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에 대해 말하자면 쇼맨십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무진의 마음속에서도 절대 예민주에게 이 사실을 알려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5년 동안의 같이 있으면서도 무진의 마음은 움직인 적이 없었다.무진 자신이 변심해서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닌지 자신에게 묻고 싶을 정도였다.그러나 사실은 무진의 마음이 허전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뭔가 부족한 것 같았지만, 구체적으로 그게 무엇인지는 무진 자신도 잘 몰랐다.“무진 씨, 왜 그래요?”예민주의 목소리에 무진은 머리속을 맴돌던 생각을 다잡았다.“괜찮아.”“국제무역박람회가 곧 정식으로 시작될 거예요. 우리 자리에 가서 앉아요. 장 회장님은 이미 내가 보냈어요.”예민주는 무진을 위해 정성을 다해서 노력했다. 무진이 접대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예민주가 맡아 처리했다.잠시 후, 국제무역박람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 앉았다.오랫동안 박람회를 준비한 사회자가 천천히 나와서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이번 국제무역박람회의 사회자로 나서게 되어 영광입니다.” “우선 이번 국제무역박람회에 오신 WS그룹의 강 무진 대표님을 박수로 모시겠습니다.”말소리가 막 떨어지자 불빛이 일제히 무진의 몸을 눈부시게 비췄다.그 소리에 일어난 무진은 행사 진행 스태프가 건네준 마이크를 받았다.“이번 국제무역박람회에 참가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이번 행사에서 더 많은 기업인을 만나서 우리 기업들의 발전에 보탬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강 대표님 옆에 계신 아가씨가 누군지 보겠습니다. 아, 예민주 씨군요. 강 대표님과 예민주 씨는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지요!”예민주가 일어나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안녕하세요, 무진 씨의 여자친구 예민주입니다.”예민주가 공공장소에서 자신과 무진의 관계를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오늘 성연이 여기에 있기 때문에!무진은 기억을 잃었기에 예민주는 비로소 그 기회를 빌어서 지금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때가 되자, 원래 무미건조했던 국제무역박람회가 비로소 생기를 좀 찾은 듯했다. 성연은 참석자들의 관심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자가 소개하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분분히 성연의 모습을 보려고 했다.그리고 이 여왕은 일어난 뒤에도 기품을 조금도 잃지 않았다.“여기에 와서 여러분을 알게 되어 영광입니다. 성진그룹이 오늘이 있게 된 것은 행운뿐만 아니라 실력을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성진그룹의 발전을 기대해 주세요.”앉아 있던 사람들은 성연이 이번에 협력할 파트너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 말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모두가 성진그룹에 기대감을 가지고 앞장서서 길을 닦고, 다른 회사들에게 먼저 협력하자고 자신을 찾아오라고 말한 것이다. 이 말이 나오자 수동적인 입장은 곧바로 주동적인 입장으로 변했다.성연의 말을 들은 무진은, 자신도 모르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항간에 사업의 귀재가 있다고 떠돌던 말이 명실상부한 사실인 모양이야.”예민주는 화를 드러낼 수도 없었다. 자신이 가까스로 체면을 세우는가 싶었는데 결국 성연이 승리를 거두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무진 씨가 뜻밖에도 송성연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다는 거야.’ ‘만약 두 사람이 앞으로 또 협력하면서 서로 왕래하다 보면, 무진 씨는 송성연을 기억하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나는 어려운 지경에 빠져서 자신을 지키기도 어렵게 되겠지.’“무진 씨, 항간의 소문은 다 믿을 수가 없어요. 송성연에게 무슨 사업의 귀재라는 별명이 있겠어요? 단지 모두 허위로 날조했을 뿐이에요.” “내가 보기에는 별다른 것도 없는 것 같아요. 무진 씨, 그렇죠?”무진은 눈썹을 찌푸렸다. ‘예민주는 원래 이렇게 다른 사람의 험담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야. 그런데 왜 저 송성연에 대해서는 이상하게 변하는 거지?’“송성연 씨에 대한 그 말들의 속뜻을 이해하고 말하는 거야?”무진은 예민주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반문했다.