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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작가: 류한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8-07 14:00:44
고은서는 웃으며 말했다.

“회사가 지난 몇 년 동안 침체기였잖아요. 곽씨 가문의 이름을 빌리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 더 곤란한 처지에 놓였을 거예요.”

외삼촌이 회사를 인수한 이후 잔뜩 들떠서 이전 임원들을 자신의 측근으로 교체하는 등 막무가내로 권력을 휘둘러 해를 거듭할수록 MQ의 발전은 악화됐다.

운 좋게도 남아있는 할아버지는 명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의리를 지키고 있기에 회사가 무너지지 않았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몸이 좋지 않고 기력도 딸려 삼촌에게 훈계를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지난해 그녀가 곽승재와 결혼하고 외삼촌이 곽씨 가문의 사돈이라는 명분으로 여러 차례 협업을 따내서야 겨우 사업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곽씨 가문에 계속 의존하는 건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어요. 전문 경영인을 고용하면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그래도 전문가들이라 우리에게 가져다줄 이익도 많고 삼촌보다 훨씬 잘할 텐데 더 좋지 않겠어요?”

고준석은 이 말을 듣고 다소 놀랐다.

“은서 네가 나이를 먹더니 철이 들었구나. 사업을 제대로 분석하고 있어.”

“할아버지, 놀리지 마세요.”

고은서가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

“할아버지, 제 제안 한번 고려해 주세요.”

고준석이 손녀의 간청을 뿌리칠 리 없었다.

“그래, 네 말도 일리가 있어. 며칠 후에 외삼촌과 상의해 볼게.”

“역시 할아버지가 제일 현명해요! 할아버지, 삼촌을 꼭 설득하셔야 해요!”

고준석은 고은서의 이마를 가볍게 톡 두드렸다.

“말해 봐, 웬일로 집안 사업에 신경을 쓰는 거야. 넌 곽승재 그놈만 바라보고 있잖아.”

“할아버지도 이제 저 다 컸다고 하지 않았어요?”

고은서는 고준석의 팔짱을 끼고 꼭 끌어안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아끼는 것들을 지키고 싶어요.”

전생에 그녀가 정신병원에 들어간 후 할아버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고, 자연스레 삼촌도 더 이상 회사를 지키지 못했다. 그녀가 죽음을 택하기 전 MQ는 이미 벼랑 끝에 몰려 있었다.

고은서는 할아버지의 피땀 눈물인 MQ가 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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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은숙은 불쾌한 듯 말했다. “은서야, 너도 M·Q에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회사 일에 이렇게 무관심해서야 되겠니? 거래가 성사되면 너에게도 이익이 될 텐데 말이야!”“어떻게 은서한테 승재에게 그런 부탁을 하라고 할 수 있지?” 고준석이 나섰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우리 고 씨 집안이 원래 높은 곳에 올라탔다고 보는데, 자꾸 사람을 귀찮게 하면 은서가 중간에서 어떻게 하겠나?”단은숙은 억울한 듯 말했다. “아버님도 지금 사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시잖아요. FY 그룹 쪽은 우리를 만나주지도 않아요. 그러데 그들이 GS 그룹과 교류가 있으니 승재가 나서면 이 일은 분명 성사될 거예요!”“그쪽이 만나주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야. 너희가 직접 해결책을 찾아야지 은서한테 승재를 찾아가라고 강요하는 건 아니지.”“하지만...”“더 이상 말하지 마. 너희가 알아서 해결해, 은서를 곤란하게 할 순 없어.” 고준석은 단호히 명령을 내렸다.고은서는 마음속으로 깊은 감동을 받았다. 언제나 외할아버지는 자신을 이렇게 보호해 주었다.“외숙모, 외할아버지 말씀이 맞아요. 뭐든 승재한테 의지할 순 없어요. 그러니 이번 일은 도와드릴 수 없어요.”단은숙은 한껏 실망했지만 마지못해 입을 다물었다.고은서는 결국 곽승재의 아내였고 아버지는 그녀만 보호해주었으니 그녀가 화를 내면 손해를 보는 건 자신이라고 생각해서였다.“외할아버지, 저 이제 가볼게요. 아까 말씀드린 일은 꼭 기억해주세요.”고은서는 말을 마치고 거실을 떠났다.“아버님, 은서가 무슨 일을 말씀드렸나요?” 단은숙은 긴장한 듯 물었다. 아버님은 이미 고은서한테 많은 지분을 줬는데 혹시 그 계집애가 더 원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고준석은 며느리의 생각을 읽고 고개를 저었다. “은서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욕심이 많지 않아. 내일 국성한테 돌아오라고 해.”...고은서는 안전하게 예원 별장으로 돌아왔다. 곽승재의 자주 사용하는 차가 이미 차고에 주차되어 있는 걸 보니 그가 돌아왔다는 걸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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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62화

