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먹으면서, 안진검은 자신의 목적대로 진행했다.우선은 변죽을 울리며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성연씨, 옷차림은 소박한데 지난번에 몰던 차는 포르쉐더군요. 성연 씨는 과연 어느 명문가 출신인지 궁금하네요.”“언급할 가치도 없어요.” 뜻밖에도 안진검이 이처럼 자세하게 자신을 살폈을 줄은 몰랐다.그러나 결코 안진검의 계획대로 대답해 주지 않았다.게다가 성연 자신은 무슨 명문 가문 출신도 아니다.“그럴 리가요? 성연 씨, 너무 겸손하게 그러지 마세요.” 안진검은 믿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사실 이미 성연의 신분을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이 화제를 던졌을 뿐이다.“정말이에요, 전 평범한 사람일 뿐이에요.” 내세울 만한 신분이 없으니 성연의 대답도 사실이다. 안진검이 이렇게 말해도 성연은 여전히 대답하려 하지 않았다.안진검은 속으로 송성연을 정말 다루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떠보듯이 물었다.“지난번에 이씨 가문 차남의 결혼식에서 성연 씨가 WS그룹의 강무진 씨와 함께 있는 걸 봤어요. 강 대표는 정말 큰 인물이지요. 나이는 젊지만 사업의 귀재로, 혼자 힘으로 WS그룹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하죠. 제가 외국에 있을 때 강 대표의 명성을 들은 적이 있어요.”“제가 국내에 온 이유도 절반 정도는 강 대표의 영향이 있어요 언젠가 강 대표를 직접 만나 교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저는 강 대표를 정말 존경해요. 투자계에서 강 대표가 진행한 사업들은 모두 그야말로 교과서라고 부릴 정도예요.”강무진을 언급할 때 안무진의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 눈빛에 담긴 강무진에 대한 존경과 숭배의 기운은 진짜 같았다. 조금의 거짓도 없이.강무진의 약혼녀로서, 자신의 대단한 약혼자를 칭찬하는 말을 듣자 성연도 속으로 무척 기뻤다.지난번에 무진이 안진검을 꽤 높이 평가하는 말을 했었다. 그리고 사업 방면에서 안진검의 이름을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그런데 그런 사람이 무진을 끊임없이 칭찬한 것이다.이는 성연에게 강한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안진검은 일부러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눈도 휘둥그레 떴다.그리고 미친 듯이 기뻐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흥분한 것처럼 굴었다.“정말이에요? 그럼 제가 강 대표와 교제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성연 씨가 제게 좀 소개해 줄 수 있습니까? 저는 정말 강 대표를 존경합니다. 제가 강 대표와 함께 나란히 사업을 토론할 수 있다면, 제 인생은 아마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겁니다.”성연은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오히려 안진검의 인품이 괜찮다고 생각했다.두 번 만났는데, 만날 때마다 그는 남을 돕고 있었다.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기회가 있을 거예요.”안진검은 춤이라도 추고 싶을 정도로 기뻤지만 아무래도 계속 자제했다.절로 눈웃음을 지으면서 웃는 표정이었다.성연도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무진이 그렇게나 대단한 존재였다니.성연 자신도 속으로는 무진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느낌이 달랐다.“그럼 먼저 여기서 성연 씨에게 감사인사를 할게요. 그럼 성연 씨만 믿고 빨리 그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겠습니다.”안진검은 환하게 웃는 표정이었다 성연이 소개해 줄 거라고 단정한 것 같았다.그 말은 심지어 성연의 마지막 퇴로마저 막았다.성연은 못 들은 척하면서 또 같은 말만 반복했다.“기회가 되면 소개해 드릴게요.”“그래요 성연 씨, 오늘처럼 좋은 날에 와인 한 잔 같이 안 하실래요? 와인은 도수가 낮아서 여성이 마시기에 괜찮아요.”안진검이 말하면서 곧 성연의 잔에 와인을 따랐다.성연은 곧바로 손사래를 쳤다.“술은 그냥 두시죠. 안 선생님, 저는 술 대신 차로 할게요.”말을 마치자 안진검은 자신에게 한 잔을 따른 뒤, 유감스러운 표정으로 와인을 내려놓았다.“차를 드셔도 괜찮지만, 와인을 좀 마시면 확실히 기분이 업 되지요.”“이따가 운전도 해야 하니 술은 됐어요.” 성연은 담담하게 말했다.자신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성연은 쉽게 외부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
