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도 좋지 않은 데다가 고민하기도 귀찮아서, 긴 머리를 풀어 내린 조수경은 택시를 타고 바로 갔다.조수경이 바 안으로 들어가니 이미 먼저 도착한 손민철이 기다리고 있었다.귀청이 터질 듯한 음악에 어두컴컴한 불빛 때문에 누가 누군지도 잘 보이지 않았다.손민철은 한눈에 조수경을 찾아 품에 안았다.“자기야 왜 그래? 누가 우리 자기를 화나게 했어?”조수경은 오늘 정말이지 손민철의 비위를 맞추고 싶지 않았다.바로 그의 손을 밀치면서 말했다. “건들지 마, 바텐더, 위스키 스트레이트 한 잔.”조수경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 손민철은 조수경이 자신을 밀어낸 것도 따지지 않았다.메뉴에서 아무거나 주문하려는 조수경의 손을 잡아 내리며 대신 바텐더에게 주문했다.“위스키는 독해서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아. 칵테일로 한 잔 줘.”상황을 파악한 바텐더가 조수경에게 예쁜 칵테일을 한 잔 만들어 주었다.조수경도 상관하지 않았다. ‘술만 있으면 돼, 그저 마시기만 하는 건데 뭐.’칵테일 한 잔을 단숨에 다 마시고 바텐더에게 잔을 주며 말했다. “한 잔 더.”두 사람이 아는 사이라고 생각한 바텐더는 무의식적으로 손민철을 바라보며 생각을 물었다.손민철은 더 이상 막지 않았다.“만들어 줘요.”한 잔 또 한 잔, 조수경의 앞에는 곧 빈 칵테일 잔이 가득 쌓였다.주량이 센 편이 아닌 조수경은 도수가 낮은 칵테일이라도 알코올의 힘을 이겨내기 힘들었다.곧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면서 테이블 위에 엎드렸다.옆에서 같이 마시던 손민철이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지자 조수경에게 당부했다.“자기야, 여기 그대로 있어. 나 화장실 좀 갔다 올 테니까 함부로 소란 피우지 마.”조수경이 대답하지 않았지만, 참지 못하게 된 손민철은 재빨리 화장실로 갔다.‘이 술집은 보안이 괜찮으니 별일 없을 거야.’예쁜 얼굴의 조수경은 비록 오피스 룩 차림이었지만, 슬림하게 몸에 붙는 핏은 남자들이 침을 흘릴 정도로 조수경의 늘씬한 몸매를 드러내었다.바에 처음 들어섰을 때부터 남
두 사람이 말하는 사이에 손민철이 화장실에서 돌아왔다.남자 하나가 조수경의 옆에 바짝 붙어 있는 것을 보자, 바로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서 남자를 억지로 잡아당겼다.“당신 누구야? 내 여자에게 뭘 하려는 거야?”조수경에게 욕을 먹고 억울했던 남자는 속에 쌓인 화를 발산할 곳이 없던 참이었다.그러던 차에 지금 자리에 돌아온 손민철과 딱 마주친 셈이다.눈앞의 미인에게는 화를 낼 수 없었지만 남자라면 문제없다고 생각했다!남자는 손민철을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경멸하는 말투로 말했다.“이 사람이 바로 당신 남자친구야? 같잖아서 정말. 겉으로는 강해 보여도 속은 텅 빈 기생오래비구만. 전혀 남자다워 보이지도 않고.”어떤 남자든 같잖다는 말을 들으면 참을 수가 없는 법.손민철의 표정이 곧 싸늘해졌다.“뭐라고? 자신 있으면 다시 한번 씨부려 봐.”“아니면 아닌 거고. 인정하기 어려울 게 뭐야. 마침 나한테 형씨를 도울 수 있는 약이 있는데.” 남자가 조롱 섞인 말을 내뱉으며 손민철을 힐끗 보았다.남자의 도발에 대해 손민철이 빈정거렸다.“도대체 누가 같잖다는 건지. 당신은 그 약들에 대해 무척 잘 아는 모양이지만 나는 여태껏 써 본 적이 없어.”“이 자식!” 남자가 손민철에게 주먹을 날리려던 순간.손민철은 본래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 사람이다.남자가 자신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려고 보자, 손민철은 억누르고 있던 분노가 순식간에 치밀어 올랐다.“X발, 이 새X한테 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내 머리 위로 기어오르겠어!”바로 옆에 있는 술병을 든 손민철이 남자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남자가 비명을 지르더니 곧 머리에서 피가 흘렀다.남자는 자신의 손에 묻은 끈끈한 핏자국을 보자 악이 받쳤다.주먹을 불끈 쥐더니 곧바로 손민철을 향해서 내리쳤다.“이 기생오래비 같은 놈이 감히 나를 쳤어! 감히 나를 쳐!”남자와 손민철은 곧 뒤엉켜 싸웠다.두 사람은 서로 뒤엉킨 채 정신없이 싸웠다. 두 사람 모두 몸에 피가 묻었지만 도대체 누구의 피인지 분간할 수도
