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의 얼굴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 떠올랐다.‘밥 잘 먹고 난 후에 내가 왜 여우가 된 거야?’안진검이 바로 화를 내며 여자를 향해 언성을 높였다.“혜정아, 오해야!”모혜정은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모든 남자들이 바람을 피울 때 오해라고 하며 도무지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모혜정은 성연을 향해 화를 내며 비난을 퍼부었다.“보니까 나이도 어린 게 어떻게 하루 종일 빈둥거리면서 남자를 유혹하는 짓만 하는 거야? 남의 남자가 이용하기 좋은 모양이지? 요새 애들은 정말 너무 난잡해.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고!”성연은 사실 좀 멍해서 말도 하지 못했다.그러나 성연을 겁먹게 만들었다고 생각한 모혜정은 우쭐한 마음이 들었다.모헤정이 계속 말했다.“나는 지금 안진검 씨의 정식 여자친구거든? 네가 이 사람 곁에 있다 하더라도 단지 첩일 뿐이야. 그런데 같이 밥을 먹을 자격이 있겠어?”성연은 보통 사람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느꼈다.게다가 자신과 안진검은 친밀한 동작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이런 일을 똑똑히 조사하지도 않고 바로 쳐들어온다고? 전혀 그런 관계가 아니라면 어쩌려고, 사람을 너무 얕잡아 보는 거 아냐?’성연도 이 여자에게 많은 걸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어차피 말을 많이 해도 모헤정은 듣지 않을 것이다.성연은 차갑게 경고했다.“입 닥쳐요! 나는 안 선생님과 우연히 만났을 뿐이에요.”모혜정은 바로 조롱하듯이 말했다.“그냥 우연히 만났어? 하던 일을 인정할 용기는 없는 모양이네?”곧 다시 고개를 돌려 안진검을 향해 잔소리를 했다.“당신, 이런 여자에게 당신이 좋아할 만한 자격이 있다고? 무슨 일이 생기니까 바로 발뺌을 하잖아. 나중에 당신을 속이고 돈만 쏙 빼 가면 그때 가서 믿을 거야?”성연은 더 이상 말할 힘도 없어서 안진검을 바라보았다.안진검 본인의 일은 본인이 처리하고 자신을 끌어들이지 말라는 뜻을 표시했다.‘게다가, 여우라니, 절대 좋아할 만한 별명이 아니잖아?’‘식당에 사람도 적지 않은데, 만약 소문이라도
이 말에 모혜정도 완전히 멍해졌다.마침내 성연에 대한 공격을 멈춘 모혜정.머리부터 발끝까지 성연을 찬찬히 뜯어보았다.성연은 가장 전형적인 학생의 옷차림이다.헐렁한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게다가 명품 하나 걸치고 있지 않았다.강무진의 명성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북성에서 명성이 자자한 강무진이 아닌가?‘송성연은 젖비린내 나는 계집애야. 어떻게 이런 여자가 강무진 마음에 들었지?’‘수많은 명문가 아가씨들이 온갖 수단을 다 썼지만 결국 강무진의 관심을 얻지 못했어.’‘그런데 이 계집애는 뭐가 그렇게 잘났다는 거야?’모혜정의 눈빛에 의심이 가득했다.성연이 솔직하게 말했다.“당신들 두 사람의 일은 나하고 상관없어요. 안 선생님, 두 분이 잘 얘기해 보세요.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여기에 멍청하게 있으면서 날조된 누명을 뒤집어쓸 이유가 없었다.성연이 나가는 걸 아무도 막지 않았다.뒤에서 안진검이 모혜정을 구슬리는 소리도 들려왔다.“오해라고 말했잖아,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나와 송성연 씨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송성연 씨는 정말 강무진 씨의 약혼녀야.”성연이 식당 문을 나서자 모혜정이 비로소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저 여자가 진짜 강무진의 약혼녀라고? 당신 설마 나를 속이는 거 아니지? 내가 의심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핑계를 대고 얼버무리려는 거 아니야?”모혜정은 강무진이 저런 촌티 나는 송성연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모혜정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믿지 않을 것이다.“정말 확실해. 강무진의 이름은 모두 잘 알고 있는데, 내가 이런 일을 가지고 농담을 할 필요가 있겠어? 내가 아무리 허튼소리를 잘 한다 해도 강무진을 방패막이로 쓸 용기는 없어!”안진검은 입이 닳도록 말했다.모혜정이 잠시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그래도 여전히 머뭇거리면서 말했다.“정말 확실해? 그 여자가 강무진의 약혼녀야?”“물론이지, 내 눈으로 직접 봤어.” 안진검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사실임을 강조했
