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연이 자리를 뜬 후에 카드를 잘 챙긴 왕대관은 집으로 돌아갔다.침실에서 아내 진미선에게 불평하듯이 말했다.“이 봐, 당신 딸 성연이 강무진의 약혼녀로 귀한 신분이 되면 뭐해. 제대로 당신을 대접한 적도 없는데. 이런 결혼은 안 하느니만 못해. 지금 우리에게 엄청 좋은 기회가 왔어. 북부의 명문가 소씨 집안과 협력관계를 맺는 거야. 내가 보기에, 성연이는 소씨 집안의 큰 아들과 더 잘 맞을 듯해.”진미선은 남편 왕대관의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저었다.“성연이는 내 말을 안 들을 거예요.”왕대관이 바로 설득을 시작했다.“성연이 마음대로 하게 둘 수는 없는 문제야. 당신이 걔 친엄마야. 내일 성연이한테 한 번 다녀와. 가서 소씨 집안 큰아들 만나보자고 해.”진미선은 여전히 좀 망설여졌다.“하지만 성연인 이미 강씨 집안과 혼인을 정했잖아요? 만약 우리가 다시 결혼 상대를 정하면 좀 안 좋을 것 같은데요?”성연의 성질은 진미선 자신이 제일 잘 안다.또 이전의 일에 대해서도 성연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정말 막다른 골목까지 내몰린 상황만 아니었더라면, 진미선 또한 성연에게 가서 부탁하지 않았을 것이다.엄마로서 자신은 정말이지 완전히 실패했다. 매번 딸에게 도와달라고 사정이나 하고.그러나 왕대관 쪽의 상황은 진미선이 거절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강무진이 성연에게 아주 잘하는 것을 눈으로 보았던 진미선은 두 사람 사이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진미선의 이런 모습을 본 왕대관이 눈동자를 굴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내가 이러는 건 모두 당신을 위해서야. 봐, 우리 어머니, 내내 당신에게 편견을 가지고 계셔. 만약 당신의 그 대단한 사위가 우리를 도와주었더라면, 우리 어머니 분명 두 말 하지 않으셨을 거야. 그런데 당신도 알다시피, 나도 어머니를 거역하기 힘들어. 평소 우리 어머니가 당신에게 지나치게 해도 나는 뭐라 말씀드리기 더 힘들어. 어떻게 생각해?”진미선은 왕대관의 말에 일리가 있음을 잘 안다.시어머니는 확실히 자신을 눈에 거슬려
성연이 막 게임 한 스테이지를 마쳤을 때, 엄마 진미선의 전화를 받았다.예전 엄마 진미선의 행동들 때문에 자연 진미선을 향해 좋은 말투가 나가지 않았다.“무슨 일이에요?”귀찮아 하는 성연의 음성을 들은 진미선은 어색한 나머지 목이 메었다.성연이 자신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왕대관이 어젯밤 자신에게 한 말을 떠올린 진미선은 꾹 참으며 성연에게 말했다.“성연아, 나와서 엄마랑 밥 먹자. 엄마는 네가 보고 싶었어. 우리 둘이 만난지도 한참 됐잖아?”“이번에는 또 무슨 목적이에요? 난 더 이상 도와줄 생각 없어요.”성연이 비꼬듯이 말했다.진미선이 자신을 찾을 때면 매번 좋은 일이라고는 없었다.매번 혹시나 하고 믿었다가 번번이 실망했다.성연에게 진미선은 신용이 몹시 안 좋은 사람이다.“성연아, 그때 이후로 너를 찾지 않은 건 너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한 뒤에 면목이 없어서야. 난 그냥 너랑 밥 한 끼 먹고 싶을 뿐이야.” 진미선은 일부러 섭섭한 듯한 음성으로 말했다.성연은 잠시 생각해 보았다. 확실히, 소지한이 광고를 찍어 준 이후로 진미선은 한동안 자신을 찾지 않았다.‘설마 진짜 양심상 그랬다는 거야?’“정말 밥만 먹는 거예요? 다른 목적은 없는 것 맞아요?” 성연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진짜야, 성연아, 엄마를 그렇게 생각하지 마. 엄마 마음이 무척 슬프다.”진미선이 울먹거리는 음성으로 말했다.성연을 믿게 만들기 위해서 정말 고심했다.그녀로서는 정말이지 방법이 없었다. 성연이 아니면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예전에 자신이 잘 되었다면 성연에게도 제대로 감사했을 것이다.기껏해야 앞으로 성연이 잘 지내지 못한다? 그러면 자신이 다시 데려오면 그만이다.그때면 자신도 능력이 있을 테니까.진심이 담긴 듯한 진미선의 음성에 성연의 의심이 어느 정도 사라졌다. 하지만 성연은 잊지 않고 미리 경고의 말을 했다.“밥을 먹자고 했으니 밥만 먹을 거예요. 만약 또 다시 나에게 속임수를 쓴 게 들키면
진미선이 말한 장소에 도착한 성연이 막 자리에 앉으려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소정우를 보았다.진미선이 성연에게 열심히 소개했다.“성연아, 자, 여기는 소씨 집안의 첫째 자제분이신 소정우 씨야. 가세도 대단할뿐더러 인물도 좋은 인재야. 특히 예의 바른 점이 엄마는 무척 마음에 들어.”진미선의 소개가 좀 이상했다. 마치 꼭 중매라도 서는 듯한 느낌?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아마 자신이 너무 앞서 생각한 게 아닐까 싶다.자신은 이미 강무진과 약혼한 사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진미선이 자신에게 다른 남자를 소개하는 말도 안되는 일을 할 리는 없지 않을까?