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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2화 임신

Penulis: 노끼
꼭두새벽에 손건호가 별장에 도착했다.

성연이 코디한 무진의 정장이 후리후리한 체형에 잘 매치되자, 성연의 두 눈에는 그야말로 하트가 가득했다.

‘정말 멋있어, 너무 멋있어!’

손건호가 다급한 표정으로 초대장을 건네주었다.

“보스, 운성시의 상공회의소에서 보낸 초대장인데, 오늘 저녁 8시에 유니버설 호텔에서의 파티입니다.”

무진은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 이런 초대는 매일 몇 개나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

“오늘 스케줄에 이건 없지?”

말을 하면서 회사로 출발할 발걸음을 재촉했다.

“없습니다.”

손건호는 입을 딱 벌린 채 말을 더듬었다.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 무진이 눈살을 찌푸리고 손건호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있으면 빨리 말해. 빙빙 돌리지 말고!”

“예!”

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이겁니다. 오늘 밤 이 파티의 주최자가 연계진의 연운그룹입니다. 그리고 진씨 가문도 참석한다고 합니다!”

무진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진씨 가문은 정말 연계진과 같은 길을 가려고 하는 모양이네. 진 백부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진교철 한 명 때문에?’

“손 비서, 곧바로 진교철의 국외에서의 모든 이력을 샅샅이 조사해줘! 그리고 파티에 참석하는 걸로 저녁 일정을 바꿔!”

무진의 눈빛이 변했고, 그윽하게 빛나는 눈빛에는 형언할 수 없는 예리함이 가득했다.

“보스, 왜 참석하시려는 겁니까? 그러면 연계진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닙니까? 보스, 가지 마세요. 연계진에게 보스는 쉽게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손건호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무진이 가볍게 웃으면서 손건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너는 아직 좀 어려. 연계진 그 인간이 이렇게 초대장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데 왜 굳이 보냈겠어?”

“그럼 이건 연계진이 고의로 도발한 겁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거실에서 나온 무진은 벤틀리를 향해 걸어갔다.

손건호가 얼른 차문을 열어준 뒤 바로 운전석에 올랐다.

2층 안방에서 남편이 떠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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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썹을 찌푸리면서 이마를 짚은 채 입으로는 무정하게 말하면서도, 그 처량한 모습을 보자 결국 예민주에게 다가갔다.“됐어, 내 잘못이야. 나는 네가 접근하는 걸 거절한 게 아니야. 내가 결벽증이 있다는 걸 알잖아.” “젖은 옷을 휴지로 닦는 것보다는 차라리 옷을 갈아입는 게 낫다고 생각한 거야.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응?”예민주를 한 손으로 감싼 무진의 눈빛은 부드럽게 변해 있었다. 목소리도 조금 전처럼 뻣뻣하고 직설적이지 않았다.다른 한 손으로는 휴지로 예민주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가만히 위로했다.“오빠는, 오빠는 내가 다가가는 걸 거부했어요. 여자의 젊은 시절이 얼마나 가겠어요?” “나의 가장 빛나는 시간을 모두 오빠에게 줬지만, 오빠는 결국 나를 이렇게 대했어요.”예민주는 말을 할수록 억울한 모습이었고, 눈가의 눈물은 전혀 멈추지 않았다.무진은 이런 상황을 그저 조용하게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여자가 우는 걸 좋아하지 않아도...어쩔 수 없이 눈길을 떨어뜨린 무진의 입가에 냉담한 기색이 스쳐갔다. 예민주의 어깨에 두 손을 가볍게 걸친 채 다독이면서 말투도 그다지 차갑지 않았다.“이렇게 소란 피우지 마. 아직 할 일이 많아. 늦게까지 일해야 하니까, 내 말대로 빨리 방으로 돌아가서 쉬어.”“오빠는 매번 이럴 때마다 도망가려고 해요. 왜 매번 그러는 거예요!”예민주는 눈썹을 찌푸린 채 계속 눈물을 흘렸다.방금 전의 눈물이 연기였다면, 지금은 오히려 정말로 억울한 심정이었다.‘여자의 청춘은 천금으로도 살 수 없어. 처음에 무진 오빠에게 접근한 목적이 단순하지 않았다 해도, 요 몇 년 동안 아침저녁으로 함께 지냈어.” ‘어떻게 진실한 감정이 조금도 생기지 않는 거야?’‘안 돼, 지금 이런 형세에서는 더 이상 무진 오빠가 도망가게 놔둘 수 없어!’이렇게 생각한 예민주는 두 주먹을 더욱 꽉 쥐었다...다음 순간, 두 손으로 무진의 허리를 감싸 안고 흐느꼈다. 시선을 늘어뜨린 예민주의 모습은 무진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우리가 이렇게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74화 애처롭고 가련하게 보였다

