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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9화

작가: 류한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19 19:00:00
곽승재는 기념일을 함께 보내지 않아서 화가 나서 뛰어내렸다고만 생각하며 이혼을 요구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고은서가 방법을 바꿔서 매달린다고 여기고 결국은 후회할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고은서의 결심은 더 확고해졌고 고은서는 여러 이유를 들었지만 곽승재는 여전히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고은서가 꿈에 관해 얘기하자 곽승재는 고은서가 꿈속에서 겪은 비참함을 떠올리며 마음이 아파졌다.

...

고은서가 세안 후 방을 나왔을 때 곽승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고은서는 그가 어디 갔는지 신경 쓰지 않고 짐을 정리한 후 기지를 들러 귀여운 아기판다들을 보고 오후 비행기를 타고 해성으로 돌아갔다.

이륙 전 고은서는 늦게 온 곽승재를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곽승재는 그녀 옆에 앉아 작은 보석함을 건넸다.

“은서야, 선물이야.”

보석함을 열어보니 안에는 판다 모양의 금팔찌가 들어있었다. 팔찌 참들은 하나같이귀여운 판다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정교하고 특별했다.

곽승재가 아침 내내 보이지 않았던 이유가 이 팔찌를 제작하느라 그랬다는 것을 고은서는 바로 눈치챘다.

“이전에는 제대로 선물 준 적이 없잖아. 네가 판다를 좋아한다고 해서 특별히 주문 제작한 거야.”

곽승재는 아침에 아무런 대화를 한 적도 없다는 듯이 차분히 말을 이었다.

“금은 재물을 불러들인다고 해. 네가 좋아하는 판다와 함께 착용하면 일석이조라고 하더라.”

다른 보석이라면 거절했겠지만 판다 모양의 팔찌는 처음 본 것이기도 했고 아래 이니셜이 각인되어 있어 고은서는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얼마야? 이체해 줄게.”

고은서가 말했다.

“은서야, 이건 선물이야. 날 너무 밀어내지 마.”

고은서는 팔찌를 꺼내며 말을 이었다.

“그럼 네가 재혼할 때 축의금 많이 내줄게.”

“다른 사람이랑 결혼할 생각 없어.”

고은서가 팔찌를 착용하려고 하자 곽승재가 나섰다.

“내가 도와줄게.”

“괜찮아.”

고은서가 곽승재의 손을 피하며 팔찌를 착용했다.

“그러면 이 팔찌는 내 재혼 선물을 미리 받은 걸로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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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서는 곽승재의 모습을 보고 화내지 않고 말했다“결혼 선물은 미리 고마워.”말을 마친 고은서는 팔찌를 잠시 감상하다가 핸드폰을 들고 앨범을 정리했다.두 시간 정도 지나자 비행기는 해성에 도착했다.고은서가 착륙하자 민시후에게서 연락이 와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곽승재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그를 알아본 사람에게 잡혀 한참 인사를 나눴다.고은서는 그 틈에 먼저 밖으로 향했다.주차장에 다다르자 민시후는 정말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여느 때처럼 눈에 띄는 스포츠카를 몰고 하얀색 바지를 입은 채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었다.차 옆에 기대 서 있는 민시후는 자유분방하면서도 멋진 모습이었다.“은서야, 여기!”그녀를 보자 민시후는 선글라스를 벗으며 손짓했고 그녀 쪽으로 걸어왔다.고은서는 민시후 쪽으로 가려고 했으나 갑자기 큰 손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뒤돌아보니 어느새 따라 나온 곽승재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왜 나 안 기다렸어? 운전기사가 우리 기다리고 있어. 내 차 타.”고은서가 답하기도 전에 민시후가 이미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곽 대표, 자꾸 나랑 은서가 같이 있는 걸 방해하는데 내가 매번 참을 거로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곽승재의 눈빛이 즉시 어두워졌다.고은서는 공항 라운지에서의 상황이 재현되는 것을 원치 않아 곽승재의 손을 뿌리치고 민시후의 소매를 잡아끌며 말했다.“가자.”“은서를 봐서라도 오늘은 그냥 넘어간다.”민시후는 곽승재를 향해 냉소적으로 말했다.차에 올라탄 고은서는 안전벨트를 매고 민시후에게 빨리 가자고 재촉했다. 그녀는 더 이상 주목받고 싶지 않았다.민시후도 망설이지 않고 엑셀을 밟았다.“곽 대표, 먼저 갈게.”곽승재 옆을 지나갈 때 민시후는 일부러 그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곽승재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이를 본 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민시후를 째려보며 말했다.“민 도련님. 제발 유치하게 굴지 않으면 안 돼?”민시후가 콧방귀를 뀌며 답했다.“곽승재가 나를 집으로 쫓아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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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561화