예민주는 우물거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예민주는 터무니없이 날조하는 능력을 남김없이 발휘했다. 예민주는 자신이 성연을 이렇게 말했는데도, 무진의 마음이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예민주의 일장 연설을 들은 무진은 왠지 직접 이 여자를 이해하고 싶어졌다. ‘송성연의 말투나 행동은 민주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나쁘게 보이지는 않았어.’“민주야,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까 걱정하는 네 마음은 알아. 그러나 나는 저 사람이 정말 사업의 귀재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더 알고 싶어.” “네가 한 그 말들도 모두 알고 있어.”“내가 줄곧 내 마음으로 사람을 보는데, 이 점은 너도 알고 있을 거야.”무진이 여전히 이렇게 말하는 걸 보자 예민주는 분노했다.“무진 씨!”무진이 다시 예민주에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송성연 씨를 만나봐야겠어.”성연의 맞은편으로 간 무진은 술잔을 들고 먼저 건배를 제의했다.“안녕하세요, 송성연 씨.”무진의 눈빛이 자신을 향하자, 성연은 이번에 무진과 교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자신이 일찍이 너무나도 사랑했던 사람이자, 또한 자신의 수많은 꿈의 원천이기도 했다.꿈속에서, 무진은 여전히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고, 그들은 여전히 예전으로 돌아갔다.그러나 현실에서 그들은 돌아갈 수 없었다. 무진은 기억에서 완전히 송성연이라는 존재를 잊어버린 것이다.지금의 자신은 새롭게 태어난 사업의 귀재 성연이다.“안녕하세요.”성연은 무진처럼 편하게 대할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이기에.성연은 무시하고 전혀 개의치 않는 가장 어리석은 방법을 선택했다. 이렇게 해야만 성연은 자신은 이미 무진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자신에게 최면을 걸 수 있을 것이다.성연이 자신을 이렇게 따돌리는 모습을 본 무진은, 자신의 소개가 제대로 되지 않은 걸로 여기고 다시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송성연 씨, 안녕하세요, 저는 WS그룹의 대표 강무진입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무진의 이런 모습을 보자 성연의 마음은 더욱 괴로워졌다.
예민주는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무진과 성연을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성연은 차갑고 담담했지만, 오히려 무진이 평소와 달랐다.예민주는 갑자기 좀 당황했다. 무진이 단서들 속에서 뭔가를 회상할 수 있다면, 그건 예민주에게 아주 불리할 것이다.무진은 자신에 대한 성연의 태도가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르다는 것을 깨닫자, 자신도 모르게 추궁하듯이 물었다.“송성연 씨, 혹시 이전에 저를 아셨습니까?”성연의 몸이 미미하게 떨리면서, 두 눈에는 알 수 없는 기색이 어려 있었다.‘아마도 무진 씨가 아직까지 약간의 인상은 가지고 있는 모양이야. 하지만 결국은 기억하지 못하겠지.’성연은 마치 마지막 승부를 하듯이 손에 든 와인을 단숨에 마셨다.“아니요. 이전에 우리는 만난 적도 없어요. 앞으로도 나는 당신과 어떤 업무상의 협력도 하고 싶지 않아요.”“송성연 씨의 뜻은 WS그룹이 싫다는 겁니까? 아니면 제가 싫다는 겁니까?”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해 전혀 다른 성연의 태도는 정말 무진이 갈피를 잡지 못하게 했다. 무진 자신이나 WS그룹도 성연이 합작하려 하지 않는 대상일 수 있지만, 무진은 이런 좋은 기회를 이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강 대표님, 무슨 말씀이세요?”“당신이 싫든 WS그룹이 싫든 무슨 상관이 있나요?”성연은 또 와인 한 잔을 가지러 갔다. 지금까지 무진을 다시 만날 생각을 한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날카롭게 맞서는 모습이었다.성연은 단지 무진을 자신으로부터 좀 멀리 떨어지게 하고 싶을 뿐이다. 또다시 무진을 자신의 삶과 자신의 세계로 들어오게 하지 않기 위해서 서슬이 시퍼렇게 대할 뿐.‘그리고 무진 씨는 단지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협력하려는 거야.’‘만약 사업의 귀재라는 별명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다시 만날 수 없었겠지. 아마도 지금의 무진 씨를 다시 만날 수 없었을 거야.’“송성연 씨, 저는 당신이 제 성의를 알아줄 거라고 믿습니다. 만약 제가 문제라면 꼭 제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회사가 문제라면
