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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작가: 류한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8-07 14:00:44
그녀는 곽승재를 신경 쓰지 않고 주인혁에게 물었다.

“다쳤어요? 병원 가서 검사 받아볼래요?”

주인혁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누나, 오늘 일은 미안해요. 누나까지 끌어들여서.”

“뭘요, 그들이 잘못한 거죠. 시간도 늦었는데 빨리 돌아가요.”

주인혁이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주인혁이 떠난 뒤 고은서는 화가 난 듯 곽승재를 바라보았다.

“당신 왜 그래? 주인혁 씨가 악수하려는데 왜 무시하냐고?”

“너랑 친한 사람이야?”

곽승재는 담담하게 반문했다.

“누나라 부를 정도로 친한가?”

“누나가 뭔 문제야? 백유미도 당신한테는 ‘승재야’ 라고 부르잖아! 난 그것도 신경 안 썼어!”

고은서의 말에 곽승재는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고은서, 억지 그만 좀 부려! 지금 그걸 말하고 있는 게 아니잖아! 사람들 앞에서 다른 남자 편을 들어? 당신은 이미 결혼했어!”

“알고 있으니까 계속 언급할 필요 없어.”

고은서가 말했다.

“당신이 백유미 씨 편을 든 적이 없는 것처럼 말하네.”

고은서가 한숨을 내쉬며 감탄했다.

“당신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이혼하는 것도 싫고 심지어 당신을 기다리는 여자한테 명분도 주지 않고, 정말 한심하네.”

더는 말을 하지 못하도록 고은서의 목구멍을 조르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으며 곽승재는 그녀에게 말했다.

“타, 묻고 싶은 게 있어.”

“싫어, 여기서 말해. 차 갖고 왔으니까.”

“그럼 당신 차에서 얘기해.”

“돌아가서 하자. 집중해서 차를 몰아야 하니까 당신과 얘기할 시간 없어.”

“고은서, 난 지금 당신이랑 협상하고 있는 게 아니야!”

곽승재는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

“차에 끌려가기 싫으면 빨리 차 문을 열어!”

고은서는 곽승재가 확실히 참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정말 그가 말한 대로 될까 봐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차 문을 열었다.

곽승재가 조수석에 앉은 후 고은서는 차를 몰았고 곽승재의 기사는 뒤에서 따라왔다.

고은서는 앞을 바라보며 좀 불만스럽게 말했다.

“물어보고 싶은 게 뭔데.”

“전에 명운의 계획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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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7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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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74화

