퍼졌음에도 사람들이 예상했던 피로 자욱한 화면은 보이지 않았다.조명주도 잠시 멈칫하다 강준석의 총을 뺏어 확인해보니 임유환 말대로 정말 총알이 들어있지 않았다.“씨X, 진짜 총알이 없는 거였어!”총알이 없단 소리에 장문호는 괜한 기대를 했단 생각이 들며 표정이 어두워졌다.“후...”최서우도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잔뜩 긴장했던 다리에도 힘이 풀려갔다.파티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안도하며 손에는 모두 식은땀이 난 채 긴장이 풀려 주저앉았다. 강준석은 정말 제대로 미친놈이었다.임유환은 여전히 아무 변화 없는 아까와 같은 표정으로 강준석을 보았다. 결과는 임유환이 예상했던 바와 같았기에 그의 얼굴에는 놀라움도 안도도 보이지 않았다.“축하해, 잘 맞췄네. 내 총엔 총알이 없었어.”강준석은 입꼬리는 올렸지만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기괴한 표정을 한 채 임유환을 보고 있었다.임유환이 총알이 없다는 걸 처음부터 알아챈 탓에 또 한 번 강준석의 체면이 구겨져 강준석은 입술을 깨물며 임유환을 노려보았다.그런데 임유환이 어떻게 총알이 없음을 보아낸 것인지는 강준석도 의아했다.그때 무대 위로 올라온 조명주가 강준석을 향해 소리쳤다.“강준석 씨, 미쳤어요?!”“하하.”조명주의 호통에 강준석은 실성한 사람마냥 웃으며 말했다.“네, 저 미쳤어요 조 중령님. 저 서우 씨를 너무 사랑해서 이미 미친 것 같다고요!”“강준석 씨가 지금 하는 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에요!”조명주는 화를 내며 눈썹을 치켜세운 채 한마디 덧붙였다.“그리고 불법적으로 총기를 소지하셨죠. 중령으로서 지금 강준석 씨를 체포합니다.”“불법적 총기 소지요?”강준석은 조명주의 말에 오히려 당당한 듯 웃으며 말했다.“조 중령님도 아까 보셨잖아요. 이건 그저 총알도 없는 가짜 총일 뿐이에요. 이걸로 절 잡기엔 너무 과잉 수사 아닌가요?”강준석은 말을 하며 총을 손가락에 건 채 일부러 조명주 앞에 대고 흔들었다.조명주가 자세히 확
“너 뭐라고 했어 방금?”발걸음을 멈추고는 임유환을 보며 묻는 강준석의 얼굴은 가라앉았던 분노가 다시 차오르는 듯 보였다.최서우도 자꾸만 일을 벌이는 임유환에 그의 귓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유환 씨, 그만하고 그냥 빨리 가라고 해요...”최서우는 임유환이 저를 위해 나서주는 건 알지만 강씨 집안 강준석을 상대로 이기는 건 거의 불가능했기에 임유환이 다치기라도 할까 두려워 필사적으로 말렸다.“걱정 마요 서우 씨, 강준석 같은 놈한테 안 당해요.”임유환이 웃으며 말하자 최서우도 동공이 흔들렸고 그 말을 들은 강준석은 제가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표정을 굳히고 말했다.“너 진짜 죽고 싶어? 아까 조 중령님 봐서 한 번 넘어가 줬더니 정말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지금 여기가 P 시였으면 넌 이미 사지가 찢겨서 죽었어!”강준석은 제 살기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말했지만 임유환은 턱을 매만지며 여유롭게 받아쳤다.“근데 여긴 S시네요.”“그럼 뭐 내가 못 죽일 것 같아?”강준석은 눈을 분노에 차 이글거리며 문 쪽에 대고 소리쳤다.“야, 이 새끼 죽여!”강준석의 말이 끝나자 손엔 철로 된 글러브를 끼고 살벌한 기운을 내뿜는 장정 열댓 명이 파티장 안으로 들이닥쳤는데 한눈에 봐도 조폭들 같아 보였다.그리고 그들이 재빠르게 임유환을 에워싸자 무대 아래의 사람들은 또다시 숨을 죽였다.그리고 장문호의 얼굴에는 다시 웃음이 피어올랐다.정말 임유환은 죽을 길을 본인이 찾아가고 있었다.“강준석 씨, 왜 이래요!”조명주는 눈앞에 늘어진 조폭들을 보며 강준석을 향해 소리쳤지만 강준석은 낮은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조 중령님, 저와 저놈 사이의 일에 더 이상 관여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일이 끝나면 조 중령님께는 제가 정식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강준석 씨!”눈을 치켜뜨며 나서서 임유환을 도우려 하는 조명주를 임유환은 웃으며 제지했다.“조 중령님, 저런 놈들 상대하는데 중령님까지 나설 필욘 없어요.”임유환이 아직도 웃으며 얘기하자
