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기의 허락을 받은 다음날, 송아연은 왕대관을 찾아갔다.“넌?” 송아연은 한 카페에서 왕대관과 약속을 잡고 만났다. 송아연을 본 적 없던 송대관은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안녕하세요, 저는 송성연의 의붓여동생, 송아연이에요. 어쨌든 우린 한 가족이라고 할 수 있죠.”송아연이 웃으며 왕대관에게 호의를 표현했다.“넌 성연이와 사이가 좋아?” 왕대광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좋은 편이라고 할 수는 없네요.”송아연이 느긋한 음성으로 대답했다.그러자 왕대관은 바로 성연을 비난하기 시작했다.“그 재수 없는 짠순이가 누구와 사이가 좋겠어? 이것도 저것도 아까워하는 애한테 친구가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왕대관이 드디어 원하던 대로 화제를 입에 올리자, 송아연은 눈을 반짝거리며상체를 좀 더 기울이더니 사근사근한 음성으로 왕대관에게 말했다.“송성연이 몇 번이나 두 분을 도와드리지 않은 건 당신이 싫어서예요. 이제 왕 선생님이 강씨 집안의 자제 강진성 씨와 제대로 협력관계만 맺는다면 앞으로 성공할 기회가 얼마나 많겠어요?”“강씨 집안의 강진성? 얼마 전에 강씨 가문의 둘째, 셋째 일가가 강씨 집안과 관계를 끊었다는 기사가 났지 않아? 그런데 내가 무슨 이득을 얻는다고?”비록 돈을 밝히는 왕대관이지만, 머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강씨 가문의 상징은 바로 WS그룹. WS그룹과 더 이상 관계가 없다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송아연은 몰래 왕대관을 향해 눈을 흘겼다.그러나 마주한 얼굴을 향해 상냥한 음성으로 말했다.“외부에서 사람들이 하는 허튼소리는 들을 필요 없어요. 비록 강씨 가문에서 나왔다 해도 둘째, 셋째 일가는 여전히 잘 나간답니다. 그들 집안의 자금력은 당신의 상상을 초월한다고요. 게다가 이제 새로 세운 회사가 금세 WS그룹과 맞먹을 정도로 커질 거예요. 저들과 협력해서 절대 손해 보지 않을 걸요?”왕대관이 잠시 생각해 보니 확실히 송아연의 말이 맞다.비록 강씨 가문에서 나왔다 해도 둘째, 셋째 일가는 자신들 같은 사람이 따라
송아연이 자리를 뜬 후에 카드를 잘 챙긴 왕대관은 집으로 돌아갔다.침실에서 아내 진미선에게 불평하듯이 말했다.“이 봐, 당신 딸 성연이 강무진의 약혼녀로 귀한 신분이 되면 뭐해. 제대로 당신을 대접한 적도 없는데. 이런 결혼은 안 하느니만 못해. 지금 우리에게 엄청 좋은 기회가 왔어. 북부의 명문가 소씨 집안과 협력관계를 맺는 거야. 내가 보기에, 성연이는 소씨 집안의 큰 아들과 더 잘 맞을 듯해.”진미선은 남편 왕대관의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저었다.“성연이는 내 말을 안 들을 거예요.”왕대관이 바로 설득을 시작했다.“성연이 마음대로 하게 둘 수는 없는 문제야. 당신이 걔 친엄마야. 내일 성연이한테 한 번 다녀와. 가서 소씨 집안 큰아들 만나보자고 해.”진미선은 여전히 좀 망설여졌다.“하지만 성연인 이미 강씨 집안과 혼인을 정했잖아요? 만약 우리가 다시 결혼 상대를 정하면 좀 안 좋을 것 같은데요?”성연의 성질은 진미선 자신이 제일 잘 안다.또 이전의 일에 대해서도 성연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정말 막다른 골목까지 내몰린 상황만 아니었더라면, 진미선 또한 성연에게 가서 부탁하지 않았을 것이다.엄마로서 자신은 정말이지 완전히 실패했다. 매번 딸에게 도와달라고 사정이나 하고.그러나 왕대관 쪽의 상황은 진미선이 거절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강무진이 성연에게 아주 잘하는 것을 눈으로 보았던 진미선은 두 사람 사이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진미선의 이런 모습을 본 왕대관이 눈동자를 굴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내가 이러는 건 모두 당신을 위해서야. 봐, 우리 어머니, 내내 당신에게 편견을 가지고 계셔. 만약 당신의 그 대단한 사위가 우리를 도와주었더라면, 우리 어머니 분명 두 말 하지 않으셨을 거야. 그런데 당신도 알다시피, 나도 어머니를 거역하기 힘들어. 평소 우리 어머니가 당신에게 지나치게 해도 나는 뭐라 말씀드리기 더 힘들어. 어떻게 생각해?”진미선은 왕대관의 말에 일리가 있음을 잘 안다.시어머니는 확실히 자신을 눈에 거슬려