    책상 앞으로 다가온 예민주는 손에 든 우유를 놓고 두 손으로 책상을 가볍게 잡았다.“오빠도 아직 자지 않았잖아요. 나도 아직은 졸리지 않아요. 이쪽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보고 오빠가 또 야근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예민주가 다가오자 그윽한 향기가 사방으로 풍기는 듯했다. 냄새에 무척 민감한 무진은 눈썹을 가볍게 찡그렸다.그러나 눈썹만 찌푸릴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응.”단지 간단하게 대답만 하고 다시 눈앞의 서류로 눈빛을 돌렸다.예민주는 할 말을 잃었다....‘이렇게 유혹하는데도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는다고?’남자가 전혀 눈길을 돌리지 않자, 마음속에는 불만이 가득했다.“이렇게 늦게까지 일했는데, 우선 좀 쉬면서 우유를 좀 마셔요.”예민주는 다시 책상에 놔둔 우유잔을 무진의 앞으로 밀었다.무진은 한 번 힐끗 쳐다보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바빠. 좀 있다가 마실 테니까 일단 한쪽에 둬.”하지만... 예민주는 무진의 말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내밀었다.무진의 눈앞에 놓인 우유!“잠깐만요.”탁-  무진은 무의식적으로 거절하려고 했다. 눈앞을 가리는 우유잔을 자기도 모르게 밀쳐내는 순간, 무진의 가슴팍은 쏟아진 우유로 흠뻑 젖었다.우유 때문에 무진의 가슴이 축축하게 젖은 모습을 보면서, 예민주는 이미 다음 준비가 되어 있었다.다음 순간.자책하는 표정으로 휴지를 찾다가 무진의 오른쪽 옆에 있던 휴지에 시선이 닿았다.“어머, 무진 오빠, 컵을 잘못 놓은 제 잘못이에요... 내가 휴지로 좀 닦아 줄게요.”말을 마치고는, 반대편의 휴지를 잡은 척하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무진에게 몸을 숙였다.지금 자신의 행동이 어떤 상상을 불러일으켰는지도 모른 채.예민주의 행동을 본 무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눈빛 속에 피곤한 기색이 스쳐가더니, 곧바로 의자에서 일어서서 예민주의 접근을 차단했다.“옷을 갈아입으면 돼. 휴지로 닦을 필요 없어.말을 마친 무진은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가려 했다.갑자기 처량한 여자의 목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73화 왜 아직 안 잤어?