두 사람의 대화 내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성연.식당에서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모혜정이 바로 쫓아왔다.“송성연 씨, 잠깐만요.” 뒤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성연은 그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모혜정 씨.”성연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성연은 지금까지 자라면서 누구에게 이렇게 손가락질을 당해 본 적이 없었다.모혜정은 끊임없이 허리를 굽히면서 사과했다.“미안합니다. 정말 송성연 씨에게 미안합니다. 방금 제가 실언을 했어요. 저는 단지 진검 씨를 너무 사랑했을 뿐입니다. 전에 집에 있을 때 소문을 듣고 오해하게 된 거예요.”성연은 아무런 감정 표현 없이 모혜정을 힐끗 쳐다보기만 할 뿐 대답이 없었다.모혜정은 망설임 없이 시원시원하게 말하면서 성연에게 또 한바탕 아부하였다.“송성연 씨가 강무진 대표님의 약혼녀일 줄은 몰랐어요. 저도 들어본 적이 있는데, 오늘 직접 보니까 과연 신선한 매력을 가지신 분이네요.”성연은 약간 반감이 들었다.‘만약 강무진의 약혼녀라는 신분이 아니었다면, 모혜정은 계속 오해하고 있겠지?’‘이런 사람은 정말 사람에 따라서 대접이 달라!’‘그리고 이 여자는 멍청한 건지 어쩐지 모르겠어.’‘아무 때나 아부를 하고 있어.’성연은 굳이 몇 마디 말로 얼버무리고 말았다.“모혜정 씨의 약혼자가 안 선생님이니까 당신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어요.”모혜정은 감동을 받은 듯이 말했다.“송성연 씨는 같은 여자니까 틀림없이 이해해줄 줄 알았어요.”성연이 자신을 책망하지 않자, 모혜정은 마음속으로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성연과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했다.“송성연 씨, 구시가지 이쪽에 괜찮은 커피숍이 있는데 제 친구들도 모두 좋아해요. 송성연 씨하고 같이 가고 싶은데 틀림없이 마음에 들 거예요.”모혜정은 이렇게 말하면서 다가와서 성연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성연은 모혜정 같은 사람에게는 정말이지 호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미안합니다, 모혜정 씨. 제가 오늘
성연이 엠파이어 하우스에 도착하자 집사가 따라오며 물건을 방에 갖다 주었다.혼자 거실로 들어가던 성연은 무진이 손님을 만나고 있음을 알았다.게다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두 사람이 손님이었다.‘소지연과 이상효?’성연은 좀 놀랐다.‘이상효와 소지연이 어떻게 갑자기 찾아왔는지 모르겠네.’그러나 소지연이 성연을 바라보는 눈빛은 아주 음험했다.마치 성연이 자신의 불구대천 원수인 것처럼.그러나 성연은 소지연의 눈빛을 무시하기로 했다.자신은 결코 소지연에게 어떤 것도 빚지지 않았다.굳이 성연에게 누명을 씌우겠다면, 그건 바로 소지연 자신의 억측일뿐.성연을 본 무진도 바로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흔들었다.“성연아, 이리 와서 앉아.”성연은 무진의 말에 따라 그 곁에 가서 앉았다.이때, 무진이 비로소 설명했다.“이상효 씨가 특별히 오셔서 결혼식 참석한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하셨어.”성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냥 참석했을 뿐인데, 수고스럽게 직접 오셨네요.”강씨 가문을 방문할 수 있어서 이상효는 내심 기분이 좋았다.지금 성연이 먼저 자신에게 말을 걸자 기분이 더 좋아졌다.이상효가 웃으면서 말했다.“이걸 어떻게 수고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결혼은 인생의 대사인데 두 분이 직접 참석해 주셨으니, 앞으로 제 앞길은 틀림없이 순탄할 겁니다.”“너무 겸손하세요.” 성연도 인사치레로 화답했다.‘소지연은 나를 그렇게 미워했지만 정작 자기 남편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무진 씨에게 아부하려고 하는군.’‘게다가 소지연도 데리고 왔군. 지금 소지연은 어떤 마음일까?’“송성연 씨와 강 대표님 모두 성격이 시원시원하시네요. 두 분 사이가 정말 좋아 보입니다.”차를 한 모금 마신 이상효가 웃으며 말했다.무진은 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은 채 앉아 있었다. 성연도 자연스럽게 무진의 어깨에 기댄 채였고.성연을 보는 무진의 눈은 헤아릴 수 없이 부드러운 애정으로 가득 차 있는 듯했다.“당연히 약혼녀는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이지만, 그래도 저희는 상효
