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자, 소지연은 똑똑히 들으려고 일부러 옆으로 다가갔다.“정말 눈뜬 장님이네! 애인은 무슨 애인이야! 저 사람은 성진그룹의 유명한 미녀 회장인 송성연이야!”황 사장과 마주하고 있던 사람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면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어떤 실수도 없이 맹렬하고 신속하게 업무를 추진한다는 바로 그 성진그룹 회장 말이야?”“아니면?”이렇게 대화가 이어지자, 소지연도 이번에 성연이 이번에 멋진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게다가 최근 몇 년간 특히 두드러진 성과를 낸 성진그룹 회장으로 돌아왔어!’성연이 맨손으로 일으켜 세운 성진그룹은 불과 몇 년 만에 지금의 위치에 도달한 것이다.성진그룹이 두각을 나타내자,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그 회장을 재계의 기재라고 칭찬했다.나중에 회장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더 깜짝 놀랐다.소지연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5년 만에 송성연이 마침내 돌아왔어. 이치대로라면 이번에는 어쨌든 무진과 함께 참석해야 하는데...’한 바퀴 둘러보던 소지연은 과연 무진을 발견했다. 다만 지금 무진의 곁에 있는 여자는 더 이상 성연이 아니었다.‘앞서 무진과 예민주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성연이 돌아왔으니 정말 좋은 장면을 볼 수 있겠어!’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몰랐지만, 소지연은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뻐했다.‘정말 재미있어. 송성연의 사매가 송성연의 애인을 빼앗았으니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이야!’생각할수록 흥분한 소지연은 마음속의 기쁨을 억누를 수 없었다. 기왕에 내친 김에 아예 치마를 들고 종종걸음으로 뛰어갔다.손에 와인 잔을 든 소지연이 활짝 핀 꽃처럼 웃으면서 성연을 향해 다가갔다.실수를 가장해서 소지연이 와인을 성연이 입은 흰색 드레스에 뿌리자, 드레스는 곧바로 붉은색으로 물들었다.“미안해, 성연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내가 너무 급하게 서두르다가...”만약 성연이 소지연을 오래 겪어보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 표정에 넘어갔을 것이다
말이 끝나자마자, 성연은 웨이터가 가지고 있던 와인 잔을 들고 소지연의 머리에 뿌렸다. 아름답게 꾸민 소지연의 모습은 순식간에 처참한 꼴로 변했다.소지연의 머리카락은 전부 와인 냄새로 물들었다.화가 난 소지연은 성연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무슨 짓이야! 송성연, 너 정신병자야?”성연은 천천히 한 마디를 내뱉었다.“눈에는 눈으로.”소지연은 성연이 이렇게 자신을 대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지만, 과거의 그 일들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이렇게 되자 성연이 자신의 옷을 와인으로 못 쓰게 만들었지만, 소지연은 억울함을 참고 황급히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소지연이 가버리자, 성연은 그제서야 전화를 걸어 아까의 옷과는 전혀 다른 옷을 보내라고 했다. 원래 입었던 옷이 고상한 아가씨 스타일이라면 새로 보낸 옷은 성연의 기품을 전부 드러내는 여왕 스타일의 옷이다.이 옷으로 갈아입은 성연은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면서 이전의 자신 모습을 떠올렸다. 전혀 다른 사람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성연은 오늘 무진도 참석했고, 예민주도 줄곧 무진의 곁에서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소지연과의 사건이 지나간 뒤, 성연은 다시 국제무역박람회 만찬장으로 다시 돌아갔다. 성연과 사업을 이야기하면서 과감하다고 칭찬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성연의 곁에서 기웃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성연은 모두 한마디로 단호하게 거절했다.예민주는 줄곧 편안히 무진 옆에 있었지만, 성연에게서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지금 이렇게 재물운을 타고난 성연을 보자, 예민주는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답답했다. ‘지금 무진의 곁에 있어도 뭘 할 수 있겠어?’예민주는 여전히 음으로 양으로 성연에게 눌려 있었다. ‘하지만 송성연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는 지금 내 곁에 있어.’ “송성연은 그저 간절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지.”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의 마음은 비로소 상쾌해졌다.‘결국, 송성연은 강무진을 영원히 잃어버렸어.’무진의 명성이 대
무진에 대해 말하자면 쇼맨십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무진의 마음속에서도 절대 예민주에게 이 사실을 알려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5년 동안의 같이 있으면서도 무진의 마음은 움직인 적이 없었다.무진 자신이 변심해서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닌지 자신에게 묻고 싶을 정도였다.그러나 사실은 무진의 마음이 허전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뭔가 부족한 것 같았지만, 구체적으로 그게 무엇인지는 무진 자신도 잘 몰랐다.“무진 씨, 왜 그래요?”예민주의 목소리에 무진은 머리속을 맴돌던 생각을 다잡았다.“괜찮아.”“국제무역박람회가 곧 정식으로 시작될 거예요. 우리 자리에 가서 앉아요. 장 회장님은 이미 내가 보냈어요.”예민주는 무진을 위해 정성을 다해서 노력했다. 무진이 접대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예민주가 맡아 처리했다.잠시 후, 국제무역박람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 앉았다.