    무진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내가 언제 거짓말을 했어?”예민주는 아주 똑똑한 여자다. 무진의 표정을 주시하면서, 적당한 선에서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오빠가 나를 가장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럼 나는 샤워하러 갈게요.”말을 마치자 이미 조금 전의 느끼함은 사라졌고, 예민주는 곧바로 자기 방으로 갔다.무진을 등지는 순간, 생긋 웃던 미소는 이미 사라졌다. 입술을 꽉 다문 채, 예민주의 눈빛에는 교활한 기색이 번뜩였다.방에 온 예민주는 곧장 옷방의 가장 안쪽에서 옷 하나를 꺼냈다.이 옷은 자신이 일찌감치 준비해 둔 ‘비밀무기’다. 예민주는 빼어난 몸매를 자랑했다. 외국의 풍만한 글래머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해도, 바디 라인도 절대적으로 아름답다.무진이 5년 동안 줄곧 자신과 교재하면서 한 지붕 아래 살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선을 넘는 일은 아직까지 일어나지 않았다.‘그전까진 그렇다고 쳐. 틀림없이 무진 씨가 내게 최고를 주고 싶어한다고 생각했으니까.’‘그러나 오늘 연회장에서 송성연을 봤을 때, 무진 씨의 눈빛과 반응은 여전히 당황스러웠어.’‘아무래도 좀 더 일찍 행동해야 할 것 같아.’몇 분 뒤.예민주는 잠옷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아래층.“프로젝트 계획서는 바로 내 이메일로 보내고, 내일 아침 9시에 회의를 하기로 하지.”“오후에 처리하지 않은 서류도 함께 보내도록 해.”투명하고 거대한 통유리창을 통해서, 실내에서도 파도치는 바다의 풍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지금 그 창가에는 무진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한 손으로 핸드폰을 잡고 통화하고 있지만, 무진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집에서 식사하던 중에 전화로 대표의 지시를 받게 되자, 상대방은 곧바로 수저를 내려놓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최근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세력이 WS그룹의 사업을 줄곧 비밀리에 차단해 왔지만, 누군지 파악하려고 해도 언제나 실패해서 기가 꺾일 수밖에 없었다.이런 의미 없는 일은 사람을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72화 나를 사랑해요?

    해변의 별장.‘모든 일에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는 법이야. 누구라도 다음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쉽지 않아.’오늘 성연을 보자, 순간 예민주의 마음은 흐트러졌다.‘송성연이 돌아온 목적이 뭘까? 나를 겨냥한 걸까?‘그 당시 송성연은 단지 조금밖에 몰랐잖아...’돌아온 후부터 예민주는 줄곧 소파에 앉아 있었다. 지금은 완전히 자신의 기억 소용돌이 속에 빠져 있느라, 뒤에서 누군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도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무진은 약간의 결벽증이 있다. 밖에서 집으로 돌아온 후 첫 번째 하는 일은 샤워를 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는 것이다.지금 옷을 갈아입고 나왔는데 소파 앞에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앉아 있는 예민주를 발견했다.“민주, 오늘 돌아온 뒤로 왜 좀 이상한 거야?”예민주의 소파 옆에 앉은 무진은 아주 자연스럽게 적절한 거리를 유지했다.성연을 겨냥할 방법을 찾던 에민주는 무진의 말소리에 문득 정신을 차렸다.“와, 왔어요?”긴장한 탓에 살짝 떨리는 목소리.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돌아온 후에 줄곧 여기에 앉아 있었어.”예민주는 눈썹이 움츠러들면서 순간 당황했다. 마음속으로는 끊임없이 성연의 잘못을 저주할 수밖에 없었다.‘만약 송성연이 갑자기 돌아오지 않았다면, 내가 이렇게 긴장했겠어?’‘외국에 잘 처박혀서 살다가, 왜 계속 외국에 있지 않고 꼭 돌아와서 내 행복한 생활을 방해하겠다는 거야!’마음속으로 한바탕 욕을 하자, 마음은 오히려 아까보다 많이 상쾌해졌다.약간 굳은 표정의 예민주가 서글픈 표정을 하고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한탄했다.“무진 오빠, 단지 오늘 연회에서 감정이 좀 복받쳤을 뿐, 아무 일도 없어요.”보아하니 오늘 연회에서 무슨 일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어떤 호기심 때문인지 지금 무진은 뜻밖에도 이에 대해서 흥미를 보였다.“무슨 감정이 복받치는 일이 있었는지 한번 말해 봐.”무진이 뜻밖에도 먼저 자신에게 고민을 말해보라고 하는 말을 듣자 예민주는 다소 의아했다.요 몇 년 동안 둘이 사이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71화 치유되기 어려웠다

