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인사 파트의 팀장이 와서 조수경에게 자리로 돌아갈 것을 권했다.‘손건호가 시킨 게 분명해.’사무실 안.조수경을 보는 팀장의 표정은 좀 굳어 있었다.“조수경 씨, 당신은 유능한 사람입니다. 합작 프로젝트에서는 그렇게 총기를 보이더니, 지금은 왜 이렇게 멍해 있는 겁니까?”조수경이 무진을 바라는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 지 정도는 팀장처럼 경험 많은 이라면 바로 알 수 있었다.“저, 저는...” 조수경이 난감한 듯이 고개를 떨궜다.조수경이 말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팀장도 차마 더 이상 책망할 수가 없었다.‘결국 아직 어린 아가씨일 뿐이야.’팀장이 한숨을 내쉬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조수경 씨는 아직 젊어요. 지금 밝은 미래가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요. 쓸데없는 일을 벌이지만 않는다면, 사실 대표님은 언제든 찾아 뵐 수 있어요. 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내게 먼저 보고하세요. 경솔하게 대표님을 찾아오지 말고.”대표실의 연락을 받았을 때, 팀장은 그저 어떤 천지도 모르는 인간이 강무진 대표에게 접근하는 바람에 자신에게 불통이 튄 것이라고 생각했다.팀장은 정말로 조수경을 신임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조수경을 보고 좋은 말로 충고하지 않았을 것이다.다른 사람이라면 벌써 입에 거품을 물고 질책했을 것이다.조수경은 감히 팀장에게 반항하지 못한 채 훌쩍거리면서 대답했다.“알겠습니다, 팀장님.”“됐어요,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세요. 회사 내에는 보는 눈이 아주 많아요.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내가 지켜주지 못할 지도 몰라요!” 팀장은 마지막에 적당한 수준으로 경고를 했다.조수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조수경 씨는 업무에만 충실히 임하세요. 다른 건 더 이상 생각하지 말고. 내가 강무진 대표님 앞에서 부팀장 직위를 억지로 얻어낸 거니까, 나를 실망시키지 말아요.” 팀장은 그래도 마음이 안 놓이는지 몇 마디 더 당부했다.조수경은 내내 고개를 숙인 채 참을성 있게 충고를 듣는 모습이었다.“
기분도 좋지 않은 데다가 고민하기도 귀찮아서, 긴 머리를 풀어 내린 조수경은 택시를 타고 바로 갔다.조수경이 바 안으로 들어가니 이미 먼저 도착한 손민철이 기다리고 있었다.귀청이 터질 듯한 음악에 어두컴컴한 불빛 때문에 누가 누군지도 잘 보이지 않았다.손민철은 한눈에 조수경을 찾아 품에 안았다.“자기야 왜 그래? 누가 우리 자기를 화나게 했어?”조수경은 오늘 정말이지 손민철의 비위를 맞추고 싶지 않았다.바로 그의 손을 밀치면서 말했다. “건들지 마, 바텐더, 위스키 스트레이트 한 잔.”조수경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 손민철은 조수경이 자신을 밀어낸 것도 따지지 않았다.메뉴에서 아무거나 주문하려는 조수경의 손을 잡아 내리며 대신 바텐더에게 주문했다.“위스키는 독해서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아. 칵테일로 한 잔 줘.”상황을 파악한 바텐더가 조수경에게 예쁜 칵테일을 한 잔 만들어 주었다.조수경도 상관하지 않았다. ‘술만 있으면 돼, 그저 마시기만 하는 건데 뭐.’칵테일 한 잔을 단숨에 다 마시고 바텐더에게 잔을 주며 말했다. “한 잔 더.”두 사람이 아는 사이라고 생각한 바텐더는 무의식적으로 손민철을 바라보며 생각을 물었다.손민철은 더 이상 막지 않았다.“만들어 줘요.”한 잔 또 한 잔, 조수경의 앞에는 곧 빈 칵테일 잔이 가득 쌓였다.주량이 센 편이 아닌 조수경은 도수가 낮은 칵테일이라도 알코올의 힘을 이겨내기 힘들었다.곧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면서 테이블 위에 엎드렸다.옆에서 같이 마시던 손민철이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지자 조수경에게 당부했다.“자기야, 여기 그대로 있어. 나 화장실 좀 갔다 올 테니까 함부로 소란 피우지 마.”조수경이 대답하지 않았지만, 참지 못하게 된 손민철은 재빨리 화장실로 갔다.‘이 술집은 보안이 괜찮으니 별일 없을 거야.’예쁜 얼굴의 조수경은 비록 오피스 룩 차림이었지만, 슬림하게 몸에 붙는 핏은 남자들이 침을 흘릴 정도로 조수경의 늘씬한 몸매를 드러내었다.바에 처음 들어섰을 때부터 남