성연이 막 게임 한 스테이지를 마쳤을 때, 엄마 진미선의 전화를 받았다.예전 엄마 진미선의 행동들 때문에 자연 진미선을 향해 좋은 말투가 나가지 않았다.“무슨 일이에요?”귀찮아 하는 성연의 음성을 들은 진미선은 어색한 나머지 목이 메었다.성연이 자신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왕대관이 어젯밤 자신에게 한 말을 떠올린 진미선은 꾹 참으며 성연에게 말했다.“성연아, 나와서 엄마랑 밥 먹자. 엄마는 네가 보고 싶었어. 우리 둘이 만난지도 한참 됐잖아?”“이번에는 또 무슨 목적이에요? 난 더 이상 도와줄 생각 없어요.”성연이 비꼬듯이 말했다.진미선이 자신을 찾을 때면 매번 좋은 일이라고는 없었다.매번 혹시나 하고 믿었다가 번번이 실망했다.성연에게 진미선은 신용이 몹시 안 좋은 사람이다.“성연아, 그때 이후로 너를 찾지 않은 건 너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한 뒤에 면목이 없어서야. 난 그냥 너랑 밥 한 끼 먹고 싶을 뿐이야.” 진미선은 일부러 섭섭한 듯한 음성으로 말했다.성연은 잠시 생각해 보았다. 확실히, 소지한이 광고를 찍어 준 이후로 진미선은 한동안 자신을 찾지 않았다.‘설마 진짜 양심상 그랬다는 거야?’“정말 밥만 먹는 거예요? 다른 목적은 없는 것 맞아요?” 성연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진짜야, 성연아, 엄마를 그렇게 생각하지 마. 엄마 마음이 무척 슬프다.”진미선이 울먹거리는 음성으로 말했다.성연을 믿게 만들기 위해서 정말 고심했다.그녀로서는 정말이지 방법이 없었다. 성연이 아니면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예전에 자신이 잘 되었다면 성연에게도 제대로 감사했을 것이다.기껏해야 앞으로 성연이 잘 지내지 못한다? 그러면 자신이 다시 데려오면 그만이다.그때면 자신도 능력이 있을 테니까.진심이 담긴 듯한 진미선의 음성에 성연의 의심이 어느 정도 사라졌다. 하지만 성연은 잊지 않고 미리 경고의 말을 했다.“밥을 먹자고 했으니 밥만 먹을 거예요. 만약 또 다시 나에게 속임수를 쓴 게 들키면
진미선이 말한 장소에 도착한 성연이 막 자리에 앉으려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소정우를 보았다.진미선이 성연에게 열심히 소개했다.“성연아, 자, 여기는 소씨 집안의 첫째 자제분이신 소정우 씨야. 가세도 대단할뿐더러 인물도 좋은 인재야. 특히 예의 바른 점이 엄마는 무척 마음에 들어.”진미선의 소개가 좀 이상했다. 마치 꼭 중매라도 서는 듯한 느낌?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아마 자신이 너무 앞서 생각한 게 아닐까 싶다.자신은 이미 강무진과 약혼한 사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진미선이 자신에게 다른 남자를 소개하는 말도 안되는 일을 할 리는 없지 않을까?진미선이 미친 게 아니라면 말이다.그래서 성연도 예의를 지키며 소정우를 향해 웃었다.“안녕하세요, 저는 송성연입니다.”소정우는 성연을 보는 순간 눈이 확 뜨이는 듯했다. 소정우의 눈에 경탄의 빛이 서렸다.송성연은 아주 예뻤다. 화장으로 꾸민 외모가 아니었다. 화장을 하지 않은 깨끗한 얼굴이 가슴 떨릴 정도로 아름다웠다.‘이게 바로 천연의 미야.’소정우는 성연을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이런 작은 곳에서 이처럼 아름다운 여성을 만날 줄은 몰랐다.성연에 대한 호감이 수직으로 상승하자 손을 내밀어 성연과 악수하려고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성연은 소정우의 손가락 끝만 살짝 스치며 바로 손을 뺐다.어찌할 사이도 없을 정도로 너무 빨리 빼는 바람에 소정우는 좀 실망했다.하지만 이후 자신의 여자라고 생각하니, 구태여 서두를 필요가 없지 싶었다.식사를 하는 동안, 소정우는 스테이크를 썰어서 성연에게 건넸다.“성연 씨, 이거 드세요.”성연이 거절을 하기도 전에 아직 손대지 않은 성연의 접시를 가져갔다.어쩔 수 없이 성연은 감사인사를 했다.“감사합니다.”소정우가 계속해서 말했다.“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영광입니다.”성연은 계속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머리를 흔들어 마음속의 생각을 털어냈다.자신이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서.옆에서 분위기 좋아 보이는 두 사람을
성연의 진로가 막힌 것을 본 소정우가 자신의 옷을 탁탁 털며 정리했다.밝은 색 수트에 온통 붉은 얼룩이 져 우스꽝스러워 보였다.그러나 소정우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이 아주 멋있다고 착각하며 앞으로 다가오더니 손가락으로 성연의 턱을 슬쩍 들어올렸다.“예쁜 아가씨, 순순히 내 말 듣는 게 좋을 거야. 나는 말이지, 미인을 아끼는 사람이야. 미인이 다치는 걸 보고 싶지 않아. 그래도 내 말을 안 듣다가 내 수하들이 널 다치게라도 한다면, 정말 내 마음이 무척 아플 것 같아.”소정우의 끈적거리는 모습에 성연은 거부감이 극에 달했다.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소정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길을 열어!”소정우가 슬쩍 웃었다.“미인은 성깔이 좀 있어야 매력적이지. 하지만 너무 성질대로 하면 곤란해. 순순히 따라와. 앞으로 매운 맛을 보게 될 거야.”정말이지 참을 수 없었던 성연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바로 가벼운 복장의 몇 사람이 밖에서 안으로 뛰어들어왔다.은밀하게 성연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은 수하들.그들은 들어오자마자 소정우의 수하들과 싸우기 시작했다.소정우의 경호원들은 쓸데없이 폼만 그럴싸하고 하등 쓸모없었다. 