    성연은 원래 안금여와 아이들에게 이 만남의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오늘은 아이들이 ‘아빠의 신분'을 묻지 않았지만, 앞으로 할머니와 자주 만난다면 오늘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을 거야.’하지만... 지금 성연은 약간 망설였다.헤어지기 아쉬워하는 세 사람의 모습을 그저 보고만 있었다.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는 안금여의 눈가에는 눈물 자국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그리고 머리도 잘 보이지 않는 두 아이가 각각 할머니의 눈물을 닦아주는, 그 장면을 보고 있자니 정말 마음이 아팠다.“우리 손자놈이 귀신에 홀렸는지, 그런 황당한 행동을 해서 정말 네게 죄를 지었어!”안금여는 지금 이미 마음을 다잡을 수가 없었다. 양심의 가책이 가득한 눈빛으로 성연을 바라보면서 작은 소리로 무진을 저주할 수밖에 없었다.성연이 급히 일어나 막으려 했지만, 결국 발걸음을 살짝 움직였다가 그 자리에서 굳어졌다.지금 성연의 과도한 반응은 단지 자신이 너무 절박하게 보일 뿐이다.한참 뒤.결국 모질게 마음을 먹지 못한 성연은, 안금여에게 두 아이를 자주 보러 와 달라고 부탁하며 타협해야 했다.산 중턱 별장 대문 쪽.성연은 양쪽에 두 아이를 데리고 문 앞에 서 있었다.“돌아가신 뒤에는 건강에 주의하시고 너무 과로하지 마세요.”성연은 노부인에 대해서 여전히 약간의 애틋함을 가지고 있었다.결국 자신이 강씨 가문에 들어온 순간부터 할머니는 성연을 정말 아꼈다. 비록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시절에 무진이 이혼을 결정했을 때도, 안금여는 여전히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서 말리려고 했다.비록...결국 효과는 없었지만.“엄마, 앞으로도 증조할머니를 자주 볼 수 있을까?”검은색 벤틀리가 점차 어둠 속으로 사라지면서 시선에서 멀어지자, 사진이 고개를 들어 성연을 바라보았다.“너는 증조할머니가 좋아?”딸아이의 이 말을 듣고도, 성연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고개를 까닥거리는 아이의 두 뺨이 반짝거려서 정말 손에 꼭 쥐고 싶었다.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복잡함에 입술을 살짝 오므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70화 이렇게 귀여운 너희들

    한 시간 후.성연이 서재로 걸어 나왔다. 계단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아래층에서 전해지는 즐거운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성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면서 깊고 맑은 눈동자는 아래층을 향했다. 세 사람의 화기애애하고 즐거운 모습을 보자, 마음속에 다소 복잡한 느낌이 들었다.“증조할머니, 빨리 보세요. 사진이가 만든 게 이게 뭔지 아세요?”“증조할머니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우리 귀여운 사진이가 작은 호랑이를 만들었을 걸.”아이들도 어른이 자신에게 맞춰서 노는 걸 좋아했다. 노는 이 시간이 두 아이에게는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다.안금여가 그렇게 진지하게 대답하는 걸 듣자, 사진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작은 얼굴은 이미 안금여의 품에 거의 파묻힐 정도였다.“맞아요, 증조할머니는 너무 똑똑해요. 이거, 이거, 이거는 작은 호랑이고, 사진이는 몽둥이에요. 아주 비슷하게 만들었지요.”자상한 표정의 안금여는 한 손으로 사진의 이마 위 가느다란 머리카락을 세심하게 어루만졌다.“우리 귀염둥이 사진이가 하는 건 뭐든지 최고야. 증조할머니는 가장 맘에 들어.”이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든 사진은, 포도처럼 동그란 큰 눈을 반짝이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히히히.”소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성연은 한참동안 있었다. 앞으로 나가고 싶어도, 세 사람이 그렇게 즐겁게 노는 모습을 어떻게 깨뜨려야 할지 몰랐기에.지금 이 조그만 녀석이 줄곧 강씨 가문의 할머니를 감싸고 있는 모습을 보자, 정말 견딜 수 없게 될까 봐 두려웠다.“사진아. 계속 증조할머니한테 기대면 안 돼. 할머니가 힘드셔서 안 돼.”갑자기 엄하면서도 가볍고, 화를 내지 않으면서도 위엄이 있는 목소리가 뒤에서 흘러나왔다. 성연도 이미 소파 앞으로 다가왔다.“엄마!” 엄마를 본 사진이 달콤하게 소리쳤다.성연의 차분한 얼굴에는 아무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지만, 약간 느슨해 보이는 입꼬리는 오히려 친근감을 주었다.그러나 성연은 맞은편을 바라보는 순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증조할머니는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69화 깊이 뿌리가 박힌 듯해