    고은서는 단호히 거절했다.민시후도 굳이 고집하지 않고 말했다.“그러면 내일 시간 내서 우리 형 좀 만나줘.”고은서는 어리둥절했다.“내가 왜 너희 형을 만나야 해? 만나서 뭐 하게.”고은서가 놀라서 물었지만 민시후는 느긋하게 답했다.“어떤 여자가 내 마음을 훔쳤는지 궁금해서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거겠지.”고은서는 말문이 막혔다.“민시후, 너희 형을 만나는 건 절대 안 돼. 네가 적당한 이유 만들어서 거절해.”고은서가 단호히 말했다.“내가 왜 널 도와야 하지?”고은서는 할 말을 잃었다.“이게 날 돕는 거야? 우리 둘 사이에 아무 일도 없다는 거 네가 제일 잘 알잖아. 그런데 왜 해명 한마디도 안 하고 직접 거절하지도 않아?”민시후가 귀를 파며 답했다.“우리 스캔들이 퍼지지 않은 건 우리 형 덕분이기도 하거든. 내가 해명하면 믿을 것 같아?”고은서는 기가 막혔다.“그건 네가 자초한 일이잖아. 굳이 내 방에서 두 시간씩이나 붙어 있었으니 말이야. 민씨 가문 체면이 문제가 아니라 너는 내 체면을 깍고 싶은 거겠지!”“나도 민씨 가문 체면을 좀 깎아내리고 싶은데 그 집 사람들이 원치 않으니 어쩔 수 없잖아.”민시후가 능청스럽게 말을 이었다.“게다가 내가 그러지 않았으면 네가 무사히 곽승재랑 이혼할 수 있었겠어? 됐어. 이번엔 내가 한 번 도와줄게. 혼자 형 만나러 가면 되지 뭐. 대신 조건이 있어. 내가 너랑 사촌 동생 집까지 바래다줄게.”고은서는 의심스러운 눈길로 민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왜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날 데려다주겠다는 거야? 또 무슨 속셈이 있는 거 아니야?”빨간불 때문에 앞 차가 멈춰서자 민시후도 브레이크를 밟으며 장난스럽게 고은서를 보며 말했다.“그냥 너희 집사람들이 네 옆에 나 같은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하고 싶어서.”“알면 뭐가 달라지기라도 해?”고은서가 물었다.앞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민시후는 고개를 돌리며 답했다.“고은서, 네 EQ는 외모에 몰빵된 거야? 가족들이 알게 되면 그때 가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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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고 싶으면 곱게 죽지, 투신자살은 왜 한대?”혐오감이 잔뜩 담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난들 곱게 죽고 싶지 않...”고은서는 문득 곽승재의 말에서 이상한 느낌을 감지했다.그녀가 대체 언제 투신자살했단 말이지?“사모님, 드디어 깼군요.”이때, 도우미 이미숙이 물과 약을 들고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머리가 아프시죠? 의사 선생님께서 가벼운 뇌진탕 증상이 있다고 해서 약 처방해주셨는데 지금 드실래요?”고은서는 널찍한 침실에 누워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이미숙의 말에 대답하는 것조차 까먹었다.실내 인테리어를 봐서는 예전의 곽씨 일가 별장 같았다.정신병원에 입원한 이후로 2년이 넘도록 발길이 끓긴 곳이지 않은가?설마 곽승재가 그녀를 다시 집으로 데려왔단 말인가?아니, 그럴 리가 없었다. 칼로 심장을 찌른 이상 설령 살아있더라도 수술실에 실려 갔을 테니까.고은서는 서둘러 고개를 숙여 가슴을 확인해봤는데 멀쩡하기만 했다.그리고 머리와 손목에는 의료용 거즈가 둘둘 감겨 있었다.곽승재는 눈살을 찌푸린 채 때로는 괴로워하고 때로는 경악을 금치 못하는 그녀의 표정을 바라보며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짜증을 꾹꾹 눌러 담았다.“나중에 투신자살하고 싶으면 더 높은 곳에 올라가. 고작 2층에서 떨어진다고 죽진 않으니까.”싸늘한 말 한마디를 끝으로 그는 기다란 다리를 움직여 방을 나섰다.고은서는 곽승재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자기 몸 상태를 살피기 바빴다.2년 넘게 정신병원에 갇혀 있으면서 안색은 이미 초췌하다 못해 창백했고, 살이 쏙 빠져 장작처럼 삐쩍 말랐지만 지금은 피부가 뽀얗고 매끈하니 탄력까지 넘쳤다.몸과 팔뚝에도 간병인과 환자들 때문에 난 상처와 멍을 찾아볼 수 없었다.“사모님, 도련님께서 화가 난 나머지 말을 좀 심하게 했을 뿐이에요.”이미숙은 그녀가 상처받은 줄 알고 조심조심 위로했다.“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이따가 도련님과 잘 얘기...”“아줌마! 오늘 며칠이죠?”고은서는 아연실색하며 황급히 이미숙의 말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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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2화

