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정은 집으로 돌아와 재빨리 자신의 방으로 달려갔다.젖은 치마를 버리고 샤워를 하고 나왔지만 그래도 온몸에서 냄새가 나는 듯하다.자신의 몸에서 계속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미칠 지경이었다.지금 구역질 나는 자신이 너무 싫었다.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는 없지만, 방미정은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그러나 이 일이 틀림없이 성연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당시 다른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은 정말 북성에 계속 있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송성연이 그렇게 날뛰게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두면 이후로 송성연은 틀림없이 더 마음대로 날뛸 거라는 느낌이다.방미정은 송성연에게 매운 맛을 보여주기로 결심했다.핸드폰을 꺼내 자신의 절친 허신미에게 연락했다.허신미는 아주 대놓고 노는 좀 거친 여자였다. 불량스러운 짓은 모두 꿰고 있었다.또 야간 업소에 투자해서 주변에 막돼먹은 이들이 적지 않았다.방미정은 요 며칠 간 자신의 상황을 모두 허신미에게 말했다.허신미가 운영하는 술집에서 끊임없이 하소연했다.마침 시끄러운 술집에 있던 허신미는 절친 방미정의 전화를 확인하고는 바로 조용한 곳을 찾아 전화를 받았다.방미정이 하는 말을 모두 들은 후, 허신미의 눈이 가늘어졌다.“이런 일이 있었어?”의리를 아는 허신미는 자기 밑의 사람을 지키는 사람이다.지금 자기 절친이 괴롭힘을 당했다는 말을 듣고 가만히 앉을 수가 없었다.허신미 또한 방미정의 성깔을 잘 알고 있다. 극도의 한계에 이르지 않았으면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을 터.진짜 자신이 처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 않는 한은 말이다.“물론이지, 신미야. 너는 진짜 몰라. 바로 조그만 계집애가 무진 씨 총애만 믿고 일부러 나에게 망신을 줬어. 만약 다른 사람이 봤다면 나는 더 이상 못 살아.” 방미정은 전화에 대고 울부짖었다.이제 자신을 도울 수 있는 것은 허신미 뿐이다.이런 상황을 가족들에게는 말할 수 없었다.자신이 아직 무진 씨를 손에 넣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미정은 집에서 온 몸에다 향수를 뿌리고 또 뿌렸다.사실 씻은 후 냄새는 이미 사라졌지만, 순전히 방미정의 기분 때문이다.향수가 모든 냄새를 다 덮었다고 느껴졌을 때에 비로소 방미정은 허신미를 만나러 갔다.클럽에 도착하자마자 사람이 나와 방미정을 펜트하우스로 안내했다.그곳은 허신미가 평소에 살고 있는 곳이라 방음 효과가 좋아 조용했다.그녀가 도착했을 때 허신미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허신미가 보기에 방미정이 약간 초췌해 보여 차마 그녀에게 뭐라 하지도 못하고 그저 감정을 담아 말했다.“내가 가서 알아봤어. 강무진과 송성연에 대해서는 나도 알고 있어. 나도 지금 송성연이 특히 꼴 보기 싫어. 그 여우 같은 송성연이 네 자리를 빼앗았다는 거지? 걱정 말고 나에게 맡겨. 내가 확실하게 제대로 손봐 줄게.”자신의 절친 방미정의 남자를 빼앗다니, 그야말로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이다.또 무슨 대단한 인물인가 했더니 겨우 어린 계집애일 뿐이다.이런 애는 마음먹고 손을 좀 쓰면 바로 무진을 떠날 것이다.방미정은 허신미가 직접 자신을 돕겠다고 제안하는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아져 물었다.“신미야, 너 어떻게 할 작정이야?”허신미는 입꼬리를 올리며 눈에 차가운 빛을 띄었다.“그녀를 우리 가게로 초청하면 나에게 방법이 있어.”‘송성연을 여기로 데려오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알 수거 없을 테지.’‘그때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있은 후에도 강무진이 송성연을 원하겠어?’아무리 대단한 감정이라도 한 번 의심하기 시작하면 맥없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씨앗을 심으면 언젠가는 통제 불능이 되어 폭발하고 말 터.허신미가 생각하는 수는 아주 많다. 하나가 실패하면 또 다른 수를 쓰면 된다. 결국에 송성연을 무너뜨리는 수가 있을 것이다.자신의 절친을 괴롭힌 사람이니 어떻게 해서든 되갚아 주어야 한다.그러나 허신미의 말을 들은 방미정이 즉시 고개를 저었다.“신미야, 만약 송성연을 청하는 건 좀 어려울 거야. 걔는 안 올 거야.”자신과 송성연 두 사람은 그야말로 연적