이미 이 정도까지 말이 나오자, 무진은 성연을 협력에 동의하게 하는 것이 그야말로 더없이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그러나 무진은 성연이 사업의 귀재라는 말에 의문이 들었다. ‘WS그룹과 합작한다면, 자신들의 이익과 WS그룹의 이익이 모두 극대화될 것임을 잘 알고 있을 거야.’ ‘이렇게 안정적으로 이익을 얻으면서 손해를 보지 않는 사업은 어떤 사업가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어. ‘특히 송성연처럼 사업의 귀재라고 일컬어지는 사람은 이 점을 더욱 잘 알고 있을 거야.’‘설마 WS그룹이 이전에 송성연과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성연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무진은 사람을 보내서 조사할 수밖에 없다고 깨닫게 되었다. ‘여기에는 틀림없이 원인이 있을 거야.’그 이해 관계를 성연은 당연히 알고 있지만, 자신과 협력하겠다는 사람이 무진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큰 이익이 있더라도, 성연은 절대로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성연은 정말 두려웠다. 자신이 다시 한 번 바닥도 보이지 않는 절벽에서 떨어지면서, 또 다시 산송장처럼 암담한 나날을 보내게 될까 두려웠다.“당신의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 사업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송성연 씨께서 제게 친구가 될 수 있는 영광을 주실지 모르겠네요?”무진이 가진 카드는 많았다. ‘송성연에게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이 감정의 카드로 갈 수밖에 없어. 먼저 친구가 되면, 그래도 이야기하기가 쉬워질 거야.’“강 대표님, 보아하니 당신은 오늘 기어코 저를 무너뜨리려고 하시는 것 같네요. 다만 저는 친구는 친구고 동업자는 동업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기왕에 오늘 저와 친구가 되려고 하신다면, 더 이상 대표님의 WS그룹으로 저를 유혹하지 마시기 바랍니다.”성연은 너무 무서워서 도박이라도 하고 싶었다. ‘무진이 송성연이라는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 성진그룹을 포기할까?’무진의 생각과 선택은 모르지만, 성연도 한번 시험을 해 보고 싶었다.“송성연 씨는 제가 WS그룹으로 유혹한다고 하셨는데, 왜 둘 다 가
성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 성연은 다음에 다시 만나기를 바랐다. 아마도 과거나 미래의 자신도 나중에 다시 만나기를 바랐을 것이다. 5년이 지났으니 원래는 담담하게 무진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고, 무진과 마찬가지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사실상 성연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성연이 보물처럼 여기는 그때의 감정을 잊을 방법이 없었다.게다가 지금 무진의 곁에는 이미 예민주라는 다른 사람이 있다.모든 업계의 사람들이 다 무진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성연도 때로는 무진이 진정으로 예민주를 사랑하고, 함께 의지하며 지낼 거라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들었다.그리고 성연은 결국 무진의 감정 속에서, 스쳐 지나간 한때의 여자에 지나지 않았다.성연은 천천히 한숨을 쉬었다. 다른 회사의 사람들을 다시 찾아서 사업을 이야기하면서 무진에게 집중된 생각을 분산시키려 했다. 그러나 하필이면 예민주가 자신이 있는 쪽으로 걸어올 줄은 몰랐다. 마치 성연에게 선전포고라도 하는 것처럼!예민주는 줄곧 옆에서 기회를 엿보면서 몰래 듣고 있었다. 무진이 떠나가자, 예민주는 그제서야 성연의 앞에 나섰다. ‘비록 송성연이 무진 씨에게 전혀 기회도 주지 않았지만, 무진 씨는 끝까지 쫓아다녔어.’ ‘만약 앞으로 협력이 성공한다면, 두말할 것 없이 큰 우환이 될 거야.’예민주는 당연히 적이 틈을 엿볼 기회를 전혀 주지 않을 작정이다.“송성연 씨, 안녕하십니까? 자기소개를 하지요. 저는 WS그룹 강무진 대표의 약혼녀인 예민주입니다.”예민주는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한 말은 분명히 성연의 속을 뒤집어 놓으면서 동시에 무진에 대한 소유권을 선포한 것이다. 성연에게 지금의 자신이야말로 무진의 마음속 여자이자 곧 아내가 될 사람이라고 말한 것이다.“성진그룹 회장 송성연입니다.”성연은 호의를 품지 않았지만 겉으로는 이렇게 가장한 예민주를 보자, 문득 자신이 예전에 이 예민주가 무슨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했던 것도 무리가
