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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작가: 류한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9-10 19:00:00
그러자 남자는 뭐라고 적힌 종이 한 장을 고은서 앞에 내밀었다.

고은서는 물론 함부로 서명할 엄두가 나지 않아 동의하며 종이를 받아 그들이 긴장을 풀게 한 뒤 휴대전화로 경찰에 신고하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휴대전화에 손을 대는 순간 등 뒤에서 갑자기 누군가 손을 내밀어 그녀를 뒤로 밀었다.

“악!”

고은서는 놀라서 비명을 지르고 주먹을 휘두르고 다리를 허우적대며 상대와 싸우려 했다.

“잘 봐. 나야!”

익숙한 곽승재의 목소리에 고은서는 그제야 몸부림을 멈췄다.

그녀가 고개를 들자 과연 곽승재의 얼굴이 보였다.

하지만 여기는 좀 외지고 가로등 불빛도 어두워 고은서는 곽승재의 표정이 잘 안 보였다.

“당신이 여긴 어쩐 일이야? 방금 그 사람들은?”

고은서가 겁이 나서 고개를 돌려 보니 그림자도 없었다.

“도망갔어.”

곽승재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산책한다더니 왜 여기까지 왔어?”

방금 날카롭게 세웠던 긴장감이 갑자기 풀리고 나니 고은서는 다리가 나른해져서 아예 옆에 있는 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냥 생각 없이 걷다가 여기까지 왔어. 그런데 저런 사람들을 마주칠 줄 어떻게 알았겠어. 신고해! 얼른 경찰에 신고해.”

고은서가 휴대전화를 꺼내자 곽승재가 엄숙하게 말했다.

“됐어. 경찰이 와도 이미 아무런 증거도 없어. 내가 사람 시켜서 조사할게.”

“증거가 왜 없어?”

고은서는 그 종이를 들어 올리려고 보니 손이 텅 비어 있었다.

곽승재는 그녀의 생각을 알아채고 차근차근 설명했다.

“딱 봐도 베테랑이야. 눈치 채고 종이를 뺏어 도망쳤는데 무슨 증거를 남겼겠어?”

고은서는 휴대전화를 꺼내 경찰에 신고하는 데 여념이 없어 곽승재의 접근도 눈치채지 못했다.

“일단 가자.”

곽승재가 재촉하자 고은서가 고개를 저었다.

“잠깐. 다리에 힘이 풀려서 좀 더 쉬어야겠어.”

곽승재가 무슨 표정으로 그녀를 흘겨보았는지 모르지만 뜻밖에도 그녀 앞에 반쯤 쪼그려 앉았다.

고은서는 그의 이 동작의 뜻이 좀 믿기지 않았다.

“빨리 안 올라와?”

곽승재가 인내심을 잃고 재촉하자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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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서는 지금 그와 말다툼할 기분이 아니었다.그가 자신을 엎고 싶어 하든 아니든 어쨌든 힘든 건 그녀가 아니었다.오랫동안 그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했으니 이번에는 그녀가 누리는 복리후생이라 생각하기로 했다.그러자 고은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곽승재의 어깨에 두 손을 얹고 몸을 뒤로 젖혀 그를 노동자로 여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곽승재는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잠시 화를 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몰랐다.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다정해 보이면서도 왠지 모르게 거리감 있는 자세로 집에 도착했다.고은서가 내려가 신발을 갈아 신으려는데 곽승재가 여전히 그녀를 업고 있다.“나 업고 위층에 올라가려고?”“어차피 여기까지 업고 왔는데 뭐.”말하면서 그는 그녀를 업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인기척을 듣고 나온 이미숙이 부부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활짝 웃더니 급히 부엌으로 숨었다.그녀의 행동을 전부 지켜본 고은서는 할 말을 잃었다.방에 돌아와서야 곽승재는 고은서를 내려놓았다.오랫동안 여자를 업은 그는 팔이 좀 시큰거려서 손을 뻗어 주물렀다.이렇게 명백한 암시 동작, 고은서는 당연히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예전의 고은서였으면 마음 아파하며 주물러주며 많이 힘들었냐고 수줍게 물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고은서는 덤덤하게 그를 밀쳐내고 말했다.“비켜줄래? 나 화장실 갈래.”곽승재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고은서, 내가 너 업고 여기까지 왔는데 기본적인 예의도 없어?”큰 공을 세운 건 아니어도 노고를 치렀는데 고은서가 대충 넘어가는 건 좀 아니었다.고은서가 씩 웃더니 말했다.“고생했어. 근데 나 업어달라고 강요한 적 없어. 혼자 걷겠다는데 당신이 고집한 거야. 그러니까 팔이 아픈 건 당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지 내가 주물러 줄 의무는 없어.”마치 이전의 그녀가 곽승재를 위해 차를 날라주고 관심과 안부를 전했던 것처럼 곽승재는 그녀에게 그렇게 하도록 강요한 적이 없었다.그녀 스스로 그렇게 하면 그를 감동시킬 수 있다고 여겼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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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150화