이씨 가문에서는 연일 소씨 집안에 물건들을 잔뜩 보냈다.또 소씨 집안의 난관을 극복할 자금으로 20억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숨이 간들간들하던 소씨 가문에 마침내 회생의 기운이 보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지연과 이상효의 결혼식날이 되었다.이씨 가문은 북성에서도 지위가 대단하기에 많은 하객들이 왔다.이날 성연과 무진도 흔쾌히 참석했고 또 신혼부부에게 선물도 했다.당연히 바로 자신의 주권을 선언하려는 성연의 마음이 있었다. 소지연에게 강무진은 내 남자라는 사실을 알려 주는 것.‘해서는 안 되는 생각도 오늘로 모두 끝이야!’‘소지연도 이제 결혼했으니 염치가 있다면 무진 씨에게 매달리지 않겠지.’웨딩드레스를 입은 소지연이 한쪽에 서서 이상효와 함께 손님을 맞이했다.분명히 오늘이 그녀의 결혼식인데, 기쁜 기색은 전혀 없고 온통 경직되고 멍한 표정이었다.웃으면서 손님을 맞이하던 이상효가 고개를 돌리고 완전히 넋을 놓은 소지연을 바라보았다.고개를 돌린 이상효가 소지연의 팔을 잡고 경고했다.“표정 관리 잘 해! 오늘 같이 경사스러운 날에 죽은 사람 같은 표정을 하고서 누구에게 보여주려는 거야?”소지연은 이를 악물었다.“결혼도 했는데 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설마 내가 사람들에게 몸이라도 파는 모습을 보여줄까 봐 그래요?”소지연의 말에 자극을 받은 이상효가 소지연을 훈계하려고 하는데 옆에 손님이 왔다.“어머, 신부 얼굴이 왜 이래요? 왜 기분이 안 좋아요?”이상효가 얼른 대답했다.“아닙니다, 지연 씨가 오늘 몸이 안 좋아요. 그렇지, 지연 씨?”그는 팔꿈치를 뻗어 소지연을 쿡 찔렀다.소지연이 억지로 입을 열었다.“네, 어젯밤에 잠을 잘 못 자서 컨디션이 안 좋아요. 양해해 주세요.”축하객이 축복의 말을 한 뒤 활짝 웃으면서 떠났다.갑자기 문 앞에서 간간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이상효와 소지연이 바깥 쪽을 쳐다보았다.무진과 성연이 등장한 것.짙은 네이비 슈트의 무진은 냉엄한 표정에서 가까이 접근할 수 없는 한기를 발
이상효는 손에 힘을 꽉 준 채 마치 피부에 박아 넣으려는 듯이 소지연의 손목을 꽉 조였다.이상효의 손을 힘껏 뿌리친 소지연이 말했다.“내가 뭘 어쨌다고? 나는 오히려 당신이 왜 이러는지 묻고 싶군요. 갑자기 무슨 미친 짓이에요?”“누굴 속이려고? 눈알이 다른 놈한테 달라붙어서 정신없이 쳐다보는데 내가 속아넘어갈 줄 알았어?” 이상효가 차갑게 비웃었다.이상효의 말을 들은 조수경은 무진을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을 이상효가 봤다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입술을 꽉 닫은 채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이상효는 얼굴에는 불쾌감이 가득했다.“네 과거는 나도 알고 있어. 네가 강무진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고 있어. 그러나 너는 자신의 주제도 모르고 있어. 내가 그 마음을 없애라고 충고하지. 그렇지 않으면 오늘 이 결혼식은 없어! 이 결혼이 없으면 너희 소씨 가문은 끝장이야!”그의 말은 위협으로 가득 차 있었다.소지연의 얼굴과 몸매가 그런대로 괜찮지 않았다면, 이상효도 이런 복잡한 과거를 가진 여자를 아내로 맞는 걸 꺼렸을 것이다.소지연은 정말 찬물이라도 이상효에게 뿌려서 정신을 차리게 하고 싶었다.‘나 같은 아내를 얻을 수 있다면 마땅히 고맙게 생각해야지. 게다가 이것저것 요구하고 있어!’그러나 소씨 가문의 현실은 소지연의 마음대로 하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참아야 했다!소지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눈빛도 점차 냉담해졌다.이상효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소지연을 쳐다보았다.‘성질이 엄청 거셀 줄 알았는데 그래도 내게 길들여지는 것 같군.’다가가서 소지연의 허리를 감쌌다.이상효와 닿았다고 생각하자, 소지연은 소름이 돋으면서 반감이 들었다.하지만 그래도 참으면서 움직이지 않았다.이상효가 그녀의 뺨을 두드렸다.“이래야 옳지? 당신이 말을 잘 듣기만 하면 우리 이씨 가문에서 지금 당신네 소씨 가문을 소홀히 할 리가 있겠어?”그는 턱을 치켜세웠다. ‘내가 소지연에게 이 모든 것을 주었으니, 소지연은 마땅히 내게 감사해야 해!’이상효의 모욕적인 동
무진의 앞에 간 이상효는 방금 소지연에게 기고만장해서 날뛰던 기세를 깨끗이 거두어들였다.무진에 대한 그의 태도는 더구나 아주 공손했다.“강 대표님, 두 분께서 제 결혼식에 참석해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모쪼록 불편함 없이 마시고 마음껏 드시고 즐기시기 바랍니다.”강무진은 소지연을 전혀 보지 않고 이상효에게 인사를 했다.“당연하지요. 이상효 씨와 부인께서 백년해로하기를 기원합니다.”기어이 고개를 돌린 성연이 옆에서 한마디를 덧붙였다.“하루빨리 득남하시길 기원합니다.”“두 분의 축복에 감사드립니다.” 이상효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뻗어 소지연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무진의 앞에서 이상효에게 이렇게 좌지우지되는 것은 그야말로 소지연을 죽이는 것보다 더 괴로울 것이다.그녀의 체면을 땅바닥에 던져버리고 무참하게 짓밟는 것이다.소지연도 무진의 차가운 모습을 볼까 봐 두려워하면서 감히 무진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소지연의 눈은 이제 곧 현실적으로 변할 거라고, 그러지 않는 게 힘들 거라고 성연은 생각했다.고개를 든 성연은 마침 소지연의 원한이 가득한 눈과 마주했다.성연은 조금도 겁내지 않고 피하지 않았다. 차가운 시선으로 소지연을 마주보았다.겁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부러 옆의 무진에게 일깨워주었다.