오랫동안 박람회를 준비한 사회자가 천천히 나와서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이번 국제무역박람회의 사회자로 나서게 되어 영광입니다.” “우선 이번 국제무역박람회에 오신 WS그룹의 강 무진 대표님을 박수로 모시겠습니다.”말소리가 막 떨어지자 불빛이 일제히 무진의 몸을 눈부시게 비췄다.그 소리에 일어난 무진은 행사 진행 스태프가 건네준 마이크를 받았다.“이번 국제무역박람회에 참가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이번 행사에서 더 많은 기업인을 만나서 우리 기업들의 발전에 보탬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강 대표님 옆에 계신 아가씨가 누군지 보겠습니다. 아, 예민주 씨군요. 강 대표님과 예민주 씨는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지요!”예민주가 일어나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안녕하세요, 무진 씨의 여자친구 예민주입니다.”예민주가 공공장소에서 자신과 무진의 관계를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오늘 성연이 여기에 있기 때문에!무진은 기억을 잃었기에 예민주는 비로소 그 기회를 빌어서 지금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때가 되자, 원래 무미건조했던 국제무역박람회가 비로소 생기를 좀 찾은 듯했다. 성연은 참석자들의 관심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자가 소개하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분분히 성연의 모습을 보려고 했다.그리고 이 여왕은 일어난 뒤에도 기품을 조금도 잃지 않았다.“여기에 와서 여러분을 알게 되어 영광입니다. 성진그룹이 오늘이 있게 된 것은 행운뿐만 아니라 실력을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성진그룹의 발전을 기대해 주세요.”앉아 있던 사람들은 성연이 이번에 협력할 파트너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 말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모두가 성진그룹에 기대감을 가지고 앞장서서 길을 닦고, 다른 회사들에게 먼저 협력하자고 자신을 찾아오라고 말한 것이다. 이 말이 나오자 수동적인 입장은 곧바로 주동적인 입장으로 변했다.성연의 말을 들은 무진은, 자신도 모르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항간에 사업의 귀재가 있다고 떠돌던 말이 명실상부한 사실인 모양이야.”예민주는 화를 드러낼 수도 없었다. 자신이 가까스로 체면을 세우는가 싶었는데 결국 성연이 승리를 거두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무진 씨가 뜻밖에도 송성연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다는 거야.’ ‘만약 두 사람이 앞으로 또 협력하면서 서로 왕래하다 보면, 무진 씨는 송성연을 기억하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나는 어려운 지경에 빠져서 자신을 지키기도 어렵게 되겠지.’“무진 씨, 항간의 소문은 다 믿을 수가 없어요. 송성연에게 무슨 사업의 귀재라는 별명이 있겠어요? 단지 모두 허위로 날조했을 뿐이에요.” “내가 보기에는 별다른 것도 없는 것 같아요. 무진 씨, 그렇죠?”무진은 눈썹을 찌푸렸다. ‘예민주는 원래 이렇게 다른 사람의 험담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야. 그런데 왜 저 송성연에 대해서는 이상하게 변하는 거지?’“송성연 씨에 대한 그 말들의 속뜻을 이해하고 말하는 거야?”무진은 예민주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반문했다.예민주는 우물거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예민주는 터무니없이 날조하는 능력을 남김없이 발휘했다. 예민주는 자신이 성연을 이렇게 말했는데도, 무진의 마음이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예민주의 일장 연설을 들은 무진은 왠지 직접 이 여자를 이해하고 싶어졌다. ‘송성연의 말투나 행동은 민주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나쁘게 보이지는 않았어.’“민주야,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까 걱정하는 네 마음은 알아. 그러나 나는 저 사람이 정말 사업의 귀재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더 알고 싶어.” “네가 한 그 말들도 모두 알고 있어.”“내가 줄곧 내 마음으로 사람을 보는데, 이 점은 너도 알고 있을 거야.”무진이 여전히 이렇게 말하는 걸 보자 예민주는 분노했다.“무진 씨!”무진이 다시 예민주에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송성연 씨를 만나봐야겠어.”성연의 맞은편으로 간 무진은 술잔을 들고 먼저 건배를 제의했다.“안녕하세요, 송성연 씨.”무진의 눈빛이 자신을 향하자, 성연은 이번에 무진과 교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자신이 일찍이 너무나도 사랑했던 사람이자, 또한 자신의 수많은 꿈의 원천이기도 했다.꿈속에서, 무진은 여전히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고, 그들은 여전히 예전으로 돌아갔다.그러나 현실에서 그들은 돌아갈 수 없었다. 무진은 기억에서 완전히 송성연이라는 존재를 잊어버린 것이다.지금의 자신은 새롭게 태어난 사업의 귀재 성연이다.“안녕하세요.”성연은 무진처럼 편하게 대할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이기에.성연은 무시하고 전혀 개의치 않는 가장 어리석은 방법을 선택했다. 이렇게 해야만 성연은 자신은 이미 무진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자신에게 최면을 걸 수 있을 것이다.성연이 자신을 이렇게 따돌리는 모습을 본 무진은, 자신의 소개가 제대로 되지 않은 걸로 여기고 다시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송성연 씨, 안녕하세요, 저는 WS그룹의 대표 강무진입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무진의 이런 모습을 보자 성연의 마음은 더욱 괴로워졌다.