    도아름이 괜찮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고은서는 아까의 일을 그녀에게 말했다.“서인수가 보낸 사람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만약을 대비해 언니도 오늘은 외출하지 마세요.”“그 인간이 감히 은서 씨한테 손을 대요? 반드시 사람을 보내 혼내야겠어요!”도아름은 고은서가 협박받았다는 말을 듣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은서가 황급히 말렸다.“언니가 물어도 어차피 인정하지 않을 거니까 오히려 꼬투리 잡힐지도 몰라요. 난 그저 언니가 서인수에게 들키지 않게 조심하라고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에요.”“그 인간 감히 나 못 건드려요!”“내 손에 그 인간 약점이 한두 개가 아니거든요. 그래도 한때 부부였고 우리 애 아빠이니 살살 다룬 건데. 만약 정말 은서 씨한테 그런 짓을 했다면 나 그 인간이랑 끝까지 싸울 거예요!”고은서는 마음이 조금 따뜻해졌다.도아름과 나이 차이는 있지만 그녀는 사랑한 만큼 미워할 줄도 아는 사람이었으니 사귈 만 한 친구였다.“아름 언니, 화내지 마세요. 곽승재가 이 일을 조사하겠다고 했으니 소식 있으면 알려줄게요.”두 사람은 몇 마디 더 한 후에야 전화를 끊었다.그날 밤 고은서가 잠들 때까지 곽승재는 침실로 돌아가지 않았다.아마 그녀에게 화가 났을 것이다.줄곧 그를 쫓아다니며, 그의 희로를 자신의 희로로 여겼던 사람이 갑자기 그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누구나 속으로 불편할 것이다.외할아버지가 말씀한 곽승재의 변화는 대개 그런 불편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그가 불편하든 아니든 그녀만 기쁘면 된다.다음날, 고은서는 일어나도 곽승재를 만나지 못했는데 어젯밤 그 두 남자에 관한 단서를 찾았는지 모르겠다.시간을 보고 고은서는 외삼촌과 외숙모랑 식사하기로 했다.그들을 통해 고은혜가 출국할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려는 것도 있고 그들과 이혼에 대해 결단을 내고 싶은 것도 있었다. 그녀는 결코 힘 있는 곽씨 가문의 사모님이 아니었으니 이혼하는 일은 그들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그녀의 요청에 외삼촌 내외는 거절하지 않았다.외숙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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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15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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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152화