“농담일 뿐이에요. 다만 모두가 저를 약한 여자라고 생각하고, 겉만 번지르르한 별명을 붙였을 뿐이에요.” “그런데 예민주 씨가 어떻게 저 같은 사람의 일에 이렇게 관심을 가지는지 모르겠네요.”예민주는 격장지계를 써서 성연이 먼저 화를 내게 하려고 했지만, 지금의 성연은 이런 보잘것없는 잔재주에 넘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한 걸음 물러선 성연이 예민주가 먼저 참지 못하도록 공격했다.“천만의 말씀을 다 하시네요. 뭐라고 할까요... 송성연 씨도 성진그룹의 회장인데, 어떻게 그렇게 자신을 비하하세요?”예민주도 바보가 아니다. 그녀와 성연 모두 이 5년 동안 이미 많이 성장했다. 무진의 옆에 있는 5년 동안, 예민주는 지금까지 위기감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성연이 돌아온 후부터 예민주는 모두 위기라고 느꼈다. ‘송성연이 있는 한, 내게는 단 하루도 좋은 날이 없을 거야.’“그럼 저는 예민주 씨가 저를 높이 평가해 준 것에 감사해야 되겠군요?” “다만 예민주 씨가 이렇게 저와 이야기를 나눌 한가한 틈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왜 원래대로 강 대표 곁에 있지 않고 말이죠?”성연이 무진에 대해 언급하자, 예민주는 자신의 주변 곳곳에 위기가 도사리고 있음을 느꼈다. ‘그런데 송성연이 이번에 귀국한 것도 무진 씨 때문인가?’ 예민주는 문득 더 이상 성연에게 이런 수작을 부리지 않겠다고 생각한 예민주는, 방금 전의 온화하고 다정한 모습에서 천륜조차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으로 자신의 모습을 바꿨다.“언니, 언니한테 격식을 갖춰서 말하지 않겠어요. 어떻게 보면 우리도 동문이에요. 그렇지 않아요? 도대체 뭘 하려고 이번에 돌아온 거예요?”더 이상 연극을 벌이지 않는 예민주의 모습을 보자, 성연의 마음은 오히려 상쾌했다. ‘과연 무진 씨만 언급하면, 예민주는 아무 때나 짓밟을 수 있는 벌레에 불과해.’성연은 이미 이겼다. 예민주가 먼저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지만, 성연은 시종일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아무래도 사매가 결국 더 이상 가장할 수 없게 된 모양이
현실로 돌아와도 자신과 무진은 두 평행선처럼 영원히 서로 교차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성연은 수년 간의 감정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는 게 달갑지 않은 듯했다.“언니, 저는 원래 5년 동안 언니가 모든 걸 내려놓은 줄 알았어요. 그런데 왜 또 돌아오겠다는 건가요?”“언니는 무진 씨 아이를 잘 키우고 있지 않아요? 그리고 언니 회사는 이미 그렇게 잘 발전했는데, 왜 다시 돌아와서 나와 무진 씨 생활을 방해하려는 거예요?”“더군다나 지금의 언니는 이미 예전과 달라요. 독립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는 언니는 수많은 신세대 여성들의 본보기가 됐잖아요?” “언니가 이렇게 아름다우니까, 언니 주변에도 구애하는 뛰어난 남자들이 부족하지 않겠지요. 왜 아직도 무진 씨를 놓지 못하는 거예요?”예민주는 마치 광기에 사로잡힌 것처럼 온갖 말을 가리지 않고 했다. 그저 성연을 영원히 철저하게 무진의 시선에서 사라지게 만들고 싶었다. 만약 성연이 하루라도 무진의 옆에 있다면, 자신은 정말 영원히 무진의 마음속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미련하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다만 성연과 무진은 더 이상 조금의 가능성도 없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다.“그게 뭐 어때서? 내가 돌아오고 싶어서 돌아온 건데. 예민주, 너는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내가 빼앗을까 봐 두려워?”“하지만 네가 지금 가지고 있는 이 모든 건 원래 나 송성연의 것이라는 걸 잊었어?” “너는 짝퉁에 불과해. 네가 무슨 자격으로 여기서의 내 생활을 간섭하는 거야?”성연은 예민주가 걱정하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성연이 생각지도 못한 것은, 자신이 오늘 무진을 보자마자 예민주가 이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말 성연의 예상을 뛰어넘는 광기였다.‘지금의 예민주는 완전히 미친 X 같아.’ 성연은 마음속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조차 완전하게 가질 수 없는 예민주가 좀 불쌍하다고 느껴졌다.“언니, 왜 그러는 거예요? 무진 씨는 이미 언니를 잊어버렸어요. 언니를 기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밤 자선 경매의 사회자입니다. 이번 경매의 수익금은 모두 빈곤한 지역의 아이들 교육 자금으로 기부할 예정입니다.” “네, 그럼 함께 첫 번째 경매물을 볼까요.”“미스 왕이 직접 그린 그림입니다.”성연은 망설이지 않았다. ‘미스 왕은 많은 인맥을 가지고 있어. 이 그림을 통해 미스 왕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성진그룹의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거야.’“오늘 처음 입찰하신 분이 성진그룹의 송성연 회장님이실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자 숫자 세겠습니다. 하나.”“셋...”“축하합니다. 성진그룹 송성연 회장님께서 미스 왕의 그림을 낙찰 받으셨습니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송 회장님의 경매 참여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송 회장님께서 꼭 좋은 보답을 받으실 거라고 믿습니다. 