전문 훈련을 받은 성연의 수하들과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곧이어 소정우의 경호원들이 바닥에 쓰러졌다.뜻밖의 사태를 지켜보던 소정우의 안색이 확 변했다.그는 속으로 몰래 욕설을 퍼부었다. ‘진미선, 자기 딸은 시골에서 온 계집애일 뿐이라고 하지 않았냐고?’‘의지할 곳 없는 고아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줄 알았더니.’‘그런데 뭐야? 저 여자애가 어떻게 이 사람들을 부릴 수 있는 거지?‘저 놈들 솜씨가 장난 아닌 것 같군.’‘오늘 완전 헛다리 짚었어!’지금 추세는 완전히 성연 쪽으로 기울었다.소정우는 끊임없이 뒤로 움츠러들어 자신의 존재감을 떨어뜨려 성연이 자신을 의식하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그러나,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는가?조금 전, 소정우가 손으로 성연을 건드렸다. 성연은 지금 당장
룸 안에서 무척 큰 소리가 들리자, 왕대관과 진미선이 바로 살펴보러 왔다.그리고 눈앞의 이 장면을 보고 모두 놀랐다.두 사람의 입에서 ‘못할 게 없다’던 소씨 집안 장남이 소정우가 바닥에 드러누워 있었다. 두 눈을 부릅뜬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에 반해 성연은 자리에 앉아 한가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원래는 소정우가 마침내 성연을 차지하면서 나는 소리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누가 알았겠는가? 들어와서 보니 완전 반대인 것을.여전히 좀 믿기 어려운 현실이다.두 사람이 동시에 들어오자 성연이 즉시 왕대관을 노려보았다.“아무것도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왕대관이 이렇게 간이 클 줄은 정말 몰랐다.강무진의 약혼녀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손을 대려 하다니.이때 성연은 왕대관 뒤에서 나오는 진미선을 보았다.원래 진미선에게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그러나 이제 기대는 철저한 실망으로 바뀌었다.성연은 진미선에 대해 모든 인내심을 잃은 상태!성연이 진미선을 향해 직설적으로 말했다.“앞으로 우리는 더 이상 서로 볼 필요 없겠네요. 내가 당신을 도운 것은 이미 충분해. 그러나 당신은 나를 낳고도 키우지 않았으니, 혈육의 깊은 정이라고 할 것도 없군요. 이런 위선적인 관계는 더 이상 지속될 필요가 없겠지요.”성연은 이미 지쳤다.처음에는 외할머니의 얼굴을 봐서 진미선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그러나 진미선은 그 점을 이용해서 끊임없이 자신의 인내심을 시험했다.성연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특히 오늘, 진미선이 주동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한 이 짓거리는 딸을 파는 행위와 뭐가 다르다는 말인가?성연은 그래도 진미선이 강명재보다는 좀 더 양심적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두 사람을 비교하면, 진미선도 결코 뒤지지 않는 것을.이 두 사람에 대한 자신의 요구가 결코 높다고 할 수는 없었다. 더 이상 서로 귀찮게 할 필요 없다. 저들은 할 수 없을 터.성연도 자신이 이전에 도대체 무엇을 기대했었는지 잘 모르겠다.진미선과 관계를 끊겠
왕대관은 손정우가 북부의 명문가 출신이라고 생각했다.만났을 때, 항상 공손하게 대하는 태도에 조금도 의심하지 못했다.그러나 사실 소정우는 강진성이 찾아낸 돈 좀 있는 집안 자식에 불과했다.성연이 레스토랑을 무사히 떠나는 모습을 강진성과 송아연이 바라보았다.송아연과 강진성은 줄곧 바로 옆 룸에서 바깥의 동정을 살폈다. 성연의 몰락을 지켜볼 생각으로.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저런 장면을 보게 되었다.성연이 소정우의 손에서 벗어날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송아연은 속으로 더 놀랐다.‘분명히 모든 것을 다 안배해 두었는데, 어째서 송성연이 피한 거지?’일이 또 실패한 것을 보고 참을 수가 없었던 강진성은 송아연에게 바로 모든 화를 풀었다.강진성이 송아연을 향해 분을 참지 못해 소리를 질렀다.“송아연, 네가 생각한 게 무슨 묘수야? 강무진이 송성연에게 경호원을 붙여놓았을 게 뻔한데!”지금 경호원들이 나타나면서 자신들의 모든 계획이 실패했다.강진성은 창피해서 어쩔 줄 모를 지경이다. 아버지 앞에서 잔뜩 큰 소리를 쳐 놨는데 말이다. 결국는? ‘송아연, 정말 잘 났다. 결국 일을 이 지경으로 망쳐 놓고는.’‘송아연을 믿지 말아야 했어.’‘도대체 무슨 멍청한 생각으로 이런 계획을 짠 거야?송아연은 모든 일의 진행 과정을 되짚어 보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눈썹을 찡그리며 뭔가 김이 새는 듯한 느낌이다.하지만 강진성은 용서할 생각 없이 계속 비난했다.“지난번에 너는 곽연철을 찾아가서 애매하게 만들어 놓더니, 이번에 또 강제 결혼을 시키려던 계획은 어떻게 되었어? 진짜, 병신 같은 게!”강진성은 진짜 송아연은 쳐다보는 것도 싫었다. 쳐다보면 자신의 눈만 더럽힐 것 같았다.차라리 다른 사람을 골랐어야 했다.송아연은 결코 좋은 파트너가 아니었다.이 일은, 송아연도 몹시 화가 났다.성연이라면 뼈에 사무칠 만큼 증오했다.그러나 이미 여러 차례 실패한 마당에 송아연이 달가울 리가 있겠는가?강진성이 옆에서 이렇게 중얼거리자 송아연도 화가
