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표님, 그리고 손님 두 분, 저희 집 이모님이 이미 음식을 다 준비해 주었으니 거실로 가셔서 식사하면서 이야기할까요?”그녀가 권했다.“네, 제수씨 고마워요.”소남은 자신이 남궁산과 의형제니까 비비안을 ‘제수씨’라고 부르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면서 대답했다. 비비안은 소남의 말을 들으며 남궁산과의 거리가 좁혀지는 것을 느꼈는지 수줍게 웃으며 한 발짝 다가갔다.“제가 휠체어를 밀어 드릴게요.”“허!”그런 비비안을 지켜보던 남궁산은 차갑게 투덜거렸다.레이는 그 소리를 듣고 날카롭게 남궁산을 쳐다보며 경고를 했다.‘누
원아는 ‘새 형수’가 아니지만, 사람들이 지금의 ‘염초설’이 사실은 원아라는 사실을 모를수록 좋으니 소남은 남궁산 앞에서만 ‘염초설’에 대한 마음을 털어놓았는데, 다만 그녀가 원아라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은 채였다. 그래서 방금 남궁산이 원아를 지칭한 ‘새 형수님’이라는 말에 원아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남궁산은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그의 농담 섞인 표정이 점차 굳어지며 놀란 표정으로 바뀌었다.“형님, 아직 성공하지 못한 거예요?”그는 문소남이 이렇게 행동이 느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자신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짜 괜찮아요.” 소남의 대답은 변함없었다.비비안은 더욱 마음이 불편해졌다. ‘산에게 이번에 반드시 문 대표님을 잘 대접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문 대표님은 벌써 음식부터 마음에 안 드신 것 같아... 내가 정성껏 이렇게 많은 우리나라 음식을 준비했지만, 뜻밖에도 문 대표님은 우리나라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하시는 것 같고...’‘산이는 분명히 마음속으로 내가 매우 쓸모없다고 생각했을 거야. 난 역시 산에게는 좋은 아내가 아닌가 봐...’비비안은 소님과 일행들이 모두 젓가락을 멈춘 것을 보고 정신을 차리고 다시 말했다.“왜 갑
‘그러니까 남자들의 마음이 바뀌는 건... 흔한 일이죠?’‘문 대표님이 지금 염 교수님에게 마음이 있는 건... 나도 문 대표님에게 뭐라고 비난할 수 없겠지? 누구나 더 나은 걸 추구할 권리가 있으니까.’‘산도 마찬가지야... 계속 산을 지켜보고 있는 우리 동생 레이가 아니었다면 산이도 분명히 오래전에 진작 다른 여자와 사귀고 있었을 거야.’‘더군다나 산은 못생긴 여자를 만난 적이 없었기에 날 만나준 거지... 그냥 새로워서 그런 거지... 산도 더 아름답고 더 나은 여자를 선택할 권리가 있겠지...’비비안은 눈을 내리깔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다이닝 룸을 떠났다.“산, 어디 가는 거예요?” 비비안이 그를 보고 바로 물었다.“네 동생의 주먹 때문에 내 온몸이 다 상처야. 내가 빨리 가서 약을 좀 바르지 않으면 내 얼굴이 다 망가질 텐데, 넌 그랬으면 좋겠어?”남궁산은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줄곧 비비안이 자신을 이렇게 꽉 잡고 못 가게 하는 이유가 자신의 잘생긴 얼굴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동안 그는 심지어 이 얼굴을 망가뜨리는, 그런 극단적인 방법으로 비비안을 단념시키려 했다.비비안은 난감해져서 아랫입술을
“형님도 결국 눈치채셨네요. 아니면 그렇게 뻔히 보였나요?”레이는 턱을 만지면서 말했다. 자신이 고민을 잘 숨긴 줄 알았다.그는 자기 일은 여태껏 비비안이 손대지 못하게 했다. 왜냐하면, 그녀가 이런 일들로 인해 연루되어 누군가의 복수 대상이 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래서 레이는 자신이 이런 일로 고민이 있어도 누나에게 말하지 않았다.하지만 비비안은 레이의 이상함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는 섬세한 여자였다.그러나 이번에 그는 아주 잘 숨겼고 그래서 비비안도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뜻밖에도 소남이 알아차린 것이다.“형님은 저를
“아무도 드나들지 않지만 방심하면 안 돼. 내 주변에도 공포의 섬 출신들이 있으니까.” 소남은 말했다. 공포의 섬이 다시 생겼다는 증거는 없지만, 자신은 있었다.“네? 형님, 확실해요?”레이는 놀라서 소남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 사람한테 공포의 섬 문신이 있어. 그 문신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확실히 공포의 섬의 문신이 틀림없어.”소남이 말했다. 공포의 섬은 리더가 바뀌면 문신의 디자인도 약간 바꾸는 규정이 있었다.그 가짜 원아의 몸에 새겨진 문신은 바로 이전의 문신이 조금 바뀌어 새로운 버전이 된 것이었다. “그
소남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너를 설득할 수밖에 없지.”레이는 쓴웃음을 지으며 소남과 남궁산 사이의 우정을 부러워하며 농담처럼 말했다.“때때로 형님과 남궁산은 그냥 사이가 좋은 의형제가 아니라 마치 친형제처럼 보여요.”“정말?” 소남은 단 두 글자만 말하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남궁산이 자신을 도와줬으니 소남도 자신이 다시 그를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소남은 배은망덕한 사람이 아니니까.레이는 소남의 도움으로 골치 아픈 일들이 해결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형님 그 염 교수님이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