성연의 얼굴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 떠올랐다.‘밥 잘 먹고 난 후에 내가 왜 여우가 된 거야?’안진검이 바로 화를 내며 여자를 향해 언성을 높였다.“혜정아, 오해야!”모혜정은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모든 남자들이 바람을 피울 때 오해라고 하며 도무지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모혜정은 성연을 향해 화를 내며 비난을 퍼부었다.“보니까 나이도 어린 게 어떻게 하루 종일 빈둥거리면서 남자를 유혹하는 짓만 하는 거야? 남의 남자가 이용하기 좋은 모양이지? 요새 애들은 정말 너무 난잡해.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고!”성연은 사실 좀 멍해서 말도 하지 못했다.그러나 성연을 겁먹게 만들었다고 생각한 모혜정은 우쭐한 마음이 들었다.모헤정이 계속 말했다.“나는 지금 안진검 씨의 정식 여자친구거든? 네가 이 사람 곁에 있다 하더라도 단지 첩일 뿐이야. 그런데 같이 밥을 먹을 자격이 있겠어?”성연은 보통 사람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느꼈다.게다가 자신과 안진검은 친밀한 동작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이런 일을 똑똑히 조사하지도 않고 바로 쳐들어온다고? 전혀 그런 관계가 아니라면 어쩌려고, 사람을 너무 얕잡아 보는 거 아냐?’성연도 이 여자에게 많은 걸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어차피 말을 많이 해도 모헤정은 듣지 않을 것이다.성연은 차갑게 경고했다.“입 닥쳐요! 나는 안 선생님과 우연히 만났을 뿐이에요.”모혜정은 바로 조롱하듯이 말했다.“그냥 우연히 만났어? 하던 일을 인정할 용기는 없는 모양이네?”곧 다시 고개를 돌려 안진검을 향해 잔소리를 했다.“당신, 이런 여자에게 당신이 좋아할 만한 자격이 있다고? 무슨 일이 생기니까 바로 발뺌을 하잖아. 나중에 당신을 속이고 돈만 쏙 빼 가면 그때 가서 믿을 거야?”성연은 더 이상 말할 힘도 없어서 안진검을 바라보았다.안진검 본인의 일은 본인이 처리하고 자신을 끌어들이지 말라는 뜻을 표시했다.‘게다가, 여우라니, 절대 좋아할 만한 별명이 아니잖아?’‘식당에 사람도 적지 않은데, 만약 소문이라도
이 말에 모혜정도 완전히 멍해졌다.마침내 성연에 대한 공격을 멈춘 모혜정.머리부터 발끝까지 성연을 찬찬히 뜯어보았다.성연은 가장 전형적인 학생의 옷차림이다.헐렁한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게다가 명품 하나 걸치고 있지 않았다.강무진의 명성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북성에서 명성이 자자한 강무진이 아닌가?‘송성연은 젖비린내 나는 계집애야. 어떻게 이런 여자가 강무진 마음에 들었지?’‘수많은 명문가 아가씨들이 온갖 수단을 다 썼지만 결국 강무진의 관심을 얻지 못했어.’‘그런데 이 계집애는 뭐가 그렇게 잘났다는 거야?’모혜정의 눈빛에 의심이 가득했다.성연이 솔직하게 말했다.“당신들 두 사람의 일은 나하고 상관없어요. 안 선생님, 두 분이 잘 얘기해 보세요.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여기에 멍청하게 있으면서 날조된 누명을 뒤집어쓸 이유가 없었다.성연이 나가는 걸 아무도 막지 않았다.뒤에서 안진검이 모혜정을 구슬리는 소리도 들려왔다.“오해라고 말했잖아,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나와 송성연 씨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송성연 씨는 정말 강무진 씨의 약혼녀야.”성연이 식당 문을 나서자 모혜정이 비로소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저 여자가 진짜 강무진의 약혼녀라고? 당신 설마 나를 속이는 거 아니지? 내가 의심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핑계를 대고 얼버무리려는 거 아니야?”모혜정은 강무진이 저런 촌티 나는 송성연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모혜정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믿지 않을 것이다.“정말 확실해. 강무진의 이름은 모두 잘 알고 있는데, 내가 이런 일을 가지고 농담을 할 필요가 있겠어? 내가 아무리 허튼소리를 잘 한다 해도 강무진을 방패막이로 쓸 용기는 없어!”안진검은 입이 닳도록 말했다.모혜정이 잠시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그래도 여전히 머뭇거리면서 말했다.“정말 확실해? 그 여자가 강무진의 약혼녀야?”“물론이지, 내 눈으로 직접 봤어.” 안진검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사실임을 강조했