네, 그럼 다음 경매물을 보도록 하겠습니다.”바깥을 한 바퀴 돈 무진은 자선 경매가 시작될 무렵 돌아왔다. 예민주의 조급해하는 모습을 보자 위로하며 말했다.“내가 왔으니까 좋아하는 물건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예민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말하는 사이에, 성연은 이미 이번 첫 경매물을 낙찰 받아서 이미 충분히 체면치레를 했다.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성진그룹의 자금 능력과 성연의 선량한 마음을 알아차렸다.성연은 일거에 많은 것을 얻은 셈이다. 그 자리에서 사람들의 찬사를 받은 데다가 미스 왕의 작품을 낙찰 받아 목적을 달성했다. 또 가난한 아이들에게 더욱 좋은 교육 환경도 줄 수 있는데, 왜 기꺼이 참여하지 않겠는가?다음 몇 개의 경매물은 명문가의 자녀들이 기부한 작품들로 모두 평범한 작품들이다. 성연은 하나를 낙찰 받아 체면치레를 했기에, 그다지 개의치 않고 조용히 기다렸다.“다음 경매물은 서예의 대가로 명성이 널리 알려지신 황 교수님의 작품입니다.”“황 교수님의 작품은 서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장 소장하고 싶어하는 보물이지요.”“이제 경매를 시작합니다.”말이 끝나자마자 성연은 입찰 팻말을 들었다. 비록 성
예민주는 이번에 성연을 건드려서 화나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성연이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꺼지라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보아하니 송성연은 여전히 무진 씨를 신경 쓰는 모양이야.’“송성연, 무진씨가 나를 데리고 낭만의 도시 파리에 간 적이 있다는 거 알아?” “우리는 천천히 거리를 거닐다가 하나씩 음식을 맛보았어. 그곳에서 정말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지.” “또 거기서 무진 씨가 내게 청혼했어. 우리는 지금 약혼한 상태야.”“우리 웨딩 사진을 찍을 날도 이미 정했어. 무진씨가 많은 얘기를 한 것도 넌 모르겠지.”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신혼여행을 가서 멋진 바다 구경을 하기로 했어.”“즐겁게 살면서 아이를 낳고 일생을 두 사람이 함께 하기로 말이야...”예민주는 여세를 몰아서 성연을 계속 압박했다. 자신이 말한 걸 성연이 믿을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해야 누구도 자신과 무진을 갈라 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성연이 깨닫게 될 것이다.“그만해! 더 이상 말하지 마. 듣고 싶지 않아!”자신을 빨리 물러나게 하기 위해서, 예민주가 격장지계를 쓰고 있다는 것을 성연이 모르는 건 아니다. 그러나 성연은 그럼에도 자신의 마음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일단 무진에 대한 일을 접하기만 하면, 자신의 생각처럼 그렇게 냉정해질 수가 없는 것이다.예민주가 내뱉는 말이 마치 칼날처럼 성연의 마음속에 단단히 박히는 듯했다. 성연의 머리속은 온통 예민주와 무진이 손을 잡고 사랑을 나누는 모습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성연은 두 사람의 모습으로 가득한 자신의 마음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 마침 웨이터가 성연의 곁을 지나가자, 술잔을 집어 든 성연은 망설임 없이 예민주의 얼굴에 술을 뿌렸다. 이렇게 해야 예민주의 말을 멈추게 하고, 성연 자신도 평온한 마음을 회복해서 다시 걸출한 사업가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아!? 송성연, 무슨 짓이야? 너 미친 거 아니야?”와인이 예민주의 어여쁜 얼굴에 뿌려지자 예민주는 비명을
현실로 돌아와도 자신과 무진은 두 평행선처럼 영원히 서로 교차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성연은 수년 간의 감정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는 게 달갑지 않은 듯했다.“언니, 저는 원래 5년 동안 언니가 모든 걸 내려놓은 줄 알았어요. 그런데 왜 또 돌아오겠다는 건가요?”“언니는 무진 씨 아이를 잘 키우고 있지 않아요? 그리고 언니 회사는 이미 그렇게 잘 발전했는데, 왜 다시 돌아와서 나와 무진 씨 생활을 방해하려는 거예요?”“더군다나 지금의 언니는 이미 예전과 달라요. 독립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는 언니는 수많은 신세대 여성들의 본보기가 됐잖아요?” “언니가 이렇게 아름다우니까, 언니 주변에도 구애하는 뛰어난 남자들이 부족하지 않겠지요. 왜 아직도 무진 씨를 놓지 못하는 거예요?”예민주는 마치 광기에 사로잡힌 것처럼 온갖 말을 가리지 않고 했다. 그저 성연을 영원히 철저하게 무진의 시선에서 사라지게 만들고 싶었다. 만약 성연이 하루라도 무진의 옆에 있다면, 자신은 정말 영원히 무진의 마음속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미련하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다만 성연과 무진은 더 이상 조금의 가능성도 없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다.