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이 엠파이어 하우스에 도착하자 집사가 따라오며 물건을 방에 갖다 주었다.혼자 거실로 들어가던 성연은 무진이 손님을 만나고 있음을 알았다.게다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두 사람이 손님이었다.‘소지연과 이상효?’성연은 좀 놀랐다.‘이상효와 소지연이 어떻게 갑자기 찾아왔는지 모르겠네.’그러나 소지연이 성연을 바라보는 눈빛은 아주 음험했다.마치 성연이 자신의 불구대천 원수인 것처럼.그러나 성연은 소지연의 눈빛을 무시하기로 했다.자신은 결코 소지연에게 어떤 것도 빚지지 않았다.굳이 성연에게 누명을 씌우겠다면, 그건 바로 소지연 자신의 억측일뿐.성연을 본 무진도 바로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흔들었다.“성연아, 이리 와서 앉아.”성연은 무진의 말에 따라 그 곁에 가서 앉았다.이때, 무진이 비로소 설명했다.“이상효 씨가 특별히 오셔서 결혼식 참석한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하셨어.”성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냥 참석했을 뿐인데, 수고스럽게 직접 오셨네요.”강씨 가문을 방문할 수 있어서 이상효는 내심 기분이 좋았다.지금 성연이 먼저 자신에게 말을 걸자 기분이 더 좋아졌다.이상효가 웃으면서 말했다.“이걸 어떻게 수고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결혼은 인생의 대사인데 두 분이 직접 참석해 주셨으니, 앞으로 제 앞길은 틀림없이 순탄할 겁니다.”“너무 겸손하세요.” 성연도 인사치레로 화답했다.‘소지연은 나를 그렇게 미워했지만 정작 자기 남편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무진 씨에게 아부하려고 하는군.’‘게다가 소지연도 데리고 왔군. 지금 소지연은 어떤 마음일까?’“송성연 씨와 강 대표님 모두 성격이 시원시원하시네요. 두 분 사이가 정말 좋아 보입니다.”차를 한 모금 마신 이상효가 웃으며 말했다.무진은 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은 채 앉아 있었다. 성연도 자연스럽게 무진의 어깨에 기댄 채였고.성연을 보는 무진의 눈은 헤아릴 수 없이 부드러운 애정으로 가득 차 있는 듯했다.“당연히 약혼녀는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이지만, 그래도 저희는 상효
성연이 멍한 표정을 한 채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어요?”사실 성연은 그 말을 들었지만 혼자 당할 수 없어서 일부러 물은 것이다.‘이 겁을 상실한 소지연이 감히 강씨 집안에 와서까지 내게 경고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저 여자는 정말 자신이 뭐나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성연이 입 밖으로 드러낼 줄은 몰랐던 소지연의 두 눈에 당황한 빛이 엿보였다.그러나 곧 눈을 깜빡이면서 더없이 순진한 모습을 연출하며 무고한 척 가장했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 걸요.”다른 사람은 잘 몰라도 이상효가 소지연의 속셈을 모르겠는가?소지연의 원한을 그도 잘 알고 있다.‘그러나 소지연이 이미 내게 시집온 이상 이씨 가문을 대표하는 거야.’‘만일 소지연이 이로 인해 강무진의 미움을 사고 이씨 가문에 복수하게 되면 어떡하지?’‘소지연 이 바보 같은 여자는 전혀 분수를 몰라!’이상효는 눈살을 찌푸리며 바로 소지연에게 화를 냈다.“당신 왜 그래! 송성연 씨는 장차 강씨 가문의 안주인이 되실 분이야! 반드시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지!”그 말을 들은 소지연은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차갑게 이상효를 바라보았다.‘강씨 가문의 안주인 그 자리는 원래 내 자리였어.’‘만약 이상효가 능력이 있다면 그들이 어떻게 이럴 수 있겠어!’소지연은 이상효 같은 사람에게 시집간 것을 후회했다시집간 그날부터 이상효는 줄곧 자신을 모욕하면서 잘해준 적이 없었다.무진도 전혀 의심하지 않고 성연의 말을 믿었다.‘분명히 소지연이 무슨 말을 한 거야.’‘그렇지 않으면 성연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 거야.’무진도 소지연을 차갑게 바라보면서 차갑게 말했다.“도대체 무슨 말을 한 거지?”무진의 질문이 또 소지연의 마음을 슬프게 했다.‘무진 씨가 보기에 내 인상이 그렇게 나쁜 거야?’‘송성연이야 말로 정말 가식적으로 꾸미는 사람이야!’이상효는 무진의 음성에서 그가 화가 났음을 바로 알아차렸다.‘분명히 올 때만 해도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았는데.’‘결국, 소지연의