    고은서는 갑자기 곽승재의 품속으로 몸을 던졌다. 은은한 남성의 향기가 코로 들어오자 그녀는 몸을 살짝 떨었다. 최근 그녀와 곽승재 사이에 몇 번의 예상치 못한 신체 접촉이 있었지만 이렇게 그의 품에 안긴 것은 처음이었다.그의 가슴은 강하고 뜨거웠으며 그 온도가 얇은 옷을 통해 전해졌다. 두 사람의 몸이 밀착되어 고은서는 곽승재의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까지 느낄 수 있었다. 전생에서 수없이 갈망하고 상상했던 포옹을 그녀는 이번 생에서 마침내 얻게 되었다.곽승재도 자신이 안고 있는 고은서의 향기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열이 나서 감각이 예민해진 듯했다. 고은서가 물처럼 그의 몸에 녹아드는 느낌이 들자 그의 호흡은 거칠어지고 급해졌다. 고은서의 부드럽고 촉촉한 느낌을 상상하면서 곽승재의 머릿속이 뜨거워졌고, 심지어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하지만 고은서는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는 미꾸라지처럼 옆으로 빠져나가 그의 품에서 빠르게 벗어났다. “곽승재, 당신 머리가 이상해진 거 아냐? 갑자기 내 방에 들어와서 이런 짓을 하다니!”고은서는 두 팔을 감싸며 얼굴을 붉힌 채 그를 노려보았다. 곽승재도 자신이 이상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도망치자 허전했고 그의 마음은 마치 무언가에 물린 것처럼 아릿하고 간지러웠다. 그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네 방이라니, 이건 우리 침실이야.”고은서는 화가 나서 웃음을 터트렸다. “당신이 이걸 침실로 사용한 적이 있기나 해? 그럼 지금까지는 손님으로 이 집에 살았단 말이야?”결혼 이후, 곽승재는 이 방에 거의 들어오지 않았고 여기서 자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 그는 이마를 문지르며 힘없이 말했다. “네 덕분에 할머니가 가정 의사를 보내서 내 몸을 검사하게 했어. 의사가 돌아가면 할머니가 분명히 상황을 물어볼 테니, 할머니의 꾸지람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 방에 온 거야.”이 말은 일리가 있었다. “그런데 이제 의사도 갔잖아, 왜 아직 여기 있는 건데?”“나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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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63화

    고은서의 말을 들은 곽승재는 눈을 감고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 고은서가 베개를 들고 몇 개의 객실을 둘러보니 침대는 텅 비어 있고 침구류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야 왜 곽승재가 그녀의 말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고은서는 소파에서 잘 수도 빈 침대에서 잘 수도 있었다. 하지만 왜 그녀가 그런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그녀는 베개를 안고 화가 난 채 다시 침실로 돌아왔다. 곽승재를 내쫓으려 했지만 그는 외할아버지와 영상 통화를 하고 있었다.“외할아버지, 은서가 왔어요.” 곽승재가 휴대폰을 그녀 쪽으로 돌리자 고은서는 급히 웃음을 지었다. “외할아버지, 이렇게 늦게까지 안 주무셨네요?”“네가 집에 도착하면 전화한다고 하지 않았니. 네 안전이 걱정돼서 그래.” 외할아버지가 이렇게 말하며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 베개는 어디서 온 거니?”“아, 옆방에서 가져온 거예요.”“승재가 좀 아프고 열이 있다고 하던데 잘 좀 돌봐줘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지 말고.”“알겠습니다, 외할아버지.”“그래, 너희 부부는 빨리 자. 외할아버지는 끊을게!”영상 통화가 끝나자 고은서가 침대 일로 다시 말하려 했지만 곽승재가 먼저 말했다. “네가 외할아버지께 나를 돌보겠다고 약속했잖아. 약속을 어기면 안 되지. 그렇지 않으면 외할아버지께 영상을 보낼 거야.”“...” 고은서는 할 말을 잃었다.곽승재가 정말 그렇게 유치한 짓을 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고은서는 그와 더 이상 다투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베개를 의자에 던져 놓고 욕실로 갔다.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오니 곽승재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더운 건지, 불편한 건지, 그의 잠옷 단추는 몇 개나 풀려 있었고 탄탄한 가슴 근육이 드러나 있었다. 고은서는 잠시 생각한 후 휴대폰을 꺼내 이 모습을 찍었다. 침대 위에 있는 분홍색 곰 인형도 함께 찍어 사진을 백유미에게 보냈다.백유미가 이런 일을 하는 걸 좋아하니까, 그녀도 똑같이 당해보라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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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64화