    "고은서, 이제 그만해! 대체 언제까지 소란 피울 거야?”곽승재가 버럭 화를 내며 타박하자 고은서는 말없이 냉소를 지었다.자기 와이프를 대하는 태도가 어쩌면 남보다 더 못할 수 있단 말인가?“승재야, 화내지 마.”고은서가 입을 열기도 전에 백유미가 먼저 말을 꺼내더니 설명을 보탰다.“은서 씨, 승재가 오늘 내 생일 파티에 참여하려고 찾아온 건 아니야. 사실 우리 아빠가 오랜만에 보고 싶다고 해서 가볍게 저녁이나 같이 먹으려고 집으로 초대했는데 이렇게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줄은 몰랐어. 게다가 은서 씨가 다쳤다는 소리를 듣고 마음에 걸려 서둘러 해명하러 달려왔거든. 다 내 탓이니까 이제 그만 화 풀어.”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긋나긋한 말투로 사과하는 백유미의 모습은 진정성이 가득했다.고은서는 3년 전에도 백유미가 집까지 찾아와서 똑같은 변명을 했던 거로 기억했다.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는 침실이었다.당시 백유미의 말을 듣고 나서 나란히 서 있는 선남선녀를 보자 열이 확 올랐다.이내 악을 쓰며 백유미에게 꺼지라고 했고, 탁자에 놓인 꽃병을 집어던지기도 했다.꽃병에 머리를 부딪힌 백유미는 피를 철철 흘리며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곽승재는 노발대발하면서 곧바로 백유미를 안고 병원으로 데려가 몇 날 며칠이나 돌봐주었다.그러고 나서 두 사람의 관계는 점점 소원해졌다.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화를 돋우는 말이었지만, 이제 고은서의 마음에 아무런 파장을 일으키지 못했다.심지어 대수롭지 않게 미소 짓는 여유까지 되찾았다.“유미 씨, 멀리서 해명하러 여기까지 찾아오느라 애썼네. 나 화 안 났어. 아버님께서 승재를 식사에 초대하셨다며? 얼른 가 봐. 연장자를 기다리게 할 수는 없지.”백유미는 고은서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살짝 당황했다.곽승재도 미간을 찌푸렸다.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상황이란 말이지?자신에게 혼났는데 울고불고 떠들기는커녕 백유미와 밥 먹으러 가라고 흔쾌히 보내주기까지 하다니?분명 2시간 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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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3화

    그녀를 가장 아끼는 분이지만, 전생에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모습도 보지 못했다.이번 생에는 반드시 곁에서 효도하여 외할아버지를 실망시켜 드리지 않으리라 다짐했다.고은서는 몸이 만신창이라 당분간 외할아버지 만나러 갈 수가 없었다.결국 설렘과 간절함을 애써 억누르고 며칠 후에 찾아뵙기로 약속했다.전화를 끊고 나서 고은서는 테라스에 앉아 지난 일들을 회상했다.18살이 되던 해, 사랑에 막 눈을 뜨기 시작한 그녀는 자신을 ‘구해준’ 곽승재에게 첫눈에 반했다.사랑에 빠진 소녀는 체면 불고하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 남자에게 대시했지만, 끝내 마음을 사로잡는 데 실패했다.대학 졸업할 때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린 곽승재의 할머니 전미자가 둘이 혼인신고 하도록 적극 추진한 덕분에 사모님이라는 자리를 꿰차게 되었다.비록 곽승재는 대놓고 그녀를 싫어했지만, 언젠간 그의 마음을 사로잡을 거라는 이름다운 환상을 줄곧 품고 있었다.결혼하고 나서 6개월이 지나자 백유미가 귀국해서 곽승재의 회사에 입사했다.두 사람 사이의 남다른 인연은 그녀에게 어쩌면 곽승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겨주었다.결국 점점 초조해지면서 떼를 부리기 시작했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해 확인받고 싶었다.하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그녀가 투신자살로 협박하는 바람에 곽승재과 백유미의 사이는 갈수록 돈독해졌고, 곽승재가 집에 돌아오는 횟수도 점차 줄어들었다.절망에 빠진 그녀는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전미자에게 도움을 청했고, 곽승재와 단둘만의 시간을 갖도록 출국할 기회를 만들어달라고 했다.하지만 출국 전날, 뜻하지 않게 집에 강도가 들어 불까지 지핀 탓에 백유미는 자칫 목숨마저 잃을 뻔했다. 심지어 범인을 붙잡았는데 다름 아닌 그녀가 시켰다고 딱 잡아뗐다.이 사건은 곽승재의 인내심을 바닥나게 한 계기가 되었고, 입이 아프게 변명해봤자 그녀를 감옥에 보내겠다고 대쪽 같이 밀어붙였다.결국 외할아버지의 설득과 전미자의 도움을 받아 옥살이는 면하게 하겠다는 대답을 어렵게 받아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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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4화