허신미는 조사를 통해 송성연이 북성남고에 다녔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마지막으로 주연정이란 애를 통해 두 사람 사이가 아주 좋다는 사실도 알아냈다.평소 송성연의 사교권은 두 개였다.강씨 집안 사람들은 당연히 납치할 수가 없다.그러나 주연정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허신미는 주연정을 골라 손을 쓸 생각이다.그래서 수업이 끝나는 시각,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주연정이 교문을 나서는데 웬 사람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갔다.주연정은 맹렬하게 발버둥을 쳤다. 거대한 공포가 주연정을 덮쳤다.“당신들 누구냐! 원하는 게 뭐야?”주연정이 생각하기에 앞으로 이 사람들은 아주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자신을 덮쳤다.그러나 평소 학교에서도 별 말썽 없는 모범생인 자신은 이제까지 이런 사람들과는 만난 적도 없다.이 사람들은 무척이나 거칠어서 양아치 건달로 보였다.뭐랄까, 이런 사람들과는 관계를 맺어서는 안된다는 느낌.차에 태운 후 양아치들은 자신을 상대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주연정이 힘껏 소리치기 시작했다.“나를 풀어줘. 나는 당신들을 몰라. 빨리 풀어줘. 안 그러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이 사람들에게 끌려 가면 자신의 처지가 어떻게 될 지 알 수가 없었다.그래서 어찌 되었든 절대 이들과 같이 갈 수는 없었다.“놔줘, 놔줘.” 주연정은 코를 훌쩍였다. 두 눈은 당혹감으로 물들었다.이 사람들은 딱 봐도 죽지 않는 그런 부류들이었다.고등학생인 주연정은 지금까지 부모님으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았던 터라 이런 일은 겪어보지 못했다.속으로 조급한 마음이 드는 것 말고는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아마도 주연정이 소리치며 이들을 너무 시끄럽게 한 것 같다.한 놈이 고개를 돌려 주연정을 매섭게 째려보았다.주연정이 놀라서 목을 움츠리며 말했다.“당, 당신 어쩔 건데요? 내, 내가 경고하는데, 지금은 법치사회예요. 만약 나한테 어떻게 한다면 당신들도 죄를 면할 수 없을 거예요.”어쨌든 그들은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주연정은 아예 자포자기의 심
주연정을 클럽으로 납치해 온 허신미는 주연정을 실신하게 시켰다.정신을 차린 사냥감은 순순히 말을 듣지 않는 법이니까.주연정이 정신을 잃자 허신미는 주연정을 묶은 후 촬영하게 했다. 그리고 온몸이 묶인 주연정의 사진을 익명으로 성연에게 보내게 했다.또 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보냈다. [송성연, 반드시 클럽으로 와야 한다. 만약 네가 오지 않는다면 주연정에게 화가 미칠 것이다.]허신미는 메시지를 받은 성연의 마음이 얼마나 초조한지 이미 상상할 수 있었다.어쨌든 친구를 가진 가련한 인생일 뿐인데 송성연이 어떻게 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그녀는 여러 방면의 염탐을 거쳐 성연과 주연정의 관계가 매우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송성연이 주연정을 내버려두지 않을 게 분명하므로 주연정을 잡아왔다.방미정도 옆에서 그녀가 계획을 실행하는 전 과정을 지켜보았다.방미정은 허신미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신미야, 너 정말 대단하다. 이런 방법도 생각해 내다니.”방미정은 득의양양하게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다.성연의 약점이 자신의 손 안에 있었다. 이따가 자신들이 마음대로 들볶아도 감히 반격하지 못할 것이다.그때가 되면 송성연이 자신에게 준 모욕을 전부 되갚아 줄 것이다. 송성연도 고개를 못 들게 만들 것이다.‘이 참에 송성연을 혼내 주어 무진을 떠나게 만들어야지.’강무진은 자신 혼자만의 것이었다.성연이 호의를 모르니 어쩔 수 없이 이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허신미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별 거 아니야, 이런 여우 같은 년에 대해서라며 내가 일가견이 있지. 잘 봐, 내가 어떻게 너 대신 화풀이해 주는지.”클럽에서 온갖 더러운 수단들을 다 섭렵한 허신미 아닌가?송성연을 상대하는 것 역시 그 중의 한 가지 방법일 뿐.허신미가 가볍게 술을 한 모금 마셨다.‘감히 내 친구를 괴롭히면서 자신의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도 해 보지 않고 손을 댔어?’‘기왕 죄를 지었으니 결과를 책임져야겠지?’방미정은 다가가서 허신미의 팔을 붙잡았다.“역시 네가 나에게