성연은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곽연철에게 전화를 걸었다.“제왕그룹과 왕대관의 회사 사이의 합작은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까?”곽연철이 대답했다.“같이 하는 프로젝트 중에 큰 건 없고, 작은 것들만 좀 있습니다. 줄 수 있는 것들만 줍니다.”합작하는 대상은 성연에게 특별하다.그래서 왕대관 회사와의 합작을 곽연철이 직접 주시하고 있었다.성연이 가끔 상황을 물어보면 자신이 대답할 수 있도록.곽연철 자신이 주시하고 있어야 안심할 수도 있고.진미선과 왕대관은 모두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다.합작을 하려면 기준을 잘 세워야 한다. 너무 많이 주어서는 안 되고, 당연히 성연의 친엄마인 진미선에게 너무 적게 주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그래서 합작 프로젝트는 모두 곽연철이 직접 확인한 후에 왕대관 회사에 넘겨주는 것이다.성연이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앞으로는 줄 필요 없습니다. 지금부터 왕대관 회사와의 모든 합작을 끊으세요.”성연을 무정하다고 탓할 수는 없다. 진미선이 너무 한 것이다.조금 전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자신을 팔아 치우려던 진미선을 생각하면 성연은 또 다시 구역질이 올라왔다.‘세상에 어떻게 이런 엄마가 다 있어?’‘나한테 하나 주고 하나를 가져가야 한단 말이야?’성연은 때때로 자신이 가진 게 매우 많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동시에 가진 게 너무 적었다.혈육의 정에 있어서는 언제나 너무 빈곤했다. 다행히 성연은 정신이 강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일을 만나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곽연철이 즉시 물었다.“보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자신의 보스 송성연은 겉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냉정한 듯하지만, 실제로는 마음이 꽤 여린 사람이었다.만약 그렇지 않다면, 왕대관의 회사와 합작을 진행하게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다.성연의 말을 듣던 곽연철은 이미 짐작했다. 분명히 무슨 기분 나쁜 일이 생겼다고.왕대관의 회사는 정말이지 눈치가 없어서 성연의 신분을 아직 모른다.저들에게 주었던 기회가 이렇게 사라지게 되었다.성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 문제에
식사를 마치자 종업원이 디저트를 가지고 왔다.네 사람은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래함은 줄곧 유채연의 손을 꽉 잡은 채 놓으려 하지 않았다.유채연은 처음에는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사랑을 과시하는 것이 정말 쑥스러워서 손을 빼려고 했다.그러나 나중에는 정말 그래함을 말릴 수가 없어서 그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사형,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세요? 외국으로 나갈 거예요?” 성연은 그래함의 기초가 해외에 있으니까 결국 출국할 거라고 생각했다.‘다만 채연 언니가 좀 걱정이야.’‘지금 국내에서의 차이에도 아직 적응하지 못했는데, 만약 외국에 간다면 틀림없이 더 힘들 거야.’해외라는 말을 듣자 유채연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래함, 우리 해외로 가야 해?”유채연은 시종 열등감에 빠져 있었다.그래함이 하는 일에 대해서 자신은 조금도 알지 못했다.그래함이 외국에서 유학했다는 것만 알고 있어서, 이제는 돌아왔으니 다시 해외로 나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유채연이 눈썹을 찌푸리는 것을 보고, 그래함은 유채연이 내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그래함도 유채연이 즉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채연아, 해외로 한 번은 나가야 해.” 해외야말로 그래함이 있어야 할 곳으로 더욱 편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하지만 나는 영어도 할 줄 모르는데, 해외로 나가면 나는 어떻게 해?” 유채연의 눈에는 곧 출국하게 될 긴장과 당황스러움이 담겨 있었다.‘국내에서는 그래도 다른 사람과 교류라도 할 수 있지만, 출국한다면 비행기 티켓도 못 살 거야.’“채연아, 아직 얘기 안 끝났어. 내가 너하고 여행을 갈 거야. 우리 먼저 국내부터 시작하는 게 어때?” 그래함이 유채연을 보고 말했다.유채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행하는 거라면 가도 괜찮겠지.’‘그런데...’“일은 안 해도 돼? 일이 바쁘지는 않아?”유채연은 자신 때문에 그래함이 지체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괜찮아. 내가 귀국했을 때 챙겨놓고 왔어. 다른 사람이 처리하니
