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찬이십니다. 저는 그저 사업가일 뿐입니다.”소남이 대답했다. 그는 일부러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고, 마르코스의 능력을 알기에 설령 자신이 부정하더라도 그가 진실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소남에게는 실제로 자신만의 작전팀이 있었지만, 이 팀은 공포의 섬처럼 비도덕적이거나 돈만 주면 어떤 일이든 하는 그런 팀이 아니었다.이 팀은 그저 소남이 상업계에서 마주하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을 뿐이었다.마르코스의 집안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람들이 존재할 테니, 소남은 마르코스가 비록 지하 세력을 싫어하
문소남이 어떤 수단을 사용할지는 페트르가 ‘염초설’에 대한 집착의 정도에 달려 있을 것이다.“가장 심각한 상황은 어떻게 될까요?” 마르코스가 물었다.“그 사람은 R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될 겁니다.” 소남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협력하는 이상,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했다. 페트르를 언급할 때 그의 눈에는 살기가 번뜩였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여자를 노리는 자를 그냥 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마르코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문 대표님, 이렇게 솔직하면, 제가 대표님을 막으려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페트르는 우리
“페트르가 타고 온 비행기는 착륙했나?” 소남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그 이유는 마르코스 때문이 아니라 페트르 때문이었다. 자신도 한 가문과 적이 되고 싶지 않았지만, 원아를 위해서라면 그 사람들과 적이 되는 것도 상관없었다.동준은 손목시계를 보았다. “대표님, 아직 약 20분 남았습니다. 페트르가 타고 온 비행기는 곧 착륙할 예정입니다. 마르코스 대표 쪽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마르코스 대표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어.” 소남이 말했다. 마르코스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소남은 그가 반드시 자기 편
공진은 차를 몰아 마르코스와 앤디를 호텔로 데려다주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마르코스는 서둘러 엘리베이터로 들어갔고, 앤디는 말없이 그를 따라갔다. 마르코스의 빠른 걸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앤디는 잘 알고 있었다.객실로 돌아온 마르코스는 여행 가방에서 문서를 꺼내 열었다. 소남이 말한 그 문서를 꺼내려는 순간, 앤디가 조심스럽게 말했다.“대표님, 정말 보시겠습니까?”만약 마르코스가 이 문서를 본다면, 문소남이 말한 것처럼 마르코스의 인생은 큰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모든 것을 분명히 하고 싶어.”마르코스가 문서를 꺼낼
마르코스는 조용히 문서를 다시 접어 크라프트지 봉투에 넣었다.“알겠습니다. 하지만 대표님, 저는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앤디는 말을 아끼면서도 자신의 의지를 내비쳤다.마르코스는 고개를 저었다.“안 돼. 네가 네 자신을 아끼지 않고, 네 약혼녀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도, 네 행동은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거야. 그래서 다른 사람을 이용해야 해...”“그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앤디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 사람이 정말 믿을 수 있는지 의문을 가졌다.“핸드폰 꺼.”마르코스는 말하며 일어나서 서랍에서 다른 핸드
마르코스가 전화를 받는 순간, 수화기 너머로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 스피커폰을 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객실에 있는 마르코스와 앤디가 모두 그 소리를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핸드폰 왜 계속 꺼져 있었어? ML그룹을 너 같은 놈한테 맡겨도 정말 안심할 수 있는 거야?] 페트르의 호통은 엄청난 폭발력을 지니고 있었다. 마르코스는 페트르의 분노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페트르의 고함을 들으며, 마르코스는 페트르가 저지른 더러운 일들을 떠올렸고 손이 제어할 수 없이 떨렸지만, 그는 평소처럼 차분하게, 느릿느릿 설명
어차피 문소남도 공진을 며칠 동안 마르코스의 전용 운전기사로 배정했기 때문에, 공진도 특별한 말은 하지 않고 마르코스의 지시에 따랐다. 공진은 공항에 도착한 후, 공항 출구에서 페트르를 찾아냈다. 페트르는 불만을 품고 바로 물었다. “마르코스는 어디 있나?” 공진은 R국어를 알아듣지 못해, 영어로 물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제가 R국어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페트르는 짜증스럽게 영어로 다시 물었다. “마르코스는 어디 있나?” “마르코스 대표님은 지금 호텔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앤디는 페트르를 마르코스가 준비해 둔 객실로 안내했다. 페트르는 방을 둘러보며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 “마르코스는 어디 있지?” “대표님께서 방을 정리하시고 지금은 자신의 객실로 돌아가셨을 겁니다.” 앤디는 짐작했다. 마르코스가 페트르를 맞이하러 내려오지 않은 이유는 이 방에 어떤 특별한 준비를 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그 준비란, 페트르에게 똑같이 돌려주기 위해 이 방에 도청 장치를 설치한 것이었다. 마르코스는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고, 자신을 위해 문소남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려 했다. “흥, 이 망할 놈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