    고은서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아니에요. 물 마시러 내려왔을 뿐이에요.”“도련님께서 전화하셨어요. 오늘 출장 가서 돌아오지 않으신대요.”이미숙은 이해한 듯한 어조로 말했다. “사모님, 도련님께서는 사모님이 전화를 받지 않을까 봐 저한테 전화하신 거예요. 사실 사모님께 일정을 보고하시는 거죠.”“도련님께서 먼저 침실로 돌아오신 건 좋은 일이에요. 사모님, 도련님과 더 이상 다투지 마시고 물건들을 침실로 옮겨놓으시는 게 어떨까요?” 이미숙이 간곡히 권했다.“아주머니, 번거로우시겠지만 객실 하나를 정리해 주시겠어요? 침실은 곽승재한테 양보하겠어요.”“...”물을 들고 방으로 돌아온 고은서는 주인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친구분께 저 대신 감사 인사 전해주세요. 다음에 식사 대접할게요.]주인혁이 답장했다. [괜찮아요, 누나. 별일 아니니 신경 쓰지 마요.】그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감시 카메라를 해킹해야 했는지 전혀 묻지 않았다.이렇게 존중받는 느낌에 고은서는 주인혁에 대한 인상이 더욱 좋아졌다.다음 날, 고은서는 다시 도아름을 만나러 갔다.개인 명의로 200억을 투자하겠다고 말하며, 우선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다.당면한 위기를 먼저 해결하고 나중 일은 그때 가서 다시 방법을 찾으면 되었다.도아름은 고은서가 너무 고마웠다. 그녀는 시장 가격보다 높은 주식으로 환산해 주겠다고 고집했고 즉시 변호사를 불러 문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은서 씨, 이렇게 의리 있게 나서줘서 정말 고마워요. 이건 은서 씨가 마땅히 받아야 할 거니까 사양하지 마요!”고은서도 도아름의 진심을 알았기에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도아름의 식사 초대를 정중히 거절하고 고은서는 명운을 나섰다.차를 얼마 운전하지 않았을 때 타이어 공기압이 부족하다는 표시가 나왔다.고은서가 차에서 내려 상황을 확인하려는데, 선글라스를 끼고 양복을 입은 두 명의 큰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왔다.그들의 모습을 보니 계속 그녀의 차를 따라온 것 같았고 그녀에게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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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서가 바라보면서 물었다.“무슨 일인데요?”민시후가 말했다.“이따 어떤 여자가 찾아오면 이유를 둘러대서 보내주세요.”고은서가 귀를 의심하면서 물었다.“어떤 여자길래 이유를 대면서까지 쫓아내야 하는데요?”민시후는 싫증난 표정으로 말했다.“아주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는 여자요.”고은서는 민시후의 반응을 보고 아마도 관계가 심상찮은 사이라고 생각했다.민시후는 집안 어르신 때문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 그 여자와 멀리할 수 없어 고은서의 도움이 필요한 모양이었다.그냥 일반 여자였다면 민시후의 성격으로는 이렇게까지 번거롭게 하지 않고 진작에 내쫓았을 것이다.“민 도련님도 참 유별나네요. 제가 어떻게 내쫓아요? 민 도련님을 좋아하는 사람인 척해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고은서가 묻자 민시후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그건 그쪽이 생각할 문제고, 저랑은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 쫓아내는 데 성공하면 지난번 일은 없었던 일로 해드릴게요. 아니면 이 술을 한 병 다 마시든가요. 그러면 제가 기분을 봐서 손해배상을 청구할지 말지 생각해 볼게요. 곽 대표가 구하러 올 거라고 기대하지 말고요. 한번 본 손해, 두 번 다시는 안 당할 거예요. 곽 대표가 와도 어쩔 수 없을 거예요.”고은서는 민시후가 만반의 준비를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더욱이 곽승재는 출장 중이라 올 수도 없었다.고은서가 진지하게 물었다.“민 도련님, 이런 일은 왜 꼭 저를 찾으세요? 여자 하나 내쫓는 거, 저보다 잘하는 사람도 많잖아요.”“아니요. 그쪽보다 더 어울릴 만한 사람은 없어요.”민시후가 인내심 가득한 말투로 설명했다.“예쁘고, 나한테 매달릴 일도 없고, 나한테 빚진 거 있고, 내가 원하고 있고.”“...”고은서는 할 말이 없었다.그제야 민시후가 이곳까지 부른 이유를 알았다.납치해서 폭력을 행사하는 것보다 일부러 난처하게 만드는 것이 더욱 화가 풀렸기 때문이다.“도련님, 송민아 씨가 오셨습니다.”이때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은서는 이 틈을 타 핸드폰을 찾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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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636화

    이튿날, 온승준은 정식 직원이라는 신분으로 이레 병원에 출근했다.서로 알고 지내던 교수 한 명이 그를 데리고 병원을 둘러보면서 병원 직원들에게 그를 소개해줬다.입원처로 가보고 싶다는 온승준의 말에 교수는 또 그를 데리고 외과 입원처로 향했다.외과 간호사실을 지나갈 때 마침 다른 간호사들과 서류를 확인하고 있는 박지연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그와 눈이 마주친 박지연은 멈칫하더니 이내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옆에 있던 간호사와 하던 말을 계속 이어갔다.이를 본 온승준은 강렬한 실망감에 휩싸이면서 발이 쉽게 떼어지지 않았다.“승준 씨, 왜 그래요?”“아무 일도 아니에요. 가시죠.”교수의 물음에 온승준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수간호사님, 방금 새로 오신 의사분 너무 멋있지 않아요? 그런데 수간호사님을 빤히 바라보던 것 같던데, 혹시 아는 사이세요?”간호사 한 명이 호기심 어린 말투로 물었다.“모르는 분이에요.”박지연은 아주 덤덤하게 답했다....점심시간.온승준은 교수의 밥약을 사양하고 병원 구내식당으로 갔다.그는 점심밥을 챙기고 아주 눈에 띄는 자리를 골라 앉았다.업계에서 꽤 이름 있었는지라 그를 알아보고 놀라 하며 인사하는 사람이 꽤 많았다.온승준은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지만 애써 예의 바르게 같이 인사했다.얼마나 지났을까, 온승준은 그제야 동료들과 수다 떨면서 구내식당에 들어서는 박지연을 보았다.“지연아.”온승준이 먼저 주동적으로 인사했다.그의 옆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의아해하며 박지연을 바라보았다.“방금 들어온 간호사랑 아는 사이예요?”누군가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러나 온승준은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수간호사님, 여기 같이 앉으실래요?”또 다른 누군가가 박지연을 향해 인사하며 말했다.“아니요. 저는 동료들과 함께 먹을게요.”박지연은 웃으면서 사양하고는 함께 온 간호사들과 배식 창구로 걸어갔다.온승준은 원래부터 인간관계 처리에 능하지 않았고 철면피하게 누군가에게 질척거리는