성연이 멍한 표정을 한 채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어요?”사실 성연은 그 말을 들었지만 혼자 당할 수 없어서 일부러 물은 것이다.‘이 겁을 상실한 소지연이 감히 강씨 집안에 와서까지 내게 경고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저 여자는 정말 자신이 뭐나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성연이 입 밖으로 드러낼 줄은 몰랐던 소지연의 두 눈에 당황한 빛이 엿보였다.그러나 곧 눈을 깜빡이면서 더없이 순진한 모습을 연출하며 무고한 척 가장했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 걸요.”다른 사람은 잘 몰라도 이상효가 소지연의 속셈을 모르겠는가?소지연의 원한을 그도 잘 알고 있다.‘그러나 소지연이 이미 내게 시집온 이상 이씨 가문을 대표하는 거야.’‘만일 소지연이 이로 인해 강무진의 미움을 사고 이씨 가문에 복수하게 되면 어떡하지?’‘소지연 이 바보 같은 여자는 전혀 분수를 몰라!’이상효는 눈살을 찌푸리며 바로 소지연에게 화를 냈다.“당신 왜 그래! 송성연 씨는 장차 강씨 가문의 안주인이 되실 분이야! 반드시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지!”그 말을 들은 소지연은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차갑게 이상효를 바라보았다.‘강씨 가문의 안주인 그 자리는 원래 내 자리였어.’‘만약 이상효가 능력이 있다면 그들이 어떻게 이럴 수 있겠어!’소지연은 이상효 같은 사람에게 시집간 것을 후회했다시집간 그날부터 이상효는 줄곧 자신을 모욕하면서 잘해준 적이 없었다.무진도 전혀 의심하지 않고 성연의 말을 믿었다.‘분명히 소지연이 무슨 말을 한 거야.’‘그렇지 않으면 성연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 거야.’무진도 소지연을 차갑게 바라보면서 차갑게 말했다.“도대체 무슨 말을 한 거지?”무진의 질문이 또 소지연의 마음을 슬프게 했다.‘무진 씨가 보기에 내 인상이 그렇게 나쁜 거야?’‘송성연이야 말로 정말 가식적으로 꾸미는 사람이야!’이상효는 무진의 음성에서 그가 화가 났음을 바로 알아차렸다.‘분명히 올 때만 해도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았는데.’‘결국, 소지연의
“당신, 건방지게 굴지 말고 자신의 위치나 잘 파악해!” 이상효는 한껏 힘을 주고 때렸다.소지연의 얼굴이 즉시 빨갛게 부어오르면서 입가에 핏발이 섰다.소지연의 마음은 미움으로 터질 것만 같았다.주먹을 꽉 쥐고 소리쳤다.“내가 말하지 않았으니 말하지 않았다고 한 거예요. 너희들은 왜 나를 믿지 않고 저 여자를 믿어요? 내가 또 뭘 잘못했어요?”“소지연 씨, 당신은 다른 사람을 속이는 동시에 자신도 속였어요. 그렇게 한다고 당신이 한 일을 지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성연은 가소롭다고 여겼다.‘말하지 않았다니, 소지연은 설마 마음속으로 계산도 하지 않았단 말이야?’“나는 절대 말하지 않았어. 당신, 당신이 고의로 그런 거야.” 소지연은 성연을 가리키며 소리쳤다.뺨이 빨갛게 부은 데다가 원한을 품은 눈빛이 아주 험악해 보였다.성연의 앞을 가로막은 무진이 눈을 찡그린 채 소지연을 쳐다보았다.“소지연, 앞으로 다시는 성연의 앞에 나타나지 마. 성연은 여태까지 거짓말을 하지 않았지만, 너야 말로 진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라는 건 모두가 잘 알고 있어. 더 이상 엄살 부리지 마.”원래 무진은 그렇게 심하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소지연은 너무나 실망스러웠다.이상효에게 시집갔으니 좀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너무 앞서서 생각한 것이다.“그만해, 소지연, 그만 지껄여.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집으로 돌아가는 즉시 예의를 가르쳐 줄 교사를 청해야겠어!”이상효는 계속 소지연을 향해 노발대발했다.‘모든 사람이 비난하는 눈빛이야.’‘나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결국 무거운 짐을 감당하지 못한 소지연이 얼굴을 가린 채 뛰쳐나갔다.이상효는 아내를 쫓아가지 않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사과했다.“죄송합니다. 강 대표님, 송성연 씨, 제가 아내를 잘 관리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만약 아내가 함부로 말한다면 송성연 씨가 언제든지 따귀를 때리세요!”그 말을 들은 성연은 다시 방금 전 이상효의 행동을 떠올렸다.성연은 속으로 좀