두 사람이 말하는 사이에 손민철이 화장실에서 돌아왔다.남자 하나가 조수경의 옆에 바짝 붙어 있는 것을 보자, 바로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서 남자를 억지로 잡아당겼다.“당신 누구야? 내 여자에게 뭘 하려는 거야?”조수경에게 욕을 먹고 억울했던 남자는 속에 쌓인 화를 발산할 곳이 없던 참이었다.그러던 차에 지금 자리에 돌아온 손민철과 딱 마주친 셈이다.눈앞의 미인에게는 화를 낼 수 없었지만 남자라면 문제없다고 생각했다!남자는 손민철을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경멸하는 말투로 말했다.“이 사람이 바로 당신 남자친구야? 같잖아서 정말. 겉으로는 강해 보여도 속은 텅 빈 기생오래비구만. 전혀 남자다워 보이지도 않고.”어떤 남자든 같잖다는 말을 들으면 참을 수가 없는 법.손민철의 표정이 곧 싸늘해졌다.“뭐라고? 자신 있으면 다시 한번 씨부려 봐.”“아니면 아닌 거고. 인정하기 어려울 게 뭐야. 마침 나한테 형씨를 도울 수 있는 약이 있는데.” 남자가 조롱 섞인 말을 내뱉으며 손민철을 힐끗 보았다.남자의 도발에 대해 손민철이 빈정거렸다.“도대체 누가 같잖다는 건지. 당신은 그 약들에 대해 무척 잘 아는 모양이지만 나는 여태껏 써 본 적이 없어.”“이 자식!” 남자가 손민철에게 주먹을 날리려던 순간.손민철은 본래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 사람이다.남자가 자신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려고 보자, 손민철은 억누르고 있던 분노가 순식간에 치밀어 올랐다.“X발, 이 새X한테 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내 머리 위로 기어오르겠어!”바로 옆에 있는 술병을 든 손민철이 남자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남자가 비명을 지르더니 곧 머리에서 피가 흘렀다.남자는 자신의 손에 묻은 끈끈한 핏자국을 보자 악이 받쳤다.주먹을 불끈 쥐더니 곧바로 손민철을 향해서 내리쳤다.“이 기생오래비 같은 놈이 감히 나를 쳤어! 감히 나를 쳐!”남자와 손민철은 곧 뒤엉켜 싸웠다.두 사람은 서로 뒤엉킨 채 정신없이 싸웠다. 두 사람 모두 몸에 피가 묻었지만 도대체 누구의 피인지 분간할 수도
이씨 가문에서는 연일 소씨 집안에 물건들을 잔뜩 보냈다.또 소씨 집안의 난관을 극복할 자금으로 20억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숨이 간들간들하던 소씨 가문에 마침내 회생의 기운이 보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지연과 이상효의 결혼식날이 되었다.이씨 가문은 북성에서도 지위가 대단하기에 많은 하객들이 왔다.이날 성연과 무진도 흔쾌히 참석했고 또 신혼부부에게 선물도 했다.당연히 바로 자신의 주권을 선언하려는 성연의 마음이 있었다. 소지연에게 강무진은 내 남자라는 사실을 알려 주는 것.‘해서는 안 되는 생각도 오늘로 모두 끝이야!’‘소지연도 이제 결혼했으니 염치가 있다면 무진 씨에게 매달리지 않겠지.’웨딩드레스를 입은 소지연이 한쪽에 서서 이상효와 함께 손님을 맞이했다.분명히 오늘이 그녀의 결혼식인데, 기쁜 기색은 전혀 없고 온통 경직되고 멍한 표정이었다.웃으면서 손님을 맞이하던 이상효가 고개를 돌리고 완전히 넋을 놓은 소지연을 바라보았다.고개를 돌린 이상효가 소지연의 팔을 잡고 경고했다.“표정 관리 잘 해! 오늘 같이 경사스러운 날에 죽은 사람 같은 표정을 하고서 누구에게 보여주려는 거야?”소지연은 이를 악물었다.“결혼도 했는데 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설마 내가 사람들에게 몸이라도 파는 모습을 보여줄까 봐 그래요?”소지연의 말에 자극을 받은 이상효가 소지연을 훈계하려고 하는데 옆에 손님이 왔다.“어머, 신부 얼굴이 왜 이래요? 왜 기분이 안 좋아요?”이상효가 얼른 대답했다.“아닙니다, 지연 씨가 오늘 몸이 안 좋아요. 그렇지, 지연 씨?”그는 팔꿈치를 뻗어 소지연을 쿡 찔렀다.소지연이 억지로 입을 열었다.“네, 어젯밤에 잠을 잘 못 자서 컨디션이 안 좋아요. 양해해 주세요.”축하객이 축복의 말을 한 뒤 활짝 웃으면서 떠났다.갑자기 문 앞에서 간간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이상효와 소지연이 바깥 쪽을 쳐다보았다.무진과 성연이 등장한 것.짙은 네이비 슈트의 무진은 냉엄한 표정에서 가까이 접근할 수 없는 한기를 발
이상효는 손에 힘을 꽉 준 채 마치 피부에 박아 넣으려는 듯이 소지연의 손목을 꽉 조였다.이상효의 손을 힘껏 뿌리친 소지연이 말했다.“내가 뭘 어쨌다고? 나는 오히려 당신이 왜 이러는지 묻고 싶군요. 갑자기 무슨 미친 짓이에요?”“누굴 속이려고? 눈알이 다른 놈한테 달라붙어서 정신없이 쳐다보는데 내가 속아넘어갈 줄 알았어?” 이상효가 차갑게 비웃었다.이상효의 말을 들은 조수경은 무진을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을 이상효가 봤다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입술을 꽉 닫은 채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이상효는 얼굴에는 불쾌감이 가득했다.“네 과거는 나도 알고 있어. 네가 강무진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고 있어. 그러나 너는 자신의 주제도 모르고 있어. 내가 그 마음을 없애라고 충고하지. 그렇지 않으면 오늘 이 결혼식은 없어! 이 결혼이 없으면 너희 소씨 가문은 끝장이야!”