“지금부터 소지연 씨는 남편이 있는 분이시네요. 유부녀는 성숙함의 상징이니 소지연 씨가 좀 더 이성적이기를 바라겠어요. 어쩌면 더 화려하게 변신하실 수도 있겠네요.”성연이 도발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지연은 시퍼렇게 질린 표정으로 침묵하고 있었다.성연은 강무진의 약혼녀로 강무진이 애지중지하는 사람이다.이상효가 아부해야 하는 대상인 것이다.소지연이 자신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다고 생각한 이상효의 표정이 갑자기 가라앉으면서 바로 소지연을 꾸짖었다.“미스 송에게 감사해야지. 당신에게 필요한 조언을 주시고 있잖아.”말을 하면서 이상효는 소지연에게 경고의 눈빛을 보냈다.소지연은 무진을 바라보면서 무진이 자신을 구해주기를 희망했다.그러나 무진은
성연과 잠시 함께 있던 무진은 잘 아는 사업 파트너를 만났다.그는 부득이하게 그들과 얘기를 나누러 성연의 옆 자리를 비워야 했다.자리를 비우기 전, 성연에게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꼭 기억해.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나를 찾아. 지난번 같은 일이 또 일어나는 걸 나는 바라지 않아.”성연은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가서 일 보세요. 일이 있으면 내가 부를게요.”구석의 자리에 가서 앉은 성연의 앞에는 여러 가지 과일이 놓여 있었다.모두 이씨 가문에서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서 준비한 것들.턱을 받치고 있던 성연은 좀 무료해졌다. ‘오늘 온 목적은 달성했어.’‘뭘 해야 좋을지 모르겠네.’갑자기 성연의 앞에 누군가 스쳐 지나가더니, 곧이어 맞은편에 한 사람이 앉았다.성연은 눈을 들어 보니 바로 지난번에 자신을 도와준 남자 안진검이었다!안진검은 일부러 놀란 척하면서 물었다.“미스 송, 당신도 왔네요?”사실 안진검은 이미 무진을 발견했다.그는 일부러 시간을 골라 이때를 찾아 접근했다. 바로 무진이 이쪽의 상황을 바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거의 시선의 사각지대였다.성연은 그를 보고 웃었다.“정말 공교롭네요.”“지난번에는 송성연 씨가 커피를 대접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계속 기억하고 있답니다.” 안진검은 안경이 떨어지지 않도록 코끝의 안경테를 짚었다.성연은 담담하게 말했다.“천만에요. 안 선생님께서 지난번에 저를 도와주셨잖아요.”그녀는 안진검이 나타나는 시기가 너무 공교롭다는 생각이 들었다.성연은 천성적으로 경계심이 강했기에, 안진검의 존재 때문에 성연은 많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그래요. 우리 둘이 비긴 셈이네요.” 안진검이 실소하며 말했다.그때 샴페인 트레이를 든 종업원이 옆을 지나갔다.종업원으로부터 샴페인 한 잔을 받아 든 안진검이 성연에게 물었다.“미스 송, 한 잔 드릴까요?”성연은 완곡하게 거절했다.“아니요, 요즘은 술을 마시지 않아요.”안진검은 더 이상 무리하게 권하지 않았고 샴페인
안진검은 그만 말문이 막혔다.‘강무진의 곁에 있을 수 있는 여자라, 과연 단순한 인물이 아니야. 이 여자의 말 몇 마디에 하마터면 내가 한 마디도 상대 못할 뻔했어.’안진검은 포기하지 않고 다른 화제를 꺼내 말하기 시작했다.“저는 방금 해외에서 돌아와서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느라 아주 바빴어요. 국내의 시장은 제가 상상했던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더군요.”말할 때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 표정이어서 마치 정말로 이 일로 근심하는 것 같았다.잠시 멈췄다가 계속 말을 이었다.“이씨 가문은 북성에서도 명문 가문이기도 하기 때문에, 꾸역꾸역 결혼식에 왔어요. 제 회사에 도움이 될 큰 사람들도 좀 더 만날 수 있길 바라면서요. 저는 국내 시장을 잘 몰라서 지금은 완전히 어리둥절하군요.”안진검은 쓴웃음을 지으며 아주 성실하게 말했다.이렇게 되자, 그가 이 결혼식에 나타난 게 말이 되었다.성연의 마음속에 피었던 의심과 근심이 적지 않게 사라졌다.성연도 동의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창업 초기는 확실히 어렵지요.”안진검은 사업에 관해서 살짝 입에만 올렸을 뿐 구체적으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마치 친구에게 어려움을 호소하듯이.그가 성연을 바라보면서 칭찬하기 시작했다.“미스 송, 오늘 정말 예쁘시네요.”이 말은 거짓이 아니다. 성연은 오늘 좀 성숙하고 안정감 있게 꾸몄다.마치 밤에 피는 선인장처럼 사람을 황홀하게 만드는 그윽한 향기를 발산하고 있었다.“감사합니다.” 성연은 좀 쑥스러웠다.“아름다운 여자는 짝이 있는 법인데 미스 송은요?” 안진검은 한층 더 분발하면서 말했다.성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약혼자가 있어요.”무진을 언급하는 성연의 얼굴에 달콤한 표정이 보일 듯 말 듯했다.안진검의 말투에는 부러움이 담겨 있었다.“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래야 정상이지요. 틀림없이 많은 남자들이 미스 송을 마음 깊이 흠모하고 있을 테죠.”“안 선생님도 곧 짝을 찾으실 거라고 믿어요.”성연이 가볍게 웃었다.“저도 그랬으면 좋