    고은혜가 방금 한 말은 원래 고은서를 당황하게 하려고 한 것이었다.고은서는 평소 부유한 여성답게 수천만 대의 자동차를 몰고 다니고, 수백만 개의 가방을 가지고 다니며, 블랙카드를 사용하지만, 개인적으로 보석을 판매하기도 했다.만약 곽승재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는 수치심을 느끼고 짜증을 냈을 것이다.그러나 고은혜의 예상과 달리 고은서는 그녀의 말을 듣고 일말의 당혹감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나야. 그걸 알아차리다니, 그리 멍청하지는 않네.”어제 캡처를 할 때 그녀는 일부러 판매 정보의 절반만 잘라냈고, 고은혜는 한두 눈 만에 귀걸이를 팔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그렇게 되면 고은혜는 원지훈이 그가 자랑했던 것만큼 부자가 아니고 허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다.이제 막 호감이 들기 시작했지만 금방 식을 것이 분명했다.고은서의 말을 들은 고은혜는 화가 나서 계속 트집을 잡았다.“아니, 돈이 그렇게 모자래요? 보석을 팔 정도로?”고은서가 웃었다.“그건 틀린 말이야. 다 내가 검소하고 가족을 중시하기 때문에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 물건을 다시 주워서 돈을 받고 파는 거지.”“휴지통에 버리다니!”고은혜는 이 말을 듣자마자 순간 귀가 더러워지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서둘러 귀를 닦았다.어제 그녀는 하루 종일 들떠서 귀걸이를 차고 다녔다.오후에 고은서가 중고 웹사이트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면, 그녀는 이미 친구들에게 자랑하고도 남았을 것이다.고은서가 쓰레기통에서 이 귀걸이를 발견했다고?아니다.“귀걸이가 어떻게 쓰레기통에 있어요?”고은혜는 고은서가 일부러 자신을 엿 먹이려 한다고 생각했다.“내가 던졌어.”고은서가 말했다.“원래는 내 것이 아닌 것은 쓰레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재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더라고.”“내 눈에는 별거 아닌 것이 너한테는 소중한 존재였구나.”이 말을 들은 고은혜는 더욱 화가 났다.고은서에게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싶었지만, 결과는 아무런 문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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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153화

    단은숙은 이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그런 거야?”그리고 그녀는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덧붙였다.“우리 은혜 비록 공부는 잘 못하지만, 디자인 쪽에는 재능이 뛰어나. 이쪽에 노력하는건 전혀 아깝지 않아.”“저도 그렇게 생각해요.”고은서가 덧붙여 말했다.“외숙모, 은혜가 디자인을 그렇게 좋아하는데, 파리에 있는 유명한 디자인 학교에 보내 2년 동안 공부를 시킬 생각 없으신가요?”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아 씩씩대던 은혜는 고은서의 말을 들자, 순간 당황했다.그녀는 고은서가 부모님 앞에서 자신의 단점을 파헤칠 거로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해외 유학을 제안하였다.고은서가 언제부터 이렇게 친절해졌을까?“여자애가 무슨 유학을 하러 간다고 해, 만약 혼자 외국에 가 있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아무도 돌봐줄 사람이 없는데!”단은숙은 아무 생각 없이 거절부터 했다.“은혜는 이제 나이가 많아서 스스로 돌볼 수 있어요. 게다가 지금은 비행기가 너무 편리해서 언제든 돌아오실 수 있고, 외숙모랑 삼촌도 언제든지 가실 수 있어요.”고은서는 외숙모가 좋아할 만한 이야기만 골라 했다.“해외에 가서 기술을 배우고 돌아오면, 유학을 했던 사람이라며 다들 높이 평가할 거예요.”“은혜는 이제 고 씨 집안의 딸이니 감히 누구도 얘를 함부로 얕볼 수 없어!”단은숙은 여전히 거절했다.“엄마, 저도 그쪽에 있는 디자인 학교가 마음에 들어요. 2년만 다니면 되는데, 절 다니게 해 주세요!”고은혜는 애교를 떨기 시작했다.단은숙을 설득하기는 물론 쉽지 않았다. 그녀는 고은혜에게 그곳에서 살게 되면 생기는 불편한 점, 걱정되는 점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그쪽에 제가 아는 친구가 몇 명 있으니 필요하면 제가 대신 소개해 드릴게요.”그 순간 곽승재가 입을 열었다.고은혜의 눈은 즉시 밝아졌다. 그녀는 해외에 가고 싶었지만, 어머니께서 강하게 반대했다.그녀는 고은서가 자신을 도와 말을 해줄 뿐만 아니라 이젠 곽승재까지 자신을 도와줄 이야 예상하지 못했다!고은혜는 애원하며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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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에서 손을 거들던 장정들도 그 모습에 자극이라도 받은 듯 백유미를 희롱하는 행렬에 끼어들었다.이내 백유미의 입에 물려있던 수건이 떨어졌지만 그녀가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다른 것으로 입이 가득 차 버렸다.남자들의 음탕한 신음과 여자의 흐느낌 소리가 순식간에 창고를 채웠다.모든 일든 불과 일이 분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고은서는 구석에 숨어서 원지훈이 차버린 쇠막대기와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었다.떨리는 심장은 평온을 되찾을 수 없었다.몇 명의 남자들이 각 방향에서 백유미를 희롱하고 있었다.고은서는 모든 장면을 바라보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내가 원지훈을 회유하지 않았더라면 저기에 누워있는 건 나였겠지.’백유미는 동정받을 처지가 아니었다.고은서는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비록 돈으로 매수했다고는 하나 약에 취해 있는 사람들이 시선을 그녀에게 돌리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또한 밖에 백유미가 데려온 사람들이 있었기에 뭔가 이상함이라도 눈치채고 들어오기라도 한다면 고은서는 자신의 안전조차 장담할 수 없었다.고은서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백유미의 핸드폰을 켜려고 했지만 땅에 부딪히며 떨어질 때 전원이 나가버렸다.그녀는 몇 번이나 시도한 끝에 겨우 핸드폰을 켤 수 있었지만 비밀번호에 막혀 뭔가를 할 수가 없었다.고은서는 백유미의 생일, 곽승재의 생일을 입력했지만 비밀번호는 맞지 않았다.절정에 다다르고 있는 남자들이었기에 고은서는 소리를 내어 그들의 시선을 끌 수조차 없었고 백유미에게 비밀번호를 물을 수조차 없었다.고은서는 긴급버튼을 눌렀지만 백유미는 긴급 연락망을 따로 작성하지 않은 상태였고 국내의 비상 번호는 해외에서 사용할 수 없었다.‘어떡하지?’고은서가 원지훈을 불러 도박하려고 할 때 백유미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핸드폰에는 알파벳 C만 떠 있을 뿐이었다.잠시 생각한 고은서가 전화를 받았지만 상대편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고은서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핸드폰을 움켜쥐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