  • 어게인, 비긴   제635화

    조수연은 자신이 온승준에 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어릴 적부터 고집이 셌는지라 누군가를 위해 자존심을 꺾는 일은 절대 없었다.그 누군갈 위해 이런 이성적이지 못한 결정을 내린 적도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지금까지도 온승준이 박지연을 위해서가 아니라 유혜린과 잘 지내보라는 자신의 말에 화가 나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다.‘박지연과 같이 살면서 얼마나 큰 트라우마가 생겼겠어. 나는 그것도 모르고 금방 해탈한 애한테 새 여자를 만나보라고 강요하기만 하고. 얼마나 싫었겠어. 다 내 탓이야.’“엄마가 다신 다른 여자 만나보라고 강요하지 않을게. 혜린이랑도 거리 두면서 너무 가까이 지내지 않을게.”조수연이 온승준을 계속 달랬다.“승준아, 병원에서 널 얼마나 중히 여기는지 너도 알고 있잖아. 너만 원한다면 꼭 다시 받아줄 거야. 그러니까 원래 병원으로 돌아가.”그러나 온승준은 여전히 고집을 꺾지 않았다.“어머니, 아까도 말했지만 저 안 돌아갈 거예요.”“그 여자가 있는 병원에 가기만 해 봐. 이젠 너 같은 아들 없는 셈 치고 살 테니까!”조수연은 더는 화를 참지 못하고 호통쳤다.“어머니, 아버지랑 돌아가서 일찍 쉬세요. 그리고 제 결정은 변하지 않아요.”온승준이 미간을 어루만지며 말했다.“이런 불효자식 같으니라고!”온범준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온승준을 때리려고 할 때 조수연이 그를 막았다.“승준아, 지금 네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것 같은데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고 나중에 다시 얘기하도록 해.”온범준과 조수연이 떠난 후 온승준은 서재로 갔다.그는 책상 옆에 있는 솔로라는 글자가 새겨진 강아지 인형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그 인형은 금방 결혼했을 때 박지연이 산 인형이었다. 당시 그녀는 포장도 뜯지 않은 채 그의 어깨에 기대어 그에게 애교를 부렸다.“여보, 우리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나한테 꼭 행복하게 살라고 당부하셨는데 여보랑 결혼한 이후로 이미 너무 행복한걸.”박지연은 그의 어깨에 기댄 채 그의 귓가에 가까이 대고