진미선이 미친 게 아니라면 말이다.그래서 성연도 예의를 지키며 소정우를 향해 웃었다.“안녕하세요, 저는 송성연입니다.”소정우는 성연을 보는 순간 눈이 확 뜨이는 듯했다. 소정우의 눈에 경탄의 빛이 서렸다.송성연은 아주 예뻤다. 화장으로 꾸민 외모가 아니었다. 화장을 하지 않은 깨끗한 얼굴이 가슴 떨릴 정도로 아름다웠다.‘이게 바로 천연의 미야.’소정우는 성연을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이런 작은 곳에서 이처럼 아름다운 여성을 만날 줄은 몰랐다.성연에 대한 호감이 수직으로 상승하자 손을 내밀어 성연과 악수하려고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성연은 소정우의 손가락 끝만 살짝 스치며 바로 손을 뺐다.어찌할 사이도 없을 정도로 너무 빨리 빼는 바람에 소정우는 좀 실망했다.하지만 이후 자신의 여자라고 생각하니, 구태여 서두를 필요가 없지 싶었다.식사를 하는 동안, 소정우는 스테이크를 썰어서 성연에게 건넸다.“성연 씨, 이거 드세요.”성연이 거절을 하기도 전에 아직 손대지 않은 성연의 접시를 가져갔다.어쩔 수 없이 성연은 감사인사를 했다.“감사합니다.”소정우가 계속해서 말했다.“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영광입니다.”성연은 계속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머리를 흔들어 마음속의 생각을 털어냈다.자신이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서.옆에서 분위기 좋아 보이는 두 사람을
성연의 진로가 막힌 것을 본 소정우가 자신의 옷을 탁탁 털며 정리했다.밝은 색 수트에 온통 붉은 얼룩이 져 우스꽝스러워 보였다.그러나 소정우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이 아주 멋있다고 착각하며 앞으로 다가오더니 손가락으로 성연의 턱을 슬쩍 들어올렸다.“예쁜 아가씨, 순순히 내 말 듣는 게 좋을 거야. 나는 말이지, 미인을 아끼는 사람이야. 미인이 다치는 걸 보고 싶지 않아. 그래도 내 말을 안 듣다가 내 수하들이 널 다치게라도 한다면, 정말 내 마음이 무척 아플 것 같아.”소정우의 끈적거리는 모습에 성연은 거부감이 극에 달했다.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소정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길을 열어!”소정우가 슬쩍 웃었다.“미인은 성깔이 좀 있어야 매력적이지. 하지만 너무 성질대로 하면 곤란해. 순순히 따라와. 앞으로 매운 맛을 보게 될 거야.”정말이지 참을 수 없었던 성연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바로 가벼운 복장의 몇 사람이 밖에서 안으로 뛰어들어왔다.은밀하게 성연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은 수하들.그들은 들어오자마자 소정우의 수하들과 싸우기 시작했다.소정우의 경호원들은 쓸데없이 폼만 그럴싸하고 하등 쓸모없었다. 전문 훈련을 받은 성연의 수하들과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곧이어 소정우의 경호원들이 바닥에 쓰러졌다.뜻밖의 사태를 지켜보던 소정우의 안색이 확 변했다.그는 속으로 몰래 욕설을 퍼부었다. ‘진미선, 자기 딸은 시골에서 온 계집애일 뿐이라고 하지 않았냐고?’‘의지할 곳 없는 고아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줄 알았더니.’‘그런데 뭐야? 저 여자애가 어떻게 이 사람들을 부릴 수 있는 거지?‘저 놈들 솜씨가 장난 아닌 것 같군.’‘오늘 완전 헛다리 짚었어!’지금 추세는 완전히 성연 쪽으로 기울었다.소정우는 끊임없이 뒤로 움츠러들어 자신의 존재감을 떨어뜨려 성연이 자신을 의식하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그러나,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는가?조금 전, 소정우가 손으로 성연을 건드렸다. 성연은 지금 당장
룸 안에서 무척 큰 소리가 들리자, 왕대관과 진미선이 바로 살펴보러 왔다.그리고 눈앞의 이 장면을 보고 모두 놀랐다.두 사람의 입에서 ‘못할 게 없다’던 소씨 집안 장남이 소정우가 바닥에 드러누워 있었다. 두 눈을 부릅뜬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에 반해 성연은 자리에 앉아 한가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원래는 소정우가 마침내 성연을 차지하면서 나는 소리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누가 알았겠는가? 들어와서 보니 완전 반대인 것을.여전히 좀 믿기 어려운 현실이다.두 사람이 동시에 들어오자 성연이 즉시 왕대관을 노려보았다.“아무것도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왕대관이 이렇게 간이 클 줄은 정말 몰랐다.강무진의 약혼녀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손을 대려 하다니.이때 성연은 왕대관 뒤에서 나오는 진미선을 보았다.