  • 어게인, 비긴   제648화

    “끈은 혼자서 칼로 푼 것 같아요. 제가 얼른 다시 묶을게요! 이번에는 절대 풀 수 없을 거예요.”말을 마친 원지훈이 밧줄을 챙겨 고은서에게 다가가려 했다.“됐어!”백유미가 원지훈을 제지했다.“누나, 왜 그래요?”백유미는 쇠막대기를 거두며 얼굴에 음험한 미소를 떠올렸다.“챙겨온 술은 다 마셨어?”원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네, 고마워요. 누나.”“뭔가 치밀어 오르는 충동이거나 특별한 감각은 없고?”백유미가 물었다.그 말을 들은 원지훈은 바로 백유미가 술에 최음제를 탔음을 눈치챘고 달아오르는 몸을 느꼈다.“안 그래도 조금 덥네요.”“그렇다면 뭘 기다리고 있어? 저기 해소할 만한 사람 하나 있잖아?”원지훈의 눈동자에 이채가 돌았지만 그는 다시 한번 물었다.“누나, 후에 데려온 두 사람 먼저 들여보낼까요? 하지만 두 사람은 술을 마시지 않은 것 같던데요.”“그 사람들은 놔두고 먼저 온 사람들만 들여보내.”백유미는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30분 줄게. 죽이지만 않으면 되니까 원하는 대로 해.”원지훈은 고은서와 시선을 마주치고는 부랴부랴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불렀다.백유미는 원망과 경멸 섞인 시선으로 칼을 손에 쥔 채 구석에서 떨고 있는 고은서를 바라보았다.“밖에 있는 남자들은 네가 유흥가로 가기 전에 적응하는 단계라고 생각해.”고은서가 경악하며 물었다.“백유미,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아니면?”백유미의 얼굴에 서린 경멸의 빛이 더욱 짙어졌다.“고은서, 어차피 곽승재랑도 많이 잤잖아. 유산까지 해본 사람이면 닳을 대로 닳은 여자잖아. 여기까지 와서 왜 성녀라도 되는 것처럼 하고 있어? 있는 대로 즐겨.”그때 밖에서 남자들이 걸어들어왔다.그들의 벨트는 이미 풀려있었고 흉한 뱃살과 속옷도 내놓고 있었다.원지훈은 밖에 있던 두 사람과 말을 나눈 후 이내 창고 문을 닫았다.“그래, 이참에 너도 잘 즐겨야지.”고은서는 작은 틈을 이용해 침대 위에 있던 낡은 수건을 재빨리 백유미의 입에 쑤셔넣었다.