두 사람의 대화 내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성연.식당에서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모혜정이 바로 쫓아왔다.“송성연 씨, 잠깐만요.” 뒤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성연은 그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모혜정 씨.”성연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성연은 지금까지 자라면서 누구에게 이렇게 손가락질을 당해 본 적이 없었다.모혜정은 끊임없이 허리를 굽히면서 사과했다.“미안합니다. 정말 송성연 씨에게 미안합니다. 방금 제가 실언을 했어요. 저는 단지 진검 씨를 너무 사랑했을 뿐입니다. 전에 집에 있을 때 소문을 듣고 오해하게 된 거예요.”성연은 아무런 감정 표현 없이 모혜정을 힐끗 쳐다보기만 할 뿐 대답이 없었다.모혜정은 망설임 없이 시원시원하게 말하면서 성연에게 또 한바탕 아부하였다.“송성연 씨가 강무진 대표님의 약혼녀일 줄은 몰랐어요. 저도 들어본 적이 있는데, 오늘 직접 보니까 과연 신선한 매력을 가지신 분이네요.”성연은 약간 반감이 들었다.‘만약 강무진의 약혼녀라는 신분이 아니었다면, 모혜정은 계속 오해하고 있겠지?’‘이런 사람은 정말 사람에 따라서 대접이 달라!’‘그리고 이 여자는 멍청한 건지 어쩐지 모르겠어.’‘아무 때나 아부를 하고 있어.’성연은 굳이 몇 마디 말로 얼버무리고 말았다.“모혜정 씨의 약혼자가 안 선생님이니까 당신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어요.”모혜정은 감동을 받은 듯이 말했다.“송성연 씨는 같은 여자니까 틀림없이 이해해줄 줄 알았어요.”성연이 자신을 책망하지 않자, 모혜정은 마음속으로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성연과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했다.“송성연 씨, 구시가지 이쪽에 괜찮은 커피숍이 있는데 제 친구들도 모두 좋아해요. 송성연 씨하고 같이 가고 싶은데 틀림없이 마음에 들 거예요.”모혜정은 이렇게 말하면서 다가와서 성연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성연은 모혜정 같은 사람에게는 정말이지 호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미안합니다, 모혜정 씨. 제가 오늘
성연이 엠파이어 하우스에 도착하자 집사가 따라오며 물건을 방에 갖다 주었다.혼자 거실로 들어가던 성연은 무진이 손님을 만나고 있음을 알았다.게다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두 사람이 손님이었다.‘소지연과 이상효?’성연은 좀 놀랐다.‘이상효와 소지연이 어떻게 갑자기 찾아왔는지 모르겠네.’그러나 소지연이 성연을 바라보는 눈빛은 아주 음험했다.마치 성연이 자신의 불구대천 원수인 것처럼.그러나 성연은 소지연의 눈빛을 무시하기로 했다.자신은 결코 소지연에게 어떤 것도 빚지지 않았다.굳이 성연에게 누명을 씌우겠다면, 그건 바로 소지연 자신의 억측일뿐.성연을 본 무진도 바로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흔들었다.“성연아, 이리 와서 앉아.”성연은 무진의 말에 따라 그 곁에 가서 앉았다.이때, 무진이 비로소 설명했다.“이상효 씨가 특별히 오셔서 결혼식 참석한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하셨어.”성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냥 참석했을 뿐인데, 수고스럽게 직접 오셨네요.”강씨 가문을 방문할 수 있어서 이상효는 내심 기분이 좋았다.지금 성연이 먼저 자신에게 말을 걸자 기분이 더 좋아졌다.이상효가 웃으면서 말했다.“이걸 어떻게 수고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결혼은 인생의 대사인데 두 분이 직접 참석해 주셨으니, 앞으로 제 앞길은 틀림없이 순탄할 겁니다.”“너무 겸손하세요.” 성연도 인사치레로 화답했다.‘소지연은 나를 그렇게 미워했지만 정작 자기 남편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무진 씨에게 아부하려고 하는군.’‘게다가 소지연도 데리고 왔군. 지금 소지연은 어떤 마음일까?’“송성연 씨와 강 대표님 모두 성격이 시원시원하시네요. 두 분 사이가 정말 좋아 보입니다.”차를 한 모금 마신 이상효가 웃으며 말했다.무진은 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은 채 앉아 있었다. 성연도 자연스럽게 무진의 어깨에 기댄 채였고.성연을 보는 무진의 눈은 헤아릴 수 없이 부드러운 애정으로 가득 차 있는 듯했다.“당연히 약혼녀는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이지만, 그래도 저희는 상효
성연이 멍한 표정을 한 채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어요?”사실 성연은 그 말을 들었지만 혼자 당할 수 없어서 일부러 물은 것이다.‘이 겁을 상실한 소지연이 감히 강씨 집안에 와서까지 내게 경고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저 여자는 정말 자신이 뭐나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성연이 입 밖으로 드러낼 줄은 몰랐던 소지연의 두 눈에 당황한 빛이 엿보였다.그러나 곧 눈을 깜빡이면서 더없이 순진한 모습을 연출하며 무고한 척 가장했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 걸요.”다른 사람은 잘 몰라도 이상효가 소지연의 속셈을 모르겠는가?소지연의 원한을 그도 잘 알고 있다.‘그러나 소지연이 이미 내게 시집온 이상 이씨 가문을 대표하는 거야.’‘만일 소지연이 이로 인해 강무진의 미움을 사고 이씨 가문에 복수하게 되면 어떡하지?’