무진과 성연은 잠시 낮잠에 빠져들었다.저녁이 되자 무진이 예약한 곳으로 가서 그래함과 유채연과 함께 밥을 먹었다.유채연을 본 무진은 정말 미인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예쁜 여자들도 많지만.’‘세상 물정을 모르는 그런 단순함은 아무도 가지고 있지 않지.’‘그래서 그래함이 좋아했구나.’무진은 유채연이 수줍게 그래함의 뒤에 숨어 있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이 먼저 유채연에게 인사를 했다.“유채연 씨, 안녕하세요, 저는 성연이 약혼자인 강무진입니다.”유채연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안녕하세요.”요리가 곧 나오자 무진이 말했다.“채연 언니, 사양하지 마시고 드시고 싶은 대로 드세요. 모두 친구인데 너무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지요.”성연도 웃으면서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언니. 이 집의 생선 요리는 정말 잘 해요. 비린내도 하나도 없는 데다가 아주 신선해요. 빨리 먹어봐요.”말을 하면서 유채연의 접시에 듬뿍 집어 주었다.유채연은 약간 머뭇거렸다.이제야 자신과 그래함과의 차이를 실감한 것이다.이전에 자신은 넘볼 수 없었던 곳을 그래함은 마음대로 도달할 수 있었다.게다가 유채연은 이런 고급 식당에서 밥을 먹은 적이 없어서 다소 불편했다.거의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집어주는 대로 먹었다.‘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뜨기처럼 행동하면 그래함이 망신을 당하겠지.’그래함은 유채연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스테이크를 썰어 유채연의 앞에 주면서 말했다.“당신이 낯선 음식을 잘 먹지 못할까 봐 완전히 익힌 걸로 시켰어. 입맛에 맞는지 먹어봐.”유채연은 다 익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예전엔 아무리 맛없는 음식도 다 먹었는데, 이렇게 비싼 음식은 말할 것도 없어.’고개를 숙이고 먹으려고 할 때, 그래함이 휴지로 유채연의 입을 닦아주면서 낮은 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만약 먹기 싫으면, 먹지 말고 그냥 놔두고 다른 걸 먹어.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억지로 먹을 필요는 없어. 나는 단지 당신이 즐겁게 식사하길 바랄 뿐이야.”그래함이
‘그래함과 무진 씨 사이는 썩 괜찮은 것 같아.’성연은 두 사람이 언제 번호를 교환했는지도 몰랐다.‘그런데 사형이 전화를 받는 속도가 꽤 빨랐어.’성연은 궁금해하며 물었다.“사형하고 채연 언니는 뭐하고 있대요?”‘채연 언니가 멀미를 했으니까, 사형도 당연히 언니하고 같이 쉬고 있었을 텐데.’‘전화를 그렇게 빨리 받을 수가 없어.’그래서 성연은 약간 궁금해졌다.“두 사람이 뭘 하고 있었는지 알아맞혀 봐?” “뭐 먹고 있었나...?” 성연이 머뭇거리며 답을 말했다.“두 사람은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도 서둘러야 하지 않겠어?”성연은 얼굴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면서 얼굴을 가렸다.‘사형하고 언니는 대낮인데도...’‘하필이면 무진 씨가 들었어.’‘하지만 두 사람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지. 호텔에는 방해하는 사람도 없으니까 바로 불이 붙은 거야.’‘감정을 억누를 수 없는 것도 정상일 거야.’말을 하던 무진이 성연에게 바로 키스를 했다.무진의 키스를 받은 성연은 숨을 헐떡이며 무진의 품에 안겨 있을 수밖에 없었다.무진의 동작은 갈수록 대담해졌다.성연의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너무 조급하게 그러지 말아요.”‘여긴 집무실이라서 언제든지 사람들이 들어올 거야.’‘문을 잠그더라도 누군가 보고하러 문을 두드릴 거야.’성연은 아직 이런 정도로 개방적이지는 않았다.그리고 아이를 만드는 것도 조급해하지 않았다.‘적어도 결혼식 후에 생각해야지.’‘나는 아직 그렇게 젊은데, 아이가 생기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해.’‘생각만 해도 정말 귀찮아.’“안 돼, 우리 집으로 돌아가자.” 성연이 사무실에서 그러는 걸 원하지 않는 이상, 무진도 개의치 않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그곳이라면 조용하고 공간도 넓어서 아무도 방해하지 않을 거야.’“무진 씨, 좀 진정해요...”성연은 얼굴을 붉히며 무진의 가슴을 밀어냈다.‘무진 씨는 정말 갈수록 대담해져.’‘누가 강무진을 금욕주의자라고 했어?’‘나를 잡아먹으려고 눈이 벌개져 있는데, 그런