    고은서가 몸을 홱 돌렸다.“누가 버리라고 했죠? 당장 주워요.”프런트 직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어차피 대표님은 볼 생각도 없을 텐데 굳이 헛수고할 필요 있어요? 그동안 챙겨온 물건도 다 버리라고 했거든요.”당시 고은서는 곽승재가 일하는 게 힘들까 봐 번거로움도 마다하지 않고 음식이며, 옷이며, 스트레스 해소용 장난감마저 가져다주었다.게다가 로맨스 소설 여주인공처럼 속마음을 담은 편지를 써서 보내기도 했다.하지만 결국은 진심이 무자비하게 짓밟히는 꼴이라니.어떻게 고작 프런트 직원이 감히 그녀의 물건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냐는 말이다.고은서는 싸늘한 시선으로 프런트 직원을 노려보았다.“대표님이 보든 말든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내 물건을 함부로 버리죠? 얼른 챙기지 못해요?”여자는 납득할 수 없다는 듯 입을 삐죽거렸다.“알겠어요, 다시 챙기면 되잖아요. 목을 매서 겨우 대표님을 만난 주제에 어디서 사모님 행세를 하는 건지, 참.”“무슨 일이죠?”그녀에게 사과를 요구하려던 찰나, 남자의 무뚝뚝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이내 고개를 돌리자 곽승재의 비서 주민기가 눈에 들어왔다.그리고 주민기 옆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검은색 프리미엄 맞춤 정장 차림의 곽승재였다.훤칠한 키에 수려한 외모, 비록 안색이 싸늘하다 못해 얼음장 같았지만 비주얼 자체가 워낙 훈훈한지라 오히려 남성미를 한층 더 부각했다.만약 예전이었다면 그를 만날 때마다 고은서는 떨림을 주체하지 못하고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수줍게 이름을 불렀을 테지만, 지금은 입도 벙긋하기 싫었다.“사모님, 안녕하세요.”주민기가 예의상 인사를 건넸다.득의양양한 얼굴로 잽싸게 대답하는 예전과 달리 고은서는 시종일관 시큰둥했다.어차피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곽승재가 인정한 아내가 아니었다.남들이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처세술에 불과했으니까.“무슨 일이지?”고은서가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 꿈에도 모르는 곽승재는 프런트 직원에게 다시 물었다.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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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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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서는 단호히 거절했다.민시후도 굳이 고집하지 않고 말했다.“그러면 내일 시간 내서 우리 형 좀 만나줘.”고은서는 어리둥절했다.“내가 왜 너희 형을 만나야 해? 만나서 뭐 하게.”고은서가 놀라서 물었지만 민시후는 느긋하게 답했다.“어떤 여자가 내 마음을 훔쳤는지 궁금해서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거겠지.”고은서는 말문이 막혔다.“민시후, 너희 형을 만나는 건 절대 안 돼. 네가 적당한 이유 만들어서 거절해.”고은서가 단호히 말했다.“내가 왜 널 도와야 하지?”고은서는 할 말을 잃었다.“이게 날 돕는 거야? 우리 둘 사이에 아무 일도 없다는 거 네가 제일 잘 알잖아. 그런데 왜 해명 한마디도 안 하고 직접 거절하지도 않아?”민시후가 귀를 파며 답했다.“우리 스캔들이 퍼지지 않은 건 우리 형 덕분이기도 하거든. 내가 해명하면 믿을 것 같아?”고은서는 기가 막혔다.“그건 네가 자초한 일이잖아. 굳이 내 방에서 두 시간씩이나 붙어 있었으니 말이야. 민씨 가문 체면이 문제가 아니라 너는 내 체면을 깍고 싶은 거겠지!”“나도 민씨 가문 체면을 좀 깎아내리고 싶은데 그 집 사람들이 원치 않으니 어쩔 수 없잖아.”민시후가 능청스럽게 말을 이었다.“게다가 내가 그러지 않았으면 네가 무사히 곽승재랑 이혼할 수 있었겠어? 됐어. 이번엔 내가 한 번 도와줄게. 혼자 형 만나러 가면 되지 뭐. 대신 조건이 있어. 내가 너랑 사촌 동생 집까지 바래다줄게.”고은서는 의심스러운 눈길로 민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왜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날 데려다주겠다는 거야? 또 무슨 속셈이 있는 거 아니야?”빨간불 때문에 앞 차가 멈춰서자 민시후도 브레이크를 밟으며 장난스럽게 고은서를 보며 말했다.“그냥 너희 집사람들이 네 옆에 나 같은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하고 싶어서.”“알면 뭐가 달라지기라도 해?”고은서가 물었다.앞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민시후는 고개를 돌리며 답했다.“고은서, 네 EQ는 외모에 몰빵된 거야? 가족들이 알게 되면 그때 가서 다