예민주는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무진과 성연을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성연은 차갑고 담담했지만, 오히려 무진이 평소와 달랐다.예민주는 갑자기 좀 당황했다. 무진이 단서들 속에서 뭔가를 회상할 수 있다면, 그건 예민주에게 아주 불리할 것이다.무진은 자신에 대한 성연의 태도가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르다는 것을 깨닫자, 자신도 모르게 추궁하듯이 물었다.“송성연 씨, 혹시 이전에 저를 아셨습니까?”성연의 몸이 미미하게 떨리면서, 두 눈에는 알 수 없는 기색이 어려 있었다.‘아마도 무진 씨가 아직까지 약간의 인상은 가지고 있는 모양이야. 하지만 결국은 기억하지 못하겠지.’성연은 마치 마지막 승부를 하듯이 손에 든 와인을 단숨에 마셨다.“아니요. 이전에 우리는 만난 적도 없어요. 앞으로도 나는 당신과 어떤 업무상의 협력도 하고 싶지 않아요.”“송성연 씨의 뜻은 WS그룹이 싫다는 겁니까? 아니면 제가 싫다는 겁니까?”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해 전혀 다른 성연의 태도는 정말 무진이 갈피를 잡지 못하게 했다. 무진 자신이나 WS그룹도 성연이 합작하려 하지 않는 대상일 수 있지만, 무진은 이런 좋은 기회를 이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강 대표님, 무슨 말씀이세요?”“당신이 싫든 WS그룹이 싫든 무슨 상관이 있나요?”성연은 또 와인 한 잔을 가지러 갔다. 지금까지 무진을 다시 만날 생각을 한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날카롭게 맞서는 모습이었다.성연은 단지 무진을 자신으로부터 좀 멀리 떨어지게 하고 싶을 뿐이다. 또다시 무진을 자신의 삶과 자신의 세계로 들어오게 하지 않기 위해서 서슬이 시퍼렇게 대할 뿐.‘그리고 무진 씨는 단지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협력하려는 거야.’‘만약 사업의 귀재라는 별명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다시 만날 수 없었겠지. 아마도 지금의 무진 씨를 다시 만날 수 없었을 거야.’“송성연 씨, 저는 당신이 제 성의를 알아줄 거라고 믿습니다. 만약 제가 문제라면 꼭 제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회사가 문제라면
해가 기울어지며 저녁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할 무렵. 고개를 숙인 황금 빛 논자락이 오랜 역사를 품은 이 시골 마을에 색채감을 더하고 있다.마침 하교 시간이라 삼삼오오 짝을 지어 길을 따라 늘어선 교복 차림의 아이들로 소란스러웠다.책가방을 손에 든 송성연이 아이들 가운데를 뚫고 지나갔다. 다소 나른한 듯한 표정에 몸을 더 작아 보이게 하는 헐거운 교복, 개성을 드러내는 길이가 다른 바지자락. 개구장이처럼 묶은 포니테일의 머리가 발걸음에 따라 흔들거리며, 흠잡을 데 없이 예쁜 얼굴이 더욱 시선을 끌게 한다.길가 느티나무 아래 앉아 더위를 식히던 할아버지가 성연을 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렀다.“성연이 학교 다녀오는 거냐?”“네. 학교 다녀왔어요.”성연이 웃으며 대답하고는 주머니에서 초콜릿 한 알을 꺼내 건넸다.“새로 나온 맛이에요. 드셔 보세요. 무척 달아요.”“그래.”‘허허’웃으며 받은 할아버지는 잠시 뭔가 생각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참, 네 아버지가 또 왔었다. 너를 도시에서 지내게 하려고 데리러 온 걸게야.”그 말을 듣던 성연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웃음이 사라지며, 어두워진 눈동자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집 쪽을 바라보았다.그곳에는 고급스러운 벤츠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하…… 그렇다면 좋겠네요!”성연의 입가에 한 줄기 조소가 걸렸다.성연의 부모는 어렸을 때 이미 이혼했다. 3개월도 안 되어 새가정을 꾸린 아버지는 그녀보다 한 살 어린 여동생도 데려왔다.계모는 그녀를 키울 수 없다며 집에서 쫓아냈다.그런데 기가 막히게도 성연의 친엄마 역시 그녀를 키우려 하지 않았다.결국 성연을 불쌍하게 생각한 외할머니가 데려와 여태까지 키웠다.하지만 몇 달 전 외할머니가 돌아 가시자, 할 수 없이 엄마가 성연을 떠맡았다. 그런데 지금 남자친구와 결혼하려 안달이 난 엄마는 조금도 주저함 없이 그녀를 아버지에게 버릴 생각인 것이다.그러나 그녀의 아버지 역시 성연을 키울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아니나 다를까 성연이 막 집 입