“당신, 건방지게 굴지 말고 자신의 위치나 잘 파악해!” 이상효는 한껏 힘을 주고 때렸다.소지연의 얼굴이 즉시 빨갛게 부어오르면서 입가에 핏발이 섰다.소지연의 마음은 미움으로 터질 것만 같았다.주먹을 꽉 쥐고 소리쳤다.“내가 말하지 않았으니 말하지 않았다고 한 거예요. 너희들은 왜 나를 믿지 않고 저 여자를 믿어요? 내가 또 뭘 잘못했어요?”“소지연 씨, 당신은 다른 사람을 속이는 동시에 자신도 속였어요. 그렇게 한다고 당신이 한 일을 지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성연은 가소롭다고 여겼다.‘말하지 않았다니, 소지연은 설마 마음속으로 계산도 하지 않았단 말이야?’“나는 절대 말하지 않았어. 당신, 당신이 고의로 그런 거야.” 소지연은 성연을 가리키며 소리쳤다.뺨이 빨갛게 부은 데다가 원한을 품은 눈빛이 아주 험악해 보였다.성연의 앞을 가로막은 무진이 눈을 찡그린 채 소지연을 쳐다보았다.“소지연, 앞으로 다시는 성연의 앞에 나타나지 마. 성연은 여태까지 거짓말을 하지 않았지만, 너야 말로 진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라는 건 모두가 잘 알고 있어. 더 이상 엄살 부리지 마.”원래 무진은 그렇게 심하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소지연은 너무나 실망스러웠다.이상효에게 시집갔으니 좀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너무 앞서서 생각한 것이다.“그만해, 소지연, 그만 지껄여.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집으로 돌아가는 즉시 예의를 가르쳐 줄 교사를 청해야겠어!”이상효는 계속 소지연을 향해 노발대발했다.‘모든 사람이 비난하는 눈빛이야.’‘나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결국 무거운 짐을 감당하지 못한 소지연이 얼굴을 가린 채 뛰쳐나갔다.이상효는 아내를 쫓아가지 않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사과했다.“죄송합니다. 강 대표님, 송성연 씨, 제가 아내를 잘 관리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만약 아내가 함부로 말한다면 송성연 씨가 언제든지 따귀를 때리세요!”그 말을 들은 성연은 다시 방금 전 이상효의 행동을 떠올렸다.성연은 속으로 좀
이상효는 소지연을 데리고 자신의 집안으로 돌아갔다.이를 갈며 미워하는 소지연의 입술에서는 피가 났다.원래 소지연을 훈계하려던 이상효는 누군가의 전화를 받더니 소지연은 쳐다보지도 않고 차를 몰고 나갔다.거실에 혼자 앉은 소지연의 눈에는 원망이 가득했다.이때 이상효의 어머니가 위층에서 내려왔다.손목에는 팔찌를 여러 개 차고 있었고 목걸이도 여러 개를 했다.돈이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할 까봐 온 전신을 휘황찬란하게 휘감은 것이다.거실로 와서 낭패한 모습의 소지연을 본 이상효의 모친은 냉소하면서 조롱했다.“너는 이제는 부잣집 아가씨가 아니라는 걸 잊지 마. 빨리 가서 요리사에게 어떻게 밥을 해야 하는가를 배우도록 해라. 앞으로 손님을 접대할 때 사람이 부족하면 너도 도와서 내 체면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해.”소지연은 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온종일 이상효에게 얻어맞고 욕은 먹어도 그만이야. 그런데 이제는 이상효의 모친이 날 고용인처럼 부리려고 하는데,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어?’소지연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한 채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자, 이상효의 모친이 눈썹을 찡그렸다.“소지연, 너 귀가 먹었니? 네가 우리 상효에게 시집온 이상 바로 이 이씨 집안 사람이야. 말을 듣지 않으면 큰 코 다칠 거야!”적나라한 위협에 소지현은 소파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굴욕이 가득한 눈빛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해야 했다.‘지금 이상효는 총명해졌어. 부모가 내 약점이라는 걸 알고 늘 부모를 들먹이며 협박해.’소지연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소지연이 주방에 들어오자, 주방에서 바쁘게 일하던 고용인이 흘겨보면서 마치 고용인을 부리듯이 말했다.“빨리 마늘을 까 주세요.”어릴 때부터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았던 소지연은, 이런 일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봐봐, 저 여자가 이씨 가문에서 어떻게 지내는지.’고용인조차도 소지연을 마음대로 부릴 정도였다.틀림없이 이상효와 이상효의 모친이 시켰을