이상효는 소지연을 데리고 자신의 집안으로 돌아갔다.이를 갈며 미워하는 소지연의 입술에서는 피가 났다.원래 소지연을 훈계하려던 이상효는 누군가의 전화를 받더니 소지연은 쳐다보지도 않고 차를 몰고 나갔다.거실에 혼자 앉은 소지연의 눈에는 원망이 가득했다.이때 이상효의 어머니가 위층에서 내려왔다.손목에는 팔찌를 여러 개 차고 있었고 목걸이도 여러 개를 했다.돈이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할 까봐 온 전신을 휘황찬란하게 휘감은 것이다.거실로 와서 낭패한 모습의 소지연을 본 이상효의 모친은 냉소하면서 조롱했다.“너는 이제는 부잣집 아가씨가 아니라는 걸 잊지 마. 빨리 가서 요리사에게 어떻게 밥을 해야 하는가를 배우도록 해라. 앞으로 손님을 접대할 때 사람이 부족하면 너도 도와서 내 체면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해.”소지연은 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온종일 이상효에게 얻어맞고 욕은 먹어도 그만이야. 그런데 이제는 이상효의 모친이 날 고용인처럼 부리려고 하는데,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어?’소지연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한 채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자, 이상효의 모친이 눈썹을 찡그렸다.“소지연, 너 귀가 먹었니? 네가 우리 상효에게 시집온 이상 바로 이 이씨 집안 사람이야. 말을 듣지 않으면 큰 코 다칠 거야!”적나라한 위협에 소지현은 소파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굴욕이 가득한 눈빛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해야 했다.‘지금 이상효는 총명해졌어. 부모가 내 약점이라는 걸 알고 늘 부모를 들먹이며 협박해.’소지연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소지연이 주방에 들어오자, 주방에서 바쁘게 일하던 고용인이 흘겨보면서 마치 고용인을 부리듯이 말했다.“빨리 마늘을 까 주세요.”어릴 때부터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았던 소지연은, 이런 일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봐봐, 저 여자가 이씨 가문에서 어떻게 지내는지.’고용인조차도 소지연을 마음대로 부릴 정도였다.틀림없이 이상효와 이상효의 모친이 시켰을
겨우 식사 준비를 다 끝냈지만 소지연은 아직 주방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이상효의 모친은 그녀에게 반드시 남아서 식사 시중 들 것을 요구했다.“우리 이씨 가문의 며느리가 됐으니, 앞으로 밖에 나가서 창피 당하지 않도록 뭐든지 배워야 해.”이상효의 모친은 천천히 음식을 먹으면서 소지연을 한쪽에 서 있도록 했다.집에 고용인이 있지만, 예전의 그 콧대 높던 소씨 가문의 아가씨가 자신에게 비굴하게 굽실거리는 모습을 보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아들의 마음에 안 들었잖아?’‘나의 대단함을 며느리가 느끼게 해야 해.’소지연은 강씨 가문에서 뺨을 맞고 돌아온 뒤 잠시도 쉬지 못했다.지금은 이미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눈앞의 음식들을 보자 입에 고이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자신의 이런 모습이 좀 궁색하다고 느끼고 바로 감추려고 했다.“그럼 저는 뭘 먹어요? 이씨 가문도 어쨌든 대문 큰 가문인데, 새로 들어온 며느리를 굶긴다는 소문이 나서 남들의 비웃음을 사는 게 겁나지 않으세요?” 소지연의 말투는 냉담하고 딱딱했다.정말 이 이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지 않았다.그것은 구역질만 나게 할 뿐이다!그 말을 들은 이상효의 모친이 크게 웃었다.“소지연, 네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네가 말을 한다 해도 누가 너를 도와줄까? 누가 강무진의 미움을 사라고 했어?”소지연은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하지만 며느리를 굶기는 그런 일은 확실히 할 수 없지. 내가 배불리 먹고 나면 네가 와서 먹어. 겸사겸사 설거지도 하고.” 시어머니는 기세 등등한 모습으로 소지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시어머니의 식사가 드디어 끝났다.원래 1인분만 만들었는데지금 소지연에게는 먹다 남은 밥만 남았다.앞에 있는 음식을 본 소지연은 화가 났지만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했다.주방에 가서 먹을 것을 찾고 싶었지만, 그 고용인의 얼굴을 떠올리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테이블 위의 기름진 음식 접시들이 마치 자신을 비웃는 것만 같았다.