  • 어게인, 비긴   제647화

    백유미가 입을 열었다.“고은서, 여기서는 사람을 가축처럼 팔아버릴 수도 있다는 걸 몰랐어?”백유미는 마치 애완동물을 파는 이야기를 하듯 가볍게 말했다.“운이 좋으면 유흥가로 팔려 가겠지. 네 몸매와 얼굴로 부잣집 딸이라는 자존심만 내려놓으면 손님을 받기는 쉬울 거야. 운이 나쁘면 손발이 잘리고 신장이나 간이 적출되어 거지가 되거나 장난감 취급을 받을 수도 있겠지. 결과는 네 운명에 달렸어.”백유미의 부드러운 말투는 고은서에게 오히려 독을 품은 뱀이 주는 온기로 느껴졌다.그녀는 가식적인 백유미의 모습에 속이 울렁거리며 팔에 소름이 돋아났다.“미쳤어? 내가 무슨 일을 당하면 너라고 무사할 줄 알아?”백유미는 싸늘한 웃음을 흘리며 언제 가져왔는지 모를 쇠막대기를 손에 들고 있었다.그녀는 그것을 한 단씩 늘려 고정한 뒤 고은서의 가느다란 목에 겨눴다.“고은서, 곽승재를 언급했지? 그 사람이 널 구할 수 있을 것 같아?”차가운 쇠막대가 피부에 닿자 고은서는 몸을 움찔했다.백유미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곽승재가 소식을 들을 때쯤이면 넌 이미 팔려 가고 난 후일 거야. 설령 널 찾더라도 너는 이미 망가진 상태일 텐데 그 남자가 여전히 널 원하겠어?”고은서가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곽승재가 날 원하든 말든 상관없어. 하지만 네가 이런 짓을 한 걸 알게 되면 분명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내가 뭘 했는데?”백유미는 마치 작은 강아지를 놀리듯 쇠막대로 고은서의 목을 쿡 찌르며 물었다.“나는 T 국에 사업차 온 거야. 증인도 있고 증거도 있어. 네가 무슨 일을 당했건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고은서는 목에서 통증이 느껴졌다.그녀는 쇠막대기를 뿌리치고 백유미를 제압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백유미가 새로 데려온 두 사람이 바로 문밖에 있었고 그들은 무기도 소지한 듯해 보였다.혹시라도 백유미를 단번에 제압하지 못한다면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었다.다행히 백유미는 아직 고은서가 반격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뜨리지는 않았다.고은서는 고통

  • 어게인, 비긴   제646화

    원지훈도 백유미를 증오하고 있었기에 고은서의 제안을 듣자마자 바로 동의했다.“알았어. 그때는 내가 제일 먼저 나설게.”‘역시 원지훈은 믿지 못할 놈이야. 백유미가 먼 친척 누나라는 자각은 있나? 이런 생각을 품는다는 게 놀랍네. 아니지. 지금은 이럴 생각할 시간이 없어.’고은서는 속에서 올라오는 혐오감을 참으며 말했다.“시간 없어. 얼른 내 가방에 들어있는 호신용 무기 가져와 줘.”백유미가 다른 사람을 더 데리고 올지, 앞으로 어떤 계획으로 움직일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그래서 밖에 있는 몇몇 사람들을 매수했다고 해도 방심할 수는 없었다.원지훈도 곧 도착할 백유미를 두려워하며 고은서의 손에 묶인 밧줄을 풀어주고 그녀에게 호신용 도구를 건넸다.밖으로 나가기 전 원지훈은 고은서에게 마지막으로 말했다.“너도 알아서 살아남아. 상황이 안 좋으면 약속했던 건 나도 못 지켜.”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었다.고은서도 단지 원지훈을 이용해 백유미의 시간을 더 끌어보려 했을 뿐이었다.그렇게 하면 민시후가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해 사람을 데리고 그녀를 구하러 올 수 있을 것으로 믿었으니 말이다.돈으로 귀신도 부릴 수 있다고 했던가, 돈의 힘으로 원지훈은 손쉽게 밖에 있던 사람들을 다시 매수했다.바로 그때 밖에서 차 소리가 들려왔다.‘백유미가 도착했나 보네.’손에 묶인 밧줄은 느슨하게 풀어졌지만 고은서는 여전히 손발이 묶인 척하며 침대 한구석에서 긴장한 모습으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누나, 드디어 오셨네요! 고은서도 이제 깨어났어요. 방금 들어가서 살짝 경고 줬는데 정말 입에 독침이라도 품었는지 험한 말을 서슴지 않더라고요.”원지훈은 아첨하는 듯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누나 기분 상하게 하면 언제든지 부르세요. 제가 대신 혼내줄게요!”“수고했어. 차에 먹을 것과 마실 것 준비해 놓았으니 가서 가져와. 조금 있다 너희 도움이 필요할 거야.”“고마워요, 누나.”곧 창고 문이 열리고 백유미가 하이힐을 신은 채