‘소지연 이 바보 같은 여자는 전혀 분수를 몰라!’이상효는 눈살을 찌푸리며 바로 소지연에게 화를 냈다.“당신 왜 그래! 송성연 씨는 장차 강씨 가문의 안주인이 되실 분이야! 반드시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지!”그 말을 들은 소지연은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차갑게 이상효를 바라보았다.‘강씨 가문의 안주인 그 자리는 원래 내 자리였어.’‘만약 이상효가 능력이 있다면 그들이 어떻게 이럴 수 있겠어!’소지연은 이상효 같은 사람에게 시집간 것을 후회했다시집간 그날부터 이상효는 줄곧 자신을 모욕하면서 잘해준 적이 없었다.무진도 전혀 의심하지 않고 성연의 말을 믿었다.‘분명히 소지연이 무슨 말을 한 거야.’‘그렇지 않으면 성연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 거야.’무진도 소지연을 차갑게 바라보면서 차갑게 말했다.“도대체 무슨 말을 한 거지?”무진의 질문이 또 소지연의 마음을 슬프게 했다.‘무진 씨가 보기에 내 인상이 그렇게 나쁜 거야?’‘송성연이야 말로 정말 가식적으로 꾸미는 사람이야!’이상효는 무진의 음성에서 그가 화가 났음을 바로 알아차렸다.‘분명히 올 때만 해도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았는데.’‘결국, 소지연의
“당신, 건방지게 굴지 말고 자신의 위치나 잘 파악해!” 이상효는 한껏 힘을 주고 때렸다.소지연의 얼굴이 즉시 빨갛게 부어오르면서 입가에 핏발이 섰다.소지연의 마음은 미움으로 터질 것만 같았다.주먹을 꽉 쥐고 소리쳤다.“내가 말하지 않았으니 말하지 않았다고 한 거예요. 너희들은 왜 나를 믿지 않고 저 여자를 믿어요? 내가 또 뭘 잘못했어요?”“소지연 씨, 당신은 다른 사람을 속이는 동시에 자신도 속였어요. 그렇게 한다고 당신이 한 일을 지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성연은 가소롭다고 여겼다.‘말하지 않았다니, 소지연은 설마 마음속으로 계산도 하지 않았단 말이야?’“나는 절대 말하지 않았어. 당신, 당신이 고의로 그런 거야.” 소지연은 성연을 가리키며 소리쳤다.뺨이 빨갛게 부은 데다가 원한을 품은 눈빛이 아주 험악해 보였다.성연의 앞을 가로막은 무진이 눈을 찡그린 채 소지연을 쳐다보았다.“소지연, 앞으로 다시는 성연의 앞에 나타나지 마. 성연은 여태까지 거짓말을 하지 않았지만, 너야 말로 진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라는 건 모두가 잘 알고 있어. 더 이상 엄살 부리지 마.”원래 무진은 그렇게 심하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소지연은 너무나 실망스러웠다.이상효에게 시집갔으니 좀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너무 앞서서 생각한 것이다.“그만해, 소지연, 그만 지껄여.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집으로 돌아가는 즉시 예의를 가르쳐 줄 교사를 청해야겠어!”이상효는 계속 소지연을 향해 노발대발했다.‘모든 사람이 비난하는 눈빛이야.’‘나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결국 무거운 짐을 감당하지 못한 소지연이 얼굴을 가린 채 뛰쳐나갔다.이상효는 아내를 쫓아가지 않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사과했다.“죄송합니다. 강 대표님, 송성연 씨, 제가 아내를 잘 관리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만약 아내가 함부로 말한다면 송성연 씨가 언제든지 따귀를 때리세요!”그 말을 들은 성연은 다시 방금 전 이상효의 행동을 떠올렸다.성연은 속으로 좀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
예민주가 무진을 보러 매일 회사에 올 수는 없는 노릇.그러나 자신이 잘 쓰는 방법을 사용해서 WS그룹에 자기 부하를 하나 심었다.매일 무진의 스케줄을 예민주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오늘 아침 전화한 사람은 두 아이가 몰래 대표실에 들어갔는데, 줄곧 대표님을 아빠라고 불렀다고 말했다.평소 기발한 행동을 해서 명문가에 시집가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운성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무진과 누가 관계를 맺고 싶지 않겠는가!매일 프런트에서 자칭 ‘강무진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을 몇 명이나 상대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거의 대부분은 프론트에서 차단되지.’‘그런데 오늘 대표 집무실로 직접 들어온 아이들이 있다니.’원래 예민주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머릿속에 문득 성연의 모습이 번뜩였다.‘결국 당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회사로 달려왔는데.’‘뜻밖에도 정말 송성연과 관계가 있었어!’예민주는 다시 눈앞의 이 두 아이에게 눈길을 돌렸다.예민주의 눈빛에 음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너희들은 평소에 엄마하고 같이 있지 않니?”