“미스 송,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여기서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번호를 받은 안진검은 더 머물지 않고 아주 만족해하면서 떠났다.마침 이때 무진도 이야기를 마치고 성연이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그는 성연의 의자 등에 두 손을 받치고 있었다.“방금 한 남자의 모습을 봤는데? 아는 사람이야?”성연은 고개를 돌리고 사실대로 대답했다.“바로 지난번에 타이어를 갈아주는 걸 도와주었던 안진검 씨를 뜻밖에 여기서 만났어요.”무진이 주위를 한 바퀴 휘둘러보았지만 발견하지 못했다.지난번에 성연이 명함을 주었기에, 무진은 몰래 안진검의 자료를 찾아보았다.그 얼굴을 그는 여전히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성연도 고개를 돌려 살펴보았다.“간 것 같아요.”무진은 의자를 당겨 성연의 곁에 앉았다.“무슨 말을 했어?”성연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별거 아니에요. 바로 그가 방금 귀국했고, 창업 방면의 일에 대해 말했는데 나는 또 잘 모르니까요. 나는 무진 씨하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바로 무진 씨하고 만나서 잘 얘기를 나눌 수 있게 해 볼게요. 그 사람의 창업에 대해서 아마 무진 씨는 흥미가 있을 거예요.”무진이 바로 말했다.“그래, 괜찮아. 그 사람은 분명히 계획이 있을 거야. 어쩌면 좋은 프로젝트일 수도 있고.”‘안진검은 기반이 튼튼한 유명한 투자자니까, 아마 자금도 적지 않을 거야.’‘갑자기 귀국해서 회사를 차린 건 단지 테스트일 거야.’‘그러나 사업은 투자와 달라. 안진검이 실패를 걱정하는 것도 정상이야.’“마침 다음에 바로 연락할 수 있게 방금 제 번호를 줬어요.” 성연은 이 일도 무진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무진이 성연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줬으면 그걸로 된 거야. 나도 안진검에 대해 아주 흥미를 느껴. 한번 보고 싶기도 하고 말이야.”‘안진검 같은 그런 사람은 나쁜 마음을 품지는 않았을 테고.’“그래요, 다음에는 만날 수 있게 해볼게요.” 성연은 무진이 개의치 않자
꼭두새벽에 손건호가 별장에 도착했다.성연이 코디한 무진의 정장이 후리후리한 체형에 잘 매치되자, 성연의 두 눈에는 그야말로 하트가 가득했다.‘정말 멋있어, 너무 멋있어!’손건호가 다급한 표정으로 초대장을 건네주었다.“보스, 운성시의 상공회의소에서 보낸 초대장인데, 오늘 저녁 8시에 유니버설 호텔에서의 파티입니다.”무진은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 이런 초대는 매일 몇 개나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오늘 스케줄에 이건 없지?” 말을 하면서 회사로 출발할 발걸음을 재촉했다.“없습니다.” 손건호는 입을 딱 벌린 채 말을 더듬었다.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 무진이 눈살을 찌푸리고 손건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 있으면 빨리 말해. 빙빙 돌리지 말고!”“예!” 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이겁니다. 오늘 밤 이 파티의 주최자가 연계진의 연운그룹입니다. 그리고 진씨 가문도 참석한다고 합니다!”무진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진씨 가문은 정말 연계진과 같은 길을 가려고 하는 모양이네. 진 백부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진교철 한 명 때문에?’“손 비서, 곧바로 진교철의 국외에서의 모든 이력을 샅샅이 조사해줘! 그리고 파티에 참석하는 걸로 저녁 일정을 바꿔!”무진의 눈빛이 변했고, 그윽하게 빛나는 눈빛에는 형언할 수 없는 예리함이 가득했다.“보스, 왜 참석하시려는 겁니까? 그러면 연계진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닙니까? 보스, 가지 마세요. 연계진에게 보스는 쉽게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손건호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무진이 가볍게 웃으면서 손건호의 어깨를 토닥였다.“너는 아직 좀 어려. 연계진 그 인간이 이렇게 초대장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데 왜 굳이 보냈겠어?”“그럼 이건 연계진이 고의로 도발한 겁니까?”고개를 끄덕이며 거실에서 나온 무진은 벤틀리를 향해 걸어갔다.손건호가 얼른 차문을 열어준 뒤 바로 운전석에 올랐다.2층 안방에서 남편이 떠나는 모습