  • 어게인, 비긴   제645화

    고은서의 말에 원지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핵심을 찔렀다는 것을 눈치챈 고은서는 계속 차분한 말로 설득했다.“같이 해외로 나왔으니 같은 사건에 휘말렸다는 게 더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겠어? 우리 둘을 같이 제거하면 백유미는 아무런 손해도 입지 않고 여전히 평온한 나날들을 보낼 수 있을 거야. 백유미에게는 아버지가 있고 백씨 가문 산업이 있지만 너는 애꿎은 목숨 하나 날리는 거지.”고은서가 말을 이었다.“정말 백 보 물러나서 백유미가 너를 살려준다고 해도 너는 평생 숨어지내야 할 텐데 어머니는 어떻게 할 거야? 너도 그런 생활에 만족할 수 있겠어?”원지훈은 사색에 잠겼다.전에 내비치던 우월감과 경멸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고은서는 속으로 초조했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여유로운 척하며 말했다.“백유미가 곧 도착할 거야. 그러니 얼른 결정을 내려야 해.”마침내 고개를 든 원지훈이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물었다.“내가 백유미 말을 따르지 않고도 살아남을 길이 있다고? 내가 너를 이런 곳에 데려왔는데 네가 날 용서해 줄 리가 있겠어?”고은서가 담담한 표정으로 답했다.“네가 나를 배신한 건 정말 화가 나. 앞으로도 널 신뢰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네가 어쩔 수 없이 이런 일을 했다는 건 이해해. 그리고 나는 뻔뻔하게 널 괴롭힐 생각은 없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면 큰돈을 줄게. 그 돈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고향으로 돌아가. 비록 영광스러운 귀향은 아니겠지만 풍족하고 걱정 없는 삶을 살 수 있을 테니 지금 상황보다는 훨씬 나을 거야.”고은서는 이어 원지훈에게 확신을 심어주었다.“고향은 너에게 익숙한 곳이고 백씨 가문과는 어쨌든 친척 관계잖아. 해성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백유미도 굳이 너희를 어떻게 하진 않을 거야.”고은서의 말에 원지훈의 마음은 기울기 시작했다.백유미의 잔혹함으로 보건대 고은서가 말한 일들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이번에 백유미를 배신한다면 죽을 길밖에 없겠지만 배신하지 않아도 좋은 날을 없을 거야. 어차피 죽을 거라면 고은