  • 어게인, 비긴   제634화

    “은서야, 너 곽승재랑 결혼하고 이혼한 것도 다 네 집념 때문에 그런 거잖아. 따지고 보면 너도 연애 경험이 전혀 없는 모쏠과 마찬가지야. 진짜 사랑인지 무엇인지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잖아.”“민시후와 별로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네 편을 들어주고 널 관심해주는 걸 봐서는 연애 상대로 꽤 괜찮을 것 같은데. 만약 곽승재한테 진짜 미련 남지 않았다면 민시후한테 기회를 한 번 주면서 너도 진정한 연애를 시도해보는 건 어때?”박지연이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그러나 고은서는 전혀 새겨듣지 않았다.‘민시후처럼 종일 껄렁대며 기분 따라 행동하는 사람을 어떻게 믿어. 날 좋아한다고 해도 그저 날 놀리는 게 재밌어서 생긴 일시적인 감정이겠지.’고은서는 민시후한테 놀림 받기 싫었다.“내 얘기는 여기까지만 해. 어제 온승준이 일자리를 너희 병원으로 옮겼다며? 어떻게 된 거야?”고은서가 화제를 바꾸었다.박지연이 다니고 있는 병원은 사립병원이었다. 대우가 나쁜 편은 아니었으나 온승준이 원래 다니던 대학병원과 비하면 차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온승준이 다니던 대학병원은 해성뿐만 아니라 각 지방의 많은 환자가 소문 듣고 찾아갈 정도로 전국적으로 이름난 병원이었다.의사와 간호사들도 그 대학병원에 취직하지 못해 머리를 쥐어짜는 와중에 온승준이 갑자기 이직한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나도 우연하게 병원 동료들이 얘기하는 걸 들은 거야. 진짜 우리 병원으로 이직했는지 안 했는지는 귀찮아서 알아보지도 않았어.”박지연이 덤덤하게 답했다.“이혼한 게 후회되어서 너랑 같은 병원에 다니면서 네 마음을 다시 돌리려는 거 아니야?”“설령 진짜 우리 병원으로 이직했다고 해도 병원 측에서 높은 연봉을 내걸면서 데려오려고 한 거겠지.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이유가 있겠지. 내가 뭐라고 일을 자기 생명처럼 아끼는 사람을 이직하게 만들어.”박지연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그녀는 자신의 분수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온승준은 직장 일 외의 모든 일에 관심이 없었다.사랑이든 집안

  • 어게인, 비긴   제633화

    “고은서, 이게 그렇게 난감해할 문제야?”고은서가 한참 동안 대답이 없자 민시후가 짜증을 내며 물었다.‘비록 어이없는 요구이기는 하지만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선물 가격에는 요구가 있어?”고은서가 다시 확인했다.‘너무 비싸면 주기 싫은데.’“없어. 성의 없는 선물만 아니면 돼. 고은서, 너도 고씨 집안 아가씨잖아. 왜 이렇게 인색하게 구는 거야?”민시후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인색한 게 뭐가 어때서? 전생에 정신병원에 갇혔을 때 손에 돈만 있었으면 그렇게 하찮게 남은 인생을 보내지는 않았을 텐데.’그녀는 이번 생만큼은 돈을 아끼며 살 생각이었다.그런데 이런 말을 민시후한테 함부로 해서는 안 되었다.“알겠어. 내가 진짜 진심을 다해서 널 위한 선물을 준비할게.”“당연히 그래야지.”민시후가 그제야 마음에 든다는 듯 답했다.고은서는 이 틈을 타 원지훈에 관한 얘기를 꺼내면서 자신의 의문스러움을 말했다.그녀가 선물을 준비하겠다고 약속해서일까, 민시후는 아주 흔쾌히 돕겠다고 나섰다.“걱정하지마. 내가 조사해볼게.”고은서는 마음이 한결 놓이는 것 같았다.저녁에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박지연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고은서, 너 민시후한테 남다른 감정 품고 있는 것 같은데.”“남다른 감정?”“문제가 생기면 민시후한테 다 얘기해주잖아. 민시후를 엄청 신임하고 있는 것 같은데.”“사업 파트너로서 서로 신임하는 게 정상이 아니야?”고은서는 약간 어리둥절했다.“곽승재를 이렇게 신임해 본 적 있어? 이 일을 곽승재한테도 알려줄 거야?”“아니!”고은서가 단호하게 부인하며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 곽승재랑 백유미 사이 관계만 생각해도 이런 일을 곽승재한테 얘기할 리가 없잖아. 전에 여러 번 내 편을 들어줬다고 해도 백유미는 여전히 잘살고 있잖아.’“이거 봐. 이렇게 중요한 일을 곽승재한테는 안 알려주면서 민시후 하나만은 엄청 굳게 믿고 있잖아. 이게 남다른 감정을 가지도 있다는 표현이지.”박