겨우 식사 준비를 다 끝냈지만 소지연은 아직 주방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이상효의 모친은 그녀에게 반드시 남아서 식사 시중 들 것을 요구했다.“우리 이씨 가문의 며느리가 됐으니, 앞으로 밖에 나가서 창피 당하지 않도록 뭐든지 배워야 해.”이상효의 모친은 천천히 음식을 먹으면서 소지연을 한쪽에 서 있도록 했다.집에 고용인이 있지만, 예전의 그 콧대 높던 소씨 가문의 아가씨가 자신에게 비굴하게 굽실거리는 모습을 보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아들의 마음에 안 들었잖아?’‘나의 대단함을 며느리가 느끼게 해야 해.’소지연은 강씨 가문에서 뺨을 맞고 돌아온 뒤 잠시도 쉬지 못했다.지금은 이미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눈앞의 음식들을 보자 입에 고이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자신의 이런 모습이 좀 궁색하다고 느끼고 바로 감추려고 했다.“그럼 저는 뭘 먹어요? 이씨 가문도 어쨌든 대문 큰 가문인데, 새로 들어온 며느리를 굶긴다는 소문이 나서 남들의 비웃음을 사는 게 겁나지 않으세요?” 소지연의 말투는 냉담하고 딱딱했다.정말 이 이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지 않았다.그것은 구역질만 나게 할 뿐이다!그 말을 들은 이상효의 모친이 크게 웃었다.“소지연, 네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네가 말을 한다 해도 누가 너를 도와줄까? 누가 강무진의 미움을 사라고 했어?”소지연은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하지만 며느리를 굶기는 그런 일은 확실히 할 수 없지. 내가 배불리 먹고 나면 네가 와서 먹어. 겸사겸사 설거지도 하고.” 시어머니는 기세 등등한 모습으로 소지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시어머니의 식사가 드디어 끝났다.원래 1인분만 만들었는데지금 소지연에게는 먹다 남은 밥만 남았다.앞에 있는 음식을 본 소지연은 화가 났지만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했다.주방에 가서 먹을 것을 찾고 싶었지만, 그 고용인의 얼굴을 떠올리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테이블 위의 기름진 음식 접시들이 마치 자신을 비웃는 것만 같았다.
엠파이어 하우스의 거실에는 큰 가방과 작은 가방들이 놓여 있었다.이미 짐 정리를 마친 성연은 곧 출발하려고 했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쪽에 앉아 있는 무진은 아쉬운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먼저 다가간 성연이 무진의 어깨를 안고 살살 달랬다.“몇 달 있으면 다시 돌아오잖아요.”무진은 성연의 허리를 감싸고 품에 꼭 안았다.“몇 달의 시간도 길어. 나는 그렇게 오래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아.”“하지만 나는 공부해야지요. 무슨 일을 하든 시작과 끝이 있어야 하잖아요. 나는 학점도 필요 없어서, 다른 사람의 4년 과정을 몇 달 만에 다 이수했어요. 기쁘지 않아요?” 성연이 무진에게 차근차근 설명했다.무진이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그러나 마음속에는 아쉬움만 가득했다.성연도 돌아온 시간이 꽤 길어 보였지만.그러나 무진은 그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고 느꼈다.성연과 함께 뭔가 체험할 겨를도 없었다.“그래, 기뻐. 짐은 다 쌌어? 내가 공항까지 바래다 줄게.” 성연을 볼수록 보내고 싶지 않을 것 같아서, 무진은 성연의 얼굴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성연은 입을 삐죽거리면서 말없이 무진의 뒤를 따랐다.고용인이 성연의 모든 물건을 차에 옮기는 걸 도왔다.트렁크를 닫은 후, 두 사람은 함께 차에 올랐다.무진이 직접 운전석에 앉아 차를 몰았다. 성연은 조수석에 앉았다.너무나 아쉬운 마음이 커서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성연이 타고 갈 항공편을 무진이 일찌감치 준비했다. 무려 전세기로.성연이 가는 건 내키지 않았지만 말이다.성연을 도울 수 있는 일은 가능한 한 하나도 빼놓지 않았다.세세한 부분까지 아주 세심하게 배려했다.공항에 도착하자 무진이 성연의 손을 잡았다.“거기 가서 무슨 일이 있으면 내게 말해. 혼자 짊어지지 말고, 알겠지?”“알았어요. 유럽에 한 번 가봤으니까 이제 번거로운 일은 별로 없어요. 도착하면 공부를 다 마치는 데 전념할 거예요.” 성연은 무진의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자기 자신을 잘 보살펴.