  • 어게인, 비긴   제644화

    “백유미가 제가 누나한테 돈을 받고 누나를 도와준다는 사실을 알고 사람을 시켜서 저를 한바탕 때렸어요. 갈비뼈 두 대가 부러져서 지금도 기침하면 아파요. 그리고 엄마도 매일 개장 안에 갇혀 몇 시간 동안 무릎 꿇는 자세를 강요받고 있어요. 시간을 못 채우면 풀어주지도 않는데 제가 백유미 말을 안 들을 수 있겠어요?”고은서는 많이 놀랐다.‘역시 백유미는 원지훈이 나한테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하지만 고은서는 백유미가 원지훈 모자에게 그렇게까지 가혹한 수를 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원지훈에게 반박할 힘이 없다는 사실도, 그녀에게 이 사실을 전혀 티 내지 않은 것도 충격적이었다.“전에 고은혜에게 연락해서 만나자고 한 것도 백유미가 시킨 거야?”고은서가 묻자 원지훈은 음흉하게 웃으며 자신의 의도를 솔직히 얘기했다.“그건 제 생각이었죠. 지난번 대원에서 발생해야 했던 일을 현실화시킨다면 백유미가 저를 그냥 놔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정말 짐승만도 못한 놈이야.’지금 이 일로 화를 낼 겨를도 없었던 고은서가 진지한 태도로 물었다.“이렇게 큰 문제를 겪고 있었는데 왜 나한테 말해서 함께 해결할 방법을 찾지 않았어?”“절 위해 해결책을 찾는다고요? 누나가 원하는 건 제가 더 망가지는 거 아니에요?”원지훈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제가 모를 것 같아요? 누나는 속으로 저를 무시하며 저를 이용하고 있는 것뿐이잖아요.”원지훈이 말하는 무시는 고은혜와 관련된 일을 지적하는 것이 분명했다.고은서가 답했다.“네가 은혜랑 잘되길 원하지 않았던 건 맞아. 우리 사이도 결국 이익 관계니까. 하지만 이익으로 묶여 있기에 넌 더 나를 믿어야 했어!”원지훈이 갑자기 폭발하며 소리쳤다.“믿지 않아! 그 누구도 믿지 않아! 너희 중 누구도 좋은 사람은 없어! 고은서! 내가 들어 온 것도 너에게 백유미가 곧 도착할 거라고 알려주기 위해서야. 오늘 살아서 나갈 생각은 하지 말라고.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둬. 그리고 누구도 널 구해줄 거란 기대는 하지

  • 어게인, 비긴   제643화

    “괜한 힘 빼지 마요.”조수석에 앉아 있던 원지훈이 냉소적으로 말했다.“아까 물 줬는데 안 마신 건 누나 탓이죠.”온몸에 힘이 빠진 고은서는 머리도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너...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가 보면 알겠죠.”원지훈의 말을 들은 고은서는 자신이 위험에 빠졌음을 직감했다.그녀는 차 뒷좌석에 무기력하게 주저앉은 채 마지막 힘을 다해 가방 속 핸드폰을 더듬어 찾았다.그리고 그녀는 힘껏 옆면에 있는 긴급 전화 버튼을 눌렀다.이는 경호원들과 미리 문제가 생기면 즉시 연락하겠다는 신호이기도 했다.고은서는 어지럽고 무기력한 상태에서도 원지훈에게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그녀는 혀를 꽉 깨물며 간신히 의식을 유지했다.희미해진 시야로 화면을 바라보며 SOS 번호를 누르려 했으나 제대로 눌렀는지 통화가 연결됐는지는 운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차는 계속 질주했고 고은서는 더 이상 생각을 이어 나갈 기력조차 남지 않았다.혀를 깨물 힘마저 사라진 그녀는 결국 의식을 잃고 말았다....고은서가 다시 깨어났을 때 그녀는 허름한 창고의 방 안에 누워 있었다.주위는 매우 더러웠고 악취마저 풍겼다.고은서는 손과 발이 꽁꽁 묶인 채로 나무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밖에서는 몇몇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현지어를 사용하는 것 같았는데 간혹 한국어가 섞여 있기도 했다.‘원지훈 혼자서 T 국 사람들과 이런 일을 꾸밀 수는 없어. 백유미의 지시를 따르고 있는 게 분명해. 온갖 방법으로 해외로 데려온 이유는 국내에서는 쉽게 구해질 것 같아서인가? 의식을 잃은 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경호원들은 위험을 눈치챘나? 민시후도 T 국에 온다고 했는데 호텔에 도착하지 않은 걸 알게 되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눈치채겠지?’생각을 마친 고은서는 얼마간 안심이 되었다.몸을 움직여보니 체력이 조금 돌아왔음을 느꼈지만 손발이 꽉 묶여 있던 터라 뼛속까지 욱신거리며 통증이 심했다.겨우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켜 앉으려던 순간 침대 옆의 낡은 서랍장을 건드렸다