    명운이 곧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시점에서, 이런 자극적인 소식이 담긴 포스팅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온라인에서는 서인수를 비난하는 목소리, 복지시설의 어두운 면을 지적하는 목소리, 사회적 풍토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뒤섞였다. 물론, 서인수의 아내의 행동이 시원하다고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은서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어제 도아름의 말을 듣고 무언가를 할 줄은 예상했지만, 설마 서인수의 휴대폰을 이용해 직접 이런 포스팅을 올릴 줄은 몰랐다. 이렇게 되면 서인수와의 관계는 완전히 틀어졌고 명운은 자금 조달은커녕 명성과 매출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명운을 질투하는 사람들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고은서는 곧바로 도아름에게 ‘포옹’ 이모티콘을 보냈다. 지금 서인수의 집은 분명 혼란스러울 것이므로 그녀는 전화를 걸기보다는 이 정도의 무의미한 지원만 할 수 있었다. 도아름이 말한, 서인수가 없으면 명운에 투자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했다.....판주 투자은행 회의실에서는 모두의 표정이 무거웠다. 특히 백유미는 평소 온화한 모습과 달리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몇몇 고위 임원들은 어떻게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지 몰라 난감해하고 있었다.곧 곽승재가 주민기와 함께 회의실에 들어왔다. 그는 차갑게 방안을 둘러보고 회의실 중앙 자리에 앉아 힘차게 서류 한 묶음을 던졌다. “명운 사건에 대해 설명해봐요.”“조사할 때 서인수가 무고하다고 하지 않았나? 문제가 없다더니, 어떻게 그 사람 아내가 모든 것을 폭로할 수 있었던 겁니까?”모두가 두려움에 떨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할 때 백유미가 일어섰다. “제가 조사에 소홀했습니다. 서인수의 말을 믿은 제 잘못입니다. 어떠한 처벌도 받겠습니다.”곽승재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협력을 이루고자 하는 의욕은 좋지만, 너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 거야. 진실을 확인하지 않고 결정하는 바람에 이 사단이 난 거라고!”“이건 단순히 프로젝트를 잃는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들은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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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65화

    백유미의 분석은 정확했다. 서인수의 약점을 잡으려는 사람이나 이번 기회를 이용하려는 사람 모두 서인수의 아내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서인수의 아내는 이 정보를 알고, 빠르게 증거를 모아 서인수를 폭로했다. 서인수는 하루아침에 웃음거리가 되었고 명운은 스캔들로 인해 자금 조달과 상장 기회를 잃게 되었다. 더 중요한 건 판주 또한 서인수를 도와준 사실이 알려지면 비난을 받을 것이다.“모두에게 이익이 없는 것은 아니야,” 곽승재가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누군가가 프로젝트를 가져갈 수 없다는 걸 안다면, 그가 할 수 있는 건 혼란을 일으키는 거지.”백유미는 곧바로 반응했다. “미래 투자은행?”곽승재는 얇은 입술을 꽉 다물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백유미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여전히 옛날과 같네. 자신이 얻지 못하는 건 다른 사람도 가지지 못하게 하는 거.”“승재야, 서인수 사건이 발생했을 때 주변에서 민시후희 사람이 목격되었어. 그리고 비슷한 시각에 은서 씨가 술집에서 민시후한테 괴롭힘을 당했고.”“은서 씨한테 물어봤어? 그날 왜 민시후 술집에 갔는지, 민시후가 왜 은서 씨한테 해를 끼치려 했는지?”“뭘 말하고 싶은 거지?” 곽승재가 고개를 들어 백유미를 쳐다보았다.백유미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딱히 다른 의미는 없어. 그냥 좀 이상해서. 만약 민시후가 서인수의 정보를 미리 알았다면 왜 직접 해결하지 않고 술집에 있었을까?”곽승재가 막 화를 내기 전에 백유미는 서둘러 말했다. “잠깐만. 내 말 끝까지 들어봐. 전에 주 비서님이 가져온 계획서가 은서 씨가 만든 것 맞지?”곽승재는 부정하지 않았다.“먼저 말해두지만 나는 은서 씨 재능을 높이 평가해. 그래서 계획서를 보고 바로 지지했지. 그런데 우리가 그 계획서를 사용하기로 한 후 승재 넌 은서 씨가 판주에 오지 않고 후속 작업도 진행하지 않을 거라고 했어. 이상하잖아? 누가 그렇게 공을 들여 계획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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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66화