큰 파티장에는 고요한 정적을 뚫고 남자의 비명만이 울려 퍼졌으며 사람들의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시선이 임유환에게로 향해있었다.임유환은 철 글러브를 낀 채 날아오는 주먹을 잡아냈을 뿐만 아니라 그 팔까지 잡아 비틀어버렸다. 이건 일반적인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조명주도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지만 이내 부대의 군사들도 이기는 실력자니 저런 조폭을 막아 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여겨지며 아까 했던 임유환을 향한 걱정들이 다 부질없는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귓전을 때려오는 비명소리에 깜짝 놀라며 눈을 떴던 최서우도 비명이 임유환이 아니라 조폭 입에서 나온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 의아해했다.설마... 유환 씨가 저렇게 만든 건가?모두들 놀라는 가운데 강준석은 놀람보다 치욕스러움이 더 문제였다. 임유환에게 이렇게 대단한 힘이 있을 줄 몰랐는데 이렇게 된 이상 제가 여기서 더 망신당할 순 없었기에 끝을 봐야만 했다.강준석은 나머지 남자들을 보며 소리쳤다."뭐해?! 다 같이 저놈 죽여!""예!"우렁차게 대답을 한 열댓 명의 장정들은 강철로 된 글러브를 낀 주먹을 일제히 임유환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 그 주먹들이 동시에 바람을 가르며 살벌한 소리를 냈다."저런 비겁한 자식!"조명주는 끝까지 치사한 강준석에 이를 갈았지만 정작 임유환의 표정은 누구보다 평온해 보였다.임유환은 천천히 한 발 내디디며 순식간에 열댓 명의 장정들을 때려눕혔다. 그 주먹이 날아가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마치 언뜻언뜻 비치는 번개 같기도 했다."아아아..."열몇 명의 장정들이 하나같이 쓰러져 신음을 흘려대는 모습에 사람들은 깜짝 놀라 숨을 들이마시며 임유환의 숨겨졌던 실력에 혀를 내둘렀다.최서우도 마찬가지로 눈앞의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어떻게 이래..."강준석은 낯빛이 창백해진 채 입술을 깨물었다.가장 실력이 좋다는 놈들로 골라왔는데 어떻게 임유환과 한 번의 합도 겨루지 못하는지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왔다.그때 단숨에 수많은 조폭들을 처리해버린 임유환
강준석은 동공이 확 작아지며 임유환에게 화를 내려 했는데 그 순간, 임유환에 눈에 비친 살기를 본 강준석은 등골이 오싹해지며 저를 죽이겠다는 임유환의 말이 단순 허세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강준석은 자존심을 굽힐 순 없었기에 이미 바닥에 떨어진 체면을 어떻게라도 끌어올려 보려 입을 열었다.“감히 나한테 그런 말을 하다니, 네 용기 하나는 내가 인정해줄게.”“남자가 용기도 없으면 쓰나.”임유환은 강준석의 말 따윈 이젠 제게 통하지 않는다는 듯 받아치며 임유환에게로 걸어갔다.“왜 이래!”강준석이 펄쩍 뛰며 뒷걸음질을 치자 임유환은 눈썹을 까딱이며 말했다.“왜요, 무서워요 내가?””무서우면 빨리 최서우 씨한테 제대로 사과해요. 그리고 앞으로도 곤란하게 굴지 않겠다 약속하면 오늘은 그냥 보내줄게요.”“싫다면?”음침한 눈빛을 하고 가늘게 뜬 강준석의 눈을 바라보며 임유환은 차갑게 말했다.“그럼 못 나가는 거지.”임유환은 더 이상 강준석의 장난질에 맞춰줄 시간이 없었다. 강씨 집안의 손자 따위야 마음만 먹으면 지금 바로 죽인다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위치에 있는 사람, 그게 임유환이었다.“꿀꺽.”임유환이 살기를 드러내자 강준석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는데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임유환에게까지 들릴 것 같았다.강준석은 그제야 위험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을 인지했는지 온몸이 생각과 달리 떨려왔다.그때 임유환이 한 걸음 한 걸음 강준석을 향해 다가오자 강준석은 더는 고민할 여지가 없어 다급히 외쳤다.“사... 사과할게!”달갑지 않으면서도 마지못해 내뱉은 그 말에 사람들은 또 한 번 숨을 들이마시며 놀라움에 휩싸였다.“서우 씨, 미안했어요 아까는.”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최서우에게 사과를 한 강준석은 다시 임유환을 보며 이를 악문 채 말했다.“됐지 이제?”“네.”임유환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준석은 파래진 얼굴로 무대에서 내려갔다.강준석은 임유환 때문에 곤두박질친 제 체면을 언젠가는 꼭 찾아오리라 다짐하며 살기가 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