  • 어게인, 비긴   제642화

    원지훈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별일 아니에요. 비즈니스석이 처음이라서 조금 어색하네요.”비행기에서 내리니 시차 때문에 T 국은 아직 어두워지지 않았다.고은서가 핸드폰 전원을 켜자마자 민시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원지훈에게 먼저 가서 차를 잡으라고 한 뒤 고은서가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고은서, 어디 갔어? 송민아 말로는 이틀 동안 회사에 안 나온다던데?”고은서는 T 국에서 볼일이 있다고 솔직히 알렸다.“백씨 가문과 관련된 그 프로젝트?”민시후는 바로 눈치챘다.고은서는 부정하지 않았다.“담당자랑 만나서 얘기 나누기로 했어. 일이 끝나면 바로 돌아갈게.”“호텔 위치 보내. 조금 있다 갈게.”“네가 와서 뭐 하게?”“다른 나라에서 너랑 나 둘뿐인데 내가 뭘 하고 싶을 것 같아?”“그럼 주소는 안 보낼래.”“고은서, 지금 누구를 경계하는 거야? T 국에서 가서 특색 요리 좀 먹으려고 그런다.”고은서는 민시후가 십중팔구 그녀가 혼자 감당하지 못할까 봐 걱정해서 오는 것임을 알았다.게다가 그가 오기로 결심했다면 아무도 막을 수 없을 것이었다.민시후의 끈질긴 전화 공세를 막기 위해 고은서는 결국 호텔 이름을 그에게 보냈다.[방 하나 더 예약해 줄게.][고은서, 겉으로는 아닌 척하지만 속으로는 나랑 같은 방 쓰고 싶었던 거야?][자꾸 그러면 차단할 거야.][알았어. 알았어. 내가 졌어.]“은서 누나. 우리 차례예요. 가시죠.”원지훈이 앞쪽의 택시를 가리키며 말했다.경호원들이 고은서에게 비행기에서 내려 몰래 뒤따라오고 있다고 문자를 보내왔다.고은서는 문자를 확인한 후 핸드폰을 넣고 원지훈과 함께 택시에 탔다.운전기사는 현지인인 듯했다. 그는 서툰 한국어로 대화를 시도했다.고은서는 대꾸하지 않았지만 원지훈은 비행기에서의 긴장이 사라진 듯 몇 가지 지역 특산품에 관해 물어봤다.“누나, 목마르지 않아요? 물 좀 마실래요?”원지훈은 말하며 개봉하지 않은 생수병을 건넸지만 고은서는 받지 않았다.“괜찮아.”원지훈은

  • 어게인, 비긴   제641화

    고준석이 입을 열었다.“우리 집에 와서 잠깐 바둑을 둘 때 네가 할머니 보러 가서 브로치를 놓고 왔다면서 마침 전해주더라구나.”고은서는 말문이 막혔다.‘곽승재 정말 대단하네. 오전에 할머니 댁에 보낸 브로치를 오후에 외할아버지 댁으로 가져오다니. 조금 전 골동품 가게에서 마주쳤을 때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으면서...’“은서야, 왜 말이 없어? 또 할아버지가 승재랑 만났다고 화내는 거야?”고준석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전에도 말했지만 너희가 이혼했다 뿐이지 원수가 된 건 아니잖니. 날 보러 왔다는데 그냥 내쫓을 수는 없잖아.”고준석이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고은서는 별다른 설명 없이 애교 몇 마디로 웃어넘기고는 전화를 끊었다.잠시 고민한 고은서는 굳이 곽승재에게 따로 연락하지 않았다.‘브로치를 가져갈 생각이 없다면 다시 경매에 올려서 돈으로 송금해 주면 되지 뭐.’...다음 날, 고은서는 원지훈의 연락을 받았다.원지훈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상대방이 최후통첩했어요. 이틀 안에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하네요.”상대방의 진짜 의도를 파악하려면 직접 만나서 얘기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어제 민시후는 원지훈에게서 특별히 이상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백유미는 최근 판주 투자은행에서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고 있어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고은서는 원지훈과 함께 T 국에 있는 클라이언트를 만나러 가기로 결심했다.“은서 누나, 조금 전에 알아봤는데 점심 항공편이 있대요. 그걸로 가면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원지훈이 말했다.“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건 어려울 것 같네. 신분증 보내주면 다 처리하고 나서 항공편 알려줄게.”‘원지훈을 완전히 믿을 수는 없어. 혹시 클라이언트랑 음모라도 꾸며서 나한테 사기 치는 거라면 미리 충분한 대비를 해야 해. 출장 일정도 완전히 맡길 수는 없어. 안 그래도 욕심이 많은 사람인데 비행기 티켓까지 나한테 맡기지 않는 건 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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