연운그룹 빌딩 회장실.연계진은 명문가의 두 자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의 가문은 모두 WS그룹 자회사에 납품하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전 선생님과 임 선생님께서 가문의 사람들을 설득해서 상품을 우리 연운그룹에 조달할 수 있다면, WS그룹의 가격보다 30%를 더 쳐서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전혀 이익을 보지 않고 모두 당신들에게 양보하는 거나 한가지입니다.”연계진의 가늘고 긴 두 눈이 웃는 듯 마는 듯 두 남자를 바라보았다.두 부잣집 도련님들은 크게 동요한 게 분명했다. 30%의 이윤이라면 대충 계산해도 1년에 20억 원이 넘는 이익이 더 생길 것이다.이런 이익이라면 그들은 당연히 집안 어른들 앞에서 내세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기만 한다고 자신들을 욕하지 못할 것이다.“연 회장님,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분명히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며칠의 시간을 더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일단 좋은 소식이 있으면 즉시 회장님께 연락 드리겠습니다.”두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연계진이 이렇게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은 WS그룹과 한 판 겨뤄보겠다는 게 분명했다. 만약 WS그룹과 등을 돌리게 된다면 결과는 아주 심각할 것이다.“그렇게 하세요. 가문의 발전에 관한 큰일이니까 두 분은 돌아가서 잘 협상해 보세요. 절대 가족들의 화목을 해쳐서는 안 됩니다.”연계진은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했다. 그의 온몸에는 제왕의 기세가 가득해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연계진을 믿게 되었다.두 부잣집 도련님이 나가자, 조수경의 마음은 크게 동요하면서 연계진을 대하는 눈빛은 반작거렸다.‘과거에 강무진에게 꽂혔을 때는 강무진이야말로 비즈니스의 제왕이라고 생각했어.’그러나 이제는 연계진도 이렇게 사람을 매혹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강무진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라서 원한을 풀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 돕고 싶었다.‘물론 송성
이른 아침, 샤넬의 전화를 받은 성연은 임신기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연이 전통 지식들을 가르쳐 주자, 샤넬은 어리둥절하게 들으면서 목현수에게 받아 적도록 했다.“샤넬, 이건 현수 사형도 다 알아요. 사실 당신이 직접 물어보면 되는데 굳이 내게 물어볼 필요가 있어요?”성연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샤넬이 크게 웃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샤넬이 뽐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무진은 최근 양대 조직의 부하들을 모두 모은 뒤에 훈련을 실시했다.손건호와 서한기는 서로 팀장 자리를 놓고 한바탕 겨뤘다.서로 치열하게 경합하자 결국 무진이 나서서 두 사람이 교대로 팀장을 맡고 한 달에 한 번 교대하도록 조치했다. 이번 달에는 서한기가 팀장을 맡도록 하자, 부팀장이 된 손건호는 불만이 가득했다.최종적으로 합친 조직의 이름은 무진과 성연의 이름에서 각각 한 글자씩 따서 ‘진성’으로 정했다.성연은 이 명칭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진성의 이름은 곧 전국, 나아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해외의 수많은 조직에서는 보스들이 분분히 부하들에게 앞으로 ‘진성’을 만나면 처벌하지 않을 테니까 임무를 바로 포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이렇게 많은 준비를 한 진성의 첫 임무는 당연히 연계진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하는 것이다.“무진 씨, 이건 너무 사소한 일에 조직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거 아니에요? 한 가문에 불과한 연씨 가문이 대단한 무력을 보유할 정도는 아니잖아요?”성연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무진에게 물었다.“나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적은 드러나지 않았고 우리는 드러난 상태야. 나는 더 이상 당신에게 어떤 위험도 없기를 원해. 그래서 안전을 확보하려고 조사하는 거야.”최근 한동안 무진은 운성시 전체에서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전개되었고, 중견 기업의 기업가들과 일부 가문들도 연계진의 포섭을 받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약속한 이익이 매혹적이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매수되었다.물론 거절하는 쪽이 더 많았다. 그들은 모두WS그룹의 든든한 지원군으