“그게 뭐 어때서? 내가 돌아오고 싶어서 돌아온 건데. 예민주, 너는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내가 빼앗을까 봐 두려워?”“하지만 네가 지금 가지고 있는 이 모든 건 원래 나 송성연의 것이라는 걸 잊었어?” “너는 짝퉁에 불과해. 네가 무슨 자격으로 여기서의 내 생활을 간섭하는 거야?”성연은 예민주가 걱정하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성연이 생각지도 못한 것은, 자신이 오늘 무진을 보자마자 예민주가 이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말 성연의 예상을 뛰어넘는 광기였다.‘지금의 예민주는 완전히 미친 X 같아.’ 성연은 마음속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조차 완전하게 가질 수 없는 예민주가 좀 불쌍하다고 느껴졌다.“언니, 왜 그러는 거예요? 무진 씨는 이미 언니를 잊어버렸어요. 언니를 기
“농담일 뿐이에요. 다만 모두가 저를 약한 여자라고 생각하고, 겉만 번지르르한 별명을 붙였을 뿐이에요.” “그런데 예민주 씨가 어떻게 저 같은 사람의 일에 이렇게 관심을 가지는지 모르겠네요.”예민주는 격장지계를 써서 성연이 먼저 화를 내게 하려고 했지만, 지금의 성연은 이런 보잘것없는 잔재주에 넘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한 걸음 물러선 성연이 예민주가 먼저 참지 못하도록 공격했다.“천만의 말씀을 다 하시네요. 뭐라고 할까요... 송성연 씨도 성진그룹의 회장인데, 어떻게 그렇게 자신을 비하하세요?”예민주도 바보가 아니다. 그녀와 성연 모두 이 5년 동안 이미 많이 성장했다. 무진의 옆에 있는 5년 동안, 예민주는 지금까지 위기감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성연이 돌아온 후부터 예민주는 모두 위기라고 느꼈다. ‘송성연이 있는 한, 내게는 단 하루도 좋은 날이 없을 거야.’“그럼 저는 예민주 씨가 저를 높이 평가해 준 것에 감사해야 되겠군요?” “다만 예민주 씨가 이렇게 저와 이야기를 나눌 한가한 틈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왜 원래대로 강 대표 곁에 있지 않고 말이죠?”성연이 무진에 대해 언급하자, 예민주는 자신의 주변 곳곳에 위기가 도사리고 있음을 느꼈다. ‘그런데 송성연이 이번에 귀국한 것도 무진 씨 때문인가?’ 예민주는 문득 더 이상 성연에게 이런 수작을 부리지 않겠다고 생각한 예민주는, 방금 전의 온화하고 다정한 모습에서 천륜조차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으로 자신의 모습을 바꿨다.“언니, 언니한테 격식을 갖춰서 말하지 않겠어요. 어떻게 보면 우리도 동문이에요. 그렇지 않아요? 도대체 뭘 하려고 이번에 돌아온 거예요?”더 이상 연극을 벌이지 않는 예민주의 모습을 보자, 성연의 마음은 오히려 상쾌했다. ‘과연 무진 씨만 언급하면, 예민주는 아무 때나 짓밟을 수 있는 벌레에 불과해.’성연은 이미 이겼다. 예민주가 먼저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지만, 성연은 시종일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아무래도 사매가 결국 더 이상 가장할 수 없게 된 모양이
성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 성연은 다음에 다시 만나기를 바랐다. 아마도 과거나 미래의 자신도 나중에 다시 만나기를 바랐을 것이다. 5년이 지났으니 원래는 담담하게 무진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고, 무진과 마찬가지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사실상 성연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성연이 보물처럼 여기는 그때의 감정을 잊을 방법이 없었다.게다가 지금 무진의 곁에는 이미 예민주라는 다른 사람이 있다.모든 업계의 사람들이 다 무진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성연도 때로는 무진이 진정으로 예민주를 사랑하고, 함께 의지하며 지낼 거라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들었다.그리고 성연은 결국 무진의 감정 속에서, 스쳐 지나간 한때의 여자에 지나지 않았다.성연은 천천히 한숨을 쉬었다. 다른 회사의 사람들을 다시 찾아서 사업을 이야기하면서 무진에게 집중된 생각을 분산시키려 했다. 그러나 하필이면 예민주가 자신이 있는 쪽으로 걸어올 줄은 몰랐다. 마치 성연에게 선전포고라도 하는 것처럼!예민주는 줄곧 옆에서 기회를 엿보면서 몰래 듣고 있었다. 무진이 떠나가자, 예민주는 그제서야 성연의 앞에 나섰다. ‘비록 송성연이 무진 씨에게 전혀 기회도 주지 않았지만, 무진 씨는 끝까지 쫓아다녔어.’ ‘만약 앞으로 협력이 성공한다면, 두말할 것 없이 큰 우환이 될 거야.’예민주는 당연히 적이 틈을 엿볼 기회를 전혀 주지 않을 작정이다.“송성연 씨, 안녕하십니까? 자기소개를 하지요. 저는 WS그룹 강무진 대표의 약혼녀인 예민주입니다.”예민주는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한 말은 분명히 성연의 속을 뒤집어 놓으면서 동시에 무진에 대한 소유권을 선포한 것이다. 성연에게 지금의 자신이야말로 무진의 마음속 여자이자 곧 아내가 될 사람이라고 말한 것이다.“성진그룹 회장 송성연입니다.”성연은 호의를 품지 않았지만 겉으로는 이렇게 가장한 예민주를 보자, 문득 자신이 예전에 이 예민주가 무슨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했던 것도 무리가
