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후, 사윤은 안방에 들어가 ‘초설’의 체온을 체크했다. 해열주사 때문인지 정상체온으로 돌아왔다. 사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혹시라도 한밤중에 다시 열이 오를 것을 대비해 여분의 해열제를 남겨두었다. 그리고 곧바로 소남의 아파트를 떠났는데, 가는 김에 이연을 태워주었다.이연은 사윤이 호텔로 데려다 주겠다고 했을 때 흔쾌히 승낙했다. 두 사람이 함께 주차장으로 가는 길이었다. 이연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배 선생님은 문 대표님과 오랫동안 알고 지냈으니까 잘 알 것 같아요. 대표님이 최근에 좀 이상하다는 생각 들
어쩌면, 안드레이와 그의 부하들에게서 온 전화일지도 몰랐다.그들에게서 걸려온 전화는 불규칙한 코드가 떴다. 만약 이연과 문소남이 봤다면 분명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혹시 그들이 전화를 받았다면…….소남은 ‘염초설’이 전화가 왔었다는 것을 알고도 확인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보통은 부재중 전화가 오면 바로 확인할 텐데 전혀 그러질 않네.’‘무엇보다 표정이 너무 부자연스러웠어.’‘아직 몸이 회복이 안 돼서 그런 걸까? 아니면 뭐가 두려워서 그런 걸까?’“확인 안 해요?” 소남이 물었다.원아는
소남의 말 한마디에 원아의 잠잠했던 마음에 다시 파문이 일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남 씨가 정말 날 의심하고 있다면 이젠 어떻게 나올까?’가사 도우미 명순이 그릇을 정리하는 것을 보며 소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부터 이모님은 여기에 없을 거예요. 염 교수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오늘 이모님에게 부탁하세요.”“네, 대표님. 감사합니다.” 원아는 불안한 마음을 숨기고 예의를 지켜 인사했다. “대답하는 걸 보니 여전히 거리감이 느껴져. 냉정하기까지 하고. 언제쯤 그러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 작은 방은 자주 들어가는 곳도 아니니 소남의 물건이 그곳에 있어도 상관없었다. 원아는 그런 생각을 하며 식탁 앞으로 갔다.“문 대표님은 오늘 오시지 않나요?”“네. 제가 여기를 다 정리하고 갈게요. 참, 오늘 마트에 가서 이불을 사면서 채소와 고기 그리고 생선도 좀 사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어요. 영수증도 봉투에 들어 있어요.” 명순이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원아는 열은 없었지만 몸이 나른하고 힘이 없었다. 아직 약효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안드레이가 다른 성분을 넣었기 때문에 물을 많이 마셔야 그 성분
원아는 점심을 대충 먹고 나서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전에 살았던 아파트에서 물건을 챙겨 나올 수 있는지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경찰은 상사에게 물어본 뒤 답을 주겠다고 했다.그녀는 그들이 말한 상사가 문소남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범인을 찾지 못했다고 해서 이렇게 오랫동안 출입을 금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T그룹 대표실.동준은 노크를 한 뒤 안으로 들어갔다. “대표님, 경찰서 쪽에서 방금 연락이 왔습니다. 염 교수님이 전화해 아파트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답니다.”타이핑하던 소남의 손이 멈췄다. “아파트에
경찰은 그 말에 혹시라도 중요한 증거물이 누락됐을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얼른 휴대전화에서 현장 사진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원아가 쓰러진 곳에서는 장을 본 봉투 사진이 없었다. 마침내 그는 식탁 위에 놓인 봉투 사진을 찾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이것 말인가요?”“네, 그런데 왜 이게 식탁 위에 있지요?” 범인이 그 곳에 옮겨 놓았다고 생각하게 하기 위한 의도적인 질문이었다. “저희가 다시 조사하겠습니다.”그는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만약에 염 교수님이 말한 것처럼 범인이 그것을 옮겨 놓은 것
안드레이는 김유주의 몸을 더듬으며 미소를 지었다.“아직도 그 남자가 좋아?”유주 역시 웃으며 가볍게 그를 밀쳤다.“그냥 궁금해서 그런 거예요. 오랫동안 자기가 문소남에게 복수하려고 하고 있으니까요. 대체 무슨 원한이 있길래 그런 거예요?”“내가 문소남에게 품은 원한은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지. 왜 알고 싶어?” 안드레이는 그녀의 목덜미 사이에 엎드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유주는 순간 소름이 끼쳤지만 호기심을 참을 수가 없었다.“말해주세요.”안드레이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얼굴에는 짙은 원한이 서려 있었
원아의 말에 성은이 얼른 대답했다.“아, 동 비서님이 교수님 출근했다는 소식을 듣고 저에게 연락을 하셨어요. 교수님이 출근하시면 대표실로 오시라고요. 문 대표님이 교수님을 찾으신대요.”‘소남 씨가 나를 찾는다고?’원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고 있던 데이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가운을 벗었다.“지금 갈게요.”“네, 교수님. 커피 한 잔 드릴까요?” 성은이 물었다. 자기 상사가 건강이 회복되지 얼마 안 된 데다가 부하 직원인데 병문안도 가지 않아 신경이 쓰였다. 비록 ‘염 교수’가 그런 것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