이른 아침, 연계진은 최근에 구입한 운성의 저택 침실에 있었다.잠에서 깬 조수경은 손에 시가를 든 연계진이 창문 앞에 선 채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헐렁하고 섹시한 잠옷 차림의 조수경이 고양이처럼 가볍게 남자의 뒤로 다가가서 껴안았다.조수경은 이 남자의 능력은 무진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다.‘이 남자는 성연에게 복수하겠다는 내 소원을 반드시 실현시킬 수 있을 거야.’고개를 숙여 자신을 껴안은 두 손을 보는 연계진의 눈빛은 차가웠지만, 입가에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일어났네!”“계진 씨, 정말로 진혜선과 결혼할 거예요?”이 남자를 따라다니면서 소원을 이루기만 하면 된다고 일찌감치 자신에게 다짐했지만, 스킨십이 있게 되자 조수경도 다소 감성적이게 되었다.몸을 돌린 연계진의 두 눈에는 순식간에 따뜻함이 가득했다. 손에 든 시가를 끄고는 돌아서서 활짝 웃으면서 조수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이건 반드시 해야 해. 진씨 가문의 실력은 WS그룹의 모든 지지 세력 중에서 가장 강력해. 진씨 가문과 혼인할 수만 있다면, 연씨 가문이 강씨 가문을 이겨서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야!”남자는 마치 7, 8살 정도의 여자아이를 위로하는 것처럼 천천히 완곡하게 말했다.조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당신 말을 따를 테니까 나를 잊지만 않으면 돼요!”연계진은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웃었다.“그럴 리가. 내 가장 큰 조력자인 당신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내가 왜 가장 먼저 당신을 찾았겠어?”약속을 받자 조수경은 흡족했다.오늘이 계획 실행을 시작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송성연, 결혼했다고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 너에게 가장 심각한 일격을 날려 줄게!”옷을 갈아입고 선글라스와 모자를 쓴 조수경이 총총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연계진의 비서 서진아가 조수경을 그 감옥으로 안내하는 일을 책임질 것이다.한 시간 남짓 달려서 운성시 북쪽의 한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조수경은 절차에 따라서 접견실에서 송아연
“혜선 언니는 승낙했어요?”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진혜선의 눈빛에 걱정이 드러났지만 곧바로 웃으면서 숨겼다.“아직 승낙하지 않았어. 하지만 무진이도 알겠지만 나는 집안의 결정을 거역할 수 없어. 당연히 두 사람의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만나자고 한 거야.”“무진 씨보고 이 모든 걸 막아달라는 말이에요?”성연은 갑자기 뭔가 불편한 느낌이 솟아나는 걸 느꼈다.‘이건 결국 진혜선 자신의 혼사야. 내 남편이 다른 여자의 혼사에 간섭하는 건 어쨌든 좀 이상한 걸.’무진은 줄곧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진씨 가문에서 뜻밖에도 연씨 가문과 가깝게 지내기로 결정할 줄은 몰랐어. 연계진은 도대체 어떤 좋은 점을 약속한 걸까?’‘두 집안이 이미 이렇게 오랫동안 연합하면서, 진씨 가문은 줄곧 기꺼이 강씨 가문의 거대한 조력자가 되어 주었어. 원래 진상철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자립해서 가문을 이끌 수 있었지. 아니면 WS그룹에서 나오는 진씨 가문의 이익을 차단할 수도 있었지만, 그때 진씨 가문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 걸 선택하지 않았어.’‘지금 갑자기 태도를 바꾸다니, 이건 정말 너무 이상한데.’무진의 마음을 한순간에 간파한 듯 진혜선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무진아, 진씨 가문에는 두 일가가 있다는 걸 잊지 마. 우리 장남 일가는 과거에 줄곧 차남 일가를 눌렀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강씨 가문과 함께 할 수 있었어. 그러나 최근 차남 일가에서 진교철이라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 나왔어. 진교철이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해외에서 돌아왔는데, 이번에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 일가와 관계를 끊겠다는 거야.”“형제 간의 반목으로 가문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우리 아버지는, 진교철의 요구에 동의하고는 나보고 연계진과 혼인하라고 하셨어. 아무튼 이번에는 정말 네가 나를 도와주면 좋겠어.”이렇게 직접적인 진혜선의 SOS 요청에 무진은 다소 놀란 듯했다. ‘진혜선은 평소에 성숙하고 침착한 여장부의 모습을 보였어. 정말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렇게 먼저 내게 도