휴대폰 화면을 넘기며 탑승을 준비하고 있던 성연.전세기라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막 뉴스를 검색하던 화면 위에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관한 속보가 떴다.성연은 얼른 기사를 찾아 읽었다.역시 학교 안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때문에 지금은 학생들이 학교 안에 머무를 수 없다는, 그리고 당분간 휴교한다는 내용이었다.기사를 확인한 성연이 걸음을 멈추었다.그녀는 속으로 탄식했다.‘설마 나보고 북성에 남으라는 하늘의 계시인 걸까?’‘기왕에 이렇게 되었으니 여기에 남아야지.’‘무진 씨가 다시 한번 결혼 이야기를 꺼내면, 그럼 이번 기회에 못 이기는 척 결혼을 할 수도 있어.’그때 쫓아온 무진도 성연이 그 자리에 서 있는 걸 보고, 초조하게 유럽 학교의 상황을 설명했다.“지금 유럽 쪽은 너무 위험해. 위험이 지나가고 학교의 일을 잘 해결되고 난 후에 다시 가도록 해.”성연이 웃으면서 말했다.“그럼 내가 국내에 남아서 무진 씨를 많이 돌봐야겠네요.”무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면서 눈에는 미소가 짙게 어려 있었다.성연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봐, 하늘도 우리 이별을 허락하지 않는 거야.”“그건 그래요.” 성연은 무진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이제 집으로 가자, 응?” 무진이 성연의 마음을 달래며 말했다.성연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우리 집으로 가요.”‘이제 유럽도 못 가는데 집에 가는 것 말고 또 어디를 갈 수 있겠어?’그동안의 우울한 분위기는 말끔히 사라지고, 돌아가는 길에 무진의 눈에서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그만큼 정말 기분이 상쾌했다.성연도 아주 홀가분한 마음이었다.‘어차피 뜻밖의 사고인 이상, 순리 대로 따르는 거야.’성연은 무진과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있으면서 서로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되었다.‘무진 씨의 사람됨은 믿을 수 있어.’‘그리고 무진 씨 곁에는 여자가 너무 많아.’성연도 일찌감치 무진과 결정하려고 했다. ‘그러면 그렇게 많은 여자들이 무진 씨를 기웃거리지 않을 거야!’그러
무진과 성연은 방금 집에 돌아왔다.성연이 떠나지 않았다는 소식이 조수경의 귀에 전해졌다.이 소식을 듣고 조수경은 은근히 기분이 나빠졌다.원래는 송성연이 떠나면 다시 강무진에게 제대로 사과할 생각이었다.그리고 안금여와 강운경이 좋게 말해 주도록 유도해서 다시 무진의 신임을 얻는 것이다.‘그런데 결국 이렇게 되어 버렸어.’‘송성연이 저기에 떡하니 있으니,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어.’송성연이 없다면 조수경은 불쌍한 척 가장해서, 저들이 자신을 측은하게 여기고 동정하게 만들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게 할 수 없게 됐어.’조수경은 송성연을 혼내 주기 위해서 심사숙고했다.그렇지 않으면, 이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사실 강씨 가문에서 나온 뒤 조수경의 생활은 힘들지 않았다.지금 살고 있는 곳도 큰 빌라였다.‘마음이 울적해.’‘이런 고급 빌라에 사는 게 무슨 소용이 있어?’조수경이 꿈꾸는 것은 강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어 높임 받는 생활을 하는 것이다.그래서 반드시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한참을 생각한 끝에 한 사람을 떠올렸다.그 사람은 바로 손민철.조수경은 북성에 친척도 친구도 없다.어쩌면 지금 곳곳에서 무진이 감시하고 있을지도 몰랐다.‘다른 사람을 부르는 건 아주 불편해.’‘오직 손민철만 가능해. 내가 손민철과 접촉하는 건 누구도 절대 생각하지 못할 거야.’결국 조수경이 이전에 가졌던 손민철에 대한 공포감이 이미 마음속에 깊이 파고들었다.조수경은 바로 호텔로 갔다.호텔에 도착한 뒤 손민철에게 전화를 걸었다.“시간 있어요?” 조수경의 목소리는 달콤하고 매혹적이다.조수경에 푹 빠져 있던 손민철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설사 지금 일이 있다 해도 즉시 내팽개칠 터였다![있어, 당연히 시간이 있지. 우리 자기가 어쩐 일이야?]“나는 호텔에 있어, 당신... 올래?” 조수경은 일부러 말을 길게 끌었다.[가야지! 주소를 보내줘.] 손민철이 얼른 말했다.조수경이 먼저 자신을 찾는 건 정말 아주
꼭두새벽에 손건호가 별장에 도착했다.성연이 코디한 무진의 정장이 후리후리한 체형에 잘 매치되자, 성연의 두 눈에는 그야말로 하트가 가득했다.‘정말 멋있어, 너무 멋있어!’손건호가 다급한 표정으로 초대장을 건네주었다.“보스, 운성시의 상공회의소에서 보낸 초대장인데, 오늘 저녁 8시에 유니버설 호텔에서의 파티입니다.”무진은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 이런 초대는 매일 몇 개나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오늘 스케줄에 이건 없지?” 말을 하면서 회사로 출발할 발걸음을 재촉했다.“없습니다.” 손건호는 입을 딱 벌린 채 말을 더듬었다.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 무진이 눈살을 찌푸리고 손건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 있으면 빨리 말해. 