원래 진미선에게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그러나 이제 기대는 철저한 실망으로 바뀌었다.성연은 진미선에 대해 모든 인내심을 잃은 상태!성연이 진미선을 향해 직설적으로 말했다.“앞으로 우리는 더 이상 서로 볼 필요 없겠네요. 내가 당신을 도운 것은 이미 충분해. 그러나 당신은 나를 낳고도 키우지 않았으니, 혈육의 깊은 정이라고 할 것도 없군요. 이런 위선적인 관계는 더 이상 지속될 필요가 없겠지요.”성연은 이미 지쳤다.처음에는 외할머니의 얼굴을 봐서 진미선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그러나 진미선은 그 점을 이용해서 끊임없이 자신의 인내심을 시험했다.성연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특히 오늘, 진미선이 주동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한 이 짓거리는 딸을 파는 행위와 뭐가 다르다는 말인가?성연은 그래도 진미선이 강명재보다는 좀 더 양심적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두 사람을 비교하면, 진미선도 결코 뒤지지 않는 것을.이 두 사람에 대한 자신의 요구가 결코 높다고 할 수는 없었다. 더 이상 서로 귀찮게 할 필요 없다. 저들은 할 수 없을 터.성연도 자신이 이전에 도대체 무엇을 기대했었는지 잘 모르겠다.진미선과 관계를 끊겠
왕대관은 손정우가 북부의 명문가 출신이라고 생각했다.만났을 때, 항상 공손하게 대하는 태도에 조금도 의심하지 못했다.그러나 사실 소정우는 강진성이 찾아낸 돈 좀 있는 집안 자식에 불과했다.성연이 레스토랑을 무사히 떠나는 모습을 강진성과 송아연이 바라보았다.송아연과 강진성은 줄곧 바로 옆 룸에서 바깥의 동정을 살폈다. 성연의 몰락을 지켜볼 생각으로.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저런 장면을 보게 되었다.성연이 소정우의 손에서 벗어날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송아연은 속으로 더 놀랐다.‘분명히 모든 것을 다 안배해 두었는데, 어째서 송성연이 피한 거지?’일이 또 실패한 것을 보고 참을 수가 없었던 강진성은 송아연에게 바로 모든 화를 풀었다.강진성이 송아연을 향해 분을 참지 못해 소리를 질렀다.“송아연, 네가 생각한 게 무슨 묘수야? 강무진이 송성연에게 경호원을 붙여놓았을 게 뻔한데!”지금 경호원들이 나타나면서 자신들의 모든 계획이 실패했다.강진성은 창피해서 어쩔 줄 모를 지경이다. 아버지 앞에서 잔뜩 큰 소리를 쳐 놨는데 말이다. 결국는? ‘송아연, 정말 잘 났다. 결국 일을 이 지경으로 망쳐 놓고는.’‘송아연을 믿지 말아야 했어.’‘도대체 무슨 멍청한 생각으로 이런 계획을 짠 거야?송아연은 모든 일의 진행 과정을 되짚어 보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눈썹을 찡그리며 뭔가 김이 새는 듯한 느낌이다.하지만 강진성은 용서할 생각 없이 계속 비난했다.“지난번에 너는 곽연철을 찾아가서 애매하게 만들어 놓더니, 이번에 또 강제 결혼을 시키려던 계획은 어떻게 되었어? 진짜, 병신 같은 게!”강진성은 진짜 송아연은 쳐다보는 것도 싫었다. 쳐다보면 자신의 눈만 더럽힐 것 같았다.차라리 다른 사람을 골랐어야 했다.송아연은 결코 좋은 파트너가 아니었다.이 일은, 송아연도 몹시 화가 났다.성연이라면 뼈에 사무칠 만큼 증오했다.그러나 이미 여러 차례 실패한 마당에 송아연이 달가울 리가 있겠는가?강진성이 옆에서 이렇게 중얼거리자 송아연도 화가
성연은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곽연철에게 전화를 걸었다.“제왕그룹과 왕대관의 회사 사이의 합작은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까?”곽연철이 대답했다.“같이 하는 프로젝트 중에 큰 건 없고, 작은 것들만 좀 있습니다. 줄 수 있는 것들만 줍니다.”합작하는 대상은 성연에게 특별하다.그래서 왕대관 회사와의 합작을 곽연철이 직접 주시하고 있었다.성연이 가끔 상황을 물어보면 자신이 대답할 수 있도록.곽연철 자신이 주시하고 있어야 안심할 수도 있고.진미선과 왕대관은 모두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다.합작을 하려면 기준을 잘 세워야 한다. 너무 많이 주어서는 안 되고, 당연히 성연의 친엄마인 진미선에게 너무 적게 주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그래서 합작 프로젝트는 모두 곽연철이 직접 확인한 후에 왕대관 회사에 넘겨주는 것이다.성연이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앞으로는 줄 필요 없습니다. 지금부터 왕대관 회사와의 모든 합작을 끊으세요.”성연을 무정하다고 탓할 수는 없다. 진미선이 너무 한 것이다.조금 전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자신을 팔아 치우려던 진미선을 생각하면 성연은 또 다시 구역질이 올라왔다.‘세상에 어떻게 이런 엄마가 다 있어?’‘나한테 하나 주고 하나를 가져가야 한단 말이야?’성연은 때때로 자신이 가진 게 매우 많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동시에 가진 게 너무 적었다.