이런 유채연의 모습을 보고 외삼촌은 또 한바탕 잔소리를 했다.“정말 재수 없게 징징거리고 있지. 꼴이 그게 뭐야? 나는 상관하지 말고 빨리 가. 나한테 돈도 있고 차도 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는 말할 것도 없어. 너는 나한테 짐만 될 뿐이야!”유채연은 외삼촌이 어떤 마음인지 알고 있었다.대부분 외삼촌은 그저 입으로만 모질게 굴었을 뿐이다.사실 자신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했다.애초에 집에 그렇게 많은 일이 생기자 친척들마다 모두 양보하면서 피했다.외삼촌만 자신을 받아들이기를 원했다.모두들 유채연이 흉악한 외삼촌을 따라가면 틀림없이 좋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그러나 그동안 삶의 질이 좀 떨어진 걸 제외하면, 외삼촌은 진심으로 자신을 보호해 주었다.가게에 온 손님 중에 간혹 유채연의 예쁜 모습을 보고 희롱하려고 했지만, 모두 외삼촌에게 두들겨 맞고 쫓겨났다.이전의 여러 일들을 생각하자, 유채연은 외삼촌이 자신에게 그렇게 잘해 준 걸 알게 되었다.유채연이 갑자기 털썩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었다.“외삼촌, 그동안 거둬 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옆에서 그 모습을 본 그래함도 유채연을 따라 무릎을 꿇었다.그리고 큰 소리로 말했다.“외숙부님, 채연이의 부모님이 안 계시니 외숙부님이 채연이 아버님이십니다. 그래서 제가 무릎을 꿇고 맹세하겠습니다.”“저희는 곧 결혼하게 되면 반드시 읍내에서 잔치를 하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채연이를 보고 비웃지 못하게 할 테니, 채연이를 제게 주시면서 안심하셔도 됩니다. 제가 채연이에게 정말 잘 하겠습니다.”남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존엄성이다.그러나 그래함은 유채연을 위해 외삼촌 앞에 무릎을 꿇었다.이 역시 그래함의 성의를 충분히 드러낸 것이다.두 사람의 감정을 외삼촌은 더욱 눈에 새겨 두었다.‘채연이가 그래함과 함께 있으면서 미소도 눈에 많이 많아졌어.’“너희들 빨리 일어나!” 외삼촌은 유채연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게 아니었다.입으로는 듣기 싫은 말을 하지면, 개를 길러도 이
이전에 유채연이 입었던 옷은 전부 그래함과 성연이 함께 골라준 옷으로 교체되었다.유채연은 트렁크를 사서 물건을 다 넣었다.곧 떠나야 할 때, 유채연이 외삼촌과 작별인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내가 같이 갈게.” 유채연을 도와 트렁크를 닫고서 그래함이 일어났다.“그래도 나 혼자 갈래...” 유채연은 망설였다.“채연아, 이제는 우리 둘이 같이 있잖아. 외삼촌은 우리 관계의 증인이자 네 유일한 가족이야. 내가 널 데리고 갔다가, 내가 나타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야?” 그래함이 유채연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말했다.요 며칠간 함께 지내면서, 유채연은 자연스럽게 그래함과 더 가까워졌다.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그래함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만약 외삼촌이 그래함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 마음이 더 괴로울 거야.’“그래, 같이 가자.” 유채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두 사람이 함께 문을 나섰다.나오다가 마침 두 사람을 찾으려던 성연과 마주쳤다.“성연아, 우리 외삼촌 보러 갈 건데, 너도 갈래?” 유채연은 요 며칠 성연과 계속 붙어 있어서, 성연에 대한 감정도 이미 예전처럼 좋았다.어디를 가든지 성연을 데리고 가야 해서, 그래함이 한바탕 질투하기도 했다.“출발하기 전에 외삼촌과 작별인사 하러 가는 거예요?”성연이 물었다.“그래.” 유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나도 함께 갈게요.” 눈치 빠른 성연은 유채연의 손을 잡지 않고 뒤에서 따라갔다.‘채연 언니하고 그래함 사형이 나란히 다정하게 가는 모습을 보면, 외삼촌이 좀 안심할 수 있겠지.’유채연과 그래함은 앞에서 함께 걸어갔다.유채연의 마음은 여전히 좀 불안했다.‘예전에 외삼촌이 못마땅했을 때는 여기를 탈출하겠다는 생각도 했지.’그러나 정말로 외삼촌과 작별을 고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유채연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비록 그다지 내 생각대로 지내지는 못했지만.’‘하지만 예전에는 이곳이 내 유일한 피난처였지.’“걱정 마, 외삼촌은 좋은 분이니까 이해해 주실 거야.”