남자는 거의 1미터 90에 육박하는 키와 체중이었다.묵직한 체중에 눌린 성연이 지탱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땅바닥으로 넘어졌다.“윽, 아파!”성연에게서 숨이 터져 나왔다.등이 바닥에 완전히 닿을 정도로 넘어진 데다 위에서 누르고 있는 남자때문에 몸이 으스러지는 것 같았다.이중으로 전해지는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그러다 성연은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보았다.심하게 잘 생긴 이목구비는 성별이 모호할 만큼 정교해서 천사와 요괴 중간쯤 되는 것 같았다. 길게 뻗은 속눈썹과 살짝 치켜 올라간 눈꼬리. 반듯한 미간을 쓸어 올리니 정신을 잃고 있는 와중에도 냉랭한 포스가 배어 나온다.꽉 다문 얇은 입술은 서늘한 호선을 그리고 있었고, 도자기 같은 피부는 병적일만큼 창백해 보였다.그때,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머리카락 사이로 남자의 이마 위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약하고 가쁜 호흡이 그녀의 얼굴 위에 뿌려졌다.몹시 초조해진 성연이 속으로 생각했다.‘아니, 이게 다 뭐람?’그러나 남자가 이미 몸을 누르고 있는 이상,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젖 먹던 힘까지 짜내 간신히 일어난 성연은 남자를 끌며 근처의 폐창고로 갔다.이 폐창고는 평소 달리 오는 사람이 없는 곳이라, 성연이 망설이지 않고 피로 물든 비싼 양복과 셔츠를 재빨리 풀어헤쳤다.상처가 드러났다!복부에 위치한 새끼손가락 길이의 상처는 칼에 찔린 자상이었다. 흘린 피의 양을 봤을 때, 확실히 가벼운 상처가 아니었다.이 상황이라면 병원에 보내는 게 맞겠지만, 이 작은 마을엔 제대로 된 병원이라고는 없었다.유일하게 진료하는 보건소에서도 이 상처를 제대로 처치하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성연에게는 이 정도 상처 치료쯤 일도 아니었다. 성연은 손을 재게 놀리며 책가방을 열고 안에서 잡다한 병이랑 용기들을 꺼내었다. 남자의 상처를 깨끗이 씻고 소독한 다음 지혈을 시키고, 약을 발랐다!치료하는 모든 과정들이 아주 깔끔한 것이 매우 숙련되어 보였다.모든 처치를 끝낸 성연은 다
예민주는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무진과 성연을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성연은 차갑고 담담했지만, 오히려 무진이 평소와 달랐다.예민주는 갑자기 좀 당황했다. 무진이 단서들 속에서 뭔가를 회상할 수 있다면, 그건 예민주에게 아주 불리할 것이다.무진은 자신에 대한 성연의 태도가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르다는 것을 깨닫자, 자신도 모르게 추궁하듯이 물었다.“송성연 씨, 혹시 이전에 저를 아셨습니까?”성연의 몸이 미미하게 떨리면서, 두 눈에는 알 수 없는 기색이 어려 있었다.‘아마도 무진 씨가 아직까지 약간의 인상은 가지고 있는 모양이야. 하지만 결국은 기억하지 못하겠지.’성연은 마치 마지막 승부를 하듯이 손에 든 와인을 단숨에 마셨다.“아니요. 이전에 우리는 만난 적도 없어요. 앞으로도 나는 당신과 어떤 업무상의 협력도 하고 싶지 않아요.”“송성연 씨의 뜻은 WS그룹이 싫다는 겁니까? 아니면 제가 싫다는 겁니까?”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해 전혀 다른 성연의 태도는 정말 무진이 갈피를 잡지 못하게 했다. 무진 자신이나 WS그룹도 성연이 합작하려 하지 않는 대상일 수 있지만, 무진은 이런 좋은 기회를 이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강 대표님, 무슨 말씀이세요?”“당신이 싫든 WS그룹이 싫든 무슨 상관이 있나요?”성연은 또 와인 한 잔을 가지러 갔다. 지금까지 무진을 다시 만날 생각을 한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날카롭게 맞서는 모습이었다.성연은 단지 무진을 자신으로부터 좀 멀리 떨어지게 하고 싶을 뿐이다. 또다시 무진을 자신의 삶과 자신의 세계로 들어오게 하지 않기 위해서 서슬이 시퍼렇게 대할 뿐.‘그리고 무진 씨는 단지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협력하려는 거야.’‘만약 사업의 귀재라는 별명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다시 만날 수 없었겠지. 아마도 지금의 무진 씨를 다시 만날 수 없었을 거야.’“송성연 씨, 저는 당신이 제 성의를 알아줄 거라고 믿습니다. 만약 제가 문제라면 꼭 제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회사가 문제라면