빙빙 돌리지 말고!”“예!” 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이겁니다. 오늘 밤 이 파티의 주최자가 연계진의 연운그룹입니다. 그리고 진씨 가문도 참석한다고 합니다!”무진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진씨 가문은 정말 연계진과 같은 길을 가려고 하는 모양이네. 진 백부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진교철 한 명 때문에?’“손 비서, 곧바로 진교철의 국외에서의 모든 이력을 샅샅이 조사해줘! 그리고 파티에 참석하는 걸로 저녁 일정을 바꿔!”무진의 눈빛이 변했고, 그윽하게 빛나는 눈빛에는 형언할 수 없는 예리함이 가득했다.“보스, 왜 참석하시려는 겁니까? 그러면 연계진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닙니까? 보스, 가지 마세요. 연계진에게 보스는 쉽게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손건호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무진이 가볍게 웃으면서 손건호의 어깨를 토닥였다.“너는 아직 좀 어려. 연계진 그 인간이 이렇게 초대장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데 왜 굳이 보냈겠어?”“그럼 이건 연계진이 고의로 도발한 겁니까?”고개를 끄덕이며 거실에서 나온 무진은 벤틀리를 향해 걸어갔다.손건호가 얼른 차문을 열어준 뒤 바로 운전석에 올랐다.2층 안방에서 남편이 떠나는 모습
연운그룹 빌딩 회장실.연계진은 명문가의 두 자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의 가문은 모두 WS그룹 자회사에 납품하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전 선생님과 임 선생님께서 가문의 사람들을 설득해서 상품을 우리 연운그룹에 조달할 수 있다면, WS그룹의 가격보다 30%를 더 쳐서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전혀 이익을 보지 않고 모두 당신들에게 양보하는 거나 한가지입니다.”연계진의 가늘고 긴 두 눈이 웃는 듯 마는 듯 두 남자를 바라보았다.두 부잣집 도련님들은 크게 동요한 게 분명했다. 30%의 이윤이라면 대충 계산해도 1년에 20억 원이 넘는 이익이 더 생길 것이다.이런 이익이라면 그들은 당연히 집안 어른들 앞에서 내세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기만 한다고 자신들을 욕하지 못할 것이다.“연 회장님,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분명히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며칠의 시간을 더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일단 좋은 소식이 있으면 즉시 회장님께 연락 드리겠습니다.”두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연계진이 이렇게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은 WS그룹과 한 판 겨뤄보겠다는 게 분명했다. 만약 WS그룹과 등을 돌리게 된다면 결과는 아주 심각할 것이다.“그렇게 하세요. 가문의 발전에 관한 큰일이니까 두 분은 돌아가서 잘 협상해 보세요. 절대 가족들의 화목을 해쳐서는 안 됩니다.”연계진은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했다. 그의 온몸에는 제왕의 기세가 가득해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연계진을 믿게 되었다.두 부잣집 도련님이 나가자, 조수경의 마음은 크게 동요하면서 연계진을 대하는 눈빛은 반작거렸다.‘과거에 강무진에게 꽂혔을 때는 강무진이야말로 비즈니스의 제왕이라고 생각했어.’그러나 이제는 연계진도 이렇게 사람을 매혹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강무진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라서 원한을 풀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 돕고 싶었다.‘물론 송성
이른 아침, 샤넬의 전화를 받은 성연은 임신기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연이 전통 지식들을 가르쳐 주자, 샤넬은 어리둥절하게 들으면서 목현수에게 받아 적도록 했다.“샤넬, 이건 현수 사형도 다 알아요. 사실 당신이 직접 물어보면 되는데 굳이 내게 물어볼 필요가 있어요?”성연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샤넬이 크게 웃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샤넬이 뽐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무진은 최근 양대 조직의 부하들을 모두 모은 뒤에 훈련을 실시했다.손건호와 서한기는 서로 팀장 자리를 놓고 한바탕 겨뤘다.서로 치열하게 경합하자 결국 무진이 나서서 두 사람이 교대로 팀장을 맡고 한 달에 한 번 교대하도록 조치했다. 이번 달에는 서한기가 팀장을 맡도록 하자, 부팀장이 된 손건호는 불만이 가득했다.최종적으로 합친 조직의 이름은 무진과 성연의 이름에서 각각 한 글자씩 따서 ‘진성’으로 정했다.