    훈련관에는 좋은 체격을 가진 사람들이 가득했다. 고은서는 금세 고민을 잊고 이를 훑어보았다. 물론 겉으로는 여전히 평온한 모습으로, 우아하고 냉정하게 행동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시선을 던졌고 고은서는 잠시 어색함을 느꼈다. 사실 예전의 그녀는 자신감이 넘치고 행동도 대담했다. 하지만 곽승재에게 무시당하면서 점점 자신을 의심하게 되었고, 점점 자신이 형편없다고 느끼게 되었다. 매일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성격은 점점 더 나빠지고 기괴해졌다.“어, 오셨네요!” 고은서가 탈의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려는 찰나 주인혁이 다가와 예의 바르고 친근하게 인사했다. “네, 오늘 시간 나서 연습 좀 하러 왔어요.” 고은서가 웃으며 말했다. “그쪽은 바쁘잖아요, 저기서 기다리는 사람도 있던데!”주인혁의 인기는 꽤 좋아 보였다. 그는 개인 트레이닝 수업도 하고 있었고 많은 여자들이 그의 수업을 듣고 싶어 했다. 명운이 그를 모델로 초빙할 수는 없겠지만 그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가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전 그냥 그쪽한테 인사드리러 왔어요. 연습하다가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세요.”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옷을 갈아입고 나서 고은서는 다른 수강생들과 함께 코치의 지도 아래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 후에는 체력 훈련과 기본기 연습을 했다. 고은서는 처음에는 간신히 따라갔지만 나중에는 완전히 지쳐버렸다. 너무 힘들어서 몸풀기, 체력 훈련, 기본기가 모두 지루하고 고되게 느껴졌다.“자, 계속해서 이 자세를 유지해요!” 코치가 엄격하게 호루라기를 불었다.평소에 운동을 잘 하지 않는 고은서는 더 이상 자세를 유지할 수 없어서 벽에 기대어 쉬기 시작했다.“저기요.”그때 문가에서 주인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랑 같이 연습해요. 덜 힘든 방법을 가르쳐 드릴게요.”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의 훈련 강도는 너무 높아서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주인혁은 고은서를 샌드백이 매달린 훈련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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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67화

    “좋아요, 인정할게요.” 고은서가 말했다. “시간 될지 확인해 보고 그쪽 개인 트레이닝 수업을 등록할게요!”주인혁은 급히 말했다. “수업을 살 필요 없어요. 공짜로 가르쳐 드릴게요.”“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고객을 밀어내다니, 내가 당신 수업을 선택한 건 당신을 인정했기 때문이에요. 잘 가르치지 못하면 바꾸면 그만이지 왜 공짜로 가르치려고 해요?”고은서의 논리적인 말에 주인혁은 설득되었다.“그럼 저 꼭 열심히 가르칠게요!”“그 정도는 돼야죠.”고은서는 돈을 지불하고 시간이 늦어지자 샤워를 한 후 가방을 들고 차를 타러 갔다. 그때 근육으로 가득한 남자가 갑자기 튀어나오더니 앞에 있던 사람에게 강하게 주먹을 휘둘렀다.“이 자식아, 또 내 고객을 빼앗아?”고은서가 고개를 들어보니 때리는 사람은 아까 함께 운동했던 코치였고, 맞을 뻔한 사람은 주인혁이었다. 왜 ‘맞을 뻔’ 했냐면 주인혁이 빠르게 피했기 때문이다.근육남은 어디서 쌍절곤을 집어 들었는지 주인혁의 얼굴을 거칠게 내리쳤다. 이렇게 밝고 잘생긴 남자애가 얼굴을 다치면 앞으로 아이돌이 될 수 있을까?고은서가 그들을 말리려고 하려는 순간 주인혁이 앞으로 팔을 뻗어 쌍절곤을 바로 잡았다. 고은서가 놀랄 새도 없이 화가 난 코치는 주인혁을 잡고 땅에 내던지려 했다. 주인혁도 만만치 않았다. 쓰러지는 순간, 그의 두 다리가 코치의 목을 감고 함께 넘어졌다.쾅!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 얽히며 싸우기 시작했다. 둘 다 훈련을 받은 사람이라 싸우는 모습은 마치 무술 공연을 보는 것 같았다. 서로 치고받았는데 한 방 한 방이 치명적이었다.“두 사람 다 일하기 싫은 거야?” 훈련관 매니저가 다가와 엄하게 꾸짖었다. “훈련관 규칙을 잊었어?”코치는 마지못해 주인혁을 놓아주며 화를 냈다. “이 자식이 내 고객을 자꾸 빼앗아 가잖아요! 그것도 꼭 예쁘고 돈 많은 사람들만 골라서! 아까도 내가 가르치고 있는데 이 자식이 가로채 갔어요! 내가 참을 수가 있어야지!”주인혁은 얼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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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서, 이게 그렇게 난감해할 문제야?”고은서가 한참 동안 대답이 없자 민시후가 짜증을 내며 물었다.‘비록 어이없는 요구이기는 하지만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선물 가격에는 요구가 있어?”고은서가 다시 확인했다.‘너무 비싸면 주기 싫은데.’“없어. 성의 없는 선물만 아니면 돼. 고은서, 너도 고씨 집안 아가씨잖아. 왜 이렇게 인색하게 구는 거야?”민시후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인색한 게 뭐가 어때서? 전생에 정신병원에 갇혔을 때 손에 돈만 있었으면 그렇게 하찮게 남은 인생을 보내지는 않았을 텐데.’그녀는 이번 생만큼은 돈을 아끼며 살 생각이었다.그런데 이런 말을 민시후한테 함부로 해서는 안 되었다.“알겠어. 내가 진짜 진심을 다해서 널 위한 선물을 준비할게.”“당연히 그래야지.”민시후가 그제야 마음에 든다는 듯 답했다.고은서는 이 틈을 타 원지훈에 관한 얘기를 꺼내면서 자신의 의문스러움을 말했다.그녀가 선물을 준비하겠다고 약속해서일까, 민시후는 아주 흔쾌히 돕겠다고 나섰다.“걱정하지마. 내가 조사해볼게.”고은서는 마음이 한결 놓이는 것 같았다.저녁에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박지연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고은서, 너 민시후한테 남다른 감정 품고 있는 것 같은데.”“남다른 감정?”“문제가 생기면 민시후한테 다 얘기해주잖아. 민시후를 엄청 신임하고 있는 것 같은데.”“사업 파트너로서 서로 신임하는 게 정상이 아니야?”고은서는 약간 어리둥절했다.“곽승재를 이렇게 신임해 본 적 있어? 이 일을 곽승재한테도 알려줄 거야?”“아니!”고은서가 단호하게 부인하며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 곽승재랑 백유미 사이 관계만 생각해도 이런 일을 곽승재한테 얘기할 리가 없잖아. 전에 여러 번 내 편을 들어줬다고 해도 백유미는 여전히 잘살고 있잖아.’“이거 봐. 이렇게 중요한 일을 곽승재한테는 안 알려주면서 민시후 하나만은 엄청 굳게 믿고 있잖아. 이게 남다른 감정을 가지도 있다는 표현이지.”박