그 말을 듣자, 유채연은 코가 시큰거리면서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꽉 쥐었지만 뜬금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부모님이 돌아가신 후로 지금처럼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은 없었다.유채연의 얼굴에 눈물이 가득한 걸 보자, 가볍게 한숨을 쉰 그래함이 휴지로 부드럽게 눈물을 닦아주었다.“왜 그렇게 울기를 좋아해? 앞으로 나하고 있으면서 내가 잘 해줄 테니까 이렇게 울면 안 돼. 네가 눈물을 흘리는 게 안타까워.”그래함의 부드러운 말을 들으면서 유채연의 감정도 점차 가라앉았다.감정이 진정되자 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한 입 맛보았다.아주 달았다. 이 달콤함이 유채연의 마음속에 스며들면서 마음을 천천히 따뜻하게 했다.“고마워, 그래함.” 유채연은 코를 훌쩍이며 고맙다는 말을 했다.“내가 너에게 고마워해야지. 그렇게 오래 되었는데도 나를 기다리고 있었잖아. 내가 좀 일찍 너를 찾아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래함의 말투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우리는 지금이 좋아.” 유채연은 그래함의 이런 의기소침한 모습을 그냥 지켜볼 수 없었다.“그래, 이제 네가 있으니까 앞으로 우리는 더 좋아질 거야.”그래함이 동의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비록 성연은 어느새 감정이 없는 도구로 전락해버렸다.그러나 계속 뒤를 따라 가면서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성연은 정말 기뻤다.자신도 그런 분위기가 달콤하게 느껴졌다.예전에는 그저 단순하게 그래함 사형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그러나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자, 정말 두터운 그래함의 깊은 정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성연은 두 사람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처음에 굳어 있던 두 사람이 점차 풀어질 때까지 이미 정말 잘 지나왔어.’“두 분, 연애하면서 여동생도 잊어버렸지요? 나 너무 배가 고파요. 밥 먹으러 가고 싶어요.” 성연도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가게에서 별로 먹지 않고 이렇게 오래 걸었더니 벌써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지경이었다.그 말을 들은 유채연이 바로 뒤돌아서 미
“언니, 빨리 나와서 사형에게 보여주세요.” 성연이 바로 유채연을 데리고 나갔다.전혀 준비되지 않은 채, 유채연은 바로 그래함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래함은 지금도 유채연이 겉모습만 꾸민 여자들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고 여겼다.약간 수줍어하는 그 모습은 언제나 그래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그래함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한 채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유채연도 그래함이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는 걸 정말 기대하고 있었다.그런데 한참 기다렸는데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고개를 들어 그래함의 눈을 마주한 유채연이 어색하게 치마자락을 잡고 말했다.“어때? 보기 싫어?”“예뻐. 내가 홀딱 반할 정도야.” 그래함의 목소리는 가볍고 부드러웠다.유채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화장을 마친 뒤 그들은 계속 쇼핑을 했다.성연은 두 사람이 함께 있을 수 있게 자리를 양보했다.그래함이 바로 앞으로 가서 유채연의 손을 잡았다.유채연이 손을 빼려고 했지만, 그래함은 꼭 쥔 채 유채연이 벗어날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성연이도 여기 있잖아.” 유채연은 20여 년을 살면서 그래함 이 한 사람만 좋아했다.평소에도 남자와 스킨십을 해본 적도 없었다.지금 그래함과 함께 걸으면서 유채연은 불편한 기색이 가득했다.그러나 그래함의 따뜻한 손이 자신을 감싸고 있는 것을 느끼자 마음은 달콤했다.“신경 쓸 필요 없어.”그래함이 바로 말했다.두 사람 뒤에 있던 성연은 하마터면 그래함을 흘겨볼 뻔했다.‘이건 날 훼방꾼으로 여기는 거야.’유채연은 감히 고개를 돌려 성연을 보지 못하고, 손을 잡힌 채 얼굴만 빨개졌다.그래함은 유채연이 자신에게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자 불만스러웠다.“채연아, 팔장을 낄래.”“아니, 손을 잡았잖아.” 유채연은 입술을 깨물며 수줍어했다.“우리 연인 사이잖아?” 그래함이 유채연의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열기가 귓가를 스쳐 지나가자 유채연은 더욱 부끄러워했다.‘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는