그의 말은 위협으로 가득 차 있었다.소지연의 얼굴과 몸매가 그런대로 괜찮지 않았다면, 이상효도 이런 복잡한 과거를 가진 여자를 아내로 맞는 걸 꺼렸을 것이다.소지연은 정말 찬물이라도 이상효에게 뿌려서 정신을 차리게 하고 싶었다.‘나 같은 아내를 얻을 수 있다면 마땅히 고맙게 생각해야지. 게다가 이것저것 요구하고 있어!’그러나 소씨 가문의 현실은 소지연의 마음대로 하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참아야 했다!소지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눈빛도 점차 냉담해졌다.이상효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소지연을 쳐다보았다.‘성질이 엄청 거셀 줄 알았는데 그래도 내게 길들여지는 것 같군.’다가가서 소지연의 허리를 감쌌다.이상효와 닿았다고 생각하자, 소지연은 소름이 돋으면서 반감이 들었다.하지만 그래도 참으면서 움직이지 않았다.이상효가 그녀의 뺨을 두드렸다.“이래야 옳지? 당신이 말을 잘 듣기만 하면 우리 이씨 가문에서 지금 당신네 소씨 가문을 소홀히 할 리가 있겠어?”그는 턱을 치켜세웠다. ‘내가 소지연에게 이 모든 것을 주었으니, 소지연은 마땅히 내게 감사해야 해!’이상효의 모욕적인 동
무진의 앞에 간 이상효는 방금 소지연에게 기고만장해서 날뛰던 기세를 깨끗이 거두어들였다.무진에 대한 그의 태도는 더구나 아주 공손했다.“강 대표님, 두 분께서 제 결혼식에 참석해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모쪼록 불편함 없이 마시고 마음껏 드시고 즐기시기 바랍니다.”강무진은 소지연을 전혀 보지 않고 이상효에게 인사를 했다.“당연하지요. 이상효 씨와 부인께서 백년해로하기를 기원합니다.”기어이 고개를 돌린 성연이 옆에서 한마디를 덧붙였다.“하루빨리 득남하시길 기원합니다.”“두 분의 축복에 감사드립니다.” 이상효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뻗어 소지연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무진의 앞에서 이상효에게 이렇게 좌지우지되는 것은 그야말로 소지연을 죽이는 것보다 더 괴로울 것이다.그녀의 체면을 땅바닥에 던져버리고 무참하게 짓밟는 것이다.소지연도 무진의 차가운 모습을 볼까 봐 두려워하면서 감히 무진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소지연의 눈은 이제 곧 현실적으로 변할 거라고, 그러지 않는 게 힘들 거라고 성연은 생각했다.고개를 든 성연은 마침 소지연의 원한이 가득한 눈과 마주했다.성연은 조금도 겁내지 않고 피하지 않았다. 차가운 시선으로 소지연을 마주보았다.겁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부러 옆의 무진에게 일깨워주었다.“지금부터 소지연 씨는 남편이 있는 분이시네요. 유부녀는 성숙함의 상징이니 소지연 씨가 좀 더 이성적이기를 바라겠어요. 어쩌면 더 화려하게 변신하실 수도 있겠네요.”성연이 도발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지연은 시퍼렇게 질린 표정으로 침묵하고 있었다.성연은 강무진의 약혼녀로 강무진이 애지중지하는 사람이다.이상효가 아부해야 하는 대상인 것이다.소지연이 자신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다고 생각한 이상효의 표정이 갑자기 가라앉으면서 바로 소지연을 꾸짖었다.“미스 송에게 감사해야지. 당신에게 필요한 조언을 주시고 있잖아.”말을 하면서 이상효는 소지연에게 경고의 눈빛을 보냈다.소지연은 무진을 바라보면서 무진이 자신을 구해주기를 희망했다.그러나 무진은
성연과 잠시 함께 있던 무진은 잘 아는 사업 파트너를 만났다.그는 부득이하게 그들과 얘기를 나누러 성연의 옆 자리를 비워야 했다.자리를 비우기 전, 성연에게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꼭 기억해.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나를 찾아. 지난번 같은 일이 또 일어나는 걸 나는 바라지 않아.”성연은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가서 일 보세요. 일이 있으면 내가 부를게요.”구석의 자리에 가서 앉은 성연의 앞에는 여러 가지 과일이 놓여 있었다.모두 이씨 가문에서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서 준비한 것들.턱을 받치고 있던 성연은 좀 무료해졌다. ‘오늘 온 목적은 달성했어.’‘뭘 해야 좋을지 모르겠네.’갑자기 성연의 앞에 누군가 스쳐 지나가더니, 곧이어 맞은편에 한 사람이 앉았다.성연은 눈을 들어 보니 바로 지난번에 자신을 도와준 남자 안진검이었다!안진검은 일부러 놀란 척하면서 물었다.“미스 송, 당신도 왔네요?”사실 안진검은 이미 무진을 발견했다.그는 일부러 시간을 골라 이때를 찾아 접근했다. 바로 무진이 이쪽의 상황을 바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거의 시선의 사각지대였다.성연은 그를 보고 웃었다.“정말 공교롭네요.”