진혜선이 고른 식당은 도심에서 약간 떨어져 있어서 한 시간 가까이 차를 탄 뒤에야 도착했다.남쪽에서는 흔치 않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한옥이었다. 차에서 내리자 공기 중에는 은은한 풀내음이 났고, 개울가의 작은 다리와 고풍스러운 정자가 눈에 들어왔다. 상쾌한 환경에 아주 쾌적한 느낌이 들었다.이미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진혜선이 성연을 보자 웃으면서 인사했다.“성연 씨 오늘 이 옷은 정말 운치가 있네. 과연 결혼한 여자야말로 진정한 매력이 넘치는 모양이야.”“혜선 언니 놀리지 마세요. 제가 어떻게 언니하고 여자의 운치를 비교할 수 있겠어요?” 성연은 진혜선의 옷차림을 관찰했다. 오늘은 오히려 캐주얼한 옷차림인데, 이전에 몇 번 봤던 화려한 옷차림과는 전혀 달랐다.‘정말 아름다워. 이렇게 간단하게 꾸몄는데도 막 대학을 졸업한듯한 모습이야.’하지만 성연은 진혜선이 무진보다 두 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성연은 마음 속으로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혜선 언니와 무진 씨는 자연스럽게 친근한 관계야. 그리고 탁월한 능력에 저런 미모라면 내가 남자라도 마음이 움직일 거야.’“가자, 이 식당은 예약제야. 매일 여덟 테이블의 손님만 받아.” 진혜선은 두 사람을 데리고 청룡각이라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이 여덟 테이블 중에서 청룡각이 제일 먼저 공략 대상이 될 게 분명해. 예약한 사람도 아마 더 많을 것 같은데.”무진은 진혜선을 바라보았다.진혜선은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좀 어렵긴 했어. 하지만 오늘 WS그룹 대표께서 오셨으니 이 사람들 복이기도 해!”고전적인 한복을 입은 종업원들이 메뉴를 건네주자 지배인이 공손하게 말했다.“강 대표님과 사모님, 두 분께서 메뉴를 좀 봐주세요. 고르기 어려우시면 제가 메뉴를 추천해 드리겠습니다.”무진은 성연에게 메뉴를 건네주었다.“좋아하는 게 있는지 한번 봐.” 성연이 메뉴를 보니 요리 이름도 ‘안개비 내리는 숲’ ‘눈 덮인 호숫가’ ‘호수의 기억’처럼 남쪽 지방의 정취가 가득한 독특한
무진이 일어나려고 할 때 갑자기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자리에 앉은 무진이 손건호에게 눈빛을 보냈다.“들어오세요!”손건호가 대답했다.문이 열리자 잘생긴 젊은 남자가 들어와서 무진을 향해 공손하게 말했다.“대표님 안녕하세요, 실례하겠습니다.”들어온 사람은 바로 소지연의 먼 친척이자 유럽지역 본부장인 소태경이다.“괜찮아요. 무슨 보고할 게 있습니까?” 무진은 평온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다소 어색해하면서 몇 초 동안 망설이던 소태경이 결국 입을 열었다.“대표님, 바로 이 얘기인데요. 제가 사전에 상황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연계진 씨의 초청에 잘못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야 연씨 가문과 우리 WS그룹이 아주 직접적인 경쟁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잘못된 처신을 처벌해 주시기 바랍니다!”무진은 소태경이 자발적으로 찾아와서 사죄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원래 그 일이었군요! 괜찮아요,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당신을 유럽 지역의 본부장으로 임명한 건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또 이런 작은 일을 가지고 어떻게 소 본부장을 의심할 수 있겠어요?”무진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지만, 소태경은 무진의 동작 하나 하나가 책략을 세우는 듯한 느낌이어서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소태경은 조금도 기쁜 기색이 없이 계속 말했다.“다음번에는 반드시 명심하고 절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겠습니다. 이번에 귀국한 것도 사촌누님의 부모님을 보살펴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국 예전에 농촌에 있던 저를 데리고 나와 주셨기 때문입니다.”“효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나도 이 점을 굳게 믿습니다! 더 이상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일이 마무리되면 빨리 유럽으로 가서 진두지휘하세요. 지금 MS 가문은 이미 몰락했으니 소 본부장이 실력을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무진의 간단한 몇 마디에 사기가 고무된 소태경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빛을 빛냈다.“제가 반드시 우리 WS그룹을 유럽에서 3위 안에 들게 만들겠습니다!”소태경이 나가