사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매일 엄마하고만 같이 있어요. 그래서 아빠가 보고싶어요.”아이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예민주는 내친 김에 계속 캐물었다.“너희들은 이전에 줄곧 외국에 있었는데, 아빠 가족들이 너희들을 찾지 않았어?”“아빠 가족들요?” 뭔가를 눈치챈 듯, 사진이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교환한 두 아이는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사용했다.‘이 여자는 그냥 회사를 좀 구경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사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작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아주머니, 이게 잘 안 들어가는데요? 좀 도와 주실래요?”갑자기 사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레고 블록을 든 채.예민주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사무가 성깔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요청을
남자는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에서는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예민주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이 두 아이 귀엽지 않아요? 오히려 오빠가 그렇게 쫓아냈는데, 만약 누군가 영상이라도 찍었다면,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누가 감히 우리 WS그룹을 함부로 보도할 수 있겠어?”무진의 말에는 힘찬 기세가 담겨 있었다.무진이 결코 지나치게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강경할 수 있는 것이다.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예민주는 잠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잠시일 뿐!다시 무진에게 다가간 예민주가 작은 소리로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쟤들은 이 참에 오빠하고 잠시 함께 있기 위한 핑계였어요.”예민주가 다가오자, 순간 그윽한 향기가 무진의 코에 스며들었다.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무진이 몸을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막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근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접근해서 기회를 틈타 상류층으로 오르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았다.심지어 한 번만 만나려고 머리를 쥐어짜내는 사람들도 있다.그런 사람들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매번 비서진이 쉽게 대처했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예민주다.자신의 여자 친구인.무진의 이런 습관을 예민주도 사실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예민주는 절대로 이렇게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그래야 무진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무진이 이렇게 배척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지금 예민주는 이 ‘금기’를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방금 무진의 동작은 지금 예민주의 눈에는 적나라한 거부이자 분명한 소외감이었다.그러나 예민주는 감히 이 억눌린 마음을 마음속에 묻어두어야 했다.겉으로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했다.입가에 줄곧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애들하고 얘기를 해 볼게요. 애들이 왜 대표실을