집에 있던 성연의 핸드폰으로 협박성의 사진이 전송되었다. 사진을 확인한 성연은 손끝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핸드폰을 꽉 움켜쥐었다.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아마도 이 일은 방미정과 관련이 있으리라 짐작되었다.그 외에는 다른 원수진 사람이 없었다.학교에서는 자신을 기분 나쁘게 해도 동창을 납치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모두 아직 학생들인데 그처럼 대담하다고? 절대 그럴 리가 없다.최근에 나타난 방미정은 건방질 정도로 도도하다. 자신에게 손을 대지 못하니 자신의 주변인에게 손을 쓴 것일 테지.방미정이 그렇게 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무분별한 수단을 쓸 줄은 몰랐다.성연과 방미정이 서로 붙는 것이야 하등 상관없지만, 주연정은 그야말로 무고했다.만약 이 일로 주연정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성연은 절대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성연은 두렵지 않았다. 다만 주연정이 좀 걱정될 뿐이다.거실에 앉아 눈썹을 치켜 뜬 성연의 눈에 착 가라앉은 기운이 넘실거렸다.성연의 옆을 지나가던 고용인들 모두 돌아서 지나갔다. 행여라도 성연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가까이 접근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평소에 성연은 같이 지내기 무척 좋은 사람이다.그래서 이렇게 화를 내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다.하지만 고용인들은 아무 것도 묻지 않은 채 그저 자신의 일만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집사는 성연을 보며 좀 걱정이 들었다.“작은 사모님, 괜찮으세요?”걱정하는 집사를 보며 생각을 가다듬은 성연이 고개를 저었다.“나는 괜찮아요. 집사님, 내가 좀 나가야 할 일이 생겼어요.”말이 끝나자마자 성연은 직접 차를 몰고 곧장 나갔다.성연은 종래 이런 상태였던 적이 없었다.집사는 이런 상황을 무진 도련님에게 알려야 할지 망설였다.그러나 공교롭게 일을 그르칠까 봐 기회만 보았다.그리고 시계를 보며 성연이 떠난 시간을 쟀다.만약 성연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는다면 바로 무진 도련님에게 연락할 생각이다.일찍 돌아오면 그럴 필요가 없겠지만.성연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성연은 그들이 말한 장소에 도착했다.그러나 그곳엔 방미정이 아니라 요염하게 예쁜 여자가 있었다.크롭 티셔츠를 입은 모습이 아주 섹시해 보였다.성연이 아무런 내색 없이 허신미를 훑어보자, 허신미도 성연을 한 차례 훑어보았다.그리고 사람을 깔보듯이 웃었다. ‘아무 것도 아니잖아.’‘진짜 이렇게 어린 계집애일 줄은 몰랐네.’기왕 이렇게 된 거 겁날 게 뭐가 있겠는가.허신미는 제 마음대로 성연을 훈계할 준비를 했다. 성연이 데리고 있는 네 사람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은 채.넷이서 뭘 할 수 있겠어? 자신은 그저 손 한 번 흔들면 이보다 몇 배나 많은 인원을 부를 수 있는데.‘이 네 사람으로는 별 볼 만한 것도 못 돼.’성연이 문에 들어서자 다리를 꼬고 소파에 기대 앉은 허신미가 양팔을 팔걸이에 걸친 채 보스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온 김에 이 테이블 위의 술을 마셔. 규칙을 알겠지? 마시면 사람을 풀어주지.”테이블 위의 붉은색과 흰색 모두 도수 높은 술들이다.만약 진짜 마신다면 성연은 틀림없이 알코올에 중독될 터.허신미는 부러 작정을 했는지 성연의 목숨을 원했다.당연히 허신미의 뜻대로 순순히 따를 생각이 없었던 성연이 추궁했다. “주연정은 어디에 있어?”만약 이 술들을 다 마시게 된다면 자신은 사람의 꼴이 아니게 될 것이다.주연정의 안위를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경솔하게 이곳의 물건을 건드릴 생각은 없었다.분명히 사람을 부른 의도가 좋지 못한데, 잔 속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자신도 이런 치들의 수법을 잘 알고 있다. 마신 후에 저들은 바로 다음 것을 요구하면서 끝까지 사람을 풀어주지 않을 게 뻔하다.주연정을 핑계로 자신을 협박하고 자기들 목적을 달성하겠지.북성에서 구른 지 여러 해가 되도록 허신미에게 감히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아직 없었다.그리고 성연을 보니 이런 자리에 들어서서도 두려워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간이 큰 것 같아 보이는 게 방미정이 송성연에게 눌리는 것도 당연했다.