이미 이 정도까지 말이 나오자, 무진은 성연을 협력에 동의하게 하는 것이 그야말로 더없이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그러나 무진은 성연이 사업의 귀재라는 말에 의문이 들었다. ‘WS그룹과 합작한다면, 자신들의 이익과 WS그룹의 이익이 모두 극대화될 것임을 잘 알고 있을 거야.’ ‘이렇게 안정적으로 이익을 얻으면서 손해를 보지 않는 사업은 어떤 사업가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어. ‘특히 송성연처럼 사업의 귀재라고 일컬어지는 사람은 이 점을 더욱 잘 알고 있을 거야.’‘설마 WS그룹이 이전에 송성연과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성연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무진은 사람을 보내서 조사할 수밖에 없다고 깨닫게 되었다. ‘여기에는 틀림없이 원인이 있을 거야.’그 이해 관계를 성연은 당연히 알고 있지만, 자신과 협력하겠다는 사람이 무진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큰 이익이 있더라도, 성연은 절대로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성연은 정말 두려웠다. 자신이 다시 한 번 바닥도 보이지 않는 절벽에서 떨어지면서, 또 다시 산송장처럼 암담한 나날을 보내게 될까 두려웠다.“당신의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 사업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송성연 씨께서 제게 친구가 될 수 있는 영광을 주실지 모르겠네요?”무진이 가진 카드는 많았다. ‘송성연에게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이 감정의 카드로 갈 수밖에 없어. 먼저 친구가 되면, 그래도 이야기하기가 쉬워질 거야.’“강 대표님, 보아하니 당신은 오늘 기어코 저를 무너뜨리려고 하시는 것 같네요. 다만 저는 친구는 친구고 동업자는 동업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기왕에 오늘 저와 친구가 되려고 하신다면, 더 이상 대표님의 WS그룹으로 저를 유혹하지 마시기 바랍니다.”성연은 너무 무서워서 도박이라도 하고 싶었다. ‘무진이 송성연이라는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 성진그룹을 포기할까?’무진의 생각과 선택은 모르지만, 성연도 한번 시험을 해 보고 싶었다.“송성연 씨는 제가 WS그룹으로 유혹한다고 하셨는데, 왜 둘 다 가
예민주는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무진과 성연을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성연은 차갑고 담담했지만, 오히려 무진이 평소와 달랐다.예민주는 갑자기 좀 당황했다. 무진이 단서들 속에서 뭔가를 회상할 수 있다면, 그건 예민주에게 아주 불리할 것이다.무진은 자신에 대한 성연의 태도가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르다는 것을 깨닫자, 자신도 모르게 추궁하듯이 물었다.“송성연 씨, 혹시 이전에 저를 아셨습니까?”성연의 몸이 미미하게 떨리면서, 두 눈에는 알 수 없는 기색이 어려 있었다.‘아마도 무진 씨가 아직까지 약간의 인상은 가지고 있는 모양이야. 하지만 결국은 기억하지 못하겠지.’성연은 마치 마지막 승부를 하듯이 손에 든 와인을 단숨에 마셨다.“아니요. 이전에 우리는 만난 적도 없어요. 앞으로도 나는 당신과 어떤 업무상의 협력도 하고 싶지 않아요.”“송성연 씨의 뜻은 WS그룹이 싫다는 겁니까? 아니면 제가 싫다는 겁니까?”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해 전혀 다른 성연의 태도는 정말 무진이 갈피를 잡지 못하게 했다. 무진 자신이나 WS그룹도 성연이 합작하려 하지 않는 대상일 수 있지만, 무진은 이런 좋은 기회를 이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강 대표님, 무슨 말씀이세요?”“당신이 싫든 WS그룹이 싫든 무슨 상관이 있나요?”성연은 또 와인 한 잔을 가지러 갔다. 지금까지 무진을 다시 만날 생각을 한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날카롭게 맞서는 모습이었다.성연은 단지 무진을 자신으로부터 좀 멀리 떨어지게 하고 싶을 뿐이다. 또다시 무진을 자신의 삶과 자신의 세계로 들어오게 하지 않기 위해서 서슬이 시퍼렇게 대할 뿐.‘그리고 무진 씨는 단지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협력하려는 거야.’‘만약 사업의 귀재라는 별명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다시 만날 수 없었겠지. 아마도 지금의 무진 씨를 다시 만날 수 없었을 거야.’“송성연 씨, 저는 당신이 제 성의를 알아줄 거라고 믿습니다. 만약 제가 문제라면 꼭 제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회사가 문제라면