성연은 이 명칭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진성의 이름은 곧 전국, 나아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해외의 수많은 조직에서는 보스들이 분분히 부하들에게 앞으로 ‘진성’을 만나면 처벌하지 않을 테니까 임무를 바로 포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이렇게 많은 준비를 한 진성의 첫 임무는 당연히 연계진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하는 것이다.“무진 씨, 이건 너무 사소한 일에 조직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거 아니에요? 한 가문에 불과한 연씨 가문이 대단한 무력을 보유할 정도는 아니잖아요?”성연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무진에게 물었다.“나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적은 드러나지 않았고 우리는 드러난 상태야. 나는 더 이상 당신에게 어떤 위험도 없기를 원해. 그래서 안전을 확보하려고 조사하는 거야.”최근 한동안 무진은 운성시 전체에서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전개되었고, 중견 기업의 기업가들과 일부 가문들도 연계진의 포섭을 받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약속한 이익이 매혹적이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매수되었다.물론 거절하는 쪽이 더 많았다. 그들은 모두WS그룹의 든든한 지원군으
이른 아침, 연계진은 최근에 구입한 운성의 저택 침실에 있었다.잠에서 깬 조수경은 손에 시가를 든 연계진이 창문 앞에 선 채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헐렁하고 섹시한 잠옷 차림의 조수경이 고양이처럼 가볍게 남자의 뒤로 다가가서 껴안았다.조수경은 이 남자의 능력은 무진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다.‘이 남자는 성연에게 복수하겠다는 내 소원을 반드시 실현시킬 수 있을 거야.’고개를 숙여 자신을 껴안은 두 손을 보는 연계진의 눈빛은 차가웠지만, 입가에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일어났네!”“계진 씨, 정말로 진혜선과 결혼할 거예요?”이 남자를 따라다니면서 소원을 이루기만 하면 된다고 일찌감치 자신에게 다짐했지만, 스킨십이 있게 되자 조수경도 다소 감성적이게 되었다.몸을 돌린 연계진의 두 눈에는 순식간에 따뜻함이 가득했다. 손에 든 시가를 끄고는 돌아서서 활짝 웃으면서 조수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이건 반드시 해야 해. 진씨 가문의 실력은 WS그룹의 모든 지지 세력 중에서 가장 강력해. 진씨 가문과 혼인할 수만 있다면, 연씨 가문이 강씨 가문을 이겨서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야!”남자는 마치 7, 8살 정도의 여자아이를 위로하는 것처럼 천천히 완곡하게 말했다.조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당신 말을 따를 테니까 나를 잊지만 않으면 돼요!”연계진은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웃었다.“그럴 리가. 내 가장 큰 조력자인 당신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내가 왜 가장 먼저 당신을 찾았겠어?”약속을 받자 조수경은 흡족했다.오늘이 계획 실행을 시작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송성연, 결혼했다고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 너에게 가장 심각한 일격을 날려 줄게!”옷을 갈아입고 선글라스와 모자를 쓴 조수경이 총총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연계진의 비서 서진아가 조수경을 그 감옥으로 안내하는 일을 책임질 것이다.한 시간 남짓 달려서 운성시 북쪽의 한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조수경은 절차에 따라서 접견실에서 송아연
“혜선 언니는 승낙했어요?”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진혜선의 눈빛에 걱정이 드러났지만 곧바로 웃으면서 숨겼다.“아직 승낙하지 않았어. 하지만 무진이도 알겠지만 나는 집안의 결정을 거역할 수 없어. 당연히 두 사람의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만나자고 한 거야.”“무진 씨보고 이 모든 걸 막아달라는 말이에요?”성연은 갑자기 뭔가 불편한 느낌이 솟아나는 걸 느꼈다.‘이건 결국 진혜선 자신의 혼사야. 내 남편이 다른 여자의 혼사에 간섭하는 건 어쨌든 좀 이상한 걸.’무진은 줄곧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진씨 가문에서 뜻밖에도 연씨 가문과 가깝게 지내기로 결정할 줄은 몰랐어. 연계진은 도대체 어떤 좋은 점을 약속한 걸까?’‘두 집안이 이미 이렇게 오랫동안 연합하면서, 진씨 가문은 줄곧 기꺼이 강씨 가문의 거대한 조력자가 되어 주었어. 원래 진상철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자립해서 가문을 이끌 수 있었지. 아니면 WS그룹에서 나오는 진씨 가문의 이익을 차단할 수도 있었지만, 그때 진씨 가문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 걸 선택하지 않았어.’‘지금 갑자기 태도를 바꾸다니, 이건 정말 너무 이상한데.’