  • 어게인, 비긴   제560화

    고은서는 곽승재의 모습을 보고 화내지 않고 말했다“결혼 선물은 미리 고마워.”말을 마친 고은서는 팔찌를 잠시 감상하다가 핸드폰을 들고 앨범을 정리했다.두 시간 정도 지나자 비행기는 해성에 도착했다.고은서가 착륙하자 민시후에게서 연락이 와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곽승재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그를 알아본 사람에게 잡혀 한참 인사를 나눴다.고은서는 그 틈에 먼저 밖으로 향했다.주차장에 다다르자 민시후는 정말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여느 때처럼 눈에 띄는 스포츠카를 몰고 하얀색 바지를 입은 채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었다.차 옆에 기대 서 있는 민시후는 자유분방하면서도 멋진 모습이었다.“은서야, 여기!”그녀를 보자 민시후는 선글라스를 벗으며 손짓했고 그녀 쪽으로 걸어왔다.고은서는 민시후 쪽으로 가려고 했으나 갑자기 큰 손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뒤돌아보니 어느새 따라 나온 곽승재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왜 나 안 기다렸어? 운전기사가 우리 기다리고 있어. 내 차 타.”고은서가 답하기도 전에 민시후가 이미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곽 대표, 자꾸 나랑 은서가 같이 있는 걸 방해하는데 내가 매번 참을 거로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곽승재의 눈빛이 즉시 어두워졌다.고은서는 공항 라운지에서의 상황이 재현되는 것을 원치 않아 곽승재의 손을 뿌리치고 민시후의 소매를 잡아끌며 말했다.“가자.”“은서를 봐서라도 오늘은 그냥 넘어간다.”민시후는 곽승재를 향해 냉소적으로 말했다.차에 올라탄 고은서는 안전벨트를 매고 민시후에게 빨리 가자고 재촉했다. 그녀는 더 이상 주목받고 싶지 않았다.민시후도 망설이지 않고 엑셀을 밟았다.“곽 대표, 먼저 갈게.”곽승재 옆을 지나갈 때 민시후는 일부러 그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곽승재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이를 본 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민시후를 째려보며 말했다.“민 도련님. 제발 유치하게 굴지 않으면 안 돼?”민시후가 콧방귀를 뀌며 답했다.“곽승재가 나를 집으로 쫓아낸

  • 어게인, 비긴   제559화

    곽승재는 기념일을 함께 보내지 않아서 화가 나서 뛰어내렸다고만 생각하며 이혼을 요구한다고 생각했다.그는 고은서가 방법을 바꿔서 매달린다고 여기고 결국은 후회할 거라고 믿고 있었다.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고은서의 결심은 더 확고해졌고 고은서는 여러 이유를 들었지만 곽승재는 여전히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고은서가 꿈에 관해 얘기하자 곽승재는 고은서가 꿈속에서 겪은 비참함을 떠올리며 마음이 아파졌다....고은서가 세안 후 방을 나왔을 때 곽승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은서는 그가 어디 갔는지 신경 쓰지 않고 짐을 정리한 후 기지를 들러 귀여운 아기판다들을 보고 오후 비행기를 타고 해성으로 돌아갔다.이륙 전 고은서는 늦게 온 곽승재를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곽승재는 그녀 옆에 앉아 작은 보석함을 건넸다.“은서야, 선물이야.”보석함을 열어보니 안에는 판다 모양의 금팔찌가 들어있었다. 팔찌 참들은 하나같이귀여운 판다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정교하고 특별했다.곽승재가 아침 내내 보이지 않았던 이유가 이 팔찌를 제작하느라 그랬다는 것을 고은서는 바로 눈치챘다.“이전에는 제대로 선물 준 적이 없잖아. 네가 판다를 좋아한다고 해서 특별히 주문 제작한 거야.”곽승재는 아침에 아무런 대화를 한 적도 없다는 듯이 차분히 말을 이었다.“금은 재물을 불러들인다고 해. 네가 좋아하는 판다와 함께 착용하면 일석이조라고 하더라.”다른 보석이라면 거절했겠지만 판다 모양의 팔찌는 처음 본 것이기도 했고 아래 이니셜이 각인되어 있어 고은서는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얼마야? 이체해 줄게.”고은서가 말했다.“은서야, 이건 선물이야. 날 너무 밀어내지 마.”고은서는 팔찌를 꺼내며 말을 이었다.“그럼 네가 재혼할 때 축의금 많이 내줄게.”“다른 사람이랑 결혼할 생각 없어.”고은서가 팔찌를 착용하려고 하자 곽승재가 나섰다.“내가 도와줄게.”“괜찮아.”고은서가 곽승재의 손을 피하며 팔찌를 착용했다.“그러면 이 팔찌는 내 재혼 선물을 미리 받은 걸로 할