혈육의 정에 있어서는 언제나 너무 빈곤했다. 다행히 성연은 정신이 강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일을 만나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곽연철이 즉시 물었다.“보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자신의 보스 송성연은 겉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냉정한 듯하지만, 실제로는 마음이 꽤 여린 사람이었다.만약 그렇지 않다면, 왕대관의 회사와 합작을 진행하게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다.성연의 말을 듣던 곽연철은 이미 짐작했다. 분명히 무슨 기분 나쁜 일이 생겼다고.왕대관의 회사는 정말이지 눈치가 없어서 성연의 신분을 아직 모른다.저들에게 주었던 기회가 이렇게 사라지게 되었다.성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 문제에
거실에 멍하니 앉아 있는 성연을 보며 무진은 성연의 기분이 좋지 않음을 알아차렸다.그래서 무진이 차분한 음성으로 물었다.“무슨 일이야? 오늘 나가서 무슨 일 있었어? 기분이 안 좋아?”성연이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진미선을 만날 때면 성연은 몰래 나갔다. 자신의 가정사로 무진을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아서.무진이 대신해 자신의 가정사들을 해결해 줄 의무가 없었다.그리고 무진에게는 머리 아픈 일들이 충분했다. 자신까지 무진을 힘들게 할 수는 없었다.이런 일을 알게 되면 무진도 마음이 좋지 않을 것이다.‘차라리 모르는 게 나아.’성연이 잠시 멈칫하고 거꾸로 물었다.“회사 쪽은 어때요?”성연은 둘째, 셋째 일가가 강씨 집안에서 나간 기사들을 계속 찾아보려 했지만, 아무런 종적도 보지 못했다.앞서 보도된 소식들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무진이 막은 게 분명했다.성연은 아직도 무진의 몸 상태가 걱정되었다.어쨌든 이제 막 회복되고 있는 찰나에 일이 터져 많은 일들을 처리해야 하다니, 성연은 무진의 몸이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었다.무진은 성연에게 아무 것도 숨기지 않았다. 사실 그대로 성연에게 말해 주었다.“이제 둘째, 셋째 일가 쪽 사람들은 강씨 집안에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게 됐어. WS그룹 주식은 한차례 매수 조정을 거쳐 지금은 내가 확실하게 손에 넣었어. 그러나 일부분을 L-W사에 넘길 생각이야. 필경 이렇게 많은 프로젝트를 합작하고 있으니 우리 쪽에서도 성의를 좀 표시해야 해.”이번 L-W사의 전폭적인 지지로 인해 무진이 승기를 잡고 좀 더 확실하게 장악할 수 있었다.무진은 당연히 L-W사에 고마워하고 있었다.게다가 L-W사의 대표 임병태는 무척 시원하고 솔직한 한 사람이었다. 지분을 좀 넘긴다 하더라도 괜찮을 터.성연도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은 생각이에요.”어차피 무진이 마지막으로 지분을 넘긴 것은 자신뿐이었다.성연은 누구보다 안전했다.무진을 해치는 어떤 일도 절대 하지 않을 테니까.어쩌면 어떤 부분에서는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
예민주가 무진을 보러 매일 회사에 올 수는 없는 노릇.그러나 자신이 잘 쓰는 방법을 사용해서 WS그룹에 자기 부하를 하나 심었다.매일 무진의 스케줄을 예민주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오늘 아침 전화한 사람은 두 아이가 몰래 대표실에 들어갔는데, 줄곧 대표님을 아빠라고 불렀다고 말했다.평소 기발한 행동을 해서 명문가에 시집가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운성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무진과 누가 관계를 맺고 싶지 않겠는가!매일 프런트에서 자칭 ‘강무진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을 몇 명이나 상대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거의 대부분은 프론트에서 차단되지.’‘그런데 오늘 대표 집무실로 직접 들어온 아이들이 있다니.’원래 예민주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머릿속에 문득 성연의 모습이 번뜩였다.‘결국 당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회사로 달려왔는데.’‘뜻밖에도 정말 송성연과 관계가 있었어!’예민주는 다시 눈앞의 이 두 아이에게 눈길을 돌렸다.예민주의 눈빛에 음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너희들은 평소에 엄마하고 같이 있지 않니?”사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매일 엄마하고만 같이 있어요. 그래서 아빠가 보고싶어요.”