  • 어게인, 비긴   제632화

    원지훈이 난감해하며 말했다. “백씨 기업 책임자도 누나랑 같은 생각이에요. 그런데 상대방 측에서 계약서를 수정하지 않으면 위약금을 내더라도 계약을 실행하지 않겠다면서 아무튼 손해를 보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면서 막무가내로 나오고 있다니까요.”고은서는 이 계약을 이대로 망치는 걸 원치 않았다. 계약이 성사되어야만 백씨 기업을 제대로 무너뜨릴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상대방에서는 대체 왜 그러는 거지?’원지훈은 자신도 모른다면서 요즘 이 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했다. 또 행여나 백유미한테 들키기라도 할까봐 부사장을 함부로 설득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지금 유일한 방법은 직접 상대방을 찾아가서 이러는 원인을 캐내는 거예요. 그래야 일이 쉽게 해결될 수 있어요.”원지훈이 자기 생각을 말했다.틀린 소리는 아니었지만 고은서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내가 더 고려해보고 이틀 후에 정확한 답을 줄게.”“저도 고민 끝에 생각해낸 방법이에요. 상대방이 너무 강하게 나와서 저도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요. 게다가 중요한 건 더 끌다가 백유미한테 들킬까 봐 걱정이에요.”원지훈이 조급해하며 말했다.“저 백씨 가문을 빨리 망가뜨리고 싶어요. 그런데 이번 기회를 잃게 되면 또 다른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잖아요.”“알겠어.”고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그녀는 전화를 끊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정말 이 일 때문에 이상하게 군 거라고?’그녀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민시후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민 대표님, 무슨 일이세요?”“고은서, 동물원 수속이 거의 다 완성되었는데 지금 시간 있어? 네 사인이 필요한데 내가 데리러 갈게.”이 일에 관해 고은서는 이미 대책을 생각해냈다.“내가 생각해 봤는데 동물원을 나 혼자 경영하기에는 무리일 것 같아. 그래서 안전하게 ZY 그룹 명의로 하는 건 어때?”고은서가 진심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럼 내가 부담 가질 필요도 없잖아. 행여나 망칠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

  • 어게인, 비긴   제631화

    ‘전에 은혜를 넘보지 말라고 경고한 이후로 쓸데없는 생각은 이미 접은 줄 알았는데 왜 또 구질구질하게 은혜한테 들러붙지 못해 안달이 난 거야?’고은서는 고은혜를 위안하면서 더는 원지훈이랑 애인 연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시끄러우면 그저 무시하라고 말했다.전화를 끊은 후, 고은서는 혼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최근 원지훈이랑 두 번 정도 통화했는데 별로 이상한 점은 느끼지 못했다.백승엽도 해외 전문가한테서 치료를 받는다고 하지만 골든 타임을 놓치는 바람에 기나긴 치료료정을 거치고도 오랫동안 서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아마 남은 인생을 휠체어에서 보내게 될 것이다.백유미는 회사 징벌을 받고 원래 자리는 내놓았지만 여전히 판주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나 범가온 말로는 요즘 별다른 일 없이 조용히 보낸다고 한다.백씨 기업에서 밀고 있는 프로젝트도 아직까지는 흠을 드러내지 않았다.하지만 고은서는 어딘가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원지훈이 예상 밖으로 일을 너무 쉽게 해결하는 것 같은데. 그리고 백유미도 자신을 엿먹인 사람이 민시후라는 걸 알면서도 가만있는다고? 원지훈은 그렇다 쳐도 적어도 나한테는 반격해야 하는 거 아니야?’고은서는 원지훈한테 연락해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원지훈은 한참 지나서야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세요?”고은서는 원지훈이 긴장해 하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누구한테도 꿀리지 않는 뻔뻔한 성격을 가진 그는 고은서와 대화할 때 예의는 지키는 편이었지만 그의 말투로부터 항상 거만함을 느낄 수 있었다.얼마 전에 전화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왜 긴장하고 있는 거지? 찔리는 곳이라도 있나?’고은서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별일은 아니고 너 은혜한테 고백했다며?”“저도 그럴 자격 없는 거 알아요. 그런데 제가 만나본 여자애 중에서 제일 좋은 거 어떡해요. 그저 기회라고 달라고 그런 거예요. 게다가 누나도 저에 관해 거의 꿰뚫고 있잖아요. 저 은혜한테 진짜 진심이에요. 절대 전처럼 이상한 생각 품고 그러는 거 아니란 말이에요.