  • 어게인, 비긴   제558화

    “너와 단둘이 해외로 가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노력해 보겠다고 할머니한테 부탁했어. 하지만 해외로 가기 전날 백유미 집에 누군가가 들어와 집을 털고 방화까지 했다고 했어. 범인이 잡히자 그 사람은 내가 시킨 거라고 했어. 너는 내 말을 믿지 않았고 나를 정신병원에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가둬놨어. 심지어 너는 백유미랑 결혼하려고 변호사를 보내 이혼 계약서에 사인하라고 강요했잖아!”고은서가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나는 정신병원에서 인간답지 못한 삶을 살았어.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해서 위암까지 걸렸어. 나는 내가 오래 살지 못할 걸 알았기에 외할아버지에게 마지막 인사라도 드리려고 했어. 할머니가 준 팔찌를 팔아서라도 너와 한 번만이라도 만나려고 했지만 내가 아무리 부탁하고 빌어도 너는 나를 내보내 주지 않았어. 내가 너와 백유미의 결혼을 방해할까 봐 두려워서.”곽승재가 정신병원에서 보였던 냉담한 표정과 그녀가 빨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듯한 싸늘한 시선이 떠오르자 고은서는 목이 막힌 듯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환생한 지 몇 달 지났고 곽승재가 이전보다 그녀에게 잘해주고는 있지만 그 기억은 여전히 고은서를 분노와 절망으로 몰아넣었다.곽승재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멈췄다.그는 여러 가능성을 떠올렸었지만 고은서가 꿈 때문에 한순간에 태도를 바꿀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곽승재, 비록 꿈에 불과하지만 내가 예전처럼 너에게 매달리면 꿈에서처럼 일이 진행되지 않았을까?”곽승재의 생각을 읽은 고은서는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너는 나를 한 번이라도 믿어본 적 있어? 전에 GS 그룹 프런트에 있는 직원이 나를 모함해도 너는 나를 믿지 않았는데 죽마고우 백유미의 말은 어떻겠어.”곽승재는 반박하려고 했지만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걸 깨닫고 이내 고개를 저었다.예전의 고은서는 그의 마음속에서 고집스럽고 성격이 궂은 사람으로만 여겨졌기 때문이다.고은서와 얽힌 일이 생기면 그는 저도 모르게 고은서가 문제를 일으켰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난 한 번도

  • 어게인, 비긴   제557화

    고은서의 질문에 곽승재는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며 말했다.“취해서 계속 나한테 승재 오빠라고 부르면서 가지 못하게 했어.”고은서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피곤했던 그녀는 어젯밤 마사지를 받으며 깊이 잠 들었고 그 이후 어떻게 방에 돌아왔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난 취했으니까 네 말이 맞는 걸로 할게.”고은서가 콧방귀를 뀌며 말을 이었다.“곽승재, 일부러 과일주 사서 마시게 하고 스파까지 데려간 거지? 그렇게 해서 내가 방심한 틈을 타서 뭐라도 하려고 한 거야?”곽승재는 화도 내지 않고 차분히 답했다.“너한테 무슨 짓 하려는 생각은 없었어. 너는 어젯밤 날 못 가게 했을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이혼은 안 된다고 하면서 강제로 사인시킬 수는 없다고 하더라. 고은서, 이혼은 분명히 네가 먼저 얘기했고 나한테 사인하라고 강요한 것도 너였잖아. 내가 언제 널 강제로 사인하게 한 적 있어?”고은서는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또 환생한 걸 깜빡했나 보네. 정신병원에 있었던 걸로 착각했나...’전생에서 곽승재의 변호사가 이혼 합의서를 가지고 와서 강압적으로 사인하라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그때 고은서는 거절하며 곽승재에게 직접 만나서 물어보겠다고 했지만 변호사는 싸늘한 어조로 곽승재가 바빠서 만날 시간이 없다고 했다.또한 사인하지 않으면 소송으로도 빠르게 판결을 받아내겠다고 협박하기도 서슴지 않았다.고은서는 울며 변호사에게 곽승재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변호사는 그녀에게 짜증 내며 두 명의 간호사를 데리고 그녀를 강제로 사인하게 했다.“고은서, 방화 사건은 어떻게 된 거야? 나한테 진실을 밝히라고 했는데 무슨 진실을 얘기하는 거야?”곽승재가 물었다.고은서가 환각제를 먹었을 당시에도 곽승재를 보고 승재 오빠라고 부르며 사건의 진상을 밝혀달라고 했었다.어젯밤에도 마찬가지로 술에 취한 고은서는 억울하고 절망적인 어조로 방화 사건은 그녀가 한 일이 아니라고 믿어달라고 했다.처음에는 고은서가 환각 상태라서