“지난번에는 송성연 씨가 커피를 대접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계속 기억하고 있답니다.” 안진검은 안경이 떨어지지 않도록 코끝의 안경테를 짚었다.성연은 담담하게 말했다.“천만에요. 안 선생님께서 지난번에 저를 도와주셨잖아요.”그녀는 안진검이 나타나는 시기가 너무 공교롭다는 생각이 들었다.성연은 천성적으로 경계심이 강했기에, 안진검의 존재 때문에 성연은 많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그래요. 우리 둘이 비긴 셈이네요.” 안진검이 실소하며 말했다.그때 샴페인 트레이를 든 종업원이 옆을 지나갔다.종업원으로부터 샴페인 한 잔을 받아 든 안진검이 성연에게 물었다.“미스 송, 한 잔 드릴까요?”성연은 완곡하게 거절했다.“아니요, 요즘은 술을 마시지 않아요.”안진검은 더 이상 무리하게 권하지 않았고 샴페인
안진검은 그만 말문이 막혔다.‘강무진의 곁에 있을 수 있는 여자라, 과연 단순한 인물이 아니야. 이 여자의 말 몇 마디에 하마터면 내가 한 마디도 상대 못할 뻔했어.’안진검은 포기하지 않고 다른 화제를 꺼내 말하기 시작했다.“저는 방금 해외에서 돌아와서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느라 아주 바빴어요. 국내의 시장은 제가 상상했던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더군요.”말할 때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 표정이어서 마치 정말로 이 일로 근심하는 것 같았다.잠시 멈췄다가 계속 말을 이었다.“이씨 가문은 북성에서도 명문 가문이기도 하기 때문에, 꾸역꾸역 결혼식에 왔어요. 제 회사에 도움이 될 큰 사람들도 좀 더 만날 수 있길 바라면서요. 저는 국내 시장을 잘 몰라서 지금은 완전히 어리둥절하군요.”안진검은 쓴웃음을 지으며 아주 성실하게 말했다.이렇게 되자, 그가 이 결혼식에 나타난 게 말이 되었다.성연의 마음속에 피었던 의심과 근심이 적지 않게 사라졌다.성연도 동의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창업 초기는 확실히 어렵지요.”안진검은 사업에 관해서 살짝 입에만 올렸을 뿐 구체적으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마치 친구에게 어려움을 호소하듯이.그가 성연을 바라보면서 칭찬하기 시작했다.“미스 송, 오늘 정말 예쁘시네요.”이 말은 거짓이 아니다. 성연은 오늘 좀 성숙하고 안정감 있게 꾸몄다.마치 밤에 피는 선인장처럼 사람을 황홀하게 만드는 그윽한 향기를 발산하고 있었다.“감사합니다.” 성연은 좀 쑥스러웠다.“아름다운 여자는 짝이 있는 법인데 미스 송은요?” 안진검은 한층 더 분발하면서 말했다.성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약혼자가 있어요.”무진을 언급하는 성연의 얼굴에 달콤한 표정이 보일 듯 말 듯했다.안진검의 말투에는 부러움이 담겨 있었다.“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래야 정상이지요. 틀림없이 많은 남자들이 미스 송을 마음 깊이 흠모하고 있을 테죠.”“안 선생님도 곧 짝을 찾으실 거라고 믿어요.”성연이 가볍게 웃었다.“저도 그랬으면 좋
성연은 은침으로 두 번 찔렀으니까 적어도 한동안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래도 어지럽고 무기력한 느낌이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어쩔 방법이 없었다.마음 깊은 곳에서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눈앞의 모든 것이 모호해지면서 단지 카타르시스를 찾아 자신의 모든 욕망을 털어놓고 싶을 뿐이다.조수경은 성연이 끊임없이 머리를 흔들며 자신을 깨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이제 다 됐어’조수경은 조급해하지 않으면서 성연의 낭패한 모습을 감상했다.‘평소에 송성연은 나를 볼 때 도도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지?’‘지금은 왜 거드름을 피우지 못하는 거야?’조수경은 계속 일부러 물었다.“성연 씨, 성연 씨, 정말 괜찮아요?”성연은 이제 대답할 힘도 없었다.자신이 무슨 이상한 소리를 낼 것 같아서 가까스로 몸의 반응을 억제했다.성연은 천천히 테이블 위에 엎드려 좀 더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사실 그래도 정신이 약간은 남아 있엇다.하지만 조수경은 성연이 이미 잠들었다고 생각했다.‘더 이상 참을 수 없어.’바로 일어서서 성연의 뒤에 앉아 있는 검은 정장 차림의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빨리 이 여자를 옮겨요.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도록 하고 당신들 마음대로 가지고 놀아요”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는 여전히 경계하는 태도를 유지했다.“여기 사는 사람들은 모두 부자가 아니면 고귀한 신분의 사람들이야. 우리가 지체 높은 사람에게 미움을 사게 하는 건 아니겠지?”말을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이곳의 사람들에게 절대 미움을 사면 안 돼.’‘작은 돈 때문에 엮이게 된다면 정말 가치가 없어.’조수경은 상관없다는 듯이 손사래를 치면서 허튼소리를 했다.“이 여자의 차림새를 봐요. 어디 부자 같아 보여요? 바로 학생인데, 내가 여기로 약속을 정하지 않았다면, 평생 그렇게 맛있는 커피를 마셔보지 못했을 거예요.”방금 조수경이 성연과 이야기를 나눌 때 이들도 내용을 똑똑히 듣지 못했다.조수경은 이들에게 여자를 데리고 놀라고 하면서 돈도 많이 주겠다고 했