예민주는 터무니없이 날조하는 능력을 남김없이 발휘했다. 예민주는 자신이 성연을 이렇게 말했는데도, 무진의 마음이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예민주의 일장 연설을 들은 무진은 왠지 직접 이 여자를 이해하고 싶어졌다. ‘송성연의 말투나 행동은 민주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나쁘게 보이지는 않았어.’“민주야,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까 걱정하는 네 마음은 알아. 그러나 나는 저 사람이 정말 사업의 귀재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더 알고 싶어.” “네가 한 그 말들도 모두 알고 있어.”“내가 줄곧 내 마음으로 사람을 보는데, 이 점은 너도 알고 있을 거야.”무진이 여전히 이렇게 말하는 걸 보자 예민주는 분노했다.“무진 씨!”무진이 다시 예민주에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송성연 씨를 만나봐야겠어.”성연의 맞은편으로 간 무진은 술잔을 들고 먼저 건배를 제의했다.“안녕하세요, 송성연 씨.”무진의 눈빛이 자신을 향하자, 성연은 이번에 무진과 교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자신이 일찍이 너무나도 사랑했던 사람이자, 또한 자신의 수많은 꿈의 원천이기도 했다.꿈속에서, 무진은 여전히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고, 그들은 여전히 예전으로 돌아갔다.그러나 현실에서 그들은 돌아갈 수 없었다. 무진은 기억에서 완전히 송성연이라는 존재를 잊어버린 것이다.지금의 자신은 새롭게 태어난 사업의 귀재 성연이다.“안녕하세요.”성연은 무진처럼 편하게 대할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이기에.성연은 무시하고 전혀 개의치 않는 가장 어리석은 방법을 선택했다. 이렇게 해야만 성연은 자신은 이미 무진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자신에게 최면을 걸 수 있을 것이다.성연이 자신을 이렇게 따돌리는 모습을 본 무진은, 자신의 소개가 제대로 되지 않은 걸로 여기고 다시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송성연 씨, 안녕하세요, 저는 WS그룹의 대표 강무진입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무진의 이런 모습을 보자 성연의 마음은 더욱 괴로워졌다.
이때가 되자, 원래 무미건조했던 국제무역박람회가 비로소 생기를 좀 찾은 듯했다. 성연은 참석자들의 관심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자가 소개하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분분히 성연의 모습을 보려고 했다.그리고 이 여왕은 일어난 뒤에도 기품을 조금도 잃지 않았다.“여기에 와서 여러분을 알게 되어 영광입니다. 성진그룹이 오늘이 있게 된 것은 행운뿐만 아니라 실력을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성진그룹의 발전을 기대해 주세요.”앉아 있던 사람들은 성연이 이번에 협력할 파트너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 말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모두가 성진그룹에 기대감을 가지고 앞장서서 길을 닦고, 다른 회사들에게 먼저 협력하자고 자신을 찾아오라고 말한 것이다. 이 말이 나오자 수동적인 입장은 곧바로 주동적인 입장으로 변했다.성연의 말을 들은 무진은, 자신도 모르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항간에 사업의 귀재가 있다고 떠돌던 말이 명실상부한 사실인 모양이야.”예민주는 화를 드러낼 수도 없었다. 자신이 가까스로 체면을 세우는가 싶었는데 결국 성연이 승리를 거두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무진 씨가 뜻밖에도 송성연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다는 거야.’ ‘만약 두 사람이 앞으로 또 협력하면서 서로 왕래하다 보면, 무진 씨는 송성연을 기억하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나는 어려운 지경에 빠져서 자신을 지키기도 어렵게 되겠지.’“무진 씨, 항간의 소문은 다 믿을 수가 없어요. 송성연에게 무슨 사업의 귀재라는 별명이 있겠어요? 단지 모두 허위로 날조했을 뿐이에요.” “내가 보기에는 별다른 것도 없는 것 같아요. 무진 씨, 그렇죠?”무진은 눈썹을 찌푸렸다. ‘예민주는 원래 이렇게 다른 사람의 험담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야. 그런데 왜 저 송성연에 대해서는 이상하게 변하는 거지?’“송성연 씨에 대한 그 말들의 속뜻을 이해하고 말하는 거야?”무진은 예민주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반문했다.예민주는 우물거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무진에 대해 말하자면 쇼맨십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무진의 마음속에서도 절대 예민주에게 이 사실을 알려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5년 동안의 같이 있으면서도 무진의 마음은 움직인 적이 없었다.