  • 어게인, 비긴   제632화

    원지훈이 난감해하며 말했다. “백씨 기업 책임자도 누나랑 같은 생각이에요. 그런데 상대방 측에서 계약서를 수정하지 않으면 위약금을 내더라도 계약을 실행하지 않겠다면서 아무튼 손해를 보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면서 막무가내로 나오고 있다니까요.”고은서는 이 계약을 이대로 망치는 걸 원치 않았다. 계약이 성사되어야만 백씨 기업을 제대로 무너뜨릴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상대방에서는 대체 왜 그러는 거지?’원지훈은 자신도 모른다면서 요즘 이 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했다. 또 행여나 백유미한테 들키기라도 할까봐 부사장을 함부로 설득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지금 유일한 방법은 직접 상대방을 찾아가서 이러는 원인을 캐내는 거예요. 그래야 일이 쉽게 해결될 수 있어요.”원지훈이 자기 생각을 말했다.틀린 소리는 아니었지만 고은서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내가 더 고려해보고 이틀 후에 정확한 답을 줄게.”“저도 고민 끝에 생각해낸 방법이에요. 상대방이 너무 강하게 나와서 저도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요. 게다가 중요한 건 더 끌다가 백유미한테 들킬까 봐 걱정이에요.”원지훈이 조급해하며 말했다.“저 백씨 가문을 빨리 망가뜨리고 싶어요. 그런데 이번 기회를 잃게 되면 또 다른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잖아요.”“알겠어.”고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그녀는 전화를 끊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정말 이 일 때문에 이상하게 군 거라고?’그녀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민시후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민 대표님, 무슨 일이세요?”“고은서, 동물원 수속이 거의 다 완성되었는데 지금 시간 있어? 네 사인이 필요한데 내가 데리러 갈게.”이 일에 관해 고은서는 이미 대책을 생각해냈다.“내가 생각해 봤는데 동물원을 나 혼자 경영하기에는 무리일 것 같아. 그래서 안전하게 ZY 그룹 명의로 하는 건 어때?”고은서가 진심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럼 내가 부담 가질 필요도 없잖아. 행여나 망칠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

  • 어게인, 비긴   제631화

    ‘전에 은혜를 넘보지 말라고 경고한 이후로 쓸데없는 생각은 이미 접은 줄 알았는데 왜 또 구질구질하게 은혜한테 들러붙지 못해 안달이 난 거야?’고은서는 고은혜를 위안하면서 더는 원지훈이랑 애인 연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시끄러우면 그저 무시하라고 말했다.전화를 끊은 후, 고은서는 혼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최근 원지훈이랑 두 번 정도 통화했는데 별로 이상한 점은 느끼지 못했다.백승엽도 해외 전문가한테서 치료를 받는다고 하지만 골든 타임을 놓치는 바람에 기나긴 치료료정을 거치고도 오랫동안 서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아마 남은 인생을 휠체어에서 보내게 될 것이다.백유미는 회사 징벌을 받고 원래 자리는 내놓았지만 여전히 판주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나 범가온 말로는 요즘 별다른 일 없이 조용히 보낸다고 한다.백씨 기업에서 밀고 있는 프로젝트도 아직까지는 흠을 드러내지 않았다.하지만 고은서는 어딘가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원지훈이 예상 밖으로 일을 너무 쉽게 해결하는 것 같은데. 그리고 백유미도 자신을 엿먹인 사람이 민시후라는 걸 알면서도 가만있는다고? 원지훈은 그렇다 쳐도 적어도 나한테는 반격해야 하는 거 아니야?’고은서는 원지훈한테 연락해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원지훈은 한참 지나서야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세요?”고은서는 원지훈이 긴장해 하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누구한테도 꿀리지 않는 뻔뻔한 성격을 가진 그는 고은서와 대화할 때 예의는 지키는 편이었지만 그의 말투로부터 항상 거만함을 느낄 수 있었다.얼마 전에 전화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왜 긴장하고 있는 거지? 찔리는 곳이라도 있나?’고은서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별일은 아니고 너 은혜한테 고백했다며?”“저도 그럴 자격 없는 거 알아요. 그런데 제가 만나본 여자애 중에서 제일 좋은 거 어떡해요. 그저 기회라고 달라고 그런 거예요. 게다가 누나도 저에 관해 거의 꿰뚫고 있잖아요. 저 은혜한테 진짜 진심이에요. 절대 전처럼 이상한 생각 품고 그러는 거 아니란 말이에요.