사실 성연도 그렇게 어리석지 않았기에 조수경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경계심을 놓지 않았다.레모네이드를 마시는 순간 이미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조수경이 자신이 마신 레모네이드에 약을 넣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이 약은 너무 독해서, 순식간에 머리가 무거워지면서 현기증이 났다.정신이 혼미해지더니 온몸에서 열이 나면서, 옷을 찢고 싶은 충동을 참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여기가 카페이기에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성연은 이것이 무슨 약인지 단번에 알아맞혔다.‘조수경이 나를 초대한 게 바로 이 개떡같은 약을 먹이기 위해서라는 걸 미처 몰랐어.’지금 성연은 조수경을 찢어 죽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원래 조수경은 좀 깨닫게 될 줄 알았어.’‘조수경이 결국 이렇게 간이 배 밖에 나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내게 약을 먹이면 무진 씨가 분노가 폭발할 텐데 두렵지 않은 거야?’‘다른 건 몰라도, 이 위기를 견뎌낸다면 절대 조수경을 용서하지 않겠어!’단호하게 은침을 부러뜨려서 성연은 자신의 허벅지 혈을 찔렀다.간신히 정신이 좀 돌아와서 그나마 겨우 버틸 수 있었다.성연의 볼이 붉어지는 걸 본 조수경은 약효가 곧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다.의기양양한 표정을 하고서 일부러 물었다.“아이고, 성연 씨, 왜 그래요? 어디 아픈 데 있어요? 안색이 좀 이상한데요?”성연은 이를 악물고 맞은편의 조수경을 바라보았다.조수경의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자 정말 밟아버리지 못하는 게 한스러웠다.‘조수경,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뒷감당을 생각해 보지도 않은 건 아니겠지?’그러나 성연은 자신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조수경을 끝장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조수경이 또 이어서 자신에게 무슨 수단을 쓸 지 알 수 없었다.성연은 잠시 시간을 끌 수밖에 없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좀 덥네요.”성연은 담담하게 말하면서 조수경에게 자신의 이상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송성연, 너의 모든 반응은 얼굴에 드러나 있어.’조수경
성연은 조수경의 계략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게다가 이 약은 확실히 무색무취해서, 은침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성연은 안에 뭐가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레모네이드를 한 모금 마신 성연이 컵을 내려놓았다.그리고 바로 조수경에게 말했다.“당신이 떠나기를 원한다니까, 일단 당신을 믿겠어요. 오늘은 당신도 어떤 심리적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어요.”성연은 자신이 조수경을 용서하고 싶은 것도 터무니없다고 느꼈다.그러나 이렇게 말해서 조수경의 양심이 괜찮을 수 있다면 한마디 해도 될 것이다.그리고 성연은 자신의 직감을 믿었다. 조수경이 고의로 그랬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하지만 조수경이 이미 사직하려고 하는 이상, 앞으로 무진과 만나는 일이 없다는 걸 증명한다면 자신이 굳이 언쟁을 벌일 일도 없을 것이다.“성연 씨. 내게 이런 기회를 줘서 고마워요. 그렇지 않으면 내 마음은 정말 미안했을 거예요.” 조수경은 정말 감동한 듯 성연에게 감사를 표시했다.그러나 성연의 변화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그리고 검은 옷을 입은 두 사람이 들어왔다.소리 없이 성연의 뒤쪽 자리에 앉았다. 그들은 성연이 중독되어 약효가 나타나면 데려가려고 기다렸다.두 사람이 앉은 곳은 성연의 시선에서 사각지대여서, 성연은 전혀 보지 못했다.