아이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예민주는 내친 김에 계속 캐물었다.“너희들은 이전에 줄곧 외국에 있었는데, 아빠 가족들이 너희들을 찾지 않았어?”“아빠 가족들요?” 뭔가를 눈치챈 듯, 사진이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교환한 두 아이는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사용했다.‘이 여자는 그냥 회사를 좀 구경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사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작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아주머니, 이게 잘 안 들어가는데요? 좀 도와 주실래요?”갑자기 사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레고 블록을 든 채.예민주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사무가 성깔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요청을
남자는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에서는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예민주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이 두 아이 귀엽지 않아요? 오히려 오빠가 그렇게 쫓아냈는데, 만약 누군가 영상이라도 찍었다면,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누가 감히 우리 WS그룹을 함부로 보도할 수 있겠어?”무진의 말에는 힘찬 기세가 담겨 있었다.무진이 결코 지나치게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강경할 수 있는 것이다.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예민주는 잠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잠시일 뿐!다시 무진에게 다가간 예민주가 작은 소리로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쟤들은 이 참에 오빠하고 잠시 함께 있기 위한 핑계였어요.”예민주가 다가오자, 순간 그윽한 향기가 무진의 코에 스며들었다.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무진이 몸을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막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근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접근해서 기회를 틈타 상류층으로 오르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았다.심지어 한 번만 만나려고 머리를 쥐어짜내는 사람들도 있다.그런 사람들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매번 비서진이 쉽게 대처했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예민주다.자신의 여자 친구인.무진의 이런 습관을 예민주도 사실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예민주는 절대로 이렇게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그래야 무진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무진이 이렇게 배척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지금 예민주는 이 ‘금기’를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방금 무진의 동작은 지금 예민주의 눈에는 적나라한 거부이자 분명한 소외감이었다.그러나 예민주는 감히 이 억눌린 마음을 마음속에 묻어두어야 했다.겉으로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했다.입가에 줄곧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애들하고 얘기를 해 볼게요. 애들이 왜 대표실을
“감탄할 수밖에 없어! 저 아가씨가 사랑 앞에서 저렇게 자신을 낮출 수 있다니!”“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대표님 여자친구는 정말 총명하다는 거야!”“뭔데? 뭔데? 나만 모르는 거야?”“...”회사에서는 업무 시간에 뒷담화를 하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어떻게 그런 일이 없을까?어떻게 다 금지할 수 있을까?지금 회사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여전히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오히려 당사자들은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이미 회사 식당에 온 예민주는 룸에 도착했다.