성연은 마시지 않은 잔을 들어 잔 안의 술을 허신미를 향해 뿌렸다.갑작스러운 술 세례에 화가 난 허신미가 째질 듯이 소리를 질렀다.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성연을 향해 달려들었다. 나름 꽤나 많이 싸워봤다고 자신한 허신미가 보기에 작고 가녀린 체구의 송성연은 절대 자신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북성에서 구른 세월이 얼마인데, 누가 감히 자신에게 술을 끼얹는다는 말인가.송성연이 처음이었다.강무진의 약혼녀가 이렇게 싸가지가 없을 줄은 생각 못한 탓이다.자신에게 그런 말을 듣고서도 감히 자신에게 그런 짓을 하다니.진짜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고 말할 밖에.생각해 보니 클럽 안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니 이렇게 망신을 당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허신미가 바로 날카로운 손톱을 세워 성연의 얼굴을 움켜잡으려 했다.붉은색으로 칠해진 손톱이 성연의 눈앞으로 다가오는 순간.성연이 민첩한 동작으로 허신미의 공격을 피했다.허신미의 동작은 무척 무거웠다. 만약 성연이 제때에 피하지 못했더라면 얼굴에 치명적인 상처가 났을 것이다.그러나 성연 또한 절대 만만한 대상이 아니었다.표정을 굳힌 성연의 입에서 차가운 노성이 터져 나왔다.“다시 한번 묻겠다. 주연정은 어디에 있어?”지금 성연은 오직 주연정의 안전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허신미 같은 변태에게서 주연정이 어떤 짓을 당했을 지 걱정이 될 뿐이다.“알고 싶어? 그럼 마셨어야지.” 온몸에 술이 뿌려져 몰골이 엉망이 된 허신미가 표독스럽게 말했다.그러나 성연이 입을 열었지만, 허신미는 가장 중요한 목적을 잊지 않았다.잠시 화를 참고서 송성연이 술을 마시게 만드는 것.그리고 송성연이 인사불성이 되었을 때,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다. 그때 가서 송성연에게 매운 맛을 보여 주면 되는 것이다.“내 뜻은 이미 모두 밝혔다고 생각하는데? 술집이라 해도 불법으로 운영하면 안 돼지. 이런 짓을 벌인 게 알려지면 과연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까?” 성연이 대놓고
허신미가 예상하지 못한 것. 성연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는 사실.허신미가 다가왔을 때 성연은 이미 침을 준비하고 있었다.바로 침을 찌르지 않은 채 먼저 날랜 몸짓으로 허신미의 동작을 피했다.그러자 허신미는 완전히 미친 듯한 모습이다.두 눈이 광기로 번뜩이는 것이 당장 성연의 뼈를 발라 씹어 먹지 못해 안달이 난 듯 보였다.허신미는 잠시 이성을 잃고 제 정신이 아닌 듯이 보였다.성연의 생각에 지금 허신미의 몸에 침을 찌른다 해도 모를 터였다.그래서 방금 허신미의 공격을 피하는 순간 정확한 혈자리에 침을 세 번 연속으로 찔러 넣었다.성연이 5초를 세자, 아니나 다를까 허신미가 바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눈을 감은 채 온몸으로 경련을 일으키는 게 마치 당장 숨이 넘어가는 모습이었다.조금 전 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하던 여자가 지금 온몸이 술범벅이 된 채 바닥에 드러누워 있다. 정말이지 볼썽 사나운 몰골이 아닐 수 없다.성연이 차가운 얼굴로 허신미를 내려다보았다.침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수 있으니까.그래서 조금 전 허신미가 공격해 올 때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허신미는 무사히 넘어갈 수 없었을 것이다.허신미 같은 사람이야 작은 기술 하나로 상대해도 충분하다.허신미는 자신의 실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성연 앞에서 보인 언행, 동작 모두에서 이미 허점을 드러냈다. 성연이 손을 쓸 기회를 준 셈이었다.침을 맞는 순간에도 허신미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아니, 이건 자업자득이야.’지금 바닥에 쓰러져 온몸을 떨고 있는 모습이 정말 보기 흉했다.‘방미정과 한통속이니 역시 나쁜 여자야.’‘그리고 똑같이 머리가 나빠.’‘이런 사람과 어울려 봤자 발전이 없어.’갑작스러운 상황에 옆에 있던 허신미의 수하들이 모두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얼른 옆으로 다가가 허신미를 깨우려 시도했다. “아가씨, 괜찮으세요?”“아가씨, 정신 차리세요. 아가씨.” 옆에서 수하들이 쉬지 않고 허신미의 귀에 대고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