    두 아이가 지금 자신의 옆에서 즐겁게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면서, 안금여의 그윽한 두 눈에 서글픔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결국 안금여는 감정은 잠시 가슴속에 담아두기로 결정했다.잠시 후, 안금여는 다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표정으로 돌아왔다.“얘들아, 증조할머니하고 함께 노는 건 어때?”“좋아, 좋아요, 증조할머니 너무 예뻐요. 사진이는 예쁜 증조할머니와 같이 노는 게 좋아요!”사진은 아주 열정적으로 대답했다. 눈빛에는 흥분이 가득했고, 안금여에 대해서 조금도 경계하지 않는 것 같았다. 사진이 방금 전 안금여를 보자마자 알 수 없는 친근감을 느꼈기 때문이다.자신에 대한 아이의 이런 열정을 알게 되자, 안금여의 마음도 당연히 즐거웠다. 눈가의 미소도 끊임없이 이어졌다.옆에서 줄곧 말수가 적은 사무도 비록 말은 많이 하지 않았지만 성실하게 안금여의 옆에 있으려고 했다. 안금여가 자신을 계속 안고 있어도 전혀 거절하지 않았다.“증조할머니. 이게 무슨 모양인지 보실래요?”“이거? 이런 추상적인 도안은 정말 증조할머니한테는 어려운 걸. 증조할머니가 한번 생각해 볼게.”안금여는 일부러 생각하는 척하면서 장난감을 쥐고 손바닥으로 쓰다듬었다.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게 되자, 안금여의 마음도 한결 밝아졌다.그렇게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 계속 마음속에 궁금하던 걸 물어보았다.“우리 귀염둥이들, 너희들은 요 몇 년 동안 외국에서 잘 지냈니?”사진은 아래턱을 약간 치켜세우면서 엉뚱한 대답을 했다.“아니요, A국에 있을 때는 이렇게 재미있는 장난감도 맛있는 것도 없었어요. 모두 단 음식만 있었어요.”어린 사진은 작은 소리로 항의하듯이 말했다. 처음에는 작은 소리로 항의했지만, 점점 흥분하면서 점차 소리도 커졌다.작은 입으로 계속 재잘거리면서 사진의 눈꼬리는 목소리에 따라 움직였다. 눈살을 찌푸렸다가 웃으면서 너무나 사랑스러운 모습을 드러냈다.“증조할머니, 운성에는 맛있는 게 너무 많아요!”사진은 잔뜩 뾰로통한 모습으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68화 정말 고생했어