  • 어게인, 비긴   제630화

    “그래서 나한테 물어보게 있다던 건 뭔데?”고은서가 말했다.“할아버지께서 전에 네 어머니가 엄청 훌륭한 퍼퓨머라고 하시면서 너도 네 어머니 재능을 물려받았다고 하시던데 혹시 비슷한 사례를 들어본 적 있냐 해서. 승연이를 안정시킬 향을 제작해줄 수 있을까?”그러나 고은서는 이런 일을 오늘 처음 듣는 것이었다.퍼퓸 제작도 상응한 난도가 있는 법. 보편적인 커스텀 향수라면 고객들이 말해주는 요구에 따라 시도해보겠지만 곽승연의 상황은 어찌 손을 댈래야 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곽승연 씨에 관해 아는 것도 없고 또 무얼 좋아하는지도 몰라서 약간 곤란할 것 같아.”고은서가 사실대로 말했다.“알겠어.”고은서는 아쉬워하는 곽승재를 보면서 위안해주려고 하다가 이내 타당치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 말을 도로 삼켰다.“별다른 일 없으면 먼저 가볼게.”“응.”고은서는 자신의 차에 올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곽승재는 점점 멀어지는 그녀의 차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다시 전미자 있는 거실로 들어갔다.“은서는 갔어?”전미자의 물음에 곽승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일부러 시간까지 짜내서 돌아와서는 왜 또 그렇게 덤덤하게 구는 거야? 그리고 브로치는 왜 주민기가 보냈다고 거짓말을 한 건데?”전미자는 말을 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할머니, 저한테 아무런 감정도 남지 않았대요. 심지어 제가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싫어해요. 제 모든 행동이 고은서 눈에는 그저 집착일 뿐이라고요.”곽승재가 답했다.“그러니까 전에 잘해주라고 할 때 잘해줄 것이지 그깟 자존심이 뭐라고. 지금 둘 사이가 이렇게 된 게 알고 보면 다 네 탓...어휴.”전미자는 풀이 죽은 곽승재를 보면서 더는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네 아버지가 며칠 전에 사람도 집안도 다 괜찮은 여자애 한 명이 있다고 나한테 널 대신 설득해 달라고 하던데 진짜 더는 기회가 없다 싶으면 한 번 만나봐.”“저 절대 다른 사람이랑 결혼 안 해요! 정략결혼은 더더욱 하지 않을 거고요.”곽승재가 결연한 태

  • 어게인, 비긴   제629화

    고은서가 누군지 고민하고 있을 때 전미자가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내가 쓸데없는 소리를 너무 많이 한 것 같네. 은서야, 승재가 너한테 준 건데 그냥 가져. 아무튼 전에도 선물 한 번 사주지 않았잖아. 그저 너한테 주는 보상이라고 생각해.”그녀의 말에 고은서의 집중력이 흐트러졌다.“아니에요, 할머니. 전에도 많이 받았어요. 액세서리도 포함해서요.”비록 그녀가 직접 산 것들이지만 곽승재의 카드를 긁었으니 어찌 보면 그가 선물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서운에서도 그녀에게 판다 팔찌를 선물한 적이 있다.“하나라도 더 가지면 뭐 어때.”그러나 전미자는 이내 무언갈 알아차리고 그녀에게 물었다.“승재한테 직접 돌려주는 대신 왜 나한테 가져온 거야? 승재가 또 널 화나게 했어?”“아니요. 그저 우리 사이에 이런 귀중한 선물을 받는 게 알맞지 않은 것 같아서요.”고은서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두 사람이 한창 얘기 나누고 있을 때 밖에서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하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은서는 눈살을 찌푸렸다.‘방금 그 엔진 소리 곽승재 차 엔진 소리였어?’그날 저녁 곽승재가 그녀에게 뺨을 맞은 후로 두 사람은 서로 연락하지 않았다.‘이 시간에 할머니 집엔 무슨 일로 찾아온 거지?’그녀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곽승재가 거실로 들어왔다.그는 평소처럼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확실히 다른 남자들과 달리 남다른 매력을 뿜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한없이 차가웠고 고은서를 무시한 채 전미자한테만 인사했다.“할머니.”“너 이 자식! 넌 은서가 안 보여? 인사할 줄도 몰라?”전미가 그를 비난했다.곽승재는 그제서야 고은서를 바라보며 덤덤하게 물었다.“여긴 무슨 일로 온 거야?”“브로치 돌려주러 온 거야. 네 선물 받는 게 난처하대.”전미자가 고은서 대신 대답했다.“넌 선물을 은서한테 직접 줄 것이지 왜 택배를 보내고 난리야.”“저도 잘 몰랐어요. 그냥 경매가 끝난 후 주민기한테 맡겼어요.”전미자는 덤덤한 곽승재를 보면서 순간 말