예민주가 무진을 보러 매일 회사에 올 수는 없는 노릇.그러나 자신이 잘 쓰는 방법을 사용해서 WS그룹에 자기 부하를 하나 심었다.매일 무진의 스케줄을 예민주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오늘 아침 전화한 사람은 두 아이가 몰래 대표실에 들어갔는데, 줄곧 대표님을 아빠라고 불렀다고 말했다.평소 기발한 행동을 해서 명문가에 시집가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운성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무진과 누가 관계를 맺고 싶지 않겠는가!매일 프런트에서 자칭 ‘강무진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을 몇 명이나 상대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거의 대부분은 프론트에서 차단되지.’‘그런데 오늘 대표 집무실로 직접 들어온 아이들이 있다니.’원래 예민주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머릿속에 문득 성연의 모습이 번뜩였다.‘결국 당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회사로 달려왔는데.’‘뜻밖에도 정말 송성연과 관계가 있었어!’예민주는 다시 눈앞의 이 두 아이에게 눈길을 돌렸다.예민주의 눈빛에 음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너희들은 평소에 엄마하고 같이 있지 않니?”사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매일 엄마하고만 같이 있어요. 그래서 아빠가 보고싶어요.”아이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예민주는 내친 김에 계속 캐물었다.“너희들은 이전에 줄곧 외국에 있었는데, 아빠 가족들이 너희들을 찾지 않았어?”“아빠 가족들요?” 뭔가를 눈치챈 듯, 사진이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교환한 두 아이는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사용했다.‘이 여자는 그냥 회사를 좀 구경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사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작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아주머니, 이게 잘 안 들어가는데요? 좀 도와 주실래요?”갑자기 사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레고 블록을 든 채.예민주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사무가 성깔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요청을
남자는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에서는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예민주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이 두 아이 귀엽지 않아요? 오히려 오빠가 그렇게 쫓아냈는데, 만약 누군가 영상이라도 찍었다면,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누가 감히 우리 WS그룹을 함부로 보도할 수 있겠어?”무진의 말에는 힘찬 기세가 담겨 있었다.무진이 결코 지나치게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강경할 수 있는 것이다.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예민주는 잠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잠시일 뿐!다시 무진에게 다가간 예민주가 작은 소리로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쟤들은 이 참에 오빠하고 잠시 함께 있기 위한 핑계였어요.”예민주가 다가오자, 순간 그윽한 향기가 무진의 코에 스며들었다.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무진이 몸을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막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근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접근해서 기회를 틈타 상류층으로 오르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았다.심지어 한 번만 만나려고 머리를 쥐어짜내는 사람들도 있다.그런 사람들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매번 비서진이 쉽게 대처했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예민주다.자신의 여자 친구인.무진의 이런 습관을 예민주도 사실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예민주는 절대로 이렇게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그래야 무진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무진이 이렇게 배척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지금 예민주는 이 ‘금기’를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방금 무진의 동작은 지금 예민주의 눈에는 적나라한 거부이자 분명한 소외감이었다.그러나 예민주는 감히 이 억눌린 마음을 마음속에 묻어두어야 했다.겉으로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했다.입가에 줄곧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애들하고 얘기를 해 볼게요. 애들이 왜 대표실을