  • 어게인, 비긴   제556화

    “은서야, 물 좀 마실래?”곽승재의 손이 고은서의 이마에 닿았다.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곽승재가 이혼 합의서에 서명하라고 차갑게 말하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왜 갑자기 나한테 잘해주나 했어! 달콤한 말로 속여서 사인하게 만들려고 그러는 거야!’고은서는 곽승재의 손을 홱 밀쳐내며 몸을 뒤로 물렸다.“일부러 속여가며 잘해주는 척할 필요 없어! 난 사인하지 않을 거야! 이혼 안 해!”순간 멍해진 곽승재가 침대에 앉으며 물었다.“은서야, 우리 지금 이혼했어? 안 했어?”그 말을 듣자 고은서는 눈물을 흘리며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안 해! 나 이혼 안 해! 할머니 만날 거야! 할머니는 우리가 이혼하는 걸 허락하지 않을 거야! 날 강제로 사인하게 할 수는 없어!”곽승재는 눈앞의 고은서를 바라보았다.그녀의 얼굴은 술기운에 의해 붉어져 있었고 두 눈에는 긴장감과 혼란이 가득했다.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렀고 그녀는 두 손을 자신의 등 뒤로 감췄다.마치 그가 억지로 그녀의 손을 잡고 사인하게 할까 두려워하는 듯했다.그녀의 모습에 곽승재의 마음은 저도 모르게 아파졌다.“은서야...”“나가! 난 사인 안 할 거야! 그건 내가 한 게 아니야! 이혼 못 해!”곽승재가 뭐라 하기도 전에 고은서는 침대 끝으로 가 몸을 움츠리고 고개를 베개 아래에 숨기며 울부짖었다.곽승재는 급히 고은서를 품에 안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흥분하지 마. 억지로 사인하라고 하지 않을게. 우리 이혼 안 해.”고은서는 곽승재의 품속에서 몸을 떨며 웅크렸다.그녀는 마치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듯 슬픔에 빠져 울었다.“승재 오빠, 그 방화 사건은 정말 내가 한 게 아니야. 제발 나 믿어줘...”고은서의 눈물이 곽승재의 팔에 닿자 그의 심장은 뜨겁게 달아오르며 아파졌다.곽승재는 그녀의 여린 몸을 꼭 안으며 그녀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췄다.“울지 마. 너 믿어.”...고은서는 목이 말라 깼다.흐릿한 정신으로 물을 마시려 몸을 일으켰지만 욱신거리는 두통이 찾

  • 어게인, 비긴   제555화

    고은서의 이상함을 눈치챈 곽승재가 그녀를 잡으며 물었다.“왜 그래?”고은서는 곽승재의 손을 뿌리치며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날 속인 거 아니야? 이 과일주 사실은 도수가 높은 거지?”곽승재는 차분히 답했다.“이거 파는 사장님이 도수가 높지 않아 마시기 좋다고 했어. 특히 여자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산 건데 못 믿겠으면 병에 적힌 도수를 확인해 봐.”고은서는 병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손이 빗나가 허공만 휘저었다.곽승재는 그녀를 놀리지 않고 빈 병을 하나 들어 올려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자, 봐봐. 10도에서 15도 사이야. 높은 도수는 아닌데 너무 빨리 마셔서 그런가보다.”음료수처럼 벌컥벌컥 마셨으니 어지럽지 않을 리가 없었다.고은서는 여전히 자신이 멀쩡하다고 느끼며 관자놀이를 톡톡 두드렸다.“얼른 방으로 돌아가. 난 씻고 자야겠어.”곽승재가 말했다.“너 취한 것 같아. 화장실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네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돌아갈게.”고은서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유심히 살폈다.담담한 표정과 침착한 말투를 한 곽승재는 그녀를 단순히 걱정하는 것 같았다.“괜찮아. 나 안 취했어. 아무 일도 없을 거야.”고은서가 단호히 말했다.“취하지 않았더라도 혼자 두면 안 돼. 호텔 3층에 피부과를 겸한 스파관이 있어. 여러 가지 서비스가 있던데 전신 스파도 받을 수 있대. 같이 가 줄까?”고은서는 최근 며칠간 피곤했던 터라 목욕도 하고 마사지를 받는 편이 방에서 곽승재와 함께 있는 것보다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결국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함께 3층으로 향했다.스파관은 남겨 구역이 나뉘어 있었다.고은서는 따뜻한 욕조에 편안히 몸을 담그고 미용사가 등을 마사지하는 것을 느꼈다.미용사의 숙련된 손길과 따뜻하고 향기로운 방 안에서 그녀는 점점 졸음에 빠져들었다.얼마나 지났을까 고은서는 누군가에게 들리는 느낌에 눈을 뜨려 했지만 어지럽고 무거운 머리로 인해 제대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 어게인, 비긴   제554화

