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가 소남을 등진 채 도망치듯 몸을 돌리자, 소남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침실의 불을 껐고, 조용히 자리에 누웠다.원아는 자신의 허리에 닿는 따뜻한 감촉을 느끼며, 소남의 품에 안겨 있었다.“잘 자요.”소남은 낮고 쉰 목소리로 속삭이며, 다정한 온기를 전했다.‘네, 잘 자요.’원아는 마음속으로 대답하며 눈을 감았다.소남이 곁에 있으니 그녀는 쉽게 잠들었고, 아침까지 단잠에 빠졌다.다음날 아침.원아가 깨어났을 때, 소남은 이미 일어났는지 침대에 없었다.그녀는 침대에 앉아 주변의 소리를 조용히 들어보았다. 욕실에서도 아
주희진은 흐느끼며 말했다.원아는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도와달라니, 어떻게 도와달라는 말일까?’임영은은 입양된 아이였기 때문에, 임씨 집안 식구들 중 누구도, 심지어 원아도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았다.“희진 이모, 우선 진정하세요. 제가 어떻게 도와 드리면 될까요...”원아는 목소리를 낮추며 주희진을 달래려 했다.주희진은 깊은 숨을 쉬고 나서, 병실 안에서 의료 기기에 연결된 임영은을 바라보았다.‘만약 영은이가 그렇게 고집스럽지 않았더라면, 지금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되지 않았을 텐데...’의사도 이미 말했듯이, 임영은
오현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이닝 룸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시선이 원아에게 집중되었다. 갑작스레 주목받게 되어, 원아는 조금 난감해졌다. 오현자는 원아와 소남의 침실을 청소하면서 소남의 베개가 원래 침실에서 원아의 침실로 옮겨진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던 것이다.원아는 고기호빵 하나를 집어들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설명했다. “대표님께서는 아침 일찍부터 방에서 일하고 계시던데요. 이모님, 아침을 가져다 드리세요.”오현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잠시 후 아침 식사와 커피가 담긴 쟁반을 들고 2층으로 올라
“아니요, 그게 제 몸이 아니라... 제 친구가 아파서요. 좀 보러 가려고요.”원아는 말했다. ‘임영은’이라는 이름을 소남 앞에서 언급할 수는 없었기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친구’라고 둘러댔다.원아도 의도적으로 숨기려던 것은 아니었지만,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다. 주희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임영은이 국내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밝힐 수 없었다.“그래요, 성준을 동행시킬 테니 같이 가요.”소남은 원아를 막지 않았다.병원에서 임영은의 상황에 대해서는 사윤이 늘 정보를 제공해 왔다. 오늘 아침에도 사윤에게서
“말씀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꼭 도와드릴게요.”원아는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비록 임문정 부부가 자신을 직접 키우지 않았지만, 원아는 그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의 정이 그녀로 하여금 임문정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게 만들었다.“요즘 아내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희진 이모도 좀 신경 써줬으면 하네.”임문정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주희진이었다.원아는 그의 말을 듣고 더욱 마음이 아팠다.자식으로서 그녀가 가장 바라는 것은 친부모가 말년에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었지만, 주희진과 임
“우선 배 선생님 사무실에 다녀올게요.”원아는 말했다.임영은의 신체 상태에 관한 보고서는 모두 사윤에게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배 선생님을 찾으러 간다고? 침은 놓지 않니?”주희진은 지금 원아의 침술을 영은의 구명줄로 여기고 있었다.원아는 주희진을 소파에 앉히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모, 임영은 씨의 상태를 전반적으로 파악해야 침을 놓을 수 있는지 결정할 수 있어요. 만약 임영은 씨의 몸이 너무 쇠약한 상태라면...”원아는 말을 멈추고, 아래 입술을 깨물었다.“너무 쇠약하면 어떻게 되나?”주희진은 다급히 물
“담배를 피웠다고요?”원아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정말로 그렇다면, 임영은은 스스로를 파멸로 이끈 셈이지...’‘나도 임영은이 흡연을 했던 것은 알고 있었지만, 병이 확정된 후에는 끊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임영은 씨는 이미 담배를 끊지 않았었나요?”“맞아요. 그런데 오늘 병문안 온 그 여자의 권유로 한 대를 피웠어요. 그 한 대 때문에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죠. 간호사 선생님이 임영은 씨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임영은 씨가 계속 고집을 피우다가 결국은 반쯤 피우고 나서 담배를 껐어요. 간호사 선생님
‘내가 임영은을 도울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엄마가 상심하는 것을 보는 것이 너무나 괴로울 것 같아...’“저도 의사니까요. 이런 준비는 기본이죠.”사윤은 흰 가운을 입으며 그녀와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저도 곧 퇴근할 거예요. 오늘은 수술 일정이 없어서요. 염 교수님, 제가 침술을 참관을 해도 불편하시진 않죠?”“네, 불편하지 않아요.”원아는 대답했다. 사윤이 함께 있으면 자신도 조금 더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두 사람은 함께 영은의 병실로 향했다.이 시각, 영은의 병실에는 주희진뿐만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