  • 어게인, 비긴   제630화

    “그래서 나한테 물어보게 있다던 건 뭔데?”고은서가 말했다.“할아버지께서 전에 네 어머니가 엄청 훌륭한 퍼퓨머라고 하시면서 너도 네 어머니 재능을 물려받았다고 하시던데 혹시 비슷한 사례를 들어본 적 있냐 해서. 승연이를 안정시킬 향을 제작해줄 수 있을까?”그러나 고은서는 이런 일을 오늘 처음 듣는 것이었다.퍼퓸 제작도 상응한 난도가 있는 법. 보편적인 커스텀 향수라면 고객들이 말해주는 요구에 따라 시도해보겠지만 곽승연의 상황은 어찌 손을 댈래야 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곽승연 씨에 관해 아는 것도 없고 또 무얼 좋아하는지도 몰라서 약간 곤란할 것 같아.”고은서가 사실대로 말했다.“알겠어.”고은서는 아쉬워하는 곽승재를 보면서 위안해주려고 하다가 이내 타당치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 말을 도로 삼켰다.“별다른 일 없으면 먼저 가볼게.”“응.”고은서는 자신의 차에 올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곽승재는 점점 멀어지는 그녀의 차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다시 전미자 있는 거실로 들어갔다.“은서는 갔어?”전미자의 물음에 곽승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일부러 시간까지 짜내서 돌아와서는 왜 또 그렇게 덤덤하게 구는 거야? 그리고 브로치는 왜 주민기가 보냈다고 거짓말을 한 건데?”전미자는 말을 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할머니, 저한테 아무런 감정도 남지 않았대요. 심지어 제가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싫어해요. 제 모든 행동이 고은서 눈에는 그저 집착일 뿐이라고요.”곽승재가 답했다.“그러니까 전에 잘해주라고 할 때 잘해줄 것이지 그깟 자존심이 뭐라고. 지금 둘 사이가 이렇게 된 게 알고 보면 다 네 탓...어휴.”전미자는 풀이 죽은 곽승재를 보면서 더는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네 아버지가 며칠 전에 사람도 집안도 다 괜찮은 여자애 한 명이 있다고 나한테 널 대신 설득해 달라고 하던데 진짜 더는 기회가 없다 싶으면 한 번 만나봐.”“저 절대 다른 사람이랑 결혼 안 해요! 정략결혼은 더더욱 하지 않을 거고요.”곽승재가 결연한 태

  • 어게인, 비긴   제629화

    고은서가 누군지 고민하고 있을 때 전미자가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내가 쓸데없는 소리를 너무 많이 한 것 같네. 은서야, 승재가 너한테 준 건데 그냥 가져. 아무튼 전에도 선물 한 번 사주지 않았잖아. 그저 너한테 주는 보상이라고 생각해.”그녀의 말에 고은서의 집중력이 흐트러졌다.“아니에요, 할머니. 전에도 많이 받았어요. 액세서리도 포함해서요.”비록 그녀가 직접 산 것들이지만 곽승재의 카드를 긁었으니 어찌 보면 그가 선물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서운에서도 그녀에게 판다 팔찌를 선물한 적이 있다.“하나라도 더 가지면 뭐 어때.”그러나 전미자는 이내 무언갈 알아차리고 그녀에게 물었다.“승재한테 직접 돌려주는 대신 왜 나한테 가져온 거야? 승재가 또 널 화나게 했어?”“아니요. 그저 우리 사이에 이런 귀중한 선물을 받는 게 알맞지 않은 것 같아서요.”고은서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두 사람이 한창 얘기 나누고 있을 때 밖에서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하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은서는 눈살을 찌푸렸다.‘방금 그 엔진 소리 곽승재 차 엔진 소리였어?’그날 저녁 곽승재가 그녀에게 뺨을 맞은 후로 두 사람은 서로 연락하지 않았다.‘이 시간에 할머니 집엔 무슨 일로 찾아온 거지?’그녀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곽승재가 거실로 들어왔다.그는 평소처럼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확실히 다른 남자들과 달리 남다른 매력을 뿜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한없이 차가웠고 고은서를 무시한 채 전미자한테만 인사했다.“할머니.”“너 이 자식! 넌 은서가 안 보여? 인사할 줄도 몰라?”전미가 그를 비난했다.곽승재는 그제서야 고은서를 바라보며 덤덤하게 물었다.“여긴 무슨 일로 온 거야?”“브로치 돌려주러 온 거야. 네 선물 받는 게 난처하대.”전미자가 고은서 대신 대답했다.“넌 선물을 은서한테 직접 줄 것이지 왜 택배를 보내고 난리야.”“저도 잘 몰랐어요. 그냥 경매가 끝난 후 주민기한테 맡겼어요.”전미자는 덤덤한 곽승재를 보면서 순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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