무진의 마음을 한순간에 간파한 듯 진혜선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무진아, 진씨 가문에는 두 일가가 있다는 걸 잊지 마. 우리 장남 일가는 과거에 줄곧 차남 일가를 눌렀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강씨 가문과 함께 할 수 있었어. 그러나 최근 차남 일가에서 진교철이라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 나왔어. 진교철이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해외에서 돌아왔는데, 이번에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 일가와 관계를 끊겠다는 거야.”“형제 간의 반목으로 가문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우리 아버지는, 진교철의 요구에 동의하고는 나보고 연계진과 혼인하라고 하셨어. 아무튼 이번에는 정말 네가 나를 도와주면 좋겠어.”이렇게 직접적인 진혜선의 SOS 요청에 무진은 다소 놀란 듯했다. ‘진혜선은 평소에 성숙하고 침착한 여장부의 모습을 보였어. 정말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렇게 먼저 내게 도
진혜선이 고른 식당은 도심에서 약간 떨어져 있어서 한 시간 가까이 차를 탄 뒤에야 도착했다.남쪽에서는 흔치 않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한옥이었다. 차에서 내리자 공기 중에는 은은한 풀내음이 났고, 개울가의 작은 다리와 고풍스러운 정자가 눈에 들어왔다. 상쾌한 환경에 아주 쾌적한 느낌이 들었다.이미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진혜선이 성연을 보자 웃으면서 인사했다.“성연 씨 오늘 이 옷은 정말 운치가 있네. 과연 결혼한 여자야말로 진정한 매력이 넘치는 모양이야.”“혜선 언니 놀리지 마세요. 제가 어떻게 언니하고 여자의 운치를 비교할 수 있겠어요?” 성연은 진혜선의 옷차림을 관찰했다. 오늘은 오히려 캐주얼한 옷차림인데, 이전에 몇 번 봤던 화려한 옷차림과는 전혀 달랐다.‘정말 아름다워. 이렇게 간단하게 꾸몄는데도 막 대학을 졸업한듯한 모습이야.’하지만 성연은 진혜선이 무진보다 두 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성연은 마음 속으로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혜선 언니와 무진 씨는 자연스럽게 친근한 관계야. 그리고 탁월한 능력에 저런 미모라면 내가 남자라도 마음이 움직일 거야.’“가자, 이 식당은 예약제야. 매일 여덟 테이블의 손님만 받아.” 진혜선은 두 사람을 데리고 청룡각이라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이 여덟 테이블 중에서 청룡각이 제일 먼저 공략 대상이 될 게 분명해. 예약한 사람도 아마 더 많을 것 같은데.”무진은 진혜선을 바라보았다.진혜선은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좀 어렵긴 했어. 하지만 오늘 WS그룹 대표께서 오셨으니 이 사람들 복이기도 해!”고전적인 한복을 입은 종업원들이 메뉴를 건네주자 지배인이 공손하게 말했다.“강 대표님과 사모님, 두 분께서 메뉴를 좀 봐주세요. 고르기 어려우시면 제가 메뉴를 추천해 드리겠습니다.”무진은 성연에게 메뉴를 건네주었다.“좋아하는 게 있는지 한번 봐.” 성연이 메뉴를 보니 요리 이름도 ‘안개비 내리는 숲’ ‘눈 덮인 호숫가’ ‘호수의 기억’처럼 남쪽 지방의 정취가 가득한 독특한
무진이 일어나려고 할 때 갑자기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자리에 앉은 무진이 손건호에게 눈빛을 보냈다.“들어오세요!”손건호가 대답했다.문이 열리자 잘생긴 젊은 남자가 들어와서 무진을 향해 공손하게 말했다.“대표님 안녕하세요, 실례하겠습니다.”들어온 사람은 바로 소지연의 먼 친척이자 유럽지역 본부장인 소태경이다.“괜찮아요. 무슨 보고할 게 있습니까?” 무진은 평온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다소 어색해하면서 몇 초 동안 망설이던 소태경이 결국 입을 열었다.“대표님, 바로 이 얘기인데요. 제가 사전에 상황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연계진 씨의 초청에 잘못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야 연씨 가문과 우리 WS그룹이 아주 직접적인 경쟁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잘못된 처신을 처벌해 주시기 바랍니다!”무진은 소태경이 자발적으로 찾아와서 사죄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원래 그 일이었군요! 괜찮아요,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당신을 유럽 지역의 본부장으로 임명한 건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또 이런 작은 일을 가지고 어떻게 소 본부장을 의심할 수 있겠어요?”무진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지만, 소태경은 무진의 동작 하나 하나가 책략을 세우는 듯한 느낌이어서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소태경은 조금도 기쁜 기색이 없이 계속 말했다.“다음번에는 반드시 명심하고 절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겠습니다. 이번에 귀국한 것도 사촌누님의 부모님을 보살펴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국 예전에 농촌에 있던 저를 데리고 나와 주셨기 때문입니다.”“효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나도 이 점을 굳게 믿습니다! 더 이상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일이 마무리되면 빨리 유럽으로 가서 진두지휘하세요. 지금 MS 가문은 이미 몰락했으니 소 본부장이 실력을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무진의 간단한 몇 마디에 사기가 고무된 소태경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빛을 빛냈다.“제가 반드시 우리 WS그룹을 유럽에서 3위 안에 들게 만들겠습니다!”소태경이 나가