“감탄할 수밖에 없어! 저 아가씨가 사랑 앞에서 저렇게 자신을 낮출 수 있다니!”“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대표님 여자친구는 정말 총명하다는 거야!”“뭔데? 뭔데? 나만 모르는 거야?”“...”회사에서는 업무 시간에 뒷담화를 하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어떻게 그런 일이 없을까?어떻게 다 금지할 수 있을까?지금 회사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여전히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오히려 당사자들은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이미 회사 식당에 온 예민주는 룸에 도착했다.평소에 무진은 사실 사실 이쪽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손건호가 식사를 가지고 오면 늘 대표 집무실에서 식사를 했다.하지만 여전히 무진을 위한 개인 공간이 갖춰져 있었다.바깥의 인테리어도 좋지만, 내부 공간은 여전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바로 돈이 있어서 좋은 점!단지 식사를 하는 공간이지만, 룸 안에는 대형TV와 편안하고 넓은 가죽 소파가 갖춰져 있었다. 또 각종 커피 메이커, 정수기, 그리고 국외에서 수입한 첨단 설비들이 갖춰져 있어서 그야말로 작은 휴게실이나 다름없었다.“아줌마, 회사 구경을 시켜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방에는 왜 왔어요?”사진은 자신의 작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무진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하지만 남자들이 이동하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오빠, 나 아빠 옆에 있고 싶어.”무진의 행동이 이렇게 소원하자, 사진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면서 위로를 얻으려고 했다.여동생을 힐끗 본 사무가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나도 어쩔 수가 없어.”“엉엉. 사진이한테는 너무 어려워!”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슬피 우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예민주는 들어오기 전에 미리 장난감과 먹을 걸 준비해 달라고 시켰다.지금 이미 예민주가 시킨 물건들을 보내왔다.이쪽을 보니 무진은 옆에 있는 아이의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얘들아, 너희들은 어느 집 아이들인데 지금 회사에 있는 거니?”온화한 모습으로 살짝 몸을 숙인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예민주의 모습에는 어떤 허세도 보이지 않았다.두 아이는 이전에 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빠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본 데다가, 이렇게 부드러운 태도인 걸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우호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흥분한 표정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면서 사진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저희는 여기를 구경하고 싶어요.”사진은 여린 목소리로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예민주는 고개를 돌려서 무진을 한 번 보았다. 무진은 복잡한 눈빛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그래, 그럼 아줌마가 너희들 회사 구경을 시켜줄까?”“이제 곧 점심 시간이야. 너희들도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걸 사줄까?”예민주의 제안은 시원시원하고 아주 열정적이라서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어느새 다가온 무진이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했다.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목소리였다.“민주야, 이 두 아이는 내력이 분명하지 않아. 그렇게 애들을 여기 남겨두고 놀게 하다가, 무슨 일에 엮일 지도 몰라.”“괜찮아요. 이 두 아이가 무슨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겠어요. 그저 단지 여기를 지나다가 궁금해서 좀 더 구경하고 싶을 뿐일 거예요.”예민주가 시간을 보니 마침 12시가 다 되었다.“같이 한 바퀴 돌아볼래요? 오빠도 한참동안 나하고 함께 있지 못했잖아요.”철이 든 모습의 예민주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결국 무진의 마음속 예민주에 대한 미안함이 이성에 승리를 거두었다.두 아이는 지금도 무진에 대해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있을 때는 우리한테 냉담했지만, 결국 우리 친아빠야.’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해서 잘못했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모두 처음 겪은 일이기에, 잠시 동안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던 아이들도 마음을 놓았다.‘어렵게 왔는데, 아빠하고 좀 더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