    그들이 공손한 태도에서 여재훈의 지위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그들은 여시은이 수중에 든 물건들을 건네받으며 함께 밖으로 향했다.“곽 대표님, 우연이네요. 야식 사서 오시는 거예요?”여시은은 눈치 빠르게 곽승재를 발견하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곽승재는 차분히 물었다.“여시은 씨는 어디 가시는 길입니까?”여시은은 여재훈과의 통화를 간단히 설명했다.“곽 대표님. 오늘 정말 죄송합니다. 너무 많은 폐를 끼쳤네요. 그리고 조금 전에는 제가 조금 겁이 나서 은서 씨를 잡아 뒀는데 혹시 대표님 상처 회복에 영향을 드렸다면 다시 한번 사과드릴 수밖에 없겠네요.”여시은은 솔직하면서도 사랑스럽게 말했다.곽승재는 고은서를 한 번 바라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럼 먼저 가볼게요. 안녕히 계세요.”여시은은 손을 흔들며 반짝이는 차 뒷좌석에 올라탔다.차가 떠나자 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여시은 씨 아버지는 높은 권력을 지니신 분인가요?”곽승재는 간결하게 답했다.“상당히 강한 실력을 갖춘 가문의 후계자야. 정치적 배경도 있긴 한데 더 깊게는 몰라. 나도 스쳐 가며 한번 만난 게 전부라서.”고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전화로 여기 상황을 파악하고 바로 사람을 보내 여시은을 데려가더라니.’“아직 아프다더니 왜 나갔어?”고은서가 물었다.곽승재는 손에 든 여러 봉투를 살짝 흔들며 말했다.“간식 좀 사 왔어. 배고프지는 않아? 근처에서 꼬치랑 간식 좀 샀는데 같이 먹을래?”곽승재가 고은서를 초대했다.‘도도하기로는 남한테 뒤지지 않는 사람이 이렇게 서민적인 면모를 보인다고? 지난번에는 호텔 밖에서 아침을 사다 주더니 오늘은 야식이네.’고은서는 곽승재가 일부러 그러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이런 음식은 절대 손대지 않으면서 순전히 나를 유혹하려고 산 게 분명해.’저녁을 대충 때웠던 고은서였기에 고소한 냄새가 풍기자 그녀는 입에 군침이 돌았다.“샀으니 버릴 수는 없잖아.”그렇게 말하며 고은서는 봉투 하나를 받아 들고 즉시 옥수수를

  • 어게인, 비긴   제553화

    고은서가 여시은을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러세요?”“두 분께 너무 큰 폐를 끼친 것 같아 정말 죄송하네요.”여시은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곽 대표님께서도 다쳤다고 들었는데 소파에서 주무시게 하는 건 도리가 아닌 것 같아요. 괜찮다면 저희 둘이 같은 방을 써도 될까요?”겁먹은 여시은의 모습과 품 안에 안긴 쿠아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고은서는 여시은과 그다지 친하지 않았기에 그녀가 불편할까 봐 방과 침대를 양보하려 했다. 게다가 곽승재가 먼저 소파에서 자겠다고 하니 여시은에게 방을 양보하려던 참인데 여시은만 괜찮다면 고은서는 곽승재와 한방에서 지내는 것보다 그녀와 함께 있는 게 더 나았다.곽승재에게 문자를 보낸 고은서가 여시은에게 말했다.“시은 씨, 얼른 씻고 푹 쉬어요.”여시은도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네. 쿠아를 좀 안아 주시겠어요? 많이 놀랐을 거예요.”쿠아를 받아 안아 든 고은서는 몸을 작게 웅크리고 두려워하는 쿠아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고은서가 쿠아의 머리를 쓰다듬자 쿠아는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다.그때 곽승재에게서 답장이 왔다.[상처가 아프네.][흉터를 제거하기 위해 서운에 온 거 아니었어? 그럼 상처는 이미 나아서 실밥도 풀었어야 하는 거 아니야?]고은서는 일부러 사실을 들춰가며 답했다.곽승재는 한참 지나고도 답장이 다시 오지 않았다.고은서도 콧방귀를 뀌며 더 이상 묻지 않고 쿠아를 달래며 시간을 보냈다.담이 작고 체력이 좋지 않아 보여 물을 조금 주려고 할 때 책상에 놓인 여시은의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에는 아빠라고 표시되어 있었다.혹시 급한 일인가 싶어 고은서는 욕실 문을 두드렸다.“시은 씨, 전화 왔어요. 아버지신 것 같아요.”“죄송하지만 대신 받아서 이따 다시 전화하겠다고 해주실래요?”여시은이 답했다.고은서는 여시은의 말대로 전화를 받았다.“시은아, 왜 이제야 전화를 받는 거야? 아직 서운에 있어?”고은서가 입을 열기도 전에 반대편에서 걱정스러운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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