  • 어게인, 비긴   제628화

    곽승재는 순간 절망에 빠졌다.그는 두 사람 사이가 이대로 끝났다는 걸 차마 받아들일 수 없었다.‘나한테 정말 아무런 감정도 남지 않은 거야?’곽승재는 고은서를 한참 뚫어지라 쳐다보다가 뒤돌아 떠났다....그 후로 거의 두 주일 동안 곽승재는 고은서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민시후도 회사 일로 바삐 보내면서 그녀를 쫓아다니며 성가시게 굴지 않았다.그사이 고은서는 송민아를 데리고 제인 제약 투자 계약서를 완성했고 자세한 부분도 여러 담판을 거쳐 수정했다.이젠 정식으로 사인하고 계약을 체결만 하면 됐다.주인혁은 백주 앰버서더에 관한 계약서를 체결하기 위해 명운에 왔다가 그녀와 함께 밥 먹으러 가자고 약속했다.쌍방은 목적이 아주 명확했고 계약도 순리롭게 체결되었다.고은서는 주인혁과 밥 먹으러 가면서 도아름과 주인혁의 매니저까지 함께 가자고 불렀다.밥 먹을 때 매니저는 요즘 들어 주인혁한테 엄청 많은 요청이 들어온다면서 팬덤도 점점 안정되어 가고 있다고 했다.“한창 상승기라서 스캔들만 나지 않는다면 엄청 대박 날 애예요.”고은서는 매니저의 뜻을 단번에 알아차렸다.자선 파티 때 주인혁이 그녀를 엄청 많이 챙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녀가 사준 정장까지 입었는데 매니저도 은근슬쩍 눈치를 챈 모양인 것 같았다.그는 행여나 두 사람에 관한 스캔들이 날까 봐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저도 주인혁이 자신의 꿈을 꼭 실현할 거라고 믿고 있어요. 게다가 머리도 좋아서 사리 분별도 잘할 거예요.”고은서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주인혁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입술을 달싹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꼭 정상에 오르겠다고 약속했다.“지키고 싶은 사람을 지킬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할게요.”레스토랑에서 나오면서 도아름이 고은서를 보며 장난삼아 입을 열었다.“은서 씨, 저 남자애가 지키고 싶다고 한 사람이 은서 씨 맞죠?”고은서도 주인혁이 자신에게 남다른 감정을 품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전에 한 번 도와줬었는데 그 일로 제 이미지에 오해가 생긴 것 같아요.

  • 어게인, 비긴   제627화

    밖에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곽승재였다.고은서는 별로 놀랍지 않았다.‘딱 봐도 민시후에 관해 물으려고 찾아온 거겠지.’그러나 고은서는 곽승재에게 자신의 개인적인 일까지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그녀는 모르는 척 그를 무시할 생각이었다.그러나 곽승재는 이내 초인종 대신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이웃 사람들이 소음 소리를 참지 못하고 신고를 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관리 인원이 찾아와서 그를 제지했다.그러나 곽승재는 일부러 그들 앞에서 불쌍한 척했다.“제 아내가 저한테 화나서 저를 쫓아냈거든요.”그의 속임수에 넘어간 관리 인원들은 그 대신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사모님, 대화로 푸시고 얼른 문 여세요. 이웃 주민들도 휴식해야지 않겠습니까.”고은서는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었다.문밖에는 아파트 관리 인원 두 명과 셔츠만 입은 채 외투를 손에 들고 있는 곽승재가 서 있었다.곽승재는 피곤한 기색을 하고 서 있었는데 턱에 있는 상처까지 더하니 얼핏 보면 진짜 아내랑 싸우다 집에서 쫓겨난 남편 같았다.‘밥 먹을 때까진 괜찮더니 아까 아파트 단지 밑에서 둘이 또 싸운 거야?’“제 남편 아니에요. 일을 처리하기 전에 먼저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 아닌가요? 그리고 보안 좀 강화하세요. 아무 사람이나 함부로 막 들여서 되겠어요?”고은서가 관리 인원들을 향해 말했다.관리 인원 두 명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민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먼저 가보세요. 제가 담당자한테 얘기해 놓을게요.”원래도 곽승재를 보자마자 그의 범상치 않은 기품에 주눅이 들었던 관리 인원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내가 아주 확실하게 말한 것 같은데. 날 다신 찾아오지 말라고.”고은서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고은서, 너 정말 민시후 좋아하는 거야?”곽승재가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역시나 또 민시후였어.’“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고은서가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우린 이미 이혼한 사이야. 내가 누구랑 결혼하든...우읍!”그러나