WS그룹 대표 사무실.“보스, 보스가 안 계시던 요 며칠 동안 연계진은 파티를 크게 열었습니다. 북성의 명사들을 참석하도록 초청했는데 아주 떠들썩했습니다.”“뿐만 아니라 연계진은 비밀리에 우리 회사의 두 지역 본부장을 만났습니다. 유럽 본부장으로 새로 부임한 소태경과 북미 본부장 진상철입니다.”손건호도 유럽으로 따라갔지만, 북성에 배치된 모든 정보망은 끊임없이 계속 운영되고 있었다. 돌아오자마자 바로 모든 정보를 정리해서 가장 빠르게 무진에게 보고했다.소태경, 무진은 그 이름이 익숙했다. 소지연의 먼 사촌동생으로서 전에는 소지연을 도와서 유럽 업무를 처리했다. 소지연이 잘린 뒤에도 소태경은 계속 위로 올라갔다.진상철, 이 사람도 오랜 지인이었다. 진씨 가문과 강씨 가문은 수십 년 동안 친밀한 관계를 이어 왔다. 무진이 둘째, 셋째 일가를 정리할 때 진씨 가문은 더욱 확고부동하게 무진의 모든 결정을 지지하였다. 물론 진상철은 바로 진혜선의 오빠라는 또 하나의 신분을 가지고 있다. 성격이 침착하고 업무 처리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북미 지역의 최근 2년 동안의 실적은 대단히 빠르게 늘어났다.연계진이 왜 하필 이 두 사람을 찾은 것인지 무진은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만약 소태경만 찾았다면 오히려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결국 앞서 소지연의 일로 격노한 무진은 소씨 가문에 아주 쓰라린 교훈을 안겨주었다. 소씨 가문의 일맥인 소태경이 소지연의 복수를 생각하거나, 쉽게 모반을 획책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그러나 진상철 그는 무진보다 말을 아끼는 사람이다.진상철은 이미 북미 지역에 7년을 머물렀지만 돌아온 적이 없었다. 평소에 화상회의 외에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고, 무진도 기본적으로 진상철의 어떤 일에도 간섭하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업적을 올릴 생각만 하는 순수한 사람이었다.“그래서 네 말은 진상철이 최근에 귀국했다는 거야?” 이 핵심을 떠올린 무진의 입꼬리가 절로 떠올랐다.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습니다. 돌아온 지 며칠
북성, 이씨 가문의 저택.눈앞의 연계진을 살펴보는 이상효의 마음이 한바탕 복잡해졌다.유난히 얌전하게 홍차를 우려낸 소지연이 이상효 앞에 공손하게 차를 들고 왔고, 곧바로 손님에게도 차를 내주었다.마치 노예처럼 마음속으로 무수한 괴로움을 겪었지만, 소지연은 발버둥칠 수도 없었다.입덧을 꾹 참은 채, 언제든지 차를 추가할 수 있도록 찻주전자를 들고 옆에서 조심스럽게 기다려야 했다.‘나를 이렇게 쓰라린 처지로 만든 건 바로 송성연이야.’ 소지연은 수없이 분노하고 저주하면서 성연이 일찍 죽기만을 기원했다.“내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기회만 있다면 독사처럼 목덜미를 물어뜯겠어.”소지연의 마음은 이미 완전히 비뚤어졌다. 만약 뱃속의 아이가 아니었다면, 성연과 함께 죽을 생각도 수없이 많이 했다.지금 이상효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느꼈다. 당대에는 견줄 만한 바가 없던 결혼식에서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강씨 가문의 넓은 인맥과 막강한 권세였다.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이상효가 강씨 가문을 번거롭게 만드는 걸 반대하고 나섰다.그러나 이상효는 강력한 적일수록 베어 먹는 이익은 더욱 감동적이라면서 반박하는 의견을 제기하였다.이씨 가문의 세력은 너무 작아서 이렇게 큰 운성시에서는 전혀 주류를 이루지 못했다. 그의 야심은 반드시 강력한 세력에 의지해야만 실현될 수 있었다.의심의 여지없이 지금의 연계진은 아주 좋은 기댈 만한 세력이다.연씨 가문이 이번에 남방에서 손을 썼는데,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연씨 가문이 이미 재정비하고 일어섰다는 것을 똑똑히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아주 명확한 태도를 취했다. 물론 연씨 가문이 생각처럼 그렇게 약하지 않아서, 함께 협력하면 강씨 가문을 상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이상효에게도 똑똑히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만약 연계진이 그렇게 준수하고 깨끗하게 생기지 않았다면, 이상효는 좀 더 신임했을 것이다.“연계진 씨, 예전에 강씨 가문에 내분이 일어나서 죽기 살기로 싸웠을 때, 당신은 왜 그 기회를 틈타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