무진은 전례 없이 빠른 발걸음으로 사무실에 들어섰다.문을 열고 성연의 뒷모습이 보이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곧장 달려가서 성연을 백허그로 안았다.고개를 돌린 성연이 무진을 향해 미소를 지으면서 키스를 날렸다.무진은 키스를 잠시 중단하고 대표실 문을 잠궜다.이어서 성연에게는 숨막히고 공격적인 키스가 기다리고 있었다.무진의 손도 슬슬 위험 수위를 넘나들기 시작했다.점점 걷잡을 수 없게 되자, 성연도 빨갛게 뺨이 달아올랐지만 무진의 손을 잡고 막았다.“지금은 회사라서 안 돼요.”성연이 불편한 듯한 모습을 보이자, 계속해서 진도를 나가려던 무진은 마음속의 욕망을 억지로 눌러야 했다.그리고 성연을 품에 꼭 안았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무진의 마음이 비로소 진정되었다.성연을 껴안은 채 소파에 앉았다.그리고 나서야 성연에게 그래함의 일에 대해 물었다.“어떻게 됐어?”성연은 그래함과 유채연의 일을 간단하게 말해주었다.그전의 우여곡절들은 많이 생략했지만, 그래도 핵심적인 내용들은 거의 다 말했다.이야기를 듣고 난 무진은 큰 충격을 받았다.‘그래함이 그렇게 다정한 남자인 줄 몰랐네.’‘그래함의 권력과 지위라면 어떤 여자인들 얻지 못하겠어?’‘줄곧 고향의 연인만을 애타게 기다렸다니.’무진의 생각이 지나치다고 탓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 바로 그렇기 때문이다.‘그러나 내가 성연과 함께 있을 때 성연의 신분도 그리 대단하지 않았어.’‘감정이란 건 아무것도 보지 않고 오로지 느낌만 따라야 해.’무진은 유채연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좀 궁금해졌다.‘그래함 같은 대단한 남자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라니.’“무진 씨도 믿기지 않지요?” 성연이 고개를 들면서 물었다.“그래.” 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좀 믿기 힘든 일이야.’“이전에 사형이 채연 언니를 찾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때, 나는 더 믿을 수가 없었어요. 나중에 사형이 예전에 채연 언니가 자신에게 준 증표를 여전히 가지고 있었고, 채연 언니도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걸
북성에 도착하자 그래함은 유채연을 데리고 최고급 호텔을 체크인했다.뒤에서 그들의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고 있던 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무진이 생각났다.‘나도도 약혼녀가 있는 사람이야. 뭐.’‘요 며칠 사형과 채연 언니가 애정을 과시하는 것만 바라보았지.’유채연과 그래함도 성연을 잊지 않았다.유채연이 물었다.“성연아, 너 우선 우리 호텔로 가서 쉬지 않을래? 차를 그렇게 오래 탔는데 힘들었잖아.”유채연은 멀미가 나서 창백한 표정으로 그래함의 품에 기대고 있었다.“됐어요, 내가 어떻게 여기서 두 사람의 세계를 방해할 수 있겠어요? 저는 먼저 갈게요.” 성연은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며 혼자 차를 타고 떠났다.유채연은 성연이 떠나는 방향을 보면서 걱정했다.“성연이 걔가 갈 곳이 있어? 시간도 늦었는데 여자가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특히 이런 대도시에서는.”그래함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채연아, 성연이는 이곳에 대해서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너 잊었어? 전에 내가 너한테 말했잖아. 성연이에게는 아주 대단한 약혼자가 있다는 거 말이야.”유채연은 알 듯 모를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성연에 대해서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그래서 약혼자를 찾아간 거야?”“그래, 걱정하지 마. 지금 멀미하지? 힘들면 내가 밖에 나가서 약 좀 사올까?” 그래함은 유채연을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유채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좀 자면 돼.”“그럼 그렇게 해.” 그래함도 마음 놓고 유채연을 혼자 둘 수 없었다.‘처음 이곳에 왔는데, 내가 채연이 곁에 없다면 채연이가 불안해할 가능성이 높아.’한편 성연은 바로 무진을 찾아갔다.그러나 자신이 돌아온 걸로 무진에게 서프라이즈 선물을 주려고 무진에게는 말하지 않았다.성연은 예전에 지문을 입력해 놓아서, 보고 없이 바로 최고층까지 갈 수 있었다.요 며칠 동안 무진을 만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이제 곧 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설레는 듯했다.성연이 집무실 입구에 도