  • 어게인, 비긴   제626화

    민시후가 진심 어린 말투로 말하면서 약간 억울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고은서는 순간 자신이 너무 심했나 하는 생각까지 들면서 마음이 약해졌다.‘송민아와의 약혼을 무효로 하면서 각종 시끄러운 일이 생긴 게 알고 보면 내 탓도 있는데.’“민시후, 나...”“쯧, 고은서, 이거 봐. 끝내는 나랑 말을 걸 거면서.”민시후가 장난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민시후, 너 진짜!”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때렸다.한때 격투기를 배웠는지라 주먹의 힘이 꽤 셌는데 그녀는 민시후가 당연히 피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녀의 예상과 달리 민시후는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았다.“너 괜찮아?”고은서가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아직도 화 안 풀렸어?”민시후가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보며 힘 빠진 목소리로 되물었다.고은서는 약간 어이가 없었다.“제발 이상한 짓 좀 그만해.”“고은서, 왜 자꾸 내가 장난친다고만 생각하는 거야? 편견 버리고 나 좋아해 주면 안 돼?”민시후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너...”“은서야!”바로 이때, 곽승재의 부름 소리가 들려왔다.그는 성큼성큼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곽승재가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은서는 더는 그를 상대하기 싫었다.“얼른 돌아가.”그녀는 민시후한테 한마디만 남기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곽승재가 그녀를 따라가려고 할 때 민시후가 그의 앞에 막아섰다.“곽승재, 고은서가 널 싫어하는 거 몰라서 이러는 거야? 이미 이혼한 주제에 그만 좀 집착해.”“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곽승재의 얼굴빛이 순간 차가워졌다.“적어도 고은서는 날 싫어하지 않고 나와 가까이 지내는 걸 꺼려하지 않...스읍!”민시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곽승재의 주먹이 먼저 날려왔다.곽승재는 방금전에 민시후가 룸에서 고은서한테 자신에게 기대라 할 때부터 그를 패고 싶었다.그런데 고은서를 향해 아양을 떠는 것도 모자라 이젠 그한테 시비까지 걸다니.

  • 어게인, 비긴   제625화

    고은서는 민시후와 곽승재가 건넨 음식을 먹는 대신 야채를 집으며 입을 열었다.“내가 알아서 먹을 테니까 신경 쓰지 마.”민시후는 살짝 불만을 표했다.“고은서, 처음으로 여자한테 이렇게 다정하게 대하는데 기회조차 주지 않는 거야?”고은서는 민시후를 향해 눈을 흘겼다.그러자 민시후는 금방 태도를 바꿨다.“알았어. 알았어. 그만할 테니까 많이 먹어.”곽승재는 입술을 짓씹으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민시현은 그 장면을 지켜보며 무표정하게 식사를 이어 나갔다.식사가 끝날 때까지 민시현은 민시후와 그녀의 사이를 묻지 않았다.고은서는 민시현이 이미 그녀의 상황을 알아보고 민시후와의 관계도 얼마간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오늘 이 자리는 커플이라고 생각되는 우리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하는게 아니라 우회적으로 민시후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경고하는 자리네.’어차피 정말 민시후와 사귀는 사이가 아니었기에 민시현이 어떤 행동을 하던 고은서는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식사가 끝나자 고은서는 자신의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하며 일어섰는데 종업원이 따뜻한 차를 내왔다.민시현이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은서 씨, 시간도 아직 이른데 차 한 잔 하시면서 입가심하시죠.”“됐어! 그만 해! 저녁 내내 가면 쓰고 있는 거 답답하지도 않아?”고은서가 뭐라 하기도 전에 민시후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민시현,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어. 그냥 고은서랑 곽승재 사이를 나한테 다시 상기시켜 주고 싶었던 거잖아. 미리 얘기하는데 난 그런 것들 신경 안 써. 나는 고은서가 좋아.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나랑은 상관없어.”“너!”하지만 민시후는 민시현이 뭐라 할 틈도 주지 않고 고은서의 가방을 들고 입을 열었다.“가자.”건물 밖으로 나와 신선한 공기를 맡으니 고은서는 숨이 조금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이번 식사는 정말 숨 막힐 뻔했다.“배 안 불렀지? 네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다시 먹으러 갈까?” 민시후가 차 문을 열며 물었다.“배불러!”고은서가 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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