평소에 무진은 사실 사실 이쪽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손건호가 식사를 가지고 오면 늘 대표 집무실에서 식사를 했다.하지만 여전히 무진을 위한 개인 공간이 갖춰져 있었다.바깥의 인테리어도 좋지만, 내부 공간은 여전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바로 돈이 있어서 좋은 점!단지 식사를 하는 공간이지만, 룸 안에는 대형TV와 편안하고 넓은 가죽 소파가 갖춰져 있었다. 또 각종 커피 메이커, 정수기, 그리고 국외에서 수입한 첨단 설비들이 갖춰져 있어서 그야말로 작은 휴게실이나 다름없었다.“아줌마, 회사 구경을 시켜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방에는 왜 왔어요?”사진은 자신의 작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무진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하지만 남자들이 이동하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오빠, 나 아빠 옆에 있고 싶어.”무진의 행동이 이렇게 소원하자, 사진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면서 위로를 얻으려고 했다.여동생을 힐끗 본 사무가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나도 어쩔 수가 없어.”“엉엉. 사진이한테는 너무 어려워!”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슬피 우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예민주는 들어오기 전에 미리 장난감과 먹을 걸 준비해 달라고 시켰다.지금 이미 예민주가 시킨 물건들을 보내왔다.이쪽을 보니 무진은 옆에 있는 아이의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얘들아, 너희들은 어느 집 아이들인데 지금 회사에 있는 거니?”온화한 모습으로 살짝 몸을 숙인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예민주의 모습에는 어떤 허세도 보이지 않았다.두 아이는 이전에 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빠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본 데다가, 이렇게 부드러운 태도인 걸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우호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흥분한 표정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면서 사진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저희는 여기를 구경하고 싶어요.”사진은 여린 목소리로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예민주는 고개를 돌려서 무진을 한 번 보았다. 무진은 복잡한 눈빛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그래, 그럼 아줌마가 너희들 회사 구경을 시켜줄까?”“이제 곧 점심 시간이야. 너희들도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걸 사줄까?”예민주의 제안은 시원시원하고 아주 열정적이라서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어느새 다가온 무진이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했다.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목소리였다.“민주야, 이 두 아이는 내력이 분명하지 않아. 그렇게 애들을 여기 남겨두고 놀게 하다가, 무슨 일에 엮일 지도 몰라.”“괜찮아요. 이 두 아이가 무슨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겠어요. 그저 단지 여기를 지나다가 궁금해서 좀 더 구경하고 싶을 뿐일 거예요.”예민주가 시간을 보니 마침 12시가 다 되었다.“같이 한 바퀴 돌아볼래요? 오빠도 한참동안 나하고 함께 있지 못했잖아요.”철이 든 모습의 예민주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결국 무진의 마음속 예민주에 대한 미안함이 이성에 승리를 거두었다.두 아이는 지금도 무진에 대해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있을 때는 우리한테 냉담했지만, 결국 우리 친아빠야.’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해서 잘못했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모두 처음 겪은 일이기에, 잠시 동안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던 아이들도 마음을 놓았다.‘어렵게 왔는데, 아빠하고 좀 더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