외삼촌에게 차를 주자, 외삼촌은 드라이브를 하면서 이 차의 성능을 시험해 보겠다고 말했다.그래함이 자신을 속이는 건지 보려는 것이다.외삼촌이 차를 몰고 가자 성연과 그래함, 유채연만 남게 되었다.오늘 손님이 오기 때문에 가게는 문을 열지 않았다.‘자세히 헤아려 보니 외삼촌은 정말 디테일한 사람이야.’“채연 언니, 우리 쇼핑하러 가요.” 성연이 다가가서 유채연의 팔장을 꼈다.“그래.” 유채연은 성연이 쇼핑을 하려는 걸로 생각하고 함께 갔다.성연이 유채연을 데리고 온 곳은 모두 고급 쇼핑몰이었다.유채연도 옷을 좀 사고 싶었지만, 가격을 보고는 그런 생각이 쏙 들어갔다.성연은 흰색 원피스를 유채연의 몸에 대고 비교해 보았다.“채연 언니, 이 원피스가 잘 어울려요. 한번 입어 보세요.”“난 됐어. 네가 맘에 들면 사.” 방금 유채연은 가격표를 언뜻 봤다.‘너무 엄청난 가격이야.’‘원피스 한 벌에 어떻게 가격이 이렇게 비쌀 수 있는지 정말 상상할 수가 없어.’‘정말 터무니없는 가격이야!’“언니, 이 치마가 정말 잘 어울려요. 한번 입어보고 싶지 않아요?” 성연은 눈을 깜빡이며 유채연을 바라보았다.눈앞의 원피스를 보고 유채연은 망설였다.“채연아, 한번 입어 봐.” 그래함도 유채연이 이 옷으로 갈아입은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다.유채연은 자신의 그런 모습이 기대되면서도 머뭇거렸다.마침내 결정을 내린 뒤에 옷을 가지고 탈의실로 들어갔다.‘확실히 잘 어울리네.’유채연은 한번 입어 본 걸로 만족했고 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성연과 그래함이 번갈아 설득해서 유채연도 결국 옷을 하겠다고 했다.두 사람은 또 유채연에게 많은 옷을 사주었다.처음에는 유채연도 두 사람이 돈을 쓰는 걸 걱정했다.그러나 두 사람의 좋아하는 모습을 보자, 유채연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나중에는 돈을 쓰는 것에도 무감각해졌다.예쁜 옷을 많이 산 뒤 그래함이 뒤에서 가방을 들어주었다.그래함의 두 손으로 겨우 들 수 있을 정도였다.성연은 또 유채연을 끌고
“정말 변변치 못하게!” 외삼촌은 유채연을 노려보았다.그래함은 외삼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완전히 파악했다.‘외삼촌은 이게 채연이가 만약에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거야.’그래서 그래함도 지나친 요구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이런 것들을 채연이에게 주는 것도 당연한 거야. 여기에 그치지 않고 채연이에게 훨씬 더 잘 해 줄 거야.게다가 외삼촌과 유채연은 그래함의 지위에 대해서 개념도 없었을 것이다.이 정도의 돈은 그래함에게 있어서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유채연이 직접 음식을 준비해서, 외삼촌 가게 뒤의 정원에서 모두 함께 밥을 먹었다.외삼촌의 표정은 시종 좋지 않있다.밥을 다 먹고 유채연이 치우려고 하자 외삼촌이 퉁명스럽게 말했다.“놔 둬! 나 혼자 해도 돼! 너는 그럴 시간이 있으면 가서 너 자신이나 좀 꾸며.”외삼촌은 말하면서 유채연을 물러서게 했다. 유채연이 비틀거리자 그래함이 뒤에서 유채연을 부축해 주었다.그리고 유채연을 데리고 나갔다.집 앞에 와서야 유채연은 그래함과 성연에게 미안한 듯이 웃었다.“정말 미안해. 외삼촌이 바로 저런 성격이셔. 미안해.”“언니, 외삼촌이 이런 성격인 건 우리도 이해할 수 있어요. 외삼촌이 치우지 말라고 했으니까 우리 좀 걸어요. 이쪽의 풍경이 좋네요.” 성연은 유채연을 데리고 앞으로 걸어갔다.그래함과 성연이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고, 유채연은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다.그들은 주변을 한가롭게 걸었다.길가에서 자동차 판매점을 본 그래함이 걸음을 멈추었다.유채연과 성연은 고개를 돌려 보면서 의아하게 생각했다. 성연이 그래함에게 물었다.“사형, 왜 그래요?”“우리 들어가서 한번 보자.” 그래함은 판매점 안으로 들어갔다.그래함이 뭘 하려는 건지 몰랐지만, 유채연과 성연도 그래함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그래함은 한참동안 살펴보았다.여기는 읍내라서 그다지 비싼 차가 없었다. 겉모습이 좋아 보이는 차는 성능이 좋지 않았고 성능이 좋은 차는 스타일이 좋지 않았다.겨
“그렇게 하겠습니다.” 외삼촌이 말한 걸 그래함은 모두 승락했다.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외삼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유채연은 외삼촌이 제시한 조건들에 대해서 아주 불만이었다.‘내가 그래함과 함께 하는 건 두 사람이 예전의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그러나 지금 외삼촌이 그렇게 많은 요구를 하는데, 오히려 내가 그래함의 돈 때문에 그래함과 함께 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유채연이 항의했지만 외삼촌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래함을 바라보았다.“어때? 내 이 조건들을 자네가 승낙한다면 채연이가 자네와 함께 떠나도 돼. 자네가 승낙하지 않는다면... 그럼 말할 필요도 없지!”유채연이 다시 말을 하려고 했지만, 바로 뒤에 있던 성연이 유채연의 옷소매를 당기면서 권유했다.“사형에게 저런 요구를 한 건, 외삼촌이 언니에게 사고가 생길까 봐 걱정했기 때문이에요. 나중에 혹시라도 집안이 몰락하게 될까 봐 일부러 이런 요구를 한 거예요. 만약 언젠가 정말 의외의 사고가 생긴다 해도, 언니가 읍내로 돌아올 수 있게 말이죠.”옆에 있던 성연은 벌써 외삼촌의 뜻을 알아차렸다.‘외삼촌이 말한 조건은 모두 채연 언니에게 유리한 것들이야.’‘외삼촌은 자신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어.’‘돈도 채연 언니 계좌에 넣고, 집 명의도 채연 언니 앞으로 하라고 했어.’‘모두 채연 언니에게 만약의 일이 생겼을 때를 대비한 거야.’성연도 그제서야 외삼촌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외삼촌의 마음이 이렇게 세심한 줄은 몰랐어.’‘사형이 채연 언니를 아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기에, 외삼촌이 말한 이런 상황은 생기지 않을 거야.’‘그러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이기도 해. 결국 앞으로의 일은 아무도 모르니까.’유채연도 그제서야 외삼촌의 의도를 알게 되었다.‘외삼촌의 요구는 모두 나를 위해서였어.’유채연은 더더욱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그저 그래함을 바라볼 뿐이다.“외숙부님이 말씀하신 건 다 문제없습니다. 채연이에게 사 줄 집을 한번