예민주는 터무니없이 날조하는 능력을 남김없이 발휘했다. 예민주는 자신이 성연을 이렇게 말했는데도, 무진의 마음이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예민주의 일장 연설을 들은 무진은 왠지 직접 이 여자를 이해하고 싶어졌다. ‘송성연의 말투나 행동은 민주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나쁘게 보이지는 않았어.’“민주야,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까 걱정하는 네 마음은 알아. 그러나 나는 저 사람이 정말 사업의 귀재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더 알고 싶어.” “네가 한 그 말들도 모두 알고 있어.”“내가 줄곧 내 마음으로 사람을 보는데, 이 점은 너도 알고 있을 거야.”무진이 여전히 이렇게 말하는 걸 보자 예민주는 분노했다.“무진 씨!”무진이 다시 예민주에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송성연 씨를 만나봐야겠어.”성연의 맞은편으로 간 무진은 술잔을 들고 먼저 건배를 제의했다.“안녕하세요, 송성연 씨.”무진의 눈빛이 자신을 향하자, 성연은 이번에 무진과 교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자신이 일찍이 너무나도 사랑했던 사람이자, 또한 자신의 수많은 꿈의 원천이기도 했다.꿈속에서, 무진은 여전히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고, 그들은 여전히 예전으로 돌아갔다.그러나 현실에서 그들은 돌아갈 수 없었다. 무진은 기억에서 완전히 송성연이라는 존재를 잊어버린 것이다.지금의 자신은 새롭게 태어난 사업의 귀재 성연이다.“안녕하세요.”성연은 무진처럼 편하게 대할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이기에.성연은 무시하고 전혀 개의치 않는 가장 어리석은 방법을 선택했다. 이렇게 해야만 성연은 자신은 이미 무진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자신에게 최면을 걸 수 있을 것이다.성연이 자신을 이렇게 따돌리는 모습을 본 무진은, 자신의 소개가 제대로 되지 않은 걸로 여기고 다시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송성연 씨, 안녕하세요, 저는 WS그룹의 대표 강무진입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무진의 이런 모습을 보자 성연의 마음은 더욱 괴로워졌다.
이때가 되자, 원래 무미건조했던 국제무역박람회가 비로소 생기를 좀 찾은 듯했다. 성연은 참석자들의 관심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자가 소개하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분분히 성연의 모습을 보려고 했다.그리고 이 여왕은 일어난 뒤에도 기품을 조금도 잃지 않았다.“여기에 와서 여러분을 알게 되어 영광입니다. 성진그룹이 오늘이 있게 된 것은 행운뿐만 아니라 실력을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성진그룹의 발전을 기대해 주세요.”앉아 있던 사람들은 성연이 이번에 협력할 파트너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 말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모두가 성진그룹에 기대감을 가지고 앞장서서 길을 닦고, 다른 회사들에게 먼저 협력하자고 자신을 찾아오라고 말한 것이다. 이 말이 나오자 수동적인 입장은 곧바로 주동적인 입장으로 변했다.성연의 말을 들은 무진은, 자신도 모르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항간에 사업의 귀재가 있다고 떠돌던 말이 명실상부한 사실인 모양이야.”예민주는 화를 드러낼 수도 없었다. 자신이 가까스로 체면을 세우는가 싶었는데 결국 성연이 승리를 거두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무진 씨가 뜻밖에도 송성연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다는 거야.’ ‘만약 두 사람이 앞으로 또 협력하면서 서로 왕래하다 보면, 무진 씨는 송성연을 기억하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나는 어려운 지경에 빠져서 자신을 지키기도 어렵게 되겠지.’“무진 씨, 항간의 소문은 다 믿을 수가 없어요. 송성연에게 무슨 사업의 귀재라는 별명이 있겠어요? 단지 모두 허위로 날조했을 뿐이에요.” “내가 보기에는 별다른 것도 없는 것 같아요. 무진 씨, 그렇죠?”무진은 눈썹을 찌푸렸다. ‘예민주는 원래 이렇게 다른 사람의 험담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야. 그런데 왜 저 송성연에 대해서는 이상하게 변하는 거지?’“송성연 씨에 대한 그 말들의 속뜻을 이해하고 말하는 거야?”무진은 예민주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반문했다.예민주는 우물거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