외삼촌은 다가가서 무릎을 꿇은 두 사람을 부축했다.여전히 울고 있던 유채연이 일어나자, 그래함이 어깨를 감싸고 위로했다.“얼른 가거라.” 외삼촌도 울먹이는 목소리였고,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그래함은 외삼촌을 한 번 본 뒤 유채연이 차에 타도록 부축해 주었다.유채연은 외삼촌을 애틋하게 바라보았다.성연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외삼촌이 몸을 돌릴 때 눈물이 땅에 떨어지는 걸 봤지만, 유채연이 걱정할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성연이 옆에서 따라서 소리쳤다.“외삼촌, 제가 채연 언니하고 자주 돌아올 게요. 저는 외삼촌 가게 하드가 좋아요.”그제야 서둘러 눈물을 닦은 외삼촌이 몸을 돌려서 말했다. “그래, 너희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마.”차가 천천히 시동을 걸자, 창밖의 장면도 빠르게 바뀌었다.차에 앉아서도 유채연은 여전히 훌쩍거렸다.그래함은 유채연을 꼭 안고 자신의 품에 기대게 했다.“채연아, 외삼촌이 보고싶으면 앞으로 자주 돌아와서 볼 수 있어. 내가 같이 올게.”“정말?” 그래함을 바라보는 유채연의 눈은 마치 토끼의 눈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물론이지, 네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내가 다 해 줄게.” 예전에는 그래함도 뭘 해도 혼자였다.하지만 이제 유채연이 있으니 모두 달라졌다.그래함은 틀림없이 유채연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다.어쩌면 유채연을 위해 정말 국내로 이주할 수도.“그런데 내가 없는데 외삼촌은 어떡하지? 자기 몸을 잘 추스릴까?” ‘예전에는 집안의 모든 일을 내가 책임졌지.’‘지금 내가 떠났으니 외삼촌은 잘 수습할 수 있을지 몰라.’성연은 조수석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성연은 일부러 그 자리에 앉아서 유채연과 그래함에게 공간을 내주었다.그 말을 듣고 성연이 웃으며 말했다.“채연 언니, 외삼촌은 마음이 그렇게 섬세한 분이니까 잘 지낼 수 있을 거예요.”떠날 때 그래함은 외삼촌에게 체크카드를 남겨 두었다. 비밀번호도 쪽지에 써 두었다. 그 돈이면 외삼촌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평생 편안하게
이런 유채연의 모습을 보고 외삼촌은 또 한바탕 잔소리를 했다.“정말 재수 없게 징징거리고 있지. 꼴이 그게 뭐야? 나는 상관하지 말고 빨리 가. 나한테 돈도 있고 차도 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는 말할 것도 없어. 너는 나한테 짐만 될 뿐이야!”유채연은 외삼촌이 어떤 마음인지 알고 있었다.대부분 외삼촌은 그저 입으로만 모질게 굴었을 뿐이다.사실 자신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했다.애초에 집에 그렇게 많은 일이 생기자 친척들마다 모두 양보하면서 피했다.외삼촌만 자신을 받아들이기를 원했다.모두들 유채연이 흉악한 외삼촌을 따라가면 틀림없이 좋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그러나 그동안 삶의 질이 좀 떨어진 걸 제외하면, 외삼촌은 진심으로 자신을 보호해 주었다.가게에 온 손님 중에 간혹 유채연의 예쁜 모습을 보고 희롱하려고 했지만, 모두 외삼촌에게 두들겨 맞고 쫓겨났다.이전의 여러 일들을 생각하자, 유채연은 외삼촌이 자신에게 그렇게 잘해 준 걸 알게 되었다.유채연이 갑자기 털썩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었다.“외삼촌, 그동안 거둬 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옆에서 그 모습을 본 그래함도 유채연을 따라 무릎을 꿇었다.그리고 큰 소리로 말했다.“외숙부님, 채연이의 부모님이 안 계시니 외숙부님이 채연이 아버님이십니다. 그래서 제가 무릎을 꿇고 맹세하겠습니다.”“저희는 곧 결혼하게 되면 반드시 읍내에서 잔치를 하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채연이를 보고 비웃지 못하게 할 테니, 채연이를 제게 주시면서 안심하셔도 됩니다. 제가 채연이에게 정말 잘 하겠습니다.”남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존엄성이다.그러나 그래함은 유채연을 위해 외삼촌 앞에 무릎을 꿇었다.이 역시 그래함의 성의를 충분히 드러낸 것이다.두 사람의 감정을 외삼촌은 더욱 눈에 새겨 두었다.‘채연이가 그래함과 함께 있으면서 미소도 눈에 많이 많아졌어.’“너희들 빨리 일어나!” 외삼촌은 유채연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게 아니었다.입으로는 듣기 싫은 말을 하지면, 개를 길러도 이