“그렇게 너무 많이 생각할 필요 없어요. 이곳을 떠나도 당신의 집에 잘 돌아가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할머니도 힘드실 거예요.” 성연은 담담하게 말했다.“아니, 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조수경은 무슨 무서운 일이 생각났는지 놀라서 고개를 저었다.그리고 나서야 자신이 추태를 부렸다는 걸 깨닫고 해명했다.“성연 씨, 정말 숨기지 않겠어요. 누군가 줄곧 나를 귀찮게 하고 있어요. 내가 이번에 여기에 온 것도 그 사람 때문이에요. 만약 내가 돌아간다면 결국 좋은 날이 없을 거예요.”“나는 조수경 씨의 성격이면 어디서든 잘 지낼 수 있다고 믿어요. 당신 생각은요?” 성연이 눈썹을 찌푸렸다.사실 조금만 조사하면 조수경이 말한 게
엠파이어 하우스 부근의 한 커피숍 안.성연이 도착했을 때, 조수경은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성연을 본 조수경이 바로 손을 흔들었다.“성연 씨, 여기에요.”성연은 다가가서 조수경의 맞은편에 앉았다.“무슨 일인지 솔직히 얘기하세요.”예쁘게 차려 입은 성연을 보자 조수경의 눈에서 또 한바탕 질투가 났다.‘약혼자가 있는데도 누구한테 보여주고 꼬시려고 이렇게 치장하고 나온 거야?’‘강씨 집안이 아니라면, 송성연 이 촌닭은 평생 이런 명품도 입을 수 없겠지.’조수경은 마음속으로 이미 성연을 전혀 쓸모없는 사람으로 폄하했다.그러나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조수경이 가식적으로 성연에게 사과하기 시작했다.“성연 씨, 당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오해하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 그날 밤에 나는 정말 무진 오빠를 부축하면서 쉬고 싶었을 뿐이에요. 제가 무진 오빠를 부축하고 돌아가자고 했지만, 오빠는 기어이 거기가 자기 방이라고 말했어요. 바로... 당신이 봤던 모습으로 변했어요. 사실 나와 무진 오빠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성연은 담담한 표정으로 조수경을 바라보았다.“당신이 지금 내게 이런 말을 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나는 여전히 당신이 무진 씨와 멀리 떨어져 있으면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말하겠어요.”“당연히 무진 오빠하고 거리를 둘 거예요. 저는 곧 회사를 떠날 거예요. 사직서는 이미 작성했어요.”조수경은 사직서를 성연에게 건네주었다.성연은 반신반의하면서 결코 조수경을 완전히 믿지 않았다.‘사직서 하나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어.’그래서 성연이 할 수 없이 말했다.“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라겠어요.”조수경은 이를 악물었다.마음속으로는 성연이 속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그래도 조급해선 안 돼. 결국 방법이 있을 거야.’성연이 믿지 않는 걸 본 조수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부러 슬픈 눈빛을 드러내면서 자신을 더욱 믿게끔 행동했다.성연이 억지로 웃으며 물었다.“조수경 씨, 뭘 마시고 싶으세요?”조수경의 이런 모습을
이날 성연은 다시 조수경의 전화를 받았다.성연은 원래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다.그때 조수경의 표정과 태도를 모두 똑똑히 보았다.‘그럴듯하게 꾸몄지만 무슨 그럴 필요가 있겠어?’그러나 마침 심심하기도 해서 바로 전화를 받았다. ‘조수경이 또 어떤 수작을 부리는지 두고 봐야지.’전화를 받은 성연은 바로 입을 열지 않았다.성연이 전화를 받았다는 걸 안 조수경이 먼저 말했다.[성연 씨,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이 도시를 떠날 거예요. 이것으로 나는 정말 성연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겠어요. 내가 유일하게 마음에 걸리는 건 성연씨 당신에게 설명할 수 없다는 거예요.]‘회사를 그만둔다는 건 결코 농담이 아닐 거야.’성연은 조수경의 말을 약간은 믿었지만 완전히 다 믿지는 않았다.‘조수경 이 여자는 너무 잘 꾸미고 간교한 수작도 잘 부려.’ 성연은 반드시 방비하면서 조수경을 쉽게 믿지 말아야 했다.“조수경 씨가 무슨 결정을 내리든 당신의 생각이니, 외부인인 제가 간섭할 권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무진 씨의 약혼녀인 제가 당신에게 무진 씨와 거리를 두라고 요구하는 것도 제 권리입니다.”성연은 담담하게 사무적인 말투로 말했다.조수경에게 무슨 감정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도 귀찮았다.전화기 맞은편의 조수경은 주먹을 꽉 쥐었다.손톱이 살에 박혔지만 아픔을 느끼지도 못했다.그러나 오늘의 목적을 생각하고 조수경은 참았다.조수경이 약간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사실 저는 무진 오빠를 오빠처럼 생각했을 뿐이에요. 집에 일이 생기자 할머니, 고모, 그리고 무진 오빠가 제게 그렇게 잘해 준 건데 성연 씨가 오해한 거예요. 성연 씨를 만나서 분명하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지난번에 만났을 때 불쾌하게 헤어졌다.성연은 조수경을 만나도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느꼈다.원래는 조수경을 거절하려고 했다.그러나 성연의 심리를 간파한 듯이 조수경이 바로 입을 열고 강조했다.[저는 지금 바로 성연 씨 집 근처에 있어요. 여기서 성연 씨를 기다리고