WS그룹 대표 사무실.“보스, 보스가 안 계시던 요 며칠 동안 연계진은 파티를 크게 열었습니다. 북성의 명사들을 참석하도록 초청했는데 아주 떠들썩했습니다.”“뿐만 아니라 연계진은 비밀리에 우리 회사의 두 지역 본부장을 만났습니다. 유럽 본부장으로 새로 부임한 소태경과 북미 본부장 진상철입니다.”손건호도 유럽으로 따라갔지만, 북성에 배치된 모든 정보망은 끊임없이 계속 운영되고 있었다. 돌아오자마자 바로 모든 정보를 정리해서 가장 빠르게 무진에게 보고했다.소태경, 무진은 그 이름이 익숙했다. 소지연의 먼 사촌동생으로서 전에는 소지연을 도와서 유럽 업무를 처리했다. 소지연이 잘린 뒤에도 소태경은 계속 위로 올라갔다.진상철, 이 사람도 오랜 지인이었다. 진씨 가문과 강씨 가문은 수십 년 동안 친밀한 관계를 이어 왔다. 무진이 둘째, 셋째 일가를 정리할 때 진씨 가문은 더욱 확고부동하게 무진의 모든 결정을 지지하였다. 물론 진상철은 바로 진혜선의 오빠라는 또 하나의 신분을 가지고 있다. 성격이 침착하고 업무 처리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북미 지역의 최근 2년 동안의 실적은 대단히 빠르게 늘어났다.연계진이 왜 하필 이 두 사람을 찾은 것인지 무진은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만약 소태경만 찾았다면 오히려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결국 앞서 소지연의 일로 격노한 무진은 소씨 가문에 아주 쓰라린 교훈을 안겨주었다. 소씨 가문의 일맥인 소태경이 소지연의 복수를 생각하거나, 쉽게 모반을 획책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그러나 진상철 그는 무진보다 말을 아끼는 사람이다.진상철은 이미 북미 지역에 7년을 머물렀지만 돌아온 적이 없었다. 평소에 화상회의 외에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고, 무진도 기본적으로 진상철의 어떤 일에도 간섭하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업적을 올릴 생각만 하는 순수한 사람이었다.“그래서 네 말은 진상철이 최근에 귀국했다는 거야?” 이 핵심을 떠올린 무진의 입꼬리가 절로 떠올랐다.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습니다. 돌아온 지 며칠
북성, 이씨 가문의 저택.눈앞의 연계진을 살펴보는 이상효의 마음이 한바탕 복잡해졌다.유난히 얌전하게 홍차를 우려낸 소지연이 이상효 앞에 공손하게 차를 들고 왔고, 곧바로 손님에게도 차를 내주었다.마치 노예처럼 마음속으로 무수한 괴로움을 겪었지만, 소지연은 발버둥칠 수도 없었다.입덧을 꾹 참은 채, 언제든지 차를 추가할 수 있도록 찻주전자를 들고 옆에서 조심스럽게 기다려야 했다.‘나를 이렇게 쓰라린 처지로 만든 건 바로 송성연이야.’ 소지연은 수없이 분노하고 저주하면서 성연이 일찍 죽기만을 기원했다.“내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기회만 있다면 독사처럼 목덜미를 물어뜯겠어.”소지연의 마음은 이미 완전히 비뚤어졌다. 만약 뱃속의 아이가 아니었다면, 성연과 함께 죽을 생각도 수없이 많이 했다.지금 이상효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느꼈다. 당대에는 견줄 만한 바가 없던 결혼식에서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강씨 가문의 넓은 인맥과 막강한 권세였다.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이상효가 강씨 가문을 번거롭게 만드는 걸 반대하고 나섰다.그러나 이상효는 강력한 적일수록 베어 먹는 이익은 더욱 감동적이라면서 반박하는 의견을 제기하였다.이씨 가문의 세력은 너무 작아서 이렇게 큰 운성시에서는 전혀 주류를 이루지 못했다. 그의 야심은 반드시 강력한 세력에 의지해야만 실현될 수 있었다.의심의 여지없이 지금의 연계진은 아주 좋은 기댈 만한 세력이다.연씨 가문이 이번에 남방에서 손을 썼는데,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연씨 가문이 이미 재정비하고 일어섰다는 것을 똑똑히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아주 명확한 태도를 취했다. 물론 연씨 가문이 생각처럼 그렇게 약하지 않아서, 함께 협력하면 강씨 가문을 상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이상효에게도 똑똑히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만약 연계진이 그렇게 준수하고 깨끗하게 생기지 않았다면, 이상효는 좀 더 신임했을 것이다.“연계진 씨, 예전에 강씨 가문에 내분이 일어나서 죽기 살기로 싸웠을 때, 당신은 왜 그 기회를 틈타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