이전에 유채연이 입었던 옷은 전부 그래함과 성연이 함께 골라준 옷으로 교체되었다.유채연은 트렁크를 사서 물건을 다 넣었다.곧 떠나야 할 때, 유채연이 외삼촌과 작별인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내가 같이 갈게.” 유채연을 도와 트렁크를 닫고서 그래함이 일어났다.“그래도 나 혼자 갈래...” 유채연은 망설였다.“채연아, 이제는 우리 둘이 같이 있잖아. 외삼촌은 우리 관계의 증인이자 네 유일한 가족이야. 내가 널 데리고 갔다가, 내가 나타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야?” 그래함이 유채연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말했다.요 며칠간 함께 지내면서, 유채연은 자연스럽게 그래함과 더 가까워졌다.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그래함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만약 외삼촌이 그래함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 마음이 더 괴로울 거야.’“그래, 같이 가자.” 유채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두 사람이 함께 문을 나섰다.나오다가 마침 두 사람을 찾으려던 성연과 마주쳤다.“성연아, 우리 외삼촌 보러 갈 건데, 너도 갈래?” 유채연은 요 며칠 성연과 계속 붙어 있어서, 성연에 대한 감정도 이미 예전처럼 좋았다.어디를 가든지 성연을 데리고 가야 해서, 그래함이 한바탕 질투하기도 했다.“출발하기 전에 외삼촌과 작별인사 하러 가는 거예요?”성연이 물었다.“그래.” 유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나도 함께 갈게요.” 눈치 빠른 성연은 유채연의 손을 잡지 않고 뒤에서 따라갔다.‘채연 언니하고 그래함 사형이 나란히 다정하게 가는 모습을 보면, 외삼촌이 좀 안심할 수 있겠지.’유채연과 그래함은 앞에서 함께 걸어갔다.유채연의 마음은 여전히 좀 불안했다.‘예전에 외삼촌이 못마땅했을 때는 여기를 탈출하겠다는 생각도 했지.’그러나 정말로 외삼촌과 작별을 고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유채연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비록 그다지 내 생각대로 지내지는 못했지만.’‘하지만 예전에는 이곳이 내 유일한 피난처였지.’“걱정 마, 외삼촌은 좋은 분이니까 이해해 주실 거야.”
그 말을 듣자, 유채연은 코가 시큰거리면서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꽉 쥐었지만 뜬금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부모님이 돌아가신 후로 지금처럼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은 없었다.유채연의 얼굴에 눈물이 가득한 걸 보자, 가볍게 한숨을 쉰 그래함이 휴지로 부드럽게 눈물을 닦아주었다.“왜 그렇게 울기를 좋아해? 앞으로 나하고 있으면서 내가 잘 해줄 테니까 이렇게 울면 안 돼. 네가 눈물을 흘리는 게 안타까워.”그래함의 부드러운 말을 들으면서 유채연의 감정도 점차 가라앉았다.감정이 진정되자 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한 입 맛보았다.아주 달았다. 이 달콤함이 유채연의 마음속에 스며들면서 마음을 천천히 따뜻하게 했다.“고마워, 그래함.” 유채연은 코를 훌쩍이며 고맙다는 말을 했다.“내가 너에게 고마워해야지. 그렇게 오래 되었는데도 나를 기다리고 있었잖아. 내가 좀 일찍 너를 찾아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래함의 말투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우리는 지금이 좋아.” 유채연은 그래함의 이런 의기소침한 모습을 그냥 지켜볼 수 없었다.“그래, 이제 네가 있으니까 앞으로 우리는 더 좋아질 거야.”그래함이 동의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비록 성연은 어느새 감정이 없는 도구로 전락해버렸다.그러나 계속 뒤를 따라 가면서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성연은 정말 기뻤다.자신도 그런 분위기가 달콤하게 느껴졌다.예전에는 그저 단순하게 그래함 사형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그러나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자, 정말 두터운 그래함의 깊은 정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성연은 두 사람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처음에 굳어 있던 두 사람이 점차 풀어질 때까지 이미 정말 잘 지나왔어.’“두 분, 연애하면서 여동생도 잊어버렸지요? 나 너무 배가 고파요. 밥 먹으러 가고 싶어요.” 성연도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가게에서 별로 먹지 않고 이렇게 오래 걸었더니 벌써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지경이었다.그 말을 들은 유채연이 바로 뒤돌아서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