“감탄할 수밖에 없어! 저 아가씨가 사랑 앞에서 저렇게 자신을 낮출 수 있다니!”“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대표님 여자친구는 정말 총명하다는 거야!”“뭔데? 뭔데? 나만 모르는 거야?”“...”회사에서는 업무 시간에 뒷담화를 하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어떻게 그런 일이 없을까?어떻게 다 금지할 수 있을까?지금 회사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여전히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오히려 당사자들은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이미 회사 식당에 온 예민주는 룸에 도착했다.평소에 무진은 사실 사실 이쪽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손건호가 식사를 가지고 오면 늘 대표 집무실에서 식사를 했다.하지만 여전히 무진을 위한 개인 공간이 갖춰져 있었다.바깥의 인테리어도 좋지만, 내부 공간은 여전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바로 돈이 있어서 좋은 점!단지 식사를 하는 공간이지만, 룸 안에는 대형TV와 편안하고 넓은 가죽 소파가 갖춰져 있었다. 또 각종 커피 메이커, 정수기, 그리고 국외에서 수입한 첨단 설비들이 갖춰져 있어서 그야말로 작은 휴게실이나 다름없었다.“아줌마, 회사 구경을 시켜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방에는 왜 왔어요?”사진은 자신의 작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무진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하지만 남자들이 이동하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오빠, 나 아빠 옆에 있고 싶어.”무진의 행동이 이렇게 소원하자, 사진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면서 위로를 얻으려고 했다.여동생을 힐끗 본 사무가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나도 어쩔 수가 없어.”“엉엉. 사진이한테는 너무 어려워!”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슬피 우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예민주는 들어오기 전에 미리 장난감과 먹을 걸 준비해 달라고 시켰다.지금 이미 예민주가 시킨 물건들을 보내왔다.이쪽을 보니 무진은 옆에 있는 아이의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얘들아, 너희들은 어느 집 아이들인데 지금 회사에 있는 거니?”온화한 모습으로 살짝 몸을 숙인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예민주의 모습에는 어떤 허세도 보이지 않았다.두 아이는 이전에 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빠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본 데다가, 이렇게 부드러운 태도인 걸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우호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흥분한 표정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면서 사진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저희는 여기를 구경하고 싶어요.”사진은 여린 목소리로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예민주는 고개를 돌려서 무진을 한 번 보았다. 무진은 복잡한 눈빛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그래, 그럼 아줌마가 너희들 회사 구경을 시켜줄까?”“이제 곧 점심 시간이야. 너희들도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걸 사줄까?”예민주의 제안은 시원시원하고 아주 열정적이라서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어느새 다가온 무진이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했다.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목소리였다.“민주야, 이 두 아이는 내력이 분명하지 않아. 그렇게 애들을 여기 남겨두고 놀게 하다가, 무슨 일에 엮일 지도 몰라.”“괜찮아요. 이 두 아이가 무슨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겠어요. 그저 단지 여기를 지나다가 궁금해서 좀 더 구경하고 싶을 뿐일 거예요.”예민주가 시간을 보니 마침 12시가 다 되었다.“같이 한 바퀴 돌아볼래요? 오빠도 한참동안 나하고 함께 있지 못했잖아요.”철이 든 모습의 예민주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결국 무진의 마음속 예민주에 대한 미안함이 이성에 승리를 거두었다.두 아이는 지금도 무진에 대해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있을 때는 우리한테 냉담했지만, 결국 우리 친아빠야.’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해서 잘못했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모두 처음 겪은 일이기에, 잠시 동안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던 아이들도 마음을 놓았다.‘어렵게 왔는데, 아빠하고 좀 더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