무진 자신이 변심해서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닌지 자신에게 묻고 싶을 정도였다.그러나 사실은 무진의 마음이 허전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뭔가 부족한 것 같았지만, 구체적으로 그게 무엇인지는 무진 자신도 잘 몰랐다.“무진 씨, 왜 그래요?”예민주의 목소리에 무진은 머리속을 맴돌던 생각을 다잡았다.“괜찮아.”“국제무역박람회가 곧 정식으로 시작될 거예요. 우리 자리에 가서 앉아요. 장 회장님은 이미 내가 보냈어요.”예민주는 무진을 위해 정성을 다해서 노력했다. 무진이 접대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예민주가 맡아 처리했다.잠시 후, 국제무역박람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 앉았다.오랫동안 박람회를 준비한 사회자가 천천히 나와서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이번 국제무역박람회의 사회자로 나서게 되어 영광입니다.” “우선 이번 국제무역박람회에 오신 WS그룹의 강 무진 대표님을 박수로 모시겠습니다.”말소리가 막 떨어지자 불빛이 일제히 무진의 몸을 눈부시게 비췄다.그 소리에 일어난 무진은 행사 진행 스태프가 건네준 마이크를 받았다.“이번 국제무역박람회에 참가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이번 행사에서 더 많은 기업인을 만나서 우리 기업들의 발전에 보탬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강 대표님 옆에 계신 아가씨가 누군지 보겠습니다. 아, 예민주 씨군요. 강 대표님과 예민주 씨는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지요!”예민주가 일어나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안녕하세요, 무진 씨의 여자친구 예민주입니다.”예민주가 공공장소에서 자신과 무진의 관계를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오늘 성연이 여기에 있기 때문에!무진은 기억을 잃었기에 예민주는 비로소 그 기회를 빌어서 지금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말이 끝나자마자, 성연은 웨이터가 가지고 있던 와인 잔을 들고 소지연의 머리에 뿌렸다. 아름답게 꾸민 소지연의 모습은 순식간에 처참한 꼴로 변했다.소지연의 머리카락은 전부 와인 냄새로 물들었다.화가 난 소지연은 성연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무슨 짓이야! 송성연, 너 정신병자야?”성연은 천천히 한 마디를 내뱉었다.“눈에는 눈으로.”소지연은 성연이 이렇게 자신을 대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지만, 과거의 그 일들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이렇게 되자 성연이 자신의 옷을 와인으로 못 쓰게 만들었지만, 소지연은 억울함을 참고 황급히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소지연이 가버리자, 성연은 그제서야 전화를 걸어 아까의 옷과는 전혀 다른 옷을 보내라고 했다. 원래 입었던 옷이 고상한 아가씨 스타일이라면 새로 보낸 옷은 성연의 기품을 전부 드러내는 여왕 스타일의 옷이다.이 옷으로 갈아입은 성연은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면서 이전의 자신 모습을 떠올렸다. 전혀 다른 사람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성연은 오늘 무진도 참석했고, 예민주도 줄곧 무진의 곁에서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소지연과의 사건이 지나간 뒤, 성연은 다시 국제무역박람회 만찬장으로 다시 돌아갔다. 성연과 사업을 이야기하면서 과감하다고 칭찬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성연의 곁에서 기웃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성연은 모두 한마디로 단호하게 거절했다.예민주는 줄곧 편안히 무진 옆에 있었지만, 성연에게서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지금 이렇게 재물운을 타고난 성연을 보자, 예민주는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답답했다. ‘지금 무진의 곁에 있어도 뭘 할 수 있겠어?’예민주는 여전히 음으로 양으로 성연에게 눌려 있었다. ‘하지만 송성연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는 지금 내 곁에 있어.’ “송성연은 그저 간절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지.”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의 마음은 비로소 상쾌해졌다.‘결국, 송성연은 강무진을 영원히 잃어버렸어.’무진의 명성이 대