한바탕 격렬했던 정사가 끝난 후, 조수경은 이 약의 효과가 대단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약을 먹은 후의 모든 과정에서 자신의 의지를 완전히 상실하고 오직 본능만 남았던 것이다.그동안 조수경은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전혀 몰랐다.손민철은 조수경의 이런 행동에 더욱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조수경의 어깨를 껴안고 말했다.“필요하다면 더 큰 프로젝트를 줄게. WS그룹에서의 당신의 지위가 더 확고하게 될 거야.”조수경은 원래 한번 시험해 보려는 마음이었다.뜻밖에도 손민철이 여기 온지 얼마 안 됐는데, 이런 약을 구할 수단을 가지고 있었다.이 약이야 말로 조수경이 오늘 손민철을 만난 목적이었다.다만 손민철의 말은 의외의 놀라움을 주었다.지금 손민철은 확실히 조수경에게 적지 않은 이익을 안겨주었다.WS그룹에서 조수경의 지위는 한층 더 높아졌다.만약 머리를 굴려서 손민철이 기꺼이 자신을 힘껏 돕게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조수경은 손민철의 어깨에 기댄 채 부드럽게 미소지었다.“당신은 내게 정말 잘해 줘.”그런데 당신은 언제 돌아가서 나하고 결혼할 거야? 지금 아버지가 하루 종일 나를 재촉하고 있어.” 손민철은 단지 투정하는 듯이 말했지만, 조수경의 몸을 굳어지게 만들었다.조수경은 손민철을 보면서 애교를 부렸다.“우리는 지금도 좋지 않아?”“하지만 정하면 더 좋지. 우리 둘은 당당하게 함께 할 수 있어, 설마 당신은 그러고 싶지 않은 거야?” 손민철은 조수경을 떠보았다.조수경은 지금 어쨌든 손민철이라는 이 조력자를 잃을 수 없다.그래서 손민철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지금 우리의 큰 계획도 완성하지 못했는데, 결혼은 성공한 뒤에 다시 이야기해. 만약 강무진이 우리가 결혼한다는 걸 알게 된다면, 나를 WS그룹에 남겨두겠어? 지금 강씨 가문에서 순전히 동정 때문에 나를 받아들였는데, 나는 이 보호막을 잃고 싶지 않아”손민철은 그런 일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기본적으로 조수경이 말하는 대로 하는 것일뿐.지
오늘 조수경은 청순한 재스민 같은 평소의 스타일을 완전히 바꿨다.오늘은 빨간색의 깊은 브이넥 원피스를 입었는데, 원래 겉에 숄을 하나 더 걸쳤다.방금 문을 열러 나올 때에 숄은 이미 벗어버린 뒤.조수경은 또 손민철을 향해 눈을 깜박였다.“나 오늘 예뻐?”“아름다워, 너는 언제나 가장 아름다워.” 손민철은 이미 더는 기다릴 수가 없었다.조수경이 손민철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당신은 왜 매번 그렇게 조급해?”“너 때문이야, 내가 어떻게 조급하지 않을 수 있겠어? 매번 나를 이렇게 유혹하는데.” 손민철이 다가가서 조수경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조수경은 거부하지 않고 손민철의 목을 껴안았다.“오늘 어쩐 일이야? 웬일로 나를 찾을 마음이 생겼어?” 손민철은 정말 어렵게 조수경의 이런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 느꼈다.“일이 없으면 당신을 찾을 수 없어?” 조수경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동작 하나하나가 모두 손민철이 넋을 잃게 만들었다.손민철이 좀 더 진도를 나가려고 하자, 조수경이 손을 붙잡고 말했다.“조급해하지 마.”손민철의 눈은 이미 욕망으로 빨갛게 달아올랐는데, 지금 막히자 더 짜증이 났다.“왜 그래? 나를 오라고 해놓고 나를 가지고 놀려는 거야?”조수경은 눈살을 찌푸렸다.“당신, 지금 나한테 그런 나쁜 말투로 말한 거야?”그리고 눈에는 불만이 가득했다.상황을 파악한 손민철이 얼른 구슬리며 말했다.“그런 뜻이 아니야.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당신을 볼 때마다 내 자신을 통제할 수가 없어. 당신이 내 성격을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조수경 잠시 생각했다.‘하긴, 그렇지 않았다면 나도 손민철을 수중에 꽉 쥐지 못했을 거야.’‘지금 이 시점에서는 모든 자원을 이용해야 해.’‘그럼 바로 손민철부터야.’“나는 당신하고 재미있게 즐기고 싶어. 늘 그런 식이면 전혀 새로운 게 없잖아.”“어떻게 놀고 싶은데?” 손민철도 물론 자극적으로 즐기고 싶었지만, 매번 조수경이 동의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지금 조수경이 먼