성연은 식당 입구의 작은 가게에서 그래함과 유채연을 기다렸다.두 사람이 손을 잡고 식당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 성연은 두 사람이 함께 하기로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성연은 묵묵히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그래함이 유채연을 데리고 가더라도 바로 데리고 갈 수는 없었다. 유채연의 외삼촌이 별로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해도.그러나 유채연의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다. 유채연을 데려간다면 그래함은 반드시 외삼촌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그래함은 유채연과 함께 돌아가서 외삼촌을 만났다.외삼촌이 그래함을 난처하게 만들 것을 염려해서, 유채연은 원래 그다지 외삼촌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외삼촌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자, 유채연도 조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생각해보니 외삼촌은 아마 동의할 것 같아.’그들이 집에 도착했을 때, 유채연의 외삼촌은 거실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외삼촌.” 유채연은 그래함의 뒤에 숨은 채 외삼촌을 바라보았다.‘외삼촌은 지금까지 내가 여기서 살게 해주셨어.’‘어쩌다 내게 온정을 보이기도 했지만.’유채연도 외삼촌 본인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외삼촌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의식적인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그래함은 유채연의 손을 토닥이면서 긴장을 풀고 모든 건 자신에게 맡기라는 눈짓을 했다.“외숙부님.” 그래함이 유채연과 함께 외삼촌 맞은편에 앉았다.외숙부라는 호칭을 듣자마자 외삼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험악판 표정을 지으며 그래함을 바라보았다.“지금 뭐라고 했어? 나는 당신 같은 조카는 없어.”그래함은 오히려 외삼촌을 두려워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어차피 이제 모두 한 가족이 될 테니까 제가 외숙부님이라고 해야지요.”그래함의 말에 반박하려던 외삼촌은, 부끄러워하면서도 기대감에 가득 찬 유채연의 눈빛을 마주하자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무슨 일이야!” 외삼촌은 코웃음을 치면서 그래함을 쳐다보았다.“저는 채연이를 데리고 가고 싶습니다. 여기서 나가서 더 잘 살 수 있게
이튿날 오후, 가게문을 닫은 뒤 유채연은 성연의 안내로 그래함을 만났다.이번에는 유채연의 수줍은 성격을 고려해서, 밀크티 가게가 아니라 칸막이가 있는 식당을 골랐다.엉성한 칸막이지만 그래도 모두 다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우아한 분위기가 넘치는 잘생긴 그래함을 보자, 유채연의 얼굴이 달아오를 수밖에 없었다.유채연이 그래함에게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다. 감정이 없었다면 그 옥노리개도 간직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채연아,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그래함이 유채연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나는, 다 괜찮아.” 유채연은 그래함을 똑바로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래함은 이렇게 멋스러운데, 나는 진흙밭의 진흙일 뿐이야.’요 몇 년 동안 유채연은 전혀 자신을 꾸미지도 않았다.날마다 그럭저럭 지냈을 뿐이다.지금은 그래함을 똑바로 바라볼 용기도 없었다.‘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그래함에게 어울릴 수 있겠어?’그래함이 종업원을 불러서 가정식 요리를 몇 개 시켰다.모두 유채연이 좋아하는 음식들이다.그래함이 시키는 요리 이름을 들으면서, 유채연은 놀라면서도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다, 당신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어?”그래함이 유채연을 부드럽게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좋아하는 걸 내가 어떻게 기억하지 못하겠어?”“당신...”그래함이 자상하게 대할수록 유채연은 더 열등감을 느꼈다.‘나한테 무슨 덕과 능력이 있어서 이런 사람에게 어울리겠어?’“애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음식부터 먹자.” 그래함의 마음은 더 긴장하면서 안절부절 못했다.이번에 또다시 거절 대답을 듣게 될까 봐 두려웠다.성연은 턱을 괸 채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유채연은 그다지 먹고 싶은 것 같지 않았다. 그래함은 수시로 유채연에게 음식을 집어 줬지만, 식사하는 내내 유채연을 쳐다보느라 음식도 그다지 먹지 않았다.안타까움이 가득한 식사였다.가까스로 식사를 마친 뒤, 그래함은 종업원에게 앞의 음식을 치우고 주스와 과일을 내오도록 했다.그래함이 유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