    ‘전혀 감정이 없다면, 아이의 이름도 그렇게 짓지 않았겠지.’이렇게 생각하자, 안금여는 셩연의 눈을 보면서도 마음이 아팠다.안금여의 품에 안긴 사진은 아주 여유 있는 자세였다. 한쪽 손은 허리춤에 걸치고 한쪽 손으로 즐겁게 간식을 먹으면서도 아주 유유자적한 모습이었다.갑자기 고개를 든 사진이 뭔가 탐구하려는 욕망이 가득한 표정으로 안금여를 바라보았다.“증조할머니, 우리 아빠 할머니가 맞아요?”눈에 한껏 미소를 짓고 있던 안금여는 사진의 이 말을 듣자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졌다. 갑자기 멍한 눈빛으로 변하면서, 입은 천근만근인 것처럼 전혀 입을 뗄 수가 없었다.입술을 벌린 채 안금여의 눈길은 맞은편의 성연에게 향했다.성연도 아이가 지금 이런 말을 물을 줄은 몰랐던 것 같은 모습이었다.하지만 잠시 생각을 멈추고 한순간에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우리 귀염둥이, 엄마하고 오빠, 이렇게 셋이서 약속했잖아? 잊어버린 거 아니야?”성연의 눈길에는 온정이 어려 있었다. 조금도 당황한 기색이 없이, 태연하고 부드러운 태도를 갖추고 있었다.‘마치... 마치 이미 어떤 약속이 있었던 것 같아.’과연 성연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안금여의 품에 안겨 있던 사진의 얼굴에서는 이미 조금 전의 궁금하던 기색이 없어졌다. 눈동자를 살짝 굴리는 영리하고 귀여운 사진의 모습은 그야말로 사랑스러웠다.“아, 내가 잊었다. 엄마하고 우리 사이의 약속인데, 사진이가 반드시 지켜야 해!”‘마치 선서라도 하는 것처럼 진지한 아이의 모습이, 우습기도 하지만 탄복할 수밖에 없어.’‘이렇게 어린 아이인데 정말 훌륭하게 교육을 받았어.’“성연아, 요 몇 년 동안 너 혼자 이 두 아이를 돌보느라 정말 고생했어.”성연이 아이에게 말을 걸 때의 그 기세와 아이의 반응을 보자, 안금여의 눈에서는 복잡한 감정들이 반짝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안금여의 말을 듣자, 테이블 위에 놓인 성연의 손가락이 살짝 멈칫했다. 마치 명치 부분을 은은하게 건드린 듯한 느낌이었다.5년 동안 자신이 아이를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67화 아주 좋은 이름이구나

    “안녕하세요, 증조할머니, 저는 송사무입니다.”남자아이는 여전히 냉담한 표정이지만, 뜻밖에도 손을 뻗어서 자신의 태도를 나타냈다.바로 앞에 있는 증손자의 작은 손을 멍하니 보던 안금여는, 재빨리 손을 내밀어 답하면서 사무를 품에 안았다.“이름이 뭐라고?”주변에 어떤 시끄러운 소리도 없고 방해받지 않았는데도, 안금여는 결국 자신이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만약 이전에 이런 상황이었다면 사무는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그러나 안금여가 말을 하자마자 사무는 어떤 감정도 없이 다시 대답했다.“송사무요.”“사무, 사무라! 그래, 아주 좋은 이름이구나!”안금여는 한없이 기쁜 표정으로 어린 증손자의 손을 끊임없이 어루만졌다. 심지어 꿰뚫어 보듯이 사무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뜨거운 열정이 담겨 있었다.아까는 좀 거리가 있었지만 지금 자신의 품 안에 아이를 안고 보니, 사무의 이목구비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이 모습은 완전히 무진이 축소판이잖아!’‘이 녀석은 완전히 자기 아버지하고 판박이야.’‘무진이 어릴 때 사진하고 지금 안고 있는 아이를 비교해도 전혀 차이가 없을 거야!’“그래, 이 아가는 이름이 뭐야?”사진이 맞은편에 할머니 품에 안겨 있는 오빠를 보자, 할머니와 증손자 두 사람의 모습은 아주 온화하고 따뜻해 보였다. 성연의 품속에 안겨 있던 사진의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성연의 옷자락을 꼭 쥐었다. 한이 가득한 성연의 눈은 다른 쪽을 보고 있었다.사진이 츤데레한 말투로 퉁명스럽게 말했다.“흥, 할머니는 오빠만 좋아하고 나는 안아주지도 않으니까, 내 이름을 안 가르쳐 줄 거야!”성연은 딸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그야말로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다. 딸을 안고 있던 손에 힘을 약간 주면서 ‘귀염둥이’를 가볍게 끌어당겼다.“흥!”“아이고, 우리 증손녀 아가야! 증조할머니가 잘못했어. 증조할머니 잘못이야! 같이 안아 줄게. 자, 할머니한테 이리 오렴!”말을 하면서 안금여는 온통 기대하는 표정으로 두 팔을 활짝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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