무진과 성연은 방금 집에 돌아왔다.성연이 떠나지 않았다는 소식이 조수경의 귀에 전해졌다.이 소식을 듣고 조수경은 은근히 기분이 나빠졌다.원래는 송성연이 떠나면 다시 강무진에게 제대로 사과할 생각이었다.그리고 안금여와 강운경이 좋게 말해 주도록 유도해서 다시 무진의 신임을 얻는 것이다.‘그런데 결국 이렇게 되어 버렸어.’‘송성연이 저기에 떡하니 있으니,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어.’송성연이 없다면 조수경은 불쌍한 척 가장해서, 저들이 자신을 측은하게 여기고 동정하게 만들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게 할 수 없게 됐어.’조수경은 송성연을 혼내 주기 위해서 심사숙고했다.그렇지 않으면, 이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사실 강씨 가문에서 나온 뒤 조수경의 생활은 힘들지 않았다.지금 살고 있는 곳도 큰 빌라였다.‘마음이 울적해.’‘이런 고급 빌라에 사는 게 무슨 소용이 있어?’조수경이 꿈꾸는 것은 강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어 높임 받는 생활을 하는 것이다.그래서 반드시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한참을 생각한 끝에 한 사람을 떠올렸다.그 사람은 바로 손민철.조수경은 북성에 친척도 친구도 없다.어쩌면 지금 곳곳에서 무진이 감시하고 있을지도 몰랐다.‘다른 사람을 부르는 건 아주 불편해.’‘오직 손민철만 가능해. 내가 손민철과 접촉하는 건 누구도 절대 생각하지 못할 거야.’결국 조수경이 이전에 가졌던 손민철에 대한 공포감이 이미 마음속에 깊이 파고들었다.조수경은 바로 호텔로 갔다.호텔에 도착한 뒤 손민철에게 전화를 걸었다.“시간 있어요?” 조수경의 목소리는 달콤하고 매혹적이다.조수경에 푹 빠져 있던 손민철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설사 지금 일이 있다 해도 즉시 내팽개칠 터였다![있어, 당연히 시간이 있지. 우리 자기가 어쩐 일이야?]“나는 호텔에 있어, 당신... 올래?” 조수경은 일부러 말을 길게 끌었다.[가야지! 주소를 보내줘.] 손민철이 얼른 말했다.조수경이 먼저 자신을 찾는 건 정말 아주
휴대폰 화면을 넘기며 탑승을 준비하고 있던 성연.전세기라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막 뉴스를 검색하던 화면 위에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관한 속보가 떴다.성연은 얼른 기사를 찾아 읽었다.역시 학교 안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때문에 지금은 학생들이 학교 안에 머무를 수 없다는, 그리고 당분간 휴교한다는 내용이었다.기사를 확인한 성연이 걸음을 멈추었다.그녀는 속으로 탄식했다.‘설마 나보고 북성에 남으라는 하늘의 계시인 걸까?’‘기왕에 이렇게 되었으니 여기에 남아야지.’‘무진 씨가 다시 한번 결혼 이야기를 꺼내면, 그럼 이번 기회에 못 이기는 척 결혼을 할 수도 있어.’그때 쫓아온 무진도 성연이 그 자리에 서 있는 걸 보고, 초조하게 유럽 학교의 상황을 설명했다.“지금 유럽 쪽은 너무 위험해. 위험이 지나가고 학교의 일을 잘 해결되고 난 후에 다시 가도록 해.”성연이 웃으면서 말했다.“그럼 내가 국내에 남아서 무진 씨를 많이 돌봐야겠네요.”무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면서 눈에는 미소가 짙게 어려 있었다.성연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봐, 하늘도 우리 이별을 허락하지 않는 거야.”“그건 그래요.” 성연은 무진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이제 집으로 가자, 응?” 무진이 성연의 마음을 달래며 말했다.성연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우리 집으로 가요.”‘이제 유럽도 못 가는데 집에 가는 것 말고 또 어디를 갈 수 있겠어?’그동안의 우울한 분위기는 말끔히 사라지고, 돌아가는 길에 무진의 눈에서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그만큼 정말 기분이 상쾌했다.성연도 아주 홀가분한 마음이었다.‘어차피 뜻밖의 사고인 이상, 순리 대로 따르는 거야.’성연은 무진과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있으면서 서로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되었다.‘무진 씨의 사람됨은 믿을 수 있어.’‘그리고 무진 씨 곁에는 여자가 너무 많아.’성연도 일찌감치 무진과 결정하려고 했다. ‘그러면 그렇게 많은 여자들이 무진 씨를 기웃거리지 않을 거야!’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