두 사람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자, 소지연은 똑똑히 들으려고 일부러 옆으로 다가갔다.“정말 눈뜬 장님이네! 애인은 무슨 애인이야! 저 사람은 성진그룹의 유명한 미녀 회장인 송성연이야!”황 사장과 마주하고 있던 사람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면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어떤 실수도 없이 맹렬하고 신속하게 업무를 추진한다는 바로 그 성진그룹 회장 말이야?”“아니면?”이렇게 대화가 이어지자, 소지연도 이번에 성연이 이번에 멋진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게다가 최근 몇 년간 특히 두드러진 성과를 낸 성진그룹 회장으로 돌아왔어!’성연이 맨손으로 일으켜 세운 성진그룹은 불과 몇 년 만에 지금의 위치에 도달한 것이다.성진그룹이 두각을 나타내자,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그 회장을 재계의 기재라고 칭찬했다.나중에 회장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더 깜짝 놀랐다.소지연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5년 만에 송성연이 마침내 돌아왔어. 이치대로라면 이번에는 어쨌든 무진과 함께 참석해야 하는데...’한 바퀴 둘러보던 소지연은 과연 무진을 발견했다. 다만 지금 무진의 곁에 있는 여자는 더 이상 성연이 아니었다.‘앞서 무진과 예민주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성연이 돌아왔으니 정말 좋은 장면을 볼 수 있겠어!’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몰랐지만, 소지연은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뻐했다.‘정말 재미있어. 송성연의 사매가 송성연의 애인을 빼앗았으니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이야!’생각할수록 흥분한 소지연은 마음속의 기쁨을 억누를 수 없었다. 기왕에 내친 김에 아예 치마를 들고 종종걸음으로 뛰어갔다.손에 와인 잔을 든 소지연이 활짝 핀 꽃처럼 웃으면서 성연을 향해 다가갔다.실수를 가장해서 소지연이 와인을 성연이 입은 흰색 드레스에 뿌리자, 드레스는 곧바로 붉은색으로 물들었다.“미안해, 성연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내가 너무 급하게 서두르다가...”만약 성연이 소지연을 오래 겪어보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 표정에 넘어갔을 것이다
5년 동안 사라졌던 성연이 결국 다시 나타날 거라고는 예민주는 생각지도 못했다.‘송성연이 왜 또 이번에 갑자기 운성으로 돌아왔지?’‘설마, 무진 씨 때문에?’옆에 있는 무진의 손을 더 꽉 잡고, 눈을 내리깔아서 당황한 기색이 드러나지 않도록 했다.무진의 말을 가볍게 웃어 넘기면서, 예민주가 입을 삐죽 내밀면서 애교를 부렸다.“나도 몰라요!”“미녀를 보자 시선이 끌린 거예요? 그 여자가 누구든 당신은 나만 봐야 해요. 알았죠?”마음속의 이상한 느낌을 덮으면서 무진은 픽 웃었다.“그래, 알았어.”“가요, 우리도 빨리 들어가요. 곧 시작할 거예요!”이어서 예민주는 무진의 팔장을 끼고 곧장 연회장으로 들어갔다.국제무역박람회는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참석한 사람들도 모두 낯익은 인물들이다.그러나 명사들과 기업가의 시선은 모두 한 사람을 향하고 있었다. 바로 성연이다.의상, 말투, 기질, 용모가 모두 손꼽히게 빼어나서 비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5년이 지난 지금 성연의 기품은 더욱 강해져서, 사람들 속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군침을 흘리면서 자신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성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지켜보았다.이런 느낌도 성연을 불편하게 만들었다.5년 만에 송성연이 돌아왔다.당당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성연의 기품은 출중했지만 강력하게 압박하는 힘으로 뒤덮여 있는 것 같았다. 다가가서 말을 걸려던 사람도 성연의 차디찬 눈빛에 놀라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성연의 매력에 저항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접근을 시도하는 사람은 있는 법!“송성연 씨, 존함은 오래 전부터 들었습니다.”남자의 목소리는 봄바람을 맞는 것처럼 아주 듣기 좋았다.그 소리를 따라서 봤지만 성연은 상대가 누군지 알지 못했다. 곧바로 눈살을 찌푸린 성연은 냉담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용무가 있으신가요?”“제가 보기에 송성연 씨는 처음 오셔서 낯선 듯한데, 제가 에스코트해 드릴까요?”“필요 없어요.”그
“아저씨, 왜 이 음식들은 이전에 A국에서 본 음식들과 달라 보여요?”“엄마, 맞아요?”성연이 입을 열기 전에 요리사가 가볍게 웃으면서 먼저 대답했다. “도련님, A국에는 당연히 제대로 된 우리 음식이 없답니다. 제가 만든 음식이야말로 제대로 된 우리나라 음식이지요.”“아하!”사무는 마치 어른처럼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아저씨, 알겠어요.”이어서 반찬을 젓가락으로 집어 맛을 본 시무는 곧바로 눈이 휘둥그레졌다.“정말 맛있어요!”요 몇 년 동안 성연과 아이들은 줄곧 A국에 있었기에, 국내의 음식은 거의 먹을 수가 없었다. 아이들도 성연을 그대로 닮아서 외국 요리보다는 우리 전통음식을 더 좋아했다.“맛있으면 많이 먹어.” 성연은 웃으면서 고기를 집어 두 녀석의 그릇에 놓았다.성연은 두 아이를 대할 때만 진심으로 웃는 표정을 보였다.밥을 먹고 아이들과 잠시 놀아준 성연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마침 문 밖에서 들어오던 서한기가 공손하게 말했다.“보스, 차는 이미 준비되었습니다.”다시 냉담한 표정으로 돌아간 성연은 손목시계를 힐끗 훑어보았다. 어느새 가야 할 시간이 거의 다 되었기에 가볍게 대답했다.“가자.”차가 유니버설 호텔과 가까워지자, 성연의 마음도 덩달아 어두워졌다.온갖 희한한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튀어나왔다. 그런 생각들을 떠올리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면서, 성연은 눈을 감고 감정을 가라앉혔다.10분 정도 걸려서 차는 유니버설 호텔 입구에 도착했다.차문이 열리자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 허벅지까지 트인 디자인의 흰색 긴 치마는 성연의 빼어난 몸매와 하얀 다리를 완벽하게 돋보이게 했다.귀밑의 잔머리를 손질하는 성연의 모습은 순식간에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입구에서 입장을 기다리던 손님들도 분분히 성연을 훑어보면서, 마음속으로 이렇게 고귀해 보이는 여자가 어떤 신분을 가지고 있을지 추측하기에 바빴다.“송성연 씨, 이쪽으로 오세요.” 성연을 보자마자 접대하는 직원이 바로 달려왔다. “이쪽으로 오세요.”직원은
지금의 성연은 고귀한 기질로 바뀐 데다가 날카롭고 노련해서 조금도 얕잡아볼 수 없었다.특히 칼처럼 예리한 눈빛은 가볍게 한 번 훑어보기만 해도 등골이 서늘하게 만들 정도였다.두 녀석이 차에 오르자마자 잠이 들자, 성연의 눈빛은 멀리 차창 바깥의 풍경을 향했다.‘5년의 시간이 지난 뒤, 운성에 돌아왔어.’...별장에 도착한 뒤, 성연이 여전히 물건을 정리하고 있을 때, 두 녀석은 거실에서 재잘거리면서 떠들었다.갑자기 사무의 곁에 다가온 사진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오빠, 엄마가 이번에 우리를 데리고 온 게 아빠를 찾으러 온 걸까?”사진은 호기심으로 가득 찬 초롱초롱한 맑은 눈을 깜박거렸다.‘아빠...’사진의 머릿속에서 갑자기 한 사람의 모습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아빠를 찾으러 왔다니 꽤 기대가 되는데.’‘우리 아빠는 어떤 사람일까.’그러나 다음 순간 사무가 바로 말을 끊었다.사무의 작은 얼굴은 또래의 나이에 맞지 않게 성숙함과 침착함을 갖추고 있었다.“그렇지 않아.”미간을 약간 찌푸린 사무는 어른스럽게 사진에게 얘기하기 시작했다.“앞으로 그런 말은 함부로 해서는 안 돼. 아빠는 이미 죽었다고 엄마가 말했잖아!”사진도 ‘흥’ 코웃음을 치면서 포동포동한 두 팔로 팔짱을 낀 채 입을 삐죽 내밀었다.“아니야, 아니야! 절대로 아니야! 아빠는 죽지 않았어!”눈동자를 굴리며 궁리하는 사진의 표정에서는 총명함이 그대로 드러났다.“오빠, 방금 서한기 아저씨의 말을 못 들었어? 할머니가 우리를 보고 싶다고 하셨다는데, 이건 틀림없이 아빠가 안 죽었다는 거야.”방금 잠이 들었지만, 꼬마는 어렴풋이 어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사진은 큰 눈을 깜박였다. 마치 내가 이런 놀라운 발견을 했으니, 빨리 나를 칭찬해 달라는 듯한 모습이었다.하지만 여동생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무는 눈살을 찌푸리며 반박했다.“아니야. 사진이 네 말처럼 그런 게 아니야.”사진은 또 한바탕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두 아이는 이렇게 서로의 말을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